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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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바람이 부는 오늘 아침 쉼 없이 단숨에 읽었다. 이 소설은 추억, 상실, 용서, 사랑, 이어진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평범한 일상이 이야기로 구성되었을 때 나 같은 독자들은 반갑다.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면 이렇게 공감하기 어렵다. 딴 세상 같은 이야기는 잡히지 않기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소설은 이래야 해, 벅차오름을 느꼈다.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어느 단편에서 울먹거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몇 차례 그랬다. 유독 추억과 시간이라는 단어를 붙잡았다. 그 중 1999년과 2014년도로 시계 바늘을 되돌린 순간 그 시절의 추억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음에도 선택을 할 수 없기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은 그 사람의 기억이란 영원 속에 잠잔다. 그러다 어느 노래를 들을 때,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누군가를 만날 때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먼 훗날이 되면 씨랜드 화재 사고와 영화 <매트릭스>와 신이 내놓은 몇 가지 대답과 기나긴 사랑의 시작으로 기억될 여름이 될 테지만, 그때는 어느 여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여름이었다. - P12

1999년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학교 사무실, 카페, PC방 등에서 3중 알바를 뛰었고, 돈이 없어 선배에게 술을 얻어 먹으며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싶었지만 그것을 사치라 느꼈다. 이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친구들과 미친 듯 놀 수 있을까, 마음은 그렇지만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어떤 사건이든 평범한 일에서 시작한다. 돌아보면 그것이 내게 특별한 사건인 것이다. 만약 어떤 일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줄 안다면 사람들은 그 시간을 조금 더 절실하게 보내지 않을까. 하지만 누구나 그것을 알 수 없기에 흘려보내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많다고 여긴다.
만약,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어떨까. 그러니까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과거를 만나게 된다. 좋을까, 나쁠까. 아프게 헤어진 사람이 있다면 과거의 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할 때를 다시 만나겠지. 무던하게 이별했든 나쁜 감정만 남은채 이별했든 시작을 다시 경험한다면 어떤 감정일지 생각했다.

시간의 끝에,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이번에는 가장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그렇게 시간은 거꾸로 흘러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마지막 순간에 이르고 그들은 그 순간을 한번 더 경험한다. 그리고 놀란다. 이토록 놀랍고 설레며 기쁜 마음으로 우리는 만났던 것인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둘은 오랜 잠에서 번쩍 눈을 뜬 것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처음 서로를 마주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시간은 다시 원래대로 흐르고, 이제 세 번째 삶이 시작된다. - P23

내가 가는 장소는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 내가 남긴 방명록 페이지를 누군가가 본다면? 실의에 빠진 사람이 우연히 들른 곳에서 희망을 발견한다면?
문득 세상에 나만 남겨진 것 같아서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옆에 누군가 있어도 보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그럴 때는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희망이 사라져버린 것같은 고독감이 밀려들 때는 결국 주변을 보아야 한다 생각한다. 어떤 것이든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안간힘을 쓰면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어느 시점부터인가 줄곧 나를,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 P181

2014년은 다른 모든 일들을 덮어버릴 만큼 세월호 사건의 존재가 커서 가슴 속에 무겁게 내려 앉아 있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람들, 평범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또 주책없게 눈물이 난다. 그 해는 거의 매일을 울었고 우울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어느덧 8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 감정이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말에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자신은 이제 새들이 모두 날아가고 난 뒤의 빈 나무 같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 기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만 잊어버릴 뿐이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 P211

나는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과거를 붙잡는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조금도 상상할 수 없고 막연해서 미래를 두려워하기에 그려보지 않는건가 생각한다.
'실패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미래이구나. 먼 이상보다는 평범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수는 있겠구나.'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 P29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 P34~35

이 책은 사랑. 공감과 위로. 시간의 어느 점에 자리한 기억으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여전히 작가님의 따뜻하고 희망을 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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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0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수옹 꿈 꾸는 미래는 이토록 평범해도 따숩😊
화가님의 말씀처럼 사랑 공감 위로로 가득찬 작품집😊

거리의화가 2022-10-10 17:51   좋아요 2 | URL
따뜻한 미래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는 비관적인 사람이라 미래가 언제나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데 이렇게 평범한 일상이 계속 미래로 이어진다면 그것이 행복이겠구나 싶었어요. 그것이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미래지 않을까 생각했네요.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은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2022-10-10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0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2-10-10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14년 4월 16일은 제게도 잊지 못할 날이었어요. 그리곤 한 해 동안 우울했지요. 그러면서도 자주 잊어버렸고요. 세월이 이리 또 흘러가네요. 희망적이고 따스한 시선이 좋았다는 말씀 기억하고 저도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아직 못 읽었어요 ^^

거리의화가 2022-10-10 19:10   좋아요 3 | URL
저도 자석처럼 기억에 찰싹 달라붙은 것 같은 날입니다. 이제는 8년이 지나 그때처럼 매일 우울하지는 않아도 배를 생각하고 안에 있었던 사람들, 사연들을 생각하면 또 가슴이 무너져내리곤합니다.
프레이야님께도 이 책이 좋게 다가갔으면 좋겠네요.

페넬로페 2022-10-10 1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국 소설을 읽으면 그 배경을 우리가 같이 겪었기에 추억과 기억이 소환되어요.
따뜻한 시선을 저도 좋아하는데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0 19:14   좋아요 3 | URL
그쵸. 아무래도 외국소설은 저와 멀게 느껴지는 게 있어서... 배경이나 이런걸 잘 모르면 이입이 잘 안되더군요. 페넬로페님도 이 소설 읽으시면 과거가 소환되실거라 생각해요.

바람돌이 2022-10-10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집 <시절일기>에 여기 실려있는 단편소설이 하나 있어요. 말씀하신 2014년의 기억을 얘기하는 사랑의 단상 2014요. 그 때 이 짧은 단편소설 보면서 좀 울었네요. 그냥 세월호는 아직도 단어만 나와도 눈물이 먼저 나오는 기억이 돼 버려서... 사랑은 기억에 존재한다라는 생각을 했던듯합니다. 이 책도 빨리 읽고 싶은데 지금 제게로 오는 길이 좀 복잡해서 열심히 오고 있네요. ^^

2022-10-11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10-10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또한 와 닿는 김연수님의 단편집이네요.
저도 받은지가 좀 되었어요. 얼른 읽어야 하는데....생각만 앞서고, 화가님 글 읽으니 진짜 빨리 어서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1 09:21   좋아요 2 | URL
ㅎㅎ 나무님이 먼저 읽으실줄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못 읽을 것 같아서 연휴인김에 읽어버렸습니다. 나무님은 어찌 읽으실까 궁금합니다. 저보다 작가님 책을 훨 많이 읽으셨으니 더 풍성한 감상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희선 2022-10-11 03: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간다고 잊으면 안 될 텐데... 기억해야 할 일이 많지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더 기억해야 할 텐데... 시작은 참 좋은데, 시간이 가면 그것도 잊겠지요 시간이 흐르고 뭐든 바뀌겠지만, 바뀐다 해도 마음은 그대로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기도 하네요 시간이 거꾸로 가면 그걸 더 잘 느낄지...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11 09:23   좋아요 3 | URL
시간이라는 단어가 참 오묘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단어기도 하고~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흐르잖아요. 방금 전도 과거가 된다는 것이;;;
사람의 기억이란 단순한 것 같다가도 복잡하고 그렇죠. 아픈 기억은 잊는게 낫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기억해야만 하는 기억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mini74 2022-10-11 1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잊을 수 없는 사건. 제겐 대구지하철 참사랑 세월호 ㅠㅠ 그 지하철을 타고 역에 내려 언니집에 갔었거든요 그 날. 전화가 정말 많이 욌던 기억. 세월호은 텔레비젼으로 실시간 아이들의 죽음을 함께 한 고통 ㅠㅠ 그럼에도 구하지 못한 ㅠㅠ무뎌지지가 않네요. 김연수 작가님 글 참 따뜻한 거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10-11 13:36   좋아요 2 | URL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을 겪으셨군요. 삶과 죽음이 잠깐 동안에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래서 무뎌지고 싶어도 무뎌질 수가 없죠.
작가님의 시선은 따뜻해서 위로를 받게 됩니다. 저는 소설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도 차가운 세상인데 소설마저 차가우면 기댈 데가 없잖아요^^;

그레이스 2022-10-12 23: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세월호가 소재인 소설 못읽겠어요.
차라리 에세이나 시론은 읽겠는데...

거리의화가 2022-10-13 09:36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그렇죠^^; 하지만 이렇게라도 마주하지 않으면 잊을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scott 2022-11-09 15: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달상 추카 합니다
화가님은 11월은 이토록 평범하지 않는 독서의 시간을 보내실것 같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09 15:43   좋아요 3 | URL
스콧님 매일을 평범하지 않게 보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11-09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저 이글 못봤었는데, 지금 읽으니 이태원 사건 떄문에 더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11-09 17:01   좋아요 4 | URL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8년만에 또 이렇게 큰 아픔이 찾아올줄은...ㅠㅠ 작가님도 마음이 크게 아프시겠죠.

thkang1001 2022-11-09 18: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9 21:12   좋아요 2 | URL
thkang1001님 축하 인사 고맙습니다^^ 남은 한주 행복하게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11-09 2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아 저는 이 책 앞의 단편 두개 읽고 지금 살짝 밀어놨어요. 뭔가 여운을 즐겨야 할 거 같은 느낌이랄까? ^^

거리의화가 2022-11-09 21:12   좋아요 2 | URL
단편이라 언제 읽으셔도 좋으실거에요. 생각해보니 좀 더 미루시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슬픔이 아직 크니까요^^;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11-09 2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90년대는 유독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대구지하철 참사, 성수대교 참사, 삼풍백화점 참사, 씨랜드 참사... 2000년대 들어서는 큰 비극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직 끝나지 않은 비극에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이제는 비극이 끝나길 바라게 됩니다...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11-09 21:14   좋아요 3 | URL
겨울호랑이님 축하인사 감사합니다. 참사가 8년만에 또 일어나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합니다. 끊이지 않는 비극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이 되네요.

페넬로페 2022-11-10 1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추억과 시간이라는 소재가 담긴 책들은 왠지 한국 작가가 쓴 글이 더 맘에 와 닿더라고요**

거리의화가 2022-11-11 09:10   좋아요 3 | URL
네.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같은 시대를 겪어서 더 감정 이입이 되는 듯 합니다. 페넬로페님 감사드리고 저도 축하드려요!

책읽는나무 2022-11-11 0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님 소설로 리뷰상 받으셔서 좋으네요.
축하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2-11-11 09:10   좋아요 2 | URL
나무님 저도 연수 작가님의 글로 상을 받아서 기분이 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mini74 2022-11-14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ㅠㅠ 늦었죠 ㅠㅠ 축하드랴요 화가님 ㅎㅎ *^^*

거리의화가 2022-11-14 17:26   좋아요 0 | URL
미니님 별말씀을. 늦게라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 2022-11-16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축하합니다 어느새 십일월 반이 다 갔습니다 잊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는데, 시간이 가면 희미해지다니... 그날만이라도 기억하면 좋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16 07:06   좋아요 0 | URL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는 형태가 달라질 뿐 오래 잊혀질 수 없는 일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희선님 남은 11월 편안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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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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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말로 나오고 말이 글이 되어야 하는데 그 반대가 되었다. 내가 쓴 글은 책, 방송, 언론들을 통해서 보고 배운 것이 많구나를 깨달았다. 중국글자말, 일본말, 서양말을 참 생각 없이 쓰고 있었음을 인지했다. 마치 교정 선생님을 만나 개인 지도를 받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잘못 써온 말들 가운데 몇 가지만 고쳐도 글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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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09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화가님~ 연관해서 <왜 읽을 수 없는가>도 한번 읽어주세요! 거기서도 이오덕 샘 나오긴 하던데!!! 함 읽어봐주세요~ 얇아요~오오오~

거리의화가 2022-10-09 21:39   좋아요 1 | URL
쟝쟝님 진짜요? 이 책에 이오덕 선생님이 참여한지는 몰랐네요 이북으로도 있으니 함 확인해볼게요^^*

- 2022-10-09 23:11   좋아요 1 | URL
아..... 이오덕 샘을 비판해요 ㅋㅋㅋㅋ (아주 살짝~) 하지만 비슷한 문제 의식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읽으면서 좀 상쾌했거든요~ 화가님도 좋아하실거예유~

거리의화가 2022-10-10 17:42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이 책 읽으면서 몇 군데에서는 과하다 싶은 부분이 있긴 했어요. 아무래도 30년 전에 쓰신거라 지금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쟝쟝님 말씀에 더욱 궁금해집니다.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책읽는나무 2022-10-09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진 못했네요?
정말 오래 전에 독서 모임 한다고 사 놓았는데 바로 해체...ㅋㅋㅋ
이것도 시리즈로 몇 권 되던데 다 사셨어요?

거리의화가 2022-10-09 22:51   좋아요 1 | URL
네ㅎㅎ 세트로 샀어요. 나머지는 나중에 읽으려고 합니다. 언젠간 읽겠죠^^;

scott 2022-10-10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수옹이 한국 문학 이제 거의 번역체가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10-10 17:43   좋아요 1 | URL
스콧님 찔립니다. 저야말로 번역체에 너무 익숙한 사람이라서요ㅠㅠ 이제는 번역체가 오히려 정문 같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레이스 2022-10-12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의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조할때 항상 하는 말이예요

거리의화가 2022-10-13 09:37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아이들 아주 똑똑할 것 같아요^^ 이 책 읽으면서 내가 문어체에 많이 익숙하구나 생각했습니다ㅠㅠ 말처럼 자연스럽게 글이 나오려면 노력이 많이 필요하네요.
 

한 가지 분명히 하자면, 이 책에서 말하는 ‘포르노‘는 대부분 ‘곤조gonzo 포르노를 가리킨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곤조 포르노는 오늘날 포르노 산업에서 가장 돈벌이가 되는 장르 중 하나로, 여성을 비하하고 폄하하는 가학적인 성 묘사가 그 특징이다. 20여 년간 대학 캠퍼 - P20

오늘날 포르노를 처음 접하는 평균 연령은 고작 11세다. 이는과거와는 달리, 포르노가 남아의 성적 정체성에 침투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섹슈얼리티-삶의 경험, 또래 집단, 성격 특성, 가족 및 소속 공동체를 통해 유기적으로 발달하는 것-를 창조성이 결여된, 다른 인간 존재를 향한 어떠한 사랑, 존중, 유대감도 보이지 않는 포르노 전반의 섹슈얼리티로 대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남자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진심으로 슬퍼질 때가 많다. - P21

나와 대화를 나눈 여자 대학생들은 대부분 곤조 포르노를 본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곤조는 점점 더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잠식하고 있다. 남자 파트너가 포르노 섹스를 그들의 몸에 시도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섹스 파트너가 항문성교를 강요하거나, 얼굴에 사정하고 싶어 하거나, 포르노를 섹스보조용으로 이용할때마다, 이 여자들은 포르노 문화의 최전방에 서게 된다. 이들 중 몇몇은 항복하고, 일부는 협상하며, 다수는 자신의 섹스, 데이트, 결혼 상대인 남자가 왜 항상 성적 한계선을 넘어서려고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여자가 포르노를 보는 남자를 멀리한다고 해도 워낙 많이들 보는지라 쉽지 않을 것이다. 포르노로부터 자신을 완벽히 격리할 수는 없다. 여성잡지, 패션 광고, 텔레비전, 뮤직비디오, 인기 영화는 10년 전이었다면 소프트코어 포르노로 분류되었을 법한 이미지로여자들을 집중 폭격하고 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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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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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정한 문제는 이것이다.
우리가 구석기시대의 감정과 중세의 제도,
그리고 신과 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에드워드 오즈본 윌슨, 《하버드 매거진》(2009) - P18

독자로서 역사가가 작업한 결과물을 자주 만난다. 역사가의 작업물은 과거의 기록이지만 기록물에 근거하고 비교적 우리와 가까운 시기를 다루므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에 반해 고고학자는 때론 우리와 아주 멀리 떨어진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독자로서는 관심이 있지 않다면 멀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런 고고학자이다. 그래서 딱딱하냐고? 만약 그저 과거의 유적이나 유물을 소개만 한 것이었다면 그저 뻔하게 느껴졌거나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데 저자는 현명하게도 과거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지금과 미래를 들여다보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독자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방식이다.

영국 작가 L.P. 하틀리는 그의 소설 『중재Go-Between에서‘ 과거는 곧 다른 나라‘라고 썼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다르게 행동한다." 우리의 세계는 고대의 세계와 다른 듯 닮아 있다. 때로 그들의 행위와 관습이 괴이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귀를 기울인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것이다.
나는 인류의 이야기를 가장 첫 장에서부터 시작해보고 싶다는 (허망한) 희망으로 역사에 매료되었다. 이것은 이룰 수 없는꿈이다. 역사에는 시작점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이야기의 어렴풋한 첫 장에나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고, 그래서 고고학자가 되었다. - P22

사랑하는 사람의 신발 끈을 고쳐매 주거나, 떨어진 물건을줍기 위해 무릎을 꿇는 사소한 행동들을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자주 할까?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뒤 당신을 전혀 알지 못하는 미래의 누군가가 당신이 잠시 머물렀던 자리를 발견하는 것을, 그 흔적이 당신의 존재를 증언하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내가 고고학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역사는 책이나 편지, 일기, 문서, 묘비명 등의 문자로 구성된다. 문자로 적힌 이야기들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글쓴이의 관점에 따라 쉽게 왜곡되기도 한다. 그에 반해 고고학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것들, 말이 없는 사물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 P167~168

우주와 지구. 그리고 그 속의 나를 생각하면 그제서야 내 존재가 너무 작게 느껴진다. 사소한 것 하나에 목숨을 거는 우리들을 우주, 지주가 바라볼 때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까 싶을 때 있지 않나. 존재가 탄생하고 소멸하는 것도 놀라운데 내가 지금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이 때때로 너무 신비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거스를 수 없는 힘에 따라 물질이 모이고 한데 뭉쳐져 별과 은하가 탄생했다. 별의 내부에서는 나머지 원소들이 생성되었다. 별이 소멸할 때 나온 원소들은 서로 뭉쳐져 그 밖의 모든 것이 되었고, 그중에는 우리도 있었다.
빅뱅 이론은 새로운 전설이자, 믿음 없는 이들을 위한 현대의 창세신화다. 불가해하기도 하고 신화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상식이다. 미국 시트콤 <빅뱅 이론> 주제곡 가사에 빅뱅의 역사가 담겨 있을 정도니 말이다. - P59

원circle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동원한 가장 오래된 형태다. LHC는 그중 가장 새롭고 큰 원이다. LHC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우주의 95퍼센트 이상은 암흑물질, 즉 암흑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모든 곳에 분명히 존재하는 이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약 2600년 전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도덕경』에 이렇게 썼다. "하늘과 땅이 있기 전에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소리가 없어 들을 수도 없고 모양이 없어 볼 수도 없으나,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홀로 우뚝 서서 변치 않는다. 그것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데가 없고 움직임도 멈추지 않는다.
그러므로 만물의 어머니라 할 만하다." 이것이 암흑물질에 대한묘사가 아니면 무엇일까? - P70

우리 조상은 나무 위로 올라간 뒤 손가락이 발달되면서 생존할 수 있었다. 엄지 손가락이 발달된 것이 무슨 대수라고 생각했는데 손가락을 다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때를 떠올린다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 것인가. 직립보행을 하지 못하고 손가락이 아니라 발가락이 발달했다면 우리는 발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등의 생활을 해야 했을 것이다.

아주 넓은 맥락에서 보자면 나무로 올라간 포유류가 바로 우리의 조상이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그 조그만 동물이 시간이 흘러 영장류로 진화했고 인류가 되었다. 당연하게도 나무에 더 잘 매달리고, 나뭇가지를 정확하고 빠르게 움켜쥐는 재주가 있는 쪽이 생존에 유리했고, 더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기다란 앞 발가락은 곧 손가락이되었다. 인류 발달 역사에서 엄지손가락의 진화는 커다란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맞닿는 움직임이 가능해지면서 도구를 집는 힘이 늘고 손재주도 향상되었기때문이다. - P264

산업혁명 전까지 지구는 지구인들이 살기에 적합한 땅이었다. 우리는 지구라는 땅에 잠시 왔다 가는 것 뿐인데도 주인 행세를 한다.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마구잡이로 살육한다.
가만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땅에 쳐들어가서 자신들이 문명의 기준이라 믿고 야만인을 처단한다는 만행을 저질러왔다. 그렇게 수많은 부족과 원주민들의 삶이 희생되었다.

우리가 속한 종,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호모 에렉투스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지구의 주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문서도 없는 세입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빌린 방 아래에 땅을 파고 건물의 뼈대를 세웠다. 건물 아래에는 기반암이 있고, 그 기반암 안에는 화석이 되어버린 지난 세입자의 해골이 있다. 우리는 단지 스쳐 지나가는 존재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우리와 우리의 잡동사니들은 말끔히 사라지고 벽에는 다른 이들의 액자가 걸릴 것이다. 이 사실에서 깊은 위안을 얻는다. 이 또한 모두 지나갈 것이다. - P121

도시와 실내에서 주로생활하는 현대인은 주는 거 없이 받기만 하려는 심보로 자연의 자원을 이용하려 든다. 현대인은 자연과 동물의 세계에서 더 멀어지는 것을 진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다가오는 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땅과 흙에 긴밀히 연결된 존재라는 걸 말해준다. - P135

티위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이 오랜 세월 동안 완전한 사회를 유지해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들의 시스템에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 그러나 소위 세계의 ‘현대적 영리함’이 그 모든 것들을 방해했고 무력하게 했다.
티위인들은 어쩌면 탄광의 카나리아일지 모른다. 한때 그들은 현실과 상상 속에 존재하는 우주 만물을 꿰뚫어 보았고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들의 믿음 속에는 유령과 작은 정령들과 하늘을 나는 악마가 있었다. 우리 눈에는 어리석게 보일지 몰라도, 그 존재들은 삶에 의미를 부여했고 수만 년 동안 사람들이 삶에서 의미를 찾고 온전히 삶을 꾸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오늘날 티위인에게는 맥주와 약물, 자살이 남았다. 지금 우리는 우리 조상들이 믿고 의지했던 정령들을 다 없애고 진통제와 항우울제, 베타차단제, 스타틴, 수면제에 기대 덜컹거리고 있다. 티위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도 과학적 사실그 이상이 필요하다. - P315~316

도시 생활을 하는 우리는 더 이상 멀어질 수 없을 정도로 사냥의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 농장의 동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키워져 도살되고, 고기는 생물로서의 실체와 완전히 분리된 채핏기 없이 밀봉 포장되어 나온다. 고기가 마트 매대에 진열되고식탁에 올려지기까지의 그 과정을 우리는 더는 알 필요 없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생명에 더 냉담해지고, 경외심을 잃어버리고 있다. - P369

죽음과 상실이라는 키워드가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과거로 돌아갈수록 인간에게 죽음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죽음은 고통과 두려움, 불안 등의 키워드로 떠오른지 오래다. 나는 과거에 존재했던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죽음을 좀 더 의연하게 맞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죽음을 생각하기 보다는 현실을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인간이 우주 안에서의 자기 위치를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이 세상에 다녀간 사람들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분명히 알고 있다. 이 땅에 얼마나 머물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누구에게나 반드시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다. 죽음이 정해져 있음에도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간은 오랫동안 서로에게 설명해왔다. 탄생과 죽음, 그 사이의 삶에 대한 이 모든 심오한 개념들은 구름처럼 어렴풋이 떠다니다가 어느 순간 언어로 구체화되어 이야기라는 옷을 입고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분명한 이야기들과 달리 현실은 결코 뚜렷한 형태와 질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인간이 그처럼 한없이 복잡 미묘한 현실을 인지하는 매커니즘을 이제야 어렴풋이 밝혀내고 있다고 고백한다. - P314~315

중석기시대에 북유럽이나 영국에 살던 사람들이 죽음 이후의 삶을 어떤 식으로 상상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어느 정도 비슷한 관념을 지니고 있었던 듯하다. 죽음을 끝이라고 여길 것인지, 아니면 수수께끼로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후자를 택했던 것 같다. 우리 종은 20만년 동안 지구상에서 살아왔다. 그 시간 동안 인류의 생리나 지능이 근본적으로 변했을 리는 없다. 우리는 그들과 같다. 다른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의 선택이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썼다.
"그러므로 죽음, 그 가장 지독한 악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살아 있는 동안은 죽음이 우리에게 이르지 않는다. 죽음이 왔을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 P325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곱씹어본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만나고 과거의 사람을 만난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다가도 예외들을 만날 때 이래서 역사는 재밌는 것이구나 느끼기도 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미래를 점쳐보기도 한다. 종국에는 그것들 넘어 내가 이 땅에 붙어 있음을 감사하게 느끼게도 한다.

벨록은 ‘아주 오래된 무엇‘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거를 다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호기심을 채우거나 막연한 진리를 구축하기 위해서가아니라, 역사를 필수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함이다. 몸이라는 외피를 입고 현재에 머무르는 우리는 과거를 회복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존재의 층위가 넓어지고 영혼은 충만해진다. 경외, 지식, 안도, 좋은 땅에 대한 사랑, 이 모든 것은 역사라는 학문을 추구함으로써 생겨나거나 더 커진다." - P82~83

기억은 우리를 우리이게 한다. 불완전할지라도 말이다. 기억은 의식의 산물이다. - P148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의식을 하며 산다는 것이 아닐까. 의식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미래를 좀 덜 어둡게 가져갈 수 있는 핵심 주제어이겠구나 싶다.

고고학자가 과거로 안내하는 여행을 통해 사람과 사건을 만나고 나, 우리를 발견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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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8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죽음에 대한 관념도 시대에 따라 바뀌는 거 같아요.죽음이 왔을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 와닿습니다. 그렇죠. 그런데도 죽음에 초연하긴 힘들어요 ㅠㅠ 전 죽음에 대해 테드창 소설 죽음은 신의 부재란 단편보면서 생각이 좀 바뀐거 같아요
화가님 리뷰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빅뱅이론 주제가 흥얼거린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10-08 21:52   좋아요 1 | URL
과거로 갈수록 신기하게도 죽음=삶 생각이 들더라구요. 굉장히 자연스럽고 친숙한 과정? 에피쿠로스의 죽음에 대한 문장은 그쵸? 그 문장을 보면서 에피쿠로스를 다시 보게 되더군요.
죽음에 가까워지면 신을 안 믿던 사람들도 신에 기대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나도 그럴까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ㅋㅋㅋ 빅뱅이론 주제가가 있어요?ㅎㅎ

mini74 2022-10-08 21:56   좋아요 1 | URL
엄청 재미있어서 아이가 좋아해서 따라 부르곤 했어요. 지구가 만들어진 이유가 가사에 다 들어있어요. 화가님 글에서 빅뱅이론 주제가란 구절 읽곤 계속 머리에서 뱅글뱅글 돌아요 ㅎㅎ

바람돌이 2022-10-08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도 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보관함에만 넣어놓고 깜박했네요. ㅎㅎ
다시 기억속으로 소환!! ^^

거리의화가 2022-10-10 17:44   좋아요 1 | URL
흐흐. 바람돌이님. 보관함에 그런 책들이 너무 많아서 저도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이 책 분명 서재에 어떤 분께서 쓰신 리뷰 보고서 저도 희망도서 신청했던 걸로 기억합니다ㅎㅎㅎ

희선 2022-10-09 0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잠시 지구에 왔다가 가는데, 지구에 있는 걸 마음대로 쓰고 없애는군요 그러다 지금에 이르렀네요 겸손해야 할 텐데... 죽음도 자연스러운 건데, 지금은 오래 살아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지 않게 살다 죽으면 좋겠지만...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10 17:46   좋아요 2 | URL
희선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의외로 굉장히 범위가 넓더군요. 문명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 자연과 생명, 동물을 함부로 다루는 것을 비판하기도 하구요. 죽음과 상실,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독자마다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아니었나 싶네요.
 

2주 전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들을 오늘 부랴부랴 마저 읽고 반납해야해서 마음이 바빴다^^;
주중에는 책 읽을 짬이 나지 않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2권 중 1권은 이미 리뷰를 썼고 나머지 1권도 리뷰를 미루지 말고 써야겠다.

9월 초에 신청한 희망도서 3권을 받았다.
코펜하겐 3부작! 책 표지 재질이 독특해서 만질 때마다 느낌이 좋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달에 멋진 리뷰와 페이퍼를 쓴 스콧님과 미미님이 계시니 나는 2주 안에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느긋하게 읽으려고 한다^^

휴일이 어째 항상 더 바쁜지~
내일은 친정아버지 생신이라 부모님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돈만 달라고 해서 버럭했다.
물가도 오르고 해서 부담될까봐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렇게 얼굴 보고 식사 하는 것이 추억인데 말이지~
어쨌든 내일은 화 안내고 부모님과 무사히 식사를 하고 오는 걸 목표로!^^;

모두들 편안한 주말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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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08 19: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화가님 10월엔 코펜하겐으로
슈~~~웅
오늘 날씨 정말 좋았죠
사진속 하늘 처럼
화가님 주말연휴 멋지게 🤗

거리의화가 2022-10-08 20:53   좋아요 3 | URL
스콧님 도서관 갔다오면서 하늘 보는데 기분 참 좋아지는 날씨더라구요~ 10월은 코펜하겐으로 여행을 떠나야겠네요!ㅎㅎ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mini74 2022-10-08 2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늘 예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식사시간 보내시길 ㅎㅎ 저도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매번 엄마랑 싸우게 돼요 ㅎㅎ엄마의 너무 앞선 걱정과 배려가 속상해서 화가 난다고 할까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화가님 ~

거리의화가 2022-10-08 21:48   좋아요 2 | URL
매번 싸우는 이유가 비슷한데 그러시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그러시는...ㅠㅠ
자식의 마음과 부모의 마음이 서로를 생각하는 걸 알면서도 표현하는 방식이ㅎㅎㅎ 미니님 감사해요.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청아 2022-10-08 23: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도서관 선물 받으셨네요?ㅋㅋㅋㅋ
요즘 구름 환상적이죠! 오늘은
저도 감탄하다 몇장 찍어왔어요
내일 행복한 추억 만드세요*^^*

거리의화가 2022-10-10 17:27   좋아요 2 | URL
오늘도 도서관에 다녀왔네요ㅠㅠ 알고 보니 예약도서가 또 도착...ㅎㅎㅎ 2주 안에 4권을 어찌 읽나 걱정이 됩니다. 행복한 고민이죠^^;
오늘은 비오다 말다 하더군요.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목도리 하고 나가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부모님과 식사 잘하고 왔습니다^^*

바람돌이 2022-10-08 2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도 예쁘고, 하늘도 예쁘고, 내일 부모님과 화기애애하게 맛난 식사 하세요. ^^

거리의화가 2022-10-10 17:28   좋아요 2 | URL
짙은 구름 사이로 오늘도 빼꼼 파란 하늘을 보고 왔습니다^^ 바람이 쌩 불어 춥기는 했지만요.
식사는 잘하고 왔고 부모님이 만족하셔서 다행이었어요*^^*

희선 2022-10-09 0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오늘 부모님하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자주 보기 어려운 때기도 했으니, 무슨 날에라도 만나면 좋겠지요 거리의화가 님 아버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10 17:30   좋아요 2 | URL
그쵸. 이사하고 나서는 더군다나 멀어져서 잘 못가게 되네요. 그렇다고 아주 멀어진 것도 아닌데 마음과 몸이 따로 노나봅니다^^;;; 이렇게 핑계를 대고서라도 식사 자리를 마련해야 그나마 얼굴을 뵙고 하는 것 같아요. 성격도 무뚝뚝해놔서 틱틱거리기 일쑤지만 뵙고 오면 마음이 편하네요. 희선님 감사합니다^^

라로 2022-10-09 0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아주 청명해 보입니다!! 돈만 달라고 하시는 부모님 저는 귀여우신데요!!^^;; 저도 나중에 돈만 달라고 하고 싶어요. ㅎㅎㅎ 암튼 아버님 생신 축하드려요. 즐거운 식사가 되시길요!!^^

거리의화가 2022-10-10 17:3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자식 입장에서야 돈만 드리면 편하기야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간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까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이렇게라도 얼굴을 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라로님 감사합니다^^ 어제 잘 뵙고 왔어요.

새파랑 2022-10-09 14: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펜하겐 3부작은 소장각인거 같아요~!! 부모님과 즐거운 식신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0 17:33   좋아요 2 | URL
흐흐. 일단 3부작 읽어보고 소장 판단하려구요.
새파랑님 부모님과 식사 잘하고 왔어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10-09 1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효심의 버럭!!!ㅋㅋㅋ
저도 오늘 딸들한테 엄마 늙으면 한 달에 백만원씩 용돈을 줬음 좋겠다고 했더니 지금은 그러겠다고 흔쾌히 허락하던데...나중엔 막 버럭하겠죠? 근데 화가님처럼 밥도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버럭해 준다면 무조건 땡큐~ 땡큐~ 이쁠 것 같아요ㅋㅋㅋ
즐거운 저녁식사 하고 오시길♡

거리의화가 2022-10-10 17:35   좋아요 3 | URL
자식 입장에서야 돈만 드리면 편할걸요? 물론 그렇다고 많은 돈을 드리진 못하겠지만...ㅎㅎ 저는 다정다감한 성격이 못되놔서 마음과 행동이 항상 따로 놉니다. 고쳐야 하는데 잘 안 고쳐지네요ㅠㅠ 나무님 버럭해준다면 땡큐라니~ 나무님 따님들이야말로 효녀실걸로 생각합니다. 저보다 훨 잘하실거에요. 저는 거의 나이롱이라...ㅋㅋㅋ
식사 잘하고 왔어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10-12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일에 식구들이 다 집에 있어서 더 바쁜듯요^^

거리의화가 2022-10-13 09: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근데 저는 휴일에도 옆지기 신경도 안써서 삐질데가 있어요ㅠㅠ 책 읽는다고 자기 거들떠도 안 본다고 뭐라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