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7 - 2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7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의 연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서로를 사모한다고 해서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때론 질투가, 분노가 연이 되곤 한다. 개인의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이어지질 않는다고 해도 어떻게든 약자인 여자 탓만 하려하는 윤이병과 송영환은 참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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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 마지막날이 되다니... 새삼스럽지만 시간이 너무 빠르다.
급작스레 추워져서 아까 낮에 산책하다 귀 떨어져나가는줄^^;;;

이번달 총 11권 완독했다.
쉽지 않았던 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몰입하면서 읽으려 노력했다. 뛰어들어 읽어내려갔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하버드 C.H.베크 세계사 1750~1870》는 근대를 여는 19세기를 표면적인 100년 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정치사, 경제사, 문화사, 사회사로 나누어 분석했다. 19세기는 근대의 시작이자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산물이 쏟아진 시기다. 그렇기에 19세기를 분석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대륙의 지역사를 조합해놓은 것이 아니라 19세기 자체를 큰 틀로 분석하여 거시적인 흐름을 잡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 이항 대립에서 벗어나 희생자의식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볼 수 있다. 비단 동아시아의 한일 지역 뿐 아니라 소련과 동유럽, 독일지역의 제국주의-민족주의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내가 나치즘과 독일-동유럽에서 벌어진 일들에 무지한 것이 많아 생소한 것들이 넘쳐나서 비판적 읽기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근사한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정리하기에도 바빴다는 것이 아쉽다.

《현충원의 역사산책》은 국립현충원을 탐방하는 7가지 가상의 길(저자 추천 코스)이 담겨 있다. 탐방로를 따라 가며 만나는 인물들에는 독립운동가 뿐 아니라 애국지사라는 타이틀을 가졌으나 친일 행적을 가진 경찰, 군인 등이 존재한다는 불편한 사실도 존재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있고 여성들, 제주 4.3 사건 관련 인물, 5.18 광주 항쟁 관련 인물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국립현충원을 신성시하여 모셔만 두지 말고 여행하듯 가보자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이야기다. 나만 해도 국립현충원을 가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 책을 들고 나들이를 떠나보자.

《독립운동 열전》은 한국근대사, 독립운동사에서 외면해왔던 사회주의 운동가들에 투신한 분들,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을 소환한다. 1권은 사건 위주로, 2권은 인물 위주로 담아 냈다. 독립을 위해 애써오신 분을 새롭게 만난다는 것은 늘 놀랍다. 한국근대사를 10년 넘게 공부했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인물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라고 할까. 그렇게 어려운 상황과 환경에서 독립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뛰어든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싶다. 마음은 그렇다 해도 몸은 하나 뿐 아닌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여럿 알게 되어서 좋았고 모스크바 자금 지원을 둘러싼 갈등, 시대적 배경에 따른 조선 공산당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2022 뉴베리 수상작으로 몇 해전 수상작인 'The Giver'와 비슷한 결을 지녔다. 통제당하고 거부당하는 시스템에 적응해야만 했던 한 가족의 경험이 녹아 있다. 이야기의 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저마다의 모양으로 살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녔다는 점은 같지 않을까. 할머니의 이야기를 손자가 이어가듯 이야기는 계속 어떤 형태로든 이어진다는 것에서 묘한 힐링을 느꼈다.(아... 원서는 언제 다 읽지^^;)

《보부아르의 말》은 저자와 보부아르가 만나 1972년부터 10년 간 여러 차례에 나누어 가진 대담을 요약, 발췌하여 실은 글이다. 책을 통해서 보부아르의 개인적인 심경과 사상적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사회주의적 진보가 이루어져야 여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생각은 사회주의의 실상을 확인하고 나서 그것조차 남녀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대표작인 제2의 성이 자주 인용되는데 1년이 지나서인지 새롭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제2의 성은 재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민의 불복종》은 예전에 읽었던지 안 읽었던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기억나지 않으면 읽자 해서 읽었다(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음). 소로가 세금 거부로 하루 유치장(!) 경험을 하면서의 소회를 담고 있는데 몇 장 되지 않는 책이지만 시민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었다. 요사이 정치가 너무 답이 없어서 무기력해져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가만히만 있어서는 세상이 바뀌는 것이 없음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와 조선 연구》는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중심으로 전개된 식민지 조선 연구의 흐름을 살펴본다. 식민사관을 비판적으로 보기 위하여 저자는 경성제국대학이라는 공간을 택했다. 경성제국대학은 조선총독부의 식민주의적 지향이 관철되는 공간인 동시에 학술적 연구가 허용된 제도적 공간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독특한 위치를 점한 공간이어서이다. 기존 조선 사학계를 대표하는 오다 쇼고나 이마니시 류 말고 동양학자 그룹들의 학자였던 후지쓰카 지카시와 아베 요시오, 국제법 학자인 이즈미 아키라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청대 고증학 지식인들과 교류한 조선 지식인들에 주목한 후지쓰카 지카시와 퇴계 이황에 주목한 아베 요시오, 그리고 비동화주의를 주장한 이즈미 아키라, 이런 학자들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는 서재 친구인 박균호님의 책으로 이미 많은 분들이 좋은 평으로 올려주신 책이다. 그동안 책 읽기에 관한 책들을 제법 읽었지만 이 책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본다. 20권의 소설을 바탕으로 저자의 해석과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놓았는데 나처럼 소설을 재미없어 하는 사람도 이렇게 배경을 읽고 접근하면 소설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문학 작품 읽기에 영 자신이 없는 나는 대체 소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지혜를 얻는 시간이었다. 거기다 저자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재밌어서 언제 등장하나 기다리는 재미도 덤이었다.

《토지 7》은 11월 마지막날에 와서야 겨우 오디오북 듣기를 끝냈다. 주 공간이 만주로 이동되었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터라 따라가기 바빴다고 해야할까. 몇 가지 큰 사건들이 생겼는데 봉순이의 간도행, 서희와 길상의 혼인과 득남, 남 탓만 하는 찌질남 윤이병과 못난놈 송영환, 김두수와 길상의 대면, 강포수와 두메의 등장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시간이 흐른 만큼 그들 사이의 관계가 뒤얽히고 때론 역전되는 현상을 보는 것이 마치 상전벽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고 해서 잘 먹고 잘 살던 놈이 '어이구야! 피해야지, 숨어야겠다!' 하는 것도 아니지만. 7권의 역사적 배경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 들어선 사건이다.



(ing)


현재 읽고 있는 책들인데 베크 세계사를 제외하고 남은 책들은 12월 중반 이후나 되야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 덕분에 여러 권의 여성 문학 작품을 읽게 되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마지막 장벽은 에밀리디킨슨인데 해설서를 샀으므로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밀턴의 악령 6장까지 읽은 상태다. <실낙원>을 읽고 읽었어야 하나 싶지만 <실낙원>은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읽어도 이해가 안될듯. 암튼 진도가 더딘데 다음달은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THE LAST CUENTISTA는 생각보다 진도가 잘 안나간다. 단어가 난이도가 제법 있어서인 듯 싶기도 하고. 번역본은 진작 읽었구만^^; 아무튼 다음달은 꼭 다 읽어야겠다.




이 달에는 역시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여행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책 한 절도 읽지 않고 내내 열심히 놀았다. 역시 여행 때는 노는데만 집중하는 게 최고ㅎㅎㅎ 진주와 밀양을 처음 가보았는데 다른 계절에 재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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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1-30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깔끔한 정리, 왓따입니다 !!!

저도 해야 하는데 귀차니즘 작렬
이네요. 춥기도 하고요...

거리의화가 2022-11-30 15:41   좋아요 1 | URL
오늘 진짜 너무 춥습니다. 퇴근길까지 기다려야한다는게ㅠㅠ 빨리 집에 들어가서 뜨끈한 이불 아래에서 귤이나 까먹으며 책읽고 싶네요^^

mini74 2022-11-30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산 하고 싶은데 ㅠㅠ 11월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읽은 책이 없어요 ㅎㅎ 항상 화가님 역사 관련 리뷰 잘 보고 있습니다 ~ 추운 날 감기 조심하세요 *^^*

거리의화가 2022-11-30 15:42   좋아요 1 | URL
미니님 항상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너무 추워서 옷을 여러 겹 입는다고 했는데 흠...그래도 히트텍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ㅋㅋㅋ 미니님도 감기 조심하셔요^^

단발머리 2022-11-30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거리의화가님 11월에도 많이 읽으셨네요.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저 때문에 읽으신건 아니시겠지만 ㅋㅋㅋㅋ 전 아직도 완독 못 했거든요. 무척 반가우면서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불복종> 저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보고 대출해 왔는데 아직 시작 못 했구요.
<The Last Cuentista> 장바구니에 넣어 둡니다. 헤헤헤

거리의화가 2022-11-30 15:54   좋아요 1 | URL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단발머리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이긴 했죠^^ 제가 이해하는 것은 별개지만... 조금 더 제가 배경 지식이 있다면 좋았겠다 싶긴 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에요. <시민의 불복종>은 얇아서 후딱 읽으시니 걱정하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원서 계속 읽고 계시니 <The Last Cuentista> 구매하신다면 잘 읽으실 듯^^

페넬로페 2022-11-30 15: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뛰어들어 읽어 내려갔다!
멋짐뿜뿜🥰👍👍
저도 12월에는 이 전략으로 한 번 달려봐야겠어요.
현충원은 딸아이 중학교때 비석닦는 봉사활동 해야해서 따라간 적이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2-11-30 15:56   좋아요 2 | URL
부끄럽습니다^^; 페넬로페님은 언제나 훌륭한 시선으로 멋진 책들을 소개해주시잖아요. 덕분에 저는 매번 배웁니다. 현충원 봉사활동으로 가셨었군요! 저는 생각조차 못햇어요. 뭔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제 겨울이라 지금 가면 사람이 없을 듯한데 봄이나 되서 따뜻해지면 한번 가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2월에 책 달리기 응원할게요!

청아 2022-11-30 15: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화가님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읽으셨군요!! 저는 아직 못읽었는데 역시 벽돌장인 화가님 짱 멋지십니다.ㅎㅎ
지난번에 원서사면서 땡투보냈습니다.(생색내기ㅎ)

거리의화가 2022-11-30 16:09   좋아요 2 | URL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도서관에서 대출했는데 두꺼워서 1주 연장하여 총 3주에 걸쳐 읽었어요ㅎㅎㅎ 생색내기 잘하셨어요. 무조건 생색내셔야죠!^^ 미미님 올해도 얼마 안남았네요. 건강 챙기면서 잘 마무리해보아요^^

라로 2022-11-30 16: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로 추워요??? 우와~~~ 저는 너무 엄살을 떤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좋은 책들 많이 읽으셨네요!! 더구나 이렇게나 많은 책들을!! 놀랍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책 하나 마쳤고요, 읽고 있는 책만 수두룩해요. 하하

거리의화가 2022-11-30 17:15   좋아요 1 | URL
한동안 계속 따뜻했다가 갑자기 추워져서 오늘 한낮에도 영하의 기온인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온도가 낮았거든요^^
라로님 바쁘신 와중에도 책을 놓지 않으시는 게 중요한 거죠. 올해도 한달 밖에 남지 않았네요. 남은 한해 잘 마무리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파랑 2022-11-30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월에 11권~! 책들도 모두 알차 보이네요 ㅋ

12월도 이런 좋은 분위기로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12-01 09:04   좋아요 2 | URL
이번 달은 문학은 멀리하고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연말이라고 특별하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아서 이번달도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싶어요. 새파랑님도 연말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scott 2022-11-30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낙원 단테의 신곡을 읽으셨다면 휘리릭 책장이 넘어 갑니다 !ㅎㅎ

12월 화가님의 북 라인업
기대 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12-01 09:06   좋아요 2 | URL
ㅎㅎㅎ 제가 신을 멀리해서 신이 들어간 작품은 쉽지가 않네요^^; 스콧님 날이 급 추워졌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남은 연말도 책과 함께 행복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12-01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기도 열심!
놀기도 열심!
최고의 한 달이었네요^^
11 권의 책들 아주 알찹니다.
몇 권은 눈여겨 본 책들이기도 하구요.
암튼 12 월에 또 만나요~
하려고 했더니 벌써 12 월이에요!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2-01 09:09   좋아요 3 | URL
읽기와 놀기는 따로 하는 게 진리인듯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많이 읽어서 더군다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 12월 시작하자마자 오셨군요^^ 이번 달도 나무님 계속 만나요!ㅎㅎㅎ

희선 2022-12-01 04: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십일월이 빠르게 가고 십이월이 왔네요 거리의화가 님은 열한권이나 보셨군요 저는 십일월엔 책을 별로 못 봐서 아쉽습니다 더 보고 싶었는데, 일이 좀 있어서... 거리의화가 님 십이월에도 즐겁게 책 만나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2-01 09:15   좋아요 2 | URL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한해가 금방간다는게 느껴지네요^^; 일이 있으셨군요. 그런 달도 있는 거죠.
희선님 날이 추워졌는데 건강 유의하시구요. 남은 연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동농 김가진은 1846년에 태어나 20세기 전후 시간대까지 76세 일생을 살며 관료, 외교관, 계몽운동가, 독립운동가 등 다양한 이력을 경험한 인물이다. 서예가로도 이름이 나 있지만 시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는 서자 출신이었으나 1886년 문과에 급제하여 주천진종사관 직함으로 5개월간 톈진에서 근무하고 주일본외교관으로 4년간 일본에서 근무하기까지 했다. 특히 4년 간의 일본 근무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다양한 명사들과 교류하며 탈중국 개화론자로 변화한다. 조선에 돌아와서는 교육 사업에 뛰어들기도 하고 대한자강회에 동참하는 등 여러 계몽 운동을 펼쳤으며 1908년 관직을 떠날 무렵 대한협회 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협회는 동아시아 삼국의 평화 체제를 구호로 표방하였고 조선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일본에서의 생활 때 그는 아시아주의에 매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토 히로부미는 대표적인 동양평화론자인데 그를 비롯해 동농이 시적으로 교류한 명사들은 아시아주의자들이 많았다. 일본은 아시아 근대화의 선두주자였다. 그가 본 일본의 모습은 근대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한일 강제병합 이전까지 그는 여러 계몽운동과 실력 양성운동을 펼쳤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망망한 우주에 인종이 허다하거늘

이 나라 이 시대에 이 몸이 태어났단 말이냐?

우리 2천만 동포를 어찌 차마 바라보랴!

하루아침에 타는 불가마 속의 물고기 신세 된 것을


강제병합이 이루어진 뒤 그는 복잡한 심경을 시로 표현했다. '인종'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불가마 속의 물고기라... 결과적으로 본인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셈이기도 한 것 같다.


그의 이력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은 것 때문이다. 작위를 받은 고관 대작이 해외로 망명을 결행함으로써 일제의 강제병합의 합법성을 반증하는 것이겠으나 그럼에도 그가 작위를 받은 것에 대해서 정당성이 부여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1919년 그는 아들인 김의한과 상해로 떠난다. 

연로하신 시아버님을 모시고자 하는 소박한 뜻에서 물불을 안 가리고 뛰어든 상해는 임시정부 정청에 나가 일선에서 직접 일을 하진 않더라도 나는 이미 그 현장의 일원이 되었다. 단신으로 서울을 떠난 것은 망명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했으며, 웃어른을 모신다는 것은 곧 일종의 독립운동을 의미하기도 했다. 

정정화는 상해로 떠난 시아버지와 남편을 찾아 망명길에 올랐다(정정화의 용단이 대단하다). 개인적인 동기에서 떠난 일은 민족을 위한 독립운동의 길이 되었다. 그는 시아버지인 동농 김가진이 3년 만에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남편인 김의한과 중국 땅에 남아 임시정부의 여정을 같이 했다. 



나 무릉도원 찾은 것 아니요 포악한 세상 피해 여기 왔노라.

팔순의 늙은 몸을 털끝처럼 가벼이 여기고서

동아의 평화는 씻은 듯 사라졌고

청구의 우리 강토 살기가 하늘 끝에 닿는다.


(...)


죽기를 각오한 우리 국민, 오직 혈전이 있을 뿐

어찌 백만의 군대라 겁을 내리오.


이는 상해에 도착한 이듬해 지은 시로 그가 소망하던 자주독립과 동양평화에 대한 소망이 수포로 돌아간 것에 대한 회한과 마지막에는 일제에 대한 전투적 자세까지 엿보인다. 이로써 그가 일본(에 대한 희망)과 완전히 결별했다고 느껴진다.



동농 김가진 전집에는 그의 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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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1-30 1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가진 이분은 처음들어보네요 ㅋ 덕분에 또 배우고 갑니다~!

화가님을 20년전에 알았더라면 한국사 100점을 받았을텐데 ^^

거리의화가 2022-11-30 11:32   좋아요 2 | URL
김가진 선생은 저도 기계적으로만 외웠던 분이었습니다. 한일병합 이전에 그의 이력도 제대로 파헤쳐본 적이 없었네요^^; 저도 이렇게 책을 읽어가며 배워나가고 있는 학생에 불과합니다ㅋㅋ
20년 전에는 제가 공부를 열심히 안할때라^^;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새파랑님.

mini74 2022-11-30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작스런 추위에도 이렇게 옹그라드는데 ㅠㅠ 추위와 굶주림과 목숨의 위태로움에도 견딜 수 있게 한 건 무엇인지 마음이 ㅠㅠ 저도 화가님덕에 한 분 더 알아갑니다.

거리의화가 2022-11-30 14:55   좋아요 2 | URL
그쵸. 저도 어떻게 그런 결행을 하실 수 있는건지 생각할수록 어렵다 싶습니다. 정정화님의 <장강일기> 완독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꼭 읽어봐야겠어요^^ 미니님 감사합니다.

희선 2022-12-01 0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그때 여러 가지 일을 한 사람이 많을 텐데, 아는 사람은 얼마 안 되는군요 일본한테 작위를 받은 건, 아쉬운 일입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아니 그렇다 해도 독립운동을 했다니 그런 점은 좋게 봐야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2-01 09:17   좋아요 1 | URL
독립운동에 가담한 분들 중 아는 이름보다는 모르는 이름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여전히 발굴되어야할 분들도 많죠^^;
그때 당시 고위층에 있었던 이들 중 작위를 거부한 사람은 몇 없는 걸로 압니다. 아쉬운 일이죠.
 

3부 이주와 소속감

- 다섯 가지 이주 체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유럽과 유럽 식민지들을 이어 준 대서양 이주 체계: 15세기 초 ~ 1950년대 중반
아프리카 노예 대서양 이주 체계: 1440~1870
영국 제국 혹은 여타 유럽 제국들, 미국의 식민지 투자자들의 권력 관계 틀에서 진행된 아시아 자유민 혹은 계약 노동자들의 이주 체계 ->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태평양 횡단 이주 체계
유럽 쪽 러시아 내에서 진행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 카스피해와 남부 시베리아 지역에의 정주, 북아메리카로의 소규모 이주, 서유럽으로부터의 이입 이주로 구성된 러시아 시베리아 이주 체계
북중국에서 진행된 만주로의 이주 체계: 1920~1930

1장 장기 지속의 관점
이주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은 계급적 이해관계에 따른 투쟁, 인종화와 저항, ‘인간의 조건’에 대한 사고방식의 재정립

국가는 19세기와 그 이전 시대에서는 유용한 분석 단위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19세기 말과 특히 20세기의첫 20년 동안 여권이 도입되고 인종적 특징에 따라 배타적 정책도 쓸 수 있게되어 이주민의 출입국과 관련된 장치를 마련하거나 이주 제도를 수립하는 데서 국가의 역할이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 P493

전 세계에 걸친 이주의 관점에서 보면 철도와 항구도시들이 연결되고1870년대에 증기선이 도입된 것이 여행의 속도를 높이고 이주민도 크게 늘어나게 한 요인이었다. 물론 인구 증가의 면에서 보면 이주율이 반드시 높아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운송수단과 통신수단의 발달도 유럽으로부터의 집단적 이출 이주, 아메리카에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귀환 이주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집단 이주‘가 시작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 주로 영국 제국이 부과한 일시적 속박 노동제 또한 인도양과 대농장 지대로 향한 프롤레타리아집단 이주를 급속히 증가시킨 요인이었다. 1800년대 초부터 1860년대까지 유럽의 농노제가 폐지되고 1880년대까지는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제가 폐지된것도 이동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었으나, 이 경우에는 피부색이 제약으로 작용했다. 유럽의 백인들은 유럽 내에서 움직이는 지역적 이주, 대서양 횡단 이주,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이주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나,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은 아메리카 대륙 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곳에서 인구가 증가한 것도 사람들이 ‘자유로운 곳, 다시 말해 인구 밀도가낮은 곳과 그보다도 임금노동이 가능한 곳을 찾아 나서게 만들었다. 동아시 - P527

아에서는 동일한 이주의 개연성이 대규모 집단 이주의 결과로도 나타났다. 반면에 아프리카인 이주는 대부분 유럽 식민주의 국가와 투자자 혹은 그 직원들에 의해 제약을 받거나 통제받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었다. - P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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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대 신채호의 '텍스트'와 민중

'민중'이라는 단어는 1920년대 이후 통용되기 시작

1920년대 신채호의 사상에서 '민중'이 가진 의의는 사상적 의미가 아니라 텍스트의 장르적 차이의 구분(비학술적 글쓰기와 학술적 글쓰기)을 드러내는 지표




· 이기백 역사학의 민족과 민중-자유 개념의 변주와 역사의 종언

이 제 민족의 세계는 틀림없이 인간에 의해 창출된 것이기 때문에(이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의심할 여지 없는 근본원리이다), 그 양태는 우리 자신의 인간 정신 변화 양태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인간은 <있어야 했고, 있어야 하고, 있을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든 자 자신이 스스로 말하는 것만큼 정확한 역사는 없다.


이러한 모든 것을 행하는 것은 결국 정신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지성으로 그런 것을 행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행하는 것은 운명이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선택을 바탕으로 하여 그런 것을 행하기 때문이다. 또 우연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항상 그렇게 행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는 영원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 잠바티스타 비코 『새로운 학문』, 동문선

-> 비코의 사상에는 치밀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당시 물리과학이 최고라고 자부하던 시대에 역사학이야말로 진리에 근접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실재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이기백은 1941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3년간 수학하며 역사주의 이론에 관한 다양한 저작을 만났다. 이 중 그에게 영향을 준 철학가는 랑케, 헤겔, 마이네케였다. 그들의 저작을 읽으며 세계사란 자유를 향하여 발전하는 것이고, 그 발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사실은 시대적 상황 안에서 상대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정리한다.



이기백은 민족에 신비성을 덧입히는 것을 경계하며 민족성을 역사적 과정에서 재고찰했다. '민족'을 한국사에 대입하면 그 중심에는 '민중'이 있었다고 정의한다.


그의 대표작인 <한국사신론>에서 그는 '지배 세력의 변화'에 따라 시대 구분을 나누었다. 개정이 됨에 따라 초반에 시대적 구분에 딱 들어맞지 않았던 측면을 수정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목차 >

1. 한국사의 새로운 이해

2. 원시공동체의 사회

3. 성읍국가와 연맹왕국

4. 중앙집권적 귀족국가의 발전

5. 전제왕권의 성립

6. 호족의 시대

7. 문벌귀족의 사회

8. 무인정권

9. 신흥사대부의 등장

10. 양반사회의 성립

11. 사림세력의 등장

12. 광작농민과 도고상인의 성장

13. 중인층의 대두와 농민의 반란

14. 개화세력의 성장

15. 민족국가의 태동과 제국주의의 침략

16. 민족운동의 발전

17. 민주주의의 성장

18. 한국사의 발전과 지배세력


하지만 역사적으로 소수의 집권자였던 지배 세력 중심의 한국사적 시대 구분은 절대 다수인 민중을 역사 무대에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또 민중이 전면에 나서서 역사를 바꾼 경험은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나타나는데 이전의 역사는 그럼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은 보이지 않는다. 

헤겔은 국가의 완성을 역사의 마지막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1987년 6월 혁명으로 한국 민중은 자유민주주의 완성 목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역사가 멈춘다면 민중의 의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 주체 사관에서 인민과 민족의 자리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유럽 중심)의 아시아 인식은 식민주의 역사학과 친화성을 지녔다. 백남운의 《조선사회경제사는 한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이 반식민주의 역사학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보았다. 식민주의 역사학인 정체성과 타율성론을 비판하고 세계사의 보편적 발전법칙이 한국사에서도 보인다는 것이다. 

백남운은 조선 민족은 특수한 전통을 지니지 않고 일반적 인간일 뿐이라 밝혔다(하지만 백남운의 주장은 마르크스주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백남운의 역사학은 민족이라는 근대 역사학의 전제를 옹호했다. 

1930년대 이병도의 실증사학이 해방 후 남한의 역사학의 토대가 되었다면, 백남운의 실증 사학은 북한의 역사학의 토대가 된다. 




민족주의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대립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은 '사회주의적 애국주의' 강조로 나타났다. 북한의 역사학은 '당성' 및 '역사주의' 원칙에 대한 강조로 사회주의와 민족주의를 양립시키려 하였다.


1980년대 형성된 북한의 주체사관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결제 결정론과 계급투쟁 사관을 비판하고 인민대중을 역사의 주체로 삼았다. 둘째, 인민대중은 당과 수령의 영도를 통해서만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셋째, 민족주의가 더욱 강력한 형태로 다시 살아났다.


그 문제의식이란 신채호의 역사연구가 독립운동의 일환임을 지나치게 의식한 점, 그리고 그의 사상을 단일한 것으로 전제하는 태도, 또는 사상의 변화를 동시적이고 전면적이며 발전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인식 등을 포괄한다. 이런 점을 좀 더 일반화하면, 각각은 ‘학문의 실천성‘, ‘주체의 동일성‘ 및 ‘총체적인 발전 구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 P298

"민족에 대한 사랑과 진리에 대한 믿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라는 이기백 역사학을 상징하는 유명한 구절은 그의 민족주의적 입장 및 종교적 믿음을 잘 보여주지만, 여기에는 양자를 매개하는 논리로서 ‘민족=역사를 만들어가는 인간‘과 ‘진리=일관된 신의 섭리로서의 보편성‘을 등치시키는 역사주의의 발상이 존재한다. 또한 이기백은 실증을 "역사학의 기초조건‘으로 중시하면서도 이를 ‘실증사학‘과 동일시하지는 않았다. 자연과학에 가까운 실증이 곧바로 역사학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기백은 만약 실증주의가 역사학 그 자체로 치환된다면 "역사학은 학문이기를 그만두고 취미로 전락해버리고" 만다고 경고한다. - P317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체이고 그러한 인민은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국경을 넘어 동시대 비판적 역사학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그렇다면 주체사관의 고유한 특징은 혈통적 민족 개념을 도입하고 민족 자주성을 지키려는 면면한 투쟁을 강조함으로써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반식민주의 역사학이라는 북한 역사학의 원점이자 근대 역사학의 하나의 모습이었다. 주체사관을 주변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과 역사주의 실증사학의 흐름 속에 자리매김해야 하는 이유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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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9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딩 때 신채호의 조선사 연구 저서 읽으려고 드문드문 쓰여진 한자 찾기 위해 옥편 전자 사전을 광클 검색했었네요.


거리의화가 2022-11-29 11:34   좋아요 1 | URL
예전 책들은 국한문 혼용인 경우가 많아서 옥편 찾기는 필수죠^^ 근데 고딩 때 그 책을 읽으셨어요? 개인적으로 읽으신 거겠죠? 저희 학교에서는 국사 시간에 그저 외우라고 닦달하기만 했습니다ㅠ 역사 관련 소설도 좀 읽고 저서도 읽고 그랬으면 더 재미나게 배웠을텐데 말이죠.

mini74 2022-11-29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남운, 역사교과서에서 정말 짧은 문장으로 만났던 기억이 나요. 언젠가 읽어보고 싶단 책이 보입니다. 지배세력으로 시대를 구분한 한국사신론 궁금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30 10:14   좋아요 1 | URL
저도 백남운 그냥 외웠던 걸로 기억해요. 그의 저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사신론은 한국통사의 고전 중 한 권입니다. 참 오래된 책인데 여전히 팔리는 걸 보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