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삶의 무상함과 정의
자신이 죽을 날이 언제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는 ‘추론한다’고 썼다.
죽게 되면 평평하게 된다는 것에 묘하게 위로가 된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말은 귀여운 푸념이지만 공감가지 않나?

I reason, Earth is short-

I reason, Earth is short-
And Anguish-absolute -
And many hurt,
But, what of that?

I reason, we could die-
The best Vitality
Cannot excel Decay,
But, what of that?

I reason, that in Heaven -
Somehow, it will be even-
Some new Equation, given-
But, what of that?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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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탈산업 시대 산업유산의 역사화 1]
‘산업혁명의 요람’ 아이언브리지 세계유산의 박물관화에 관한 연구

아이언브리지 산업유산의 가치는 ‘산업혁명’과 ‘산업화’보다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있다.

아이언브리지 협곡은 1986년 영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산업유산이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인 것이다. 선정된 이유는 산업화의 초기 역사를 보여준다는 것 때문이었다.

18세기 산업화의 발상지였으나 19세기 중반 이른 쇠퇴를 경험한 이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된 계기는 1950년대 산업고고학의 등장이었다.
산업고고학이란 용어는 1955년 버밍엄의 아마추어 역사가 릭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산업적 과거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산업시대의 건축물과 인공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된다. 현재 산업고고학은 과거의 물질생활과 문화를 탐구하는 고고학의 한 분야로 정착했다.
릭스가 창안한 산업고고학에서 주된 발굴 대상이 되었던 곳이 아이언브리지 협곡이었다. - P111

초기 산업혁명의 중심지였으나 산업 중심지 이동으로 폐허로 버려졌던 이 지역은 뉴타운 개발이라는 기회와 산업고고학의 관심이 만나면서 본격적인 개발의 대상이 되었고 산업유산으로 재생되었던 것이다. - P113

1980년대 중반은 마거릿 대처 집권기로 영국에서 ‘유산산업‘이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였다. 문화유산과 역사유산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공고화하려는 시도는 노조 탄압, 파업 분쇄와 나란히 진행된 과정이었다. 따라서 아이언브리지 지역이 1986년 산업유산으로 처음 세계 유산에 등재된 이유는 초기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라는 역사적 거리뿐만 아니라 노사갈등으로부터의 사회적 거리가 작용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 P118

코라클 역사의 발굴과 전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요구하는 지역주민의 관점을 반영하는 유산화의 사례이며, 기술혁신의 기념비 아이언브리지의 이면과 명암을 조명하는 새로운 기억이 접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 P123

블리스츠힐 빅토리안 타운은 원래 있던 마을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건물을 옮겨와 짜깁기식으로 구성한 ‘페이크타운’인 것이다. - P124

블리스츠힐 빅토리안 타운의 진본성은 페이크 타운이라는 사실을 3인칭 해설자도 관람자도 인지한 위에서 벌이는 ‘상상의 놀이’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리스츠힐의 특이한 점은 교육적 목적의 역할 놀이와 쇼핑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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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
스스로를 별볼 일 없어하지만 소수의 지인들과 삶의 가치관을 교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대중 앞에 나서서 선전(!)하며 스스로를 내세우고 포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남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 소문 내기 좋아하는 이들을 ‘개구리’에 비유하다니 재밌다.

I‘m Nobody! Who are you?

I‘m Nobody! Who are you?
Are you-Nobody-too?
Then there‘s a pair of us!
Don‘t tell! they‘d advertise-you know!

How dreary-to be-Somebody!
How public-like a Frog-
To tell one‘s name-the livelong June -
To an admiring Bog!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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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2-19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livelong June‘도 재미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12-20 09:24   좋아요 2 | URL
단어 선정이 진짜 기가 막힙니다.

서곡 2022-12-20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ㅎ 어드마이어링 보그도요 ㅋ
 

5부 조지엘리엇의 소설에 타난 감금과 의식

13장 상실감이 빚은 예민함
조지 엘리엇의 숨겨진 비전

내가 쓰려고 하지 않았던가면이, 마치 서리로 만든 가면인 양내 얼굴을 덮는다.
내다보는 눈들,
노래의 핵심에는 침묵을 갈망하고.
데니즈 레버토프- - P768

19세기 중반의 여성 작가들은 천사 같은 순종과 괴물 같은 자기주장이라는 쌍둥이 같은 유혹에 붙잡혀 있는 가운데 남성 지배 문화에서 문제적인 여성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그들은 모두 오스틴, 울스턴크래프트, 메리 셸리, 브론테의 열렬한 독자였기 때문에 여성의 하위문화에 의식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이름을 들자면 영국의 조지 엘리엇과 크리스티나 로세티, 이탈리아의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미국의 에밀리 디킨슨과 해리엇 비처 스토가 있는데, 이들 사이에 감지되는끈끈한 유대를 설명해주는 것은 바로 여성의 하위문화다. - P769

엘리엇은 사실상 ‘반은 여성적이고반은 유령 같은’ 래티머의 무력감, 침묵, 이인자 자리, 약한 몸, 상처받은 영혼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자신의 예술과 젠더에 대한 태도를 의미심장하게 드러낸다. - P776

본질적으로 여성적인 래티머의 특질은(예민함, 연약한 신체, 가족 내의 이인자 자리, 박탈, 수동성, 사랑받고 싶은 강렬한 욕구는 사실상 그가 시인이 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고통의 원인이 된다. 시를 쓰는 재능은 받았지만 창조력은 부인당한 래티머는 예술가의 지위를 거부당한 여성들이 따라야 했던전통적인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 P778

도를 넘는 과학자, 기이한 몽상가, 생명 재생 실험, 유죄로 판명된 반항 등의 주제는 모두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이 - P787

는 「벗겨진 베일」을 통해 알 수 있듯, 비상과 추락에 대한 성적으로 젠더화된 두려움, 치명적인 것으로 묘사한 문화적 소외 때문에 조지 엘리엇이 자신과 추락한 사탄의 실패한 열망을 동일시한다는 인상을 더 강화시킨다. - P788

샬럿브론테의 소설은 「벗겨진 베일」의 집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브론테 - P798

의 소설은 엘리엇에게 여성으로 확인된 여성과 여성 혐오자 사이에서 엘리엇이 경험했던 자기 분열을 극화하도록 허락하고있기 때문이다. 샬럿 브론테는 미친 여자를 통해 그녀의 분노는 자신과 자신의 유순한 분신에게서 사랑을 빼앗아간 남성적권력의 상징을 찢고 불태우고 파괴한다) 메리 셸리와 에밀리브론테의 인물들이 경험하는 자기 분열과 살인적인 물질성, 섹슈얼리티로의 추락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엘리엇은 분노에 찬미친 여자를 ‘사‘로 명명함으로써 「벗겨진 베일」이 여성의 복수 시도에 관한 이야기임을 제시한다. - P799

엘리엇은 여성적 고딕의 전통을 전개하면서도 수정하고 있다. 브론테는 여성들이 고통스러운 자아분열을 치유할 방법을 탐색하지만, 엘리엇은 분열된 자아란 단지 폭발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 P802

열려 있거나 닫혀 있는 문과 달리, 베일은 항상 잠재적으로 열려 있고 닫혀 있다. 베일은 구별되는 두 영역(현상과 실체, 문화와 자연,
두 가지 의식, 삶과 죽음, 공적인 외관과 사적인 실제, 의식적충동과 무의식적 충동,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등)을 분리한다. - P808

엘리엇은 가정에서 전통적인 여성의 자리를 유리하게 이용해 공적인 태도 뒤에 가려져 있는 사적인 연약성을 폭로하며 남성적 신화를 반박하는데,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라면 엘리엇의 이런 방식을 전형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리얼리즘이 박탈당한 자의 정직성과 동일시되고있지만, 그것은 자기 포기와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인생을 바라보기, 덜 호의적인 시각에서는 하찮아 보일 수 있는 것의 의미를 식별하기와) 관련될 수도 있다. 다만 「벗겨진 베일」이 암시하듯 그런 통찰력은 자아를 약화시키고, 자아를 인간의 하찮은 편협성에 빠뜨리며, 주변 영혼들의 비밀스러운 부패로 자아를 오염시키고, 모순되는 욕구와 시각의 경험으로 자아를 마비시킬 수 있다. - P817

엘리엇은 꽤 최근까지 거의 전적으로 남성 문학사의 차원에서만 주목받았지만, 「벗겨진 베일」은 그녀가 강력한 여성 전통의 일부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여성 작가들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자의식, 남성적 문학 관습에 대한 비판, 예지력과영적 교감 능력에 대한 관심, 감금 이미지, 파편화에 대한 정신분열적인 인식, 자기혐오, 에밀리 디킨슨이 그녀의 ‘가려진 비전‘이라 불렀던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전통에 엘리엇을 자리매김해준다. - P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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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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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매장시키는 건 너무나 우습다. 결론이 있고 그것에 사실들을 꿰맞추어나간다. 시류에 편승하여 발을 빼는 사람들. 대중 언론에만 눈과 귀가 열려 있는 사람들. 소수 언론은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들.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보도를 내보내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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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2-19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시무시한 소설이죠!!

거리의화가 2022-12-20 09:15   좋아요 1 | URL
괭님도 읽어보신 책이군요. 최근 저자의 책을 찾아보다가 이 책이 대표작이기에 읽어보았는데... 여러 모로 한국근현대사에서 치안 유지라는 명목 하에 억울하게 끌려간 이들이 생각나더군요. 그냥 죄를 뒤집어씌우고 사람 하나 잡아 가두는 건 일도 아니었겠다 싶은 것이.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12-19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론이 사실 보도에 집중해야 하는데
아예 뉴스를 만드는 플레이어가 된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게 된
시절이 하 수상하기만 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2-20 09:18   좋아요 0 | URL
요즘은 SNS 뉴스가 근거 없는 유포를 만들어내는 온상이 되기도 하죠. 자극적인 제목과 선정적인 사진 선택으로 이목을 끌어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겠지만 대표 언론들이 정권 나팔수처럼 흘러가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