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의 인질이 된 왕자 이인. 여불위가 그를 알아 보고 투자한다. 여불위가 진나라로 들어가 화양부인의 언니를 통해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만난다. 이인의 현 상황을 들은 뒤 이인을 적자로 세워달라는 여불위의 부탁에 승낙한다는 편지와 부절을 안고 여불위가 조나라로 되돌아간다.

"네 할아비가 잔학무도 자주 군사를 일으켜 우리 국경을 침범했다.
그러다가 이제 네놈이 우리 포로가 되었으니 무슨 할말이 있느냐?"
조왕은 호위무사에게 이인을 끌고 나가 참수하라고 했다. 그때 인상여가 황급히 제지하며 말했다.
"불가합니다! 지금 진나라는 강국입니다. 만약 이자를 참수하면 진나라와 조나라의 사이는 더 크게 나빠집니다. 이후 저들이 군사를 동원하여 공격해오면 우리 조나라는 아마도 편안한 날이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이곳에 인질로 잡아두는 편이 더 좋을 듯합니다. 그럼 진나라는 감히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니 이제 조나라는 무사태평한 날을보낼 수 있습니다."
조왕이 말했다.
"옳은 말씀이오." - P63

대왕께서 이인을 긍휼히여기시고 은혜를 베풀어주시면 뒷날 귀국하여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진과 조 두 나라는 서로 우호를 맺고 천년 동안 골육지친으로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왕께서 이인을 가두어두고 돌려보내지 않으신다면 대왕께 화씨지벽(和氏之)이라는 보물이 있다 해도 그 엄청난 원한을 푸실 수 없을 것입니다. - P66

"장사를 하면 마음이 수고롭고, 농사를 지으면 몸이 고되지만, 그 이익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진나라 왕손 이인의 관상을 보니 후덕하고 우아하여 나중에 틀림없이 아주 귀하게 될 듯합니다. 지금 이곳에인질로 잡혀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나라 근신들에게 천금의 뇌물을 주고 귀국시켜 장차 부귀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이 일로 무궁무진한 이문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 P69

"지금 마마의 빈한함이 이와 같으니, 빈객과 교분을 맺기 위해 예물도 보내실 수 없습니다. 비록 제가 가난하지만 집안의 재산으로 천금을마련하여 마마와 함께 서쪽 진나라로 가서 태자마마와 화양부인 마마를 섬기고자 합니다. 일의 전말을 자세히 말씀드리고 마마의 충애심을아뢰겠습니다. 그럼 아마도 태자마마와 화양부인 마마께서는 틀림없이기뻐하시며 마마를 적자로 삼으실 것이고, 이후 진나라로 귀국하실 수만 있다면 반드시 태자가 되실 것입니다. 저의 계책이 어떠합니까?" - P74

밤낮없이 귀국을 생각하면서 끝도없이 방황합니다.
부모님을 우러러 그리워하지만 꿈속에서나 뵐 수 있을 뿐입니다. 반걸음을 걸으면서도 잊지 못하고 밥 한 술 뜨면서도 세 번이나 탄식합니다. 지금 제 마음을 여불위에게 실어 보내 보옥과 함께 부모님께 바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제 마음은 지금 부모님의 슬하에 가 있는 듯합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은 여씨가 자세히 말씀드릴 것입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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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절라 데이비스: 1944년 출생으로 1960년대 미 공산당 리더, 블랙팬서당과 협력하는 등 다양한 정치적 활동을 했다. 1980년대에는 미 공산당 부통령 후보로 나서기까지 했다고. 흑인 페미니스트이자 레즈비언이었고 1970년대에는 법정 무장 점거 사건으로 투옥된 경험도 갖고 있다.

블랙팬서당: 1966년 설립된 미국 마르크스 레닌주의 공산당이자 혁명 사회 무장 단체
처음에는 흑인 민족주의를 표방하였다고 하나 중국 방문 이후 마르크스 레닌주의 공산당으로 변모하였고 미 전역 도시에 여러 지부가 생겼음

허버트 마르쿠제 (20세기 철학자): 대륙철학, 마르크스주의, 신좌파
-> 앤절라 데이비스의 지도교수


우선 해제 부분만 읽었다.




평등을 논하는 공산주의와 인종차별 철폐 논의는 병치가 어렵다 라는 정희진의 말에 동감한다.

젠더는 특정한 시공간에서 계급과 인종, 지역, 종교ㅡ, 연령, 성정체성 등 다른 사회적 모순과 교직(交織)된다. 여성주의자는 이 과정에서 젠더를 가시화하기도 하고, 젠더가 어떻게 다른 사회적 모순을 은폐하는 부정의한 현실에 동원되는지를 밝혀내기도 한다. 그래서 젠더 권력관계는 유동적이고 페미니즘은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복합적 권력의 성격을 매 순간 고민해야 하는 상황적 지식(situated knowledge)이다. - P16

페미니즘은 기존의 방식을 비판하고 차이를 드러낸다. 남성중심적 보편성이든, 백인 여성중심의 보편성이든 모든 보편성은 차이를 드러내야만 해체된다. - P20

흑인 페미니즘의 의의는 여성이 (인종 뿐 아니라)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여성주의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음을, 여성 간의 차이를 드러냄으로써 여성주의가 멈추지 않는 사유임을 보여준 데에 있다. (...)
페미니즘은 언제나 이론과 현실에 차이가 있다. - P22

흑인 남성은 백인 경찰에게 이유 없이 구타당한다. 흑인 여성은 그런 흑인 남성에게 가정에서 구타당하지만 백인 경찰에게 신고하기를 두려워한다. 이때 백인 여성은 흑인 여성을 구해주는 역할을 하는가? 백인 여성도 백인 남성에게 폭력을 당하고, 가난한 백인 여성도 너무 많다. 자매애나 연대는 쉽지 않다. - P23

강간은 성별 권력 관계의 산물이지만,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는 이를 남성들 간의 힘의 대결로 만든다. 여성의 몸을 남성들의 대리 전쟁터(battle ground)로 만든다.

근대 서구 문화는 자신들이 ‘데려온‘ 흑인 남성을 동물로 여겼고, 오리엔탈리즘의 젠더화에 의해 동양인 남성은 여성화시켰다. 성욕을 주체할 수 없는 동물의 이미지를 흑인 남성에게 뒤집어씌웠다. - P25

강간은 문명의 역사와 함께해온 젠더 문제지 독점자본주의가 원인은 아니다. 이 책의 전반적 ‘정서‘가 흑인 페미니스트의 입장이라기보다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 여성주의자의 입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 P26

성차별이나 인종주의는 지배 세력이 정한 규정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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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01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인용해주신 문장들 읽는데 막 가슴이 불타오르는 것 같아요. 이번 달 도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빠샤!!

거리의화가 2023-02-01 11:38   좋아요 1 | URL
저도 정희진 선생님의 말에 구구절절 공감하며 읽었어요. 특히 저는 23페이지 문장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40년도 더 된 책이지만 목차 보니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다락방님도 읽기 응원합니다^^

건수하 2023-02-01 1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1일에 첫 테이프 끊어주셨네요! 👍

거리의화가 2023-02-01 11:39   좋아요 1 | URL
수하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어볼게요!

청아 2023-02-01 1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달은 초반에 완독을 목표로 달리겠습니다!!
화가님 <카스트>땡투,담아갑니다*^^*

거리의화가 2023-02-01 11:40   좋아요 3 | URL
저도 초반 완독하려고 일찍 읽기 시작했어요. 미미님도 초반 완독 응원!ㅎㅎ
위에 올려둔 책들은 정희진 선생님께서 언급하신 책들이에요. 해제 읽어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카스트>는 저도 예전에 보관함에 담아둔 책이었던 것 같더군요^^;

독서괭 2023-02-01 14: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역시 모범생 화가님, 벌써 시작을! 저 <빌러비드> 참 좋아하는데 반갑습니당 ㅎ

거리의화가 2023-02-01 14:34   좋아요 1 | URL
와~ 괭님 <빌러비드>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이름이 자꾸 안 붙어서 <빌러버드>라고 하네요ㅠㅠ
이달부터 시작하시는 <제2의 성> 읽기 응원하겠습니다!ㅎㅎㅎ

2023-02-02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2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乙巳】五十九年秦伐韓取陽城負黍斬首四萬伐趙取二十餘縣斬首九萬赧王恐倍(背)秦與諸侯約從欲伐秦秦使將軍樛攻西周赧王入秦頓首受罪盡獻其邑三十六口三萬秦受其獻而歸赧王於周是歲赧王崩

○ 先是東西周分治赧王徙都西周盖以微弱不能主盟會武公依焉

東周君

東周自考王封其弟于河南是爲桓公以續周公官職桓公卒子威公立威公卒子惠公立惠公乃封其少子於鞏以奉王號東周惠公

南宮氏靖一曰周自武王至東周君滅而始亡此實錄也後有秉春秋之筆者盍從而改諸

【丙午】元年周民東亡秦取其寶器遷西周公於憚狐聚

○ 秦丞相范雎免

【丁未】二年秦伐魏取吳城

○ 韓王入朝於秦

【庚戌】五年秋秦昭襄王薨子孝文王柱立

○ 趙公子勝卒

【辛亥】六年十月秦王柱卽位三日薨子楚立是爲莊襄王



하->은에 이어 주나라 시기는 서주 시기와 동주 시기로 나뉜다. 평왕에 이어서 난왕에 이르는 시기를 동주 시기라고 부른다.
자치통감은 난왕이 죽으면서 사실상 주나라 전체의 시기가 끝났다고 보아서 주나라 역사는 거기까지만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통감절요는 이와는 해석을 달리 하여 동주 시기 중 고왕에서부터 분기하여 문왕에 이르는 시기를 서주군으로 보고 혜왕 때 둘째 아들에게 봉해준 땅에서 분기하여 이르는 시기를 동주군으로 보았다.
이 동주군에 대한 시기까지 포함하여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니까 동주 시기를 통틀어 이야기한다면 도읍을 총 세 차례 옮겨다닐 정도로 주나라 왕실의 힘은 미약했다고 볼 수 있다.
진시황이 동주군까지 멸망시키고 통일을 한 것은 동주군 7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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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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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반드시 읽겠다 생각한 계기가 딱히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세기 최고의 문학 작품이라는데 언젠간 읽어야 하나 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고 책장 한 켠에 모아두고 있던 시리즈가 아까워서 더는 방치 말고 읽어보자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친구분들이 재독을 하신다기에 이 기회에 1독은 해보아야겠다 결심하게 되었다.

책을 꺼냈다 놀랐다. 얼마나 오래 되었으면 책 종이가 누렇게 될 정도였다. 내지에는 읽은 흔적도 있는데 전혀 기억에 없는 걸 보면 처음 읽었을 때는 내게 남은 것이 전혀 없었던 게 분명하다.

프루스트 문체의 특성이 만연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문학 작품 읽기에 늘 자신이 없는 터라 이 작품을 이해나 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화자는 엄마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강하다는 느낌이다. 만연체의 문장은 읽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만 묘사력이 돋보인다. 다만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재능과 특이함에 대한 생각, 상대에게 끌리는 마법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인지 근사하게 그려냈다.
레오니 아주머니의 죽음은 화자에게도 충격을 주었겠지만 나에게도 슬픔이었다. 주변을 정리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그를 보면서 죽음은 어떠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호한 문장들, 구체성 없는 장면들은 때론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화자가 사랑을 느꼈던 소녀와의 강렬한 감정 뒤 어느 거리에서 또 다시 느꼈던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나라로부터 나그네가 보내 주는 꽃다발처럼, 아주 오래전에 내가 지나온 봄날 꽃향기를 그대 젊음에서 맡게 해 주게나. 앵초, 민들레, 금잔화와 함께 오게나. 발자크의 식물군에 나오는, 순수한사랑의 꽃다발을 만든 꿩의비름과 함께 와 주게나. 부활절 아침의꽃 데이지와 함께 오게나. 그리고 부활절의 우박 섞인 마지막눈송이가 아직 녹지 않았을 때, 그대의 고모할머니 댁 오솔길에향기를 풍기기 시작한 정원의 불두화와 함께 와 주게나. 솔로제비몬 왕에게 어울리는 백합의 영광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제비꽃의 다채로운 빛깔과 함께 와 주게나. 특히 마지막 서리로 아직은 싸늘하지만, 오늘 아침부터 문에서 기다리는 두 마리 나비를 위해서 예루살렘의 첫 장미꽃을 피우려는 산들바람과함께 와 주게나." - P224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을 번데기로 감싸는 노년의 커다란 체념이었는데, 이런 체념은 오래 끌어 온 인생말년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 아주머니는 자신이 결코 스완을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결코 집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고통스럽게만 여겨지는 이 결정적인 칩거가, 같은 이유로 오히려 아주머니에게는 견디기 쉬웠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주머니가 나날이 확인할 수 있는 쇠진한 기력 탓에 어쩔 수 없이 부과된 칩거였는데도, 아주머니는 행동이나 움직임 각각을 피로나 고통으로 만들면서 자신의 무위나 고립, 침묵에 기력을 되찾아 주는 축복받은 휴식의 부드러움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 P252~253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정을 정리한다는 게 가능할까 생각한다. 군데 군데 구멍이 난 옷감처럼 밀도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무얼 말하는 것인지도 뚜렷하게 알지 못하겠는데... 결국 읽으면서 생각한 소감들을 이어붙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프루스트의 묘사력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 특히 풍경묘사!
묘사가 나올 때마다 눈을 감고 장면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려보았다. 이런 묘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생각했다. 나는 그 풍경들을 그려보며 혼란스러웠던 여행의 한 날이 기억났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방안은 겨우 책을 읽을 정도로 밝았고, 빛의 찬란함에 대한 감각은, 퀴르 거리에서 카뮈가 먼지 쌓인 상자를 두들기는 망치 소리로 느낄 수 있었는데(카뮈는 프랑수아즈를 통해 우리 아주머니가 ‘쉬고 계시지 않으니까‘ 소리를 내도 괜찮다는 연락을 받았다.)그 소리는 더운 날이면 더욱 낭랑하게 울려 퍼져서 대기 속으로 진홍색 행성들을 멀리 날려 보내는 듯했다. 또한 빛의 감각은 내 앞에서 여름 실내악을 연주하듯, 작은 음악회에서 연주하는 파리 떼가 윙윙거리는 연주 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실내악은 우연히 날씨 좋은 계절에 들으면 나중에 그 계절을 기억하게 되는 인간의 음악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빛의 감각을 환기한다. 파리 떼의 음악은 보다 필연적인 관계로 여름에 연결되어 있다. 화창한 날씨에 태어나 화창한 날씨와 더불어서만 다시 태어나는 이 음악은, 그런 나날의 본질을 함유하면서 우리 기억 속에 그 이미지를 일깨우는 동시에, 그런 나날이 돌아왔다는 것을, 실제로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음을 확인해 준다. - P151

나는 대지와 존재들을 분리하지 않았다. - P274

대지와 존재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저 말이 나는 1권 중 가장 기억에 남았다. 왜냐하면 풍경은 존재와 함께함으로써 자신의 기억 속에 박제되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화자의 저 말은 나도 동감했다. 기억 속의 풍경은 그럼으로써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켈트족의 신앙이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신앙에 따르면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은 어떤 열등한 존재나 동물,식물 혹은 무생물 속에 갇혀 있어, 우리가 우연히 나무 곁을 지나가거나, 그 영혼의 감옥인 물건을 손에 넣는 날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존재가 된다. 그러다 그날이 오면 영혼은 전율하고 우리를 부르며,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는 순간 마법이 풀린다고 한다. 우리 덕분에 해방된 영혼은 죽음을 정복하고, 우리와 더불어 살기 위해 돌아온다.
우리 과거도 마찬가지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헛된 일이며, 모든 지성의 노력도 불필요하다. 과거는 우리 지성의 영역 밖에,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리가 전혀 생각도 해 보지 못한 어떤 물질적 대상 안에 또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감각 안에 숨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에 달렸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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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1-31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죠! 잃시찾 1권, 문장들이 다시 되새기게 되요. 종탑과 정원 묘사는 탁월해요.
전 2권까지 읽어보고 리뷰 한꺼번에 쓸지 따로 쓸지 결정하려구요~~

거리의화가 2023-02-01 11:27   좋아요 2 | URL
저도 풍경 묘사 보면서 여행 때의 풍경이 여전히 기억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레이스님은 어떻게 리뷰 써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새파랑 2023-01-31 2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1권 읽었던거 같긴 한데

솔직히 기억이 안납니다 ㅋ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1권 읽으셨으니 50퍼센트는 읽으신거네요 ^^

거리의화가 2023-02-01 11:2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시리즈 전체적으로 한 번 쭉 읽지 않으셨었나요? 암튼 1권을 읽기는 했으나 음... 겉핧기로만 읽은 듯해요ㅠㅠ 시작이 반이라는 말씀이 위로가 됩니다~ㅎㅎㅎ

청아 2023-01-31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화가님! 가장 어렵다는 1권 클리어 축하드려요!!
저도 재독하고 싶어집니다. 상황 봐서 뛰어들께요.
우선 12,13권 마저 읽고요.
프루스트는 표현과 묘사의 연금술사~^^♡

거리의화가 2023-02-01 11:31   좋아요 1 | URL
1권이 가장 어려웠군요. 뒤는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이야기니 희망적인데요ㅎㅎㅎ
묘사력은 정말 갑이라는 생각했습니다! 미미님이 재독하시면 저도 덩달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청아 2023-02-01 11:54   좋아요 1 | URL
네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근거 있더라구요. 작가들도 1권을 못넘는 경우 많대요. 뒤로 갈수록 완독 확률은 높아지는ㅋㅋㅋ뭐 그걸 떠나서 화가님은 끝을 보시리라 믿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2-01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종탑 묘사와 마들렌과 홍차를 마시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과 울타리 길을 따라 거닐며 집을 살피는?(누구 집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네요?ㅋㅋ) 풍경 묘사가 시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아름다웠던 느낌만 남고,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질 않네요?
이래서 다들 재독을 하는군요?^^
1 권 읽었다고, 2 권 들어가려 했는데, 화가님 글을 읽고 나니까 다시 1 권 집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까 햇살님 서재에서 본 비유!!!
수학 정석의 집합만 푸는 느낌이네요?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2-01 11:33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읽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작년에 나무님께서 써주신 글이 생각난 거에요. 그래서 읽어보고 쓰려니 더 좌절했어요ㅜㅜ 저는 도저히 그런 맛있는 글은 못쓸 것 같아서...ㅎㅎㅎ
그렇다고 안쓰자니 읽은 저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들어 간략하게 썼어요^^;
저도 문장은 아름답다 생각했고 묘사력 좋다 싶었으나 읽을수록 모호한것이...ㅠㅠ 뒤로 갈수록 나아지길 기대해봅니다.

희선 2023-02-01 0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 1권 나온 게 2012년이네요 책을 그때 샀다면 종이 색깔이 달라질 만하네요 1권 다 만났으니 앞으로도 죽 만나시겠네요 머리가 지끈거려도 다 읽고나면 뿌듯할 듯합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01 11:35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10년이 넘은 책이네요. 초반에 사긴 했을 겁니다. 2권은 전혀 읽은 흔적이 없고 책 상태도 께끗한 거 보면 시간이 좀 지나서 산 것 같고요ㅎㅎㅎ
1권을 읽고 모호했던 것이 뒷권들 읽어가면서 채워지면 좋겠습니다. 희선님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3-02-01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 글 넘 좋아요.
이 책 읽어 본 사람만이 같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공유~~
벅차네요^^
프루스트의 묘사력은 정말 뛰어나다고 저도 매번 느낍니다~~

거리의화가 2023-02-01 13:20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덕분에 결심하고 덕분에 잃시찾 1권을 무사히 읽었습니다. 저런 묘사력은 관찰력이 뛰어나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프루스트가 매의 눈을 가진듯!ㅎㅎㅎ 감사합니다. 2권도 잘 읽어볼게요*^^*

독서가 한량 심씨 2023-02-23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쓱 들어가 보려하는데, 완간 된 상태인가요?

거리의화가 2023-02-23 21:0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이 시리즈 완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얼마 전 완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한 이 달의 북결산이다.

이달부터 중국 역사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대사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춘추 시대를 마무리하고 전국시대까지 왔다. 작년에 중국철학사를 읽은 것이 역사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역사의 바탕이 되는 사상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에 이어 공자, 맹자를 1독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현재 통감절요를 읽고 있어서 춘추 전국시대 제후국들간에 벌어진 사건과 인물들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원문으로 읽기 중이라 완독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오늘까지 주나라 역사는 끝을 내었다.

그리고 <토지> 9, 10권을 읽었고 프루스트의 대표작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1권을 1회독했는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선물받았던 <가만한 당신 세 번째>도 완독하였다.




2월도 즐겁게 독서를 이어나가고 싶다. 아마도 <초한지>를 읽게 될 것 같고 <여성, 인종, 계급>,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권은 확실히 읽을 것이다. 나머지는 상황 봐서 읽게될 것 같다.



이 달에 시작이 좋지 않았다. 두 달 넘게 내 마음을 괴롭히던 문제가 있어서다. 상대는 나를 믿음으로 인도한다 종용했지만 나는 그 믿음이 강요로만 느껴졌다. 나는 불신하지 못하는 정체에 대해 손을 건네기는 어려운 유형의 인간이다. 상대는 몇 년간을 지속적으로 믿음을 종용했고 결국 참다 못한 나는, 아니 우리는 폭발했다.
우리라고 한 까닭은 나 뿐 아니라 옆지기에도 그것이 강요되었기 때문이고 이는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한동안 상대와 연락을 끊었다.

알 수 없는 무엇에 대해 기대고 믿음을 가진다는 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져지는 물성에 대해서도 두려움 가득한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나는 여전히 정말 답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없음을 느꼈다. 영원히 관계를 거부하고 말을 안하고 살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한동안 찜찜하고 불편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이를 타개해야겠지 생각했다.

만남 전 나는 그냥 일상적인 인사를 건네며 물꼬를 텄다. 그래서인지 대화는 별 문제 없었다. 싸울까봐 걱정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상대도 사건을 의식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별 탈 없이 만남을 마무리했다.
어쨌든 외면하지 않고 찾아가서 만난 것은 잘했다 생각했다.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면 어쩌나 하는 감정에 스트레스가 오긴 하지만...



2월, 몸도 마음도 평안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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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1-31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누가 화가님에게 도나기를! ㅎㅎㅎㅎ

거리의화가 2023-01-31 17:30   좋아요 0 | URL
하... 힘든 몇 개월이었습니다. 안 만날 수도 없는 사람이니 더 감정적으로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ㅠㅠ

라로 2023-01-31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직장에서 좀 스트레스 받았어요,, 그래서 방금 양창순 씨의 책을 샀다는,,^^;; 감정의 스트레스 안 받기는 어려운 것 같지만, 현명하게 잘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1-31 17:31   좋아요 0 | URL
설득 안되는 일임을 아는데 설득하려고 하니 참... 너무 난감하더라구요^^;
이걸 몇 년동안 당하다보니 지쳤던 것 같기도 하고요. 라로님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3-01-31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한지 이전 시대를 다룬
열국지도 기회가 되심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중국사는 통일 시기보다
군웅이 할거하던 난세가 더
재밌더군요.

거리의화가 2023-01-31 17:20   좋아요 0 | URL
집에 <동주 열국지>가 있더라구요. 교보에서 판매하던 올재 클래식스 동양 고전들을 사두길 잘했다 싶은데 안 그래도 후에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열의 시대가 재밌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니 말이죠^^

독서괭 2023-01-31 15: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전도를 당하셨나 봅니다;; 가까운 사람이 그러면 정말 난감할 듯요.
별탈 없이 만남을 마무리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젠 그 사람도 그만두겠죠?
평온한 2월 보내시길 빌어요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3-01-31 17:33   좋아요 2 | URL
그만두길 바라야죠. 헌데 몇 년동안 똑같은 걸로 설득을 당하다보니 나중엔 ‘하...‘ 이렇게 되더라구요ㅋㅋㅋ
상대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렇게 생각한 것 같은데 저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러니 진짜 답답한 거 있죠. 저는 아닌 건 아닌 사람인데... 흠.
괭님 응원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01-31 15: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국 역사나 철학에 대한 화가님의 내공이 엄청나네요. 계속 읽다보면 그 깊이가 끝이 없을 듯요.

믿음은 정말 내 마음이 가지 않고는 안되는 일이예요
억지로는 절대로 안되죠!
그분과 절연하지 않고 다시 관계를 이어나가시는 모습에 감동했어요^^

거리의화가 2023-01-31 17:26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엄청... 아닙니다^^; 이제 시작했는걸요. 세계사를 공부하니 중국 역사를 부분적으로만 알고 전체적으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공부에 욕심이 생기고 있는 중이에요^^ 어쨌든 현대사까지 한 번은 훓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상대가 한 번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일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 있거든요. 제가 그 당사자가 되다보니 참 힘들더라구요. 계속 만나야 하는 사람이니 어쩌겠습니까. 일단 이렇게 손을 건네는수밖에요. 설득이 참 어렵습니다^^;

은오 2023-01-31 2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누가 화가님 괴롭혔어!!!! 2월은 편안한 달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ㅠㅁㅠ💓

거리의화가 2023-02-01 11:44   좋아요 0 | URL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런 일에 대처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2월은 별탈 없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3-02-01 0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좋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 강요하면 안 될 텐데... 그것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으셨군요 거리의화가 님뿐 아니라 옆지기님도... 아주 끊을 수도 없는 사람이어서 힘드셨겠네요 앞으로는 그분이 거리의화가 님한테 강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분명하게 말해도 안 듣는 사람도 있지만, 그분은 들으시길...

거리의화가 님 새로운 달에도 만나고 싶은 책 만나고 공부도 죽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01 11:45   좋아요 1 | URL
맞아요. 끊을 수 있는 상대였다면 제가 이렇게 괴롭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정색을 했으니 아마도 같은 식으로 다시 이야기를 건넬 것 같지는 않습니다^^;
희선님 2월 힘차게 시작하시기길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