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도 시대마다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절대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우리 취향의 대상이란 것도 그 자체에는 절대적인 가치가 없으며, 모든 것이 시대와 계급의 문제인 일련의 유행으로 이루어지므로, 가장 저속한 유행도 가장 세련된 것으로 통하는 것 - P108

만큼이나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데트가 전람회 초대권을 얻는 일에 부여하는 중요성도, 그 자체로는 그가 전에웨일스 공 저택에서 오찬을 하면서 느꼈던 기쁨보다 더 우스꽝스럽진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몬테카를로*나리지**에 대한그녀의 찬미가, 자신이 좋아하는 네덜란드와 베르사유에 대한 취향만큼이나 - 그녀는 네덜란드를 더러운 곳으로 생각했고, 베르사유는 쓸쓸하다고 했다. - 엉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에 가는 것은그만두고 오로지 그녀를 위해서만, 그녀와 더불어서만 느끼고 좋아하기를 바란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즐거워했다. - P109

"전 항상 말하지만 소설이나 희곡에 대해서는 결코 논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각자 보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도 선생님께는 형편없어 보일 수 있으니까요."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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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옆지기가 집 근처에 조개찜 하는 곳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 그래?"


조개구이나 조개찜을 무척 좋아한다. 

생굴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쉬워서 외부에서는 꺼리게 되는데 조개찜이나 조개구이는 그럴 염려가 크게 없어서 좋다.

겨울이면 단골 외식 메뉴인데 올 겨울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에 먹기로 하고 그날만을 기다렸다.

퇴근해서 조개찜 가게 앞에서 만나 들어갔는데 왠걸 자리가 없다. 웨이팅을 해야 한단다.

"헐..."

'젠장!'


집에 갈까 했는데 그렇다고 막상 외식하기로 해놓고 포기하기는 싫었다.

근처에 마침 스테이크 집이 있다고 하기에 그리로 갔다.

거기는 나름 한산했다.

문제는 맛이 없을까봐 걱정이었다.


식전빵이다. 가운데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치즈가루를 뿌려서 고소함이 배가 되었다.




스테이크만 시킬까 하다가 수제버거도 있길래 수제버거도 시켰다.

그리고 모자랄까봐 사이드 메뉴로 칠리 새우도 시켜주는 센스^^


보시다시피 수제버거는 청양고추가 들어가 있어서 느끼함을 잡아주었다(살짝 짜기는 했으나)

옆에 감자튀김은 좀 평범했고~ㅎㅎ




고대하던 스테이크다.


철판에 나와서 남은 열로 굽기도 적당히 조절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와사비에 볶은 김치, 스테이크 소스, 감자 샐러드까지 들어 있어서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와사비를 얹어 먹는 것이 젤 맛있었다^^

 



그리고 칠리 새우. 나는 계란을 입혔나 했는데 옆지기 왈.


"이거 전분가루 묻혀서 튀긴 거야!" 했다.


역시 요알못인 나는 계란옷인줄... 옆지기는 요리를 해서인지 이런 것도 잘 안다^^




그렇게 호사스러운 외식을 즐겼다.


먹고 있는데 어느 한 남자 분께서 오셔서 스테이크 하나 시켜서 드시고 가더라~

나는 그 모습이 꽤 근사해 보였다.

혼자 먹는 저녁이라고 막 대충 먹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중 금요일 저녁 하루 쯤은 나를 위한 만찬 한 접시쯤은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며칠 뒤 발렌타인데이라고 초콜릿을 사왔다.

"오... 고마워^^" 했다.


책상 위에 지구본이 놓여 있어서 배경이랑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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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2-12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와사비 김치볶음 신박합니다 궁금해지는 맛인데요 ㅋ 잘 보고 갑니다 일요일 잘 보내시길요!

거리의화가 2023-02-13 09:01   좋아요 1 | URL
와사비, 김치볶음 둘 다 스테이크랑 곁들여 먹으니 생각보다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와사비 얹어먹으니 맛있더라구요^^ 저는 주로 소금이랑 후추만 뿌려먹었었거든요~ㅎㅎㅎ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독서괭 2023-02-12 1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드시려던 조개구이는 못드셨지만 알차게 식사 즐기셨네요^^ 이제 밥 먹으러 가야하는데 배고픕니다.ㅎㅎ 저도 애들 태어나기 전에는 남편이랑 종종 조개구이 먹으러 갔는데 출산 후 한번도 못갔네요 ㅠ 담에 조개구이,찜 드시고 사진 올려주세요!

거리의화가 2023-02-13 09:03   좋아요 1 | URL
괭님도 조개구이 드시러 종종 나가셨었군요. 한 번 나가려면 쉽지 않죠. 시간도 제법 내야 하고... 예전에 오이도 가서 먹은 조개구이가 진짜 일품이었어요. 바다 풍경 내려다보면서(좀 춥긴 하지만) 먹으니 더 맛있는 느낌?
조개찜 이번주나 다음주 주중에 먹으러 갈 것 같아요. 먹게 되면 에피소드 올리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2-12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먹고 싶으당...
저는 과식을 하면 탈이 잘 나서 조심한답니다. 소식해야 할 팔자인지...

거리의화가 2023-02-13 09:07   좋아요 0 | URL
근데 저도 양이 많이 줄어서 요즘에는 많이 먹지는 못합니다. 저 날은 좀 많이 먹은 것 같긴 해요ㅋㅋㅋ 나이들수록 소식이 좋다고는 합니다. 어차피 양이 줄기는 하지만요^^;

새파랑 2023-02-12 1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엄청 맛있어 보이네요. 딱 봐도 고급스러워보입니다 ^^ 조개찜 보다 훨씬 맛날거 같아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3-02-13 09:08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근데 저는 스테이크보다는 삼겹살파라...^^; 어제 집에서 먹는 삼겹살이 훨 맛있었어요. 스테이크도 맛나긴 하지만 분위기가 한 몫하는 느낌! 조개찜은 조만간 재시도해보려구요!

희선 2023-02-13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가려던 곳은 아니었지만 다른 곳도 괜찮았겠습니다 새우에 전분가루 묻혀서 튀긴다는 걸 아셨다니... 저도 모릅니다 여러 가지 하겠지요 곧 발렌타인데이네요 초콜릿 받으셔서 기쁘셨겠네요 거리의화가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13 09:09   좋아요 1 | URL
네^^ 가려던 곳이 아니었지만 덕분에 스테이크 정말 오래간만에 밖에서 먹었어요. 저는 정말 요리를 전혀 안하다보니 전분가루, 밀가루 이런것도 잘 구분 못하는 사람입니다ㅋㅋ
희선님 감사해요~ 즐거운 한주 보내시길!

다락방 2023-02-13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스테이크도 삼겹살도 와사비 찍어먹는게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후훗.
맛있는 식사 하셨다니 너무 좋네요.
저도 가끔 혼자 스테이크 먹으러 가거든요. 자주는 아니고요. 그러면 와인도 한 잔 곁들여 즐깁니다. 후훗.
혼자 삼겹살 먹기가 도전 과제입니다!

그리고 초콜렛은 지구본과 아주 잘어울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2-13 12:43   좋아요 0 | URL
왜 저는 와사비 얹어먹을 생각을 못햇던 걸까요. 와사비는 항상 해물과 먹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네요ㅠㅠ 암튼 정말 맛있었어서 생와사비 사두고 종종 즐겨보려구요.
혼자 삼겹살먹기는 저도 못해봤어요. 가장 높은 혼밥 단계인 듯 싶은데ㅋㅋ

지구본과 초콜릿의 조합이 좋았군요^^ 감사합니다ㅎㅎ

페넬로페 2023-02-13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개찜과는 완전 다른 메뉴가 되었네요.
그래도 맛있었겠어요^^
저는 오늘 돈가스 먹었는데 와사비 찍어 먹으니 맛있더라고요~~

저는 발렌타인 선물로 초콜릿이 아닌 운동화를 선물했어요~~

거리의화가 2023-02-13 20:51   좋아요 1 | URL
사실 선물을 제가 해야 하는데 오히려 매번 받고 있네요^^; 그래서 매년 생일 때 좋은 선물을 해주기는 합니다. 물론 너무 비싸면 그렇기는 한데…ㅎㅎ 돈가스에 와사비 조합도 좋겠네요. 고기랑 조합이 생각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 項梁者楚將項燕子也嘗殺人與兄子籍避仇吳中籍少時學書不成去學劍又不成項梁怒之籍曰書足以記名姓而已劍一人敵不足學學萬人敵於是項梁乃敎籍兵法籍長八尺餘力能扛鼎才氣過人會稽守殷通聞陳涉起欲發兵以應涉使項梁將梁乃使籍拔劍斬守頭佩其印綬門下大驚擾亂籍所擊殺數十百人一府中皆慴伏莫敢起梁乃擧吳中兵使人收下縣得精兵八千人梁爲會稽守籍爲裨將徇下縣籍是時年二十四〈史項羽本紀〉

○ 田儋者故齊王族也自立爲齊王率兵東略定齊地

○ 韓廣自立爲燕王

○ 周市立魏公子咎爲魏王

항연의 아들인 항량은 초나라 장수였다. 형의 아들인 항적(항우)가 글도, 검술도 중도에 그만두자 항량이 노하였기에 그가 말하길 ˝글은 성과 이름만 쓸 줄 알면 되고 검술을 한 사람을 대적하는 것인데 배울 것이 있겠습니까. 만 사람을 대적하는 병법이 있다면 배우겠습니다.˝ 하였다. 이에 항량이 항적에게 병법을 가르쳤다. 회태수가 진승의 군대에 대응하고자 항량을 장수로 삼았으나 회태수를 죽이고 오히려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항량은 오중의 병력을 모두 동원하여 정예병 8천을 얻었다.
옛 제나라 왕족이었던 전담이 자립하여 제왕이 되어 제나라를 평정하였다. 한황이 자립하여 연왕이 되었다. 주포가 위나라 공자를 세워 위왕으로 세웠다.

【癸巳】二年二世數誚讓李斯居三公位如何令盜如此李斯恐懼乃阿二世意以書對曰賢主必能行督責之術以獨斷於上群臣百姓救過不給何變之敢圖二世說(悅)於是行督責益嚴稅民深者爲明吏殺人衆者爲忠臣刑者相半於道而死人日成積於市秦民益駭懼思亂〈出李斯傳〉

○ 趙將李良襲殺趙王張耳陳餘收散兵擊良乃求趙後立趙歇爲趙王

○ 二世益遣司馬欣董翳佐章邯擊盜陳王敗走其御莊賈殺陳王以降

○ 陳人秦嘉起兵於郯聞陳王軍敗乃立景駒爲楚王景駒在留沛公往從之張良亦聚少年百餘人道遇沛公遂屬焉良數以太公兵法說沛公沛公善之常用其策良爲他人言皆不省良曰沛公殆天授故遂從不去〈出本傳〉

○ 項梁以八千人渡江而西

○ 黥布者六人也姓英氏亡之江中爲群盜聞項梁渡淮引兵屬焉

○ 項梁衆至六七萬人軍下邳進擊秦嘉景駒殺之

○ 沛公往見梁梁予沛公卒五千人

○ 項梁使項羽別攻襄城襄城堅守不下已拔皆坑之

○ 梁聞陳王定死召諸別將會薛計事沛公亦往焉居鄛人范增年七十素居家好奇計往說項梁曰陳勝首事不立楚後而自立其勢不長今君起江東楚蠭(蜂)起之將皆爭附君者以君世世楚將能復立楚之後也於是項梁然其言乃求得楚懷王孫心立以爲楚懷王從民望也〈出史紀項羽記〉
項梁自號武信君

진나라 2세 황제가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승상인 이사를 꾸짖었다. 그는 자신의 지위가 박탈될까 두려워 법을 더 강화하면 도적이 감히 일어나겠느냐 아부하였다. 이에 황제가 법을 더 강화하자 세금을 더 많이 거두는 이가 현명한 관리가 되고 사람을 죽이는 이가 충신이 되었다.
조나라 장수 이량이 조왕을 습격하여 죽이자 장이와 진여가 이량을 공격하고 조나라를 구하고 조왕을 세웠다.
이세 황제가 사마흔과 동예를 보내 장감을 도와 반란군을 치게 하였고 이 때 진승은 패주하고 자신의 마부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장량이 소년 100여 명을 모아 패공을 만나 그에게 조언을 하였는데 패공은 그 계책을 항상 따랐고 이에 그에게 정착하였다.
항량의 군대가 어느덧 6~7만이 되었다.
항량이 진승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장수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때 패공과 범증도 참석하였다. 범증이 진승이 오래 가지 못한 이유를 설파하고 항량이 옳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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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謁者使從東方來以反者聞二世怒下之吏後使者至上問之對曰群盜鼠竊狗偸不足憂也上悅

○陳王以陳人武臣爲將軍以張耳陳餘爲左右校尉予卒二千人徇趙使周文西擊秦武臣等行收兵得數萬人號武臣爲武信君下趙三十餘城八月武信君自立爲趙王〈出武臣傳〉

○九月沛人劉邦起兵於沛下相人項梁起兵於吳狄人田儋起兵於齊

○ 劉邦字季爲人隆準龍顔左股有七十二黑子愛人喜施意豁如也常有大度不事家人生産作業史記本紀曰常(嘗)繇咸陽縱觀秦皇帝喟然太息曰嗟乎大丈夫當如此矣

○ 單父人呂公好相人見季狀貌因重敬之曰臣相人多矣無如季相願季自愛臣有息女願爲箕帚妾卒與劉季乃呂后也

○ 秦始皇帝常(嘗)曰東南有天子氣於是因東游以厭(壓)之季卽自疑亡匿隱於芒碭山澤間呂后與人俱求常得之季怪問之呂后曰季所居上常有雲氣故從往常得季沛中子弟聞之多欲附者

初爲泗上亭長爲縣送徒驪山徒多道亡自度比至皆亡之乃解縱所送徒曰公等皆去吾亦從此逝矣徒中壯士願從者十餘人

○ 劉季被酒夜徑澤中有大蛇當徑季拔劍斬蛇後人來至蛇所有老嫗夜哭曰吾子白帝子也化爲蛇當道今赤帝子斬之嫗因忽不見後人告劉季季乃心獨喜自負諸從者日益畏之

○ 及陳涉起沛令欲以沛應之掾主吏蕭何曹參曰君爲秦吏今欲背之率沛子弟恐不聽願君召諸亡在外者可得數百人因劫衆衆不敢不聽乃令樊噲召劉季時劉季之衆已數十百人矣沛令後悔父老乃率子弟共殺沛令開門迎劉季立以爲沛公旗幟皆赤由所殺蛇者赤帝子故也蕭曹等爲收沛子弟得三千人以應諸侯 〈已上 並出史記高祖本記〉

진승이 진(陳) 땅 사람 무신을 장군으로 삼아 장이와 진여를 좌우 대장군으로 삼아 조(趙) 지방을 순행하며 병력을 거두어 수만 명을 얻고 스스로 무신군이 되어 조왕이 되었다.

유방은 패현에서 군사를 일으키고 하상 사람 장량은 오현에서 군사를 일으키고 척 땅 사람 전담은 제 지방에서 군사를 일으켰다.

유방에 대한 외모와 그의 덕에 대한 신화가 슬슬 만들어진다. 높은 코에 용의 얼굴, 왼쪽 다리에 72개의 검은 사마귀(?)가 있었고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여공이 유방의 관상을 보고 그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자신의 딸을 그에게 주었다는 것, 그가 여후다. 유방이 형을 받은 이들을 여산으로 호송하는 일을 맡았으나 중간에 도망하는 자들이 많았다. 감당할 수 없었던 유방은 결국 남은 자들을 다 가라 이르고 갈 곳이 없는 이들은 자신을 따르게 하였다. 후에 이들이 불어나서 수 백명의 군사가 되었다. 진승이 군사를 일으키고 패현의 무리들과 합류한다. 이 때 진승의 휘하에는 소하, 조참이 포함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3천의 무리가 되었고 유방은 이제 패공으로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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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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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주의가 촉발한 가정과 공적 경제의 분열은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열등함을 확고하게 굳혔다. 지배적인 선전물에서 '여자'는 '어머니'와 '주부'의 동의어가 되었고, '어머니'와 '주부' 모두에는 치명적인 열등함의 표시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흑인 여성 노예들 사이에서 이 어휘는 어디에도 확인할 수 없었다. - P41

흑인 여성 운동, 그리고 흑인에게 해방이란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전미여성협회의 주요 멤버들은 백인 중간계층의 여성들이었고 이들은 여성 참정권을 부르짖으면서도 계급 불평등(노동자)과 인종 불평등(흑인 등)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성평등과 인종평등과 계급평등은 함께 가지 못했고 1890년대 미 남부 인종 분리 정책이 시행되면서 흑인들의 투쟁은 더 험난해질 수 밖에 없었다.

흑인 여성의 일자리는 대부분 가사 노동이고 일부는 노동자로 일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밑바닥층이어서 저임금 등 낮은 환경에 시달렸다.
그들이 매달린 것은 교육이었다. 백인 여성들이 설립한 학교에 입학하여 백인 학부모들로부터 질타를 받거나 고발당하는 등 불평등을 감내해야 했으나 그들의 교육열은 계속되었다. 한국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그 난리통에서도 가르칠 공간을 만들어 교육을 진행했던 대한민국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아이다 B. 웰스와 메리 처치 테럴은 둘 다 흑인 여성 운동의 지도자들로 각자의 입장은 달랐으나 그들이 있지 않았다면 흑인 여성들의 투쟁은 힘겨웠을 것이다.
아이다 B. 웰스는 철도에 탔다가 불평등을 목도하고 철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후 친구들이 린치 사건에 연루되면서 린치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인물이다. 메리 처치 테럴은 노예 소유주 아버지 밑에서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부유한 환경에 있었기에 오히려 이런 운동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었을 인물이기에 놀라웠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흑인 여성 운동을 대부분 지지하지 않았던 시기에 남성 지도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19세기 프레더릭 더글러스, 20세기 W. E. B. 듀보이스 같은 인물이 있었다.

여성 권익 찾기 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도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는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상태였다.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 나온 이후 1900년에 사회당이 창당될 무렵에서야 여성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사회당은 흑인의 근본적인 억압에 대한 것은 외면한 채 프롤레타리아 투쟁만을 외쳤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후 세계산업노동자연맹이 구성되고 나서야 비로소 흑인의 특수 위치에 대한 인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가며 흑인 강간범에 대한 신화가 어떻게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는지 궁금했다. 11장이 되어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이 책을 읽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순간이었다.
노예제 시스템에서 매질과 더불어 강간은 흑인 여성과 남성을 모두 제어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장치였고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억압 무기였다. 남북전쟁 이전과 직후만 해도 흑인 강간범 신화의 사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1872년 KKK 같은 인종주의 자경집단들이 득세하면서 린치는 백인의 우월함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조치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린치는 남부의 백인 여성들을 성폭행한 흑인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방법으로 설명되고 합리화되었다.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자기 여자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이라도 용인되었고 그 동기는 숭고함으로 포장되어 백인 여성을 강간한 흑인 남자들에게는 린치를 가해야 마땅하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다. 이는 그야말로 야만적인 억지 논리의 끝판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주의, 남성우월주의가 결합하며 흑인 강간범 신화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 몇 십년간 우생학의 선풍적인 인기도 이를 고착화시키는 데 배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쉽게도 인종주의는 사라지지 않고 끈덕지게 달라붙어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지배 체계인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는 여성을 억압하는 것이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하는 탓에 성차별은 이어지고 폭력과 강간은 사라지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노동에 몸담은 여성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하위에 있으면서 지배 당하고 가정에서는 주부로 착취 당한다.

앤절라 Y. 데이비스가 공산주의 운동에 투신한 이유도 결국 여성들의 불평등을 목도하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혁파되어야 함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론 공산주의는 이제 더는 주요 체제가 아니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흑인 여성 운동의 역사를 살펴 보고 그 과정에서 인종과 성별, 계급이 어떻게 엮이면서 진행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 여성주의자의 입장에서 쓰였음은 감안해야겠지만(이 때만 해도 공산주의는 유효했으니까) 아주 유용한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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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2-11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바마가 집권 했을때 미국도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트럼프의 극우, 인종주의가 가능했던걸 보며 의문이 많았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해소된것 같습니다. 화가님 수고하셨어요!^^

거리의화가 2023-02-12 08:55   좋아요 2 | URL
현 바이든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면... 자본과 권력, 힘의 논리는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서 이전의 여성 운동의 역사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어요. 저도 상당 부분 궁금증이 해소된 것 같아요. 미미님도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락방 2023-02-13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유용한 읽기 였다니 다행입니다. 리뷰중에 언급하신 흑인의 강간신화 부분은 저도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어느 페미니스트(기억이 잘 안나요)의 에세이에서 <앵무새 죽이기>에 대해 유감을 표현한 걸 읽었었거든요. 왜 굳이 그 흑인이 누명쓴 것을 백인 여성에 대한 강간으로 골랐을까, 그래서 왜 ‘강간당했다고 거짓말한 여자‘를 만든걸까 하는거였죠. 저는 그 말이 꽤 설득력 있다고 느꼈거든요. 왜 하필 여자가 강간당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흑인에게 누명을 씌울까, 하고요. 그런데 오늘 거리의화가 님 이 리뷰를 읽다 보니 그게 흑인의 강간신화를 말하고자 했던 거였겠구나 싶어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2-13 14:26   좋아요 0 | URL
저는 흑인의 강간 신화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됐어요. 초반에 그걸 언급하길래 읭? 해서 궁금했는데 다행히 11장에서 완벽한 이해는 아니지만 기원을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됐습니다.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종과 성별에 대한 차별은 어느 정도 인지했었지만 계급과의 연결 고리까지 거론해주어 앞으로 페미니즘 책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