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2월 아직 중반이라 말일 쯤에 여성주의책함께읽기 책(만 사진 않겠지...)을 더 사게 될 것 같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소박한 듯(!)한 책탑이다. 그렇다고 9권의 책들을 2월 내 읽을 수도 없겠지만 이 중 2~3권쯤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알라딘 굿즈 때문에 사게 된 책이 두 권 있다.
짐작하시겠지만, <야만의 꿈들> 과 <랩걸>이다.
굿즈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리베라 솔닛 읽기 가이드 맵북은 가이드 판과 스티커 등 받아보니 리베카 솔닛 책들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어놓았다. 여행 가서 스탬프 찍는 것처럼 책들을 한 두권씩 정복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옆의 컵은 여성과학자의 날 기념 굿즈인데 진짜 너무 과학실의 비커컵이라 놀랐다. 심지어 깨질까봐 걱정이 되서 물컵으로만 사용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는. 나름 내열유리라는데 왜 불안정해보이는지...
피너츠 북마크는 내가 워낙 종이형 북마크를 좋아해서... 게다가 귀엽잖아요^^;;;

솔닛의 책을 한 권도 읽은 적은 없고 심지어 구매해둔 책도 아직 못 읽은 것 같지만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이었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라는 책 이름이자 명제는 익히 알고 있었다.
<야만의 꿈들>은 솔닛 글쓰기의 출발점이라는 강렬한 띠지가 나를 유혹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장소, 풍경, 자연은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들이다. 솔닛의 책쓰기의 뿌리가 된 책이고 이후에 <걷기의 인문학>, <길잃기 안내서> 등으로 집필이 이어졌다고 한다. 솔닛은 수십 년간 벌어져온 핵실험을 저지하고자 간 네바다 핵실험장에서 미 서부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만난다. 이 책은 네바다 핵실험장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라는 두 장소를 무대로 하여, 자연과 인간, 원주민과 침략자, 풍경과 문화의 관계를 탐색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식물학자 호프 자런의 책으로 나와 식물 연구 대상에서 세상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담아냈다. 여성 과학자로서 그 분야에 있으면서도 가정에서는 엄마로 살기 위해 병행해야 하는 삶이 얼마나 녹록치 않았을까 보지 않아도 짐작을 할 수 있다. 작가가 조울증을 앓았고 출산 때문에 실험실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을 때는 감정적으로 많이 힘겨웠을 것 같다. 나는 비록 과학자는 아니지만 비슷한 공학계에 있다 보니 이 책을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나무를 들여다보는 일은 마치 삶을 바라보는 일이다. 나무가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듯 우리도 1년을, 10년을, 온 생을 살아내니까.

지난 달 <페미니즘의 이론과 비평> 책을 읽으며 포스트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으로 이 책이 소개되었다. 앤절라 카터라는 작가 이름도 처음이요, 소설도 처음이지만 진작부터 찜해둔 책이었다. 왜 그랬을까. 역사물의 젠더화, 역사의 본질 탐색을 다룬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려울 수도 있고, 재미없을 수도 있겠으나 발을 담궈보려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글쓰기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삶을 다룬 리얼리즘과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가는 성장소설의 성격도 띠는 소설이라 한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언급되기도 했고 심지어 이번 달 읽은 <여성, 인종, 계급>에도 언급되어 이제는 정말 읽어야 하나보다 싶었다. 노예제 폐지 운동 계열의 문학 중 유명한 책으로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고 노예제 반대 투쟁에 결집했다고 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었다는 것이지만 작품 속 노예의 삶은 현실을 왜곡한 측면이 있다. 주인공 앨리자는 흑인 얼굴을 한 백인 모성의 화신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왜 당시의 사람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냈으며 그럼에도 어떤 문제점을 담고 있는지 직접 읽어보려고 한다.

장바구니에 얼마나 묵혀놓았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아무튼 이 책은 너무나 오래 전부터 읽어보고자 했던 책인데 이제야 산다는 것이 부끄럽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스승님 덕분에 알게 되었고 그의 사상의 핵심이자 정수가 이 책에 녹여져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리엔탈리즘은 식민지주의, 인종차별주의, 자민족중심주의와 결부되어 서양의 지배 양식으로 대두한 개념이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 인식, 표현의 본질을 규명하고 오리엔탈리즘에 의거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가 지성과 힘, 권력과 결부되어 어떻게 식민지적 상황에 적용될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은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전범이 된 조선청년>, <남양과 식민주의> 등의 책을 읽으며 담아둔 책이었다. 식민지에서 나고 자란 조선 청년들이 태평양전쟁 당시 인도네시아 자바섬으로 파견되어 '일본군' 군무원으로 지내며 보낸 이야기를 담은 역사르포르타주다. 태평양 전쟁 뿐 아니라 종전 후에도 인도네시아 독립 전쟁이 벌어지자 이들은 거기에 가담하여 몸을 바치기도 했다. 양칠성은 인도네시아 독립영웅으로 추대되기도 한 조선인이다. 공동 저자인 우쓰미 아이코와 무라이 요시노리는 부부이기도 한데 평생을 바쳐 인도네시아 조선인 군무원들의 삶과 투쟁을 추적하며 치열하게 기록했다고 한다.

2월 8일이 지금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날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04년전 일본에서 일어난 도쿄 독립 선언이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걸 기억한다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2.8독립선언은 재일본조선기독교청년회 회관 강당에서 수백의 조선인 유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이루어졌고 2.8 독립선언서는 조선인 이광수가 썼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은 2.8독립선언을 재조명하여 2.8독립선언서의 의의를 동아시아 공간까지 확장시키고 오늘날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가 조명하였다. 공간적 확장이 돋보이는데 그 내용의 결과는 어떨지 궁금하다.

서재에서 핫한 낸시 프레이저의 책이다. 여러 분께서 말씀하셨지만 <좌파의 길>이란 제목 자체가 좀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라는 부제를 보고 주목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본다. '식인 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지금의 자본주의는 비정상적으로 잠식하며 먹어치우는 시스템이라는 것일테다. 이에 반대해야 하고 경고등을 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데 그 당연함을 어떤 식으로 해법을 제시할지가 궁금하다.



요즘도 어김없이 산책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내게 걷기는 일상의 휴식이자, 성찰의 기회, 스트레스 해방구이기도 하다.
걸으며 일상 사진을 한동안 안 찍었는데 2월이 되었다고 계절의 변화가 조금씩 느껴진다.
아직은 쌀랑하지만 낮에는 제법 따뜻해졌으니 산책하기도 좋다.
다만 미세먼지만 적다면...
남은 2월도 독서와 걷기, 공부를 병행하며 즐겁게 보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