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 스완네 집 쪽으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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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사라져도 그 믿음이 불러일으켰던 과거 사물에 대한 물신 숭배적인 애착은 ㅡ 새로운 사물에 현실감을 부여하려는 힘을 상실해버린 우리에게 그 힘의 결핍을 감추려고 더욱 생생하게 – 살아남는 법이다. 마치 신이 머무르는 곳이 우리 마음속이 아니라 바로 과거 사물이며, 또 현재 우리 믿음의 상실이 ‘신‘의 죽음이라는 우발적인 이유 때문이라기도 한 것처럼. - P403~404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나는 열병 같은 사랑을 경험해본 적이 딱히 없다. 그렇다고 감정이 무덤덤한 편도 아닌데 왜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까. 나는 내 감정이 쉽게 끓어오르거나 흥분하길 잘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쉬워서는 안 된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금방 사랑에 빠지고 불같이 뜨거운 사랑은 외면해왔는데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그런 사랑을 한 이들을 동경하기도 했다. 무덤덤한 사랑만 한 나로서는 불타는 사랑이 참으로 생경한 것이다.


2부는 스완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스완의 지독(?)한 사랑을 간접 경험한 느낌이다.


스완은 파리의 살롱에 가서 처음 오데트를 보았을 때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피렌체의 예술 작품, 예를 들어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의 주인공 같다고 느껴질 때부터 급속도로 그에게 사랑에 빠진다.(스완은 미술, 문학, 음악 등 예술 작품에 대한 조예가 상당히 깊음이 느껴진다. 이는 작가 프루스트와도 이어질 것이다)


‘피렌체 작품‘이라는 단어가 스완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마치 어떤 작품의 제목과도 같은 이 단어는 오데트의 이미지를 그녀가 지금까지는 접근할 수 없었던 꿈의 세계로 침투하게 했고, 거기서 그녀는 고귀함으로 적셔졌다.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한 단순한 육체적 관점은 그녀 얼굴이나 육체, 그리고 다른 모든 아름다움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불러일으키면서 그의 사랑을 약화해 왔는데, 대신 어떤 미학적인 요소를 평가 기준으로 삼게 되자 이런 의혹은 이내 사라지고 사랑은 보다 확실해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입맞춤이나 육체의 소유가 시든 육체에 의해 주어졌을 때는 자연스럽고 하찮게 보이던 것이, 박물관 예술품에 대한 숭배가 이를 축성하러 오자 초자연적이고 감미롭게 보이는 것이었다. - P71



피렌체는 프랑스 발음으로 '플로렌스'로 '꽃'을 연상한다. 나는 이 작품을 피렌체에서 실제로 보았다. 그래서인지 '프리마베라' 하는 순간 어두운 꽃밭에 흩뿌려진 핑크빛 색채가 떠올랐다. 여러 다른 작품이 있었으나 우피치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단연코 '프리마베라(꽃)'이다. 이 작품을 보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1~2시간을 기웃거린 끝에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전에 내가 생각하는 봄은 환하기만 한 생동함으로 인식되었다면 이 작품을 보고서는 그 이미지가 바뀌었다. 


이 때부터 스완은 오데트를 미학적 아름다움의 가치로 인식하며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인 사랑에 대한 감정이란 같았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그에게는 오로지 그만 보이는 것, 그에 대한 모든 것이 알고 싶고 궁금한 것. 


삶의 다른 시기에는 어떤 사람의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나 행동에 아무 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여, 누가 그런 것에 대해 수다를 떨어도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또 그 말을 듣는 동안에도 그의 주의력 중 가장 저속한 부분만이 관심을 기울였으므로, 그런 순간에는 자신이 가장 형편없는 사람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사랑을 하는 이 낯선 시기에는 개인적인 것이 너무도 심오한 그 무언가를 지니게 되었으므로, 한 여인의 아주 작은 일과에 대해 그의 마음속에서 깨어나는 듯 느껴지는 이 호기심은, 역사에 대한 그의 지난날 호기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수치스럽게 여겨왔던 모든 일들이, 예컨대 창문 앞에서 염탐을 하거나, 어쩌면 누가 알 것인가, 내일은 또 무관심한 사람들을 능숙하게 구슬려 말을 시키고 하인들을 매수하고 문에서 엿듣는다거나 할지, 여하튼 이 모든 일들이 필사본 판독이나 증언 비교, 기념비 해석처럼 진정한 지적 가치 있는, 진실 탐구에 적합한 조사방법인 것 같았다. - P155~156


사랑의 대상에 대한 탐구심은 자연스런 감정이겠으나 이것이 병적으로까지 깊어지면 집착? 또는 스토킹(!) 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런 감정이 불편하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반반이 아니더라도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감정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 뿐 아니라 상대에게는 위험한 신호로 느껴질 수 있다. 오데트를 사랑하는 과거의 자신에게 질투를 느낄 정도가 되려면 대체 어느 정도여야 할까.


"우리는 우리가 가진 행복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불행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생활이 이미 몇 해 전부터 계속되며, 그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이 생활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며, 날마다 아무런 기쁨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만남을 기다리느라 그의 연구나 쾌락, 친구, 결국에는 그의 삶마저 희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지, 그녀와의 관계를 미화하고 파국을 막아 온 것이 오히려 그의 운명을 해롭게 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바람직한 사건은 그가 꿈속에서만 일어났다고 그토록 좋아했듯 그 자신이 떠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았다. 우리는 자신의 불행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만큼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고 그는 중얼거렸다. - P286


사랑의 시간은 느끼기에는 너무 짧은 것인지 모른다. 그에게 연적이 나타났다. 그 이후는 예상할 수 있듯 그녀의 모든 행동이 마치 불륜의 경고등처럼 느껴진다. 이전에 했던 같은 행동도 다르게 보이는 것, 이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스완의 사랑의 삶은, 그 질투의 충실함은 모두, 오데트에 대한 수많은 욕망과 의혹 들의 죽음과 배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일 스완이 오랫동안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동안 죽어 간 욕망이나 의혹은 다른 것들로 대체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데트라는 존재는 스완의 마음에 다정함과 의혹의 씨앗을 번갈아 계속해서 뿌렸다. - P314


3부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자는 상상 속에서 여러 기차 역에 정차하며 그 이름들을 싣고 도시의 모습을 탐색한다. 

내가 "피렌체, 파르마, 피사, 베네치아에 간다."라는 말을 했을 때, 만일 내가 내 생각 속에 들어 있는 것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감미로운 것, 이를테면 자신의 모든 삶이 겨울날 오후가 끝날 무렵의 시간 속에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저 찬란한 미지의 것, 봄날 아침과도 같은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이고 언제나 변함없이 비슷한 이미지들이 낮과 밤을 채우면서, 당시 내 삶을 이전 삶과 구별 지었다. - P346


우리에게 피렌체 하면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둥근 돔을 가진 대성당이 떠오르지만 화자는 그 본질을 지오토의 종탑에서 찾는 것이 흥미로웠다. 내 생각에 피렌체는 워낙 문화 유산이 많은 동네라 도시 곳곳이 모두 박물관이기는 하다. 이름이 각인되는 것은 경험의 전후에 따른 과정이자 결과이다. 경험을 함으로써 그 이름은 더욱 각인된다. 이는 사실 1부와도 연결되는 맥락이라 여겨졌다. 풍경이 개인에게 각인되는 것처럼 범용적 이름이 아닌 자신에게 정의된 의미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규정짓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말은 사물에 대해 분명하고도 친숙한 작은 이미지를 제시한다. 목수의 작업대나 새, 개미집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유사한 작품들 가운데 표본으로 택해 학교 벽에 걸어 놓는 그림과도 같다. 그러나 이름은 사람들과 도시들에 대해 - 도시도 사람처럼 개별적이고 유일하다고 믿게끔 우리를 길들인다. ― 모호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 이미지는 사람이나 도시로부터, 또는 찬란하거나 어두운 울림으로부터 색깔을 끄집어내, 마치 사용 방법의 제한이나 장식 디자이너의 변덕 때문에 하늘과 바다 뿐 아니라 보트, 성당, 행인도 온통 푸른색이나 붉은색으로 칠해진 포스터처럼 단조롭게 칠해진다. - P341



화자는 샹젤리제에서 '질베르트'라는 인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질베르트는 2부에 나왔던 스완과도 연관 있는 인물이다. 다만 질베르트는 스완과 스완 부인을 만나게 하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듯하다.


우리는 샹젤리제를 향해, 온통 빛으로 장식되고 군중으로 넘쳐흐르며, 햇빛 때문에 떨어져 나온 발코니들이 흐릿하게 금빛 구름마냥 집 앞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거리를 지나갔다. (...) 

질베르트를 사랑하던 시기에는, 나는 ‘사랑‘이 실제로 우리밖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사랑은 기껏해야 우리에게서 장애물을 멀리 치워줄 뿐이지만, 우리가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하는 질서 안에서 행복을 제공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 주도로 고백의 감미로움을 무관심한 척하는 태도로 바꾼다면, 내가 자주 꿈꾸어 오던 기쁨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내 멋대로 꾸며낸, 별 가치 없는, 진실과도 통하지 않는 사랑을 만들어내, 사랑의 예정된 신비로운 길을 따르는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362


우리가 알았던 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 P407


2권은 1권보다 풍경에 대한 인물 묘사는 적은 편이고 대신 인물의 말이나 행동을 통한 심리 묘사와 예술 작품에 대한 대화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알 듯 말듯 아리송하고 모호하고 잡히지 않는 프루스트의 시간 여행 두 번째가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 두 번째 권인데 여전히 전체적인 윤곽은 잡았다 할 수 없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부디 점점 더 나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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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2-27 2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사진 자료와 곁들여 피렌체에 대한 선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2 권은 두렵습니다.^^;;;
심리 묘사와 예술 작품에 대한 대화가 더 많다니.....시작이 두렵달까요?ㅋㅋㅋ
그래도 끝까지 읽어내시고, 정리하여 쓰신 리뷰에 무한 애정을 보내 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3-02-28 13:11   좋아요 1 | URL
나무님. 기회가 되면 나중에 꼭 피렌체 함 가보셔요^^ 저에게는 로마만큼이나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제가 괜히 두려움 안겨드린 것 같은데 1권 읽으셨으니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무한 애정 주신다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어쨌든 목표한 대로 한 달에 한 권 2번째를 무사히 끝내서 기뻐요.

페넬로페 2023-02-27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완의 깊은 예술적 조예를 거리의화가님께서는 글로, 피렌체의 사진으로 풍부하게 해주셨네요.
처음 읽었을때는 스완의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재독하니 더 잘 보이는 것 같았어요.
질투가 프랑스식 사랑의 종류라고도 하더라고요~^

혼자 읽으시면서도 이렇게 많은 걸 느끼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거리의화가 2023-02-28 13:14   좋아요 1 | URL
역시 이 책은 재독을 해야 하나봐요. 저는 처음이라 뭐가 뭔지...ㅎㅎ 사실 프루스트 글의 어려움이 현실인지 꿈인지 까딱하면 놓치게 되는 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재독할 때는 스완의 감정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오면 좋겠네요. 언제 재독할지는...ㅎㅎㅎ
페넬로페님 별말씀을요. 저는 그저 읽을 뿐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아요. 암튼 그래도 완독했다는 것이 어디냐며 자족합니다^^; 아마도 올해 내내 이 시리즈를 붙잡고 있겠죠!^^*

희선 2023-02-28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보고 예술작품으로 여기기도 하다니... 상대는 그걸 알면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 별걸 다 생각했네요 자신이 보기에 예술작품만큼 아름다웠다는 거겠지요 좀 부담스러울 것 같겠습니다 스완은 여러 가지를 잘 알았군요

두번째 보셨으니 앞으로 세번째 보시겠네요 그것도 잘 보시겠지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28 13:16   좋아요 1 | URL
제가 스완에게서 느꼈던 부담스러움은 스완에 대한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사람이 사랑할 때는 뭔가 계기가 있긴 하잖아요. 스완은 예술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 그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여전히 모호하지만...ㅎㅎㅎ

네. 3권은 3월에 읽을 예정입니다^^

새파랑 2023-02-28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잃시찾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더 좋았던거 같아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ㅋ

아리송하고 모호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3-03-01 08:31   좋아요 0 | URL
프루스트에 녹아들어가셔서일까요? 저도 뒤로 갈수록 더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문장들이 정말 멋진 것들이 많아서 저도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2023-03-08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09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축하합니다 피렌체에 가 보셔서 그때 사진을 다시 보기도 했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고 지난 시간을 떠올려 봤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3-09 08:48   좋아요 0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기 전이라 그 때는 그곳 풍경을 보느라 바빴습니다^^; 더 알고 갔다면 훨씬 즐거운 감상길이 되었을텐데 말이죠. 희선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3-09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렌체! 가슴이 뜁니다^^
순조로우면 올해 가볼수 있으려나?! 하고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3-03-09 11:10   좋아요 1 | URL
가슴뛸 만한 것들이 가득한 곳이죠. 그레이스님 올해 그곳에 가셔서 경험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圍漢王三匝 會大風 從西北起 折木發屋 揚沙石 窈冥晝晦 楚軍大亂壞散 漢王乃得與數十騎遁去 審食其從太公呂后 間行求漢王 反遇楚軍 項王常置軍中爲質〈此用漢書句 以上並出史高祖紀〉
서쪽에서 크게 바람이 일어 초나라 군대가 흩어졌다. 이때를 틈타 한왕이 달아났는데 심이기가 여후와 유태공과 함께 한왕을 쫓아가다가 도리어 초나라 군대를 만나서 항왕이 이들을 볼모로 삼았다.

○ 漢王問吾欲捐關以東 等棄之 誰可與共功者 張良曰 九江王布 楚梟將 與項王有隙 彭越與齊反梁地 此兩人可急使 而漢王之將 獨韓信可屬大事 當一面 卽欲捐之 捐之此三人 則楚可破也 〈出留侯世家〉
장량이 구강왕 영포는 초나라의 훌륭한 장수인데 현재 항왕 간에 틈이 있다. 그리고 팽월이 양나라 땅에서 배신했으니 두 사람을 급히 쓰는 게 좋을 것이다. 또 한신만은 큰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이다. 이 세 사람에 초나라 정벌을 맡기시라 말하였다.

○ 漢王謂左右 無足與計天下事 謁者隨何進曰 不審陛下所謂 漢王曰 孰能爲我使九江 令之發兵倍楚 留項王數月 我之取天下 可以萬全 隨何曰 臣請使之 漢王使與二十人俱〈出黥布傳〉
한왕이 말하길 ˝누가 구강왕에게 사신으로 가서 병사를 발동하여 초를 배신하고 항왕을 묶어둔다면 일이 잘 풀릴 터인데...˝ 수하가 대답하기를 ˝제가 사신으로 가겠습니다.˝ 한왕이 20명을 함께 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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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물에 대해 분명하고도 친숙한 작은 이미지를제시한다. 목수의 작업대나 새, 개미집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유사한 작품들 가운데 표본으로 택해 학교 벽에 걸어 놓는 그림과도 같다. 그러나 이름은 사람들과 도시들에 대해 - 도시도 사람처럼 개별적이고 유일하다고 믿게끔 우리를 길들인다. ― 모호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 이미지는 사람이나 도시로부터, 또는 찬란하거나 어두운 울림으로부터 색깔을 끄집어내, 마치 사용 방법의 제한이나 장식 디자이너의 변덕 때문에 하늘과 바다뿐 아니라 보트, 성당, 행인도 온통 푸른색이나 붉은색으로 칠해진 포스터처럼 단조롭게 칠해진다. - P341

질베르트를 사랑하던 시기에는, 나는 ‘사랑‘이 실제로 우리밖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사랑은 기껏해야 우리에게서 장애물을 멀리 치워줄 뿐이지만, 우리가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하는 질서안에서 행복을 제공한다고믿었다. 그래서 내 주도로 고백의 감미로움을 무관심한 척하는 태도로 바꾼다면, 내가 자주 꿈꾸어 오던 기쁨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내 멋대로 꾸며낸, 별 가치없는, 진실과도 통하지않는 사랑을 만들어내, 사랑의 예정된 신비로운 길을 따르는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362

믿음이 사라져도 그 믿음이 불러일으켰던 과거 사물에 대한 물신 숭배적인애착은 ㅡ 새로운 사물에 현실감을 부여하려는 힘을 상실해버린 우리에게 그 힘의 결핍을 감추려고 더욱 생생하게 – 살아남는 법이다. 마치 신이 머무르는 곳이 우리 마음속이 아니라 바로 과거 사물이며, 또 현재 우리 믿음의 상실이 ‘신‘의 죽 - P403

음이라는 우발적인 이유 때문이라기도 한 것처럼. - P404

우리가 알았던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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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제도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오필리어가 물었다.
"모르겠군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전 세계의 군중들 사이에서 움직임이 있고, 조만간 ‘최후의 심판일‘이 올 겁니다. 동일한현상이 유럽과 영국, 그리고 이 나라에서 벌어질 겁니다. 어머니는 천년왕국이 도래할 거라고 말씀하셨고,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는 모든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해진다고도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또 내가 어렸을 때 ‘왕국이여 오소서‘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가끔 나는 마른 뼈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이 모든 한숨과 신음, 괴로움이어머니가 말씀하셨던 그것의 도래를 예고한다고 생각합니다…." - P37

헨리크는 에바를 쫓아 말을 천천히 달리게 했다. 도도는 두 사람을바라보았다. 한 명은 그에게 돈을 주었고, 다른 한 명은 그가 너무나바라던 상냥한 말을 해주었다. 도도는 어머니와 헤어져 헨리크의 농장으로 온 지 몇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그의 주인은 도도의 잘생긴 얼굴이 자신의 훌륭한 말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그를 노예상인으로부터 사들였다. 그는 이제 어린 주인의 철권통치 아래 길들여지고 있는참이었다.
정원의 다른 곳에 있던 세인트클레어 형제는 헨리크가 도도를 때리는 모습을 보았다.
순간 오거스틴의 뺨이 붉어졌지만 그는 평소의 냉소적이고도 무심한 태도로 바라보기만 했다.
"저게 아마도 우리가 공화주의식 교육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앨프리드?"
"헨리크는 화가 나면 무지막지한 녀석이 되지." 앨프리드가 별 관심 없다는 투로 말했다. - P99

잔인하고 독재적인 주인을 만날 기회가 열 번이라면, 사려깊고 관대한 주인을 만날 기회는 한 번 정도가 될까 말까 하다고 노예들은 생각한다. 그러므로 노예들은 관대한 주인의 죽음을 그렇게나소리 높여 슬퍼하는 것이다. - P192

요사이 인간들은 사회의 이목과 여론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 죄를능숙하고 우아하게 저지르는 기술을 습득했다. 인간 물품은 시장에서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므로 윤기 있고 단단하고 멋진모습으로 시장에 내놓아야 매매가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노예창고에서는 그들을 잘 먹이고 잘 씻기고 잘 돌봐준다. 뉴올리언스의 노예창고는 다른 많은 창고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적으로 청결한 - P204

관을 유지했다. 창고 밖에서는 매일 남녀 노예들이 일렬로 서 있곤 했는데, 말하자면 창고 안에 그런 판매 가능한 물품들이 다량 입하되어있다는 표시였다. - P205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 두 흑인은 농장의 주요 일꾼으로 십장을 겸하고 있었다. 리그리는 자신의 불도그들처럼 이들에게 야만스러움과 잔혹함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비정함과 잔인함을 긴세월 동안 훈련받은 탓에, 이둘의 본성은 불도그의 그것과 비슷하게 되었다. 흔히 흑인 노예감독이 백인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하다고들 한다. 이것은 유순한 흑인 종족의 특성과는 상반되는 논평이다. 이런 말의 속뜻은 흑인들의 정신 - P237

이 백인들보다 더 잘 파괴되고 타락한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사실이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의 압박받는 종족들이 잔인한 사람들이라고말하는 것만큼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흑인이기 때문에 폭군이 되는것이 아니라 종족과는 상관없이 노예이기 때문에 폭군이 되는 것이다. 노예는 폭군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 언제나 그렇게 되는 것이다.
리그리는 우리가 역사책에서 만나는 몇몇 군주들처럼 자신의 농장을 무력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삼보와 보는 서로 진심으로 미워했고, 농장의 노예들은 하나같이 그 둘을 진심으로 증오했다. 리그리는삼보와 킴보, 농장 노예라는 세 그룹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어, 세 그룹 중 아무에게서나 농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전에 정보를 캐냈다. - P238

자유가 국가에게 그토록 영광스럽고 귀중한 것이라면, 한 인간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국가의 자유란 것은 결국 그 국가 안에살고 있는 개인의 자유가 아닌가? 저기 앉아 있는, 넓은 가슴 위에 팔짱을 낀, 뺨에 옅게 아프리카의 피가 흐르는, 눈에 검은 불꽃이 타오르는 젊은 남자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조지 해리스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여러분의 선조들에게 자유란 국가가 국가로 존재하기 위한 권리였다. 조지 해리스에게 자유란 사람이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살기위한 권리였다. 또한 가슴에 안긴 아내를 아내라고 부를 수 있는 권리였고, 무법적인 폭력으로부터 아내를 지킬 수 있는 권리였으며, 아이를 보호하고 교육시킬 수 있는 권리였고, 자신만의 집, 종교, 특성을가질 수 있는 권리였으며, 타인의 의지에 구속되지 않는 권리였다. 이런 모든 생각들이 조지의 가슴속에 솟구쳐올라 가슴을 뜨겁게 했다.
그는 손으로 머리를 고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는 남자 옷을 집어들고 가냘프고 예쁜 몸에 걸치고 있었다. 남장을 하는 것이 도망치는 데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 P304

캐나다에 새로운 사람들이 도착할 때마다, 아직도 노예제의 어두운 계곡 속에 빠져서 소식을 알 수없는 어머니와 누나, 아이, 아내의 소식을 혹시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여, 많은 현지인들이 몰려들어 열심히 소식을 묻는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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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독립만세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식민지 노예교육을 철폐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말했을뿐입니다. 당신네 일본은 일로전쟁 당시 대영제국과 동맹을 맺었습니다. 국력으로 볼 때 분명히 영국은 형의 나라였을 것입니다. 당신의 나라는 그 강대국에서 대가의 약속을 받고 선전포고를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영국의 땅도 러시아의 땅도 아닌 우리 땅이 제물로 넘어갔습니다. 과거 우리 조선도 오랑캐로 모멸했던 청나라와 싸운 적이 있었습니다. 명나라와의 우의를 저버릴 수 없다는 명분 때문에 싸운 것입니다. 대가도 지원도 없는 외로운 싸움, 만일에 지금 말하듯 속국이거나 식민지였었다면 누가, 하라 하지도 않았던 전쟁을 왜합니까. 억압해온 힘에서 벗어난 기쁨 때문에 만세를 불렀음 불렀지, 검(劍)을싫어하기에 뺀 검이었고 야만을 싫어하는 검, 침략을 싫어하는검, 그래도 조선이 미개국(未開國)입니까?" - P123

어릴때 일을 기억하는데 외톨백이 아이 하나가 사탕을 가져와서 나누어주었지요. 그랬더니 사탕을 나누어준 아이하고 사이가 좋지 못했던 아이는 외톨이가 되더란 말입니다. 이번에는 외톨이가 과자를 가져와서 나누어주었지요. 사탕을 나누어준 아이는다시 외톨이가 됐어요. 얻어먹는 아이들은 항상 명령에 복종했어요. 명령에 복종하는 아이, 외톨이는 언제 없어지지요? 정말역사가 그렇게만 되풀이되는 거라면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연학은 말없이 따라 걷는다.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는 적개심, 분노, 슬픔, 그것이 순수하면 힘이지요. 순수한 힘은 우월감이 아닙니다. 우월감을 쳐부수는 것이지요. 우월감을 쳐부수는 이론을 가지고 스스로는우월감에 젖어 있다면 이편에 서든 저편에 서든, 친구가 되든원수가 되든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 P148

"솔직히 말하자면 패잔병들의 은신처가 결혼이라는 거지 뭐. 여자가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요원해. 뭐 나야 별 재간도 없었던 여자지만 말이야. 결혼잘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혼자서는 견디어 배기기어려웠다는 얘기가 될 게야. 배운 여자가 하면 그건 언제나 질책이었고 어떤 때는 숫제 화냥년 취급이니, 사방을 둘러보아도배운 여자가 나가야 할 문은 한 군데도 열려 있지 않으면서, 철저하지 철저해, 조선사람들 보수적인 것." - P160

하늘은 항상 먹구름이며 겨울바람에터져나간 나무껍질처럼 순수할 수가 없소. 만일 일본의 현실이 오늘 우리와 같은 것이라면 오가타 씨 당신의 순수함도 상당한 변형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지금 조선 이 땅에는 어설픈 자책감과 죄의식과 날로 잠식해오는 소리를 들으며, 인간존엄의 자리엔 의자가 하나, 네, 그래서 눈멀고 귀먹은 늙은이로 행세하는 무리가 있고 도금이 시시각각 벗겨져 나가니까 ㅇ에라 모르겠다! 짐승이 이빨을 드러내어 으르렁거리듯 속물근성을 유감없이 드러내어 미치광이 모양으로 웃고 화를 내고 과시벽을 휘두르는 광대의 무리, 이 두 개의 유형은 대체로 민족반역자 친일파의 낙인이 찍힌 부류로써 상부층을 구성하고 있소. 이들은 스스로 비웃거나 민중이 비웃어주는 말하자면 안일에 썩어가는 산송장들이오. 다음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중간층입니다. 올려다보기도 하고 내려다보기도 하면서 열심히 자기 합리화를 꾀하는 이기주의자들이오. 한편을 향해선 민족의각성을 부르짖고 다른 한편을 향해선 물량을 따져 행복의 자와 저울을 휘두르며 민중을 설득하려는 냉랭한 현실주의, 그럼 - P184

에도 불구하고 소아병적인 것을 동반한, 그네들은 식자층이오.
전자나 후자는 모두 소수파며 한결같은 선택의식의 소유자들이오. 어쩌면 후자 쪽이 더 강할지 모르겠군요. 소위 신흥세력,
나라는 없어도 역사의 물결은 공평한 모양이오. 나머지의 전부, 조선 민족의 전부라 하여도 과언은 아닌 성싶소. 그들이야말로 조선 토종들이니까요. 민중들, 이들만은 생동하고 있소.
어떻게 생동해 있는가, 어떻게 가난과 공포의 생동이오. 아시겠소? 가난과 공포의.‘ - P185

벚꽃은 거짓이오. 죽음은 아름답고 깨끗한 것은 아니오. 죽음을 고통 없는 아름다운 것으로 길들여온 당신네 야마토 다마시는 거짓이오. 약자의 엄폐술이며……… 허위는, 껍데기는, 허위와 껍데기의 집단은 야만밖에 행할 것이 없고, 기계의 비정도 가능하고, 피가 물이라면 심장을 갈아제끼는데………… 모두 용감하오. 성실하게 용감하오.‘ - P194

"복잡하면 쳐내고 단순하면 덧붙인다는, 바꾸어서 말하자면 결핍과 잉여상태, 저는 얘기의결론을 지어야겠습니다. 결핍이 오늘 일본을 강국으로 만들었고 잉여상태로 하여 조선은 망했다."
"허참, 조선이 잉여상태? 야 그만두어라. 미친놈 취급당할게야."
"정신을 두고 한 말입니다. 물질적인 얘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앞으로 일본은 더욱더 강국이 될 거란 말입니다. 계속하여뭉쳐질 거란 말이지요. 개개인의 결핍은 전체를 풍요하게 하고개개인의 풍요는 전체를 결핍으로 몰아넣고."
"결론이냐?"
"아닙니다. 강약의 척도를 양면에서 상반된 눈으로도 볼 수있다는 것, 또 강약의 형태가 물결같이 오고 사라진다는 것, 물질의 시대와 정신의 시대가 명멸한다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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