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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은 혼자서는 틀어막을 수 없는 균열이나 총구 같은 것이 되어 그를 보는 사람은 위치에 따라 그 총구를 통해 내부에 있는 총기의 불빛과 느닷없이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총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몸안에 총기를 가지고 있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불안정한 균형 상태에 놓인 듯 보였다. 그리고 그의 조심스럽고도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눈의 표현은 그 얼굴에, 눈 주위와 눈 밑으로처진 부분까지 가득 채운 피곤함과 더불어, 아무리 잘 꾸미고손질해도 위험에 처한 권력자, 혹은 그저 위험한 한 개인 그러나 비극적인 개인이 익명으로 변장했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 P204

생루의 친척또는 친구들 가운데 "늙은 여자를 등쳐 먹고 사는 젊은 남자" 이름 두셋을 생루가 우연히 말하면, 샤를뤼스 씨는 평소의 냉정함과는 뚜렷이 대조를 이루는 거의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너절한 놈들이야!" 나는 그가 특히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지나치게 여성적이라는 사실을 비난한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여자들이라네." 하고 그는 경멸하는 듯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력적이고 남성다워도 충분치 않다고 여기는 그에게 여성적으로 보이지 않을 삶이 어디 있겠는가? - P205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말을 하거나 말을 하지 않거나 아무래도 좋다.‘라고요. 맞는 말입니다. 그게 유일한 행복입니다." 하고 샤를뤼스 씨는 울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네 인생이 잘못돼서 그런지 그런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건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하고 그는 전문가다운 단호하고도 거의 단정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사랑한다는 그 자체입니다. - P209

사진이 단순한 현실의 복제이기를 그치고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걸 우리에게 보여 줄 때, 사진은 나름대로 그것에 부족한 약간의 품위를 지니게 됩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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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

사회화된 웃음, 거짓 미소에 얼마나 목매고 있었는가.

자녀의 의무는 부모를 행복하게 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행복함으로써 혹은 올바른 방식으로 행복하다는 신호를 보여 줌으로써 이런 의무를 행복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의무를 따른다는 것은 현상유지를 위해 행복의 - 행복한 것으로 전달된 - 기호들에 단순히 가까이 가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 계보들은 그런 올바른 것들에 행복에 대한 희망을 걸지 않을 뿐만아니라 자신들의 불행은 그런 것들에 의해 행복해져야 한다는 바로 그 의무 때문이라고 목소리 높인 여성들의 계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역사는 문제 일으키기의 역사,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르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을 거부함으로써 소피가 되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역사다. - P111

페미니스트들은 기꺼이 소란을 일으키겠다는 사람들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심지어 고집을 부려야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주체의 의지가 다른 사람들의 의지, 즉 그의지가 일반의지 또는 사회의지로 물화된 이들의 의지와 일치하지않을 때 고집스럽다고 말한다.
따라서 여성 트러블 메이커의 형상은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의 형상과 동일한 지평을 공유한다. - P120

메릴린 프라이는 당신이 놓인 상황에 행복하다는 표시를 보이라는 요구에는억압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말하듯이, "미소 짓고 쾌활해야한다는 것은 보통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요구 사항이다. 이를 따를 경우,
그것은 상황에 대한 우리의 순종과 묵인을 보여 주는 것이다"(Frye 1983: 2). - P122

억압 상태는 당신에게 적응 중이라는 혹은 적응했다는 표시로 행복의 기호들을 보이라고 요구한다. "최대한 명랑한 표정을 지어 보이지 않으면사납거나 억울해 보이거나 화가 났거나 위험한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2). 억압받는 사람이 미소 짓지 않거나 행복하다는 표시를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은 부정적인 상태로, 즉 화가 난, 적대적인, 언짢은unhappy상태로 읽힌다. 행복이 억압받는 이들에게 기대되는 "기본자세" 같은 것이 되어 버린 결과, 중립성의 영역을 규정하게 된 것이다. 당신에겐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 삐에로… - P123

의식화란 불행에 대한 의식화라 할 수 있다. 게일 그린이 주장하듯이 "교육을 통해 여성들의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그것은 많은 여성들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했다. 여성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라는 엄격한 가정 이데올로기 때문에 좌절될 수밖에 없는 야망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Greene1991:9). 실제 우리는 한계를 한계로서 경험해야 한다. 한계를인식하게 되면 사실 삶은 제한이 덜하기보다는 더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세상이 교육으로 열린 가능성을 잡을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으면, 그런 부당한 제한은 훨씬 더 분명하게 인식된다. 그래서 세상을 열어젖히는것, 즉 자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세상에 우리가 불행을 느낄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 더더욱 의식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 불행은 또한 우리가 꾸준히 정서적으로 불행의 원인에 관심을 두게 해줄 수 있다. 당신이 불행한 것은 불행의 원인들 때문이다. 의식화가 불행한 가정주부를 행복한 페미니스트로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할 순 있겠지만 말이다! - P129

프리단은 행복한 가정주부 이미지에 맞출 수 있는 여성들은 이런 가정주부 역할에 잘 적응해 희생이라는 의식 없이 "스스로를 발견"할 다양한 기회를 포기해 버린 여성들이라고 주장한다(310). 이런 주장 뒤에는 적응 개념에 대한 비판이 존재한다. 행복이 이미 형성된 세상에 당신의 신체를적응시키라고 요구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우리가 이미 주어진것과 같은 형태를 취하면(이는 이 형태를 취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우리는편안하게 기존의 올바른 형태를 부여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샬롯 퍼킨스길먼이 주장하듯이, "편안함과 행복은 장기간에 걸친 적응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Gilman 1903/2002: 8). 이런 적응 뒤에는 다른 가능한 삶의 방식의 상실이 있으며, 잘 적응된상태를 유지하려면 이런 상실은 애도하지 않은 채로 둬야 한다. 그런 상실을 인식하는 것조차 애도다. 그래서 인식을 피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이다. 페미니스트 주체들은 잘 적응하기를 거부하면서 그런 상실들을 애도할 뿐 아니라, 그런 애도 속에서 삶의 다른 가능성들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그런 열림들은 세대를 넘어 계승된다. - P145

행복은 말하자면 덮개를 제공한다. 세계를 조화로운 것으로 보는 관점, 세계관에 맞지 않는 것, 반대하는것은 덮어 버리는 방법인 것이다. 개개인이 허위의식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사물을 보는 법 혹은 보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우리는 특정한 허위의식을 계승한다. 의식화 - 덮어 버리기에 대한 거부는 일종의 정치적 투쟁이다. - P154

분위기를 깨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하고 있는 일이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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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14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70페이지 정도 읽고 있는데 더 읽노라면 페미니스트 언급이 나오는군요. 화이팅!

거리의화가 2023-04-14 09:07   좋아요 0 | URL
아직 2장까지밖에 못 읽어서 모르겠지만 저는 2장이 읽기 더 수월했어요^^;
그리고 뒤에 미주는 결국 포기....하고 본문만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다락방님도 화이팅!
 

우리는 항상 타인의 결점에 대해 말하는데, 이는 자신에 대해 우회적으로 말하는 방법으로서, 죄를 용서받는 기쁨과 죄를 고백하는 기쁨이 합쳐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성격을 특징짓는 데만 늘 관심있는 우리 주의력은 타인에게서도 다른 무엇보다도 그런 특징에 주목한다. - P175

"나를 믿어 주게나. 만약 내가 지난날 자네와 콩브레를, 자네에 대한 내 끝없는 애정과 심지어 자네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어느 오후 수업을 생각하면서 밤새도록 흐느껴 울지 않았다면, 밤의 여신 케르"가 즉시 나를 붙잡아 인간들이 그토록혐오하는 하데스의 문을 넘어서게 해도 좋다네. 그렇다네, 난밤새도록 울었어. 자네에게 맹세할 수 있네. 하지만 슬프게도나는 알고 있네, 나는 인간의 영혼을 아네, 자네가 내 말을 믿지 못하리라는 걸." 사실 난 그의 말을 믿지 못했다. 또 그가그 순간 말을 지어낸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점점 말이 계속됨에 따라 ‘케르를 걸고‘라는 맹세도 큰 무게를 갖지 못했으며, - P179

블로크에게서 그리스 숭배는 순전히 문학적인 숭배에 지나지않는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거짓 행동에감동하며 또 남들이 감동하기를 바랄 때면 "자네에게 맹세하지."라는 말을 했는데, 이는 자기 말이 진실임을 믿게 하려는의도보다는 오히려 거짓말을 통해 히스테리성 쾌감을 맛보려는 의도였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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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 시인집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김창술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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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이 나왔을 때 사 두기만 하고 한 권 읽고 방치 상태였다가 얼마 전 임화 시를 읽고 싶어져서 찾아보니 이것이 있었다.

'카프(KAPF)'는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Korea Artista Proleta Federacio) 단체의 약칭이다. 1925년 결성되어 1935년 해체, 약 10여년의 세월을 활동하였다.

카프의 결성 및 활동과 해체 이 모든 것에는 당시 사회적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20년 초 무렵 전세계적인 사회주의, 공산주의 열풍으로 무산자 계급은 해방을 외치며 일어선다. 자본주의는 부와 자본에 따른 빈부 격차로 계급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산업의 발전으로 공장 등이 만들어지며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1929년 세계 대공황으로 전 세계가 불황의 늪에 빠지며 노동자의 피해는 더 막심해졌고 이는 갈등을 폭발시키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카프 시인으로 분류되는 이들 중 기억나는 이름이라고는 임화와 안막 정도였던 것 같다(이들도 이름만 알 뿐 아는 것은 별로 없다). 그 중 임화는 그나마 이름이 있는 편이었지만 시집에 등장하는 김창술, 권환, 박세영은 생소했다.

김창술은 카프 조직에서 선배 격 시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나마 문학적인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하나 기존의 시들과 적당히 버무려진다는 느낌이었다. 반면 뒤에 나오는 권환, 안막 등은 투쟁이 강조되어 시가 으스스한 느낌마저 든다.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투쟁은 지금 내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당연하듯 현재의 상황과 나의 기준과 잣대로 그들의 사상과 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여 읽었다.
그래도 나는 과거를 짐작할 수밖에 없으므로 카프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룸펜'이었다. 하지만 카프의 성격과는 맞지 않으므로 그것은 잘못된 연결이겠다. '룸펜(룸펜 프롤레타리아)'는 마르크스가 사용한 용어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하층 노동자로 일하는 이들을 지칭하며 멸시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프 시인들이 당시의 노동자들의 실상을 절절히 깨닫고 이런 시들을 써 냈을까?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회의적이다.) 내가 왜 회의적인지 생각해봤는데 당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지식인 계급들은 실상 노동자들이 아니였고 펜대를 굴리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노동자들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노동자 사건의 발생을 통해서나 주변에서 얻은 정보들을 간접적으로 얻은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직접 몸으로 싸워서 얻은 것일까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를 알려면 결국 이들 개인의 역사와 카프의 역사 등을 더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겠다.

시집을 읽으면서 현재 읽고 있는『토지』가 여러 모로 떠올려졌다. 하필 1930년대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트에 임화 시집도 포함되어 있어서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읽을 예정이다.

[ 오월의 훈기(薰氣) ] (by 김창술)


...


사랑하는 친구여!

용감한 우리의 젊은 사나이야!

이 봄이 가기 전 아마 이월 스무날 저녁이었었다.

우리들이 머리를 마주 대고 씩씩하고도 기쁜 기분 속에서 갈리던 때다


그러나 바로 그 뒤 그대와 모든 근로하는 청년이 삼월의 독수에 붙잡혀 가고


그 봄이 그대들과 나와 말 못 하는 그 속에서 가버렸었다


한데 오월이 왔다

꽃동산이 무너지고 울창한 녹음이 깊어 가며 오월이 왔다


...


[ 제비 ] (by 임화)


...


마루청을 밟는 간수의 구두 소리

절그럭대는 칼 소리로 유월이 되리로구나


하지만 동무들아 너희들은 눈 오는 겨울에도

<노동자의 봄>을 물고 나라를 찾아드는 젊은 제비라


총에도 칼에도 꼼짝도 않는 불사조

죽음으로써 <노동자의 봄>을 짓고 있으니


제비는 삼월에 남쪽에서 북으로 날아오건만

우리는 겨울에도 x을 들고 공장에서 싸워야 한다


[ 누나 ] (by 박세영)


...


누나!

그러게 내가 무어라고 그랬수

가난한 사람은 다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내 몸은 가난의 그물에 걸렸으면서도

생각은 가장 이상경(理想境), 문화 주택을 생각하고

재산을 생각하지만 어디 되는 줄 아우!

가난한 사람이 누구라 안 부지런하우만은

돈을 모을 수가 있습디까 그것도 봉건 시대의 말이유

부지런이란 무엇 말라빠진 것이란 말이유


...


[ 백만 중의 동지 ] (by 안막)


...


오오 오늘도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동지 우리 가장 미덥던 형제가

xxxx에 제이 제삼의 <칼>이 되어 와다마사가 되어 xx문을 나오는구나-

동지야 그래서 그처럼 우울한 얼굴을 하느냐

그러나 동지야

우리들의 신문은 놈들의 눈을 속이어 또 나오지 않느냐

<노동자 농민 제군! xxx을 xx라!>라는 xxx가 공장 속에 또다시 흩어지지 않느냐

이렇게 우리들의 헐리었던 조직은 오오 보다 더 강대하게

대중 속에 뿌리를 박고 있지 않느냐

동지야!

너는 대중 속에 있다 너는 노동자 농민 속에 있다 수억만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 속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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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4-13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진쌤은 출판계를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으셨으나.....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4-13 16:0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아마 오디오매거진 듣는 분들 대부분이 관련 도서들 이미 사들이고 계시는듯하네요^^;
저는 그나마 이미 사둔 것이라 그냥 읽었을 뿐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