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남아의 남성화가 매우 문제시된 사회들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니고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1) 남녀 역할의 분명한 분리2) 어머니의 아동 양육의 독점3) 남성의 역할이 갖는 사회적 비중이다. 역할의 분명한 분리란 남녀 역할이 얼마나 상호 배타적으로 규정되어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남녀의 역할 구분이 덜 엄격한 사회에서는 ‘남성다움‘이란 것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반면, 구분이 많고엄격할수록 ‘남성다움‘이 문제시된다.
두번째로 어머니의 자녀 양육의 역할이 독점적일수록, 또 그 양육기간이 길수록 남자 아이를 여성의 품에서 떼어 남자답게 만들기가힘들어진다. 다시 말하면 아들이 유아기와 아동기의 경험을 통하여어머니에의 귀속감과 애착을 강하게 가질수록 남성다움이 문제화될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 P278

셋째로 남성의 역할이 갖는 사회적 비중의 문제이다. 생계 유지가거의 여성들에 의해 가능한 사회에 비해 남성의 경제·사회적 역할이 사회의 존속에 매우 중요한 경우, ‘남성다운‘ 남자를 기르는 것은심각한 사회적 과제가 된다. 이는 대개 남성이 경제적 생산이나 방어면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이며 또한 남성간의 협력과 유대가 매우 중요한 사회이기도 하다. - P279

초도로우의 논의의 초점은 ‘모성적 성향의 재생산‘에 있다. 그는.
프로이트가 밝혀낸 대상 관계 이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프로이트가제시한 대로 자아 발달의 과정을 무의식적 감정적 심리 구조의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초도로우가 프로이트와 크게 의견을달리하는 것은 가족을 사회 조직의 한 단위로 보았다는 점과 어린 아이의 자아 형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를 어머니로 보았다는 점이다. - P284

‘모성적 성향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곧 여성이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것은 원초적인 모녀 밀착 관계의 회복이자 삼각 관계의 재실현을 뜻하는 것이다. 여성의 관계 중심적인 사고, 여러 가지 상황적 변수를 고려하는 복선적인 논리 성향, 상호 의존성,
그리고 감정 이입적 이해력은 여아가 유아기의 자아 형성 과정을 거치면서 습득된 특질이다.
반면에 남아는 개체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자신의 일차적인 밀착관계를 거부하여야 하였고 이 과정에서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일차적 애착의 대상인 어머니와의 관계의 거부는 곧 일반적 관계성 및 자신 속에 잠재해 있던 모성적 성향의 억압을 의미한다. - P287

남자 어른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남성의 성격, 가치나 행동 체계를 배우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남성다워야 한다고 느끼는남아들은 남성의 역할과 서구적 이미지에 맞는 남성다움을 상상함으로써, 또한 모든 여성적인 것을 부정함으로써, 남성다움을 추구하게 - P294

되고 이러한 신분적 정체감을 통한 남성다움의 추구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분리된 채 고정된 남성상을 낳게 되었다. 따라서 남성다워지고자 하는 남성은 끊임없이 "능력있고 책임감 있는 남성"이 되고자하든지 "인기있는 남성"이 되려고 애쓰게 되는데, 이런 인위적 노력은 실상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남성다움에 자신감을 잃는 결과를 낳고 있다. 남성다움에 대해 자신을 잃은 남성들이 생김으로써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는 심각하다. 주목될 현상으로 마치스모 machismo를들 수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남성다움에 자신을 잃고 불안해진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정복하거나 폭력을 쓰거나 여자들이 하지 못(안)하는 무모한 짓을 함으로써 자신이 남자인 것을 과시. 과장하고수시로 확인해보는 행위를 말한다(Michaelson and Goldschmidt, 1971346).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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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문학 선집 1 - 1898년~1920년대 중반 여성문학의 탄생 한국 여성문학 선집 1
여성문학사연구모임 엮음 / 민음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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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지식과 문화의 유입은 여성들의 삶과 지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학교를 비롯한 근대 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자각한 여성 주체들의 움직임, 근대적 교육을 받은 신여성의 등장, 개화 계몽의 열기로 꽉 찬 공론장의 부상은 여성의 읽기와 쓰기를 이끈 요인들이다. 이 시기 공적 담론은 신문 잡지와 같은 인쇄 매체를 통해 유포되었고, 이와 같은 공론장에 글 쓰는 여자가 출현한 것은 여성문학사의 기원을 이루는 중요한 장면이다. 특히 1898년 독립협회가 주최한 만민공동회와 독립협회의 강제 해산을 반대하며 대중들이 광장에서 연설의 장을 열었던 사건은 집 안의 여성들이 ‘소문’이나 ‘신문’이라는 간접화된 통로로나마 공론장의 열기를 경험하고 광장의 목소리를 내도록 촉발했다. <여자계>(1917), <신여자>(1920), <신여성>(1923) 등 여성 매체는 논설, 독자 투고뿐 아니라 수필, 소설, 시 등 문학적인 글쓰기를 훈련하는 장을 마련했다. 여성의 권리와 각성, 자유연애에 대한 열망을 담은 이 시기의 작품들은 민족이나 가부장적 질서로 환원되지 않는 여성-개인의 목소리를 근대적 문학 양식에 담은 신여성에 의한, 신여성에 대한 글쓰기다. - P15~16


한국 여성문학 선집 시리즈는 남성 중심의 문학사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한국문학(사)에 여성문학을 여성의 관점으로 서술하기 위한 선행 작업이다. 그동안 여성문학 선집이 출간된 이력이 있으나 대부분 시기가 1960년대 이전으로 한하고, 장르도 소설로 편중되어 있었다. 이번 한국 여성문학 선집은 여성 연구자들이 20년 정도를 투자하여 특정 시기,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근현대 시기 여성 문학 텍스트를 엄선해 골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펀딩하기 전에 어떤 텍스트가 실릴지 감이 오지 않아 고민했었는데 막상 작가의 목록을 보니 아는 작가의 이름도 있지만 알더라도 이름만 아는 경우,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구입하기를 잘했다 생각한다. 시리즈는 총 7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898년 무렵부터 1990년대 이후까지 넓은 시기를 아우른다.


1권은 한국 여성문학이 탄생한 시점인 독립협회 활동 시기인 1898년부터 1920년대까지를 다룬다. 


성상 폐하의 외외탕탕하신 덕업으로 임어하옵신 후에 국운이 더욱 성왕하여 이미 대황제 위에 어하옵시고 문명개화할 정치로 만기를 총찰하시니 이제 우리 이천만 동포 형제가 성의를 효순하야 전일 해태한 행습은 영영 버리고 각각 개명한 신식을 준행할 새 사사이 취서되어 일신우일신 함을 사람마다 힘쓸 것이어늘 어찌하야 일향 귀먹고 눈먼 병신 모양으로 구습에만 빠져 있나뇨. 이것이 한심한 일이로다. 혹자 이목구비와 사지오관 육체가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야 병신 모양으로 사나이의 벌어 주는 것만 앉아서 먹고 평생을 심규에 처하여 남의 절제만 받으리오. - 여학교설시통문, 이 소사 김 소사 , P36~37


이 글의 주인공은 두 ‘소사’다. ‘소사’는 결혼한 여성을 일컫는 말로 이 소사는 양성당 이씨로 왕가 종신 출신이었고, 김 소사는 양현당 김씨로 순성여학교 초대 교장이었던 인물이다. 양성당 이씨는 찬양회 회장이었기도 했다. 찬양회는 여성도 배워야 한다 여기고 순성여학교 설립을 후원하는 역할을 한 모임이었다. 찬양회는 이후 나오게 되는 여성 단체들의 모델이 되었다.

이 글을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당시는 대한 제국이 있던 때로 여성들의 교육을 위한 학교를 새울 취지를 남긴 글이다. 여자도 남자와 다르지 않는데 남자가 주는 것만 받아 먹어서는 안 됨을 강조하는 것이 눈에 띈다. 


길바닥에, 구을르는 사랑아

주린 이의 입에서 굴러나와

사람 사람의 귀를 흔들었다

‘사랑’이란 거짓말아.


처녀의 가슴에서 피를 뽑는 아귀야

눈먼 이의 손길에서 부서져

착한 여인들의 한을 지었다

‘사랑’이란 거짓말아.


내가 미덥지 않은 미덥지 않은 너를

어떤 날은 만나지라도 기도하고 

어떤 날은 만나지지 말라고 염불한다

속이고 또 속이는 단순한 거짓말아. 


주린 이의 입에서 굴러서

눈먼 이의 손길에 부서지는 것아

내 마음에서 사라져라

오오 ‘사랑’이란 거짓말아! - 저주, 김명순, P53




아랫목 벽에 걸린 로댕의 ‘다나이드’를 사진 박은 그림이며 머리맡에 롱펠로의 ‘화살과 노래’란 영시를 흰 비단에 옥색으로 수놓은 족자며, 또 이름 모를 물새가 방망이에 붙들어 매이어서 그 자유인 오 촌 가량의 범위를 못 벗어나고 애쓰는 그림이 어느 것이나. 자유를 안타깝게 바라는 소련의 취미가 아니랴. 이런 것들을 뒤돌아 보는 소련의 마음이 어찌 대동강의 능라도를 에두른 이류가 합쳐지지 않기를 바라랴. 흐름은 제방을 깨뜨린다! - 도라다볼때, 김명순, P123


1권에 등장하는 작가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이가 김명순이다. 일단 생각이 깨어 있다는 것에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글을 정말 유려하게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문장을 보면 평소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경험하는지 절로 알게 된다. 

그녀는 특히 다양한 장르의 글을 남겼다. 김명순은 매일신문사 기자로도 활동했고 개인 시집을 내기도 했으며 문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발간된 조선 시인 선집에 여성 작가로 유일하게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저주>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이 얼마나 덧없고 유한한 감정인지 알 것이다. 이를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도라다볼때>는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 여자의 감정을 잘 묘사한 소설이다. 일본으로 건너가 박사가 된 여성의 설정은 당시 신여성의 트렌드를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어쨌든 지금 생각하니 내가 생각하는 이성은 그이와 같은 이는 아니었나이다. 남성답지도 못하고 줏대가 없고 여자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인격적으로 대하지 아니하고 이왕 상당한 아내를 둔 이상 절대로 정조를 지켜야 하겠다는 자각이 없는 그이었나이다. 

내가 처음에 그를 사랑한 것은 이성이라고는 도무지 접촉해보지 못하다가 부모의 명령으로 눈감고 시집을 가서 친절하게 구는 이성을 대하니 자연 정다워진 데 지나지 않는 것나이다. - 자각, 김일엽, P223


우리의 조선 여자 사회는 아직도 유치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 이때는 어느 때입니까? 세계는 바야흐로 개조가 되려 하고 새 문명의 서광은 훤-하게 비치옵니다. … 몇 세기를 두고 우리를 냉혹하게도 압박하고 우리를 극심하게도 구속하던 인습적 구각을 깨뜨리고 벗어나서 우리 여자가 인격적으로 각성하여 완전한 자기 발전을 수행코자 함이외다. 남자들은 이를 이르되 파괴라, 반항이라, 배역이라 하겠지요. 고래로 우리 여자를 사람으로 대우치 아니하고 마치 하등 동물같이 여자를 모두 몰아다가 남자의 유린에 맡기지 아니하였습니까? - 우리 신여자의 요구와 주장, 김일엽, P232~233


김일엽은 이화학당 출신으로 잡지 <신여자>를 창간한 주인공이다. 이후 입산 후 수계를 받았다. 시나 소설보다는 논설이나 수필을 많이 썼다. 

<자각>은 일본으로 공부하러 간 남편이 결국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뒤 여자가 모진 경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게 되는데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지만은 않겠다는 그녀의 말에서 복잡미묘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다 생각하는 것은 자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환경이 바뀌어도 본인이 깨닫지 않으면 결국 변할 수 있는 기회는 없으니까. 

수필이나 논설을 많이 썼다고 하더니 역시 달랐다. 소설보다 아래 논설문의 글이 훨씬 좋았다. 읽고 있으면 절로 손목을 불끈 쥐게 된다.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내 인형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위안물 되도다

노라를 놓아라

최후로 순순하게

엄밀히 막아 논

장벽에서

견고히 닫혔던

문을 열고

노라를 놓아주게 - 인형의 가 제3막, 나혜석, P240


나혜석은 한국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글(이는 그림도 마찬가지)을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작품들이 적어서 참으로 안타깝다. 그녀는 일본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돌아와 정신여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일했고 매일신보에 만평을 연재하기도 했다. 삼일 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는데 다른 독립 운동가들을 돕기도 했다. 화가로서 개인 전람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서 꾸준히 입선하는 등 그녀는 참으로 귀재였다. 

<경희> 등 여러 소설을 남겼다. <인형의 가>는 조선판 노라를 떠올리게 한다. 더 이상 누군가의 인형으로 살지 않겠다는 주체성의 포효를 느끼게 한다. 


이렇듯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앞에는 원문, 원문이 끝난 뒤에 현대어를 실어 두어서 보기가 좋았다. 원문이 해석이 어렵지는 않지만 단 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아무래도 오늘날과 다른 철자의 표기, 띄어쓰기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능한 원문으로 읽어보고 뒤에 현대어로 변경된 부분을 읽는다면 비록 그 시기를 경험하지는 못했더라도 작품을 통해서 그 시간을 더 잘 경험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2권은 1920년부터 1945 해방 이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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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 형태에서 공통적으로 추구되고 있는 원리는 보다 인간적인 관계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에게는 성을 불문하고성취 욕구와 정서적 욕구가 있으며 이를 적절히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짜여진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가족상이 제시되고 있는 것인데, 그 가족은 첫째로 가족 성원 중 어느 누구도 집단의 복지라는 이름 아래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는 민주적 관계를 기초로 하며, 둘째 가정이 사회의 일방적인 통제를 받지 않도록 공공/가정간의 유기적 연결을 도모해가는 집단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가족 집단의 성격이 제도적이고 규범적인 집단에서 인격적 유대가 강조되는 집단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지나치게 확대된 공식 영역의 지배로 인간과 가정이 도구화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는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환의 과정은 곧 남녀간의 성역할 고정 관•념을 무너뜨리고 과도하게 사회화된 남성을 가정화하고 과도하게 가정화된 여성을 사회화시키는 작업과 연결된다. - P217

한국의 가족 제도와 가족 관계의 변화는 이러한 상황적인 요소와일상 생활을 지배하는 가치 지향성이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내에서 이루어지며 양자간의 불균형은 많은 갈등을 낳고 있다. - P222

국민 소득의 분배와 사회 복지에 관한정책이 경제 성장을 위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동 양육과 교육은 거의 전적으로 가족에게 맡겨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경제적 여유가 있어 교육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고 전적으로 관심과 시간을 자녀 교육에 쏟을 수 있는 전문적 육아인이 있는 계층에 속한 아동이 학력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 P234

경제적인 필요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여성은 자신의 직업을 임시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경제력이있는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을 뿐 경제·사회적 자립인으로 새로운 부부 관계를 이루어갈 생각은 않고 있다.
반면에 남편들은 아내를 돈벌이에 내보냈다는 자격지심에서, 그리고 흔들거리는 가장의 권위를 튼튼히 하기 위하여 더욱 가부장적인태도를 굳혀가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들은 항상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지못한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가정 주부상이 여성의 이상적 존재 양태로 인정되는 한 변화되기 힘들며, 노동 계층 여성의 계급적 의식과 여성으로서의 의식은 매우 복잡 미묘한 양상을 보여왔다(조형, 1986) - P245

여성은 구조화된 억압적 관계를 피하여야 하며 부부는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협력자가 되는 데 동의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족 전원은 아내 또는 어머니의 취업이라는새로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며, 특히육아와 가사 노동을 합리적으로 나누어가기 위한 훈련을 쌓아가야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부가 자신의 남편과 자녀들에게 일을떠맡길 수 있는 결단이다. - P252

비취업 가정 주부의 위치의 근원적 취약성은 궁극적으로인간을 기르고 보살피는 일과 가사일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극복될 길이 없다. - P258

아내의 성적 욕구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이를 회피하려는 부르주아남편의 경험은 전통적인 정절 의식과 어우러져 여성 성욕의 수동성에 대한 진단을 낳은 것이다. 이는 여성이 느끼는 성적 쾌감은 클리토리스의 접촉 clitoral orgasm 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성기를 질에삽입, 즉 남성과의 성교를 통해서만 vaginal orgasm 온전히 얻어질 수있다는 이론으로 구체화되었다. 1966년 실험을 통하여 이 구분의리학적 근거는 부정되었으나 이러한 근거 없는 개념은 여전히 일상적 남녀 관계를 지배해오고 있다(Bouchier, 1986: 79).
이러한 여성에 대한 문화적 횡포에 의해 많은 현대 여성들은 자아분열을 경험하여야 했다. 문화적 표현을 빌리면 여성은 ‘미치거나mad‘ ‘바보 dull‘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V. Wolf), ‘인형 doll‘ 이거나무작정 남자를 밀어붙여 파괴하는 ‘황소 같은 존재 bully‘ 가 될 수밖에 없었다(Lawrence, 1932). 여성은 여전히 ‘대화의 상대‘와 ‘잠자기상대‘로, 또는 어머니와 창녀로 이분화된 채 대상화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은 이러한 역사적 과정의 정확한 파악을 통하여 비로소자신들의 진정한 소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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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16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많이 읽으셨네요, 거리의화가 님! 저는 이제 막 2장 들어갔습니다!!
 
12.12 - 정승화, 장태완 등 관련자 100인의 증언과 사진으로 재구성한 12·12 그날의 진실
이계성 지음 / 폴리티쿠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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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매스컴 사진 및 영상 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죄수복을 입은 두 사람, 전두환과 노태우다. 어릴 때라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음에도 뇌리에 강렬했던 모양이다. 그 때는 그저 그들이 부패한 죄로 사법대에 올랐다고만 생각했다. 정치는 무관심이었고 그저 노래 듣고 부르기 좋아하는 어린 아이일 뿐이었으니 말해 무엇하랴.


이 책은 30 년전 5.18 진상 조사로 전두환과 노태우가 사법 심판대에 올랐을 때쯤 출간되어 나왔다가 올해 5.18 무렵 수정되어 다시 나왔다. 작가가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당시 상황을 궁금해 하는 젊은 층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12.12 쿠데타 전후 사정을 실고 각주 등을 보충하는 등 작업을 추가했다고. 12.12를 잘 모르거나, 타이틀만 알고 있거나, 안다 해도 단순하고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책이다. 작가가 기자라 그런지 글이 마치 르포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장감이 넘쳐서 쉴 틈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신군부 세력은 12.12를 왜 일으켰는가?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가? 궁금증을 위해서는 그 배경을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체로 10.26 이후 전두환 및 신군부 세력이 정권 장악을 준비했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꼭 쿠데타여야 했는가.'를 답하기 쉽지 않다. 책에서도 살펴보듯 군 내부, 정부 부처 인맥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씨앗임을 알아야 비로소 사건의 본질에 가 닿을 수가 있다. 

사건의 발단은 윤필용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윤필용 사건은 1972년 유신 마무리 후 1973년 유신의 주역이었던 세력 간의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박종규는 경호실장, 강창성은 보안사령관이었고 윤필용은 수도경비사령관이었는데 중앙정보부장인 이후락과 윤필용 간에 밀착이 이루어지자 박종규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에 윤필용이 유신 자축 모임에서 이후락에게 한 '각하(박정희)가 노쇠하였으니 다음은 이후락(형님) 차례' 발언을 꼬투리 삼아 그를 끌어내리고자했다. 발언 소식을 들은 박정희는 강창성 보안사령관에게 사건을 조사하라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군 세력이 경상도 출신으로 걸러지게 되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를 비롯한 하나회 세력에게는 기회가 된 셈이다.   


책을 읽으며 12.12와 관련하여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었던 여러 순간들을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질문이 생겨나더라. 


먼저, 안타까웠던 순간들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가장 놀랐던 것은 정승화 총장이 쿠데타 당일 오후 전두환을 불러 미팅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때 전두환의 숨은 의중을 파악했어야 하는데... 


2. 정승화 총장 납치를 위해 온 보안사 인력과 방어 세력 간의 충돌로 총격전이 벌어지자 순찰 중이던 경비대는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공관경비대장인 황인주 소령과, 반일부 준위는 반대편 방향에서 몰려오는 육본 헌병 병력(33헌병대 소속 병력)과 마주쳐 그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 육본 병력은 정승화 총장 연행 때 문제가 될까봐 합수부에서 파견한 인력들이었다. 이들이 약간의 시간차로 부딪치지 않았다면 납치되던 정승화 총장의 차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면?


3. 전두환은 반란에 대한 최소한의 명분을 얻기 위해 최규하 대통령을 찾아 갔다. 최규하는 국방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 오라며 재가를 거부하며 버텼으나 결국은 막판에 전두환의 손을 들어줬다. 최규하가 끝까지 재가를 허락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꽤 오래 버티기는 했지만)


4. 윤성민 참모차장은 사태를 확인하고 반란군을 단호히 진압하기로 결심한다. 정병주 특전사령관에게 휘하 병력을 확실히 장악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국방장관에게 계속 연락을 취했으나 실패하자 총리 공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로부터 통화를 거부당하고 말았다. 대통령과 참모 차장이 직접 통화를 할 수 있었다면?


5. 육본 지휘부 세력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쿠데타 대응에 철저히 실패했다. 리더가 부재했다고는 하나 신군부의 쿠데타임을 인지하여 공격을 감행하는 식으로 전두환 측에 대응했다면? 


6. 노재현 국방부 장관은 자리를 옮겨 다니며 사태 마지막까지 본분을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초기 진압 작전은 이루어질 수 없었고 신군부 세력의 쿠데타는 성공했다. 그가 최소한 자리를 지켜 지휘권을 행사했다면 어땠을까? (본인의 소임을 다 했다면)


7. 신군부는 1공수여단을 서울로 진입시켰다. 이에 장태완 수경 사령관은 30사단 박희모 소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병력을 동원하여 1공수여단의 서울 진입을 막아달라 요청했다. 그러나 박 사단장은 육본과 합수부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 결국 합수부 측의 지시를 따라 서울 주요 통로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그가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지시를 따랐다면?


다음과 같이 질문이 떠오르거나 인상 깊은 장면도 많았다.


1. 전방에 있던 9사단과 제2기갑여단을 서울로 불러들인 합수부 측은 과연 국가를 위한 선택이라 말할 수 있나? 권력을 빼앗기지 않고 오히려 반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과정에 의한 수단이 아니었나.


2. 쿠데타 당일 밤 육본 참모회의가 열렸다. 전방 사단 병력들은 장관 없이 병력 동원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 고집을 부리는 상황에서 윤성민 참모차장은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장태완 소장은 명령부터 내려야 한다고 단언했고 이 의견에 찬성한 것은 유일하게 군수 참모부장인 안종훈 소장 뿐이었다. "군인의 사명에 따라야 하는 우리 고급 장성들이 우리만 살겠다고 쿠데타군에 손을 들자는 거요?"(P299) 그의 말은 백번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종훈 소장은 5.17 전국 계엄 확대 회의 때도 소신 발언을 했다는 것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중심을 지키는 군인들은 내쳐지고 권력 맛을 아는 인간들만 승승장구를 했으니 참...


3. 전두환은 쿠데타 이전부터 군 개편을 구상했고 정승화 총장의 혐의가 없음을 알면서도 박정희 시해 동조자로 몰아 반란의 명분으로 삼았다. 하나회를 중심으로 선배 장성들을 모으면 정승화를 연행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생각한 그 자신감이 소름끼친다.


4. 신군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12.12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당시 한미연합사 사령관인 위컴은 전방 부대를 서울로 진입시킨 것에 특히 분노했다. 군 핵심 전방 부대를 쿠데타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두환은 12.12 사태를 10.26 사건 수사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신군부는 이후 정치에 가담하지 않을 거란 약속을 하며 빠져나갔다.


1980년 3월 5일 정승화 총장은 내란방조죄 혐의를 받아 재판부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 시해 범인임을 알고도 나라의 실권자가 될 것으로 판단해 그의 내란 행위를 도왔다.'고 공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정승화 변호인 측은 내란 행위 여부가 논란인 상황에서 공판은 대법원 판결 후로 연기해야 한다며 공판 기일 변경 신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그 요청을 기각해버렸다. 군검찰은 내란방조죄를 적용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물증이 아닌 심증만으로 불충분함이 발견되어 확인 과정에서 7년형으로 확정됐다.  


같은 해 4월 14일 전두환은 기존 보안사령관에 중앙정보부장 서리까지 겸직하게 되면서 막강한 권력자의 지위에 오른다. 바깥은 개혁의 바람으로 일명 '서울의 봄'이었지만 그는 사실상 권력의 정점에 오르며 국가를 자신의 입맛대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착착 해 나가고 있었다. 

전두환이 중앙정보부장 겸직 요구를 관철하려할 때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최광수 비서실장을 압박하는 등 여러 사정이 있었다는데 과연 최규하 대통령은 이 때 전두환을 올리는 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12.12 쿠데타 사건을 책을 통해 복기하면서 노재현 국방 장관과 최규하 대통령의 진심이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끝까지 진실을 밝히지 않고 사망한 두 사람의 마음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의도한 것은 아닌데 영화 <서울의 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을 완독하고 이제서야 보았다. 영화는 빠른 전개로 쉴틈없이 몰아치지만 아무래도 등장 인물이 가명을 사용하고 사건을 아무래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보충 자료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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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유형에 관한 최근의 연구들(이효재 · 조형,
1976: 김애실, 1981: 주경란, 1983)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현대 교육의 보급률에 비하여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취업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1970년대의 급격한 국민 경제 규모의확장에 따라 여성 인력의 현저한 양적 증가가 기록되었으나 질적인면에서는 거의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음이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 P137

여성을 위한 조직의 경우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조직을 이루게 되는데 이러한 조직은 민주적인 운영을 해나갈 잠재력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1) 인간 관계에 대한 관심이 필요 이상으로 작용하여 업무상 능률이 낮아지고 (2) 여전히 특수주의적 원리가 지배적이며, 직업 및 가족에 관한 의식면에서 나타나는 큰 차이를 줄일 효과적 기제를 아직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시어머니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현재의 여성 주도적 조직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소수 엘리트층 여성들의 사고방식과 이 조직이 강자 집단을 모방해야 하는약자 집단의 조직이라는 특성과 관련하여 앞으로 더 깊이 파악되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남성 주도적 조직에 여성이 진출하는 경우에는 채용시부터 남성보다 더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실력 외에 결혼 여부·가정 배경 등의 조건이 고려되며 ‘팔방미인‘ 적 여성, ‘분위기‘를맞출 수 있으며 공격적이지 않은 성격이 선호된다. - P179

전문직 여성들은 직장내에서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남녀관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째로, 여성에 대한 선입관이 여전히 작용하여 능력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한편, 여성의 모성적 역할의 강조가 직장에서도 똑같이 요구되어 자신의 의사와는무관하게 양보의 미덕을 또는 중재의 역할을 떠맡게 된다. 남녀 유별의 전통 때문에 직업 동료로서의 남녀 관계는 아직 확립되어 있지 못하며 이에 따른 혼란과 갈등 역시 무시 못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둘째로, 조직체에서의 진출 양상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영 방식 - P187

에 있어서 연줄을 통한 비공식적 관계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있으므로 보편적 기준에 의한 고용이 어려우며, 일 처리에 있어서도뒷거래가 성행하여 다수의 여성은 불리한 위치에 있다. - P188

직업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지속해나갈 수 있는 여성은 현재로서 선택된 집단에 국한되어 있다. - P196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집단 활동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따라서 조직 생활을 위한 훈련이 거의 되지 않은 채 성장한다. 한편 기회가 부여된 경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조직의 이방인. 주변인으로서 자신의 전문적 역할 외에 여성이라는 신분에 따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동시에 ‘통계적 불평등‘ 때문에 갖는 ‘고립‘과 ‘눈에 뜨이지 않으려는‘ 방어적 처신으로 조직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큰 조직체내에서 활동하는 유능한 여성들이 기업의 중심 계열에 들기보다 고문이라든가 스탭이라는 주변적 위치에서 활동하기를 원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권력, 기회 구조, 그리고 숫자의 문제와 관련된다. - P200

여성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선택들, 바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따라가야 하는 진로, 그리고 지불해야 할 대가와 얻게 될 보상에 대하여 냉철하게 따져보면서 개인적 적응과 성장을, 그리고 조직체의 구조 개선을 도모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 작업에 있어 여성들간의 유대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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