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성‘을 견인한 강력한 추동력들 중 하나는 바로 자연에 대한 새로운이해였다. 그리고 근대성은 자연에 대한 또 하나의 이해를 덧붙이기만 한것이 아니라 자연을 탐구하는 매우 새로운 방식,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있는 하나의 독특한 ‘방법‘을 개발해냈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 P22
기학적 세계관은 ‘현미무간‘의 입장에 서서, 구체적 현상으로부터 자연철학적 이치 그리고 형이상학적 원리의 차원까지를 연속적으로 파악하는사유이다. 이 점에서 세계의 존재론적 단절들과 파편화를 극복한 내재적사유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런 내재성의 사유는, 자체 내의 존재론적 분절들을 내포하고는 있지만, 세계의 존재론적 층들에 대해 다소 둔감한 특성을 보여준다. 설명하는 것과 설명되는 것이 질적으로 너무 연속적이어서 ‘인식론적 단절‘(바슐라르)이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사유는 대상의 표면과 심층이 연속적인 경우(예컨대 사람의 얼굴에서 그의 장기들의 건강 상태를 읽어내는 등)에는 일정한 설명력을 가지지만, 상대적으로불연속적인 경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P28
자연마술이 박물학적이고 실용적인 성격을 띠었고 신흥 부르주아 계층의 야심과 결부되어 있었다면, 신플라톤주의에 기반한 헤르메스주의는 이시대의 존재론 또는 과학철학의 역할을 했으며 보다 이론적이고 철학적인성격을 띤 사조였다. 양자는 같은 시대를 풍미했고 서로 얽혀 있었지만, 사실 지향이나 분위기가 사뭇 다른 갈래였다고 보아야 한다. - P37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모든 개체들은 그안에 결핍을 내장하고 있으며, 이는 곧 그것이 아직 비-자족적임을 함축한다. 때문에 이 비-자족성 즉 결핍이 그것을 운동하게 만들며, 질료의 결핍성이 형상/현실태에 의해 채워져나가면서 점차 자족성의 차원 즉 완성태의차원으로 나아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런 운동론은 바로 생명체들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운동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생성의 세계는곧 생명의 세계이다. - P46
14세기 자연철학자들의 작업에는 반-아리 - P51
스토텔레스적 측면과 아리스토텔레스적 측면이 복잡하게 착종되어 있었다. 이들의 성과가 본격적인 근대 역학의 패러다임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르네상스 시대에 이루어진, 앞에서 논했던 다양한 기술적-실험적 성과들이 통합되어야 했고, 나아가 기술·실험과 수학 양자가 보다 직접적이고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했다. - P52
대강을 분절하고, 측정 · 양화해 변항들의 함수관계를 파악하고, 그 주요 부분들을 실험해 이론을 확정하고, 그렇게 확립된 가설 · 이론 · 법칙을 통해 사물들의 상태를 예측하고 나아가 조작. 변형하는 과학적 행위는 그때까지 내려오던철학적 행위와는 매우 판이한 성격을 띠었으며, 때문에 이때부터는 철학에서 독립해 ‘과학(scientia)‘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기술과 결합해 (사실 처음부터 결합되어 진행되었지만) ‘과학기술‘로 독립하기에 이른다. 철학에서 자연철학 분야가 별도의 분야로 떨어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 P57
어떤 사람들은 과학기술은 그것 자체로서는 중립적인 것이며,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중대한 오류이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결코중립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애초에 기업의 자본주의 논리와 국가들의 권력 다툼에 뗄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 만일 과학기술자들이 기업과 정부의 비윤리적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면, 기업가들과 정치가들이 어떻게 그런 악행들을 저지를 수 있었겠는가? 그모두가 돈과 자리를 탐한 과학기술자들이 협력해서 가능했던 일들이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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