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너무 어이없다 보니 오히려 아무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정말로 혼자 남겨지게 되었을 때가 되면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다. 아니면 나도 휘발될 지 모를 일이지.
역시 이런 감정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이런 일에 부딪힐 때마다 잘 될거라는 희망 섞인 주문은 그냥 주문일 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의 일이 두렵고 불안하다는 말을 애둘러 하고 있다. 그래도 안정적인 수입과 폭풍 같은 일을 견딜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하는가의 고민에 휩싸여 있다.
몇 년째 조용히 다른 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개인 블로그가 있다. 어제는 그곳에 너무 답답하여 글을 몇 줄 썼다. 그리고 10 년 더 된 내가 쓴 글들을 우연히 보다가 어쩌면 이리 몇 년 주기로 반복적인 상황에 휩싸일까 하는 탄식을 했다. 나이만 먹었지 상황은 너무 비슷해서 순간 분노가 일었다. '왜 또 이런 거야.' 그치만 이 상황이 바뀔 일은 없으니 푸념을 늘어놔봐야 내 살 깎아먹기라는 것을 안다. 아는데도 짜증이 났다.
무려 2011년에 읽었다고 과거의 기록이 내게 알려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는 니체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읽었다는 기록 덕분에 이렇게 인용할 수 있는 구절이 있다.
- 삶의 짐을 지려고 하지 않으면 삶에서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 문제는 이것이구나. 내가 아무 부담을 지기 싫어하기 때문에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없는 것이구나. 어떤 방향이든간에 부담을 지지 않으면 내게 떨어지는 것은 없다.
- 과거의 주인에 대한 분노에만 머물지 않으려면 나의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스스로 운동할 수 없는 자는 주인일 수 없다.
-> 스스로 운동할 수 없는 자라는 단어에 꽂혔다. 나는 나의 주인인가.
- 아이처럼 망각하고 긍정하고 주인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초인의 길이다.
-> 망각하는 일이 쉬울 지는 모르겠고 긍정적인 인간도 아니며 주인의 능력을 갖춘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여전히 초인이 아니다.
한창 일 때문에 고민할 때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평화를 얻었던 기억이 난다.
스스로의 삶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은 이 책의 전체 테마에 계속 강조되고 있는 주제이다.
의미 없는 물음을 왜 하지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는데 인생이라는 것이 정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좀 알겠다.
책에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만 할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키라고 했던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었나보다. 이는 지금 내게도 유효한 말일 수 있겠다.
어쨌든 고민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은 없다. 결국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주저 앉기는 싫으니까 모질어도 헤쳐 나아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