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민족의식의 기원

자본주의와 인쇄 산업이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의 다양성을 하나로 수렴함으로써 상상된 공동체의 가능성을 만들어냈고, 그 기본형이 근대 민족이 등장할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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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8-13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 책 읽으신다. 저도 넘 읽고 싶었어요!!! 언젠가는 읽으리라. 이졸데 카림의 <나와 타자들>이라는 책이 있어요, 저는 카림의 그책을 읽다 말긴 했는 데 그 책과 연결해서 읽으면 좀 더 좋은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그 책을 읽다가 이 책을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지요ㅋㅋ 저는 시간 많이 걸렸는데...... 화가님은 단숨에 읽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4-08-13 09:51   좋아요 1 | URL
쟝 님 좋은 정보 고마워요. 안 그래도 이 책 읽으며 참고할 책이 없을까 기웃대고 있었어요^^ 이 기회에 함께 읽고 정리해봐야겠습니다. 미리 감사 인사 전해요^^
 

2장

여성 성기 절제는 종교적 관행(이슬람)과 연관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아프리카에 이슬람이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행해져왔고, 이를 정당화한 어떤 종교적 텍스트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P83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 번째 유형은음핵의 부분적 혹은 전체적 절제를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껍질의 절제, 두 번째 유형은 음핵의 부분적 혹은 전체적 절제, 세 번째 유형은 외부 성기의 부분적 혹은 전체적 절제와 질 입구의 봉합 및 협소화, 네 번째 유형은 그 이외의 경우(찌름, 천공, 절개)다. 여성성기 절제로 인한 결과는 세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단기간의 의학적 결과(예를 들어 통증, 출혈, 소변 정체, 감염 등), 장기적인 의학적 결말, 즉 감염, 불임, 생리 불순, 임신 및출산 중의 어려움, 마지막 범주는 심리적인 결과로서 정신적·사회적 어려움(성적 민감성의 문제, 심리적 불안, 스트레스 등)이다. - P83

여성 성기 절제의 관행은 종교적이기보다는 인종적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 국가에서도 인종 집단에 따라 여성 성기 절제 관행이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 분명히 나뉜다. 오은경(2008)의 논문에서는 이슬람의 남성 할례와 여성 성기 절제를 동일시하지만, 이슬람에서 남성 할례는 여성 성기 절제보다 그 시술 과정이 훨씬 간단하고 덜 위험해 신체적 외상이 훨씬 적을 뿐 아니라 심리적인 후유증도 적다.3여성 성기 절제의 목적은 다차원적이다. 수단과 같은 국가에서는 정화(purification)의 뜻인 ‘타후르(Tahur)‘로 불리며 신성화의 목적이 부여되고, - P84

다른 국가에서는 단순히 전통의 의미를 지닌 ‘나(Sunna)‘로 불리며 공동체의 일체감을 표출하기 위한 전통으로 간주된다. 전통적으로 일종의 성인식 같은 의식으로 사용해온 국가도 있다. - P85

보편주의적 입장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와같은 이민자의 특수한 문화적 관행이 비록 고유의 전통이더라도 수용국의보편주의적 문화에 의거해 판단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반면 아프리카 특수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에 따르면, 여성 성기 절제는 본국의 고유한 전통이고 문화이므로 수용국의 문화가 중요하다면 이민자의 특수한 문화 역시존중받아야 하며, 그들의 문화적 관행을 수용국의 문화와 가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 맥락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의 문화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며, 그것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육체적 외상에 관심을 두고 여성 성기 절제 근절에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다양한 주장이 명확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각국 페미니스트들의 다양성, 정부 정책의 영향, 여성 성기 절제 관행의 유형, 이민자들의 의식화 등에 따라 이렇듯 중첩적으로 나타난다. - P91

공화주의적 동화주의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초반까지프랑스 사회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가 인종차별적 시각에서 인식되었다.
인종차별적인 시각은 한편으로 문화상대주의적 입장을 포함하지만, 다른한편으로는 심각한 차별적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성기 절제를 당한 백인여아의 인권과 흑인 여아의 인권이 차별적으로 보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사회의 강력한 압력으로 프랑스는 점차 성기 절제를 당한 여아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고 보편주의적으로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여성 성기 절제를 둘러싼 논쟁을 통해 프랑스 사회가 이 문제에 관한 한 상당히 보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이러한 보편주의적 입장은 서서히 철회되고 있다. 보편주의적 입장에서 여성 성기 절제로 침해될 수 있는 인권의 보호는 더 이상 프랑스 체류를 연장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여아들이본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성기 절제의 위협에 놓일 수 있는데도 프랑스 정부는 그보다 불법 이민자 추방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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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절정을 지났을까. 폭염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침 공기는 조금은 더 시원해졌다고 믿고 싶다. 이번 주 짧은 여름 휴가를 보냈다. 옆지기와 빵 셔틀하러 한 번 카페 나들이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집콕하며 보냈다. 드라마를 무척 많이 보았지만 매일 책을 최소 반나절이라도 읽었던 것 같다. 무덥지만 이른 아침을 이용해 산책은 꼭 했다. 


이번에 가게 된 빵 전문점은 천안에 있는 로컬 빵집이다. 브랜드 뚜레쥬르와 분쟁이 있을 뻔했다는 역사가 있던데 이 곳 빵집 이름이 ‘뚜쥬르’이다. 지점들이 여러 개 있지만 천안에만 있는지라 애써 가봐야 하는 곳인데 간 것이 후회되지 않을 만큼 좋았다. 일단 빵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케잌, 쿠키 등도) 가마에서 빵을 구워서인지 빵이 전체적으로 쫄깃함이 남달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담다 보니 빵을 몇 만원치를 구입해버렸다(맛있으면 0칼로리?ㅋㅋ). 아무튼 빵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볼 만한 곳인 것 같다.


이제 읽는 이야기를 해볼까.



계속 미뤄 놓았던 <세계철학사>를 읽기 시작했다. 2권인데 아시아 지역의 사상이라 확실히 1권보다 더 읽기가 편하다. 전반적으로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사상사다. 중국 철학사는 이전에 이미 한 번 읽어본 경험이 있어 익숙했으나 앞부분에 주역에 걸려 넘어져 머리를 쥐어 뜯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주역 해설서를 미리 사두었었다. 역시 무엇이든 개념과 이론 이해는 필수였다. 주역서를 읽고 읽으니 이해가 더 잘 되었다. <주역>과 함께 <시경>과 <서경>을 읽어야 삼경을 다 읽는 것이다. 책은 갖고 있으니 시간을 들여 읽기만 하면 되겠지.

인도 철학은 불교가 전래된 곳이기도 하지만 스투파 전시를 다녀온 뒤 인도의 고대 미술과 세계에 대해서 경험을 해서인지 신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그것만 해도 반갑고 다행인 일이었다. 

아무튼 분량이 만만치 않은 책이라 욕심 내지 않고 하루에 한 두장씩 정도 읽어가는 중이다. 


이달 말에 책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이 있어 시작한 책이 있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다. 민족주의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인용되는 책이라 언젠간 만나겠지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희생자 의식 민족주의> 책도 생각이 났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기념’이나 ‘의식’과 만남이 이루어져 포장이 될 때 어떤 파급 효과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다. 아리송한 부분이 많은 만큼 계속 고민하고 질문을 던져볼 작정이다. 이전 책들도 그랬지만 특히나 이번 책은 함께 읽는 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가 된다. 




며칠 후면 광복절이다. 어떤 책을 읽을까 보다가 사두고 놓치고 있었던 <뭉우리돌의 바다>를 읽었다. 글도, 사진도 좋지만 무엇보다 작가님의 시선과 관점이 좋았다. 특히 쿠바 편이 기억에 남는다. 살아 남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했던 사람들, 고국을 잊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려 했던 그들이었다. 해외로 나간 분들 중 1세대는 거의 다 돌아가시고 이제는 몇 세대를 거쳐 내려간 상태다. 한 사람의 행동이 무엇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연함에 감사함이 느껴져 고개를 숙이게 된다. 




요건 빵집 갔을 때 같은 날 먹었던 두부 전문 가게에서 먹은 정식이다. 맛있었다. 



이제 휴가도 오늘이면 다 끝나고 내일부터는 일상에 복귀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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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빵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응?) 빵 구경은 정말 좋아하거든요. 언젠가 심심하면 천안에 빵 구경 하러 가야겠어요. ㅋㅋ 확실히 빵보다 두부정식이 더 맛있어 보입니다!!

망고 2024-08-11 20: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빵제조도 하는 빵쟁이면서 아닌척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8-11 21:41   좋아요 0 | URL
(순댓국보다) 별로 안 좋아하신다는 의미겠죠? ㅎㅎㅎ

다락방 2024-08-11 21:55   좋아요 1 | URL
아니 빵을 정말 안좋아해요.. 믿어줘.. 물론 잘 먹긴 합니다만………..🙄

거리의화가 2024-08-12 08:0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는 딱히 두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제 몸 관리 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단백질을 찾아먹자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두부랑 토마토랑 올리브유 촵촵 뿌려서 같이 자주 샐러드를 해먹고 있습니다. 저 같은 요리 못하는 사람도 쉽게 해먹을 수 있어 좋더군요. 저 집 정식 비싸기는 했는데 전이며 찌개며 볶음이며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들어간 집이었는데 만족도가 꽤나 높았어요.
빵 직접 만드시는 다락방님은 빵집의 빵이 무난해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ㅋㅋㅋ

망고 2024-08-11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런식의 빵집이 전국에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건물도 내부 인테리어도 비슷한^^ 제가 살고 있는 곳에도요 암튼 빵은 언제나 좋죠 여름휴가 알차게 보내셨습니다 독서도 많이 하시고👍

거리의화가 2024-08-12 08:02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점점 지역 빵집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어디에나 볼 수 있는 집은 오히려 메리트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빵을 인간적으로 너무 많이 먹었어요. 당분간은 몸 관리 좀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4-08-1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드라마와 맛있는 것!! 최고의 휴가를 보내셨네요^^ 빵들이 참 맛나 보입니다 츄릅…

거리의화가 2024-08-12 08:05   좋아요 1 | URL
나름 알찬 휴가를 보낸 것 같습니다. 기존에 중드 현대물은 로코 빼고는 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 추리물을 봤는데 꽤나 재밌더라고요. 중드도 많이 발전했구나 싶었답니다ㅎㅎ
빵은 진짜 맛있었어요. 언제 한번 천안 갈 일 있으시면 가보시는 것도^^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단발머리 2024-08-1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사진이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있나요. 책사진만큼이나 예쁘고 흥미롭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은 내용이 궁금하고 빵은 맛이 궁금합니다.

거리의화가 2024-08-12 08:07   좋아요 1 | URL
ㅎㅎ 진짜 빵 종류가 정말 다양해서 보는 것만으로 황홀하더라고요^^ 이래저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너무 많이 사왔고 그걸 다 먹어치워서 당분간은 좀 다이어트해야하지 않나 싶네요^^; 그래도 사온 빵들 진짜 다 맛있었어요.

희선 2024-08-12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이 아주 많을 것 같네요 많은 종류가 있어야 보는 재미도 있고 먹는 재미도 있겠습니다 빵 좋아하는 사람은 즐겁게 가겠네요 아침에는 많이 시원한 듯해요 낮엔 여전히 덥지만...


희선

거리의화가 2024-08-12 08:08   좋아요 1 | URL
희선 님 말씀처럼 다양한 빵 종류만큼이나 보는 재미도, 맛보는 즐거움도 컸답니다. 푹푹 찌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사람 많더라고요.
폭염에 지치기는 하지만 2~3주쯤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자목련 2024-08-1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빵집 갔었는데 마감 시간 가까이라 빵 매대가 텅 빈 모습만 기억하는데 이렇게 달콤함이 가득하니 절로 배가 부르네요.
두부 정식 가게의 차림도 맛나 보이고 마지막 하늘 사진은 더 좋고요!

거리의화가 2024-08-12 16:36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 이미 다녀오신 이력이 있으시군요. 역시 인기 있는 빵집은 빵이 금방 동이 나나봐요. 저는 아무래도 오가는 시간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그래서 빵이 풍성했나봅니다. 보는 즐거움을 드려서 다행입니다^^
하늘 저렇게 보니 조금 높아 보여서 가을이 오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죠? 얼른 선선해지면 좋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2장

나는 아주 오래된 세 가지 근본적인 문화적 관념이 사람들의 정신에 자명한 이치로서 행사하던지배력을 잃었을 때에야, 그리고 지배력을 잃은 곳에서만 민족을 상상한다는 가능성 자체가 역사적으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특정한 경전의 언어가 존재론적 진리의 떼어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기 때문에 그 언어가 진리에 대한 특권적인 접근을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 P66

을 출현시킨 것은 바로 이러한 생각이었다. 두 번째는 사회란 당연히 높이 있는 중심, 즉 다른 인간들과 구분되는 인격이자 어떤 우주론적인(신성한) 섭리로써 통치하는 왕들을 둘러싸고, 그리고 그들의 아래에서 조직되어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인간의 충성은 반드시 계서제적이고 중심지향적인 것이어야 했는데, 그것은 지배자가 신성한 경전과 마찬가지로존재에 대한 접근의 마디이자 그 본질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우주론과 역사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세계와 인간의 기원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는 시간성에 대한 관념이었다. 이 관념들이 결합됨으로써 인간의 삶은 필연성에 확고하게 뿌리내렸으며, 일상적인 존재의 숙명(특히 죽음, 상실, 예속)에 일정한 의미가주어졌고, 숙명으로부터의 구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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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다국화 시대의 유교 특히 강북에서의 유교는 ‘유교의 쇠퇴‘라는 맥락에서 이해되며, 심지어 유교의 역사를 다룬 저작들에서 아예 배제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시대는 유교 ‘철학‘이 쇠퇴한 시대일지언정 유교사상더 좁게는 유교적 ‘실천‘이 쇠퇴한 시대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시대는 유교 본래부터 존재론/인식론으로서의 성격보다는 윤리학/정치철학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사상가 자신의 타자, 그것도 도교와 불교와 같은 사상의 테두리 자체 내에서의 타자가 아니라 아예 이 테두리 바깥에서 밀려온 절대 타자와 마주침으로써 행하게 된 독특한 역사실험/정치실험의 시대였다고 보아야 한다. - P621

강남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강북이 혼란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강남으로밀려들기 시작하면서이다. 이 과정에서 강북의 선진문화는 강남의 지방문화를 압도했고, 강북의 인사들이 점차 강남의 인사들을 아래로 밀어내면서 상층부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 P622

도교는 현실의 개혁과 현실로부터의 초월이라는 두 측면을 모두 포함했다. 현실의 개혁이라는 얼굴은 민중봉기의 형태로 나타나곤 했고, 현실로부터의 초월이라는 얼굴은 양생술 여기에서는 불로장생술, 방중술, 연단술, 신선술 등 갖가지 형태들로 구체화된 ‘술‘ 전체를 가리키는 넓은 의미에서의 양생술의 형태로 나타나곤 했다. - P636

강남의 문사- 귀족들은 강북에서의 옛날을 그리워하면서도, 자신-
들의 정치적 지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바로 이런 노력이이 시대를 ‘빛나는 암흑시대‘로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유교 지식인들의 정체성은 후한 정부에서 형성된 청류, 명사, 일민 등에뿌리를 두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통은 혼란의 시대인 위촉오 시대에 오히려 꽃을 피웠으며, 예전보다는 퇴락된 형태이긴 했지만 서진·동진 시대 - P622

에까지도 이어지고 6조 내내 강남의 귀족제 사회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단지 유교 지식인들 내면의 정체성 유지만으로 이루어진 것은아니다. 오히려 결정적이었던 것은 이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준 구품중정제가 남북조 시대에 이르기까지 유지되었던 데에 있다.
이렇게 ‘기득권‘과지식인들 자신의 ‘정체성 유지를 위한 노력‘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6조의귀족사회는 유지되었다. 그리고 ‘무에 대한 문의 우위‘도 계속 유지되었다. 무관들도 이 귀족사회에 끼지 못하고서는 출세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P623

도교적 초월은 내재적 초월, 들뢰즈식으로 말해 ‘내재면‘으로의 초월이다. 도교는 생명, 신체, 욕망 등 내재적 차원을 자체로서 긍정한다. 아니 이 내재적 차원을 극한적으로 뚫고 나간다. 방중술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욕망의 긍정은 결국 욕망의 정화 과정 이외의 것이 아니다. 개체에게 주어진 불길을 남김없이 태움으로써 오히려 불길 전체즉 도의 차원으로 합일되어 들어가는 과정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 태움은소진이나 고갈의 이미지가 아니라 오히려 보존과 합일의 이미지를 통해서이해되어야 한다. 태워지는 것은 피상적 욕망이고, 그러한 연소에 반비례해서 보존되는 것은 도와 합일해가는 기ㅡ 개별화를 통해 생겨난, 그러나다시 도와 합일해 들어가는 기이다. 이것이 곧 욕망 정화의 과정이며, 이는 곧 삶과 죽음을 즉 존재와 무를 근본적인 무=존재 속으로 합일해 넣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무엇 - ‘임‘으로부터 아무것도 ‘아님‘으로의 이행이지만, 또한 이 아무것도 아님은 모든 것‘이기도 하다. - P638

다국화 시대는 동북아문화가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간 시대이다. 이런 관계는 당시 사람들의 삶 곳곳에서 볼 수 있거니와, 특히 뛰어난 예술작품들을 통해서 표현되었다. 자연에 대한 애호는 뛰어난 ‘산수문학‘과 ‘산수화‘를 낳은 것이다. - P645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는 방식은 북조의 경우와 남조의 경우가 달랐다.
북조의 경우 핵심적인 것은 왕들과 승려들의 관계였다. 왕들은 사분오열된 군사봉건제의 세계를 통일할 수 있는 정신적 힘이 불교에 내포되어 있다고 보았기에 호의적이었고, 승려들은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안전하게 또광범위하게 포교하기 위해 왕들의 후원이 필요했다. - P652

북조의 불교가 왕과의 관계와 기층 민중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었다면, 남조 불교에서의 중요한 문제는 귀족들과의 관계였다. 왕권이약한 귀족제 사회인 6조에서 승려들은, 강력한 군인-왕들에게 종사하면서 이들을 어떻게 전륜성왕으로 만들까를 고민했던 북조의 승려들과는 달리, 남조 귀족들의 문화와 어떻게 어울릴까를 고민했다. 이는 곧 이들이 남조 왕족들의 불안을 해소해주고, 귀족들의 정체성과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해야 했음을 뜻한다. 남조의 도가적 유교 지식인들과 서역에서 건 - P653

너온 또는 중국에서 불교로 개종한 인물들을 이어주는 끈은 ‘청담‘이었다. - P654

동북아세계의 국가들은 지중해세계와 대조적으로 유교, 도교, 불교를 모두 포용코자 했다. 그 결과 국가가 종교에 휘둘리기보다 종교가 국가에 포섭되는 결과를 낳았다. 아울러 세 종교 또한대립보다는 융해의 양상을 띰으로써 지중해세계와는 판이한 과정을 연출하게 된다. 또 결과적으로, ‘국교‘ 개념도 생기지 않았고 한 국가 내에 이원적 권력이 대립하는 양상을 띠지도 않았다. - P667

긴 시간이 흘러간 후 이제 유·불·도 세 종교/사상의 통합의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신교세계에서는 통합 같은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각각에서의 신은 최고의 원리이며, 따라서 통합을 위해 그 이상의 원리를 상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그중 어느 한 신으로 통합되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 각 일신교가 숭배하는 신이 최고의 신이기에 어느 한신으로 통합되는 경우란 다른 한 문명이 아예 절멸되는 경우에나 가능할것이다. 일신교‘들‘의 세계는 서로 대립하는 세계, 동일률. 모순율 • 배중율이 지배하는 세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북아의 유·불·도는 이런 구도와는 다른 구도 위에서 공존했고(不二‘, ‘ㅡ多多‘의 세계), 그렇기 때문에 삼교의 통합은 시도될 수 있었다. - P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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