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기민련(CDU)과 자유당(FDP)의 연합 정권이 출범하면서독일 정부는 연정 프로그램에 독일이 이민 국가가 아님을 명문화했으나,
1998년 사민당(SPD)/녹색당(die Grinen) 연합이 집권한 후 독일은 이민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을 마침내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그리고 2004년에이민법을 제정하며 이민국임을 공식화했다. 이민법 제정에는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서 유럽연합의 이민 통합 정책의 수용, 외국인 이민자들의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 필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전문 인력부족 등 정치적·사회경제적 · 인구통계적 요구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박명선, 2007: 272,280). - P135

(강제 결혼의 의미는 그 개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또는 국가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정의된다. 넓은 의미로 강제 결혼은 결혼 당사자들 자신이 혼인을 성립시키는 형태가 아닌 특수한 형태의 혼인을 일컫는 상위개념이며, 중매결혼(arrangierte Ehe)과 같은 국제결혼, 전통적 결혼, 조혼, 노예 결혼, 아동 결혼 등 모두를 포함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Karakasoğluand Subaşi, 2008: 100). 강제 결혼은 심각한 인권침해로서 결혼에 대한 자유로운 자기 결정권이라는 문제 외에 심리적·물리적 폭력 문제를 발생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혼 관습에 의한 미성년자의 결혼 문제, 젊은 여성의 경우 강제 결혼 때문에 교육권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문제 등을 발생시킨다. 독일에서 강제 결혼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 P137

민족국가(Nationbildung)에 대한 독일의 개념 규정은 매우 문화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독일이 프랑스나 영국과 달리 늦게 주변에 흩어진 국가들을 모아 통일된 민족국가를 형성하며 통일 과정에서 민족의 혈연적 동질성 또는 문화적·역사적 동질성을 강조한 역사적 경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Winkler, 1985:9). 이러한 문화적 특성은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를 보는관점에도 영향을 미쳐 독일 사회에서는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를 동질적인 - P139

‘우리‘와 ‘다른‘ 또는 ‘낯선‘ 것으로 경계를 긋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민자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들을 곧잘 이민자의 문화나 종교에소급해서 해석하기도 한다. - P140

독일 주류 사회의 페미니스트들은 이슬람 문화가 역사적·민족적·지역적으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무시하며 이슬람을 하나의 문화로 판단하고 보편적 여성 인권을 강조하면서 서구적 가치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페미니스트 자문화 중심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곤 한다(Westphal, 2008: 128; 오은경,
2009:18). 독일 주류 사회의 페미니스트가 이슬람 여성을 "해방되고, 자유로운, 근대화된 독일 여성과 반대로,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인남성에 의해 억압받고 희생된 소극적인 ‘낯선(fremd)‘ 또는 ‘이국적(exotic)‘
여성으로 보는 ‘페미니스트 자문화 중심주의‘의 우월감을 지니고 이슬람 여성을 판단하는 한 양자 간 연대는 어려울 것이다(Beck-Gernsheim, 2006: 4). - P151

사실 독일에서 다문화주의라는 용어는 간혹 감정적 요소가 이입되어 잘못이해되곤 하는 경향이 있다. ‘다문화‘가 한 사회에 존재하는 민족들의 다양성 인정과 다양한 민족과의 공존을 의미하지 않고, 예컨대 민족적 병렬 사회 또는 민족적 식민지, 민족적 게토(Getto)와 같이 다양한 민족문화 집단이 서로 관계없이 병존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사회 통합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수용되었다(Geißler, 2004: 294). - P152

이슬람 이민자의 강제 결혼 원인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와 이민자 정책대한 젠더적 관점의 결여는 강제 결혼과 명예살인 등의 문제가 이민자들이 겪는 다양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요인과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발생한다는 사실을 경시해 독일 사회에서 여성 이민자들이 겪는 사회적·경제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리게 만들었고, 결국 독일 사회가 이민 여성들의 사회적·경제적 통합 정책에 소홀하도록 만드는 문제점을 가져왔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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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14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있는데 ‘아 역시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주장에도 고개 끄덕여지는데 반드시 반박이 나오고 저런 주장에도 고개 끄덕여지는데 역시나 반박이 나오고 말이지요. 감탄하며 읽고 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8-14 09:23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이 다양한 관점을 보여줘서 특히나 좋더라고요. 대부분 2개의 관점의 설명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할 때 끊임없이 의심을 반복하는 과정을 결과물로 보여주는 듯 싶었습니다.
사례를 충분히 이야기하고 관련 논문도 이야기해주는데다 무엇보다 쉽게 읽혀서 참 좋네요. 다락방 님 이번 책 선정도 탁월합니다! 끝까지 잘 읽을게요^^
 

3장

문화에 대한 구성주의적 시각은 문화 내부의 주도권 다툼을 위한 경쟁을 인정하며, 따라서 문화가 구성원에게 주는 혜택도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이는 문화란 근본적인 사회적 재화로서 모든 구성원에게정체성과 소속감의 안전을 제공한다고 보는 다문화주의자들의 시각과 전혀 다른 것이다. - P116

문화적 항변이란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동원하는 한수단이다. 법률을 위반한 자신의 행위는 자신이 오랫동안 소속되어온 문화 공동체의 전통에 따른 것이며, 현존 법질서가 추구하는 가치를 부정하려는 의도 없이 의식 속에 이미 내재화된 가치 체계를 자연스럽게 따른 행위였으므로 위법 행위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줄여달라고 주장하는 것을말한다(차동욱, 2006). - P118

소수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일은 그것이 다른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평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규범적으로 옳은 일이다. - P128

문화적 항변의 효용성을 인정하되 그 인정에서는 좀 더 신중한 자세가필요하다. 통상 주류 문화가 소수 문화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 반대로 문화적 항변을 통해 소수 문화가 주류 문화의 가부장제적 성격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적 항변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바로 이러한 부메랑 효과에 근거한 것이었다. 따라서 문화적 항변을 인정할 것인지,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로 인정할지에대해서 각 사안별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 P128

이러한 사례에 대한 검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결론은 문화적항변을 무조건 포기하거나 무조건 인정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원칙주의적 해결 방법보다는 문화적 항변의 인정 여부를각 사안별로 신중하게 판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판단 과정에서관련자들의 참여와 의견을 독려해 민주적 심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심의민주주의적 해결 방법은 비단 문화적 항변 사례뿐 아니라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이 충돌하는 모든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있다. - P129

한국의경우 이민자가 대부분 결혼 이민 여성이므로 이러한 양 문화의 차이에 따른 갈등과 그에 의한 여성 인권침해가 가정 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조현옥, 2012).
결국 한국에서 아직까지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은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같은 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문화주의자와 페미니스트 모두 다문화 가정 여성의 문화적 관습 보호와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수 문화에 대한 관용보호와 여성 인권보호는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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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크리올 선구자들

해방자 볼리바르 자신도 한때 네그로 봉기가 "스페인의 침략보다 천 - P89

배는 더 나쁘다"는 의견이었다. 13개 주 독립운동의 지도자 여럿 역시노예 소유주이자 농장의 부호였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P90

왜 다름 아닌 크리올 공동체들이그들의 민족됨에 대한 관념을 그토록 일찍, 유럽 대부분에 훨씬 앞서서,
발전시킨 것일까? 보통 다수의 억압받는 스페인어 비(非)구사자 인구들을 품고 있는 그런 식민지 지방들이 이런 이들을 민족적 동포로- 그리고 본인들이 그토록 여러 방면으로 이어져 있는 스페인을 적국으로의식적으로 재정의하는 크리올을 배출해 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왜 거의 300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조용히 존재해 왔던 스페인령 아메리카 제국이 꽤나 갑자기 열여덟 개의 서로 다른 국가들로 산산조각 난것일까? - P91

내가 제안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과 자유주의, 계몽운동 중 그 어떤 것도 구체제의 약탈로부터 지켜낼 상상된 공동체의 모습이나 종류를 그 자체로는 창조할 수 없었고, 창조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이 중 어떤 것도 감탄이나 혐오의 눈길로 바라보는 중심부의 대상들에 대립하는 새로운 의식-거의 눈에 띄지 않는그 시야의 주변부의 뼈대를 제공하지 않았다. 53 이 특정한 과업을 성취하는 데 순례자 크리올 관리들과 지방의 크리올 인쇄업자들은 결정적인 역사적 역할을 해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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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민족의식의 기원

자본주의와 인쇄 산업이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의 다양성을 하나로 수렴함으로써 상상된 공동체의 가능성을 만들어냈고, 그 기본형이 근대 민족이 등장할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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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8-13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 책 읽으신다. 저도 넘 읽고 싶었어요!!! 언젠가는 읽으리라. 이졸데 카림의 <나와 타자들>이라는 책이 있어요, 저는 카림의 그책을 읽다 말긴 했는 데 그 책과 연결해서 읽으면 좀 더 좋은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그 책을 읽다가 이 책을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지요ㅋㅋ 저는 시간 많이 걸렸는데...... 화가님은 단숨에 읽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4-08-13 09:51   좋아요 1 | URL
쟝 님 좋은 정보 고마워요. 안 그래도 이 책 읽으며 참고할 책이 없을까 기웃대고 있었어요^^ 이 기회에 함께 읽고 정리해봐야겠습니다. 미리 감사 인사 전해요^^
 

2장

여성 성기 절제는 종교적 관행(이슬람)과 연관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아프리카에 이슬람이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행해져왔고, 이를 정당화한 어떤 종교적 텍스트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P83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 번째 유형은음핵의 부분적 혹은 전체적 절제를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껍질의 절제, 두 번째 유형은 음핵의 부분적 혹은 전체적 절제, 세 번째 유형은 외부 성기의 부분적 혹은 전체적 절제와 질 입구의 봉합 및 협소화, 네 번째 유형은 그 이외의 경우(찌름, 천공, 절개)다. 여성성기 절제로 인한 결과는 세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단기간의 의학적 결과(예를 들어 통증, 출혈, 소변 정체, 감염 등), 장기적인 의학적 결말, 즉 감염, 불임, 생리 불순, 임신 및출산 중의 어려움, 마지막 범주는 심리적인 결과로서 정신적·사회적 어려움(성적 민감성의 문제, 심리적 불안, 스트레스 등)이다. - P83

여성 성기 절제의 관행은 종교적이기보다는 인종적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 국가에서도 인종 집단에 따라 여성 성기 절제 관행이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 분명히 나뉜다. 오은경(2008)의 논문에서는 이슬람의 남성 할례와 여성 성기 절제를 동일시하지만, 이슬람에서 남성 할례는 여성 성기 절제보다 그 시술 과정이 훨씬 간단하고 덜 위험해 신체적 외상이 훨씬 적을 뿐 아니라 심리적인 후유증도 적다.3여성 성기 절제의 목적은 다차원적이다. 수단과 같은 국가에서는 정화(purification)의 뜻인 ‘타후르(Tahur)‘로 불리며 신성화의 목적이 부여되고, - P84

다른 국가에서는 단순히 전통의 의미를 지닌 ‘나(Sunna)‘로 불리며 공동체의 일체감을 표출하기 위한 전통으로 간주된다. 전통적으로 일종의 성인식 같은 의식으로 사용해온 국가도 있다. - P85

보편주의적 입장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와같은 이민자의 특수한 문화적 관행이 비록 고유의 전통이더라도 수용국의보편주의적 문화에 의거해 판단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반면 아프리카 특수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에 따르면, 여성 성기 절제는 본국의 고유한 전통이고 문화이므로 수용국의 문화가 중요하다면 이민자의 특수한 문화 역시존중받아야 하며, 그들의 문화적 관행을 수용국의 문화와 가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 맥락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의 문화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며, 그것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육체적 외상에 관심을 두고 여성 성기 절제 근절에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다양한 주장이 명확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각국 페미니스트들의 다양성, 정부 정책의 영향, 여성 성기 절제 관행의 유형, 이민자들의 의식화 등에 따라 이렇듯 중첩적으로 나타난다. - P91

공화주의적 동화주의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초반까지프랑스 사회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가 인종차별적 시각에서 인식되었다.
인종차별적인 시각은 한편으로 문화상대주의적 입장을 포함하지만, 다른한편으로는 심각한 차별적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성기 절제를 당한 백인여아의 인권과 흑인 여아의 인권이 차별적으로 보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사회의 강력한 압력으로 프랑스는 점차 성기 절제를 당한 여아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고 보편주의적으로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여성 성기 절제를 둘러싼 논쟁을 통해 프랑스 사회가 이 문제에 관한 한 상당히 보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이러한 보편주의적 입장은 서서히 철회되고 있다. 보편주의적 입장에서 여성 성기 절제로 침해될 수 있는 인권의 보호는 더 이상 프랑스 체류를 연장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여아들이본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성기 절제의 위협에 놓일 수 있는데도 프랑스 정부는 그보다 불법 이민자 추방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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