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통해서도, 즉 일정 정도의 적응 단계를 통과한 후에도 사회는 지금까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통합’에 대한 서사가 보장해 주는 거짓 확신이다.
그런데 이런 오해는 어디에서 생겨날까? 사회적 다양성이 여러 문화와 종교의 수집이라고 믿는 데서 생긴다. 사회의 다양성이 단순히 더함으로써 생긴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이 있고, 이것이 고유한 토착적인 것이며, 기존 토착 문화에 새로운 무언가가 단지 추가될 뿐이라는 생각이다.

다원화는 새롭게 오는 사람들만 바꾸지 않는다. 다원화는 이미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변화시킨다. 다원화는 단순한 더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원화는 관련된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의미를 물어야 하는 당연함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모든 문화에서 외부의 관점은 내부 관점의 부분이 된다. 언제나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는 외부의 관점. 이는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것을 믿을 수도 있으며 다르게 살 수도 있는 외부의 관점을 말한다. 이 외부의 관점이 오늘날 모든 정체성, 모든 문화의 필수 부분이다. 외부의 관점은 이제 내부의 관점의 부분이 되었다.

민족이라는 주도 문화의 확립은 패권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다. 그러나 패권이 없다면, 그리고 자기 주도권이 흔들린다면 패권을 위해 먼저 싸워야 한다. 당연함의 상실은 말하자면 ‘정상성’의 상실이기도 하다. 이 말은 ‘정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이상 제시하거나 묘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정상성’을 정의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거대한 사회 권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 정상성, 당연함은 단지 그 정상성의 형태가 통용되는 집단에 소속된 이들만을 위한 가치다. 다른 이들에게 정상성은 정상이 아니다. 정상성은 배제의 역학이자 제외의 역학이다.

동질 사회가 우리의 완전한 소속을 약속했다면, 그러니까 우리를 온전하게 만들어 주고 우리에게 완전한 정체성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면 지금은 그 반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 이질 사회, 다원화 사회, 다양성의 사회는 사람들이 이 사회에 더는 온전하게, 직접, 당연히 소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질 사회는 또한 우리가 더 이상 같은 종류의 자아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예전처럼 같은 종류의 우리로 구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온전하지 않다.

다양성은 기분 좋은 공존이 아니다. 단결? 존중? 현수막에서 보이는 병존은 현실의 한 모습이지만 동시에 주술이기도 하다. 이 상황을 모든 이들이 수용하기를, 이 상황이 평화롭기를 바라는 주술.
다원화를 위한, 혹은 다원화를 방지하는 만병통치약이 있다는 생각도 이런 주술에 속한다.

민족 형상은 군주제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군주제와는 달리 민족 형상이 만드는 중심은 한 인격에 고정되지 않는다. 어떤 개인도 절대로 민족 형상을 체현하거나 실제로 현실화하지 못한다. 민족 형상 안에서 단지 다시 재인식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여성 운동이 성공적으로 보여 주었듯이 그 형상의 범위를 다시 설정할 수도 있다. 민족 형상은 변한다. 그러므로 민족 형상은 사회 전체를 실제로 체현했던 군주처럼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민족 형상은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는 빈자리를 완전히 채우지 못한다. 단지 덮어 주고 가려 줄 뿐이다.

1세대 개인주의에서는 주체의 변화가 중요했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교육 기관들을 통해 수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관들은 주체를 변화시키려고 했고, 대부분 규율을 통해 작동했다. 이와 반대로 1960년대 이후 출현한 2세대 개인주의에서는 성별이나 성적 지향성같이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본질적으로 선택된 특징과 함께 주체를 바꾸지 않는 게 중요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본질적으로 개인의 표현이 중요했고, 중요하다. 이와 반대로 3세대 개인주의(다원화 개인주의)는 개인의 분열, 우연성의 경험, 불확실의 경험, 원칙적인 개방성 등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3세대 개인주의는 우연이라는 요소가 심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연성에 대항하는 데서 생명을 얻는 정체성의 심장에 바로 이 우연성이 들어왔다.

다원화는 우리 각자 안에 자리 잡은 다양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개인들에게 다원화가 미치는 의미를 번역한다면, 감소된 정체성이다! 오늘날 우리는 더 작은 자아다. 왜냐하면 우리는 작아졌고, 우리는 더 이상 당연한 우리가 아니며, 의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은 자아이며, 오늘날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정체성은 언제나 우리와 완전히 다른 정체성에 연결된다. 우리는 오늘날 어쩔 수 없이 외부의 관점을 내면의 관점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묻는 내면의 관점이다. 우리는 당연함이 축소된 자아다. 우리는 정체성의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Precario와 노동자를 뜻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합성어로 저임금, 저숙련 노동에 시달리는 불안정한 노동 계급을 가리킨다.)로 살아간다. 프레카리아트처럼 안정되고 고정된 관계에 비해 더 많은 노동을 요구받는다.
이것은 더 작은 자아가 되기 위해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원화된 개인주의가 낳은 모순된 결과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다름이 동등하게 만날 수 있는, 추상적이지 않은 만남의 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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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역사의 천사

『브리튼의 해체에서 톰 네언은 영국의 정치 체계와 근대 세계의 그밖의 정치 체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몇몇 귀중한 말들을 남긴다.‘
[영국 체계] 단 하나만이 "서서히 이루어지는 관례적인 성장의 표본으로서, 이론을 따른 결과로 일어난 의도적 발명의 산물인 다른 사례들과는 다르다." 더 늦게 도착한 이들 다른 나라들은 "수 세기에 걸쳐 헌정주의를 진화시킨 그 국가의 경험이 맺은 과실을 단숨에 요약하려고 시도했다." 첫번째였기 때문에 잉글랜드의 - 나중에는 브리튼의 경험은 독특한 것으로 남았다. 이미 영국 혁명이 성공을 거두고 확장된 세계에 두 번째로 들어 - P235

섰기 때문에, 후발 부르주아 사회들은 이러한 이른 발전을 반복할 수 없었다. 그들의 연구와 모방은 굉장히 다른 어떤 것을 발생시켰다. 추상적인 또는
‘비인격적인‘ 국가라는 진정으로 근대적인 교의는 그 추상적인 성질 때문에이후 역사에서 모방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발전 과정의 예사 논리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나중에 ‘불균등결합 발전‘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갖게 된 것의 초기 견본이었다. 진짜 반복과 모방은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테크놀로지에서든 전혀 불가능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주는 이미 복제되고 있는 최초의원인에 의해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 P236

알렉산더 우드사이드(Alexander Woodside)의 말을 빌자면, "베트남(Vietnam)이라는 이름은 전반적으로 베이징에서 유래한 것이라 하여, 한 세기 전의 베트남 지배자들에게는 지금처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로서는 작위적인 명칭이었던 베트남은 중국인들도, 베트남인들도 널리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모욕적인 당나라 말 ‘안남‘에 매달렸다.
한편 베트남 궁정은 1838~39년 왕국을 위한 다른 이름을 비공식적으로 창안했고, 이를 굳이 중국에 알리지 않았다. 그 새로운 이름인다이남(南)은 궁정 문서와 공식적으로 편찬된 역사 기록에 정례적으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지는 못했다." 이새이름은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첫째, 여기에는 월나라 이름의 (‘Viet‘-namese) 요소가 들어가 있지 않다. 둘째, 그 영토적 지시는 (중화의) ‘남쪽‘이라는, 순수하게 관계적인 것이다." - P238

성공한 혁명가들은 오래된 국가의 전기 배선도 상속받는다. 가끔은 관리들과 밀고자들도 물려받지만, 서류철과 사건 기록, 공문서 보관소, 법, 재정보고서, 센서스, 지도, 조약, 교신, 각서 등은 언제나 물려받는 품목이다.
집주인이 도망간 대저택의 복잡한 전기 체계처럼, 국가는 예전의 화려한자신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 주인의 손이 개폐기에 닿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므로 혁명 지도부가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장원의 영주 노릇을 하게 된다고 해서 놀랄 것은 없다. - P241

광범위한 중국 인민 대중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사이의 식민지 국경 지대에서 일어나는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쏟았으리라고 상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나는 추정한다. 크메르 농민과 베트남 농민들이 그들 인민들 간의 전쟁을 원했거나 - P242

그 일에 자문을 제공했을 리도 없다. 대단히 진정한 의미에서 이 전쟁들은, 거의 사후(事後)에 그리고 언제나 자위의 언어로 인민 민족주의를동원하는, ‘각하들의 전쟁‘이었다. (그리하여 이 언어가 가장 그럴듯하지못했던 중국에서는, 네온사인이 빛나는 ‘소비에트 패권주의‘의 간판 아래에서조차 열광이 특히 저조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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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동유럽 로마 공동체의 가부장제도와 여성

‘로마‘는 1971년 제1차 세계로마니총회(World Romania Congress)에서채택된 용어다. 유럽 도처에서 로마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로 집시(Gypsy), 치고이너(Zigeuner), 징가리(Zingari) 등이 있으나 이 용어들은 부정적 또는 경멸적 의미를 내포하기에 국제로마협회는 그러한 용어들 대신
‘로마‘라는 표현을 사용해줄 것을 요구했고, 현재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로마‘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정의에 따르면
"로마는 유럽에서 스스로를 로마, 신티(Sinti), 마누쉐(Manouches), 칼레(Kale), 지탕(Gitans) 및 유랑민(Travellers), 그리고 돔(Dom)과 롬(Lom)을포함해 동유럽에 있는 집단들을 포함한 관련 친족 집단을 언급하는 용어"
다(Council of Europe, 2012: 4). 동시에 유럽평의회는 이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여러 다른 로마 집단의 다양성을 경시하거나 정형화된 틀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결코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 P254

서유럽에서 반로마 감정은 동유럽 국가들의 유럽연합 가입과 더불어 동유럽에 거주하던 다수의 로마가 서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이른바 ‘집시의 침략‘이라는 선동적 용어와 함께 확산되었다. 서유럽 정부들은 ‘집시의 침략‘에 대해 종종 집단적 추방을 포함한 인종차별 정책을시행했다. - P256

유럽연합에서는 교차적 차별보다는 다층적 차별(multiple discrimination)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2011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발의로 발전된 「국가로마통합전략 2012-2020 (National Roma Integration Strategies2012-2020)」의 틀 속에서 동유럽 각국은 교육, 건강 의료, 고용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에서 로마 여성이 로마 남성보다 불리한 상황에있음을 인지하며, 로마 여성이 다층적 차별을 받고 있음을 인정했다. - P262

로마 여성의 경우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 빈곤이라는 삼중의 주변화의교차로에서 중층적 상호작용의 차별을 받고 있다. 그러나 로마 여성의 그러한 교차적 차별은 반인종주의와 반성차별주의라는 각각 분리된 운동 속 - P262

에서 오히려 비가시적으로 되었고, 그로 인해 로마 여성을 위한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동유럽의 로마 여성이 경험하는 사회적 교차로를 보면, 한편으로 그들은 로마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정주국 내 자신을 대변해줄 기관이 거의 없으며 인종주의적 적대감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UNDPI, 2001).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로마 공동체 내에서 소수자의 지위 때문에, 가족 내에서는 젠더에 근거해 주변화되고 있다. - P263

로마 공동체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공동체에 대한 강한 연대감과 함께 가까운 친족 집단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가부장적 구조의 대가족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 P263

로마와 관련해 중요한 점은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자의적 기준에 따른 차별적 처우를 종식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연합 전체에 적용되는 법적 기준을 도입해 인종차별 추방에 관한 법률의 범위와 내용을 둘러싼 세부 사항을 제시하는 「지침(Directive) 2000/43/EC」이다(European Commission, 2004: 11). 2005년부터 유럽 12개국(알바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루마니아,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스페인)정부는 ‘로마 포용 10개년‘(2005~2015)의 일환으로 교육·건강·주거·고용영역에서 로마와 비(非)로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행동계획을 약속했다(Kócze, 2009:45). - P269

유럽의회의 ‘여성 권리·젠더 평등위원회‘가 2013년에 발간한 「국가로마포용전략의 유럽 프레임워크에 대한 젠더 관련 보고서(Report on GenderAspects of the European Framework of National Roma Inclusion Strategies)]는 지금까지 써온 ‘심각한(compound) 차별‘이라는 용어 대신 ‘교차적(inter-sectional) 차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European Parliament, 2013). 이 보고서는 로마 여성이 젠더와 인종 때문에 로마 남성이나 주류 여성보다 더욱 심각하게 다층적이고 교차적인 차별에 직면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로마 여성의 권리를 수호하고 사회의 모든 수준에서 로마 여성의 통합을이룩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성 단체들, 로마 시민단체들 및 관계자들을 통로마 여성을 국가로마통합전략(National Roma Integration Strategies:NRIS)」에 참여시키도록 각 회원국 정부와 지자체에 호소했으며, 나아가 - P271

로마의 가부장적인 성차별주의적 전통에 대항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P272

문화적 자율성을 보존한다는 다문화주의의 미명 아래 로마 공동체 내에서 여성의 기본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관행이 자행되도록 묵인하면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근거로 로마 문화를 모두 야만적인 것으로치부하고 비판해서도 안 될 것이다. 실로 각 인간 공동체의 문화는 바깥의사람에게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내적으로는 나름의 합리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마 공동체 문화에서 임신은 다른 사람을오염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임신부는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할 수없고, 남편과 같은 침대를 사용할 수도 없다. 신생아는 오염된 장소인 산도를 통해 나왔기에 출생 후 6주 동안은 불결한 것으로 여겨져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다. 로마의 이러한 전통적 사고는 사실상 임신한 여성을가사노동과 성생활에서 일정 정도 격리해 임신부의 건강을 보호하고, 신생아를 외부의 오염과 병균으로부터 격리하려는 조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간에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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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애국주의와 인종주의

‘자연적‘인 모든 것에는 언제나 선택하지 않은 무엇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민족됨은 피부색과 성별, 부모, 태어난 시대 등 사람의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저 모든 것들에 동화된다. 그리고 이러한 - P216

‘자연적 유대‘에서는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 공동사회)의 아름다움‘이라 부를 만한 것이 감지된다.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러한 유대들은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바로 그 이유로 사심 없음의 후광을띤다.
접합된 권력 구조로서의 가족이라는 관념에 대한 많은 저술이 지난20년간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인류의 압도적인 대다수에게 그러한 개념은 분명히 낯설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가족은 사심 없는 사랑과 결속의 영역으로 사고되어 왔다. 어느 계급 출신이든 보통 사람들 대부분에게 민족의 골자는그것이 이익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바로 그 이유로 민족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20세기의 대전쟁들이 범상치 않은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죽임을 행하도록 허용한 전례 없는 규모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내놓도록 설득된 이들의 어마어마한 수에 있다. 죽음을 당한이들의 수가 죽임을 행한 이들의 수를 엄청나게 상회한다는 점은 분명하지 않은가? 궁극적 희생이라는 관념은 숙명을 통해, 오로지 순수성이라는 관념과 더불어 온다. - P217

역사적 숙명으로, 그리고 언어를 통해 상상된 공동체로 보이는 민족은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닫혀 있는 것으로 스스로를 나타낸다. - P219

모든 언어가 습득 가능한 것이라면, 그 습득은 한 사람의 삶에서 실제적 몫을 요구한다. 각각의 새로운 정복은 줄어드는 나날들에 기대어 측정된다. 다른 언어들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언어들의 - P223

침투 불가능성이 아니라 사람들의 죽을 운명이다. 그리하여 모든 언어들은 일정한 프라이버시를 갖게 된다. - P224

식민지 인종주의는 왕조적 정당성과 민족적 공동체를 용접하고자 시도했던 ‘제국‘(Empire)이라는 관념의 주요 성분이었다. 그러한 시도는 선천적으로 유전되는 우월성의 원리를 일반화함으로써 이루어졌으며, 그 국내적 지위는 해외 영토의 광대함에 (얼마나 불안정하든)기반을 두고 있었다.

식민지마다 목격되는 것은 드넓은 저택과 미모사와 부겐빌레아가 가득 피어난 정원, 급사들과 남자 하인들, 정원사들, 요리사들, 유모들, 하녀들세탁부들, 그리고 무엇보다 말들이라는 조연급의 대부대를 배경에 거느리고 시를 읊는 부르주아 귀족(bourgeois gentilhomme)"이라는, 으스스하게 우스운 활인화(tableau vivant)였다. 젊은 총각이라든가 하는 이런 식으로 살림을 꾸리지 않았던 이들조차 농민 반란 전야의 프랑스 귀족에 맞먹는 화려하게 의심스러운 지위를 누렸다. - P227

늘 다정한 상상이라는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애국심 (amor patriae)은 다른 애착의 감정들과 다르지 않다. (모르는 사람의 결혼 사진첩을 감상하는 것이 고고학자가 그린 바빌론 공중정원의 평면도를 공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유이다.) 사랑하는자의 눈, 그가 갖고 태어난 그 특정하고 평범한 눈은 애국자에게는 언어, 어떤 언어든 역사가 그의 모어로 만든 언어에 해당한다. 어머니의무릎에서 마주친 후 무덤에 가서야 헤어질 그 언어를 통해 과거가 복원되고, 동포애가 상상되며, 미래가 꿈꾸어지는 것이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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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옆지기는 1년 내내 아아를 비롯한 아이스 음료를 마시고, 음식도 찬 음식을 먹는다. 

나는 국물은 무조건 뜨겁게 먹어야 먹은 것 같고 찬 음식은 손이 잘 안 간다. 커피도 따뜻한 커피만 마신다. 아직 여름이 다 가지는 않았지만 올 여름도 단 한 번 아이스커피를 마셨을 뿐이다. 

중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몸이 안 좋거나 불편할 때는 거의 이 문장이 나온다. "따뜻한 물 마셔!"

물론 나도 평소에 미지근한 (정수) 물을 마셔오기는 했지만 '따뜻한(뜨거운) 물이 무슨 효과가 있다는 거지?' 생각하며 웃어 넘겨왔다.

그러다 얼마 전에 목이 간질간질 할 때가 있었을 때, 생리전증후군으로 힘들 때 뜨거운 물을 마셔봤는데 좋은 거다.

그래서 요즘은 따뜻한 물을 (호호) 불어 마시다보니 잘 안 먹던 물도 더 많이 마시게 되었다.

커피 마시는 양을 줄이고 차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지만 그것까지는 어려운 것 같고...(그래도 커피 마시는 횟수는 정말 많이 줄였다)

3월에 대만 여행에서 사온 우롱차가 있었는데 조금씩 먹다 보니 '괜찮네' 하게 되었다. 하동 녹차나 제주 녹차를 현지 갔을 때 사와서 몇 번 마셔보았지만 녹차보다는 우롱차가 좀 더 나와 맞는 것 같다. 홍차도 마셔봤지만 녹차보다도 별로였다. 

앞으로는 우롱차를 마셔보는 것으로...



토요일은 새벽부터 일어나 걸었다. 덥기는 했지만 한낮에 땡볕에 걷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며...

다 걸을 때쯤은 땀이 어느새...

아침 일찍부터 운동으로 시작한 하루는 역시나 상쾌했다. 

운동을 끝마친 후 샤워를 하고 나서도 하루의 시간이 충분하게 남아 있으니 즐거웠다.

신문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한 권의 책을 진득하게 읽고 싶지만 매 달 읽어야 하는 책이 있어서 여러 책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잦다. 멀티는 안 되지만 읽는 순간 집중하면 된다.


일요일도 새벽부터 운동을 했다. 그러나 몸이 너무 무거웠고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전날 영상들을 보느라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깨어 있던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잠을 설치기도 했고.

밀려 있던 책 리뷰를 쓰기로 했다. 써야 할 리뷰가 3개였는데 2개 쓰고 나니 피곤함이 배가 되는 것이...

책 한 권 집어들고 좀 읽으며 마무리했다.



 



최근에 <장상사>와 <엽죄도감>을 보았다. 두 드라마 모두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서사가 훌륭해서 보길 잘했다 생각했다. 중드는 국내에 방영되기 전까지는 전용 ott를 이용해야 해서 불편함이 있다. 오늘부터 <장상사>가 한국 채널에서도 방영된다고 하여 재탕을 할 예정이다.

현재 원작을 읽고 있는데 세계관만 이해한다면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한 명의 여자를 두고 세 남자가 달려든다. 어떤 커플을 응원하느냐에 따라 해피 엔딩이기도, 새드엔딩이기도 한 묘한 작품이다. 

<엽죄도감>은 추리물 팬으로서 정말 강추다. 드라마가 탄탄하다 못해 쫄깃하다. 호러물이나 공포물 같이 무섭지 않고 추리 자체에 포커싱을 맞추면서도 '관계'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이도 해서 다각도로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드라마도 보고 공부도 하는 일석이조의 시간이라고 우겨 본다^^;;;



요즘은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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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1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도 보고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 맞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8-19 20:55   좋아요 0 | URL
긍정 회로 돌리는거죠뭐^^ 그래도 여전히 EBS도 병행하여 공부 중이에요. 다락방 님 미드나 영드도 보시니 그것도 공부겠네요.

단발머리 2024-08-1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여름도 단 한 번 아이스커피를 마셨을 뿐이다.

여기에서 제가 이미 깜놀 ㅋㅋㅋㅋㅋㅋ 전 최근 2-3년간 아이스만, 사계절 내내 아이스만(왜냐하면 더 나이들면 아이스를 마실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마시다가 큰 감기 만나 한 달을 핫으로만 마신 아픈 기억이 ㅋㅋㅋㅋㅋㅋㅋ 저희집은 보리차+옥수수차를 끓여 마시거든요. 저도 기회가 되면 우롱차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8-20 08: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다들 놀라지요. 이 더운 여름에 뜨아를 들고 지나가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다들 혀를 내둘러요!^^; 저는 얼음을 특히나 안 좋아하거든요. 아이스로 마셔도 얼음을 안 넣고 찬물에ㅎㅎ
감기나 독감에는 따뜻한 물이 확실히 도움이 되나봅니다. 보리차+옥수수차를 끓여 드시다니 대단하세요. 친가집도 이제는 정수기물 마십니다ㅋㅋㅋ
우롱차 고소하고 참 좋아요. 녹차나 홍차는 떯기만 해서 별로였거든요.

희선 2024-08-20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음 넣은 커피 딱 한번 마셔봤습니다 저는 집에서만 마시는군요 집에 얼음도 없지만, 이번에는 얼음을 조금 얼려둬서 한번 마셨습니다 드립백은 어쩌다 한번 마시고 거의 그냥 커피믹스 타 먹어요 커피를 타고 조금 식은 다음 마시면 괜찮더군요 차가운 물을 자꾸 마시면 배도 아픈 것 같고, 커피 따듯하게 마시면 괜찮아져요 차가운 물은 빨리 마셔서 그런 듯합니다 밖에 나가면 차가운 물을 마시고 집에서는 미지근한 물... 보리차 끓여 마시기도 했는데, 요새는 귀찮아서 그러지도 않는군요 우롱차 어떤 맛일지...

중국 드라도 추리물이 있군요 드라마 보면서 공부 하는 거죠 걷기에는 아침이 낫죠


희선

거리의화가 2024-08-20 08:50   좋아요 0 | URL
희선님도 역시 따뜻한 커피를 드시는군요^^ 저는 얼음 자체랑 친하지 않은 것 같아요!ㅎㅎ 그래도 하이볼 먹을 때는 술 자체가 독해서 희석하느라고 넣지만...
맞아요. 찬물이 장에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배탈나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보리차 끓여먹기 너무 귀찮아요. 티백 같은 경우는 은근 유통기한 짧아서 시간 넘기기도 하더라고요. 우롱차 구수하니 좋습니다. 언제 한번 도전해보세요^^
중국 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요즘입니다. 우리나라 추리물은 추리보다는 스케일에 초점이 맞춰져서 정작 포커싱을 못 맞춘다는 느낌이 들어요. 장면이 잔혹하기만 하고요ㅠㅠ 아침 걷기 요즘 최고로 좋습니다!

독서괭 2024-08-2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유럽에서는 커피를 따뜻하게 마시는 게 당연해서 아이스커피는 잘 안 판다던데! 화가님은 이 더위에도 따뜻하게 드시는군요. 건강에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여름에만 아이스 마십니다. 물은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걸 선호해요.
아침운동 참 좋죠~ 중국어공부 꾸준히 하고 계시네요. 화이팅입니다^^

거리의화가 2024-08-20 10:57   좋아요 1 | URL
여름 자체가 길어지다보니 1년 중 아아를 마시는 기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은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게 좋아요. 찬물은 잘 안 맥히더라고요!ㅋㅋ
괭 님도 달리기 하시는 것 같던데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시고 알라딘 서재는 멋진 분들이 넘쳐납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괭 님도 화이팅!!!

자목련 2024-08-2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일어나서 얼음 물 한 잔, 잠들기 전에도 얼음 물 한 잔.
화가 님은 허투루 쓰는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4-08-21 09:04   좋아요 0 | URL
올해 여름은 처서매직도 사라졌네요. 8월 말까지는 더위가 이어질 것 같은데 잘 버텨봐야죠!^^;
자목련 님은 매일 투비에 글 올리시고 책을 읽고 쓰시잖아요. 저보다 훨씬 바쁘게 생활하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재유행이라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요. 투비에도 글 업데이트해야하는데 자꾸 미뤄지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