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부를 조금 심하게 다루는 게 아니냐고 비난하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왜 내가 그에게 공손한 척해야 하지? 저자는 나와 동등한 존재가 아닌가? 내 삼촌이나 사촌들처럼 내가까이에 있지 않은가? 자네는 내가 저자를 아랫사람 대하듯정중히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 자네야말로 귀족처럼 말하고 있어."
사실 그가 편견을 가지고 불공평하게 대하는 계급이 있다면 그건 귀족 계급이었다. 그는 민중에 속한 인간의 우월성은쉽게 믿는 대신 사교계 인간의 우월성은 좀처럼 믿지 못했다.
내가 그의 고모할머니와 함께 뤽상부르 대공 부인을 만났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잉어만큼이나 어리석지. 하기야 그분 친지들도 다 마찬가지지만. 게다가 부인은 나와 먼 사촌이라네." - P238

하층민들 중에도(대체로 무례하다는 점에서는 상류사회와 종종 유사한) 어떤우아함에 관심이 있으며 감정과 예술의 어떤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비록 그런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보다 감수성 풍부하고 섬세하며 한가로운 여인이 있는 법인데, - P239

여배우인 그녀는 자칭 여배우라고 하며 생루와 함께 사는 여인으로서 나는 그녀가 지적인 여인인지 어께 사는 여인으로서떤지 잘 알지 못했다. ㅡ 생루로 하여금 사교계 여인들 모임에 싫증을 느끼게 했고, 저녁 모임에 가야 하는 의무를 고역으로 여기게 하여 그를 스노비즘에서 보호해 주었으며 경박함에서도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녀 덕분에 사랑에 빠진 이 젊은이의 삶에서 사교계의 교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작아졌고, 대신 그가 한낱 살롱의 남자로 남았다면 허영심과 이해관계가 그의 우정을 이끌면서 거칠음으로 새겨 놓았을 자리에,
그의 정부는 고결함과 세련된 멋을 넣도록 가르쳐 주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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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체스판 제1권 上 : 노태우·김영삼 시대 (~1994년) - 남북한과 열강의 지정학적 게임 그 30년의 기록 코리아 체스판 1
남문희 지음 / 푸블리우스(도서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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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와 김영삼 시기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의 정치, 사회를 논평한 기사들을 싣고 이에 대한 작가의 소회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노태우 정권 초중반기 훈풍이었던 대북 외교, 사회주의 붕괴에 따른 세계의 정치적 변화, 소련을 시작으로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 맺기, 김영삼 정권의 정치 자충수로 벌어진 남북 관계, 북핵을 둘러싼 대내외 갈등 등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시사저널에서 기자를 시작한 이래 시사인에서 20년 넘게 기자로 지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사회에 관한 기사를 주로 써왔다. 나는 2010년대 들어와서야 시사인을 알게 되었고 기자의 기사를 그 때 접했다. 접하는 순간 ‘이거다!‘하는 생각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왜 좀 더 빨리 기자님의 기사를 읽지 못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이제 은퇴를 하셔서 앞으로는 더 읽을 수도 없다). 남문희 기자의 기사는 짜릿할 정도로 분석적이어서 좋았다. 한반도는 차갑게 식었다 뜨겁게 타올랐다를 반복하는 만큼 내용이 민감하고 위험한 경우가 많다. 신문마다 이제 한반도 주제가 따로 있을 정도로가 되었지만 이는 한반도가 그만큼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런 현장에서 20년을 넘게 기사를 꾸준히 써왔다는 것은 기사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성실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기를 반복하는 한반도의 운명과 주변국과의 정치 싸움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왜 북한의 도발은 멈추지 않는지, 북한은 미국과만 대화하려고 하는지, 이제 평화는 요원한건지, 주변국과의 외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감하며 분노하고, 웃고 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북한과의 관계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남북 기본합의서 이후인 노태우 정권부터 기본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권 내부 사정과 외부 세계의 변화에 따라 남북 관계는 계속 대응되어 왔다. 이 책이 노태우 정권부터 담고 있는 이유이다.

나는 남북 관계가 지루할 정도로 반복된다고 생각해왔다. 북한이 무력 도발이 있기 전 전조 증상, 그리고 그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규탄, 남북 관계 경색 등. 남북 관계는 왜 항상 주체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과 엮여서 돌아가는걸까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간과 시간을 뛰어 넘는다고 해도 홀로 설 수 있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결국 주변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조금 더 유리한 입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한반도에 평화는 결코 단 번에 찾아올 수 없다. 서독과 동독도 냉전의 해빙 무드가 있기는 했지만 장벽 앞에서 끊임없이 몇 십년간 교류를 지속했다. 정상 회담 등 거창한 것보다는 민간 교류 등 작은 흐름들이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앞부분에는 오타가 있을 거라고(직접 자판을 두드렸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오타가 나올 때마다 흠칫 놀라서 집중력을 흩뜨려 아쉬웠다.
이런 부분은 편집자가 읽어보고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이런 책이 2쇄 이상 나올 것 같지는 않아서 고쳐질 일은 없겠지만 만약 다시 찍을 수 있다면 수정되길 바란다. 또 이어서 나올 下권은 최대한 감수하여 책이 나와주면 좋겠다.

피스메이커(임동원) / 70년의 대화(김연철) 등의 책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 선언 당시만 해도 소련의 한국에 대한 입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고르바초프가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을 통해 1차적으로 추구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었다. 중소관계는 1969년 3월2일 우수리강의 다만스키 섬(JamaHcku, 중국명 전바오섬(珍寶島, 珍宝岛))에서 벌어진 군사 충돌로 최악의 상황까지 갔다.
브레즈네프 시절인 1980년대부터 관계 개선 움직임이 시작됐다. 중국은 관계 개선을 위해 소련이 3대 장애를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소련군이 아프가니 - P3

스탄과 몽골에서 철수하고 베트남에 영향력을 행사해 캄보디아로부터 베트남군을 철수시킬 것 등이다. 1979년 12월 아프간 침공 이래 소련은 서쪽에서는 미국, 동쪽에서는 중국 일본으로부터 압박을 받아왔다. 따라서 미국과의 냉전 해체와 더불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선결 과제였다.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다. - P4

남쪽은 동유럽과 같은 변혁의 물결이 북한에도 흘러넘치기를 원했다. 북한은 수세적 방어적 차원에서 대응했다. 남북간 개방과 교류를 막는 책임이 남쪽에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애썼다.
남과 북 사이에는 통일방안의 차이 뿐 아니라 정상회담이나 당국간 대화의 위상도 서로 극명하게 달랐다. 노태우 정부 초기인 89년에서 90년 초까지만 해도 핑퐁게임처럼 똑같은 주장만이 되풀이됐을 뿐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남쪽의 정상회담 개최 주장에 북한은 정치협상회의로 맞섰고 남쪽이 당국간 회담을 중시하는 창구 단일화를 주장하면 북한은 당국과 사회단체가 같이 참여하는연석회의 식의 통일전선전략으로 맞섰다. 유엔 가입에서도 남쪽이 두개의 국가로유엔 가입을 주장하면 북한은 단일국호 단일의석으로 유엔 가입을 주장하는 식이었다. 그 근저에는 남쪽의 ‘두개의 국가론‘과 북한의 ‘하나의 조선론‘의 격돌이 있었던 것이다. - P24

17일 오후 4시 15분에는 서울에서 당시 정원식 수석대표(당시 총리)앞으로 "2개 조건만 관철되면 남북적십자 접촉을 즉각 재개하는 데 합의하라"는 내용의 전문이 평양으로 날아들었다. 이 전문은 대통령의 정식 훈령이었는데 차석대표인 임동원은 물론 수석대표인 정원식 총리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즉 회담을 깨기 위한 가짜 전문은 평양의 우리 대표들에게 날아들고, 대신 회담을 타결지으라는 대통령의 진짜 전문은 묵살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평양에서 개최되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훈령을 담당한 안기부 출신 회담 대표가 대통령 훈령을 무시하고 남북 합의를 무산시켜 버린 것이다. 이들이 이같은 엄청난 일을 벌인 데에는 임기 말에 접어든 노태우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틈을 타 그해의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 후보로 선출된 김영삼 후보에게유리한 선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얘기가 그뒤 파다했다. 김대중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김영삼 후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 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는 얘기다. - P86

고르바초프가 추진한 급진적인 정책들은 국내적으로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대외정책은 ‘신사고 외교‘로 불렸다. 페레스트로이카(IIepecrpoika/Perestroika)는 정치·경제적 개조를 의미한다. 관료의 부패를 타파하고 공산주의식 경제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점진적으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것으로 요약된다. 글라스노스트(TacHocTb/Glasnost)는 정보의 자유와 공개를통한 민주화를 뜻한다. 구소련 사회의 언론 검열을 폐지하고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개방 정책이다. 신사고 외교는 서방과의 체제 및 이념대결을 지양하고 평화공존을 추구했다. 군사력 위주의 안보 보다는 포괄적 안보를 지향하며, 사회주의동맹간의 연대 보다는 인류공동의 보편적 가치와 이익을 중시하는 것으로 요약할수 있다. - P89

북한은 소련과 중국, 그리고 기존 사회주의 동맹국들이 한국과 수교하면서 외교적으로 고립됐다. 이들 국가들이 거의 대부분 시장경제로 체제를 전환한 가운데 체제 생존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북한에게 숨 고르기 할 시간을 벌어준 게 한국의 보수 세력이라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노태우 정부 후반기 남북 고위급회담이 성과를 내면서 남북 교류의 물꼬가 터지려 한 것은 북한에게 기회이자 위기였다. 그런데 정권 내 보수세력들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대북 강경책을 몰아붙이면서 북한에게 숨고르기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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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4-18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교 부분에 중점을 맞추고 있는가 봅니다. 흥미롭네요.
한편으로 요즘 우리나라 외교를 생각하니 한숨이...

거리의화가 2023-04-18 10:15   좋아요 1 | URL
수하님. 노태우, 김영삼 정권 때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외교, 사회, 세계를 기사를 통해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정리 차원에서 이런 책을 하나 갖고 있으면 좋겠다 싶었구요. 다만 말미에 제가 적어두었듯 오타가 꽤 많아요ㅜㅜ 별점을 하나 깎을까 하다가 잘 읽은 책인데 깎기엔 아깝고 해서 그냥 원래대로 갔어요. 읽는데 무리는 없는데 집중력을 흩트러뜨리긴 합니다. 아니면 도서관 같은데 신청해서 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건수하 2023-04-18 10:29   좋아요 1 | URL
네 (잘 안사주지만) 신청해봐야겠습니다. 사실 1권보다는 그 이후에 관심이 있는데... 시리즈가 쭉쭉 나와주면 좋겠네요.

거리의화가 2023-04-18 10:33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뒷 시리즈가 더 기대되어요. 지금과 더 가까운 시기니... 노무현 정권 때 특히 궁금합니다^^; 요새 외교가 엉망이라 저도 한숨이 많이 납니다.
아! 그리고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빌리셨더라구요. 재미나게 읽으셨으면^^

건수하 2023-04-18 10: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일단 빌렸는데... 반납 전까지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나중에라도...)
 

백성들이 화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가의와 가산이 완전히 다른 말을 한다. 가의는 긍정적으로, 가산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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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때문에 개인적인시시한 장점들을 많이 만들고 그래도 아직 남을 넘어서는 데필요한 행복의 정량을 다 채우지 못할 경우, 시기심이 그 차이를 채워 준다. 사실 이런 시기심은 경멸조로 표현된다. "나는 그를 알고 싶지 않아."라는 말은 "나는 그와 아는 사이가될 수 없어."라는 말로 해석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지적인 의 - P221

미다. 그러나 감정적인 의미는 분명 "나는 그를 알고 싶지 않아."이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단순히 기교로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며, 또 이것은 그들과의 거리를없애 주기에, 즉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자기중심주의 덕분에 모든 인간은 각각 왕으로 군림하며 세상을 자기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는 것이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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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참 잘도 흘러간다. 벌써 4월도 중순이 훌쩍이라니. 요즘은 산책을 하며 꽃 사진 찍는데 열을 올린다. 가끔 하늘을 쳐다보기는 하지만 미세먼지와 황사가 잦아서 쾌청한 하늘을 기대할 수 없어서인지 하늘 사진은 덜 찍게 된다.
꽃의 화사함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우울했다가도 맑아짐을 느낀다. 내 안의 더러운 때가 맑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옆지기는 2주 연속 야근 모드라 아침에 배웅하고 나면 내내 홀로 집을 지켰다. 왠지 집순이가 된 것 같아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한동안은 이럴 것 같다. 돌이켜보니 예전에 옆지기가 한동안 지방에 내려가 일을 해야해서 강제로 주말부부가 되어야했던 적이 있다. 사실 주말부부가 별건가. 지금도 주중에는 아침/저녁에 잠깐 얼굴 보는 게 다인걸. 그 때는 당연히 지금보다 어렸고 더 뜨거웠을(!) 때니 허전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뭐 혼자 있어도 너무나 잘 논다. 혼자 있어도 참 잘 놀고 잘 살아서 옆지기가 한때 물어본 적도 있다. “뭐 그렇게 할 일이 많아?” 사실 내가 하는 일의 범위란 크게 벗어난 적은 없다. 기껏해야 쌓여 있는 책들을 한 권씩 읽고 한 번씩 기지개를 켰다가 가까운 곳에서 산책을 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이따금 사람들을 구경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 그게 거의 전부인 것 같다. 아! 정말 가끔 문화 생활을 하는 것도.

지난 주부터는 철쭉이 하나 둘 피기 시작했다. 회사 근처에는 철쭉이 참 많기도 한데 찍고 보니 이상하게 자줏빛, 빨강, 하얀 철쭉만 있다. 분홍색 철쭉은 안 찍었군(여기서 내가 분홍을 참 싫어하는구나 느낀다^^;).


주말에는 사기열전을 꺼내 읽기 시작했고 코리아 체스판 상권을 완독했다. 사기열전은 역사책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여기 실린 인물들은 역사에 이렇게 남게 되었으니 어떤 느낌일까 싶다. 당연히 모르시겠지만^^). 그리고 코리아 체스판은 역시나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한반도는 늘 화산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곳이라는 것을 되새기면서. 책을 읽을수록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수학처럼 인생의 대부분의 문제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모르는 질문들에 다양한 선택지를 채워나갈 뿐이다.


행복의 약속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고 1장은 뭘 읽었는지 모르게 지나갔다(어려웠다). 그리고 오늘까지 해서 3장을 읽었고 소설이나 영화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해주니 이해하기 쉬웠다. 비록 내가 다 안 읽은 책과 영화들이지만^^; 역시 사례는 소설과 영화만한 것이 없다 싶다. 특히 2장의 내용 중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여러 생각을 하며 읽었다. 나는 가족에게서 안정감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친밀함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이질적이고 껄끄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결혼을 했고 옆에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관계를 통해서 무언가를 채우기에는 내가 너무 비좁나 싶기도 하고 스스로가 불안정하다 느껴서 벽을 치는 것 같기도 하고...

자녀의 의무는 부모를 행복하게 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행복함으로써 혹은 올바른 방식으로 행복하다는 신호를 보여 줌으로써 이런 의무를 행복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의무를 따른다는 것은 현상유지를 위해 행복의 - 행복한 것으로 전달된 - 기호들에 단순히 가까이 가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 계보들은 그런 올바른 것들에 행복에 대한 희망을 걸지 않을 뿐만아니라 자신들의 불행은 그런 것들에 의해 행복해져야 한다는 바로 그 의무 때문이라고 목소리 높인 여성들의 계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역사는 문제 일으키기의 역사,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르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을 거부함으로써 소피가 되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역사다. - P111


세월호 9주기가 되었다는 걸 달력을 뜯어보며 새삼 되새겼다. 이제 노란색은 내게 개나리와 더불어 세월호를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김윤아의 라이브 앨범을 들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강’을 듣다가 울 뻔했다. 강물에 흘러간 사람들처럼 우리도 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오긴 할까.


그리고 과학의 고전이라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펀딩해서 책을 받았다. 사진을 미처 찍지를 못했다. 언젠가는 읽겠지 하면서^^; 과학 책은 정말 드문 드문 읽는데 그래도 꾸준히 조금씩은 읽는 것 같다. 무엇보다 번역이 어떨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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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4-17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강렬하네요 빨강!!!!!!

저도 행복의 약속 4장 들어갔어요. 거리의 화가님처럼 가족 부분에서도 킬조이페미 부분에서도 많은 생각이…..🙄

거리의화가 2023-04-18 09:33   좋아요 1 | URL
빨강 철쭉 이쁘죠^^ 자줏빛 철쭉이 주로 보이더니 요즘은 빨강 철쭉도 많이 보이더라구요.

아... 오늘 아침에 4장 읽으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일이 생겨 못 읽었습니다. 난티나무님도 비슷한 곳에서 많은 생각이 드셨었군요. 특히 2장은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23-04-17 1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행복의 약속> 앞부분만 읽다가 멈춘 상태인데 거리의화가님 인용문 보니 얼른 읽고 싶어지네요. 사기열전 재미있다고 하셔서 거리의화가님에 대한 궁금증이 100정도 상승했습니다. 책에 대한 감상과 예쁜 꽃사진 덕분에 맘이 화사해지네요^^

거리의화가 2023-04-18 09:39   좋아요 1 | URL
<행복의 약속> 앞부분이 특히나 좀 어려워서 저도 계속 붙들고만 있을 듯하여 일단은 읽자하고 읽어내려갔어요. 사라 아메드의 ‘정동‘이라는 개념이 아직은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1장까지는 철학적인 내용들이 많은 듯한데 그래도 2장부터는 예시들도 많고 현실의 내용들이라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사기열전 읽어보셨나요? 특히 열전은 더 재밌답니다. 본기, 세가도 재밌지만 열전의 인물들이 더 실감나게 그려져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화사해지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책을 읽으면서 감상이 종종 떠오르는데 놓쳐서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는 그 횟수를 늘려가야겠다 싶네요.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3-04-18 0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말에 외출하는데 철쭉이 지천이라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어요. 제가 멈춰서 꽃 사진을 찍었던 그 때부터가 아마 노화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노화는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고요.

행복의 약속은 진도가 쉬이 나가질 않아요. 어렵지 않은것 같은데 그렇다면 쉬운가 하면 그게 아니고 말이지요.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대상은 저마다 다른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는 가족에게서 찾을 수 있고 누군가는 연인에게서 찾을 수 있고, 어쩌면 누군가는,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인간 존재로부터 그것을 느낄테고요. 얼마전에 투비에 올리신 잠자냥 님의 글을 보니, 그것은 예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4-18 09:4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말씀처럼 저도 꽃이 좋아지는 걸 생각하며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를 느낀답니다. 예전에는 꽃이 그닥 들어오지 않았었거든요. 요즘은 꽃이 그렇게나 이쁘더라구요. 역시 사람의 앞 일은 알 수 없나 봅니다^^

<행복의 약속> 오묘하죠?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1장까지는 용을 쓰면서 읽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비웠습니다. 다행히 2장, 3장은 1장에 비하면 수월하게 읽었어요. 과연 제가 이 책을 다 읽고 소감을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단 하나의 가르침이라도 들어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며 읽고 있습니다.

저도 잠자냥님 글 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었어요. 저는 예술, 특히 음악에 많이 위로를 받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대부분 비대칭인 경우가 많잖아요. 결코 5:5가 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더 주면 다른 누군가는 더 받고 그런 거겠죠. 저는 정말 친정 식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하다 느끼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가족들이 싫은 건 아니고 거의 연락도 잘 하지 않는데다가 시큰둥하고 무신경한 경우가 많아서 내가 너무 못됐나 관심이 없는게 정상인가 이렇게 느껴서 생각이 많아졌던 겁니다.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한데 그게 쉽지는 않네요. 성격이 쉽게 바뀌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3-04-18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아름다운 꽃사진 좋네요^^ 꽃이나 나무 사진 단체창에 올리고 그러면 노화라고 하는 말이 있지만(ㅎㅎ) 꽃 보기 좋아하는 건 아이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첫쨰 아이가 꽃 보고, 예쁘게 떨어진 꽃 있으면 줍는 걸 좋아해요.
<사기열전>이 그렇게나 재밌는 책인가요? (약간 의심의 눈초리ㅋㅋㅋ)
4월 일력, 커다란 16의 노랑이 마음 아프네요.

거리의화가 2023-04-18 15:54   좋아요 1 | URL
이맘때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죠. ㅋㅋㅋ 저는 카톡 단체창이 몇 개 있지만 아직까지 올려보지는 않았어요^^; 확실히 점점 꽃사진을 더 많이 찍는 것 같기는 합니다.
꽃을 보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구요? 감성적인 아이들이네요! 3년간 코로나를 겪은 상실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아닐까요?ㅎㅎ 아무튼 감성적인 아이인 듯 싶어요!
ㅋㅋㅋㅋ <사기열전> 재미난 책입니다.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 읽어도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성공한 사람만 나오는 게 아니라 종국에는 실패했거나 찌질하거나 빈틈이 많은 인물들도 나와서 흥미로워요^^
4월 16일을 기억하도록 업자들이, 또는 업체들이 저렇게 고려를 하는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력 말고 저 왼쪽에 있는 건 마스킹테이프인데 노란 리본이 달려 있어서 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