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한기가 느껴져서 깼다. '날이 많이 추워졌구나.' 요사이 계속 새벽 4시 몇 분 무렵에 잠이 깨어서 종일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스트레스가 많은 걸까? 이번 주 일이 많기는 하다. 일이 몰릴 때는 급격하게 몰리고 또 없을 때는 한가하고 그렇다. 한가하면 일이 없어 잘릴까를 걱정하고, 일이 많으면 힘들어서 난리고 참, 무슨 장난에 맞추랴 생각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아버지의 70번째 생신이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축하 인사를 드렸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했다. 정작 아버지는 3차 항암 치료 때문에 입이 꺼끌한데다 속이 좋지 않으시다고 우리가 준비한 음식은 하나도 드시지 못했다. 떡케잌과 오리백숙을 준비해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가족들이 먹었으니 된 거라며 우리끼리 위로했다.


오랜만에 서재의 책 순위를 보니 '한강' 파티다. 한 사람의 저작이 골고루 순위에 오르다니, 기념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어 원서 플랫폼(계속 이곳에서 전자책을 읽고 있다)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1위에 올라 나도 모르게 캡쳐했다. 한동안 위화의 원서가 1위를 차지했는데 한강의 원서가 1위를 차지한 것이 놀라웠다. 




오늘은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 되어 준비를 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가려 했더니 매진이라 차를 이용하고 가야 해서 벌써부터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짧은 가을이니 휴게소 탐방하고 계절은 느끼는 시간이라고 말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공쟝쟝 2024-10-2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운전 틈틈 눈 붙이시그 잠이 중요하고 보약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4-10-25 07:28   좋아요 0 | URL
저는 조수석에서 있었어요. 운전 면허가 없는 뚜벅인지라! 운전하는 사람이 졸리거나 지루할까봐 옆에서 계속 말걸어주고 하기는 했습니다.

자목련 2024-10-2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거리의화가 2024-10-25 07:29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 왔다 갔다 시간을 꽤 허비하기는 했지만 대구도 날이 좋아서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바람돌이 2024-10-2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피곤할때 운전하면 안되는데 조ㅛㅣㅁ해서 다녀오세요.
그나저나 중국에서도 한강작가가 1위라니 노벨상의 힘이란.... ㅎㅎ
중국에서는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가 1위하기는 힘들겠죠.

거리의화가 2024-10-25 07:31   좋아요 0 | URL
위에서도 이야기했는데 운전하는 분이 힘들었죠뭐! 그런데 저는 조수석에 앉아도 쉬지는 못하더라구요.
중국인들도 한강 작가가 수상한 것에 대해서 많이 놀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단 서재에 채식주의자 중문판을 비롯해서 흰도 담아놓기는 했는데 어려워서 당장 읽기는 어렵겠죠^^; 그래도 언젠가 읽을 수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담아만 놨습니다.

다락방 2024-10-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잘 다녀오셔요, 거리의화가 님.
중국어는.. 어렵네요. 흠흠.

거리의화가 2024-10-25 07:32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은 스페인어도 공부하시잖아요. 영어에 스페인어까지 저보다 언어 능력에서는 출중하신 듯합니다^^

건수하 2024-10-2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운전 조심하시고 틈틈이 남은 가을 만끽하고 오셔요 ^^

거리의화가 2024-10-25 07:34   좋아요 0 | URL
운전하는 사람이 과속을 하거나 급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이면 힘든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히 편하게 잘 왔다갔다 했습니다. 물론 옆에 있어도 계속 쉬지는 못하기는 하더라구요.
남부 지방도 이제 늦가을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단풍 시즌이 맞는지 고속버스 차량들도 많았답니다! 그거 보니 단풍 구경 가고 싶다 생각하기는 했네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4-10-25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에서도 한강 작가 소설 많이 읽는군요 어느 나라나 한강 작가 소설을 보려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 보기는 했네요 거리의화가 님 출장 잘 다녀오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10-25 07:36   좋아요 0 | URL
물론 저 순위가 완독했다는 순위는 아니고 아마도 다운로드 및 책을 얼마나 열기를 시도했느냐 하는 순위겠지요?어쨌든 궁금은 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희선 님 출장 다녀왔어요. 불금,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일부 백인 채집인과 구매인은 자신들의 입장을 ‘전통주의‘라고 부른다. 그들은 인종 통합에 반대하고, 다른 집단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자신들만의 가치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을 ‘자유‘라고 부른다. 그것은 다문화 방침이아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인종 통합에 반대하는 정서가 미국 역사상 가장 코즈모폴리턴적인 문화 형성에 일조했다. - P198

무역은 메이지 시대의장 성공적인 사업 중 하나였는데, 면사와 직물 생산처럼 새롭게 도약하는 산업과 결부되었다. 메이지 시대의 무역업자는 자신들의업무가 일본과 외국의 경제를 중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역업자는 외국에서 경험을 쌓으며 훈련받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이 - P208

를 뛰어넘어 협상할 수 있는 이중의 문화적 명민함cultural agility을갖추었다. 그들이 수행한 작업은 사쓰카가 주장한 개념인 ‘번역‘의전형적인 예인데, 여기서 번역이란 차이를 메우고 또한 유지하면서타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새로 등장한 무역업자는 상품이 다른지역에서 어떻게 거래되는지 배웠고, 그와 같은 지식을 일본에 유리한 계약을 맺기 위해 활용했다. 경제학자가 사용하는 용어로 말하자면, 그들은 ‘불완전한 시장‘, 즉 모든 구매인과 판매자가 정보를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시장의 전문가였다. - P209

아시아 사업체들은 입력 계수factor inputs의 달러 가치가 갑작스럽게 상승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그리고 생산한 제품의 가격을 낮게 유지해 미국 소매업자와의 계약을 유지하고자 했기에 재***빨리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대만 경공업의 대부분은 중국 본토로***그리고 동남아시아로 ... 이주했다. ... 일본의 수출 지향 - P219

적인 산업의 대부분이 동남아시아로 이주했다. 게다가 토요타, 혼다. 소니와 같은 기업들은 미국에 사업체를 설립했다. 한국의 사업체 또한 노동집약적 공정을 라틴아메리카와 중앙 유럽의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로 옮겼다. 새로운 사업체가 설립된 각 지역에서 낮은 가격의 공급자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 P220

송이버섯은 그것의 삶이 선물로서 시작되고 선물로끝나는 자본주의 상품이다. 그것이 온전히 소외된 상품으로 존재하는 것은 오직 몇 시간일 뿐이다. 주기장에서 수송 상자에 담겨재고품의 일부로 기다리는 시간과 비행기에 실려 이동하는 시간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중요하다. 공급사슬을 지배하고 구조화하는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간의 관계는 그 시간의 가능성 안에서 접합되어 있다. 재고품으로서의 송이버섯은 수출업자와 수입업자에게 이윤을 낳게 하는 산출이 가능하도록 하기에, 그들의 - P238

입장에서는 송이버섯의 상품사슬을 조직하는 작업이 가치 있는일이다. 이것은 비자본주의적 가치 체제로부터 자본주의적 가치를창출하는 구제 축적이다. - P239

한 벌목 회사가 와서 숲을 베었다. 나무들이 모두 사라지자 해체된 기계들을 산처럼 쌓아두고서 그 회사도 떠났다. 주민들은 더는 숲을 통해서도, 회사를통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기계를 분해해 금속을 조각내 팔았다. - P241

구제 축적은 차이의 세계를 드러낸다. 차이의 세계에서 서로 대립하는 정치는 연대를 위해 설계된 유토피아적 계획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각각의 생계 패치는 그자체의 역사와 역동성을 가진다. 그리고 다양한 패치에서 창발하는 관점을 가로지르면서 축적과 권력을 향한 분노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자 하는 욕구는 자동적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어떤 패치도
‘대표적‘이지 않으므로 홀로 진행되는 각 집단의 투쟁은 어떤 것도 자본주의를 전복하지 못할 것이다. - P248

진화론적 사고에 역사를 재도입하는 것은 이미 다른 생물학적 범주들에서 시작되었다. 한때 복제 가능한 단위의 상징이었던세포는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박테리아 사이에서 일어나는 공생의 - P262

역사적 산물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DNA조차도 그것의 아미노산배열에서 한때 생각된 것보다 더 많은 역사를 지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인간의 DNA는 부분적으로 바이러스다.
곰팡이는 이상적인 길잡이다. 곰팡이가 자기복제라는 철의 감옥에 순종한 적은 없었다. 박테리아처럼 어떤 곰팡이는 비생식적인 방식의 마주침을 통해 유전자를 교환해왔다(‘수평 유전자 전달horizontal gene transfer‘). 또한 많은 곰팡이가 ‘개체군‘은 말할 것도 없고, ‘개체‘와 ‘생물종으로 구분되는 자신들의 유전적 물질을 유지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 P2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전용사와 난민은 자유를 지지하고 실천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둘러싸고 협상한다. 군사주의는 자유의 실천을통해 내재화되고, 풍경 속으로 스며들며, 채집 전략과 기업가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 P1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 1974-75년 일제전범기업 연쇄폭파사건
마쓰시타 류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힐데와소피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4년 미쓰비시 중공업 건물에 폭탄이 투척되어 지나가던 행인들이 사망하거나 중경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사망자나 부상자들 중 미쓰비시 중공업 근무자들 뿐 아니라 민간인들의 피해가 있었다는 데 있다. 

폭탄을 투척한 이들은 도쿄 행동위원회의 '늑대' 멤버들이 주축이 되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호칭은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이름은 전쟁 전부터의 제국주의적 체질을 그대로 질질 끌며 지금도 여전히 동아시아 국가들에 경제 침략을 계속하는 일본을, 침략당한 측의 인민과 연대하여 이 나라 내부에서 타도해 가자고 결의한 그들의 사상과 의지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 호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 P177


늑대라는 호칭에서는 아직 누구의 손때도 묻지 않은 고고한 울림이 느껴졌다. 타협도 공모도 세차게 거절하고 싸우는 짐승이 늑대다. 인간에게 막다른 곳으로 몰려 사라진 일본 늑대를 떠올려 보면, 늑대를 부대의 이름으로 함으로써 자신들 역시 억압받은 사람 쪽에 있다고 선언하게 될 것이다. - P178


그들은 일본인이지만 일본의 제국주의와 대결하는 자세를 견지하며 무장 투쟁을 통해 혁명을 쟁취해야 한다 생각했다. 다이도지 마사시, 다이도지 아야코, 가타오카 도시아키, 사사키 노리오, 에키다 유키코, 사이토 노도카, 구로카와 요시마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베트남 전쟁, 1965년 한일조약 소식이 들리자 일본의 민중들도 들고 일어섰다. 사회당/공산당 데모를 비롯하여 학생 운동이 도처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일본의 사회주의/공산주의는 다양한 색채의 분파들로 나뉘어 있었다(중핵파, ML파, 사청동해방파, 프롤레타리아 군단 등). 마사시는 1968년부터 1970년까지 도쿄의 많은 집회나 데모를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고료 고등학교 선배들이 주축이 된 사회주의 운동 단체에 아야코를 합류시킨다. 마사시는 1970년 미일안보조약이 개정된 후 무장 투쟁의 붐이 사그라들었으나 오히려 무장 투쟁을 생각한다. 이 때 마사시와 아야코 두 사람을 만나면서 늑대의 주요 구성원이 꾸려지고 이후에 도시아키, 요시마사 등이 합류하였다. 


1971년은 폭탄의 해라고 부를 만큼 다양한 행동을 시도했고 일부는 성공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전쟁을 미화하고 제국주의 행동을 실천한 이들을 순국이라 명명하고 세운 위령비나 묘지가 그 대상이 되었다. 중국인, 조선인인 뿐 아니라 아이누인, 오키나와인에 대한 차별과 탄압은 식민지라 명명하는 시기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은 하라하라사계라는 병사독본을 만들어 자신들의 투쟁 이론을 체계화했다. 《하라하라 시계》의 기술에는 종래의 좌익 또는 신좌익의 이론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우선 글 어디에도 마르크스, 레닌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고, 일본의 노동자 계급 자체도 제국주의 본국인으로서 부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늑대‘가 유일하게 연대를 표명하는 노동자는 산(山) 등 인력 시장의 유동적 노동자(그들은《하라하라 시계》에서 사용한 유민=날품팔이 노동자를 나중에 이런 표현으로 바꿨다)뿐이다. 나아가 자주 나오는 것은 아이누이고 오키나와 인민이며 조선 인민이다. - P58


그렇다면 이들이 1974년 미쓰비시 중공업 건물에 폭탄을 터뜨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사실 이들의 행동 목표는 다른 것이었다. 

왜 이 나라에서는 반권력 투쟁이 지속하지 못하는지 논의했습니다. 확실히 소수의 투쟁은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지속하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천황제 이데올로기에 압도적으로 젖어 있기 때문이고 또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가운데 싸울 상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천황을 공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이지요. - P281~282

실 목적은 이렇게 (황족 전용열차를 탄) 천황을 암살하는 것(무지개 작전)이었으나 결국 실현되지 않았고, 또 이 무렵 한국에서 박정희의 권총 저격과 함께 육영수가 사망하면서 이들의 마음은 조급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들의 폭탄 투척은 실패했고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들의 피해가 있었다. 그들은 폭탄을 터뜨리기 전 예고 전화도 하고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폭탄에 의해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 충격에 빠진다(이들은 작전 전에 청산가리 캡슐을 준비한 바 있다). 


멤버들이 체포가 되자 가족들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가해자의 부모가 되었고 피해자들의 가족이나 친지들에 의해 손가락질을 당하게 되었다. 그들이 피해 다니면 “응당 사죄를 해야 하지 않나요?”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그건 오해입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마사시는 왜 기업 연쇄 폭파를 시도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래 늘 해외에서 여러 가지 자원이나 재료 공급처를 찾았고 그 결과 타이완, 조선, 중국, 인도차이나에 대해 군사 침략을 하고 식민지화하여 그 이익으로 일본의 사회 구조를 구축해왔습니다. 그리고 전후에는 표면적으로 형태가 가드리잠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여 값싼 노동력을 구함과 동시에 해외 국가에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공해 물질을 방류하여 이른바 기업에 의한 침략을 했고, 기업 침략에 의한 착취로 일본의 사회 구조를 형성해 왔다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인식입니다. 한편 기존 좌익은 혁명을 일본의 노동자 계급에 의한 투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일본의 노동자 계급은 식민지화나 기업에 의한 침략에 편입된, 이른바 제국주의 노동자이고, 그에 따라 진정한 혁명은 바랄 수도 없는 것이며, 저는 기업 침략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이른바 식민지 노동자의 투쟁에 의해서만 진정한 혁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략) - P77

그러니까 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이 다른 좌익과 다른 점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경영으로 부를 쌓은 기업의 노동자를 평범한 노동자가 아닌 제국주의 논리에 편승하는 노동자로 보는 인식이 다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몇 가지 단상들이 있었다. 


폭탄의 위력을 확인하지도 않고 투척을 감행한 것은 애시당초 위험의 강도를 너무 가볍게 판단한 것은 아닌가?

꼭 무장 투쟁이어야만 했는가? 다른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전쟁에 반대하고 나와 가족을 지키는 일이 중요할까 아니면 지금의 체제를 뛰어넘은 혁명을 위해 뛰어드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했는가?(일상과 가정을 지키는 일은 내팽개쳐도 되는가?)

인민, 대중에 집중했을 때 사라질 수 있는 개별 인간의 구체성과 특수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늑대 멤버들의 생각 중 일본 제국주의 침략 정당성을 비판하는 일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과연 그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할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라 곱씹어봐도 결론이 나오질 않았다. 아무래도 계속 고민해보면서 정리해보고 싶은 사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름 방학 한달을 제외하고는 4월부터 매달 역사 독서 모임을 통해서 여러 주제의 책을 읽고 있다. 이번 달에는 이 책이 주인공이었다. 나도 결론 내리지 못한 사안들이 많아서 무척 열띤 토론이 되지 않을까 추측하는데 그 전개 과정에서 나올 다양한 이야기들이 무척 기대가 된다. 

어떤 책을 읽고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책은 적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만한 충분하지 않나 생각한다. 속뜻을 모르고 제목만 보고 뻔한 내용일까봐 우려했던 나를 철저히 반성하며 리뷰를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부

기존의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 제3의 - P588

세력이 등장한 것은 향후에 전개될 역사 변화의 단초이다. 이 세력은 상업자본주의를 통해 부를 축적해가던 신흥 부르주아지와 새로운 지식/사상을통해서 기성 세계를 변화시키려 한 지식층=독서층을 그 두 핵으로 했다.
재산과 지식의 위력은 기존 세계를 서서히 무너뜨리게 된다. 근대 서구의정치철학은 바로 이 지식인 세력 (the intellectuals)에 의해 창조되었다. 그리고 그 궁극의 의미는 곧 새로운 정치적 주체, 즉 정치적 맥락에서의 선험적주체인 근대적 시민주체의 탄생이었다. - P589

홉스의 인간은 악하지만 합리적인, 합리적이지만 악한 존재이다. 홉스철학의 의미는 절대왕정의 옹호라는 그 표면상의 주장이 아니라, 바로 이철저한 ‘개인주의(individualism)‘, 합리적으로 계산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점에 있다.
홉스의 세계에서는 국가와 다중이 있을뿐, 개개인들이 서로간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하는 ‘사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의 법과 시민사회 고유의 도덕, 관습, 문화 차원들사이의 구분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 P598

스피노자는 개인들이 수직적인 계약을 통해서만 안전과 번영을 누릴 수있다고 보지 않았다. 수평적인 전이, 연합, 동일시, 모방, ...………을 통해 두 사람이, 나아가 여러 사람이 마치 패치워크를 짜나가듯이 관계망을 형성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때 ‘multitudo‘는 단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다중이 아니라 일종의 질적 다양체로서의 다중(多)일 수 있다. - P601

로크에게서 자연권의 기초는 사유재산이다. 로크는 그 자신이 확립한 경험적 주체 개념에 입각해 정치적 주체를 사유했다. 인식론적 맥락에서 주체적 경험은 곧 인식이다. 이에 비해 정치철학적 맥락에서의 주체적 경험은바로 노동이다. 전자의 주인공이 마음이라면 후자의 주인공은 몸이다. 노동이란 한 주체가 자연을 가공해 변형하고, 그 변형을 통해 그 자신도 변형되는 과정이다. 23) 이때 가공된 대상은 곧 그 노동주체의 ‘소유‘가 되며("노동가치설"), 그 소유를 통해서 주체는 그 자신의 고유한 것으로서 ‘property‘를 가지게 된다. 노동은 이렇게 한 주체 고유의 ‘property‘를 생성시키는데, 노동 이전에 한 개인이 천부인권으로서 소유하고 있는 것은 생명과 자유이므로 결국 한 개인의 ‘property‘는 그의 생명, 자유, 재산을 뜻한다. - P605

루소에게 사회계약은 개인들 모두가 동등한 자격에서 참가하는 계약이며, 예외 없이 모두가 동의해야만 성립하는 계약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각자의 권리의 양도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니라 오로지 전체에 대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각자의 입장에서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다는사실이다. 루소는 사회계약을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신체와 모든 힘을 공동의 것으로 만들어, 일반의지라는 최고 지휘권 아래에둔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각 구성원을 전체와 불가분의 일부로 받아들인다."(『사회계약론』, I, $6) - P608

18세기 계몽사상이 전개되면서 자연법사상은 도전받기에 이르고 ‘논리적 구성‘에 의한학문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학문이 보다 각광받게 된다. 이 과정은곧 정치철학이라는 큰 분야가 여러 사회과학들로 분화되는 과정이기도 했으며, 이를 통해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들이 철학에서 독립해새로운 학문들로서 성립한다. 또한 이 과정은 역사학이 새로운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된 과정이기도 했으며, 이를 통해 역사철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태어나기도 했다.

흄은 경험주의 인식론을 끝까지 밀어붙임으로써 기존의 철학자들이 전제하던 보편성과 필연성을 회의에 부쳤다. 나아가 그는 자아의 동일성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그가 볼 때 인간을 보다 일차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정념이다. 하지만 흄은 이런 폐허 위에 습관/관습이라는 구축물을 남겨놓았고, 완화된 회의주의에 입각해 윤리, 종교 등을 다시 세웠다. - P615

사회는 개개인의 질시와 알력으로 얼룩져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역사는 점점 더 발전해간다는 것이 칸트의 논리이다.
그렇다면 이런 발전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향하는가? 칸트는그것을 "법이 지배하는 시민사회"로 파악한다. 역사는 인간의 자유가 실현되는 장이지만, 어디까지나 법의 제한을 통해서 실현되어야 한다. 법이 지배하는 자유로운 시민사회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준 핵심적인 잠재력이라는 것이 칸트의 통찰이다. 하지만 한 공동체/국가에서 설사 이런 경지에도달한다 해도, 국제정치적 갈등은 그 성과를 한순간에 산산조각 낼 수도있다. 때문에 법이 지배하는 자유로운 시민사회는 국제정치적 안정을 전제한다. 이것이 앞에서 논했던 ‘국제연맹‘, 보편적인 세계시민적 공동체가 요청되는 이유이다. - P631

그의 역사철학은 전형적인 근대적 진보사관이다. 역사는 자유를 향한 여정인 것이다. 동양에서는 한 사람만 자유로웠고, 그리스에서는 일부 사람만 자유로웠지만, 게르만적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다는 그의 주장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사회적 사회성에 해당하는 헤겔의 논리는 곧 ‘이성의 간지‘이다. 역사를 살아가는 개개인은 자신의 정념과 욕망에 따라 행위하지만, 역사 전체는 그러한 행위들을 매개로 해서 오히려 이성의 실현을 이루어나간다는 논리이다. - P633

밀은 ‘경제 법칙‘은 생산의 영역에서 성립한다고보았다. 자연과 상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생산의 차원은 필연적 법칙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배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과인간의 관계에 상관적이다. 그것은 필연성의 양상이 아니라 가능성의 양상을 띠며, 사실차원이 아니라 당위차원의 문제이다. 요컨대 생산이 자연적 필연성의 문제라면 분배는 역사적 가능성의 문제인 것이다. - P645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의 산물로부터, 노동의 활동으로부터, 그리고 타인들의 인정으로부터 3중으로 소외당한다. 마르크스는 철학을 순수 사변으로부터 이런 현실의 장으로 끌고내려가고자 했고, 동시에 점차 자신의 주체성을 자각해가고 또 조금씩 단결해가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철학적 의식을 심어주고자 했다. - P654

시아파의 철학적 기초를 다지고 본연의 종교적 차원을 굳건히 한 인물이 물라 사드라(1571/2~1640)이다. 물라사드라는 시아파 고유의 신비주의 전통과 (이븐 루쉬드 이후 쇠락하긴 했지만) 이슬람세계에서 면면히 내려온 철학(‘팔사파‘)의지성(‘이르판‘)을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찍이 페르시아-이란 지역이 배출한 두 걸출한 철학자는 이븐 시나와 수흐라와르디였다. 그리고 이들의 철학은 ‘동방철학‘, ‘빛의 철학‘이었다.(1권, 10장) 물라사드라는 이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페르시아적 철학을 새롭게 재건했으며, 이 빛의 철학에 다른 이슬람 전통들을 광범위하게 종합했다. 일찍이 이븐 시나가 본질과 실존을 구분했거니와, 그는 이슬람 철학을 본질주의에서 실존주의로 전환시키고("실존이 본질에 앞선다.") 흔히 ‘초월적 신지학(theosophy)‘으로 불리는 그의 철학체계를 세웠다. - P676

힌두교에 근간을 두면서도 이를 근현대의 맥락에서 새롭게 표현해야 하는 과제를 철학적 수준에서 성취한 인물이 오로빈도 고슈(1872~1950)이다. 영국의 직접 통치 이래 영국 제국주의에 투쟁하는 각종 흐름들이 전개되었거니와, 대체로 온건파, 급진파, 과격파의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급진파의 대표적 인물들 중 한 사람인 오로빈도는 정치적 투사로서 그리고 철학자로서 현대 인도의 형성에 큰 족적을 남겼다.) 샹카라, 라마누자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 오로빈도, 그리고 라다크리슈난(1889~1975) 등 많은 현대 인도의 철학자들은 베단타철학을 인도 철학의 정수로 보고 연구했다.
오로빈도는 샹카라의 가현설을 비판하면서 라마누자의 전변설을 받아 발전시켰으며, 이는 곧 ‘아바타라‘, ‘多中--中多‘, ‘화‘의 논리 등 인도 사유의 면면한 전통을 현대에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 P686

관건이 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모순된 것들의 ‘변증법적 지양‘이 아니라 그것들의 생존경쟁을 통한 ‘적자생존‘ㅡ‘자연도태‘가 되는 것이다. 한 생명체의 자손을 남기는 것을 포함해서) 생존 여부가 그것의 성공 여부가 되는, 생물학의 테두리 내에서는 의미 있을 수 있는이 관점이 인간의 차원으로까지 투사됨으로써, 인간의 다른 차원들이 망각된 채 생존 여부로 인생에서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때, 그 결론은 인간의모든 생각, 감정, 행동이 결국 생존으로 이어질 때에만 가치를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이 부박(浮)한 논리에 따라 삶은 생존경쟁, 약육강식, 적자생존, 자연도태의 패러다임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근대 이래 사상사의가장 큰 비극들 중 하나는 자연과학에서 성립하는 패러다임을 인간/사회에덮어씌워온 것이었다. - P7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