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장

울산에 대한 많은 사람의 오해는 울산이 1962년 울산공업지구지정으로 시작해 1970년대 중화학 공업화로 발전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장생포에서 고래나 잡던 평화로운 마을을 정부가 지정하여 울산에 온산공단, 울산공단이 생기고 석유화학 콤비나트가 들어섰다. 그뒤에 정주영 회장이 현대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조선소를 세웠다. 그리고부자도시가 되었다"라는 식의 설명은 중간 단계가 너무 허술할 뿐아니라, 그 전사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 산업도시 울산을제대로 이해하려면 중화학 공업화의 출발이 하필 ‘왜 울산이었는가‘부터 알아야한다. - P48

울산은 이케다에 의해 일제 강점기 태평양전쟁을 위한 공업도시이자 석유 비축기지로서 설계됐다. 울산은 ‘공업항, 어항, 연락항, 무역항, 공항‘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분류됐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엮으면 일본의 태평양전쟁 수행을 위한 ‘병참기지‘로서 울산의 역할이중시됐음을 알 수 있다. 이케다의 구상 아래 당시 추축국의 일원이었던 일본은 오키나와에서 출발한 전투기의 급유지로 울산을 선택했다.
•급유를 한 후 다시 전투기를 띄워 중국 또는 러시아와 교전 지역인 만 - P50

주와 연해주 등으로 바로 출격할 수 있는 중간 기착지였던 셈이다. 물자는 배를 통해, 인력은 기차를 통해, 전투기는 바다를 통해 움직일 수있는 울산. 모든 것을 병참기지로서의 기능에 최적화해 설계했다고 말할수 있다. - P51

5.16 군사쿠데타가 벌어진 이후 쿠데타 세력이 처음 했던 일 중 하나가 기업인을 부정 축재자 명목으로 가둔 것이다. 당시 삼성 이병철, 삼양사 김연수 등 부정축재자로 몰린 많은 기업인은 군사정권 초기부정축재의 죄를 경감받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그들은 ‘경제재건촉진회‘를 창립했다. 이들의 대책이 바로 공장 헌납이었다. 자신들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형성한 노하우 혹은 암묵지 tacit knowledge를 통해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여 경제개발에 기여한다는 논리였다. 자금은기업인이 외자를 유치하고 정부가 내자를 동원하는 것으로 협상했고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P55

경로 의존설은 산업의 젖줄인 정유 공장의 준공, 정유 공장의 부산물로 생겨나는 석유화학단지의 건설로 산업도시 울산이 출발했다는 해석이다.
입지 요건설은 울산이 가지고 있었던 인프라와 지형적 요건 등 객관적 요소에 초점을 둔 관점이고, 커넥션설은 당시 투자와 사업을 추진량을 지녔던 기업가들의 속내와 정치적 결정에 집산이 산업도시로서 타진될 수 있었던 원인을 직간접적으로 보여 준다는 장점이 있다. 경로 의존설은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산업의 기초 인프라가 설치되면서 국가와 산업계에 의해 전략적으로 집중 투자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상승작용으로 투자-재투자가 반복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특히 산업화 초기 국토 전반에 균형발전을 꾀하기보다는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고 집중 투자해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리려 했던, 즉 ‘전략적 산업 정책‘을 펼쳤던 박정희 정부의사정을 고려한다면 경로 의존성은 불가피했다. 향후 산업도시의 궤적 - P60

을 일정 수준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경로 의존설은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이 중 한 가지를 이유를 꼽는 것은 무리다. 입지 요건과 당시 기업가들의 이해관계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울산에서 공업센터가 시작됐고, 공업센터라는 기반을 활용해야 했기에 경로 의존이 작동하면서 중화학공업화가 전개됐다는 것이 합당한 해석이다. - P61

한국 제조업 담론에서 누락돼 있으나 앞으로 핵심으로 삼아야 할것은 소부장 중소기업이나 제조 스타트업이 돼야 한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 기술‘을 개발하거나 소부장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사고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국어디에 본사·연구소·공장이 입지해 있는지, 산업 내 연결망이 어떤지,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업이나 산업 단위 어느 수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노사관계는 어떻게 풀고 산업과 기업 내부 인력은어떻게 교류하는지, 지역 사회와 어떻게 결속되어 있는지 등의 경제지리 차원의 구체적 질문이 빠져 있다. 또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가치사슬 gobal value chain의 문제를 혁신 문제와 함께 살피지 못하기 일쑤다. 더불어 제품을 만드는 생산의 문제나 혁신 기술을 실제로 현장에 - P82

‘어떻게‘ 안착시키느냐의 쟁점도 생략한다. 당연히 노사관계도 그저
‘노조가 문제‘ 혹은 ‘재벌의 탐욕‘이라는 피상적 수준으로 다뤄진다. 이러니 문제를 제대로 풀기 어렵다. - P83

브래버먼은 제품 개발과 설계(기본, 상세, 생산)를 하는 소수 엔지니어의 기능을 ‘구상‘이라 하고, 설계에 따라 각자 맡은역만 작업하는 노동자의 기능을 ‘실행‘이라 했다. ‘구상과 실행의 분리‘는 엔지니어가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작업을 지시하고, 노동자의 공정에 대한 품질이나 자주 관리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 노동자와 엔지니어가 생산 과정에서 함께 의논하는 과정이 줄어들었다는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P94

이제는 엔지니어링의 잠재력과 기본기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선배에게 노하우를 전수받는 도제 방식만 가지고 울산3대산업의 엔지니어 역할을 해낼 수 없다. 이제 조선소에서는 줄자와 모눈종이로 설계를 하는 게 아니다. 모든 제품설계를 CADComputer AidedDesign 프로그램으로 수행하고, 생산관리의 많은 것은 센서를 거쳐 생산실행시스템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와 전사자원계획시스템인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으로 진행된다. 더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는 지금 IIOT나 디지털 트윈 등 스마트팩토리로 통칭되는 데이터 기반 공정 운영과 자동화, 로봇의 활용, 현장의 3D/4D 구현은 훨씬 더 심화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그나마 가장 ‘인간적‘인 방식의 일은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이나 석유화학 공장이나 공히 노무관리다. 하지만 노무관리자는 엔지니어가 아니다. 달리말하면 엔지니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수치를 해석하고, 기하학적 공간에 역학적 지식을 활용해 제품을물성까지 고려하여 배치하거나 소재와 부품 사용시 그 영향력이 얼마 - P123

나 되는지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일이 기초적인 공학 지식과자연과학 지식에 기대게 됐다는 것이다. - P124

당시의 고용조정은 정부가 3자 개입을 해서 회사측과 노동자들을설득해서 이룬 제한적 성과였다. 그러나 제한적 성과만으로는 회사와노조 모두에게 남은 깊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 이는 두고두고 노사양측에 강한 트라우마를 남겼고서로의 전략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먼저 노동조합과 회사가 갖고 있던 목표가 변했다. 당시 노동조합김광식 집행부는 해고 대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통분담을 주장했으나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동료가 해고당하는모습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경영 위기가 왔을 때는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벌자"는 신념 체계를 형성했다. 더불어 일종의 트라우마에 따른 교섭 전략이 탄생했다. 투쟁적으로 경제적 이윤을 챙기려는 노동조합의 전투적조합주의 전략이었다. 그에 비해 회사는 더 이상 생산직 노동자를 생 - P143

산성 향상의 파트너로 삼지 않는 기조를 강화했다.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사태는 울산의 ‘남성 생계부양자경제‘의 신화가 다시금 민낯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밥꽃양‘ 사태다.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에 난항을 겪자 협상 카드로 식당 여성 노동자 300명이 지목됐고 그들은 남성 고용 보호를 위해 해고당했다. ‘남성 생계부양자 정규직 노동자‘를 지키기 위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를 거래한 것이다. - P144

생산성 동맹은 노사관계가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을 때 가능하다. 포스코의 생산성 동맹은 노사관계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이나 복지뿐 아니라 생산성 관점에서 노동자의 숙련 형성 자체가 영향받을 수 있음을시사한다. 노사관계의 신뢰는 역사적으로 발생했던 노사분규와 갈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생산성 동맹은 노사관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좀 더 넓게 보면 국가가 노사관계에 어떠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주거나 강제하는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 P189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인데 왜 주주shareholder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라고 표현할까. 기업이 책임져야 할 것은 주주이고, 사실상노사관계는 ‘외생적 비용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한국이나 영미식자본주의의 사고다. 하지만 생산 현장은 단순히 지시하고 따르는 곳이 아니다. 노동자와 관리자 그리고 회사가교섭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해당사자의 협치라고부르는 것이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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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성해방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태어난 것도 죽는 것도 우연입니다. 이 진실은 우리를 휘청거리며 힘이 빠지게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하늘의 뜻이라고 하는 수밖에 달리 말할 길 없는,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똑같이 우연에 의해 태어나고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점에서, 당신은 나였을지도 모르고 나는 당신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내일은 살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 모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걸 알고 나서, 저는 지나치게 고민하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마음을 굳게 먹고 ‘하루, 오늘 하루를 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P9

이 사회는 여자를 암컷으로 활용하려고 이 궁리 저 궁리를 한다. 그 내부구조와 인간관계 모든 것을 들어 "여자, 너는 어리석고 무가치하다"고 여자의 육신에 주입한다. "이제 포위당했으니 쓸데없이 저항하지 마라"며 24시간 궁지에 몰아넣듯 여자들을 집요하게 협박한다. 거기에 더해 "결혼이 곧여자의 행복"이고 "아이 낳고 키우는 게 바로 여자의 보람"이라고 그럴싸한말로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그럴 때 대부분 여자는 암컷으로 살아가는 길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할 수밖에 없게끔 된다. 그런 것을 두고 여자들의 의식이 낮은 탓으로 돌릴 문제는 결코 아니다. - P34

도쿄대 학생들에게는 자기 부정의 논리가 자신들이 엘리트로 인생을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뿌리부터 다시 파악하려는 것에 있었던것 같다. 학생들이 내건 ‘산학 공동 노선 분쇄‘나 ‘제국주의 대학 해체‘
슬로건은 그들이 이 사회의 구조와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를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도쿄대 학생이라는 점만으로도 자신들이 결국 기업 편, 권력 편에 서서 사람들을 관리하고 억압하는 길로 갈 것이라고 봤다. - P53

여자의 생명, 그 뿌리를 간직한 자궁이 지금 부활하고 있다. 수컷을 바라보며 다른 암컷과 경쟁하여 교태를 부리는 가운데서만 살 수밖에 없던 여자가 자신의 역사성에서 자신을 해방하려 하는 것이다. 지금 그런 여자가 있다.
암컷의 제 새끼 죽이기, 이런 피억압자의 극한의 자기 표현은 여성해방운동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그 배경에 여자라는 성의 변증법이있다. 부정적인 자궁에서 긍정적인 자궁으로 이르는 길은 암컷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여자들로 이어질 길이다. - P65

어린싹일때부터 여자한테 ‘여자답게 하라‘고 요구한다. 이 한마디는 실은 여자한테쭉‘처녀인척하라‘는 말과 같다.
결국 처녀답게 구는지, 굴지 않는지가 남자와 사회에 반기를 들 것인지 - P69

아닌지를 정하는 갈림길이다. 즉 여성해방운동이란 여성이 처녀다움을 반납하고서, 다정함과 다정함을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SEX를 가진 총체적 여성으로서, 처녀다움의 기준으로 여성의 우열을 정하려고 하는 남성과 사회를 부수고, 이를 압박하는 여성의 투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처녀다움을 해체한 우리는 투쟁의 바탕에 일부일처제와 가제도의 해체를 놓고, 계급투쟁을 전개한다!! - P70

도쿄대학에서 투쟁이 한창일 때 ‘연대를 구하되 고립을 두려워하지 마라‘는 멋진 슬로건이 등장했다. 이 말을 내 식으로 고쳐 보면 ‘남이나를 알아줬으면 싶은 마음은 걸인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모순된 두가지 속내를 가진 채 그 속에서 엉망인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여자들 여자끼리 있다고 해서 여자들만 같이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평온할 것을 목표로 삼지는 말자. 그렇게 될 수가 없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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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딱히 없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도 ’호‘보다는 ’불호‘에 가까운지라 이야기의 시작부터가 흥미로운 것 같다.

고향, 그것도 고국을 떠나 사는 이들은 향수 같은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시 고국땅을 밟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이들에게 과거의 사소한 기억들은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좋은 경험처럼 기억이 되는 것인지.

할머니는 조상, 묘지, 미신, 의식 이런 형태에 익숙한 사람이다. 손녀들은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할머니의 딸인 엄마는 또 다르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할머니를 ’Halmoni’라고 여기서는 표현한다. 파친코 드라마에서 선자의 손자 역할로 나온 배우가 할머니를 ‘할모니’로 부르는 것이 생각났다.



[1]

I can turn invisible.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2]

Halmoni’s stories all start the same way, with the Korean version of “once upon a time”:
Long, long ago, when tiger walk like man…

“Halmoni,” I’d whisper, “will you tell us a story?”
“The one about Unya, And Eggi, The tiger story.”

Sam과 나는 할머니의 집에 가기만 하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랐다. 특히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3]

Halmoni’s house looks like a memory.
Where’s Halmoni?

This house is full of secrets.

Sam and I told stories in the attic room, we ate rice cakes in the kitchen, we created imaginary worlds in the basement. We were together.

[4]

Halmoni is the only person in the world that my invisibility never works on. She always sees straight to my heart.
Nobody can resist Halmoni. She’s like gravity.

The thing about kosa - about all of Halmoni’s beliefs and rituals - is that I’ve always taken them for granted. They make sense to Halmoni, so that’s good enough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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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11-1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12-1월 책인데 미리 읽으시는군요!! 👍👍

거리의화가 2024-11-10 21:58   좋아요 1 | URL
제가 착각을 했어요^^; 어쨌든 지금 당장 읽을 것이 없으니 그냥 읽으려고요ㅎㅎ

2024-11-10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0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근대서지 2024 제29호
근대서지학회 지음 / 민속원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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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서지는 한국 근대 서지를 다룬 잡지로 자료로 검색도 할 수 없는 문학, 예술 분야 등의 인물, 관련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반년마다 한 번씩 나오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지금까지 출간된 이전 호수의 잡지들을 모으고 있다.
모으지만 말고 읽어야 하는데 항상 밀려서 보존용도가 되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오랜만에 올해 상반기 호수인 29호를 사고 바로 읽기 시작해서 2달 걸려 다 읽어냈다.
년간 잡지라 워낙 내용이 두툼하고 방대해 단번에 읽기란 쉽지가 않다.
그만큼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역시 가장 재밌는 파트는 출판 서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 잡지의 가장 특색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 중 정현웅의 디자인 감각적 면모를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사실 나는 그를 단순히 삽화가나 미술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북디자이너로의 활동했음을 알려주어 기존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문학 서지에 대한 내용 중에는 김기림의 도호쿠대학 학적원부 소개, 카프에서 활동했던 현인 이갑기의 소설을 통해 그가 그리고자 한 해방과 전쟁의 내용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낸 <도솔봉>이란 작품에서 간첩으로 침투한 여성 북파공작원이 자신의 남편을 설득해 자수시키는 내용을 통해 후방에서 벌어지는 또 한 형태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이갑기 선생은 기자 신분으로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했다가 귀경하지 않고 아내와 함께 북한에 남았다고 한다. 북한 정권의 개인 숭배와 정권 찬양에 대한 문학 흐름과 다른 결을 유지했기 때문에 점차 주변화되었다고 한다.

예술 서지 파트의 내용이 풍부했는데 이 중 ’어린이‘와 ’어린이세상‘ 잡지를 통해 본 아동만화에 대한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의 아동만화가 기존 1925년 3월 실렸던 ‘씨동이 말타기’에서 2년 더 앞당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식비행긔’(1923년 6월 <어린이 제1권 제5호>)는 연을 활용하여 하늘을 날아 유럽까지 가겠다는 상상력이 표현된 만화다. 누구나 꿈꾸는 이동의 꿈은 어릴때야 말로 가장 크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논문 파트.
미술가이자 삽화가로 유명한 이도영의 소설 표지화의 역사를 다루었다. 근대 미술, 문학, 예술 관련된 전시를 본 사람이라면 이도영은 익숙한 이름이라 언제 만나도 반갑다. 다만 여기에는 소설 표지만으로 집중해서 다루었다.
중국 근대 시기 <곽분양실긔> 작품에는 곽분양부부 병좌도상이 그려져 있다. 말 그대로 부부가 동등한 비율로 나란히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1910년대부터 수십년간 다양한 출판물을 통해 다루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청에서 여성의 지위는 명대의 여성보다 지위가 높았던 데다가 중화민국 시기 들어오면 서양의 근대 사상의 유입에 따라 다양한 여성초상화가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곽분양실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동아시아 유가질서에서 근대 시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곽분양 부부 이미지’는 근대 문화의 수용적 측면을 다루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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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일과 개인 일정이 모두 바빴던 날들이었다. 


올 상반기에 일이 몰아닥쳐 3개월여를 고생했던 적이 있었는데 10월도 마찬가지로 일이 많았다. 

출장도 몇 차례 있었고 사무실에 있을 때도 쉴 틈이 없었다.

의견을 조율하여 결정할 사항들이 잦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퇴근 무렵이 되면 신체적일 뿐 아니라 정신적 소모가 컸다.

과거 내 일에만 집중해도 되었던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그 때는 실력에 대한 심적 스트레스가 컸기 때문에 결국 과거나 현재나 고충은 있는 셈인 것 같다.


그동안은 퇴근 후 독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일주일에 최소 2번은 운동 수업에 투자하기 위해 체육관에 간다.

필라테스 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한달 조금 넘었는데 총 10차례의 개인 수업을 했다. 주말에는 복습 운동 차 귀찮아도 체육관에 한 번 더 나가고 있다.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아서 아직 기구 운동에 집중하기에는 무리라 판단해서 매트 운동을 좀 더 많이 하고 조금씩 기구 운동을 늘려가는 중이다. 

무릎과 허리를 단련시키려면 복부와 허벅지, 엉덩이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할 때마다 "악!" 소리가 나온다는. 

운동이 재밌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못하고 역시 살자고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ㅜㅜ


10월은 정말 몇 권 읽지 못했지만~










읽은 책들이 모두 알짜배기여서 좋았다.


<세계철학사> 3권은 내용이 어렵기도 해서 빨리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정말 정독하려고 노력했다. 근대에 와서 학문이 분화되는 과정(과학철학 -> 철학, 과학...)이 흥미로웠고, 서양 근대 사상의 정점인 칸트, 헤겔 뿐 아니라 아시아의 사상가들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어느 세계 철학서에 정약용, 왕부지, 최한기, 대진, 물라 사드라, 오로빈도 고슈를 만나볼 수 있겠는가. 

함께 읽는 책인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세계 끝의 버섯>은 생각지도 못했던 수확들이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읽으며 현대 일본과 한국의 사상과 개혁의 흐름이 왜 갈수록 달라져가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세계 끝의 버섯>은 송이버섯이 교란된 생태계에서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교란, 오염에 대한 용어의 기존에 대한 나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독서에는 편견이 장애가 된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며 반성하는 계기이자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죄와 벌>은 몇 년만에 재독이었는데 과거와 현재의 내 삶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 있는지 들여다보며 생각과 태도에서 바뀐 부분인지 비교하며 읽게 되더라. 라스콜니코프의 행동과 그 후의 끊임없는 번민과 내면의 갈등, 사람들과의 대화를 보면서 인간의 선악에 대한 기준을 과연 세우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7일>은 번역본과 중국어 원서로 병행하며 10월부터 읽고 있는 중이다.

이제 얼마 후면 완독할 것 같은데 앞서 읽은 작품들과 결이 달라 흥미롭게 읽고 있다.

원서 수준도 그동안에 읽은 위화의 책들 중 가장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어떤 문장들은 번역본을 읽지 않고도 해석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내가 그동안 헛으로 공부하는 것은 아니였구나 느끼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모임이 있어 속리산 근처의 펜션에 다녀왔다.

바로 전날까지 비가 온 덕분에 공기가 께끗해서 좋았다. 

비록 올해 단풍은 안 예쁜 것 같지만 멀리서 보니 또 괜찮더라는.

내일이 지나면 반짝 날이 추워지는 것 같던데... 이제 가을도 끝물인가보다.


이번 달에는 이런 책들을 읽을 작정이다.


개인적으로 읽는 책들은 아래 2권이다









<세계철학사> 4권

<백치> -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중


함께 읽는 책은 다음과 같다.


이 책들만 읽어도 한 달이 후딱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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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1-0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11월 계획도 빠듯합니다. 만만치 않겠어요. 함께 열심히 읽어봅시다.
그나저나 산은 참 좋네요. 산이 참 좋습니다.

희선 2024-11-05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빠도 여러 책 만나셨군요 어려운 책도... 저는 위화 책 《제7일》은 못 읽었어요 예전 것만 몇 권 봤어요 중국말로 쓰인 말을 바로 읽었을 때 기쁘셨겠네요 공부한 게 있는 거겠지요 이달에도 즐겁게 책 만나시기 바랍니다 운동도 지난달보다 익숙해지기를... 거리의화가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4-11-05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두대간속리산관문
중국인줄 알았습니다.^^

청아 2024-11-05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곡 저도 욕심나네요. 요즘 산에 못갔는데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만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