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비평 144호 - 2023.가을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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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주년을 맞이한 2023년 한국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남북 관계는 진흙 속에 처박혀 있고 북한은 중국, 소련과 관계가 여전히 공고함을 내비쳤으며 한미일 동맹 관계는 더 굳건해진 상황을 이용하여 일본은 군비를 더욱 확장하고 있는 상태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얼마 전 가자 지구를 둘러싸고 충돌이 발생하여 수천 명이 희생되면서 전쟁의 위기에 돌입했다.


평화를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암울하고 각자도생을 하기 위한 셈법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나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나를 둘러싼 세계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호의 특집 내용은 시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전쟁사나 정치, 경제사가 아닌 사회사를 다룸으로써 북한 인민들의 삶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한다.


북한 인민들은 정전(停戰)의 성립을 폭격의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는 계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북한 사회는 전 사회적 역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산업 시설을 복구, 재건하는 데 집중했고, 모든 직능 분야에서 체제의 요구에 호응하도록 독려했다. 당과 각종 직능단체들은 산하 기관지와 다양한 책자를 통해 전후복구 시책들을 전파하며 조직화에 나섰다. 공장과 농촌과 도시의 주민들은 두려움과 공포, 가족을 잃은 상처를 딛고 토굴과 방공호를 벗어나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 P44

 

정전 후 사회주의 국가였던 북한과 동유럽의 문화 교류가 있을 거라 예상하였으나 그동안은 이와 관련해서 정보를 얻었던 적이 없었다. 다양한 교류 경로가 있었겠지만 해당 글에서는 북한의 월간 『조선문학』에 수록되었던 기행문과 번역문학을 분석함으로써 당시 국가간의 문화교류를 짐작해볼 수 있도록 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친선 및 ‘사회주의 건설‘은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었으며, 전후복구의 선행 경험을 지닌 동유럽 국가들은 북한에 대한 원조나 협력의 원천으로서 적극적인 교류의 대상이 되었다. 북한 문학자들은 동유럽 국가들과의 이질성을 넘어 국제주의적 연대를 구현하기 위해, 전쟁·혁명의 공통 경험을 환기하거나 소련이라는 이념적·문학적·산업적 보편항의 매개를 필요로 하는 면모를 보였다. 이러한 조선-동유럽 간 동질성의 모색은 동일한 창작 주제를 공유하는 사회주의 세계문학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편, ‘전후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일(一) 국가의 시대적 과업을 세계라는 보편적 공간 내에자리매김하기 위한 목적하에 수행되었다.

이와 더불어, 개별 작가들의 관점은 1955년 12월의 반소련 캠페인 이후 소련이라는 보편항으로 포용될 수 없는 상호간의 이질성을 발견하거나, 개인의 생각과 내면을 부각시킴으로써 가족애·낭만적 사랑 등의 ‘생활 감정‘을 새로운 보편항으로 발견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이질성이나 ‘보통사람‘의 삶에 대한 주목은 북한 문학자들이 소련이라는 보편항의 중재나 이념 · 국가라는 거시적 프레임의 매개에 매몰되지 않은 채, 동유럽의 다채로운인민들과 마주할 수 있는 위치에 근접했음을 의미한다. - P79~80


작년에 민병래 작가의 <송환>이라는 책에서 한국 사회의 비전향 장기수에 대해 알게 되었었다. 여기서는 '강제전향'한 장기수들을 인터뷰 발췌한 내용을 실어 그들이 출소 후 남한 사회에 어떻게 정착하고 살아왔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들은 감옥에 몇 년째 수감되어 강제로 고문이나 협박, 회유 등을 통해 전향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 출소했더라도 사회안전법(보안감찰법)에 의해 끊임없이 감시를 당했다. 어딜 가도 내 궤적을 추적하고 추궁받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사람을 피말리게 할까 상상만으로도 힘겹다. 


연재기획 시리즈인 '현대 중국의 공간과 이동'에서는 군사화학공장에서 고급 리조트로 변신한 ‘809공장’ 공간의 역사에 대해서 다룬다. 중국이 개혁 개방 후 발전 경제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809공장'은 고무를 생산하는 곳이었으나 최근에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고급 리조트로 변모하였다. 


마침 기획인 '20세기 동아시아 농어업과 사회'가 있어 연재기획 시리즈와 자연스레 연결하며 읽을 수 있어 유익했다. 

해당 글은 1950년대 마오쩌둥 시대 초기 고무 생산이 핵심 자원으로 부상했으나 냉해 피해가 발생하면서 해결 방법론(기상 상황과 위치에 따라 환경을 바꾸어야 하느냐 기후 조건을 바꾸어야 하느냐)을 두고 '과학적’ 환경 개조관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오늘날 '근대'라는 산물로 이루어진 과도한 개발로 인해 기후 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은 지구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후로도 기획으로 다루어진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역비논단에서는 특히 누에 연구를 한 농학박사 계응상을 알게 되어 수확이 있었다. 그는 북한에서 리승기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과학자로 인식된다고 한다. 북한으로 가서 아마도 대중 뿐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이 이름이 낯설 수 있겠다 싶다. 

계응상은 식민지 조선인의 신분으로 양잠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갔으나 우수한 여건을 갖춘 일본(1920년대 일본은 세계 생사 시장의 60%를 차지할 정도였으므로 연구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에서 안정된 과학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식민지 조선인이 감히?라는 불평등한 조건). 그는 일본의 제국대학에서 양잠학에 관한 교육과 연구 경험을 쌓았음에도 중국으로 건너가서야 연구 활동을 활발히 벌일수 있었다. 해방 후 식민지 조선으로 돌아왔으나 그의 자리는 보장되지 않았고 그를 둘러싼 연구 여건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 무렵 요청을 받고 북한으로 올라간 후에야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양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김일성의 후한 지원을 통해 북한의 누에고치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고 잠업과학연구소를 설립하며 다른 사회주의국가들의 방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죽어서 애국열사릉에 묻히는 영예를 누린다. 그렇지만 그는 시대적 한계로 연구를 위해 여러 번 국가를 이동해야 했던 사람이었다. 


서평에서는 읽었던 책(『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이 포함되어 있어 반가웠다. 근대를 일본으로부터 상당수 받아들인 우리로서는 근대와 번역의 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백제와 관련된 책(『백제의 이주지식인과 동아시아 세계』)이 오랜만에 보여서 반가웠다. 이주지식인으로서의 백제인이 고대 동아시아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론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강만길이다. 내가 이 학자의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는 확인해봐야겠으나 어쨌든 이미 갖고 있는 책이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 70년대 『분단시대』를 거론하며 본격적으로 해방 이후의 역사에 대한 연구와 관련한 책을 쏟아내셨다. 그 중 역시 '분단시대의 역사 인식'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대중을 위한 역사를 저술하셨고 그런 글쓰기를 지양하셨다는 것에 존경심이 이는 분이었다. 얼마 전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시간을 내어 관련 책들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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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성구매의 불법화를 전적으로 지지해왔다.
한쪽에 적용되면 다른 쪽에도 적용돼야 균형이 잘 잡힌 입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상황이 평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을 때는 애당초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 따라서 성매매에 관해서는 전반에 걸쳐 평등한 법적 접근을정당화하기 어렵다. 공정성이 있다면 착취되었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범인 취급할 수는 없다. - P312

친구와 논쟁하다가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아마도‘ 신체적으로 안전할지도 모르겠다고 수긍한 것이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아일랜드의 성매매 여성들은 여전히 그렇겠지만,
불법이라는 환경에서 경험했던 성매매에서의 모든 시간 동안,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성매매 경험에 어떤 질서를 부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구타가 없어지거나 적어도 줄어들리라 추측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전반적인육체적 피해가 합법화로 감소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탈성매매 후 접한 국제 연구에서 나의 추측이 사실 - P313

이 아니었음을, 실상 그 반대였음을 인지하게 됐다.
비범죄화와 합법화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한다는 개념은 성매매의 또 다른 신화이며, 특히나 위험하다. - P314

성매매가 합법이 된 나라들에서 업주들이 근절되었다고 주장할 사람들이 있겠다. 그렇지 않다. 업주의 역할이지방정부의 조직된 역할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정부가업주이다.

스웨덴에서는 여성과 소녀 들을 위한 법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평등의 원리들을 견지하길 요구하는 사회라면 여성과어린이, 그중 대부분인 소녀들이 사고 팔리며, 남성에 의해 성적으로 착취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생각을 거부해야 한다고여겨진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 존재 중에서도 구별된 계층으로서의 여성, 특히 경제적, 인종적으로 주변화된 여성과 소녀들이 이러한 장치들 그리고 지난 50년 동안 발전해온 국제 인권 조약들에 명시된 보편적 인권 존엄성 보호에서도 마찬가지로 제외됨을 용인하게 된다.
-구닐라 에크버그, 『성구매를 금지하는 스웨덴 법』 - P315

스웨덴은 1999년에 성구매를 금지하는 획기적인 법안을 소개했다. 스웨덴은 단순히 성구매만 금지한 게 아니라성매매 여성들이 직업 교육이나 학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치들을 마련하면서 성매매되는 사람들을 비범죄화했다. 감탄할 만한 법안이었다. - P316

•1999년 스웨덴에서 개정한 법안들 중 성매매와 관련한 법이 가장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개정된 법안은 절대 성매매 관련 법안 하나만은 아니었다. 여성들의 안전과 관련한 다른 법안들이 집중적으로 향상되었다. 특히 남편이나파트너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당하거나 추행당한 경우에 적용하는 위법 행위(여성의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 항목을 신설했다. 가정폭력 쉼터에 지원되는 연간 재정 지원이확대되었다. 폭력 또는 성폭행을 경험한 여성들을 지원하는 국가 센터는 추가 지원을 받았다. 여성할례(성기 절제)의 감옥 형량은 배가 되었다. 여성 인신매매를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국가 경찰 위원회에 부여됐다.
특정 성범죄를 인지하고도 보고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벌받게 되었다. 강간의 정의는 성기 이외의 물건을 강제로 삽입한 경우도 포함할 수 있게 확대되었고 직장 내 성희롱을대응할 조항들이 더욱 엄격해졌다. - P317

성매매될 ‘인권/시민권‘에 기반해 성매매를 승격시키려는 정책은 성매매 산업을 운용하기 위해 모든 법적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성매매된 여성들의인권에는 아무런 기반을 두지 않는다. 성매매가 존재할 권리라는 오직 한 가지 권리만 상정한다. - P326

아일랜드 문제이니까 외국의 해결책을 들여오지 말아야 한다면서 스웨덴식의 법안을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이주장은 성매매가 아일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기된 것이다. 성매매는 젠더 불평등문제이기에 국제 문제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국제 문제에 걸맞는 국제적 대응이다. - P328

성매매는 많은 면에서 ‘일‘이라는 용어에 적합하지 않지만, 소위 말하는 이 ‘일‘에서는 유일하게 서비스 제공자가 동시에 상품이 된다는 사실이 실상을 가장 효과적으로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다. 성매매가 맥도날드에서 버거를만드는 것보다 더 좋거나 나쁠 것이 없다는 주장에 한 성매매 생존자는 이렇게 응답했다.
‘맥도날드에서 당신은 고기가 아니다. 성매매에서는 당신이고기다. ‘34‘성노동자‘라는 용어는 성매매를 보편화하는 과정에서사용하는 수사학적 무기이다. 성매매가 전적으로 보편화된사회라면 그 수사학적 무기가 수용되겠지만, 아무런 의도없이 대화 중에 성매매 여성을 ‘성노동자‘라고 지칭하는 걸들어본 적은 없다. - P334

성매매의 보편화 전략들 중 다른 한 가지는 성매매된여성들을 별개의 두 부류로 구분하려는 시도이다. 소위 ‘자 - P337

유로운‘ 부류와 ‘강제된‘ 부류이다. ‘강제된’부류란 대개속아서 인신매매되고 감금된 채 업주에게 강간 당하고 낯선 사람에게 성적인 고깃덩이로 팔리는 신체적으로 노예상태에 처한 여성들을 말한다. 그리고 물론 ‘자유로운’ 부류는 소위 말하는 자유의지를 발현해서 자신들이 선택한운명에 만족하며 즐거워하는 여성들을 지칭한다. 만약 여- 성들이 그렇게 쉽게 성매매를 선택한다면, 왜 그다지도 많은 여성이 속아서 노예화되어야 할까라는 타당한 질문을해봄 직하다. - P338

아무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나와 같은 여성들은 우리의목소리를 찾아 누군가 강요하지 않았다는 그 말이 아무것도 우리를 강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강제성은무형으로 존재하는데, 강제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 주먹이나 총, 칼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건 무척이나 인간적인 어리석음이다. 내 성매매 경험은 강요되었다. ‘자유로운‘ 범주에 속하는 우리들을 강압한 건 삶이다. - P339

성매매를 보편화하려고 이용하는 또 다른 거짓은(현대이전 매우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성매매가 존재하기에 남성들이 지니는 성적인 공격성이 비성매매 여성으로 향하지않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 P341

미국의 노예 옹호론자들은 노예제가(…) 그들에게 가장 민주적이고 품위 있는 관계들을 유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견지하면서 노예제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시도했다. 그들에게? 그 주장 안에 정당성이 있나?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성매매가 일반적인 여성 인구를 보호한다는 개념은성매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성매매 내부에 있는 자들에 대해서는 양심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서성매매를 지지하는 데 사용된다.
성매매가 다른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개념은 거짓이기때문에 양쪽 여성 모두 기만당했다.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 반대이다. 성매매는 교묘하고 교활한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세상의 비성매매여성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까닭은 일어나는 일들이 다른 곳에서, 닫힌 문 뒤에서 일어나기때문이다. - P342

성매매가 보편화된다면 성매매 내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교류와 태도 또한 모두 보편화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을 이렇게 대우하는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므로성매매를 보편화하려는 시도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시도이고, 이 비정상적인 교류 방식은 인간 고통을 야기하므로 비도덕성을 인정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 P347

어떤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성소수자로 표현하기 위해 성매매 여성을 동성애 그룹에 포함시키려고도 시도했다. 성매매는 성적 지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이시도는 잘못됐다. 그렇게 묘사하려는 시도는 마치 이 세상에서 좀 더 부유한 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옷을 짓는 개발도상국가에 사는 빈곤한 사람이 마치 성을 표현하는 활동을 한다는 제안과도 흡사하다.
이 전략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그릇된 전제에 기대어 성매매와 관련한 생각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며, 성소 - P347

수자들의 적법한 권리를 합당하게 주장할 수 없는 성매매가 그럴 권리가 있는 것처럼 상정하면서 성매매와 관계된정치적 풍토를 바꾸려 한다. - P348

성매매를 벗어나자 성매매를 살아내던 삶에서 그것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매일을 살게 되었다. 성매매를 견뎌내던 삶에서 면밀히검토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그 삶 각각에는 나름의 고통이있지만 바뀐 삶에서는 분열되는 느낌과 새로운 씨름을 해야 했다. - P351

언제나 글을 썼다. 10대에는 종잇조각들, 상자, 맥주 받침 뒤에다 끄적거리곤 했다. 공책, 책 앞뒤에 붙은 백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급하게 찢어 낱낱이 흐트러진 종이 쪽지들로 가방이 꽉 차곤 했다. 영수증은 모두 펼쳐서,
납작하게 눌러 뒷면에 반 정도만 알아볼 만한 낙서로 뒤덮었다. 한번은 여성 경찰관에게 붙잡혔는데 그 경찰관이 내시와 운문 들을 읽는 부끄러움을 참아야 했는데,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이거 네가 쓴 거니?"라고 물었다. 수치가 증발했다. 비웃을 거라 짐작했다. 대신 그 경찰관이 감동해나도 감동받았다. 내가 살던 삶이 내게 적합하지 않음을 누군가 생각해줬다는 사실을 알아서 좋았다. - P355

뜨거운 컵이 탁자 위에 남긴 동그란 자국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성매매 경험으로 나는 두드러지고 자국이 남았다. 상관없다. 경멸을 거절하는 일은 내가 잘하는 일 중 하나이다. 성적인 경멸감과 사랑에서 오는 친밀감이 다름을인식하는 일은 다르다. 강렬한 진실은 남자가 섹스를 통해사랑을 표현할 때 놀라운 치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인데,
이성애 여성이 특히,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이 그 사실로인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고마워하는지 남성들이 이해하고 알기를 바란다. - P362

아무런 수식어가 붙지 않은 여성으로서 여겨지는 느낌을 알기 전에도 이미 수년 동안 여성이었다. 하지만 마침내이제 나와 비성매매 여성으로서 나의 새로운 정체성이 머뭇거리며 만나 친밀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현실을 경험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 느낌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질감을가진다.
이 느낌을 꼭 붙든 채 더 쌓아나가고 싶고, 내 자신에대해 생각할 때 언제나 이렇게 더 가깝게 다가가 성매매 경험을 들여다보면서 그 경험을 그저 응시하는데 머물지 않고 현재의 나로부터 이전의 나를 풀어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 P365

성매매 여성이던 당시 의사와는 보통 성매개감염병 검사에 관한 얘기를 주로 했고 그렇지 않을 때는 구매자들이 부러뜨린 뼈를맞추려고 응급실에 갈 뿐이었다. 우리 건강에 대한 염려는거기서 시작하고 끝났다. 신체적 기능을 유지할 뿐,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건강 관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성매매 여성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이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성매매에 유입된 채로 항우울제를 받으러 의사에게 가는 일은, 골초처럼 담배를 피우면서 폐암 치료를 받는 일 만큼이나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여성들이 알기에 이런 상황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성매매에 근접해 있는 한성매매란 항우울제 한 갑으로 피할 수 있는 해악이 아니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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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27 ] The Rise of Rome


Romulus and Remus

로마는 이탈리아 언덕에 조그만 마을에서 시작했다. 다음은 로마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옛날 Numitor라는 왕에게 두명의 손자 Romuls와 Remus가 있었다. Numitor의 못된 남동생이 그의 왕권을 훔치려 했다. 두 손자는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고 하인이 Tiber River에 두 아이를 바구니에 넣어 흘려보냈고 무화과 나무에 막혀 있던 바구니를 늑대가 발견하곤 우리로 데려가서 기른다. 어느 날 목동이 잃어버린 양을 찾다가 늑대 우리를 발견한다. 목동은 두 아이를 집으로 데려갔고 아이가 없던 부부는 정성껏 키운다. 아이들이 다 자란 후 자신이 발견된 그곳에 가 마을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로물루스는 왕을 선언하고 마을을 보호할 벽을 세우려 하지만 레무스는 형의 태도에 화가 났다. 그가 왕이 된다는 것에도 화가 났고 자신은 외부와 단절된 채 벽을 세우는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물루스가 화가 나서 레무스를 죽이고 로마의 첫번째 왕이 된다.


The Power of Rome

이탈리아에는 여러 부족들을 합치며 로마는 점점 더 힘을 키웠다. 이탈리아 부족 중 에트루리아인이 있는데 그들이 로마인들에게 그리스와 이탈리아 간에 교역을 통하여 그리스 문자를 비롯한 그리스 문화의 많은 것들을 전달해주었다. 로마의 왕은 에트루리아의 왕이 하던 것처럼 특별한 보라색 테두리의 togas를 입고 권력의 상징인 fasces라 불리는 기구를 듬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내보였다. 오늘날 미국 법정과 정부 당국도 로마의 상징 같은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로마는 법을 집행하고 리더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뽑기를 원했다. 로마는 아테네처럼 민주정이 아니라 patricians(귀족들)만이 정부에서 말할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두 귀족들 중 두 명이 다른 귀족들에 의해 임명되는데 이들이 consuls(집정관)이다. 


* faces: bundle of rods with an axe blade in it, as a symbol of royal power. The rods showed that the king had the power to punish anyone who did wrong. The axe blade shoed that he could execute people who did very evil things. 



[ Ch 28 ] The Roman Empire


The Roman Gods

에트루리아인들은 이탈리아에 그리스신들에 대한 내용도 전달했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신을 자기 식으로 이름을 개명했다. 

어느 날 수확의 신인 케레스와 딸인 프로세르피나가 숲에서 놀다가 케레스가 시원한 개울물을 마시는 동안 프로세르피나는 근처 백합 수풀이 있는 걸 발견하고 고개를 숙였다가 빠져서 사라진다. 14일간 케레스는 찾아 헤매다 한 요정을 만나 딸이 플루토에게 붙잡혔다는 걸 알게 된다. 케레스는 분노하고 주피터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주피터는 플루토를 설득해보겠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 물었는데 딸은 지하 세계에서 거의 먹지 못했다며 몇 분 전에 6알의 씨앗만 먹었다고 이야기한다. 화가 난 케레스는 딸을 데려가겠다고 말하자 주피터는 딸이 6알의 씨앗만 먹었으니 6개월은 지상에서 케레스와 지내고 나머지 6개월은 지하에서 플루토와 지내는 것으로 합의를 본다. 프로세르피나가 지상에 오면 봄이 시작되고 지하에 가면 나뭇잎이 떨어지는 계절이 되었다고.


The Roman Builders

로마는 시민들과 여행자들이 편히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닦았다(아피안 가도). 로마인들은 콘트리트를 사용한 최초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물론 당시 콘크리트의 품질은 별로여서 volcanic ash, water, lime과 섞은 혼합물(근데 왜 lime을 섞었는지 신기하다)로 만든 건물들은 쉽게 붕괴되어 사람들이 많이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건물 밖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면서 슬럼화되었고 가족들 모두가 한 방에서 지냈다. 쓰레기는 도로 위에 내버려졌고 사람들은 께끗한 물이 필요했다. 이에 상수도(aqueduct)가 건설되었다고. Aqueduct는 30마일 떨어진 곳에서 도시 내부로 물을 끌어올 수 있는 시설이었다. 또 로마인들은 매일 목욕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욕조는 모두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목욕탕에 가서 사람들은 목욕을 했다 한다. 오늘날에도 로마인들이 만든 건물과 목욕탕과  상수도 시설이 남아 있다.


The Roman Gladiators

오늘날 로마 검투사가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전한다. 세르비우스라는 가상의 인물이다. 그러나 몇 천년간 이와 같은 이들이 있었다. 

세르비우스는 낮에는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고 밤에는 친구들과 놀며 평범하게 지냈다. 어느 날 그가 새로운 괭이를 만들려고 하다 우뢰와 같은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의 정체는 마을에 쳐들어온 침략자의 말발굽 소리였다. “우리는 로마인들이다. 우리는 로마를 접수하려고 한다. 항복해라!” 세르비우스는 벽에 걸려 있던 괭이로 그들을 공격하려다 잡힌다. 로마인들은 세르비우스를 로마로 데려가 검투사 학교로 데려간다. 


The Gladiator School

검투사 학교(양성소)는 마치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으며 매일 fighter 훈련을 받았고 그는 시험에 통과해야 했다. 나머지 시간은 기초 체력을 키웠다. 시험을 통과하면 검투사가 되겠다는 서약을 한다. 훈련자들은 검투사가 되면 경기장에 들어가 수만의 로마인 관중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싸움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그들을 위해서는 투사가 되어야만 한다. 어느 날 세르비우스는 경기를 나가게 되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대결자를 그와 대결하기 싫어서 계속 피해 다녔다. 경기장은 야유로 가득찼고 세르비우스는 “난 널 죽일 수가 없어. 난 동물이 아냐. 이건 스포츠맨쉽에 위배되는 일이야” 라며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 위해 돌아선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까.



[ Ch 29 ] Rome’s War With Carthage


The Punic Wars

로마는 더 원했고 카르타고도 더 원했다. 그들은 포에니 전쟁을 시작했고 264 BC/BCE에 시작한 싸움은 146 BC/BCE가 되었는데도 끝나지 않았다. 100년 넘게 이어진 것이다. 카르타고는 해군이 강력했는데 로마인들이 이탈리아 해변에 부서진 카르타고의 배를 분해하여 연구한 끝에 자신들의 군함을 만들어낸다. 로마 장군 클로디우스 풀처는 닭을 배에 가져다놓고 그것이 전투에서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빌었다. 그러나 닭은 바다를 견디지 못했고 이것은 불행한 전조였다. “신이 우리에게 대항하려 한다. 우리는 패배할 운명인가.” 그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했고 마침내 닭들을 던져버리라고 하여 수장시킨다. 카르타고 장군은 꾀를 내어 코끼리로 로마군의 배를 공격할 생각을 하고 알프스 근처에 있던 로마군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코끼리를 본 로마군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친다. 카르타고 장군 한니발은 자신의 계획이 먹혔음을 알고 흐뭇해한다. 한니발은 이탈리아 육지에 코끼리와 함께 입성한다. 로마인들은 두려워했고 한니발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로마 장군 스키피오는 한니발을 물리치기 위해서 최상의 로마군을 데려와 카르타고로 향한다. 한니발은 카르타고를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카르타고군은 결국 로마에 굴복하고 소아시아에서 이 소식을 들은 한니발은 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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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양날의 칼에 베인다. 즉, 성매매와 자신을 간신히 단절하는 바로 그 정도까지 성매매로 인해 심리적으로물든다. 하지만 성매매를 자신과 단절하지 않으면 성매매와의 근접성으로 인해 물들어 오염된다. 머지않아 더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오염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해리는 이문제들을 단지 지체시킬 뿐이다).
이것이 역설의 진수이다. - P217

성매매 여성은성매매라는 생활 방식에서 자신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없기 때문에 대체로 정신적 측면에서 스스로를 분리하는데이것이야말로 성매매 여성의 행위에 전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특성이다. 구매자가 진정한 정체성을 인식하지 못하게끔 극도로 거부하는 모습은 실제로 성매매에 유입되어 있는 자신에 대한 거부를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물론 성매매 여성이 구매자로부터 진정한 정체성을 감추려는 시도가 아무리 성공적일지언정(해리) 바로 그 진정 - P224

한 자아감은 성매매의 참여(자신으로부터의 분리)로 인해변질된다. 성매매로 인해 정신적,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아자신에 대한 자아상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성매매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그 여성이 속한 세상 밖에서 알고 난 뒤 그녀를 보는 인식이 극적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후자를 인지하게 되므로(대부분 씁쓸한 경험에 의해서) 성매매에 유입된 사실을 자신에게만 간직하게 된다. 판단하는도들을 피하려는 시도이며, 판단될 거라 예상하는 명확한증거이기도 하다. - P225

여러 해에 걸친성매매의 모든 행위에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모두 참여하게 되면 친밀한 관계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아일랜드와 국제 연구에 참여한 성매매여성들 중에서 많이 언급되었다) 스위치를 켜고 싶을 때조차 다시 켜기가 불가능한 때가 있다. 스위치가 고장 나서더 이상 통제되지 않는다. 성적으로 ‘차단’하는 습관이 이런 방식으로 지속되면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 - P230

이 지속될 수 있다.
때로는 이 감정조절 스위치로 통제하기가 심한 상황이나 스위치가 필요한 상황이 많이 생기는 경우 과부하가 걸린다. 아니면 어떤 때는 조절 스위치가 너무 많이 사용돼서더 이상 자동적으로 기능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져 트라우마의 경험에서 스스로를 의도적으로차단하고 있었다는 괴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슬프고 두려운 순간들이다. - P231

보편적으로 자유는 인간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한기본 필수 조건으로 여겨진다. 행복한 창녀 신화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유는 자유로운 사람의 경우 신체를 침해당하지 않는 반면, 성매매 여성을 구별 짓는 뚜렷한 특징은신체가 침범당한다는 사실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매매 여성은 자유로운 사람으로서 자신의 몸이나 인생을경험하지 않으며, 실상 그와는 정반대의 경험을 한다. 이런상황에서 여성이 일반적으로 ‘행복‘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 P233

성매매에 유입될 만큼 절박한 여성들은 성매매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는 의견이 방송되는 걸 들은적이 있다. 목적을 위한 수단..… 무슨 목적이란 말인가? 성매매에는 목적이 없고, 있다고 한들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그 목적에 영향을 미치는 건 생각지도 못한 채 그 목적이 어디 있는지 계획을 세울 위치에 있지도 않다는 문제가 있다. - P236

성매매를 즐겼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말하기에서 성적 역겨움에 관한 설명은 없다. 설명하지 않는 이유는 언급하지 않기 때문인데,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성적 역겨움이설명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반적인 성매매의 추악한모습이 발가벗겨져 드러나면 성매매를 즐길 수 있다거나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고 묘사하기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성적 역겨움을 그들이 말하지 않아 차라리 약간 안심된다. 침묵 자체는 솔직하지 못한 것이지만, 그런 불쾌한 경험들을 즐겁다고 채색할 만큼 거짓된 건 아니다. 그 경험들을 빼고 말하는 걸 용납한다는 뜻은 아니지만(그들이 그런경험들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성매매를 즐겼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동시에 그 경험들을 실제 살아낸 것처럼 표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약간의 위안을 받는다. 따라서 그들이 실제로 방어하는 건 성매매가 아니라 불완전하게 해석한 성매매이다. - P243

성매매 지지자들은 기회의 부족이 선택지의 부족이라는 점을 편의적으로 무시한다. 아주 많은 이들의 삶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아 왔기에 실행할 수 있는 선택지의 부재나 존재를 확인하지 않고 선택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이해한다. 두 가지 이상의 실행 가능한 선택지가 없을 때 단 하나의 ‘선택지에 여성이 진정으로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 실행 가능한 선택지가 없다면 선택지가 전혀 없는거나 매한가지다. - P246

법원 명령에서 풀려났을 때 나는 열여섯 살이었고, 수용의 목적은 보호였다. 달성하려는 효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성매매 말고는 실현 가능한 아무런대안이 없는 채 다시 거리로 나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수용된 지 몇 달 만에 인생이 바뀔 거라고 아동 법원이 생각했는지,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을 수 있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정말 약간이라도 노력을 기 - P249

울였다면, 비서나 미용사 등 어떤 종류의 교육이라도 완수하는 조건으로 2, 3년은 수용하고 인턴십이나 사무직 신입자리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줄 가석방 담당관과 사회복지사에게 연계되었어야 한다. 그런 지원이 가능했다는 사실은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지원이 주어진다면 나 스스로도 활용할 능력이 있었다. 여하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몇 달 후 풀려났고, 이전에 설명했듯이 이 때가리슨 가에 있는 성매매 업소로 살러 간 시점이다. - P250

열여섯 살이었을 때 도니브룩 경찰서에 갔다. 구매자에게 폭행을 당해서 고소를 하려고 경찰서에 갔는데, 당시1992년도였다. 접수대의 젊은 남성 경찰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비웃었다. 나는 그 자리를 떠났고 다시는 경찰서를 찾아가지 않았다.
10대라 순진한 마음에 폭행을 당했으니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성매매 여성에게는 폭행이 성립되지 않거나 실제 폭행을 당했다 하더라도상관이 없다는 이 경찰관의 태도를 알게 되자 충격적이었고 모욕감을 느꼈다. 이 사실을 납득하게 되면서 사회와 연결고리가 끊기는 느낌, 버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 P259

성매매 여성들이 주도권이 있다는 믿음은 현실에서는근거가 없으나 두 가지 실용적인 기능을 하는데, 서로 관계가 있으면서도 구별된다.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경제적,
성적 차원의 학대에 대한 핑곗거리를 만들어 성매매에서불쾌한 부분을 지우고 성매매가 지니는 진정한 본질의 핵심을 흐리려고 한다. - P262

성매매 여성들이 주도권을 가진 체하는 주된 목적은 공공연히 당하는 수치를 없던 일처럼 만들려고 함이다. 이렇게 하는 많은 성매매 여성들의 입장을 백분 이해하지만 성매매가 그 진정한 본질에부합되려면 쓰디쓴 진실은 폭로될 필요가 있다. 성매매는주도권의 부재로 정의된다. - P263

성매매 여성들 다수가 성적으로 덜 역겨운 행위를 수용한다. 성매매 영역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셀 수 없을 만큼들었다.
이 경계선들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몸이 이용당하는 견딜 수 없는 경험과 자기 자신 사이에 장벽을 만들려는 시도로서 존재한다. 그들이 처한 총체적 현실에서자신을 분리하려는 전형적인 전략이며, 신체로 발현되는해리 현상이다. 이러한 전략을 성매매 여성들이 ‘주도권‘을가진다는 증거로 사용하면 경계들의 존재 이유를 오해하고 왜곡하게 된다. 주도권을 가졌기에 경계선을 그으려 시도했던 것이 아니라, 견디기 위해 경계를 세우려 시도했다.

성매매된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을 위해 성매매가 용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자기 결정이라는 용어를 성매매의 맥락에서 사용할 땐 면밀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한다. 자기 결정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는 과정이지만, 재정에 대한 주도권과 삶 전체에 대한 주도권은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 P266

성매매를 옹호하는 입장의 허황된 생각 중 일반적인 한가지는 성매매되는 여성이 선택하는 대로 자신의 몸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성매매되는 여성들의 몸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고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타인들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성매매의 의도이자 목적이며, 여기에 신체적 자주성이란 아주 조금도 없다. - P267

성매매 경험을 반추할 때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그야말로 상실이다. 순수함, 시간, 기회, 신뢰, 품위를 상실한채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잃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더나열할 수 있지만 주된 요소는 늘 상실이다. - P275

성매매는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여성이 인간이라는 점 - P278

을 모호하게 만들지만, 구체적으로는 여성들이 같은 젠더인 다른 여성들의 성매매를 용인함으로써 여성들 자신의인간성에 대한 민감성을 잃어버리게도 한다. 여성이 성매매를 용인하면 좀 더 넓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자신의 젠더가 비인간화됨을 수용하게 된다. - P279

매도할 것이다. 성매매를 용인하면 대중의 시선에 모든 여성이 잠재적인 성매매 여성으로 보이는데, 여성이 업소에서 일하는 데는 오직 두 가지 요건만이 필요해서이다. 하나는 여성을 그곳에 있게 만든 상황(우리 중 누구에게 언제이런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나?)이고, 다른 한 가지는 질이 있다는 사실이며, 모든 여성은 적어도 이 둘 중 하나를가지고 태어난다. - P279

성매매 수요에는 젠더가 있고, 그 젠더는 남성이다. 이성매매에 대한 어떤 신화들은 허무맹랑하게 비논리적이고 어떤 말들은 그저 터무니없다. 어떤 구매자들은 섹스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성산업을 떠나라고 돈을지불한다고 표현한다 마치 성매매 여성이 그 문을 나가기위해 격려가 필요하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태도는 여성 전체를 폄하하는데, 여성들이 제공해야 하는 건 섹슈얼리티뿐이라고 역력하게 표명한다. ‘이런삶의 층위에 있는 여성들은 다른 여성에게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경멸하며 대할 수 있어‘라는말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 P296

내가 알았던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엄마였고 그들중 많은 이들이 엄마였기 때문에 성매매를 했다. 그들 중 - P298

많은 수가 아이 양육에 지속적으로 필요한 연간 양육비를감당하기 위해 성매매를 했고, 당연히 아이가 많을수록 성매매 유입과 아이의 복지가 결부되어 있었다. 성매매의 주요 목적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였던 여성들은 대다수가모자 가정이었다.
성매매라는 현실이 자동적으로 자녀를 소홀히 대하거나 학대하는 부모로 만들지는 않는다. 감정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이 양육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매매여성이라고 자동적으로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학대하지는 않는다. 매섭게 추운 날씨와 휘몰아치는 빗속에 서서 혹독하고 을씨년스러운 이른 아침까지 아이들의 학교 신발, 교복, 책을 사주기 위해 미친 듯이돈을 벌려고 애쓰던 여성들이 있었고, 그들이 거기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 나도 그들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 P299

성매매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사회에 순응하기 싫어 한다는 짐작은 성매매에 대한 또 다른 오해이다. 실제로는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평범한 직업을 갖고 싶어 하지 않았으며, 더 나아가 게으르고 일하기 귀찮아했을 거라고 추측하리라는 사실을 안다. 그 추측은 실제와 전혀 다르지만사람들은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인간은 부정적으로추측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모두 그러기 쉽다. 내가 그렇다는 걸 안다.
사실 나는 필사적으로 ‘진짜 직업‘을 원했다. - P301

현대 찬성매매 운동에서 놀랄 만큼 비논리적인 주장 중 하나는 페미니즘 원리에 기대어 성매매를 스 - P305

스로 성매매할 ‘권리‘로 표현하려는 시도이다.
남성이 가하는 성적,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학대를 페미니스트의 권리로서의 ‘자유’로 추구하며 실천하는 여성들은 여성 평등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창하는 페미니즘의기본 전제를 이해하지 않는(혹은 이해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섹슈얼리티에 관한 결정에 있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 환경으로 인한 영향을받지 않는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진정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누리기 위한 필수 조건들이 성매매 경험 내에 존재하지않음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 필수 조건들은 성매매를 무심히 보는 시각에도, 살아낸 경험 안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1 - P306

들어본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찬성매매 주장 중 마지막 하나는 오로지 성매매에서만 남성과 비교해 여성에게돈이 더 많이 지불되기 때문에, 성평등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초과 달성한 영역이라는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성매매에서 비용이 높은 이유를 간과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여성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남성이 여성을 동등한 경제 주체로 대하는 어떤 마법 같은 삶의 무대가 아니다. 다른 여성들이 하루나일주일 만에 받을 돈을 성매매 여성들이 한 시간 만에 받는이유는 여성들 자신이 인간 자위 도구로 이용되는 사실을허용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높은 수입은 성평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건 돈을 버는 어려움을반영한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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