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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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첫 책으로 〈여자들의 사회〉를 읽었다.

정말 오랫만에 에세이였다.
돌아보면 10대 때는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여유가 없었다.
20대에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한두푼 모은 것 가지고 책을 겨우 살 수 있었지만 지적인 욕망이 생겼어도 아는 게 전혀 없어 타인의 시선에 비친 개인과 세상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게 에세이였다.

책의 내용을 읽다 보니 나의 10대와 20대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관계에 많이 서툴렀던 사람이었다.
작가도 여자들 사이의 관계가 어려웠음을 고백했는데 나와 비슷해서 놀랐다.
(오히려 나는 대학 때 이후 남자들과의 관계에 더 익숙한 편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쿨했다.)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는 것이 어려웠고 그 사이에 끼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다.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나는 장난을 잘 받아들이는 타입이 아닌데 누군가가 장난을 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보니 늘 나는 겉돌았다.
사람들과 속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웠고
나의 속내를 내비쳤다가 한 두번 호되게 당한 이후로는 그마저도 시도조차 안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가두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 책은 다양한 영화, 드라마, 책에서 표현된 여자들의 세상을 다루고 있다.
과거에 좋아했던 컨텐츠가 나오면
‘아~ 맞아. 내가 이래서 좋아했지.‘ 했다.

〈빨간머리앤〉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처음엔 애니메이션으로 접했고 이후엔 원작인 책을 읽었다.
마지막으론 넷플릭스에서 보았는데 셋 다 다른 느낌으로 풀어내어 모두 감동이 있었다.
작가는 빨간머리앤을 선택한 이유로 여자들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앤을 선택한 이유는 여성들의 연대와 서사가 있어서였다.
앤은 주체적이고 자기 표현에 스스럼이 없었다.
그녀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나는 늘 주눅들고 소심해서 어릴 적 발표하는 것조차 떨려하던 아이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출신이나 성별, 외모 등에 굴하지 않고 늘 앞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내 인생 영화 중 하나이다.
얼마 전 개봉 20주년으로 상영하기도 했다.
이번 상영 때 보지는 못했고 개봉 당시 본 게 다라 군데 군데 잃어버린 서사가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영화의 스토리가 다시금 떠올라서 반갑고 좋았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여자 친구들의 미묘한 관계를 참 잘 표현했고
그녀들이 일을 하게 되면서 부딪치는 것들을 스스로도 헤쳐 나가기도 하지만 친구로서 기대고 보듬어준다는 점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젊고 풋풋하며 아름다운 청춘이 저절로 그려진다.
거기에 영화음악까지 좋다니.
이 영화가 책의 리스트에 있어서 참 좋았다.

작은 아씨들은 공교롭게도 작년에 북클럽을 하면서 재독한 책이었다.
나는 자매들의 부모님이 참 훌륭하시다라는 생각을 했고 조가 글을 쓰고 책을 내며 결혼을 해서 교육에도 힘쓰는 모습이 멋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자매들의 성격이 다 다를까 생각했다가 아 나도 그랬지 싶어 피식 했다.
나에게도 여동생이 있다. 서로가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잘해주기보다 각자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서로에게서 찾으려 무던히 애썼던 것 같다. 덕분에 질투하고 많이도 싸웠다.
나에게 없는 그녀의 모습들이 어찌나 샘이 나던지 갖고 싶었던 적이 많다.
이제는 예전 일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나름 심각했었다.

나머지 셋 리스트는 못 본것들이다.
여자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시간 내서 하나 둘씩 꺼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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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6 1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앤 ㅎㅎ 넷플릭스의 앤이 셋 중 제일 센 캐릭터같아요 ~ 빨리 시즌 4가 나와야하는데 소설과는 또 달라서 그 나름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저도 앤을 좋아하는 이유가 기억의 집님과 비슷해요. 고양이를 부탁해도 반가운 *^^*

거리의화가 2022-01-06 20:37   좋아요 2 | URL
넷플릭스 빨간머리앤은 제작사와의 마찰로 만들어지려다 취소되었다더군요. 안타까운데 뒷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반대로 여기까지여서 더 좋다는 의견들도 있고 그런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 반갑죠^^ 좋은 영화에요.

scott 2022-01-06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배두나!
지금은 세계적인 !배우가 될지 그 시절에는 몰랐습니다!!
화가님의 2022년 첫 책!
이 책 커버에 모든 것,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가 그려져 있네요 ^ㅅ^

거리의화가 2022-01-07 07:04   좋아요 1 | URL
네 출연진 중 배두나는 세계적인 배우가 되었네요ㅎㅎ 여자들의 관계를 그려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에세이인데 좋았어요.
 
대한계년사 5
소명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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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에서는 어떤 모임도 경계하려는 고종, 기득권의 자기 밥그릇 싸움이 나온다. 후반부에는 청나라 의화단 운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소개된다. 

만주족의 기원과 청나라의 성립, 그리고 의화단 운동의 배경에 이르기까지 긴 분량을 다루고 있다.


4권에서 독립협회 핵심 세력이 구속되고 해체되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결말을 맞았다. 


독립협회를 끌어내린 고종과 수구세력(황국협회 보부상)은 이후에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민회마저 탄압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대체 왜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었단 말인가.

당시 민회 회원은 체포와 암살을 두려워하여 미국 및 일본인 집에 많이 숨어 행방을 감추었다. 이때 거리에서는 정부가 은밀히 자객 30여 명을 보내, 민회 회원을 죽이려 한다는 말이 떠돌았다.

한 사람이 깜깜한 밤 큰 거리에서 몰래 들으니 어떤 두 사람이 서로 말하기를, 

"우리들이 어찌 은화 몇 닢의 이익 때문에 차마 임금께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민회 회원을 해치겠는가." 하면서 서로 오랫동안 탄식했다고 한다. - 31p

민회 회원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몸을 보호하는 도구로 모두 권총과 몽둥이 칼을 지니고 있었지만 밤에는 잠을 깊이 들 수 없었다. - 47p

그 와중에도 서울에는 전차가 다니기 시작했고 외국과의 우편 업무가 시작되었다.

개화의 바람으로 훈풍을 지속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 찬물을 끼얹는 세력은 어김없이 존재했다.

등짐장수란 이름이 나라 안에 가득 차고 퍼져, 위로는 벼슬아치와 선비로부터 아래로는 염치없는 종부치와 천한 무리에 이르기까지 다투어 상무사에 투신했다. 무리를 지어 재빨리 상무사로 달려가 한패거리가 되어 서로를 비호하면서 온 나라와 백성들에게 끼친 폐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 71p

1899년 8월 대한국 국제가 반포된다.

1조와 2조의 내용이 눈에 띄는데 1조는 대한제국은 자주독립국이라는 내용이고 2조는 전제정치에 대한 내용이다. 


- 대한국 국제를 정하다.

8월 17일 지시하였다. 같은 날 법규교정소 총재 윤용선, 의정관 서정순 등이 나라의 제도 9조를 아뢰었다. 

제1조, 대한국은 세계의 온 나라가 공인하는 자주독립의 제국이다.

제2조, 대한제국의 정치는 과거 500년간 전해 내려왔고, 향후 영원히 내려가도 변치 않을 전제 정치이다.

... -73p

이 부분을 볼 때마다 시대를 역행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국은 좋다. 근데 왜 전제정치일 수밖에 없었는가. 

민의는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독립협회 등의 단체가 생기고 국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텐데...


명이 쇠퇴하고 청이 흥기하는 과정 속에서 조선은 끊임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미 대세는 청으로 기울었음에도 군대를 파견하라는 청의 요구에 군대를 파견하면서 뒤로는 재조지은이라는 명목 하에 명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상헌, 임경업 등은 명에 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끝내 청에 무릎꿇지 않는다. 

효종은 송시열을 등용하고 청을 정벌하려는 계획을 호시탐탐 노린다. 하지만 성공 확률이100%가 아닌 상황에서 백성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옳은 일이었는가. 


송시열이 대답하기를, 

"제갈량의 재주로도 끝내 한나라의 왕실을 다시 일으킬 수 없었으니, 만에 하나 차질이 생겨 나라가 엎어져 망할 근심이 생긴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했다. 

임금이 말하기를,

"천하의 떳떳한 의리가 분명하다면 비록 사직이 망하게 되더라도 또한 천하에 대대로 밝은 빛을 낼 것이니 어찌 부끄러움이 있겠는가? 또한 나는 가만히 하늘의 뜻이 나로부터 머지않아, 아마 이러한 걱정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 -145p

명은 결국 멸망한다.

그럼에도 조선은 숙종 이후 끊임없이 명을 위한 사당과 제단을 조선에 세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이 역사이던가.

승승장구하던 청도 세상을 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부의 분열과 외국과의 전쟁 등을 통해 국력은 쇠퇴하고 있었다. 


황제는 뒤늦게 변법자강운동을 받아들여 개혁하려했으나 이마저도 서태후 세력에 밀려 자강 개혁에 실패하고 서양 세력에 강제로 문호를 개방하고 만다. 

당시 공부 주사 강유위가 상소하여 변법자강의 방법을 온 힘을 다해 아뢰니 청나라 임금이 기꺼이 받아들였다. 

4월에 지시를 내려 변법자강을 국시로 결정하고 강유위를 불러들여 곧바로 총리아문장경에 임명했다. 또한 거인 양계초에게 6품직을 띤 판리역서국사무의 관직을 내렸다. ...

서태후는 변법자강 운동을 싫어하여 8월 수렴청정의 지시를 내리고 청나라 왕을 서원에 있는 태액지 안의 영대에 깊숙이 가두고, 담사동 강유부 양심수 양예 임욱 유광제 등 여섯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 강유위는 영국 관할령 싱가포르로 도망나갔고 양계초는 일본으로 도망쳤으니, 이것이 무술정변이다. -169~170p

조선의 마지막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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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1-01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덕분에 역사에 대해 보다 더 깊이 관심을 갖게 됩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 부탁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거리의화가 2022-01-01 08:41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겨울호랑이님의 폭넓은 지식에 많이 배우고 놀라곤 합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더 발룬티어스 - 정규 1집 The Volunteers [180g 12인치 LP]
더 발룬티어스 (The Volunteers) 노래 / 블루바이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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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는데 LP 상태가 좀 아쉽지만 음반 수록곡들의 퀄리티가 좋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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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게이샤 커피 세트 - 파나마100g, 콜롬비아 100g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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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하면 산미를 생각하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아쉬웠다. 포장박스와 두 종류의 게이샤를 100g씩 병에 담은 센스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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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9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이샤 커피 300그램에 (애플 그린라벨) 오만원 정도 하는데 이번 알라딘 200그램 삼만원이면 좋은 가격 이네요

그런데 게이샤 특유의 과일향과 꽃향은 사라져버렸나봐요 ㅜ.ㅜ

거리의화가 2021-12-29 11:03   좋아요 1 | URL
네 향과 맛이 약해요~ 가성비 생각하고 마시는걸로. 지금은 일시품절이네요^^;
 
대한계년사 4
소명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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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후반부에 이어 4권은 관민회와 황국협회(보부상) 간의 알력 싸움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다. 황제는 모임을 두려워하고 경계하여 관민회와 만민회를 배척하고 탄압하였으며 황국협회가 하는 일을 뒤로 은밀히 지원하는 모습을 보인다. 너무나 안타깝다. 백성들이 이토록 여러 차례 상소를 올리는 것은 까닭이 있기 때문인데 그저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무리로만 생각하는 것으로 여기니 어찌 답답하지 않은가. 서양 문물을 그토록 많이 받아들였으면서 왜 민의에 수용에 대해서는 이토록 꽉막힌 대처를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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