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블렌드 다이어리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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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내 취향의 원두다. 바디감이 무겁지 않으면서 개운하고 깔끔하다. 종종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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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와 일상적이고 삶에 묶이는 일을 요구당하는 존재로 취급받던 여성들이었다.
남성됨의 정치는 삶이 평범하다고 보았고 이를 넘어선 차원에서 번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디 브라운은 이 카리스마적 영웅은 시대착오적이며 오늘날의 정치는 이익의 정치만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진정한 정치도 진정한 남성됨도 죽어 있다는 소리다.

그동안 여성들은 인류와 정치에 속할 자격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여성들은 남성됨을 쫓기 위해 남성과 그들이 주장하는 정치를 대체로 수용하는 입장에 있었다.

이제 우리는 남성이 배제하고 거부하고 탄압하고 부정한 것을 가져와 통합해야 한다.
남성성은 문제가 없다. 제도화된 남성됨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소외된 남성의 정치가 문제라는 것이다.
육체와 이성이 분리되어 있는 현재와 제도화된 정치는 반쪽 짜리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추구할 정치 형태는 남성적 가치를 여성적 가치로 교체하는 방식은 결코 아니다.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 방식의 이분법은 너무나 단순하고 조야하다.
현재 잘못 깔린 판 위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반목과 전쟁을 피하고 새롭게 판을 깔고 형성된 정치 조직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판을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용기를 내야 한다.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권력이 생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여성이 권력 위에 있었던 적은 없지 않나.
우리의 목소리는 무시되기 일쑤였고 제도권 안에서 박탈되고 격리된 채 살아왔다.
여성은 이제부터라도 정치권력의 경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웬디 브라운이 주장하는 것은 결국 제도권의 정치는 여성의 목소리가 철저히 무시되고 배제된 형태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베버를 통해서 그들의 정치 이상의 한계를 엿보았다.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적으로 편가르지 말고 단순한 통합도 아닌 새로운 정치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대목이 인상깊었다.

현실의 정치는 썩어 있고 대립과 반목의 극한으로 피로하다.
여성들의 목소리는 정치판에서 그저 싸움의 도구로 취급되고 있다.
이러니 여성들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하고 정치적 용기를 내야 한다.


피에쓰) 관련 도서들이다. 

어렵지 않은 입문 또는 개론서들을 골랐고 막스 베버는 언젠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근대 역사를 보다 보면 종종 그의 이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렌트도 마찬가지!!!




 





남성됨은 삶, 단순한 생존, 필멸성, 일상, 리듬, 자연과 필요의 개입 등을 초월함으로써 실현된다. 또한 끈질긴 불멸 추구를 통해, 특히 삶과 비교되거나 대조되는 이상과 제도의 건설을 통해 손에 넣을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육체 욕구 필멸성을 초월하기 위해 분투하고 이런 것들 너머의 행동 범위에서, 즉 이런 것들이 사라지는 영역에서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다. 때로는 소란스럽고 때로는 미묘한 이 노력의 잔향은 자신을 위해 고안한 기획과 그 자신이 거부하고 억압하고 탄압한 ‘삶’, 이 모두에 들어 있다. 이 ‘삶’이 저열함만으로 환원되는 사이, 이 기획은 ‘삶의 저열함’에서 멀어진다.

서구의 정치적 인간은 육체에 덫, 무기, 도구, 기반, 정신에 대한 저주 등 다양한 이미지를 덧씌운 뒤 그것을 인식해 왔다. 그리고 육체에 대한 이 가치 평가를 자신이 건설하는 정치로 가져다가 제도화한다. 인간의 개별 육체, 육체의 관리 영역, 정체 등은 모두 잘 해 봐야 도구나 기반일 뿐이며, 보통 인간과 인간의 정치 기획에 짐이 되는 것, 자극물, 위협으로 여겨졌다.

인간은 형상 부여자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상정하고, 형상 부여를 통해 정치를 구축하고, 정치를 인간의 목적이라고 부르며, 살아 있는 모든 것에 형상을 부여할 권리를 타고났다고 상상한다. 형상을 부여하면서 점점 더 큰 삶의 공간을 통제하고 지휘하고 정복하는 힘이 인간의 존재 이유이며 남성됨 정치의 국가적 이유다.

정치는 (조직적 약탈, 노략질, 강간 등) ‘무의미한 폭력’, 즉 육체와 육체노동의 열매를 전유하고 철저히 파괴하려는 남성적 유대에서 나온다. 이런 의미 없는 폭력은 자신을 인간 존재의 목적으로 해석하길 멈추고, 내적 지배와 외적 공격의 제도로 발전해 나아간다.

마키아벨리와 그리스인에게 정치의 ‘특별한’ 본성은 비르투와 아레테로 상징되는 정치 영웅의 특성으로 구현된다. 베버도 진정한 정치가를 영웅이라고 부르지만, 베버식 정치의 특별한 차원은 그가 진정한 정치가와 카리스마적 지도자 사이에 구축한 정체성에서 좀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카리스마는 ‘평범함을 넘어선’ 차원에서만 번성하고, 일상적이고 삶에 묶이는 일이 요구될 때는 빠르게 썩어 문드러지기 때문이다.

베버의 카리스마적 영웅은 시대착오적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거대 정치는 사라졌으며, 이익의 정치와 육체적 사회적 존재의 정치만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의 정치는 시시하고 하찮고 썩었다.

자유주의 국가의 형식상 정치권력은 ‘국익’, 즉 시민의 특정 이익 및 일반적 안녕과 병치는 ‘명분’을 주장할 때 표현된다.

역사는 인간 존재와 행위를 거의 모든 차원에서 남녀로 나눠 왔기에 여성을 더욱 ‘충실하게 인간적인’ 젠더라고 볼 순 없다. 남녀의 구축 과정 모두 편파적이며, 편파적인 내부에서 인간의 경험은 모두 젠더화된다. 오직 남녀의 경험만이 있을 뿐이다.

진정한 자유, 즉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우리 존재를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발명을 가능케 하는 자유는 우리라는 존재, 우리가 생존을 위해 해야만 하는 것, 필요의 길에서 우리가 대면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정복하기를 그칠 때 비로소 얻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집단적이고 탈중심화된 생산의 소유권과 통제라는 기본적 민주사회주의 계율과 재생산 노동의 집단 책임이라는 기본적 급진 페미니즘의 계율이 실현될 것이다. 이와 함께 훨씬 많은 것들이 뒤따를 것이다.

인간의 육체는 쾌락적이고 시적인 움직임은 물론이고 고통, 폭력, 질병까지 한데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자연과 육체에 투항하자는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부적절하다.

‘육체’라는 딱지가 붙은 여성은 서구 문명에서 필요와 섹슈얼리티 양쪽 항목을 주로 담당했다. 그 결과, 서구 문명 속 여성은 자기 일에서는 비하되고 고립되고 억압당했고, 성적으로는 대상화되고 침해받았다.

사실 필요와 욕망은 모두 창의적 가능성의 장일 수 있으며, 그 어느 쪽도 태생적으로 우리를 결정짓거나 노예화하지 않는다.

인간의 열정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미지의 영역이며, 주요 영역은 미개척 상태로 남아 있다. 게다가 인간의 열정은 소위 말하는 ‘생각’과 분리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존재를 통해 구체화되고 미뤄지면서도 튼튼해지고 사고의 반대편에 놓이게 된다.

어떤 삶의 형태를 만들어 내며 책임을 지기보다 통제된 조건하에서 살아가는 편이 쉽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 권력을 취하거나 강해지기보다 권력 밑에서 살아가기가 더 쉬운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안락함과 편안함은 자유가 약속하는 보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저 살아가는 것 이상을 원한다. 단순히 오래 살기보다 세상과 창의적 적극적으로 마주하며 살기를, 심지어 세계가 움직이는 항로 가운데 어떤 것을 결정지으며 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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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1-30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의 이 글을 읽으니 제가 읽은 책의 내용이 정리되는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읽을 때 전체적 윤곽을 잡지 못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누군가 이렇게 정리해둔 걸 보니 참 좋습니다.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1-30 20:07   좋아요 0 | URL
도움을 받으셨다니 기쁩니다^^ 다락방님도 철학자들 이론 읽어내느라 고생하셨어요. 다음 달 책은 아직 사지를 못했네요. 지금 주문해봤자 설 지나서 올 것 같아서 다음주에 주문하려구요. 다음달 책은 이것보단 쉬울거라 믿으며…ㅎㅎ
 
버치문서와 해방정국 - 미군정 중위의 눈에 비친 1945~1948년의 한반도
박태균 지음 / 역사비평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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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5년의 역사를 보다 보면 뼈아픈 순간이 많다.

이 순간엔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대체 왜 라는 꼬리표를 지우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증오와 환멸감을 느끼면서도 이 때를 공부해야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의 씨앗과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연구를 위해 미국에 갔다가 문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문서를 발견하게 된다.
버치 문서다.

문서의 발견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문서의 주인공인 버치는 누구인가? 
미군정기 하지 사령관에 의해 발탁되어 조선에 온 인물이다.

당시 버치가 오게 된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 조선은 모스크바 3상 회의 이후 신탁통치 찬반 논란 때문에 정국이 어지러웠고 농촌은 쌀값 폭동으로 민심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는 버치가 좌우합작위원회를 만들도록 했고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정책 이전까지 좌우합작위원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미군정과 미군정기에 대한 평가가 박해질 수 밖에 없는데
하지, 맥아더 이외에 버치라는 인물을 살펴봄으로써 해방 정국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의 구성을 살펴 보면 1번 챕터를 제외하고는
버치가 조선에 들어오고 미국에 다시 돌아갈 때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과 사건을 다룬다.

여운형, 김구, 이승만, 김규식, 장덕수, 김성수, 김두한 등 유명한 인물도 있지만
강용흘 같은 잘 알지는 못했던 인물에 대해서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버치 문서 상자에 담겨 있던 자료들을 부록에 실어두어
관련한 자료를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해준 점이 감사했다.


인상 깊었던 대목을 몇 개 뽑아본다.

첫 번째, 강용흘이다.

강용흘은 1898년 함경남도 함원에서 태어나서 3.1운동에 참가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작가 활동을 했다.
자신의 삶을 그린 『초당』이라는 수필을 써서 1933년 구겐하임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1946년 미군정청 출판부장에 임명되었고 1947~48년에 주한미군 제24군단 정치 분석관 겸 자문관을 역임했다.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필요했던 미군정 입장에서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강용흘은 친일파들을 비판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점으로 경찰을 꼽으면서 해방 정국의 여러 암살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만과 김구가 경찰의 비호를 받고 있으니 그들을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했다.

지금의 한국사회에 친일파들의 뿌리가 정제계와 연결되어 있고
경찰들이 한국 현대사 초기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여운형과 김규식이다.

해방 정국 좌우의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때 두 중심이 있었다.
여운형은 총 3챕터에 걸쳐서 다루고 있어 김규식은 2챕터를 할애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약간은 노선이 달랐지만 좌우합작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 분들이다.

그들에 대한 일기와 행적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분들이 있어서 해방 정국의 역사가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잊지 않아야 할 분들이다.


세 번째, 1946년 대구 추수봉기가 낳은 파장

1946년 대구에서 미군정 쌀 수집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집단 행동이 있었다.
미군정이 쌀 공급 통제를 위해 경찰들이 폭력을 자행하며 쌀 수집을 했던 것에 대한 분개였다.

헌데 이 사건은 좌우익 사이의 세력 관계를 역전시키고 만다.
각 지역의 좌파 조직이 노출되면서 많은 공산주의자들이 체포되고 우익 세력이 지방을 장악해버린 것이다.
박헌영을 포함해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이북으로 도피했다.
서울에서는 이미 정판사 위조 지폐 사건으로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수배되고 좌파 신문들은 발간이 금지된 상태였다.
이로써 전국에 좌파가 들어설 입지가 줄어들면서 이승만과 우익 세력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다.


네 번째, 미군정의 오판. 한국 정치의 기원

미군정은 한국민주당과 한국독립당 사이를 떨어뜨리면서 좌우합작위원회 지도자 중 한 사람을 정부 수반으로 내세우고 의원내각제 하에서 한국민주당을 국회 다수당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어째서인가?

미군정과 한민당 사이에 이미 갈등이 있었다.

1946년 말 미군정법령 118호(과도입법의원:입법기관 설치를 위한 법령)에 과도입법의원에 일제에 협력한 사람을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추진되었으나 한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친일파 대거 포함) 무산되었다.

그리고 1947년 1월 17일 김성수는 하지에게 편지를 보낸다.
김성수는 버치가 한민당을 신뢰하지 않고 한국독립당과의 연합을 위한 노력을 방해하려 하고 있다 주장한다.

버치가 1946년 한국독립당의 조완구를 만난 자리에서 한민당이 모리배, 매국노, 친일파들의 모임이라 비난하며 한국독립당은 연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 한민당은 미군정의 여당으로 미소공동위원회 참여가 필수적이었음에도 반탁운동에 참여하면서 미소공위 참여를 거부했다.

또한 한민당의 김성수는 실질적 맹주였기 때문에 버치와 김성수 사이에 갈등이 있으면 곤란했다.
이 때 미군정의 생각대로 좌우합작 지도자를 세우고 의원내각제를 만들 수 있다면 어땠을까.


버치 중위를 통해 해방정국의 역사의
한 조각을 꿰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사 책을 오랫만에 읽었는데 '재밌으면 안되는데' 하며 읽었다.
지금의 한국의 모습이 투영되어 읽는 내내 씁쓸하고 그러면서도 재밌고 참 복합적인 기분이었다.

얼마 후면 대선이 있다.
한국의 5년 정치를 담보할 큰 일이다.
이 책을 통해서 한 순간의 판단이 자칫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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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5 0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점점 이 책이 기대됩니다. 지금 읽고 있는 일본의 굴레 다음 책으로 바로 찜!!!

거리의화가 2022-01-25 09:27   좋아요 1 | URL
일단 글을 잘 써서 재밌게 읽히고 챕터가 길지 않고 짧아서 부담 없으실겁니다^^ 바람돌이님 리뷰가 기대되네요!^^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 일본이 감추고 싶은 비밀들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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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은 일본이 근대 국가로 나아가게 만든 계기가 된 사건이다.

하지만 한국과 결코 뗄 수 없는 사건임에도 우리는 잊고 살거나 또는 잊고 싶거나 눈을 질끈 만들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이 책은 메이지 유신 150주년이 되던 2018년 출간된 것으로

메이지 유신에 대해 무지하거나 왜곡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독자들을 위해 쓰여졌다.

작가는 기존의 메이지 유신 관련 서적들을 읽었지만 스스로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더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일본이 조선을 병탄하고 식민지 전쟁에 뛰어든 후 군국주의로 흘러간 이후의 역사는 오히려 익숙했지만

메이지 유신의 배경과 전개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다.

공부해야지 하면서도 뒤로 미뤄져서 어느덧 이렇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메이지 유신 사건 딱 그것만 설명하지 않고

임진왜란 이후부터 바쿠후(막부)와 번의 변화에 대해 긴 호흡으로 독자들을 이끌며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가톨릭을 조선보다 훨씬 일찍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본도 가톨릭에 대한 극심한 탄압의 과정이 이어진다.


일본에 가톨릭을 전한 사람은 스페인 나바라 왕국, 지금의 바스크 지방 출신인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다. 

하비에르는 포교를 위해 인도 고아에 도착했고 말라카에서 일본인 안지로를 만나 일본땅으로 함께 가게 된다. 

이로써 일본의 가톨릭 신자 기리시탄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작년 말 크리스마스 때 TV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서 조선의 천주교 신자 정약종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그 때 기리시탄이라는 용어도 들었고 조선의 천주교의 유래와 가톨릭 특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그게 이 부분을 읽을 때 더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바테렌 추방령(덴쇼 15년 6월 19일)으로 예수회와 기리시탄 다이묘(영주)들은 조선 침략 선봉에 서게 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인도 고아의 알레산드로 발리냐노(예수회 동인도 선교 총책임자)는 히데요시를 달래기 위해 다이묘들에게 협력을 부탁했던 것이다.


임진왜란 때 출병한 일본 병사 중 기리시탄들이 이 때문에 많았다고 한다.

그럼 이후 일본에서 가톨릭은 순항을 했느냐. 결코 그렇지 않다.

포르투갈의 예수회로 가톨릭을 받아들인 것을 시기한 스페인의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비교적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도자기와 도기공에 대한 이야기다.

임진왜란 이후 도기공들이 많이 끌려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많이 주목받지 못했다.

그 이후 그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정착했는지 그 끝은 어떠했는지 다루고 있다.

그들의 노고로 일본 도자기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도자기를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 정세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누르하치가 명을 무너뜨리고 청을 세우는 동안 이어진 혼란으로 청나라는 1656년과 1661년 사이 해외 무역을 금지시킴으로써 자국의 도자기 수출이 중단되었다.

이 때 네덜란드는 중국 도자기로 이득을 보고 있었는데 그 대안으로 일본의 아리타에 주문을 하게 된 것이다.

중국으로 갈 수 없는 정성공도 나가사키로 가 도자기를 사들였다.


정성공은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해상무역을 하던 정지룡의 아들로 타이완에서는 영웅으로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이 때의 동아시아 해상무역의 역사는 이전에 읽었던 '도해 타이완사'를 통해서 읽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메이지 유신이 발생하는 1800년대 이후의 역사다.

메이지 유신은 조슈, 사쓰마, 사가 이 세 개의 번에 의해 달성되었다.

바쿠후(막부) 말기 번이 270여 개에 달했다고 하는데 그 중 세 개의 번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이었나?

세 개의 번은 임진왜란 때 조선 출병에 가장 앞섰고 도쿠가와 바쿠후(막부)와 맞섰던 세력이며 영국 무기상과 밀착 관계를 가지며 무기를 사들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군대가 있었고 막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군대를 움직일 무기가 있었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책에서는 세 번에 대해서 챕터를 따로 두어 다루고 있어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각 번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점도 눈에 들어왔다.


물론 역사에서 빈 부분은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추측이 많다보니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곳이 있었다.


남은 기록이 숨겨졌거나 지워졌을 뿐이지 

작가가 말한 추측은 말 그대로 추측일 뿐이고 그대로 신뢰하기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에게 머릿 속으로 상상해보는 묘미는 줄 수 있겠지만

역사는 팩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별 세 개를 준 이유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장점이 더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니 직접 읽고 판단하기 바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든 읽기 전이든 메이지 유신에 대해서 연구해오신 이 분의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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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7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7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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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던 여자와 위험한 절벽에 욕망을 내던진 여자의 위태로운 줄다리기,
모든 것이 달랐던 두 사람의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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