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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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F 장르 소설에 대한 공급이 많아지고 있다.

높아진 수준에 맞춰 독자들의 기대를 부응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듯 보인다.

SF 소설 작가로는 천선란 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는데 김초엽의 대표작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됐다.


나는 잡히지 않는 미래와 무언가에 대한 것이 막연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어렸을 적 공상과학, SF 영화 등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여겨졌고 무언가를 그리는 것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아이였다.

지금도 그것은 마찬가지라서 현실에 있는 이야기, 있었던 이야기에는 강한데 그 반대의 이야기는 내겐 어렵다.


이 책은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별과 분리. 감각과 이성. 기억과 그리움. 외로움. 감정의 소유. 엄마와 세계. 실패의 규정.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외로움과 그리움, 두려움, 불안에 대한 감정이 담겨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고 만져지는 감각이어서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외곽에는 올리브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다. 얼굴에 커다란 얼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것처럼 취급받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비개조인이라고 불렀다. 올리브가 보기에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었지만, 비개조인들은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자신이 지능이 낮거나, 외모가 흉측하거나, 키가 작고 왜소하거나, 병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분류에 따르면 올리브도 비개조인이었다. - P20


일상에서 우리는 차별과 배제, 분리를 늘 경험하고 사는 것 같다.

생김새와 말투, 인종, 장애와 비장애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우리는 너와 나를 구별하고 타자와 경계를 짓는다.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가? 고도의 문명권에 들어섰다 자부하는 세계인들이 지금 어떤 모습인가 질문하게 되었다.


- 스펙트럼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 P64


희진처럼 나는 수를 다루는 직업을 갖고 있다. 때문에 모든 것에 정밀함과 정확성을 요구받는다.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다보니 경계 밖의 것에 대한 모호함을 의식적으로 경계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이 비단 사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서 섬뜩해졌다.


- 공생가설


류드밀라의 행성을 보며 사람들이 그리워한 것은 행성 그 자체가 아니라 유년기에 우리를 떠난 그들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 P101


나는 한 사람 속에 여러 인격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내 속에도 수많은 내가 있다. 이 사람에게 표현하는 나, 저 사람에게 표현하는 내가 달라서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가 싶을 때가 많다.

류드밀라 행성은 우리를 과거로 인도한다. 그리움에 대한 것, 과거로의 회귀. 인간은 그리움이란 감정을 추억 속에 늘 묻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사람들이 딥프리징 기술을 유일한 대안이자 해결책으로 제시했던 것도 바로 유한한 인간의 시간과 무한한 우주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함이었다. - P116


사람을 완전동결시킨다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데 죽고 난 이후의 세상을 나는 알 수 없고 우주는 계속 흘러갈 뿐이다.

하지만 우주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해진 시대에도 인간의 꿈은 존재할 것이다. 

죽음을 향해가는 인간의 유한한 삶에도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자로 잴 수는 없다. 우리의 흔적은 어딘가에 남을 것이고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 감정의 물성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 P156


누군가를 좋아해서 굿즈를 사본 경험이 많다. 굿즈라는 것은 뜯어서 보는 게 아니라 그저 간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물은 그럴 수 있지만 감정도 그럴 수 있을까? 굿즈를 사는 마음을 생각해보니 감정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하는 행위나 감정이 어떤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감정의 해방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는건가 싶다.


- 관내분실


스무 살의 엄마, 세계 한가운데에 있었을 엄마,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이었을 엄마. 인덱스를 가진 엄마. 쏟아지는 조명 속에서 춤을 추고, 선과 선 사이에 존재하는, 이름과 목소리와 형상을 가진 엄마. - P194


어떤 자식도 엄마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엄마와 딸은.

결혼하기 전이었나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 때의 엄마는 정말 그 자체로 빛이 나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 

엄마와의 관계가 가깝든 멀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우리는 늘 간과하곤 사는 것 같다. 늘 뒤늦게 후회하고 자책하며 엄마를 찾을 때쯤 엄마는 없지 않는지 묻게 된다.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가 속한 집단 전부의 실패가 되는데,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렇지 않다. - P225


기준을 벗어난다는 것은 실패인가. 시스템과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정상이고 다수자의 생각이 옳은가.

기준을 벗어나고 신체의 한계를 벗어나는 데 도전한다는 것, 그것이 실패라고 간주된다면 지금 우리 뒤를 밟아온 선조들의 삶은 무엇인가 곱씹게 된다.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고 해방구를 찾았던 많은 이들의 삶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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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4-29 2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재가 sf거나 다루는 시간 배경이 미래일뿐 김초엽작가가 다루는 주제들은 결국 지금의 우리가 당면한 것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신선하면서도 익숙한 그런 느낌을 동시에 느꼈던거 같아요. 요즘 굉장히 좋아하게 되어서 기대에 차서 작품을 기다리는 작가입니다. 심지어 지금은 다작이까지한데 다른 책도 저는 다 좋았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5-01 09:27   좋아요 1 | URL
저도 김초엽 작가 소설 보면서 놀란게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아픔과 고통, 당연하다 여기지만 잘못된 것들을 꼬집는 부분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말씀하신대로 신선한데 또 익숙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작들이 꽤 많아져서 저도 시간 날 때 한 번씩 읽어보자 생각이 들었답니다.

mini74 2022-04-30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분 다양성과 다름에 대해서 참 잘 풀어내는 거 같아요. 작가가 그쪽으로 생각도 많이 한 것 같고 ~ 사이보그가 되다 란 책에선 느낀 점도 많았어요 ~~

거리의화가 2022-05-01 09:28   좋아요 1 | URL
네 미니님 다양성, 다름 이런 것들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 참 중요한 단어인데 그것을 이야기로 잘 풀어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가 기대가 많이 됩니다^^
 
고양이를 부탁해 : 20주년 아카이브
정재은 외 지음 / 플레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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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좋다. 이 영화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만족할 것 같다. 시나리오에 스토리보드, 등장인물, 감독의 코멘터리, 사진과 뒷 이야기들, 인터뷰 등 구성도 좋다.
이걸 보고 있으니 마치 2001년 영화를 볼 때의 시점으로 날 데려가는구나. 추억이 된 영화. 추억이 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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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음 / 현실문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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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성매매 산업이 신용(크레딧)이라는 신뢰의 가면 아래 활용되는 방식으로 여성들을 어떻게 착취해왔는지 담고 있다.

대략 2000년 전후(IMF 경제 위기 이후)로 한국의 성매매 산업의 모습은 변화되었다.
이전에는 포주-여성 간에 일대일로 예속된 관계여서 소득-부채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설명되었다.
하지만 근 20년 동안 성매매 산업의 모습은 복잡해졌다.
여성이 다음 업소로 이동할 때 업주가 차용증을 함께 넘겨 여성들이 마치 교환 가능한 상품처럼 가치를 끊임없이 요구하게 만든다.
또 대부업자는 여성들을 위한 고금리의 일수 상품을 매매하고 여성들의 개인 정보를 노출시킴으로서 향후의 협박을 위한 도구로 만든다.
여기 일수 대출은 대부업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룸살롱, 부동산 중개업자, 임대 소득자 모두가 가담해 있다.
거기에 신자유경제의 심화로 정부는 가계 대출에 눈을 돌린다.
기업의 대출은 줄이는 대신 가계대출을 확산하고 신용카드를 마구 찍어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약한 고리인 노동자, 빈민, 자영업자들이 대상이 되었다.
매춘 여성에 대한 대출 상품도 이러한 대출 확산 과정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높은 수수료와 이자, 대출 원금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계는 여성들의 몸을 담보로 하여 그 돈을 갚을 수 있다 판단하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심지어 그 상품은 채권화되어 떠돈다.
게다가 성매매 업소는 등급화라는 미명 하에 여성의 가꾸기를 종용한다.
여성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끼게 만들어 다이어트, 성형 등에 끝없이 노출시키게 만든다. 업주는 여성이 예쁘지 않으면 들어올 때부터 성형을 권고한다.(강남의 수없는 룸살롱과 성형외과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서 괴로웠다.
가난하고 돈이 없어 수없이 좌절해야 했던 그 날들이 떠올라 힘들었다.
20대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여성들의 선택지에 성매매가 들어간다는 현실이 이해도 되지 않을 뿐더러 가슴아팠다.

사회적 시스템이 철저하게 성매매를 위해 돌아가는 현실에 결국 남성 성 구매자들이 있다.
이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현실이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서 씁쓸해진다.

성매매 집결지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들과 면식 관계를 맺고 있는 사채업자는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유흥업소 특화대출' 상품을 알선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채권을 현금화하기 위해서 직접 채권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회사에 팔기도 한다. 그러므로 미등록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로부터의 대출과 같은 비공식 경제 부문 역시 현재의 금융화된 공식 경제 영역에 일정 부분 연계 포섭되어 작동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P184

성매매에서 남성들은 자신들의 지불 규모, 업소 위치, 접대 방식에 근거하여 적당한 등급의 업소를 선택하고 '초이스' '뺀찌'와 같이 선택의 합리성을 보충하는 장치들을 통해 성매매를 규칙에 의거한 게임과 같은 과정, 합리적 구매의 과정으로 집단적으로 내면화한다. - P238

성매매는 단순히 개별 남성과 개별 여성의 성적 실천, 성적 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자로 동질화된 남성이 차별적이고 위계화된 가치를 가진 여성 개인과 이들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공정 가격'으로 구매하는 관념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 산업이 그 규모와 신용을 유지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성구매의 합리성이 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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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4-27 23: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주민번호만 알면 평생 어디 사는지 찾아낼 수 있다고 했던것도 생각나네요.
올가미처럼 한번 발을 디디면 결코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이 구조.
너무 무섭게 체계적이죠ㅠ.ㅠ
거리의 화가님 수고하셨어요🌹

거리의화가 2022-04-28 08:59   좋아요 2 | URL
네. 미미님 저도 정보가 계속 따라다니는 게 너무 소름끼치더라구요.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그 세계를 떠나온다고 해도 이미 돈 경험을 하고 나면 유혹당하기 쉬운 것도 있구요.
모든 것이 얽혀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답답합니다.
이 책을 진작 쓱쓱 읽어내신 미미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 2022-04-28 06: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는 것도 힘들고 차라리 모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미미님 댓글처럼 주민번호만 알면 평생 찾을 수 있다던 것도 떠오르고, 도망간 여자한테 돈 받을 협박하려고 결혼하고 애낳기 기다린다는 말도 생각나네요. 아 사람들 진짜 왜이렇게 잔인한가요..
고생 많으셨어요, 거리의화가 님.

거리의화가 2022-04-28 09:02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말씀처럼 읽는 것이 쉽지 않은 책이었어요. 평생 내 정보가 따라다니고 협박당하고 돈에 지배당하는 시스템 하에서 여성들이 계속해서 갈 길을 잃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남성들의 머릿속이 바뀌지 않으면 정말 안되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진작 읽어놓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계속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썼네요. 어떻게든 정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썼습니다. 사람이 돈에 얽힌 문제에 부딪치면 어떻게든 피해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ㅜㅜ

책읽는나무 2022-04-28 07: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줄곧 어떻게 해야 이 구조가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거든요.
여지껏 사회에서는 성판매자를 비난해 왔지만, 실은 성구매자 남성들, 그리고 성접대 문화등 이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은 구조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깊숙히 알아버려 마음이 무거워 고개를 드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의 고민과 심정이 제 마음과도 같이 읽히네요.
먼저 읽고 느끼셨을 화가님 고생 많으셨어요.

거리의화가 2022-04-28 09:04   좋아요 3 | URL
네 나무님 읽을수록 어렵고 참... 답답한 시스템과 환경인 것 같습니다.
성 판매자들을 처벌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결코 없을 것 같아요. 성 구매자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이 올가미는 계속 이어질테니...
리뷰를 이제야 힘들게 썼네요ㅜ 여성주의 책은 왜 이리 리뷰 쓰기가 힘든지. 다음 달 책도 만만치 않으니 화이팅해야겠어요^^;

단발머리 2022-04-28 0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몸을 매개로 돌아가는 사회의 한 면을 보는 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죠? 우리 다 고생 많았어요 ㅠㅠㅠ
거리의화가님, 애 많이 쓰셨어요.

거리의화가 2022-04-28 09:06   좋아요 2 | URL
네 맞습니다. 여성의 몸이 왜 담보가 되는 사회를 지켜봐야하는건지 그게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해요. 어쨌든 이 책을 여성들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좀 읽기를 진정으로 바라봅니다.
단발머리님도 힘든 책 읽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수이 2022-04-28 0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뀌려면 거의 혁명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책을 다 읽고난 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몸을 팔아 목돈을 마련한다는 일을 정말로 행하고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고. 물론 그게 등록금이 아니라 정말 내가 사랑하는 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구요. 결국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면 몸 그 자체가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리고 마는 건데 생각이 많아지는 읽기 시간이었습니다. 거리의화가님 정리 잘 해주셔서 다시 정리 제대로 하고 갑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4-28 10:20   좋아요 2 | URL
남성들이 애인 or 배우자에게는 도덕적 가치(?)를 요구하고 이로 해결되지 않는 성적 판타지는 성매매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니 이런 생각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문제 같아요. 흠흠...
그리고 경제 문제는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그 어려움은 형용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이 많아지고 답답함은 커지는 그런 책이였지만 그래도 읽어서 도움이 되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저는 성매매 관련 책은 처음 읽었거든요^^; 비타님도 읽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에릭 홉스봄 평전 - 역사 속의 삶, 역사가 된 삶
리처드 J. 에번스 지음, 박원용.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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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느 한 단면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명저를 남겼다고 해서 삶까지 완벽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했다.

불안과 욕구 불만 등의 감정이 어느 한 사람에게 천착되면 이는 집착이 된다.
에릭 홉스봄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부인을 처음부터 만났다면 집착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떤 사람도 성인 군자처럼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누구나 성인 군자처럼 산다면 이 세상은 어쩌면 재미가 없을지 모른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이 세상은 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책이다.
내가 이 책에서 얻고자 했던 것을 채울 수 있었기에 그렇다.

에릭 홉스봄은 오래 살았고 무척 많은 저작을 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해당 책을 낸 배경과 앞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19세기 3부작을 제외하고도 역사론, 미완의 시대(자서전)가 집에 구비되어 있다. 이 책들을 읽기 전 이 책을 참고한다면 더 유익한 책읽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20세기를 다룬 극단의 시대는 집에 없는데 절판되기 전 구비를 해놓아야겠다.
극단의 시대는 브라질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한다. 이후 그의 저작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가 왜 마르크스에 천착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사회주의에 경도되었던 그는 2차 대전이 끝나고 난 이후, 냉전 기간에도 끊임없이 영국 감시조직(미국의 FBI  같은)의 감시를 받았고 대학의 교수, 조직의 수장 등의 자리에 갈 때마다 불이익을 받았다.
미-소의 대결, 자유주의-사회주의의 극한 대립 속에 그는 억울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1989년 소련이 무너지고 공산주의가 붕괴되었을 때 그의 충격은 상상하지 못할 충격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시기쯤 되면 사실 그는 더 이상 프롤레타리아 공산주의의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었다. 이미 그는 많은 저작을 내어 성공하여 인세만으로 충분히 유명한 세계적 작가이자 강연자, 석학이 되어 있었다. 
부르주아가 되었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련이 붕괴되고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가 차레로 무너졌을 때 그의 속내는 무척 복잡했음이 드러난다.

어쨌든 죽는 날까지 그는 책을 놓지 않았고 지적 열망을 추구했다.
나는 그 점이 사람으로서 멋있었다.
나도 그렇게 죽기 전까지 책을 놓고 싶지 않고 끝없이 공부하고 지적 호기심을 추구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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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4-27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분의 극단의 시대를 참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ㅎㅎ 아니 얘들은 왜 역사책도 이렇게 어렵게 쓰는거야 하면서 말이죠. ㅎㅎ 워낙에 학자라는 느낌이 강하다보니 따로 이분의 평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이렇게 책이 나오기도 하네요.

거리의화가 2022-04-27 13:30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이 책은 평전인데 오히려 자서전처럼 개인의 사생활이 많이 담겨서 굳이 권해드리고 싶진 않아요^^; 책에서는 딱히 학자라기보다는 에릭 홉스봄 자체의 인간에 대해서 더 주목한 느낌이 들거든요. 저작들이 많으니 필요하시면 그 책들을 읽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mini74 2022-04-27 14: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시대의 지식인들도 참 힘들었을거 같아요. 히클러 전쟁 공황 매카시즘 …전 잘 모르는 분 ㅠㅠ 인데 화가님덕에 알아가네요 *^^*

거리의화가 2022-04-27 14:38   좋아요 3 | URL
네 미니님. 에릭 홉스봄 이란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에요. 너무 두꺼워서 추천드리긴 그렇고... 좌우 극단의 대립의 시기를 살았으니 참 스펙타클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임에는 분명합니다!

수이 2022-04-27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침 수전 손택 이야기 읽었는데요, 수전 지적 열망도 어마무시해서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에릭 홉스봄 옹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할 거 같지는 않아요. 저도 이름만 아는데 거리의화가님 리뷰 읽으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극단의 시대 먼저 읽어야 할 거 같네요 ^^;;

거리의화가 2022-04-27 16:55   좋아요 1 | URL
비타님 100자평 보았습니다^^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기 전에는 수전 손택이라는 사람 자체를 몰랐어요. 그분의 이력을 보니 굉장하더라구요~ 사실 그렇게 되고 싶은 열망은 있지만 불가능할것 같아요. 그래도 어쨌든 남은 생애 그저 공부하고 끊임없이 알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이 세상엔 지적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들이 많아서 참 다행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여러 모로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아요!ㅎㅎ
 
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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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주의 기원인 빅뱅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기원, 삶과 죽음, 의식에서 신화, 종교, 생각의 영역까지 대부분의 세계를 다룬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을 과학자의 시각으로 차분히 설명해준다.

딱딱한 과학 이론을 일상의 모습을 예시로 제시하여 이해를 높였다.

책을 읽는 동안 결코 과학서를 읽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마치 선생님이 학생에게 해주는 재미난 이야기 같아서 친절한 과학 안내서이자 교양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모르고 들으면 과학서가 아니라고 착각할 만큼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도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김상욱, 정재승 교수님과 같은 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의 순서가 흐름에 맞추어 자연스레 정리되어 있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영원함. 시작과 끝 그리고 시간. 기원 -> 구조체 -> 생명 -> 마음 -> 상상 -> 신성 -> 숭고함 -> 생각 -> 영원까지 갔다가 다시 마음, 물질, 의미로 돌아온다.

마치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간의 궤적을 따르는 것처럼 이 책은 기가 막힌 편집점으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법칙을 고르라면 엔트로피 제2법칙이라 할 것이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제레미 리프킨이 쓴 엔트로피란 책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한 두 번 정도 읽고 이후 찾질 않아 엔트로피란 개념 자체는 어느덧 가물가물한 상태였다.

(찾아보니 개정판도 나왔구나. 나는 2000년도 구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는데 엔트로피 개념이 시작부터 등장한다.


엔트로피 제2법칙이라면 제1법칙도 있는 것이겠지.

제1법칙은 ' 에너지 보존 법칙'으로 불린다.

물리계 처음 상태가 얼마였던 간에, 임의의 물리적 과정이 진행되고 난 상태의 에너지는 처음 상태의 에너지와 같다는 것이다.

제2법칙은 엔트로피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감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모든 물리적 과정에서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여기서 말하는 엔트로피는 ‘하나의 거시 상태에 대응되는 미시적 배열의 수‘다. - P401


책의 초반쯤 읽을 때쯤 알라딘 서재 친구분께서 TED 강연이 있다고 귀띔해주셨다.

영상은 10여분 정도의 길이로 압축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엔트로피 개념을 비롯하여 책의 나머지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으려는 분들도, 읽지 않는 분들도 한번쯤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작가는 '엘리건트 유니버스'라는 저작을 이미 낸 바 있는데 해당 책이 본인이 주장하는 핵심 가설인 초끈 이론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에 관심이 더 생겼다면 '엘리건트 유니버스' 책을 자연스레 찾으면 되겠다.


과학 교양서로서 많은 장점을 가진 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범위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다.

넓은 범위를 담음으로써 대중의 선택을 많이 받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인간의 삶과 죽음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나쁘지 않았다.

이론에 대한 설명을 여러 번 읽었음에도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있었고 설명은 알겠는데 이해가 가지 않아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다.

심지어는 무리수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가 대중교양서의 장점을 충분히 이끌어낸 것으로 보여진다.

개인적으로 주변에 어려운 과학 이론을 이렇게 재미나게 썰 풀듯 해주는 이야기꾼이 있으면 좋겠다 싶다.


인간의 상태를 탐구하는 여정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곳은 바깥이 아닌 내면이다. 이미 제시된 답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인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면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물론 과학은 바깥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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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4-27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꿈은 이런 과학책을 휘리릭 어렵지 않게 읽어내는 사람입니다. ㅠ.ㅠ 궁금하긴 한데 감히 내가 하는 생각부터 드는거 뭘까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4-27 13:39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은 저보다 더 잘 읽어내실 것 같은데요^^;
저도 과학이 어렵습니다. 물리는 수학이 바탕으로 된 이론이고 화학은 원소기호 외울 게 많고 생물학은 딱히 재미가 없었고 지구과학은 글쎄요.ㅎㅎ
과학 입문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습니다.

다락방 2022-04-27 14: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려울까봐 엄두가 안나지만 그래도 재미나다 하시니 어쩌면 .. 시도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고 그렇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혹시 알라디너 분이 알려주셨다는 테드 강연, 제게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4-27 14:37   좋아요 2 | URL
TED 앱에서 Brian Greene 이라고 검색한 다음에 ˝브라이언 그린: 우리의 우주가 유일한 우주일까?˝ 란 제목의 강연이었어요.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딱딱하지 않게 이론을 설명해주어서 어렵진 않으실거에요.

다락방 2022-04-27 14:56   좋아요 1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찾아서 찜해두었습니다! :)

mini74 2022-04-27 14: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엘리건트 유니버스란 책 아이가 재미있다고 해서 봤던 적이 있어요. 초끈이론 읽으면서 덩굴에 진흙묻혀 흔들어 인간 만들던 여와 생각이 났어요 ㅎㅎ 결국 어려웠다는 기억만 남았네요 ㅎㅎ 테드 강연이 있군요.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화가님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4-27 14:41   좋아요 2 | URL
오 아이가 그 책을 읽었군요 멋져버리네요!ㅎㅎ 사실 한번 듣고 이해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ㅋㅋ
테드 강연 위에 제가 다락방님 덧글로 달아놨는데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4-27 2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테드 강연 봐야겠어요
이 책도 킵

거리의화가 2022-04-27 22:38   좋아요 1 | URL
이 책 여러 분이 찜하시네요! 그레이스님께도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2022-04-27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7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