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성과 감성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권민정 옮김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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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을 읽으면서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얼마 읽지 않았을 때 어렴풋이 느꼈다.

동생 메리앤은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반면 언니 엘리너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려고 노력한다.
엘리너는 이성, 메리앤은 감성을 대표한다 볼 수 있다.

나는 감정이 얼굴과 표정에 드러난다는 말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데 좋은 감정이면 문제가 되지 않으나 불쾌하거나 싫은 감정이면 문제가 되곤 했다.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문제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후로는 상황에 따라 감정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하게 됐다.

소설을 읽으면서 종종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역시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거론되는 말들이었다.
나는 이것이 너무 불쾌하고 싫었다.

또한 듣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내뱉는 말들도 불쾌했다.
내가 듣는 말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보는 상황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이를 그대로 남에게 전달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소설에서 군데 군데 그런 장면들이 여럿 보인다.
이것이 상대에게 비수로 다가갈 수도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여성들의 환경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대목들도 나온다.
이동에 있어서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등의 제한이 있고
기본적으로는 우아하고 교양 있는 태도를 으레 지녀야 하는 것 등이다.
또한 결혼에 있어서 경제적 조건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을 볼 때는 오늘날과 다를 바가 없구나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했다.

여자는 온순하고 고분고분해야 하고 조용하고 말을 많이 하면 안되며 얌전해야 한다고 은연 중에 강박당해왔다.
나는 그것에 반하는 마음이 늘 있었으나 무섭고 두려워서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다만 나는 조심성이 없다는 이야기와 여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대체 왜 여자다워야 하는지 아직까지도 의문이지만 나는 그 자체로 나인데 왜 나를 컨트롤하려고 하는거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그래서는 시집을 못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옆지기를 만나기 전에는 결혼 생각이 1도 없었다. 세상 일은 알 수 없어 결국 나도 결혼이라는 걸 했지만 여전히 결혼이란 제도로 인한 구속성과 제약성은 여성을 제한시키는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엘리너의 입장에서 전체적인 논지를 끌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여성의 입장에서 상황이나 감정이 묘사되고 있구나 싶은데 그래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이 전체적으로 완벽함을 지닌 인물이 없다.
빈틈이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의도적인 장치일 것 같기도 하다.


저와 모든 점에서 취향이 일치하지 않는 남자와는 행복해질 수가 없어요. 그는 제 모든 감정을 공유해야 돼요. 똑같은 책, 똑같은 음악이 우리를 매료시켜야 해요. 아! 엄마, 어젯밤에 우리한테 책을 읽어줄 때 에드워드의 태도 보셨어요? 얼마나 생기 없고 얼마나 단조롭던지! 저는 언니가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언니는 너무나 침착하게 참아내더라고요, 거의 눈치도 못 채는 것처럼. 저는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었어요. 제가 그 아름다운 구절들에 얼마나 자주 열광했었는데, 그걸 그렇게 아무 감정 없이 밋밋하게, 끔찍할 정도로 무심하게 읽다니요!

친밀함을 결정하는 건 시간이나 기회가 아니야. 오로지 성향이지. 어떤 사람들은 서로 친해지는 데 7년으로도 부족하고, 어떤 사람들은 7일만으로도 충분해.

그녀는 자제력이라는 문제를 아주 간단히 정의했다. 애정이 강렬하면 자제력을 발휘하기란 불가능하고, 애정이 담담하면 자제력은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언니의 애정이 실제로 담담하다는 것, 이것은 비록 인정하기는 창피하지만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진실하지 않고 무지하기까지 한 상대, 지식이 부족하여 서로 동등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상대, 그리고 다른 이들을 대하는 태도로 보건대 자신에게 쏟는 모든 관심과 존경심도 아무 가치 없게 느끼도록 만드는 상대, 이런 상대와 함께하면서 지속적인 만족감을 얻기란 불가능했다.

젊은 남자가 말이오, 누가 됐든 간에, 예쁜 아가씨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약속했으면, 단지 자기가 가난해지고 더 돈 많은 아가씨가 받아준다고 해서 약속을 팽개치고 달아나면 안 되지. 그런 형편이라면 자기 말을 팔고, 집을 세주고, 하인도 내보내고, 당장 재정 상태를 확 뜯어고쳐야 되지 않겠소?

순간의 상황에 의해, 어떤 자질이든 때로는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될 때가 있다. 때때로 엘리너는 사람들의 오지랖 넓은 애도에 지친 나머지,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는 올바른 예의가 친절한 품성보다 더 필수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종류를 막론하고 빈곤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대화의 빈곤이라면 모를까. 이 점에 있어서는 결핍의 정도가 심각했다. 존 대시우드는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말을 별로 하지 않았고, 그의 아내는 더욱 심했다. 하지만 이것이 특별히 수치스러운 일은 아니었으니, 손님들 대다수가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서로 유쾌한 상대가 되기에는 거의 대부분이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결격 사유를 지니고 있었다. 타고난 것이든 교육에 의한 것이든 분별력이 부족하다거나, 우아함이 부족하다거나, 생기가 부족하다거나, 침착함이 부족하다거나.

사람들이 돈이나 지위를 가지고 야단법석을 떠는 걸 보면 이해가 안 돼. 에드워드 씨와 루시가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가 대체 뭐요

엘리너는 자신의 불행 앞에서도 타인의 불행을 마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을 위로해야 했다.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거듭 확인해주고,에드워드는 신중하지 못했을 뿐 아무 잘못도 없다고 열심히 옹호하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위로를 건넸다

한쪽에서는 메리앤이 천사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윌러비’ 하고 부르는데…… 그 목소리라니! 아! 하느님! 그녀는 제게 손을 내밀면서, 그 매혹적인 두 눈에 절절한 근심을 가득 담은 채 저를 바라보며 해명을 부탁했지요!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소피아가 악마처럼 질투심에 사로잡힌 채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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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1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화가님 리뷰 보니까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역시 사람사이에 중요한건 성향인가봐요~! 저도 이성 보다는 감성쪽 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2-06-01 15:42   좋아요 3 | URL
이제야 이 책을 읽다니 참 문학에 취약한 저인 듯해요^^;
저는 관계에 있어서 성향이 비슷해야 끌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새파랑님 감성 쪽이실 것 같았습니다!ㅎㅎ

바람돌이 2022-06-01 1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실 우리 모두 이성과 감성 그 어느 중간쯤에 다 있잖아요.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한사람에게서도 감성과 이성의 비중이 달라지는 때도 많을거구요. 이 책은 그런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섬세하게 포착해낸게 백미였던듯 해요. 물론 읽은지 너무 오래 돼서 잘 기억도 안나지만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6-01 15:45   좋아요 3 | URL
그렇죠~? 이 책에서도 엘리너와 메리앤이 각 성향을 대표하기 위해 인물을 배치했겠지만 100% 이성이다 100% 감성이다 이렇게 나눌 수는 없다고 봐요. 엘리너가 참다 참다 폭발해서 감정샘을 터트리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구요.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섬세하게 잘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계속 읽으면 더 잘 알게 되겠죠^^; 감사합니다.

미미 2022-06-01 1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국은 아직까지도 보수적인 국가로 느껴져요. 여왕의 존재도요. 제인 오스틴의 시대에는 훨씬 더했을 듯 합니다. 그 안에서 이런 훌륭한 작가가 나오고 메리 울스턴크레프트같은 페미니스트가 나왔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랍네요^^*

거리의화가 2022-06-01 15:47   좋아요 3 | URL
미미님 맞습니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왕실이 존재하고 예의와 법도 이런 것을 여전히 따지는 문화인 듯 싶어요. 그 시대는 당연히 더했겠죠. 여성에 대한 제약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테고 기회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았을텐데 그런 환경에서 많은 문학인이 탄생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이 나온다는게 놀랍기만 해요! 실제로 영국의 여성 참정권이 1918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지기도 했고요.

mini74 2022-06-01 1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국이란 나라가 커튼 뒤에서 옆집 앞집 살펴보고 뒷이야기 앞이야기 하다가 살인사건도 해결하고 연애도 하고 ㅎㅎ 이런 글들이 좀 많은거 같아요 옆집 살펴보닌 백미러같은 유리가 집앞에 붙여져 있는 영국의 전통 시골집 사진보고 웃었던 적도 있어요 억압속에서 모든 욕망을 말로 풀어내는 듯한 ~ 화가님 글 읽으니 새롭게 다가오네요. 온순과 고분은 노예와 가축의 미덕이다란 글 생각나요.ㅠㅠ 저도 그 말 참 싫어요.

거리의화가 2022-06-01 15:49   좋아요 3 | URL
ㅋㅋ 아우 진짜 왜 이렇게 남 이야기 하길 계속 해대는지 너무 싫었어요 그 상황 자체도 그렇고. 물론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만나기도 하겠지만은ㅎㅎ 백미러 같은 유리가 붙어 있다구요?ㅋㅋ 상황을 알 만하네요.
이런 억압 속에서도 여성들이 꾸준히 글을 쓰고 권리를 주장하며 성취한 역사. 멋진 것 같습니다!
 
역사비평 138호 - 2022.봄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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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기획으로 비동맹주의의 실험과 유산을 다루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 질서와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방향으로 아시아 각국의 비동맹주의에 대한 것이다. 해당 글들은 196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열렸던 제1차 비동맹회의 이후 60년이 지난 2021년 한국냉전학회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것들이다. 인도 총리 네루는 냉전의 세계화에 맞선 비동맹운동으로서 아시아지역화를 통한 신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쟁이 국제전으로 비화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 전쟁 종식을 위한 한국과 중국 간 중재 노력과 UN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얀마 지도자 우 누는 냉전 이후 양극화하는 지역 질서 속에서 사회안정에 나서기 시작한 지역의 약소국들이 편 가르기에 맞선 강대국 정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가 주장한 중립주의와 비동맹주의는 탈식민 국가와 민족이 생존을 위해서 유일한 길로 택한 것이었는데 그 길목에 있던 한국전쟁은 인민들이 폭력과 생명파괴를 겪은 현장 중 한 곳이었다. 1947년 뉴델리에서 아시아관계회의가 열렸다. 이후 동아시아에서 국공내전이 격화되고 동남아에서는 민족해방운동이 고양되었으나 정작 아시아관계회의 상설기구는 활동하지 못했다. 2차 회의가 1949년 뉴델리에서 개최되었는데 여기에는 조선대표가 참가하지 못했다. 조선의 참여로 첫 국제회의 참가 기회여서 국내외적 관심이 높았지만 미군정이 독단적으로 대표를 선정하면서 여운형이 대표에서 사퇴하였고 3명의 대표는 회의에 늦게 도착하면서 실질적 토의에 불참하여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만다. 


지속적으로 연재 중인 세종 시대에 대한 조명은 이번에도 있었다. 이번 호 내용은 세종 시대의 여진 정벌에 대한 조명이었다. 세종의 외교적 성과 중 영토 확장에 대한 부분 중 흔히 배우는 것이 4군 6진 개척이다. 해당 투고에서는 세종대 대외정벌에 대한 이해가 외부 세력의 침입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 맞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어 충격을 주었다. '그럼 아니란 말인가?' 세종 시기는 아무래도 조선 시기 중 가장 훌륭한 업적이 많았던 시기이기 때문에 실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심하게는 신성시되는 면이 있다. 1434년 12월까지 여진족이 여러 차례 조선 변경 지역을 침입한 적은 있으나 피해가 적었고 조선 조정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다. 1432년 12월 평안도 감사는 여진이 여연을 침입해 약탈 행위를 하고 도망가던 것을 추격해 일부 백성과 우마 등을 탈환했지만 끝까지 추격하지 못하자 이를 조정에 보고했다. 이에 세종이 분노했고 세종은 여진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추격 여부를 논의했다. 세종은 여진 세력에 대한 정벌을 단행하기 위해 그들의 흉악함을 증명해야 했으나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여연을 침입한 세력의 정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조정 관리들은 정확한 상황 확인이 먼저라고 이야기했으나 세종은 명에 주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며 여연 침입 세력을 여진으로 특정하여 조선에 피해를 끼친 것으로 적었다. 결국 조선은 세종 뜻대로 파저강 일대에 대한 대규모 정벌을 단행한다. 정벌군 규모가 1만 5천이었다. 세종은 죄지은 자를 정의로운 군대로 응징한다는 정벌 취지를 내세웠으나 대상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었던 상황을 은폐한 채 진행되었던 것이기에 정벌 취지에 부합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특집으로 경제 관련 투자 권하는 사회 투고들이 실린 것이 눈에 띄었다. 주식과 코인 투자가 한국 사회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붐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이것이 투기로 이어지고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많아진 것은 그에 대한 환기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에는 루나와 테라 코인의 주가 폭락 사태가 있었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20세기 주식 시장의 역사와 투자 기법들의 역사를 다루어 준 것은 적절했다고 보인다. 과거 사례로 다양한 투자와 투기 모습의 사례도 제시해준다. 1920년대 미 플로리다에서 일어났던 부동산 붐과 과열 투기, 1980년대 중후반 일본에서 나타났던 투기의 모습, 토지독점에 기초한 부동산 재벌의 도시지배로 홍콩이 극단적인 양극화 도시가 된 모습, 중국의 주식투자 열풍까지 보여준다. 나는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부동산 재벌과 관련지어 분석한 투고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홍콩은 부동산 재벌이 땅까지 독점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크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집을 사지 못하고 쪽방 신세가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 2014년 우산혁명에 이어 이후 송환법 제정까지 이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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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원전 (컬러 도판 양장본) - 역사의 목격자들이 직접 쓴 2,500년 현장의 기록들
존 캐리 엮음, 김기협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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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가진 역사 서술로 이루어진 근대 역사학의 논리에서 벗어나서 정치적 색을 지운 역사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듯. 당시 사람들의 기록들을 모아놓은 책으로 역사적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록한 사람들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면 효과가 더 큰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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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나 해러웨이 커뮤니케이션 이론총서
이지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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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해러웨이가 여러 책에서 주장한 바를 핵심만 쏙쏙 골라내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한 책이다.
도나의 주장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외부 이론가들과 저서를 함께 들고 와 제시하여 도움을 준다. 그리고 친절한 예시는 어려운 이론을 이해시켜주는 데 충실한 입문서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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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24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러웨이 선언문> 읽기 전에도 이 책이 정리가 잘 됐다고 생각했지만 읽고난 후에도 역시 이 책이 정리가 잘 되었단 생각이 들어요.

거리의화가 2022-05-24 11:17   좋아요 0 | URL
이 책 읽기 정말 잘한 듯합니다 덕분에 그나마 정리가 된 것 같아요 도나 해러웨이 다른 책 읽기 전이나 후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듯요^^*
 
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폴 코트라이트 지음, 최용주 옮김, 로빈 모이어 사진 / 한림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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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배제, 편견은 사건을 감추고 왜곡하며 원하는 그림으로 조장한다.

1980년 광주는 20대 이전까지만 해도 내게 희미한 존재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TV와 언론에 비춰진 당시의 광주는 폭도들의 봉기가 일어난 위험한 도시였다.

이 책은 5.18 40주년이 되던 2020년 5월 1일 발간되었다.
작가인 폴 코트라이트는 당시 평화봉사단으로 파견되어 있는 상태에서 광주 상황을 목격하였다.
(그는 당시 광주에서 30여분 정도 떨어진 나주의 한센병 환자 정착촌인 호혜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이전에는 나주 보건소에서 1년 반을 일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 독일 외신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는 현장 사진과 보도로 우리에게 알려졌지만 외국인이 쓴  회고록은 이 책이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증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일종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행위이며 사건에 대한 솔직한 나의 목소리가 더해질 것이다. 문제는 당시 내가 목격했던 사건의 시작과 끝을 정확히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건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는 그 역사를 내가 어떻게 전부 증언할 수 있을까?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것만을 말하는 것이다. - P14

그는 5월 14일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강원도에서 평화봉사단 건강 교육을 마치고 서울로 온다.
평상시와 달리 평화봉사단 건물 근처 도로를 학생들이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한국에 온 후 나는 단 한번도 위험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한국은 사실상 강력범죄가 없는 나라였다.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장면도 안전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 P17

제3자의 눈에서 본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외부인이지만 그는 당시 한국에 들어온 지 2년 정도가 지났기에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다만 외부인이기에 한국의 내부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10.26 사태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신군부가 들어섰기에 국민에 대한 감시와 압제는 여전했으나 외국인이었기에 서울 시위를 보고도 위협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광주 현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당부 때문이었다.
알려진 바대로 당시의 광주는 철저히 외부에서 고립되었고 방송과 언론에서는 전두환 정권에 구미에 맞는 보도만 내보내고 있었다.
광주는 외부와의 연락선도 끊겼기에 지인이 있다고 해도 연락하기 어려웠고 내부의 사정을 알기에 어려웠다.

"미국인인가요?"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봤지요?"
"지금 당신은 우리를 대변해주어야 해요."
"한국 사람들은 지금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없어요. 미국인인 당신이 증인이 되어 우리를 대신해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사정을 알려 주세요."
내가 목격한 이 사태가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내 의사와 관계없이 나는 이미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 답은 더듬거렸고 나는 이 소극적인 대답을 속으로 자책했다. - P70

할머니는 광주의 상황을 외부에 알려달라며 애원하였다.

광주를 떠나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왔지만 평화봉사단원들은 위험을 감수한 채 그곳에 남기로 한다.
폴 코트라이트, 팀 원버그, 주디 챔벌린, 데이브 돌린저는 위르겐 한츠페터를 비롯한 외신 기자들에게 광주의 상황을 통역했다.
구타당하는 민간인을 목격하면 보호하고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작업을 하는 등 평화봉사단원들은 비폭력적 개입을 통해 미국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현장에는 1980년 타임지 사진 기자로 한국에 왔다가 광주민주항쟁 소식을 듣고 광주로 향한 로빈 모이어도 있었다.
그가 촬영한 광주항쟁 사진은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처음 공개되는 사진들이라고 한다.

그를 비롯한 평화봉사단원들은 군인이 민간인을 구타하고 살상하는 모습을 똑똑이 지켜보았다.
평화봉사단원은 한국인과 정치적 문제로 토론을 하거나 정치 상황과 관련된 행동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그들은 시민들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주체였으나 점차 다양한 계층의 범위로 항쟁은 확대되었다.

여기 작은 도로에서 그 요구와 분노는 학생들을 넘어서 놀랍게도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하고 근면한 집단이었던 '할머니'와 '아주머니'로 확대되고 있었다.
이들은 현재의 암담한 상황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서도 마주치는 군인들을 향해서 '부끄러운 줄 알라'고 당당히 외치고 있었다. 나는 이 사람들을 꼭 안아주고 싶었다. - P68

5월의 봄은 잔혹한 피로 물들었다.
그는 안치된 시신들을 보면서 분노하고 군과 정부가 민간인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모습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충격과 혼돈에 빠진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괴리감이 느껴졌다. 거짓말처럼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마치 영혼들이 이 지역을 접수한 것 같았다. 5월의 태양은 여전히 따뜻하게 나를 비추고 있었고, 새는 지저귀고, 은행나무이 여린 잎은 바람에 팔랑이고 있었다. 과연 누가 여기에 있었던 이 일을 목격했을까? 육신 없는 영혼들은 이 장면을 증언하지 못할 것이다. - P97

그는 다시 호혜원으로 돌아와 마을 지도자를 만났는데 자신에게 온 편지를 발견하고 놀란다.
'보호'대상이 된 그는 군인 한 명이 배치되어 그동안 감시를 당해왔다는 것이다. 마을 지도자는 그의 행적을 군사당국에 보고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졌다.
한달쯤 후 정확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국의 군사정부가 광주에 머물며 외신 기자들의 통역을 맡았던 그들을 추방할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평화봉사단 책임자가 사실 증명을 요구하며 완강히 버틴 끝에 그는 다행히 한국에 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이었지만 결코 광주 항쟁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미국의 국민이었다.
때문에 이 상황은 그를 내내 괴롭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할머니와 했던 약속을 뒤늦게 이렇게라도 지키는 것은 부름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1980년의 미국은 한국과 한국인을 실망시켰다. 나는 이 책을 쓴 미국인으로서 미국인과 한국인이 우리 공동의 역사, 공동의 열망, 나아가 공동의 고통을 서로 더 잘 이해하기를 바란다. - P182

평화봉사단원, 외신기자들을 비롯해 광주를 위해 나서준 외국인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제 5.18 기념식이 열렸다.

보수 진영 정당 포함 1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하는데 통합을 강조한 정부가 말 뿐이 아니라 광주 정신을 계승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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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19 1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제가 5.18. 이었군요. 정신이 없어서 몰랐었네요. 외국인이 썼기 때문에 내용이 더 신빙성 있고 객관적인거 같아요~!! 제발 통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5-19 10:42   좋아요 5 | URL
네^^ 매년 기억할 날이 늘어난다는 것이 기쁜 일로 기억이 되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지만. 사건을 왜곡하려는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우리는 매년 끊임없이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건 당시 광주가 고립된 상황에서 광주의 현장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외부로 나가야 했을 때는 도로가 다 봉쇄되어 있었기 때문에 산길을 타고 자전거로 이동해요. 길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고 감시당하거나 위협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탈출이 쉽지 않았을텐데 그 상황이 리얼하게 묘사되요.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했을 때는 나주의 택시 기사가 도움을 주어 봉쇄된 바리케이트를 몇 차례나 거치면서 무사히 탈출하구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 상황이 혼란스럽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미미 2022-05-19 10: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1세기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자국민에게,이웃 나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네요. 언론통제라는것의 무서움도 실감하게 해주는 사건이었죠. 저도 어릴때 아버지가 몰래 구해오신 사진들보고야 알았어요.

거리의화가 2022-05-19 11:03   좋아요 5 | URL
네 맞습니다 미미님. 현재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는 게 믿고 싶어지지 않죠ㅠ
종교, 이념 등의 갈등이 점점 더 커지고 필리핀처럼 이전 독재자였의 아들이었던 사람이 다시 재집권하기도 하는 등 세계가 왜 이렇게 극단으로 치달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광주는 통제로 인해서 고립되었다고 생각해요. 언론과 정부가 광주를 통제하지 않았다면 전국으로 시위가 확산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경상도 분들이라 광주에 대한 왜곡과 편견이 강했어요. 이런 의식들을 보고 자란 우리 세대들이 왜곡된 시선을 갖지 않도록 더욱 지금의 현 세대들에게 제대로 된 의식을 계승시켜주어야 할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2-05-19 1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직접 현장에서 목격하고 참여했던 일이라 더 생생하게 글이 씌어 있겠어요.
어제가 5,18이었는데 임을 향한 행진곡을 불렀더라고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5-19 16:10   좋아요 3 | URL
네. 첫날은 지인을 통해서 들었지만 나머지는 다 목격한 일이라 생생했어요. 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눌 때 여러 번 분노가 끓어오르고 질러버리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다만 봉사단 규정상 그렇게 되면 자신 뿐 아니라 봉사단 인원 모두에 피해가 가니까 참을 수 밖에 없었겠죠.
저도 임을 향한 행진곡 제창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과연 남은 임기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어제처럼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희망이 절망이 된 경우가 많았던지라-_-;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mini74 2022-05-19 16: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 먹고 잘 살다 죽고, 그 일가들 부를 누리며 살고....제가 사는 동네에선 그래도 그 인간이 잘했다 의리있다 이런 헛소리나 하고....그 지역 예산을 확 깎는다는 기사가 떴더라고요. 발췌글만 읽어도 마음이 참 ㅠㅠ대학시절 몰래 영상 보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저 빨갱이들과 간첩을 때려잡았다는 걸로 배웠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거리의화가 2022-05-19 17:01   좋아요 2 | URL
네 미니님 대구, 부산을 비롯해서 경상도 지역이 학생운동도 많고 새로운 기치를 들고 많이 일어서던 곳이었는데이제는 전라도와 경상도 색깔정치가 너무 짙어져서 통합과 협치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해도 광주항쟁은 결코 색깔론으로 붙일 수 없는 사건인데 그걸 색안경을 끼고 보니 참 할말이... 저도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서 정말 한참 후에 진상을 알고 얼마나 놀랬던지-_- 제대로 된 교육이 참으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2-05-20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보여주는 아이러니!
우리의 현실인듯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ㅠ

거리의화가 2022-05-20 08:48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등할 수는 있지만 이를 하나로 합하기 위해 조장하려는 세력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 다양성을 용인하는 태도가 많이 부족하다 싶은데 이는 이전의 역사에서 받은 영향이 큰 듯합니다. 점차 나아져야 할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