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아저씨의 오두막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4
해리엣 비처 스토 지음, 이종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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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간 연대와 변화는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동정과 종교적 관용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모습이 아쉬웠다. ‘우리는 시스템대로 따를 뿐이야‘라고 상쇄될 일은 아니었다. 노예제 폐지를 위한 노력으로 사회적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으나 끝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말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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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28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쉽다고 하시니 어쩐지 더 궁금해지네요!!

거리의화가 2023-03-01 08:2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후기 기다려봅니다^^;

건수하 2023-02-28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3-03-01 08:24   좋아요 0 | URL
수하님도 그렇게 느끼셨군요. 2권은 가면 갈수록 답답해지고 결말을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쉬웠습니다.

건수하 2023-03-01 08:40   좋아요 1 | URL
시대와 작가의 상황이 딱 그 정도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톰을 희생하더라도 그런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 생각했던 게 아닐지… 그래서 여전히 백인의 시각이라고 하지만 여성의 얘기가 더 많다는 <헬프>도 읽어볼까 해요. 언젠가… (사실 한 십년 전에 선물받고 안 읽어서…)

거리의화가 2023-03-02 09:11   좋아요 1 | URL
헬프 읽을만합니다. 저는 오래 전 원서로 읽었어요. 영화 개봉 때쯤 읽었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톰과 오두막보다는 헬프가 더 나았네요. 물론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ㅎㅎ 나중에 여유 생기실 때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 스완네 집 쪽으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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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사라져도 그 믿음이 불러일으켰던 과거 사물에 대한 물신 숭배적인 애착은 ㅡ 새로운 사물에 현실감을 부여하려는 힘을 상실해버린 우리에게 그 힘의 결핍을 감추려고 더욱 생생하게 – 살아남는 법이다. 마치 신이 머무르는 곳이 우리 마음속이 아니라 바로 과거 사물이며, 또 현재 우리 믿음의 상실이 ‘신‘의 죽음이라는 우발적인 이유 때문이라기도 한 것처럼. - P403~404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나는 열병 같은 사랑을 경험해본 적이 딱히 없다. 그렇다고 감정이 무덤덤한 편도 아닌데 왜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까. 나는 내 감정이 쉽게 끓어오르거나 흥분하길 잘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쉬워서는 안 된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금방 사랑에 빠지고 불같이 뜨거운 사랑은 외면해왔는데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그런 사랑을 한 이들을 동경하기도 했다. 무덤덤한 사랑만 한 나로서는 불타는 사랑이 참으로 생경한 것이다.


2부는 스완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스완의 지독(?)한 사랑을 간접 경험한 느낌이다.


스완은 파리의 살롱에 가서 처음 오데트를 보았을 때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피렌체의 예술 작품, 예를 들어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의 주인공 같다고 느껴질 때부터 급속도로 그에게 사랑에 빠진다.(스완은 미술, 문학, 음악 등 예술 작품에 대한 조예가 상당히 깊음이 느껴진다. 이는 작가 프루스트와도 이어질 것이다)


‘피렌체 작품‘이라는 단어가 스완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마치 어떤 작품의 제목과도 같은 이 단어는 오데트의 이미지를 그녀가 지금까지는 접근할 수 없었던 꿈의 세계로 침투하게 했고, 거기서 그녀는 고귀함으로 적셔졌다.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한 단순한 육체적 관점은 그녀 얼굴이나 육체, 그리고 다른 모든 아름다움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불러일으키면서 그의 사랑을 약화해 왔는데, 대신 어떤 미학적인 요소를 평가 기준으로 삼게 되자 이런 의혹은 이내 사라지고 사랑은 보다 확실해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입맞춤이나 육체의 소유가 시든 육체에 의해 주어졌을 때는 자연스럽고 하찮게 보이던 것이, 박물관 예술품에 대한 숭배가 이를 축성하러 오자 초자연적이고 감미롭게 보이는 것이었다. - P71



피렌체는 프랑스 발음으로 '플로렌스'로 '꽃'을 연상한다. 나는 이 작품을 피렌체에서 실제로 보았다. 그래서인지 '프리마베라' 하는 순간 어두운 꽃밭에 흩뿌려진 핑크빛 색채가 떠올랐다. 여러 다른 작품이 있었으나 우피치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단연코 '프리마베라(꽃)'이다. 이 작품을 보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1~2시간을 기웃거린 끝에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전에 내가 생각하는 봄은 환하기만 한 생동함으로 인식되었다면 이 작품을 보고서는 그 이미지가 바뀌었다. 


이 때부터 스완은 오데트를 미학적 아름다움의 가치로 인식하며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인 사랑에 대한 감정이란 같았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그에게는 오로지 그만 보이는 것, 그에 대한 모든 것이 알고 싶고 궁금한 것. 


삶의 다른 시기에는 어떤 사람의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나 행동에 아무 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여, 누가 그런 것에 대해 수다를 떨어도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또 그 말을 듣는 동안에도 그의 주의력 중 가장 저속한 부분만이 관심을 기울였으므로, 그런 순간에는 자신이 가장 형편없는 사람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사랑을 하는 이 낯선 시기에는 개인적인 것이 너무도 심오한 그 무언가를 지니게 되었으므로, 한 여인의 아주 작은 일과에 대해 그의 마음속에서 깨어나는 듯 느껴지는 이 호기심은, 역사에 대한 그의 지난날 호기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수치스럽게 여겨왔던 모든 일들이, 예컨대 창문 앞에서 염탐을 하거나, 어쩌면 누가 알 것인가, 내일은 또 무관심한 사람들을 능숙하게 구슬려 말을 시키고 하인들을 매수하고 문에서 엿듣는다거나 할지, 여하튼 이 모든 일들이 필사본 판독이나 증언 비교, 기념비 해석처럼 진정한 지적 가치 있는, 진실 탐구에 적합한 조사방법인 것 같았다. - P155~156


사랑의 대상에 대한 탐구심은 자연스런 감정이겠으나 이것이 병적으로까지 깊어지면 집착? 또는 스토킹(!) 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런 감정이 불편하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반반이 아니더라도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감정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 뿐 아니라 상대에게는 위험한 신호로 느껴질 수 있다. 오데트를 사랑하는 과거의 자신에게 질투를 느낄 정도가 되려면 대체 어느 정도여야 할까.


"우리는 우리가 가진 행복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불행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생활이 이미 몇 해 전부터 계속되며, 그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이 생활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며, 날마다 아무런 기쁨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만남을 기다리느라 그의 연구나 쾌락, 친구, 결국에는 그의 삶마저 희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지, 그녀와의 관계를 미화하고 파국을 막아 온 것이 오히려 그의 운명을 해롭게 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바람직한 사건은 그가 꿈속에서만 일어났다고 그토록 좋아했듯 그 자신이 떠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았다. 우리는 자신의 불행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만큼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고 그는 중얼거렸다. - P286


사랑의 시간은 느끼기에는 너무 짧은 것인지 모른다. 그에게 연적이 나타났다. 그 이후는 예상할 수 있듯 그녀의 모든 행동이 마치 불륜의 경고등처럼 느껴진다. 이전에 했던 같은 행동도 다르게 보이는 것, 이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스완의 사랑의 삶은, 그 질투의 충실함은 모두, 오데트에 대한 수많은 욕망과 의혹 들의 죽음과 배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일 스완이 오랫동안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동안 죽어 간 욕망이나 의혹은 다른 것들로 대체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데트라는 존재는 스완의 마음에 다정함과 의혹의 씨앗을 번갈아 계속해서 뿌렸다. - P314


3부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자는 상상 속에서 여러 기차 역에 정차하며 그 이름들을 싣고 도시의 모습을 탐색한다. 

내가 "피렌체, 파르마, 피사, 베네치아에 간다."라는 말을 했을 때, 만일 내가 내 생각 속에 들어 있는 것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감미로운 것, 이를테면 자신의 모든 삶이 겨울날 오후가 끝날 무렵의 시간 속에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저 찬란한 미지의 것, 봄날 아침과도 같은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이고 언제나 변함없이 비슷한 이미지들이 낮과 밤을 채우면서, 당시 내 삶을 이전 삶과 구별 지었다. - P346


우리에게 피렌체 하면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둥근 돔을 가진 대성당이 떠오르지만 화자는 그 본질을 지오토의 종탑에서 찾는 것이 흥미로웠다. 내 생각에 피렌체는 워낙 문화 유산이 많은 동네라 도시 곳곳이 모두 박물관이기는 하다. 이름이 각인되는 것은 경험의 전후에 따른 과정이자 결과이다. 경험을 함으로써 그 이름은 더욱 각인된다. 이는 사실 1부와도 연결되는 맥락이라 여겨졌다. 풍경이 개인에게 각인되는 것처럼 범용적 이름이 아닌 자신에게 정의된 의미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규정짓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말은 사물에 대해 분명하고도 친숙한 작은 이미지를 제시한다. 목수의 작업대나 새, 개미집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유사한 작품들 가운데 표본으로 택해 학교 벽에 걸어 놓는 그림과도 같다. 그러나 이름은 사람들과 도시들에 대해 - 도시도 사람처럼 개별적이고 유일하다고 믿게끔 우리를 길들인다. ― 모호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 이미지는 사람이나 도시로부터, 또는 찬란하거나 어두운 울림으로부터 색깔을 끄집어내, 마치 사용 방법의 제한이나 장식 디자이너의 변덕 때문에 하늘과 바다 뿐 아니라 보트, 성당, 행인도 온통 푸른색이나 붉은색으로 칠해진 포스터처럼 단조롭게 칠해진다. - P341



화자는 샹젤리제에서 '질베르트'라는 인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질베르트는 2부에 나왔던 스완과도 연관 있는 인물이다. 다만 질베르트는 스완과 스완 부인을 만나게 하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듯하다.


우리는 샹젤리제를 향해, 온통 빛으로 장식되고 군중으로 넘쳐흐르며, 햇빛 때문에 떨어져 나온 발코니들이 흐릿하게 금빛 구름마냥 집 앞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거리를 지나갔다. (...) 

질베르트를 사랑하던 시기에는, 나는 ‘사랑‘이 실제로 우리밖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사랑은 기껏해야 우리에게서 장애물을 멀리 치워줄 뿐이지만, 우리가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하는 질서 안에서 행복을 제공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 주도로 고백의 감미로움을 무관심한 척하는 태도로 바꾼다면, 내가 자주 꿈꾸어 오던 기쁨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내 멋대로 꾸며낸, 별 가치 없는, 진실과도 통하지 않는 사랑을 만들어내, 사랑의 예정된 신비로운 길을 따르는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362


우리가 알았던 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 P407


2권은 1권보다 풍경에 대한 인물 묘사는 적은 편이고 대신 인물의 말이나 행동을 통한 심리 묘사와 예술 작품에 대한 대화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알 듯 말듯 아리송하고 모호하고 잡히지 않는 프루스트의 시간 여행 두 번째가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 두 번째 권인데 여전히 전체적인 윤곽은 잡았다 할 수 없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부디 점점 더 나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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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2-27 2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사진 자료와 곁들여 피렌체에 대한 선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2 권은 두렵습니다.^^;;;
심리 묘사와 예술 작품에 대한 대화가 더 많다니.....시작이 두렵달까요?ㅋㅋㅋ
그래도 끝까지 읽어내시고, 정리하여 쓰신 리뷰에 무한 애정을 보내 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3-02-28 13:11   좋아요 1 | URL
나무님. 기회가 되면 나중에 꼭 피렌체 함 가보셔요^^ 저에게는 로마만큼이나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제가 괜히 두려움 안겨드린 것 같은데 1권 읽으셨으니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무한 애정 주신다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어쨌든 목표한 대로 한 달에 한 권 2번째를 무사히 끝내서 기뻐요.

페넬로페 2023-02-27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완의 깊은 예술적 조예를 거리의화가님께서는 글로, 피렌체의 사진으로 풍부하게 해주셨네요.
처음 읽었을때는 스완의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재독하니 더 잘 보이는 것 같았어요.
질투가 프랑스식 사랑의 종류라고도 하더라고요~^

혼자 읽으시면서도 이렇게 많은 걸 느끼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거리의화가 2023-02-28 13:14   좋아요 1 | URL
역시 이 책은 재독을 해야 하나봐요. 저는 처음이라 뭐가 뭔지...ㅎㅎ 사실 프루스트 글의 어려움이 현실인지 꿈인지 까딱하면 놓치게 되는 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재독할 때는 스완의 감정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오면 좋겠네요. 언제 재독할지는...ㅎㅎㅎ
페넬로페님 별말씀을요. 저는 그저 읽을 뿐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아요. 암튼 그래도 완독했다는 것이 어디냐며 자족합니다^^; 아마도 올해 내내 이 시리즈를 붙잡고 있겠죠!^^*

희선 2023-02-28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보고 예술작품으로 여기기도 하다니... 상대는 그걸 알면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 별걸 다 생각했네요 자신이 보기에 예술작품만큼 아름다웠다는 거겠지요 좀 부담스러울 것 같겠습니다 스완은 여러 가지를 잘 알았군요

두번째 보셨으니 앞으로 세번째 보시겠네요 그것도 잘 보시겠지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28 13:16   좋아요 1 | URL
제가 스완에게서 느꼈던 부담스러움은 스완에 대한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사람이 사랑할 때는 뭔가 계기가 있긴 하잖아요. 스완은 예술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 그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여전히 모호하지만...ㅎㅎㅎ

네. 3권은 3월에 읽을 예정입니다^^

새파랑 2023-02-28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잃시찾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더 좋았던거 같아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ㅋ

아리송하고 모호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3-03-01 08:31   좋아요 0 | URL
프루스트에 녹아들어가셔서일까요? 저도 뒤로 갈수록 더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문장들이 정말 멋진 것들이 많아서 저도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2023-03-08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09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축하합니다 피렌체에 가 보셔서 그때 사진을 다시 보기도 했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고 지난 시간을 떠올려 봤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3-09 08:48   좋아요 0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기 전이라 그 때는 그곳 풍경을 보느라 바빴습니다^^; 더 알고 갔다면 훨씬 즐거운 감상길이 되었을텐데 말이죠. 희선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3-09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렌체! 가슴이 뜁니다^^
순조로우면 올해 가볼수 있으려나?! 하고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3-03-09 11:10   좋아요 1 | URL
가슴뛸 만한 것들이 가득한 곳이죠. 그레이스님 올해 그곳에 가셔서 경험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3
해리엣 비처 스토 지음, 이종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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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이거나 폭력을 행하는 주인과 정직함과 성실성으로 순응해야만 인정받는 노예들이 존재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라는 메시지는 하느님의 계시로 용인되어 노예 시스템의 기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는 것이 아니었는지. 인종 불평등에 계급과 위계적 구도는 노예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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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25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인의 동정은 결국 백인의 입장을 벗어날 수없는거였겠죠. 최근에 읽은 책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에도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흑인의 입장에서 본 이 책은 실제 노예제가 어땠는지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고 혹평을 했더라구요. 그것 역시 맞겠구나 싶었어요.

거리의화가 2023-02-27 09:21   좋아요 0 | URL
저도 피상적으로 다뤄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백인 주인에 대한 부분은 지나치게 미화된 인물들로 치우쳤다는 느낌이고요. ˝불쌍한 것˝ 이런 표현이 단골로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표현을 하는 주인이 많았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개선이나 노력은 거의 보이질 않아서 아쉬웠습니다(물론 당연히 그 시스템에 적응하는 게 자기들에겐 유리하겠지만). 그럼에도 작가의 한계도 있을 것 같고요.
 
동아시아 속 2.8독립선언, 그 역사적 의의 - 젊은이들의 만남과 꿈
오노 야스테 외 지음,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엮음, 배영미 외 옮김, 이성시 감수 / 삼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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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독립선언은 도쿄에서 일어난 3.1 운동의 도화선이 된 사건으로만 생각해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목이 주는 의미와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3.1 운동에 대해 축적된 연구량은 방대하다. 반면 2.8 독립 선언에 대해서는 3.1독립운동과의 관련성 측면으로만 볼 뿐 2.8 독립선언 자체에 대한 연구나 2.8 독립선언과 관련한 동아시아 연구는 더군다나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나조차도 2.8 독립선언은 3.1 운동의 전사적 사건으로만 인식했던 것 같아 부끄럽다.

2.8 독립선언은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 유학생이 '조선청년독립단'이란 이름으로 도쿄 재일조선YMCA 회관에서 발표한 독립선언이다. 이광수가 한국어, 일본어, 영어 세 언어로 기초 선언서를 작성하였고 2월 8일 오전 각국의 주일대사관, 일본의 제국의회, 언론사로 송부되었다. 1920년 상하이 잡지 《신한청년》 창간호(1920년 3월)에 중국어판도 추가로 게재되었다(이광수가 편집인).
선언서의 내용은 '한국병합'은 조선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가 조선 민족의 생존권을 빼앗고 있다. 국제연맹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군국주의적 침략'을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민족자결주의를 우리 민족에게도 적용할 것을 만국강화회의에 청구'한다, 등이다. (P.17)
2.8 독립선언은 파리강화회의에서 조선의 독립문제를 논해달라는 요구를 담은 선언이었다.

조선인 유학생의 계몽 활동은 실력양성론에 근거를 두었다. 먼저 실력을 쌓아야 독립을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직접적인 독립을 목표로 삼지 않고 합법적 활동을 근거로 삼은 것은 조선의 독립을 목적으로 한 단체를 조직하는 일이 치안경찰법으로 인해 표면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조선인 유학생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을 만나 비합법 독립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1차 대전에 승전국이 된 일본은 1915년 1월 중국의 위안스카이 정권에 21항의 요구를 내건다. 21개 조 요구로 인해 일본은 중국을 단독 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1915년 2월 11일 중국인 유학생은 도쿄에서 중국인 유학생 야오졘난과 조선인 유학생 하상연이 중화유일기독교청년회단에서 모임을 갖고 신아동맹당이라는 비밀결사를 만든다. 신아동맹당은 일본 제국주의 타도와 조선 중국 타이완 해방을 위한 조선 중국 타이완 동지들간의 상호협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단장은 메이지 대학에 다니던 중국인 유학생 황제민이 맡았다. 구성원들은 모두 조선 중국 타이완 유학생이었는데 중국인 유학생이 중심이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조선인 유학생들과 타이완 유학생 간의 연계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당원을 모집하면서 박은식의 한국통사를 배포하는 활동을 했다. 신아동맹단은 1917년 관헌의 탄압을 우려하여 자주적으로 해산했다. 이들은 비합법적 운동을 벌이고 동아시아 유학생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신아동맹단 해산 후 1918년 상하이에 건너간 장덕수가 여운형, 조동호 등과 함께 11월 신한청년당을 만든다. 이들은 알려져 있듯 김규식을 파리강화회의에 특사로 파견하였다. 파리강화회의에는 혁명파 중국인들도 참여하였다. 이 무렵 조선인 유학생들은 2.8 독립선언을 준비했다. 이들은 조선이 파리강화회의에서 논의될 민족자결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편적 인권적으로 식민지 민족들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족자결을 요구했다.

1장에서 2.8 독립선언에 대한 재평가를 담은 outline을 잡았다면 2장에서는 2.8 독립선언 이후의 조선인 유학생들이 일본 국내 정책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여준다. 3장에서는 2.8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이들과 교회 세력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4장은 타이완인 유학생과 조선인이 어떻게 연대했는지 알 수 있다. 5장은 5.4 운동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들여다본다. 구체적으로는 반제국주의적인 흐름에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 자체의 내셔널리즘 관점에서 평가할지다. 이보다는 이 이분법을 넘어서서 결국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해야할 수도 있겠다.

이처럼 1919년 2.8 독립선언 이전에 이미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유학생 간의 교류가 활발했다.
2.8 독립선언서가 재일본YMCA회관에서 제창, 발표되었다고 해서, 또 선언서의 구성원 대부분이 기독교도인이라고 해서 당연히 교세 세력과 기독교도인들이 중심이 됐을 거라는 것이 좁은 해석일 수 있다고 느꼈다. 독립선언서의 작성자인 이광수만 해도 교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재일본YMCA회관은 기독교도를 위한 공간이라기 보다는 유학생들의 교류공간으로 더 역할하는 측면이 컸다.
2.8 독립선언서는 조선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출판되었다. 3.1 독립선언서와 비교되는 지점이었다. 이광수가 작성한 2.8 독립선언서 영어판은 현재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어딘가에 묻혀 있거나 발견된다면 그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2019년 2.8 독립선언 및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도쿄에 있는 재일한인역사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을 바탕으로 기획된 것이다. 그래서 말미에 이들의 토론의 내용과 참고자료로 2.8 독립선언서의 다국어판(조선어판, 일본어판, 중국어판, 영어판)이 포함되어 있다.

하나의 사건을 다각도로 보려는 노력은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된다. 2.8 독립선언을 단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다층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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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 - 3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2권은 다양한 역사적 배경의 사건들이 등장하는 만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어려웠다. 인상적이었던 몇몇 장면의 대화를 중심으로 소감을 정리해보려 한다. 


이상현과 신태성이 시국에 대하여 논한다. 

"송병준이가 조선소작인상조회를 만들었다니 웃기는 일 아니겠소." 

"그보다 더 웃기는 얘기는 조선 내정독립 청원운동이지요. 허허헛. 친일파 송병준한테 총리 자리 줄지 뉘 알아요? 허허헛헛..." (P.152)

조선소작인상조회는 1921년 8월 27일 서울에서 송병준이 친일파 20여명을 모아 조직한 단체였다. 이 상조회는 전국 주요지역 30여 곳에 지회를 설치하고 소작인의 항일인식을 무마시키는 데 주력하였으며, 소작인이 착취를 당하는 것은 일본을 위하여 정당하고도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동척(東拓) 농장 같은 곳에는 자체적으로 지주의 이익을 위한 소작단체를 증설하도록 유도하였다. 소작인의 상조회라는 미명 아래 순수한 소작인을 착취, 선동해서 일본에 협력하다가 1930년대에 없어졌다. 그야말로 기만이다. 


조선 내정독립 청원운동은 자치론을 말한다. 식민지 조선에 독자적 의회를 설치하고 내정에 대한 자치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으로 송병준, 이광수 등을 비롯해 조선 귀족과 지식인들이 동조하거나 적극 협력하였다. 자치론은 1920년대 재조일본인과 총독부 관료, 일본 식민학자, 일부 지식인과 정치인들, 친일파 한국인들과 총독부의 민족 분열 정책에 회유된 일부 민족 운동 세력까지 참여하면서 결과적으로 일제 식민 통치 지배에 이용되게 되었다.


쎄리판 심(러시아에 귀화한 조선인) 집에 가게 된 송장환과 이상현은 쎄리판 심의 둘째딸인 수앵과 그의 남편 윤광오, 묵당 손유진을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저도 <민족개조론>인가 그거 읽고 실망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윤광오는 묵당에게 시선을 돌리며 묻는다.

"놀랄 정도로 졸문이더군. 너절해. 젊어서 그랬겠으나 아는 것 자랑이 심해."

"저는 문장가가 아니어서 그런 걸 가지고 논할 자격은 없겠습니다만 거 이상한 얘기가 여간 많지 않더군요. 어째서 이광수는 <민족개조론>에서 영국의 식민지 정책을 추켜세웠을까요? 일본이 아닌 불란서의 식민지 정책과 비교는 하고 있었습니다마는 도대체 그 저의가 뭐냐 그 말입니다."

"일본도 영국식으로 조선을 다스려준다면 용납하겠다 그 얘깁니까? 아니면  영국을 본받아 좀 잘 봐달라는 얘깁니까? 아 글쎄 노골적인 것은, 그래도 영국은 실리를 취했다 그러고 노닥거리지 않았겠습니까? 그 반역자가 따지고 들면 뭐라 대답할까요." 윤광오가 입에 거품을 물고 흥분한다.

"민족을 위해서, 왜놈들에게 눈가리개 해놓고 표면상 합법적으로 조직을 확대한다 답변할까요?" 송장환이 야유하듯 말했다.

윤광오는, "그러면 그것은 합리주의 책략인데 <민족개조론>에는 도처에 도덕을 운운하고 있지 않아요? 그건 모순입니다." (P.202~203)


이광수는 독립운동가로 출발하여 <민족개조론>을 기점으로 조선 민족 자치론으로 기운다. 소설 속 대화에서도 느끼듯이 당시에도 논란이 심했을 거라 여겨진다. 소설가로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후 변절한 그는 친일 문학가의 꼬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홍이가 부산에 있는 영팔이 집을 찾아가 환국의 아들 영호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영팔이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공부도 물론 해야겠지만 학생들이라고 편하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도 은밀한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영호의 말은 부자연스런 것이었다. 자신을 인식해달라, 그리고 신뢰해달라, 그런 바람, 기대 때문에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을 말하는 부자연스러움이었다.

...

"독립운동이 그리 식은 죽 먹듯 쉽게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나? 혁명투사는 이마빡에다 나는 혁명투사요, 써 붙여놓고 다니는 사람인 줄 알았나? 나는 운전대나 잡고 집안 걱정이나 하고 사는 놈이다만 그런 정도의 상식은 안다. 사내자식이 일을 하려면 부모 형제, 처자도 타인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정도의 상식 말이다. 너는 내 어디를 믿고 그런 말을 하느냐 말이다. 내가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이가! 너 같은 생각을 가진 놈들이 운동을 한다면 독립이 되기는 커녕 빗자루로 쓸듯이 일하는 사람 말짱 감옥행이다."

...

"앞으론 조심해! 무슨 일을 하든, 너가 생각하는 세상하고 세상은 다르다." 홍이는 성이 난 것처럼 담배와 성냥갑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꽁초를 버린 종이를 꾸겨 쥐었다 놓고 일어선다. (P.446~447)


윤국이는 자신의 학교도 광주학생운동으로 복잡해질 거라며 서희에게 넌지시 말을 꺼낸다. 

"크게 일이 벌어질 모양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가만 안 있을 것 같습니다. 연일 학생들이 잡혀간다는 소식이고." 

"설마 네가 주동하는 건 아니겠지?"

"상급생이 있으니까 그렇진 않지만 주동이 되면 안됩니까?"

모자는 서로 쳐다본다. 

"안 된다 할 순 없지만 너는 아버님이 서대문에 계시니까 신중히 처신하는 것이 좋겠구나. 그리고 만용은 금물이니라. 보다 큰일을 위해서 너희들은 자라야 한다."

서희 얼굴에는 애원하고 달래는 빛은 없었다.

"이번엔 어른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생들 문제가 아닙니까?"

윤국은 불만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상대는 어른이다. 어른이다 뿐이겠느냐? 너희들이 사슴이면 그들은 사냥꾼인 게야."

"사자가 되면 될 거 아니겠습니까? 모두 사자가 되면 말입니다. 설사 우리가 학생의 신분을 잃고 정당치 못한 짓을 한다 하더라도 그네들은 근본에서부터 지엽에 이르기까지 정당하지 않았으니까요!" (P. 471~472)


광주학생운동은 3.1운동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덜 주목된 측면이 있다. 광주학생운동은 1929년 11월 3일 발생한 대표적 학생운동으로 1920년대 전국 각급 학교에서 조직된 독서회 등의 비밀조직을 통한 학생들의 민족해방의식 성장의 결과로 일어났다. 이들의 구호는 '식민지 노예교육의 철폐, 조선독립만세였으며, 구체적으로는 조선 역사의 교수, 조선어의 교수, 관료적인 교사와 무자격 교사의 배격,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 보장, 치안 유지법 폐지' 등이었다. 학생운동은 광주학생운동을 기점으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코민테른의 12월 테제로 말미암아 노농계급에 바탕을 둔 민족해방운동이 강조되면서 학생층도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운동과정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는 계층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홍이가 영호를 만나 그를 햇병아리로 여기고 서희는 윤국이를 몸은 컸어도 치기 어린 젊은 매로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비슷한 맥락 같이 여겨진다. 

그들은 이상과 현실이 병치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홍이가 한 말처럼 이 사람이 밀정인지 친일파인지 독립운동가인지 까놓고 이야기해서 내 편인지 얼굴 보고 몇 마디 나눈다고 결코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지난 권에서 봉순이의 운명이 너무 애처롭고 가여웠었는데 그는 결국... 주변에 민폐만 된다며 넋두리를 했다는 그의 말이 석이에게는 특히나 힘겨웠을 말이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랑을 하는 남녀가 또 있다. 인실이와 오가타 지로다. 압제하는 권력 일본인인 오가타 지로, 피압박 민족 조선인인 인실. 특히나 인실이는 조선이 일본에게 강제로 병합당했으니 일본은 당연히 증오해야 하는 대상이고 독립을 해야 하는 민족의 구성원이었으니 오가타 지로를 향한 스스로의 사랑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가타 지로는 사랑은 개인적인 것일 뿐 사회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만 바라볼 수 있었을까. 이런 남녀가 당시 얼마나 많았을까 싶어 마음이 좀 아팠다.


오가타는 인실을 껴안는다.

"사랑은, 남녀의 사랑은 개인적인 것입니다."

"나 약속하겠어요. 오가타상을 위해 결혼 안 할 거예요. 혼자 살게요. 당신에게 하는 약속이에요."

인실이는 울어버린다.

"용기가 없어요. 나는 겁쟁이예요. 부모 형제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에요. 허영도 아니에요. 남의 이목도 아니에요. 내가, 내가 나를 용서 못하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고 그래도 난 내가 당신에게 가는 것을 허락할 수 없어요."  (P.412)

오가타는 무모함으로라도 인실이를 잡아보려 했으나 인실이는 도무지 그런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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