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점선 스타일 - 전2권 세트
김점선 외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나, 김점선>을 처음 읽었던 십몇 년 전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말보다 거위를  즐겨 그렸던 것 같고, 아이가 쓱쓱 그린 것 같은
천진난만한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의 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잘해 보겠다고 애쓰지 않는데, 연필만 잡으면 자기도 모르게 완성되어 나오는
글이요, 그림이라고 할까.
무엇보다 바람처럼 거침없는데 한편으로 섬세한 영혼의 결이 느껴져 좋았다.

4월 말,  '김점선 스타일'이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책이 세트로 나왔다.
'회갑' 기념이라고 전면에 들이대거나 촌스럽게 떠들진 않았지만
받아보니 그 잔치상이다.
세상의 온갖 이름의 잔치상이 으레 그런 것처럼  메뉴는 화려하고 다양한 듯 보이지만,
젓가락질을 할 만한 게 별로 없다.

1권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제목으로,
"이 세상에 하나뿐인 김점선이 오직 하나뿐인 당신을 만난다"고 하여,
박완서, 장영희, 김방옥, 조영남 같은 절친한 친구나 지인, 그리고 그가
매체를 통해 만난 유명인사들의 인터뷰를 모았다.

2권은 <둘이면 곤란한>이라는 제목으로,
"이 세상에 하나는 있어도 좋지만 둘이면 곤란한 사람 김점선!"이라고 하여,
이해인, 신수정, 장영희 등 역시 절친한 벗들과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의
가까이서 본 화가에 대한 기록이다.

제목으로 친절(?)하게 뽑은 것처럼 '김점선 스타일'을 아주 고착화시킨다고 하나?
두 권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읽었는데 질리는 느낌이었다.
발간 일자 맞춰놓고 다소 형식적으로 일을 진행시킨 것 같은.

화가의 이름을 막 부른다는 이웃의 한 초등하고 1학년 소년과, '건방진 대학생'이라고
간단하게 소개된 청년의 글이 그런 의미에서 조금 산뜻했달까.

그가 얼마나  독특하거나 괴팍한 사람인가 하는 구체적인 사례들 중 어떤 건 재밌다.
하지만 아무리 듣기 좋은 노래라도 한두 번이지 계속 읽으니 좀 지겹구나.
화가의 스타일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이 없었을까?

화가가 직접 만나고 썼다는 유명인들의 인터뷰도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다음과 같은 말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고.

--성공한 사람들은 나이를 초월해서 밝고 깨끗하다. 열정적이고 순수하다.
인간 최초의 순수 같은 맑은 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꾸밈없이 말하고, 환하게 웃고, 예의 바르고 따뜻하다.(163쪽)

글쎄,  
이런 식의 통찰과 정리도 가능하구나.
그렇다면 이 책은 밝고 깨끗하고 열정적이고 순수하고 어쩌구 저쩌구한 사람들만의 잔치?

세상의 모든 잔치가 그런 식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김점선의 그것은 좀 다를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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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한 사람들은 나이를 초월해서 밝고 깨끗하다. 열정적이고 순수하다.-
이건 좀 아닌것 같은데요..???

waits 2006-06-2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김점선의 그것이 별다르지 않다니 좀 실망이네요. ㅎㅎ
한편 안 사도 되겠다~ 안심도...^^;;;

에로이카 2006-06-2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께서 쓰신 리뷰 치고 좀 가혹하네요... ^^

로드무비 2006-06-2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저 구절만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네요.
가수 이승철을 만나고 필을 받아 인터뷰를 중단한다 선언하고
돌아와 내갈겨 썼다는 글 중 일부예요.(저 친절하죠? 헤헤~~)

로드무비 2006-06-2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을 때, 이 글을 쓸 때 심사가 사나웠던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보고.
이상 없음!
에로이카님, 너무 가혹한 댓글 아닌가요?=3=3

나어릴때님, 마음산책 책답게 책은 예뻐요.
그림도 많고.
그런데 읽는데 도무지 흥이 안 나더군요.
김점선의 책이라면 그걸 기대하고 골라드는 건데.
이상한 흥 있잖아요.

2006-06-26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6-06-2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로드무비님.. 그것이 아니오라... 책이 얼마나 한심하면 이런 글을 다 쓰셨나... 그런 뜻에서.... 아.. 왜.. 그러니까.. 시간들여서 읽은 책이 저 모양이면 참 열받잖아요.. 기대도 갖고 있었는데.. 그 기대까지 무너졌다면.. (아... 참.. 말 줏어담기 힘드네요..) 깨갱...

반딧불,, 2006-06-2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컵받침은 이쁘던가요?(그게 더 궁금^^)

로드무비 2006-06-2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컵받침 예뻐요.
그런데 그래봤자 코팅한 종이인데요, 뭐.ㅎㅎ
읽고 마음에 안 드는 책은 리뷰 안 쓰는데 이건 쓰고 싶더라고요.^^;;
(요즘 왜 이렇게 오타가 많을까요?)

에로이카님, 아니 뭘 그리 정색을 하시고.
잘못 말씀하신 것 하나도 없는데.
크게 기대를 했던 책은 아니에요.
회갑 기념 책은 대부분 이런 모양새거든요.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가혹'이란 단어를 보니 제가 뜨끔해서 말입니다.^^

혜덕화 2006-06-2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김점선>을 읽으면서 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 사람의 영혼의 깨끗함을 읽을 수 있는 단순한 글과 그림에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사람이 이렇게 살 수도 있는 거구나, 부부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선 자리에서 오줌을 줄줄 싸던 그녀와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해, 그가 감내하고 살아야 했던 세월이 암으로 나타난 건 아닐까?"하는 그야말로 가혹한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아주 예전에 오정희님의 글을 읽다가
"그는 나를 어떻게 견디며 사는가?"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 감전된 듯 온 몸에 충격적으로 전해오던 메세지를 보면서, 그동안 나는 한 번도 상대가 나를 견딘다는 생각을 못해 본 것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언제나 내가 참고 내가 견디며 산다는 <나>만 알았지 진정으로 상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녀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까요?
사회적으로 성공했겠지만은, 과연 진심으로 자신이 성공했다고 느낄 지 그것은 의문입니다. 이런 책을 또 낸 것을 보면 아마 그렇게 자신을 보고 있겠지요.
자기 인생을 돌아보면서 이정도 책 한 권 내는 에피소드쯤이야 찾으려면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도 해 본 책입니다.
댓글이 너무 길죠?
사실은 리뷰를 쓰나 마나 고민하다가 결국 안쓰기로 했는데, 로드무비님 글을 보니 예전에 했던 생각이 줄줄이 엮어져 나오네요.
_()_

로드무비 2006-06-2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저는 당시 그 에고이스트적인 면모에 반했는 걸요.
자신에게 무섭게 집중하고 도취되는.
그리고 파격적인 말과 행동.
거름망이 필요 없는 자유분방함에 반했습니다.
남편 입장은 생각도 못해봤고요.
그저 화가의 글을 통해서 이 부부는 최고의 '소울메이트'가 아니었을까
짐작만 했답니다.
이번 책은 구성도 그렇지만 '성공'과 '성공한 사람'에 대한
그의 견해가 너무 빤해서 좀 놀랐던 거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런지도 모르고요.
다만 저의 구미와 견해에는 좀 맞지 않는다는 것뿐.

아무튼 비판적으로 쓴 글을 올리고 나니 찜찜하네요.
역시 좋았던 책 리뷰만 올릴까 봐요.
너무 길긴요, 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진지한 댓글 고맙습니다.^^

mong 2006-06-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점선의 그것은 좀 다를 줄 알았다.
어머 정말요?
=3=3=3

로드무비 2006-06-2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제가 좀 변질됐나 봅니다.^,.~
예전엔 미리 웃을 준비 하고 그의 책을 사고 읽었는데......

2006-06-26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국경을넘어 2006-06-26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화가로서 한참 주가가 올라가 있는 그녀.
화랑에 가보면 그녀의 판화가 쫘~악 깔려 있죠.

집에 판화 작품이 몇 개 있는데
너무 많이 깔려서 그런지
그녀의 작품은 별로 집에 놓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삶이 그래서 그런 지 글도 상당히 신선하고 도발적이었는데
문제는 글을 너무 많이 쓰는 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kleinsusun 2006-06-2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육 받는 중에도 쉬는 시간에 추천하고 가요.^^
한 작가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책을 낼 때에는 일단 조심해야 해요!!!

sandcat 2006-06-2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상하지만, 님 리뷰 때문에 후련한 마음으로 포기했습니다.
제목이 영 꺼림칙했지요, 저는.

로드무비 2006-06-2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교육중에 읽어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호호~
이 화가에 대한 내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 그런 건지도 몰라요.
글들도 힘이 많이 빠진 것 같고.

사라진님, 책은 역시나 화려하고 예뻐요.
그걸로 만족이 된다면 뭐.
옆에 살면 빌려드릴 텐데.^^

새벽별님, 컵받침 도톰하고 예뻐요.
특히 예쁜 말들, 컬러풀한 놈들로 골랐네요.^^

폐인촌님, 아무데서고 쓱쓱 그림 그려 주고
자신의 그림이라고 바들바들 떨지 않고 그런 부분은
참 좋았어요.
이 책에만 해도 넘칠 정도로 많은 말 그림이 있는 걸요.^^

초밥님, 별 말씀을.
중요한 일을 치르셨구만요.^^


로드무비 2006-06-27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책 나오자마자 사놓고 엊그제서야 겨우 읽었어요.
책 두 권을 박스에 꽁꽁 묶어놨는데 안 빠져가지고.
저의 무능이 즐겁지 않으세요? ㅎㅎ

플레져 2006-06-2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갑잔치를 당신들끼리 하잖구서...^^
저는 단 한권의 김점선을 읽었는데요, 그걸로 족해요.

로드무비 2006-06-2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래도 저는 미련이 남는군요.
요즘 왜 그렇게 모습을 안 보이십니까?

로드무비 2006-06-2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그 학교 졸업생으로 알고 있는데.
글 무지 잘 쓰는, 말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호기심이 있으면 한 번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모를 수도 있죠. 너무 당연한 걸.....)

로드무비 2006-06-2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랬구만요. 소곤소곤.^^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마을 주막에 나가서

단돈 오천 원 내놓으니

소주 세 병에

두부 찌개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

그것 나눠 자시고

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

허허허

큰 대접 받았네그려!
 
                        --詩  '파안'  고재종 (27쪽)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에 수록된
48편의 시를 읽었다.
골목길
의 사진작가 김기찬 씨의 오래 전 흑백사진들이 중간중간 적절한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김사인 시인의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남자가 되어'라는 시 뒤의
갑자기 비가 쏟아진 거리로 비닐우산을 팔러 나선 긴머리 소녀들의 사진은
푸르고 비린 빗물 냄새가 확 달려드는 듯이, 그 자체가  한 편의 시다.

김선우의 '봄날 오후', 정끝별의 '밀물',  최승자의 '이런 시', 김혜순의 '환한 걸레' 등
여성 시인들의 시가 특히 좋았다.
나도 이제야 여성이 되려는 것인가.

그러나 단연 최고는 고재종 시인의 '파안'.
군더더기 하나 없는 시에 내 마음이 그만 볼그족족해진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란 시로 등단한 안도현 시인.
내 고향 우체국에 근무하던, 시를 쓰는 내 친구는 오래 전 그의 시집을 구할 수 없어
시인에게 편지를 부쳤다고 했다.
시인이 보내준 편지(엽서?)와 시집을 그렇게도 자랑스러워 하던 친구.

그때도 난 애가 발랑 까져 가지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시인의 주소를 알아낼 정성이면 시집을 열 권은 구하겠다.'

미안하다, 친구야.
난 아직도 마음이고 지붕이고 옹색한 그 꼴로 산다.

오천 원에 소주 세 병과 두부 찌개 한 냄비면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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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06-2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볼그족족... 마음에 베껴갑니다.. ^^

검둥개 2006-06-25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로드무비님과 발랑 까지시는 것은 왠지 부조화스러우면서도 멋진 어울림입니다. ^^ 안도현 시인은 선생님이니까 주소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거 같아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6-06-2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부조화스러우면서도 멋진 어울림이라니, ㅎㅎ
근데 제가 곽재구 시인이랑 안도현 시인을 무지 헷갈려 했거든요.
어쩌면 시인을 바꿔치기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침에 읽어보니.^^

따우님, 캬, 그 메뉴 환상이네요.
저도 환상적인 메뉴 많은데, 시 코빼기도 볼 수 없어서
섭섭합니다. 우리한테도 좀 와주면 좋을 텐데...^^

에로이카님, 마음에 베낀다니, 시가 따로 없군요.^^

nada 2006-06-2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웃분들도 시인이셔....저도 마음에 슬쩍 베껴 봅니다... 근디 워낙 악필이라 나중에 읽어 보면 항상 무슨 소리인지 몰라요..

로드무비 2006-06-2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체국 친구는 제 페이퍼에 세 번쯤 등장했답니다.
전 예전에 술 마시고 영감 받아 수첩에 뭐라고 뭐라고 적어놓으면
다음날 해독이 불가능하더군요.
그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ㅎㅎ

2006-06-26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26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온 뒤 아침아,
아이고 힘빠져!
누구는 뭐 아주 신나는 것처럼 보이나?
저녁에 통화 좀 하자. 힘내고!
 
삼거리 점방 느림보 청소년 1
선안나 글, 고광삼 그림 / 느림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과 표지에 끌려 찜했다.
'느림보'라는 출판사 이름도 마음에 들었고.
순전히 느낌에 끌려 책을 사고 영화를 보러 가고
마음속에 친구로 점찍기도 한다.
대부분 기대를 배반하는 법이 없다.

삼거리 점방 앞에는 낡은 나무 평상이 하나 있다.
가족도 직업도 없고 팔도 하나밖에 없는 을수 아재가
점방 주인 아지매의 구박을 받아가며
동네 온갖 일에 참견하고 나서며 낮이고 밤이고 술을 마시는 곳이다.

그 평상에는 또 가수 현철이 골목을 쓸러 나왔다가 눈 마주친 동네 사람이랑
궁둥이를 걸치고 멸치와 새우깡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어느 프로그램에 가수 현철이 나와 일 없는 날은 골목을 직접 쓸고 동네사람들이랑
가게 평상에서 술을 마신다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았다.)

태어날 때부터 무릎 아래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아 기어다니는 붙들이를 보고
"뿔뿔이"라고 부르는 을수 아재가 붙들이는 영 밥맛이다.

"엄마, 내 다리는 와 이렇노? 와 딴 아들하고 다르노?"

"그런 사람도 있는 기제.(...)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어딨노?
큰 사람이 있으머 작은 사람도 있고, 기운 센 사람이 있으머 약한 사람도 있제.
그거맨치로, 걸어 댕기는 사람이 있으머 못 걷는 사람도 있는 기라.
그래도 니는 걷지는 몬해도, 맘대로 돌아댕길 수 안 있나."(8~9쪽)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손재주가 좋은 붙들이는 도장 기술도 배우고
새로 생긴 오복만물수리점에 가서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운다.
"벌어묵어야제, 빌어묵으머 되나."라는 말이 입에 붙은 엄마의 교육 덕분에
자립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소년으로 자랐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맞는 삼거리 점방 앞의 평상처럼
흐르는 세월 따라 조금씩 낡고 거무튀튀해지는 사람들.
그 정경이 눈에 선하고 붙들이가 세상 한 구석에 간신히 마음을 붙이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 한켠이 뻐근하지만 그것은 동정과는 거리가 멀다.

어린이책으로는 오랜만에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한 <삼거리 점방>.
그 평상에 잠시 앉아보실 생각이 없으신지?



**뒤늦게 생각난 건데 내가 찜한 이책을 산사춘님이 선물해 주셨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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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3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2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기꺼이 그 평상에 앉겠습니다.^^

mong 2006-06-2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딩2학년부터 5학년까지 살았던 바로 그 집이
삼거리 점방이었지요, 평상도 물론 있구요
버드나무 한 그루도 서 있는 집
갑자기 그집이 그리워 지네요 ^^

치니 2006-06-2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기꺼이.

로드무비 2006-06-2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뭐 좀 드실래요?^-^

mong님, 님의 정서가 우짠지 좋더라니!
점방 집 아이가 어릴 땐 그렇게 부러웠어요.
중국집 딸도 되고 싶었고.;^^;

건우와 연우님, 요즘 자주 와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평상에 앉기 전에 님, 가볼게요. 후다닥.^^

검둥개 2006-06-25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평상 한 구석에 엉뎅이를 붙여볼려유. ^^

로드무비 2006-06-2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처음처럼' 한 병 깔까요?
두부찌개 한 냄비 끓일게요.^^
 

만약에 참기름과 고춧가루와 올리브유와 생리대와 샴푸가 한꺼번에 떨어진다면?

상상만 해도 숨이 가빠진다.
시장에 가는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 없을 것이다.
평소 시장비가 5만 원이라면 10만 원을 써야 한다.
10만 원이라면 20만 원은 각오해야 한다.
거기다 소고기 국거리라도 큰맘먹고 한 근 사게 되면
계산대 앞에서 가슴이 두방망이질 칠 게 틀림없다.

그런데 만약 지갑 속에서 현금을 꺼내어 계산한다면
시장바구니는 절반 정도로 줄지 않을까?
카드로 지불하면 아무래도 자신이 쓴 돈의 구체적인 액수가 실감나지 않게 마련이다.

살 것이 많을 땐  대형마트가 편하다.
매대 사이를 누비며  메모해 온 물품을 집어 카트에 던질 때는 묘한 쾌감이 인다.
메모에는 분명 없는데 안 사면 손해일 것 같은 물품들도 있다.
1 플러스 1 상품이 그렇고, 사은품이 본품을 능가하는 물건도 있다.
사은품으로 주는 밀폐용기 같은 건 찾아보면 한 박스는 될 텐데 볼 때마다 욕심이 난다.
예전에는 동네에 슈퍼가 새로 문을 열면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통을 개점 선물로 주었다.
그 플라스틱 통이 탐나 온 식구를 동원해서 슈퍼에 가는 아줌마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주부가 되고 보니 플라스틱통의 용도는 어쩜 그리도 다양하고 쓸모가 있는지
나도 가능하면 아이들까지 줄 세워서 한 개 더 받고 싶다.
더구나 플라스틱은 분리수거가 가능하니 낡아서 버릴 때 따로 애쓸 필요가 없다.

요즘은 의도적으로 대형마트에 가지 않는다.
동네의 농협슈퍼를 이용한다.
달걀 한 줄이나 급히 필요한 두부, 맥주 큐팩 같은 건 단지 앞의 작은 가게에 가서 해결한다.
장사가 안 되어 술만 드시고 있는 아저씨를 보면 가슴이 무겁다.
채소나 나물 같은 건 되도록 노점을 이용하려고 한다.
땡볕에 시든 나물 바구니 앞에 쪼그리고 앉은 할머니들이 우리 동네엔 어쩜 그리 많은지......

지난주 겉절이 하려고 연하디연한 열무 한 보따리를 샀더니 그걸 봉지에 담으며 할머니,
"이 채소로 반찬 맛있게 해먹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시오!"하는 인사를 해주시는 게 아닌가.
그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다.

부추와 생강을 사러 농협슈퍼에 들렀더니 부추단이 너무 실하다.
'부침개 한 번 해먹고 겉절이에 좀 넣고 그래도 남겠네?'하는 생각에
망설이고 있자니 조금 전 부추를 장바구니에 집어넣은 할머니가
말을 건넨다.

"당신은 그렇게 많은 부추가 필요한기요?"

"아뇨, 딱 절반이면 좋겠는데......"

"그러면 우리 절반 노눕시다. 부추는 꼭 남아서 버리게 되더라고."

화끈하신 할머니는 말이 끝나자마자  절반 딱 나눈 부추를 비닐봉지에 넣어 내게 내미셨다.
급히 지갑에서 동전을 찾아 반에 해당하는 돈을 드렸더니 안 받으시겠단다.
죄송해서 어쩌냐고 했더니 서로 좋은 일이란다.
참으로 쿨하고 멋진 할머니였다.
다음에 만나면 그때는 내가 부추든 뭐든 사겠다고 인사하고 할머니와 헤어졌다.

좀전 알라딘에 들어오니 노마트, 즉 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 기사를
라주미힌님이 퍼오셨다.
그날 두 분 할머니에 대해 페이퍼를 하나 써야겠다 생각하면서 집으로 왔는데 까먹고 있었다.
잊기 전에 급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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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6-06-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동네에 제법 큰 재래시장이 있는데 지금 이 곳이 재개발이란 명분아래 다 헐려지고 있어요. 길에선 사람들이 살 터전을 달라고 농성을 하고.. 옹기종기 앉아 채소를 팔고 국수를 말아 팔던 이 곳이 싹 쓸려 없어 지고 새로운 대형 건물이 들어 선다고 하니깐 마음이 뭉클했어요.
시장에서 찌게에 넣을 쑥갓 한웅큼만 있으면 된다고 할때 그냥 집어 주시던 그런 정은 이젠 사라지겠지 하는 마음이 무겁답니다.

저도 노마트를 외치는 중인데 잘 안돼요..^^

로드무비 2006-06-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마트의 쾌락에 너무 깊이 중독 되어서요.
님 사시는 동네가 어디더라? 잠시 머릴 굴려봤습니다.
그러니까요. 재래시장 참 좋은데.
주전부리 할 것도 많고.^^

nada 2006-06-2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트가 없는 동네에 살다 보니 얼떨결에 동참하고 있군요. 캬캬.

"당신은 그렇게 많은 부추가 필요한기요?" 이 부분에서 살짝 웃었어요.
무슨 선문답처럼 느껴져서..ㅋㅋ 쿨한 할머니 만세!

rainy 2006-06-2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정말^^ 나도 기회되면 그래야겠다고 불끈..
좋은 건 쑥스러워 말고 따라하자 할만큼은 나이먹은 내가 이럴땐 좋아요..
인터라겐님.. ? 혹시 성북구청 쪽에 사시나요? 바로 우리동네 이야기네요...

로드무비 2006-06-2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그걸로 제목 바꿔야겠슴돠.
필이 오는데요?
제목에 시장을 넣고 싶었는데 '부추'로 통합하지요.
힌트 감사!ㅎㅎ

(할머니 말투도 독특하죠? 그대로 옮겼어요.)

플레져 2006-06-2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트가 생긴뒤로 씀씀이가 커졌어요. 수퍼 규모인데도 말이죠, 물건이 다양하니까.
트럭에 야채싣고 오는 아저씨도 우리 아파트 단지가 작아서 오지 않아요.
우연히 만나 이천원에 감자 한봉지 샀는데 싱싱하고 맛난 데다가 양이 정말 많아서 넘 행복했잖아요 ㅎㅎ 대형마트가 멀어서 다행이에요. 한번 다녀오면 이십만원은 우스워요. 게다가 뭐 산 것도 없는 데 돈만 날린 기분, 저도 노마트!

로드무비 2006-06-2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ainy님, 나이 먹는 게 좋은 점도 더러 있어요. 그죠?
그리고 언제 부추 사실지 말씀해 주세요.
가서 얻어 오게!=3=3=3

플레져님, 어마어마한 카트가 계산대 앞에 줄서 있는 광경도 장관이에요.
도대체 인간이 사는데 필요한 물품이 어느 정도인지.
식재료며 옷이며 책이며.
가끔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
뭐 그러면서 아구아구 사들이지만.....

하루(春) 2006-06-2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할머니 참 멋지네요. 캬~ 갑자기 왜 소주가 생각나지? ^^;

조선인 2006-06-2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뚜벅이족이 된 지금, 아파트 토요장의 단골이 되었어요. 후한 인심은 아니지만 딱 먹을만큼 살 수 있어 좋더라구요. 대형 마트에선 못 느꼈던 거죠. 할머니의 말씀, 기억해둘게요.

paviana 2006-06-2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urblue 2006-06-2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장고에서 부추가 상해가고 있어요. 저도 그런 할머니를 만났으면 좋았을걸. 아니, 그 할머니처럼 할 걸 그랬나요?

건우와 연우 2006-06-2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할머니 진짜 쿨하시네요.^^

sooninara 2006-06-2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트 다녀오면 반성하다가 또 마트가면 눈이 뒤집혀서 잔뜩 사온다는..ㅠ.ㅠ
요즘은 동네 슈퍼도 묶음 포장이라서 부추는 정말 남아요. 부추전에 부추겉절이에 해 먹지만 다른 야채도 냉장고에서 버려지는게 만만치 않죠.
저 할머님 정말 멋지십니다.

치유 2006-06-2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할머니예요..
우리도 가끔 그럴때가 너무 많아요..
한단 사기엔 너무 많아서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이웃들과 알게 지내다 보면 나누어 먹을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닐땐 참 아깝더라구요..결국엔 썩어 버리게 되니..
전 또 가지가 썩어가고 있더라구요...한묶음이 여섯개나 들어있었거든요..ㅡ,.ㅡ


sudan 2006-06-2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추를 부츠라고 읽고는 신발 얘기인줄 알았어요. 로드무비님은 구두 쪽으로 사치하시는 분이신건가 생각하면서 들어와봤더니. ^^

혜덕화 2006-06-2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은 거의 마트에 안갑니다. 정말로 꼭 마트에서 사야 할 물건이 있으면 몰라도 대개는 군것질거리만 카트 가득 실어오게 되더군요. 메모해서 가면 동네 수퍼에서 5만원 안팎이면 해결 될 것이 마트만 가면 십만원 넘는 것은 순간이예요. 아이들에게 과소비를 가르쳐서 좋을 것도 없고, 노마트 운동에 찬성합니다.

로드무비 2006-06-2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네, 마트에 가면 눈이 뒤집히지요.ㅋㅋ
책장수님왈,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합니다.
전 사실 야채 손질이 귀찮아서 야채를 잘 안 사요.
그러다 또 큰맘먹고 이것저것 사와서는 미루다가 썩혀서 버리고.
할머니 인상도 참 유쾌하고 좋았어요.^^

건우와 연우님, 확 열려 있는 느낌이었어요.^^

블루님, 부추 반단 나눠먹기 운동 해볼까요?^^

파비아나님, 샤프한 외모에 쿨한 할머니, 잘 어울리는데요?^^

조선인님, 아파트 알뜰장터도 좋지요.
정말 싼 것 같아요.
전 어쩌다 그 옆을 지나가게 되면 이용하는데
일부러 가지지는 않더라고요.
그것도 부지런해야...^^;;

하루님, 맥주도 아니고 소주가 생각난다고요?ㅋㅋ

로드무비 2006-06-2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아이의 눈을 생각해서라도 뭘 좀 덜 사야겠어요.
며칠 전 저에게 "엄마는 돈이 아깝지 않지?"라고 말해서
가슴 철렁했답니다.
제가 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사는 구석이 있거든요.;;

수단님, 저는 사치를 모르는 인간입니다.
정신적인 사치 외엔.=3=3=3
(님의 사치 쪽 아킬레스건은 뭔가요? 궁금.)

배꽃님, 가지야말로 이상하게 꼭 요리를 미루게 되는 채소.
희한해요, 그죠?^^;

클리오 2006-06-23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트만 가면 적자가 나서 동네 슈퍼를 애용하려고 노력중이예요.. 이상하게 더 싼 물건만 사는데도 왜 마트에 사면 살게 그리 많은지 이해가 안되요.. ^^; 마트에 가면 할인품목만 얌체같이 사오자~~ 고 다짐하는데 안될 때도 있어요. 흐..

가시장미 2006-06-2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추.. 저희 집에도 너무 많아서. 부침개하고 김치에도 넣고,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도 많이 남은 것 같더라구요. 전 사실 장을 본적이 별로 없어서 부추 한단에 얼마만큼인지 잘 몰라요. -_-;; 솔직히 저렇게 말을 건네준 할머니도 대단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하자고 동의한 로드무비언니도 대단하신 것 같아요.

상대의 호의를 오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아름다움이죠. :)

릴케 현상 2006-06-2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트만 따라가면 앤님이 사주는 옷이 한가득=3=3=3

로드무비 2006-06-2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결혼 전에는 본래 그런 거라오.ㅎㅎ

붉은가시장미 님, 그래도 집 냉장고 사정을 잘 아시네요.
워낙 말 길게 하는 거 싫어해서 할머니의 제안 그냥 받아들였어요.
다른 분께라도 갚으면 되지 마음 편하게 생각했고요.
뭐 떼먹어도 할 수 없고.ㅎㅎ

클리오님, 마트에 가면 모처럼 왔는데 안 사면 손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도 주워담게 되고.
안 가는 게 돈 버는 거예요.^^


반딧불,, 2006-06-2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공산품하고 놓치기 아까운 몇가지가 있어요.
저도 반성합니다.
회사하고 넘 가깝다보니 꼭 가게 되요ㅠㅠ

로드무비 2006-06-24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마트에 절대 가지 말자고 쓴 글은 아닌데
이상하게 그렇게 흘렀네요.
아주아주 얌체 손님으로 필요시 가끔은 마트를 이용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헤헤~

balmas 2006-06-26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있어요, 로드무비님. :-)
부추 나눠주신 할머니도 ...

로드무비 2006-06-2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호호, 새삼스럽게.=3=3=3
(부추 할머니 만나고 나니 세상이 잠시 환해지는 듯.
그런데 열무 할머니도 괜찮았는데......)

야클 2006-06-2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갑자기 비도 오는 날씨에 부추잡채랑 공보가주 생각이 났다는.... ^^
잘 지내시죠?

로드무비 2006-06-2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부추잡채 먹고 싶어요.ㅎㅎ
공보가주는 뭔공?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야클님도요?^^

2006-06-26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랑비 2006-06-28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추천 하나 얹어요. ^^

로드무비 2006-06-2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리꼬리님, 흐뭇하옵니다.^^

잊지 않으시고님, 별 말씀을.^^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국민국가 진보 개인, 반양장
권혁범 지음 / 삼인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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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모 인터넷 신문에 한 시민기자가 쓴 기사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톱기사로 떠올랐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제목과 내용으로, 변두리 동네 사진관에 근무하던
한 젊은 여성이 정식으로 시험을 쳐 스튜어디스로 뽑힌 것을 칭송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처음엔 장하다, 멋지다 등 찬사 일변도의 댓글들이 달리더니 나중엔
동네 사진관은 개천이고 스튜어디스는 용이란 말이냐, 하는 식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글을 읽으며 나도 찜찜한 부분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나 비판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릴 줄은 몰랐다.
아무리 부담 없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올린다고 한들, 
글을 어디에 발표할 때는 균형감각의 관문을 슬쩍 통과하는 것이 예의이고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스튜어디스가 될 생각이 꿈에도 없는, 사진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신성한 직장을
'개천'으로 비하한 건 명백한 실수가 아닌가.

<국민으로부터의 탈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재밌게 읽었다.
솔직히 말해 대한민국 국민 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해 본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 '국가' '진보' '개인'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해본 사람들이나, 그리고 지난 2002년의
월드컵 삼매경이 더 열광적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는 요즈음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반세기의 분단체제하에서 우리도 모르게 내면화되고 강화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안보와 국익이 그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우리 사회의 의식에 대한 강력한 의문 제기로부터,
우리 국민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병역 의무의 정치학,
'국가 안보 담론'의 허구성까지 저자는 객관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건 '세계화'에 대한 비판 일변도의 사회 분위기에 대해
,
"민족과 국가에 묶여 있던 우리 국민이 진정으로 해방된 개인으로서 자유롭게
주체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조건과, 다른 국민국가의 개인이나 집단과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117쪽)
는 저자의 견해였다.

"세계화를 통해 미키 마우스나 코카콜라도 생기지만 동시에 제임스 조이스나
이사벨라 아옌데도 퍼져 나간다"
는 월든 벨로의 그럴듯한 말을 인용하며,
미국에 대한 적대와 무조건적으로 비판적인 자세에 대해 꼭 그럴 일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9.11 이전 혹은 이후의 세계'라는 제목의 글도 흥미로웠다.
사건이 일어난 직접적인 동기와 상관없이 9.11 테러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이를 아우르는 저자의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슬람 일부의 폭력주의가 사실은 "서구의 비열한 분열주의와 이중 정책의 결과"(124쪽)라는
이희수, 장석만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나, "테러리스트는 인위적 관념에 자신을 함몰시킨
이데올로기의 광적 실천자일 뿐"(125쪽)
이라는 저자의 규정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고
마음으로 수긍하기가 좀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솔깃한 구절이었다.

엊그제 지하련 전집을 읽으며 한 개인, 특히 감수성 예민한 시인이나 소설가에게는
사상도 생활의 연장선에서 심사숙고하여 받아들이고 선택한 것일진대 결과적으로 보면
그것에 완전히 휘둘려 개인의 삶이 참혹하게 끝장난  임화, 지하련 부부의 현실이 가슴 아팠다.

온국민이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같은 월드컵 응원열기나, 촛불시위, 또 환경문제와
연관지어본 민족주의, 우리 나라 진보 남성 일반이 갖고 있는 젠더에 대한 태도까지
냉철한 저자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더구나 균형감각을 앞세운 그의 섬세한 레이다에는, 시든 논설이든 지식인답지 않게
흥분하여 그만 모자라거나 넘치는 글을 발표한 사람들이 여럿 걸려들었는데,
그 면면이 자못 흥미롭다.(특히 2002년 월드컵 당시 오오, 아아, 하는 시와 논설들)

--아니 이 사람이 이때 이런 글을 썼단 말이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이 부분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리뷰의 맨 앞에 내가 구체적인 사례로 들은 글쓰기의 어려움과 
연결된다.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편향적인 시각 혹은 일시적인 흥분과
도취 상태 속에서의 글쓰기도 독자들 앞에 던져진 순간 책임이 따른다는 엄정한 사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많은 부분 수긍하고 몰랐던 사실도 깨닫고 단숨에 읽었는데, 왠지 통쾌한 것과는 거리가 있으니,
새로운 숙제만 잔뜩 떠안은 기분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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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6-2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권혁범 선생이 실생활은 어떻게 할까가 궁금하더라구요.

urblue 2006-06-2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1등. ^^

로드무비 2006-06-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블루님, 그러니까요.
너무 많이 알아도 피곤할 텐데. 일일이 실천하려면.....

로드무비 2006-06-2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3 1등은커녕 꼴찌로라도 댓글 좀 달아주오.^,.~

건우와 연우 2006-06-2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책과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로드무비 2006-06-2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재미없는 책인 줄 알고 계속 미뤘는데
막상 손에 잡으니 금방 읽히네요.^^

2006-06-22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22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06-22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말인데요. 콧구멍이 예뻐요. (보통은 ^_~ 로 예쁘게 쓰던데. 헤헤.)

에로이카 2006-06-2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겠네요.. 문제는 그런 것 아닐까요? 국가를 선택할 권리 자체도 경제적 부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또 관광객들이나 높은 보수를 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 (주로 백인들)은 손님(guests)으로 대접하지만,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여전히 이방인(aliens) 취급을 하는 이중잣대... 바깥에서 나를 규정하는 국가도 문제지만, 그 국가 안에서 '국민'으로 행동하며, 이 영토 내부의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보내는 것... 시원함이 없는 것은 아마도 국민의 한 사람인 나 자신이 국가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자성이란 늘 시원하기보다는 익숙한 행동양식에 대해 돌아볼 것을 요구하고, 보통 이는 자신에 대한 찜찜함을 동반하니까요... 로드무비님 리뷰만 보고도, 여러가지 생각들이 줄줄이 떠올라 댓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 ^^ 그나저나 리뷰 제목 참 잘 지으셨습니다..

로드무비 2006-06-23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바로 그겁니다.
외국인들에 대한 이중잣대도 빠트릴 수 없네요.
저자도 수시로 언급하고 있는데 전부 다룰 수는 없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통쾌함'이라는 단어를 '시원함'으로 바꿔줄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는데, 샤프하십니다.ㅎㅎ
'자성'이 개인을 좀더 좋은 곳으로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자조로 비틀어지는 것이 아니라.
댓글 고맙습니다.
죄송하긴요, 별 말씀을 다.
이런 댓글 저야 너무 반갑고 좋은 걸요.
그나저나 이 책 정말 재밌더군요.^^

수단님, 오래 전 노파라는 분이 쓴 걸 보고 좋아서 저도
쓰기 시작했어요.
(아이고, 갑자기 떠오르는 두 얼굴. 그리워라.)
^_~보다는 ^,.~가 더 예쁘지 않아요? 헤헤~

뻥일 테지만 님, 말은 정말 신중하게 해야겠어요.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아무튼 저의 사랑을 확인하셨죠?
믿거라 해서 그랬다는 것도.
님이 말씀하신 그 반발심 저도 이해합니다.
싸잡아 한 보따리로 묶여서 가는 것 재미없는 일입니다.
님이나 저나, 이렇게 소중한 자신인데 말입니다.^^
(평소에는 구박덩어리지만 여차하면 나타나는 희미한 자부심!ㅎㅎ)

치니 2006-06-2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이 시네요 ^-^

로드무비 2006-06-2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헤헤, 제가 하는 짓이 그렇지만,
'지구여 멈춰라 내리고 싶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어요.
최인호 원작이었나?
갑자기 생각나서.^-^;;

플레져 2006-06-2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하죠, 아주 잠깐 맛보기만 보고 온 이국의 바람이
여기보다는 더 낫더란 말이죠. 자연풍의 바람에 그나라의 정서가 물들어있나봐요.
잠깐이나마 조퇴 하고 싶어요. 좀 답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