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전설 쿠로사와 1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어쩐지 내 당신의 이름과, 무지막지한 제목과, 넙적한 턱주가리의 얼굴에 끌리더라니!
<최강전설 쿠로사와>라니, 예전같으면 솔직히 거들떠보지도 않을 이름이고, 제목이고,
'상판'으로 간단히 치부되고 말 얼굴이었다.

그런데 처음  만난 날 다짜고짜 술을 마시자더니 '도라무통'이 엎어진 시장통 술집으로
나를 끌고 가서, 한 주전자의 막걸리를 목구멍으로 들이붓고 나서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쏟아놓기 시작했다.

--그날 깨달았다! 나는 청천벽력처럼 깨닫고 만 것이다.  감동이라곤 없다!
텔레비전의 축구경기를 시청하며 내가 원하는 것은 이렇게 남의 이름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고동, 나의 환희, 나의 포효... 나의, 나에 의한, 나만을 위한 감동이었는데...

텔레비전의 축구경기를 시청하며 당신이 벼락처럼 깨달은 건,
남의 영광에 환호하다  인생이 저물었다는 것. 고교를 졸업한 지 어언 26년째이고, 마흔네 살.
개나 소나 다 하는 결혼도 못해보고, 다니는 건설회사에서 잘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며,
쓸쓸히, 너무나 별볼일없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래도 되는 건가? 아니면 원래 이런 건가? 다른 사람들의 인생도?

쿠로사와 씨, 안심하세요. 인생은 본래 그런 거거든요! 
제 이야기도 좀 들어보실래요? 저만 해도 어제 아침  열흘째 끙끙거리며 붙들고 있던
일 하나를 '도저히 더이상 진행 못하겠습니다! ' 하는 메모딱지를 붙여 퀵으로 돌려보내야 했고요,
열흘의 노임은 날아갔고, 자존심은 저, 저, 밑바닥까지 떨어졌답니다.
열흘의 노임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죠.
진작에 돌려보냈어야 하는 일을 어찌 되겠지, 하고 그냥 붙들고 있다가,  이렇게 낭패를 본,
그 무시무시한 나태와 습관이 문제인 거죠.
세상에나, 자신이 이렇게 무능하고 한심한 인간인지 정말 몰랐어요.
안해서 그렇지, 내심 뭘 해도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혼자 마시지 말고 저도 한잔 주세요.
그런데 그건 그렇고, 건설현장 동료 인부들의 '인망'을 얻기 위해 전갱이 튀김을 한 보따리 사다가
몰래 도시락에  한 조각씩 넣어놓고, 그 선행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길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당신의 모습에 얼마나 배꼽을 잡았는지요.
미안해요, 웃어서!
그런데 저도 그런 적 있거든요. 비록 전갱이 튀김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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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1-25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쿠모토 노부유키는 지독해.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것이 뭔지 너무나 잘 알아. 공감과 연민과 분노가 뒤범벅되는 자신을 보게 해. 끝내 울컥하게 만들어.
아~~ 얄미운 사람.
무비 님. 일찍 일어나신 거예요? (중단된 작업에 대한 심란함 때문에 전전반측하신 건 아니죠?)
도대체 전갱이 튀김은 무슨 맛일까요? 궁금했어요. 읽으면서.
전갱이, 하면 천재 유교수의 전갱이도 생각나고.
묵직한 마음의 짐들은 분리 수거함에 넣어 버리세요.
영영 사라지지 않고. 언제가는 돌아올테지만요.

로드무비 2006-01-25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이 만화 리뷰 쓰고 싶어 일어났어요.하면 믿으실랑가?ㅎㅎ
님이야말로 이 시간에 뭐 하고 계셨을까.
쿠로사와 1권 앞쪽만 가지고 쓴 리뷰(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잖아요.
전갱이 이야기 빼고.
그런데 전갱이는 가시가 많아서 먹기 힘든 생선 아닌가요?
제 생각엔 꽁치나 고등어쯤 되는 싼 생선으로 알고 있는데.
이름이 묘한 울림이 있어요. 생선 주제에.^^

비로그인 2006-01-25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일찍 끝낸게 아니고 그냥 탁 놔버리셨군요..^^
그래요 우리 술한잔 하고 나무님말씀대로 분리 수거함에 넣어 버리자구요
그리곤 내일도 태양이 떠오른다는 스칼렛의 믿음을 가지고 씩씩하게 살기로해요..ㅎㅎ
전갱이튀김이 아니었던 그 이야기를 기다리며..^^

로드무비 2006-01-25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스칼렛의 대사까지 인용하신 거 보니까
제가 위로를 받아야 할 상황이 확실하구만요 ㅎㅎ
갑자기 눈물이!=3=3=3
(저 보니까 반갑쥬?)

하루(春) 2006-01-25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게 오랜만인 것 같아요. 이미지도 다시.. 괜히 더 기쁘고 저 리뷰 내용을 보니까 짠하기도 한 것이... 오늘 하루도 평화롭게 잘 지낼 수 있겠구나, 안심이 되는데요?

urblue 2006-01-2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일 끝내고 오시나 기다리고 있었더니, 이런, 그냥 돌려보내셨다구요. 뭐 그럴 때도 있는거죠, 딱히 무능해서가 아니라. 아무튼 반가워요.

Mephistopheles 2006-01-2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메피스토입니다. 작가의 그림체는 정말 그까이꺼 대충체지만..내용만큼은 몰입도가 대단하다고 생각되네요..^^ 시작은 전갱이 튀김이였지만 사고치는 스케
일이 점점 커지는 쿠로사와씨의 다음권도 빨리 만났으면 좋겠네요..

mong 2006-01-2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안계신 알라딘 서재는 앙꼬없는 찐빵이었구요
사야님하고 저하고 둘이 목 길어진거 아셔야해요 ㅎㅎ
그나저나 저 아저씨 턱주가리만 보아도 얼렁 봐야겠다는 생각이!!!

chika 2006-01-2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로지 추천때문에 왔슴다, 라고 하고 싶지만 그냥 추천하고 싶어지네요. (쿠로사와씨의 가슴두근거리는 기다림은 제가 지금 칭찬받고 싶어서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기다림과는 다를까요? ^^)

돌바람 2006-01-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사랑해요!' 그러면 오해받을라나.
그러거나 말거나 사랑해요~ 로.드.무.비.님!

sudan 2006-01-2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거든요.' '..했답니다.'하는 말투때문인가. 꼭 스물일곱 아가씨가 일 때문에 상심한 마음에 옆집 아줌마 아저씨 붙들고 귀엽게 하소연하는 것 같잖아요. 후후.

비로그인 2006-01-2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사실 제 얘긴데 님을 껴드린거라구요
별 일 아닌데 그러시니 그냥 빼드릴게요
그냥 저혼자 내일 뜰 태양이나 기다리렵니다..ㅎㅎ
네 무지 반가운데 몽님 말은 유언비어예요..^^
자라목이 길어지긴 어딜 길어진다고..ㅎㅎ

로드무비 2006-01-2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뭔 일 있으세요? ㅎㅎ
사야님과 함께라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접수할게요.
그리고 '자라목'이 어쨌다고요?
창에 비친 빨간색 원피스 위의 목이 상큼하시더만. 헹=3

sudan님, 스물일곱 아가씨. 호호~
가끔 이 말투 이용할까요?
특히 신세타령 페이퍼 올릴 때 칙칙하지 않게.^^

돌바람님, 아이쿠, 난데읎이 나타나 사랑한다니!
우하하하 몇 년 만에 들어보는 소린지!
돌바람님, 저도 사랑합니다. 사랑한당게요.^^

치카님, 님은 자기 입으로 밝혔잖아요.ㅋㅋ
쿠로사와 씨는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저절로 알게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아무튼 칭찬해 드릴게요. 훌륭한 안목을 가지신 치카님!
약속을 잘 지키는 치카님!^^



로드무비 2006-01-2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ndo님, 평소 맞장구를 잘 쳐주던 그이가 누군지 궁금하네요.
만화의 경우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그림이 이상하면 손이 잘 안 가던데요?
그나저나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올훼스의 창'을 원츄하신다니 너무 놀라
입이 안 다물어집니다.
후루야 미노루의 '올훼스의 창'은 어떻습니까?=3=3=3
(삶과 닿아 있어 저의 '책글', 읽는 맛이 난다는 님의 말씀에 감동 먹었습니다.
날려버린 열흘 노임이 아깝지 않습니다.^^)

mong님, 턱주가리라는 단어가 좋으신 거죠?ㅎㅎ
<아빠는 요리사>의 아빠와 비교하면 어느 턱주가리가
더 낫다고 생각되시는지요?^^

메피스토님, 쿠로사와가 중학생 폭력단을 제압하는 데까지 봤습니다.
정말 심금을 울리는 독백들이 포진해 있네요.
독백 부문(그런 게 있다면) 그랑프리가 확실한 만화 같아요.^^

블루님, '딱히 무능해서가 아니라...'ㅎㅎ
그거 저 위로하려고 하신 말씀 맞아유?
마음에 듭니다.^^

하루님, 저는 누가 저 짠하다고 하면 덩달아 짠하면서 눈물이 핑돌아요.
정말 주책이죠?
오늘 새벽 모처럼 서재활동을 하는데 얼마나 재미나던지,
앞으론 가뭄에 콩나듯이 하는 아르바이트도 그만 둘까 봐요.ㅎㅎ
(너무 다정하게 인사해 주셔서......)

비로그인 2006-01-2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 사진엔 카메라에 가려서 목은 안 보입니다 로드무비님!!
아 전 왜 치사하게 이런 디테일에 목숨걸며 혼자 좋아하는 걸까요? ㅎㅎ
언제 전갱이튀김이나 사먹어야겠어요
만화야 까막눈이니..^^;;
아 그리고 저야 맨날 웃어서 그렇지 상황이야 늘 그렇죠 뭐..-_-

플레져 2006-01-2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행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를 바라는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로드무비님, 제가 힘들때마다 정곡을 찌르는 위로를 해주셨는데, 가난한 마음이라 홧팅하자는 말 밖엔 가진 게 없네요. 그래도, 홧팅입니다!

로드무비 2006-01-2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선행이 자연스럽게...
ㅎㅎ 그런데 선행은 잘 안 드러나고 실수와 거짓말은
백일하에 드러나는 거이 인생!
(바로 위 사야님의 댓글만 보아도 저의 고짓말이 들통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홧팅입니다!^^

사야님, =3 때로는 상대의 실수를 덮어주는 미덕을
발휘해 주시믄 안될까요?ㅎㅎ
못본 것도 봤다고 확신하는 정도이니 고저 애정의 깊이로
받아들여 주시길!^^

2006-01-27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2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저도요.
오늘 몇 번 뵐 것 같은데요? 예감이.^^

2006-01-27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6-02-0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먹은 페이퍼가 많기도 했지만.. 세상에, 이런 리뷰를 뺴먹고 안 읽다니.....ㅠ.ㅠ
뒤늦게 추천이요!
이 책이 나온걸 알고 있었는데, 살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패스~ 좀 더 두고보겠습니다..
근데, 이 작가 카이지는 완결시킨거야?

로드무비 2006-02-0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뒤늦은 추천이란 없답니다.
추천이라면 항상 열광하는 저를 아심시롱.
이 책 저는 무지 마음에 들어요.
2, 3권은 좀 늘어지던데 그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참, 도박묵시록은 아직 못 읽어봤는데.....도박이라면 무조건 싫은데
그래도 읽어볼까봐요.^^

날개 2006-02-01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셔요..^^
어찌나 스릴있고 숨막히는지.. 정신없이 책 권수가 넘어간답니다..

로드무비 2006-02-02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박묵시록 카이지......네, 꼭 읽어볼게요.^^
 
하길종, 혹은 행진했던 영화 바보
강성률 지음 / 이론과실천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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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타고 온 또또>(1979, 예조각) 라는 하길종의 산문집을 오래 전 대학 도서관에서
떨리는 가슴으로 읽어내려 가던 순간이 생각난다.
(창가의 넓고 쾌적한, 햇살이 부드럽고 넘실대는 자리였다면 책을 읽으며 가끔 한숨을 내쉬던
그 처자도 꽤 예뻐 보였을 텐데, 하는 뜬금없는 로망이...)
 
그의 사후  생전 그가 여기저기 발표했던  글들과 친구들의 회고록을 부랴부랴 모아서 실은 책자였는데
나에게 그는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한 뛰어난 천재 감독을 잃은 것이었고, 그의 감수성 번득이는 글들과,
수려한 인물,  독설, 예사롭지 않은 인생 행보 등을 읽으며 나 또한 그에게 사정없이
빨려들어 갔던 것이다.

1979년, <병태와 영자>라는 영화가 극장에 걸려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이 영화를 만든 감독 하길종은 38세의 나이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사인은 뇌출혈.

왜 <속 별들의 고향>이나 <병태와 영자> 같은 상업영화를 만드느냐고 주변 사람들이
힐난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나는 그때 그에게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느냐고 따져 물었다는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과 분노를 숨길 수 없다.

이효석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화분>이나, <수절>,  <한네의 승천> 등이
얼마나 뛰어난 예술영화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그의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서
영화를 선택하고 만들었을 것이다.
(신촌의 한 소극장에서 <한네의 승천>을 보았는데  솔직히 컴컴한 화면과 김영동의 음악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나중에 그의 영화  <병태와 영자>, <속 별들의 고향>을 운좋게 볼 수 있었는데
'아깝게 요절한 천재감독'이라는 명성에 기대어 봤을 때는 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전작 <바보들의 행진>을 보고 나서 그 속편 격인 <병태와 영자>를 찾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주인공 병태보다 관객들이 매료되었던 건 동해 바다로 고래를 잡으러 떠났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병태의 친구 '영철'이었을 것이고 <병태와 영자>에는 더이상 그런 친구가 나오지 않으니까
그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 허무하고 황당하고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친구 영철은 최인호의 원작에는 없었는데
하길종 감독의 머릿속에서  탄생된 캐릭터였던 것이다.
아마 감독의 마음속 풍경이 가장 많이 투영된 친구가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그런데 <바보들의 행진>의 속편 <병태와 영자>의 주인공 병태는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난리를 떨면서 정면승부,  현실 속 영자의 사랑을 그악스럽게 움켜잡는다.
사람들은  의외로 마음이 약해서 은근히 꼴찌에게 격려와 갈채를 보내는 법이니,
이 영화 속의 병태가 점수를 많이 얻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바보들의 행진>과 달리 <병태와 영자>는 최인호의 시나리오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찍은 것이라니,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또 그 점이 너무  아쉬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영악한 작가 최인호, 그의 똘마니 병태 녀석 같으니라구!)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70년대 초, 그가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들은 하나같이 초현실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검열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들은 엄청나게 가위질을 당한다.
그렇다고 평단으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것도 관객들의 호응이 컸던 것도 아니었다.

--도덕적, 사회적 금기로부터 해방시키는 수단인 초현실주의를 통해
그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하길종에게 초현실주의는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자 하는 예술적 방법이었다.(81쪽)

그런데 사실 그가 일찍이 생각하고 표방하는 영화는 이런 것이었다.

--나는 영화 미디어가 지향해야 할 길은 현실세계의 아름다움, 혹은 추악한 행위를
진실하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고 믿는 편이다.
즉, 작가의식을 가지고 현실을 투시하는 안목과 현실의 내면을 투시할 수 있는 시혼이 깃든
보는 자로서의 냉철함이, 하나의 순수한 의미에서 창작의 목적인 테마를 선명하게 대동하고
코스모폴리탄적 질서를 이루는 데 성공했을 경우 나는 그것을 영화라고 부르고 싶다.
                                                 (하길종,<사회적 영상과 반사회적 영상>1982년, 에서 인용한 글)

유신 치하의 암울한 시대 상황,  그리고 천재감독이니 뭐니 하는 주변의 입방정도 입방정이지만,
그는 감수성과  너무 과도한 자의식이란 놈에  깊이 발목을 잡혔던 것 같다.
다음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영화보다 기행과 행적으로 더 유명한 감독이라니, 정말 감독에게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61쪽)

그가 다음 작품으로 준비했던 것이 동학농민전쟁이 무대인 '태인전쟁', 친구 김지하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편지로 주고받던 중이었다 한다.
그리고 역시 서울대 '산문시대' 동인이자 친구인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을
내정했었다니,  내 생각에는 하길종 연출로 정말 딱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카바이드 불빛의  포장마차를 배경으로 우연히 술자리에 합석한 3인이 하룻밤 제각각 취해
떠드는 소설이니, 감독을 맡을 사람이 하길종 말고 누가 또 있겠는가!

<백마 타고 온 또또>라는 책을 통해 '요절한 천재감독'이라는 다소 도식적인 환상을 품었다면,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읽는 이 책을 통해 나는 그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었다.
<태를 위한 과거분사>라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시집을 대학 3학년(1962년) 때
자비로 냈다는데 그의 동생 하명중이 몇 년 뒤 감독한 영화 <태>가 바로 형의 시집 제목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휙 스치고 지나가고.
평소 하길종 감독과 그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복돌이님,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부탁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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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1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길종의 영화는 못보았지만 김승옥의 소설은 좋아해요...
^^

밥헬퍼 2006-01-1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BS 문화사 시리즈를 보면 하길종이 김승옥의 이름을 이용해 여학생들에게서 돈을 빌리는데 이 일로 인해 김승옥이 좋아했던 여학생 장경숙으로부터 곤경을 당하는 일이 있더군요. 장경숙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생계가 달렸으니.....하길종 감독하'니 다른 것보다도 옛날 영화의 포스터가 문득 떠오릅니다.  바보들의 행진....그리고 '뿌리깊은 나무'라는 잡지에 실린 글 한번 읽어보실래요. 이 책에 있을라나.  

암만 보아도, 참, 옛스럽습니다. 이런 스틸컷이 있어서. 

     잘 읽고 갑니다.


비로그인 2006-01-1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절에 대해 궁금증이 마구 일어납니다.. 그 영화 누구에 의해서라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참 몽님 저 어제 드디어 레이봤어요..ㅎㅎ

로드무비 2006-01-1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모처럼 하고 싶은 말을 반쯤 자르고도 길게 쓴 리뷰입니다.
워낙 관심 있는 인물이었거든요.
그리고 오래 전 책 읽을 때는 그에게 질투심을 느꼈어요.
에고이스트라는 생각도 들었고.
저도 에고이스트면서 에고이스트 예술가들을 보면
그렇게 존경스러우면서도 얄미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 시절, 산문시대 동인들, 특히 김승옥 소설, 멋집니다.^^

밥헬퍼님, 하길종의 글 두 편 찾으셨더군요.
읽으러 가겠습니다.ㅎㅎ
그리고 김승옥 씨도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을 하고 다니셨던 걸로 압니다만.ㅎㅎ
(포스터 저도 큰 놈으로 긁어다 놨습니다.
이상하게 심금을 울리는 듯해요. 스틸컷만 봐도.^^)

mong님, <바보들의 행진>은 꼭 찾아서 보시면 좋겠네요.
김승옥 소설이 그런데 요즘 읽어도 그리 좋을까요?
다시 읽어보고 싶기도...^^

urblue 2006-01-1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첫 책으로 집어든 김승옥의 단편집은, 때를 잘못 잡은 탓인지 그다지 잘 읽히지 않습니다만, <서울 1964년 겨울> 만큼은 확실히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걸 영화로... 하길종 감독을 잘 모릅니다만, 영화화해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로드무비 2006-01-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블루님은 저의 모처럼 공들여 쓴 리뷰 추천도 빼먹으시고.=3
요즘 김승옥 씨 책 읽는다고 하셨잖아요.
제 머리속엔 하길종 감독의 분위기로 영화가 쫙 펼쳐지는데......
(제가 메가폰을 잡을까요?^=3=3=3)


urblue 2006-01-1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추천 빼 먹고 그냥 간 거 어떻게 아셨을까~ 무서워요. 흑.

로드무비 2006-01-1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제발 좀 무서워 해주시씨요.^^

blowup 2006-01-1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 님은 7,80년대 한국영화에 대한 진한 관심이 있는 듯해요.
참, '바람 불어 좋은 날'은 필름 포럼에서 상영 계획이 잡혔던데.
물론 보셨겠지만. 극장에서 보는 건 또 다르겠죠?

로드무비 2006-01-19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제 동시대니까요.
그나마(!) 제일 감수성이 예민했던 때!
'바람 불어 좋은 날'은 텔레비전에서도 하도 많이 해주어
극장까지 가서 보게 되진 않을 듯해요.
'어제 내린 비'는 보고 싶은데. 프로그램 좀 살펴봐야겠네요.^^

비로그인 2006-01-1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겠네요! 김승옥에게서 볼 수 없는 유쾌함이 왠지 원작의 음울함을 더더욱 돋보이게 할 것도 같고... 아, 상상만 해도 정말 재밌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흐흐. 이 책 읽으셨군요. 괜히 으쓱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3=3

로드무비 2006-01-2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님, 깍쟁이!^,.~

산사춘 2006-01-2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길종 영화는 어쩌다 설핏설핏 본 정도지만,
지금까지도 텍스트마다 언급되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나 봐요.
무비님 레이다는 참 넓고 깊어요~

로드무비 2006-01-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님, 레이다로 치면 어디까지나 산사춘님의 레이다지요.
제 건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바보들의 행진 ' 한 번 보시면 좋을 텐데......
 



 

 

 

 

 

 

 

 

어제 낮, 남산 H호텔 일식당에서 부부 동반 점심 모임이 있었다.
입을 옷이 없어서 밑에는 검정색 추리닝 바지를(자세히 안 보면 추리닝인지 모른다)
위에는 짙은  잿빛 라운드 스웨터에 10년째 입고 있는 잿빛 반코트를 걸쳤다.
모두 다섯 쌍인데 다른 분들이 너무 화사하고 예쁘게 하고 나와 내 남편이 기죽을까봐
그게 신경이 좀 쓰였다.
아, 나도 신경을 좀 썼다.
스웨터 안에 흰 면티를 입어 하얀색이 살짝 보이도록 한 것.ㅎㅎ

그리고 그곳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는데 나는 이런 때나 먹어보자 해서 얼 그레이를,
다른 분들은 비엔나커피, 카푸치노, 카푸치노 아이스크림 등을 제각각 시켰다.
좋은 사람들과의 근사한 모임에 모처럼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더구나 일행 중의 한 분으로부터 두툼한 금일봉을 하사받았으니......

대우빌딩으로 걸어서 나오자 바로 서울역으로 연결되었다.
오후 세 시도 안 된 시간.
곳곳에 나뒹구는 소줏병들,  벌써 취한 사람들.
그리고 어느 계단 밑에는 목발을 짚었다가 넘어져 굴렀는지 피를 흘리며
한 장애인이 쓰러져 있었다.
지하철의 직원이 나와 어디론가 구조요청을 하고 있는데 그 쓰러진 사람의 눈빛이
너무 슬프고 막막했다.

전철 안에서 읽던 책(<마초로 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을 펼쳤는데
그림과 글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는 게 지옥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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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1-1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궂게 저런 화사한 아이스크림 사진 아래, 이토록 마음 스산해지는 이야기를 쓰시다니. 로드무비 님 마음이 그러셨던 거죠?

바람돌이 2006-01-1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우아하게 하루를 보내것 같은 날. 저런 모습을 보면 마음에 더 알싸한 죄책감이.... 사는건 여전히 지옥같은데 나는 무얼하고있나 이런 죄책감이 나에게 면죄부를 줄까 뭐 이런 생각들.... 힘겹죠.

물만두 2006-01-17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검둥개 2006-01-1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돛 떨어진 배처럼 기우뚱거리는 날이 있어요. 사실은 뱃전에 항상 풍랑이 요란한데, 취해서 모르고 살다가 문득 정신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잿빛이 좋아하는 색깔이어요.

mong 2006-01-1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역을 지나칠 때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도착하는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아저씨들을 볼 때 마다
가슴이 답답해 지곤 합니다

urblue 2006-01-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이 턱 걸려요.

chika 2006-01-17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표현처럼 서재질 하며 희희낙낙 거리다가 이곳에서 이쁜 사진을 볼 때까지도 줄곳 희희거리고 있었는데... 그랬는데요.. ㅠ.ㅠ

로드무비 2006-01-1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계속 하던 대로 하자고요.
괜히 쓰다보니 울컥해서.^^;

새벽별님, 몇 킬로그램 감량하셨나이까?^^

블루님, endo님, 뭔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네요.

mong님, 뿅망치돼지볼펜 불빛 들어오는 게 재밌어요. 딴청~

검둥개님, 잿빛도 이젠 왠지 잘 안 어울려서 입을 게 없시요.;;

물만두님, 네. 저도......

바람돌이님, 전 죄책감 같은 것도 잘 안 들더라고요.
멍한 상태.

namu님, 저 아이스크림은 다른 분 꺼 먹어보고 맛있다고 하도 껄떡대니까
하나 더 시켜주신 것이었습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한 장 찰칵!

2006-01-17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1-17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데리고 영화관 가면서 지하철 통로로 가면서 그 안에서 주무시는 노숙자분들 보니 제가 호사를 하는 것 같고 마음이 좋지 않더군요. 그 분들도 사는 게 지옥 같으실려나요..

비로그인 2006-01-1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역 주변을 자주 지나다녀요. 근처 쪽방들은 거의 철거된 것 같고, 잔뜩 돈을 들인 국적 불명의 상가 건물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더군요. 일본 관광객들은 남대문시장으로 해서 주변으로 즐겁게 쇼핑하고... 전국농민대회를 하면 어김없이 전국 각지의 농부들을 태우고 올라 온 대절 버스를 주차해둔 곳이 서울역 뒤편 남산 방면으로 해서 올라가면 있는 용산도서관 근처예요. 서울역 주변은 다니기가 참 불편해요. 모형 퇴적층을 보듯 현재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모습이 적나라하게 축약되어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거든요. 잘 지내셨어요, 무비 언니? 흐흐.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리뷰 기다릴게요!

로드무비 2006-01-1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님, 안 그래도 여기 어디 부근 도서관일 텐데, 잠시 생각했답니다.
양동 골목은 지금은 자취를 찾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묘한 분위기의 동네예요.
100년은 되었다는 남대문교회에 언제 하루 예배를 보러 갈 생각이에요.
낡은 교회의 아우라가 굉장하던데......
(예배도 분위기로 보는 인간!=3=3=3)
리뷰는 기대 안하시는 게.^^

아영엄마님, 아이들이 물어보면 참 대답할 말이 궁하지 않나요?^^;

속삭이신 님, 생판 타인을 보는 시선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저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진심이 담긴 인사말에 문득 가심이; 찡하네요.
님도 올해 건강하시고 모든 것이 잘 되기를 바랄게요.^^*

속삭이신 님, 저, 저, 정말입니까요?@,.@


서연사랑 2006-01-1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이렇게 '의도적으로 가볍게'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인거죠. 보고도 못 본 척, 다같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면서도 내 책임이 아닌 척...
그래도 알라딘에 오면 같이 마음아파 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로드무비 2006-01-1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엽서'로 썼다가 '의도적으로...'로 마무리됐습니다.
아이스크림 사진을 넣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헤헷.

플레져 2006-01-1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짠해서 추천만 두드리고 갔어요.
오늘에서야 책을 살펴보았네요. 땡스투여요.

날개 2006-01-1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로드무비 2006-01-1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방긋방긋.^^

속삭이신 님, 으윽, 전 100사이즈 니트 세트가 안 맞아서
우야꼬, 하고 있는데.
실도 좋고 깜장색인데 저랑 좀 바꿔 입으실라우?ㅎㅎ
경하드리옵니다.(_ _)

플레져님, 그날, 님의 향수 냄시를 설핏 맡았는데 말이에요.^^
 

지난주 일요일 우리 가족은 1박 2일로 동해 쪽 나들이를 했다.
차 안에서 <바보들의 행진>과 <별들의 고향> 음반을 번갈아가며 틀었는데,
서너 차례 반복하여 듣다보니  '한잔의 추억'이나 '고래사냥'이 나오면
아이가 고래고래 큰 목청으로 따라 부를 정도가 되었다.

"자, 떠어나자, 고래 자압으러어! 삼등사암등 완행열차 기차르을 타고오오오오~~"

대포항에 가서 우선 회를 한 접시 해치우고,  저녁에는 더욱 본격적으로 회를 먹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다음 날은 강구로 대게를 먹으러 차를 달렸다.
서너 시간 거리.
7번 국도를 달리자니 창밖으로 시퍼런 바다가 계속 대령해 있어서 너무 좋았다.
깊고 푸른 겨울바다를 보면서 번잡한 마음을 씻고, 흐린 눈을 좀 씻고 해야 하는데
나는 오로지 처음부터 끝까지 먹을 궁리뿐이었다.

차 안에서 읽으려고 한 권 달랑 가지고 간 것도 <사는 게 맛있다>라는 제목의 책.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었다.

강구항에 내려 익숙한 대게 시장을 한 바퀴 돌고난 후 제일 좋아보이는 대게 무더기 앞에서
흥정을 시작했다.
평소 내 꿈 중의 하나는 대게를 실컷 먹어보는 것이었다.
자잘한 놈으로 말고, 제대로 속이 꽉찬 영덕대게로.
더구나 대게 값은 남편이 내기로 했으니 이 얼마나 기쁠소냐!

킹크랩 두 마리와 큰  대게 여섯 마리를 합해  남편은 떨리는 손으로 10만 원을 지불했다.
안내해 주는 식당으로 가서 찜통에 들어가는 우리 대게들을 흐뭇한 눈으로 보는데
다른 사람의 찜통이 눈에 띄었다.
그 찜통 속의 대게 두 마리는 집게발에 초록색 표찰을 달고 있었다.
찜통 담당 청년에게 물으니 진짜 영덕대게라고 했다.
아니 그럼 우리가 사온 대게는 가짜 영덕대게라는 말인가!

"사오신 것 전부 합해도 한 마리 값이 안 돼요."

그렇게 말하는 청년의 얼굴이 묘하게 교만했다.
백화점 명품 코너의 콧대 높은 판매원처럼.

바닷가 조그만 식당 안은 손님들로 꽉 찼다.
우리 옆자리는 50대 후반의 능글능글한 남자 둘과 젊은 아가씨 둘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는데
그녀들은 대게를 별로 안 좋아하는지 대게의 살을 발라 자기 남자의 입에 넣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별꼴이야!

우리 뒷자리엔 옷차림이 세련된 청춘남녀가 역시 짝을 이루어 앉아 있었는데
여자들끼리 나란히 앉고 남자들끼리 나란히 앉아 수군수군 하는 것이
미팅에서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다.
남자들끼리 나가 계산을 하고 그의 파트너들은 수북한 게껍질 앞에서 화장을 고치는데
그 청춘의 미묘한 설렘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 왔다.
'정말 좋을 때야!'

우리 가족 오른쪽 옆 테이블이 알고봤더니 초록 표찰을 단 진짜 영덕대게의 주인이었다.
30대 중반의 부부.
그들은 12만 원짜리 게를 각각 한 마리씩 차지하고 앉아 30분도 안 되어 박살을 냈다.
게를 먹는 중 남자는 주인을 불러 적당한 대게를 10만 원어치 서울 장모에게 택배로 보내달라며
수표를 내밀었다.

찜통 속의 킹크랩과 대게들이 큰 알루미늄 쟁반에 수북히 나왔다.
우리는 킹크랩 한 마리와 대게 두 마리를 먹기로 합의하고 나머지는 포장해 달라고 했다.
속살이 80프로 정도밖에 차지 않아 초록색 표찰을 달지 못한 대게였지만
너무너무 맛있었다.
남편은 운전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하고 소주 한 병을 내가 다 비웠다.

손님에게 대게를 판 아줌마가 식당에 들러 주인과 무슨 말을 하던 중 우리 뒷자리의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대게 값을 나중에 지불하기로 했는데 대게 값은 내지 않고
자릿값과 술값만 내고 간 사실이 드러났다.
'거참, 인물들이 아깝다!'

조그만 대게 식당 안에서 우리 가족이 머무른 시간이 약 한 시간 20분.
그 짧은 시간 동안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일들(불륜, 사기, 빈부 격차)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밤 열한 시, 남동생의 집에서 쪄온 게를 안주로 술을 마셨다.
그 시간까지 퇴근하지 않은 올케 몫으로 한 마리를 남겨두고 실컷 먹었으나
초록 표찰에 약간의 미련이 있었던 나는 술김에 남편에게 호기를 부렸다.

"나중에 내가 돈 많이 벌면 초록 표찰 달린 게 사줄게!"

물론 남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호사는 거기까지라는 뜻일까?



차유리에 쌓인 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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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1-15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진짜 멋진 이야기입니다.
그까이꺼..ㅎㅎ 초록표 못 먹으면 어때요? 그보다 더 맛있는 가족들과의 정이 섞여 있는 맛있는 게를 드셨으니..^^

로드무비 2006-01-1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당분간은 게 생각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 간이횟집에서 한 마리 3만5천 원 하는 킹크랩이
거기선 1만5천 원 하더군요.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흐뭇했습니다.^^

mong 2006-01-1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륜, 사기, 빈부 격차...그 까이꺼
세식구 단란하게 잘 드시고 오셨음 된거죠~
ㅎㅎㅎ

라주미힌 2006-01-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보다는 가족나들이 자주 하시는게 부럽삼!! ㅎㅎㅎ

로드무비 2006-01-1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빨리 결혼하시라요.^^

mong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생의 소원 한 가지를 풀었으니 된 거고요.ㅎㅎ

깍두기 2006-01-1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진짜 엄청 잘 드시는 것 같애!
부럽삼^^

hnine 2006-01-1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게가 지금이 제철이라고 작년 여름 동해 여행갔을때 식당 주인아저씨께서 그러시던데, 제철의 대게를 드셨군요~

하루(春) 2006-01-1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웰빙가족이군요.

urblue 2006-01-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잘 놀러다니시고 잘 드시고, 정말 잘 사는 가족이에요.
7번 국도, 좋죠? 그러고보니 그런 제목의 소설도 있었던 것 같은데.

혜덕화 2006-01-15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요, 글이. 짧은 시간동안 본 여러가지 사건들.
싱싱한 영덕 대게 맛이 그립습니다. _()_

히피드림~ 2006-01-1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저도 가고 싶네요.^^

로드무비 2006-01-16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꼭 다녀오세요.^^

혜덕화님, 뭐 사건이랄 것까진 없겠지만 그 다양한 인간군상이
제게 꽤 깊은 인상을 남겼길래.^^
(영덕대게, 방학 동안 드실 수 있지 않나요? 마음만 먹으면...^^)

블루님, 작년엔 차가 없어 못 다니고 딱 1년 만인데?^^
그리고 7번 국도, 윤대녕!^^

하루님, 진짜 웰빙 가족을 못 보셨군요.ㅎㅎ

hnine님, 제철의 대게 맞아요.
그 정도의 맛에 저는 만족합니다.^^

깍두기님, 그래서 이 모양이잖소!=3=3=3

2006-01-16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6-01-16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래 예쁜 고래 한마리 잡으셨나요.
아무래도 영덕 대게만 잡으신 모양입니다. ㅎㅎ

2006-01-17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6-01-17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영덕대게!!! 부럽삼. 침 질질~~
직접 가지는 못하고 주문이나 한번 해볼까??

로드무비 2006-01-1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명함 두 장 가지고 왔는데 갈챠드릴까요?^^

속삭이신 님, 올리신 리뷰 보고 왔습니다.
좋아하시니 흐뭇하네요.^^

니르바나님, 해양경비대에 걸려서 그만!=3
대게만 배 터지게 먹고 왔습니다.^^

속삭이신 님, ㅎㅎ 책을 보는 순간 님을 떠올렸다지요.
세상 모든 것에는 임자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잘 보관하고 있을게요.^^

산사춘 2006-01-1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으면 먹느라고 주변은 살펴보지도 못했을 터인데... 참 정겨분 가족 풍경이어요.

로드무비 2006-01-1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대게 쪄지길 기다리는 동안(30분)의 일이랍니다.
마이 도러는 게딱지에 비빈 밥 차지하여 먹느라고 정신없었고
책장수님은 가위 들고 게살 발라주고 저는 아구아구 먹고
정겨분 풍경이긴 했지요.ㅎㅎ

2006-01-17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1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 소원 조만간 이루어지길 기도드릴게요.ㅎㅎ
고맙습니다.
좀 있다 님 방에 가볼게요.

따우님, 대게 냄시가 좀 꼬숩지요. 며칠이 지나도......
그런데 두 분이 대게 드시면 산사춘님이 가위 잡으시는가요?
버럭=3 교대로 잡으시라요!=3=3=3
(저도 양심이 있는 인간이라 대게 사진은 안 올렸습니다.^^)

2006-01-17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17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1-1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만 가면 온통 관심이 전후좌우로 쏠려요.
그 안에서 모든 걸 다 보셨으니 세상은 정말 요지경,
로드무비님은 움직이는 잠망경 ^^

로드무비 2006-01-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어요.^^;;

따우님, 그러는 님은...흥=3=3=3
(이렇게 써 버릇하니 재밌지 않아요?ㅎㅎ)

로드무비 2006-01-1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녀라니 그냥 좋아서...배시시^^

로드무비 2006-01-25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년이라니, 이기이기 무시기 소리입니까!('' )( ..)
 

--나는 교토나 나라의 사원에 가서, 고풍스럽게 어둑어둑한 그러면서도 깨끗이 청소된
변소로 안내될 때마다, 정말로 일본 건축의 고마움을 느낀다.
(...) 어느 정도의 옅은 어두움과, 철저히 청결한 것과, 모기 소리조차 들릴듯한
고요함이  필수조건인 것이다.
나는 그런 변소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간토(關東)의 변소에는 벽면 맨 밑바닥에 길고 가는 창문이 붙어 있어,
처마끝이나 나뭇잎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석등의 지붕을 씻고 징검돌의 이끼를 적시면서 땅에 스며드는 촉촉한 소리
한결 실감나게 들을 수 있다.(<그늘에 대하여> 13쪽)

 

다니자키 준이치로 하면 왠지 '탐미'라는 단어와 함께 오래 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제목 미상의 무슨 책이 떠오르는데   "추녀의 깊은 정"이라는 그의 표현이 무척 인상 깊었다.
나는 그 표현에 얼마나 전율했는지 앞으로는 절대로 사람들에게 깊은 정을 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ㅎㅎ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산문집 <그늘에 대하여>는 고운기 시인이 번역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한 줄 버릴 데 없는 유려한 문장을 읽어내려 가는 맛이 각별하다.

나는 가끔  "어둑신하다"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이 책에 나오는
'그늘'은 바로 이 "어둑신한 상태"를 뜻하는 듯하다.
며칠 전엔 저녁을 먹다가 남동생에게 한마디 지청구를 들었다.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고 막 들어온 동생에게,

"문을 여니까 김치찌개 냄새가 복도까지 낭자하니 좋지 않더나?"하고 물었던 것.

"가만 보면 누나는 멀쩡한 단어를 이상하게 자기마음대로 끌어다 쓰더라?
'피가 낭자하다' 할 때 '낭자하다'를 쓰는 거지, 누가 음식 냄새를 그렇게 표현한단 말이고!"

듣고 보니 머쓱했지만 이상한 부분에서 고집이 있는 나는 앞으로도 "어둑신한"이라든지,
"낭자한"이라는 말을 내 맘대로 갖다붙여 쓸 것이 틀림없다.

아무튼 의학전문 기자 홍혜걸은 텔레비전의 어느 프로에 나와서
화장실 조명은 최대한 밝게 하여 자신의 안색과 변의 상태를 때때마다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지만, 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어둑신한 변소 예찬에 공감한다.

언젠가 은은한 조명 아래서 어느 남성에게 딱 한 번 들었던 "예쁘다"는 칭찬을,
아직도 나는 못내 그리워 하는 것일까?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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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1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뜻 기억은 나지 않지만 형용사를 이상하게 갖다 쓴다고
혼난 적이 있어요...그 느낌에 맞는 뉘앙스를 살려 보겠다는데!
왜 구박인거죠....흑흑
국어병 환잔가봐요 ㅜ.ㅡ
(부시는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대통령이라고
기자들이 English Patient라고 놀렸다죠?)

플레져 2006-01-1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댁에 좋은 조명 하나 놔드려야겠어요...총총...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 버전~)

mong 2006-01-1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어둑신하고 분위기 나는 걸로요
(속닥)

플레져 2006-01-13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너무 밝지 않은 걸로요.
(속닥2)

로드무비 2006-01-1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플레져님, 역시 조명 이야기로 흐르네요.ㅎㅎ

서연사랑 2006-01-13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그런 단어를 구사하시는 게 로드무비님만의 매력인데요?^^

2006-01-13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01-1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르기도 하시지. 이거 보관함에 담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사서 읽고 계시다니요.
쟁여놓은 책만 보실거라고 한 거, 역시 농담이었지요? ㅋㅋ

낮달 2006-01-1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둑신함'에 딱 어울리는 풍경은 김동리의 단편 <무녀도> 들머리의 묘사가 아닌가 싶은데, 역시 나는 다소 '음산함'의 의미로 그걸 받아들인 듯하네요. 다시 생각하면 도깨비들이 등장하는 옛말에 슬그머니 등장하는 일몰과 밤의 경계쯤에 해당하는 표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낭자하다는 표현은 습작시절에 '웃음소리가 낭자했다.' 정도로 써 보았는데, <(물건 따위가) 마구 흩어져 있어 어지럽다.>라는 정도의 뜻이라면 반드시 부정적인 뜻만은 아닌데, 왜 그게 '피'와의 조합으로만 기억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여간 이런 '택도 없는 얘기'를 해도 되는 이 방은 썩 마음에 듭니다그려.

비로그인 2006-01-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탱스투하고 꼭 구입하겠습니다.
제 기억에 변소가 무지 컸던거 같은데
변소에서 듣는 빗소리라
이건 좀 제겐..ㅎㅎ
아 김찌찌개 냄새 낭자한 집에 초대받고 싶어요..^^

로드무비 2006-01-1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다니자키 준이치로와 고운기 시인이 너무 잘 만났어요.
감탄하며 한 줄 한 줄 읽고 있습니다.
땡스투 잊지 마시고요.ㅎㅎ
(김치찌개 냄새 낭자한 집에 초대하죠, 뭐. 인심 쓰듯.^^)

낮달님, 일몰과 밤의 경계, 맞아요.
'웃음소리가 낭자했다'는 표현을 들으니 갑자기
최인훈의 '웃음소리'가 생각나네요.
호콩을 먹던 그레이구락부 멤버도 연이어......
웃음이 낭자하다면 냄새가 낭자한 것도 어쩌면 용납이 되지 않을까요?
(이 페이퍼 카테고리가 마음에 드신다는 거죠? 헤헤~)

블루님, 이 책 저 책 집적대고 있는 형편이라오.
님께 빌린 책 두어 권도 그 대상.
그런데 이제 찐득하니 독서하긴 다 틀린 것 같네요.
책 읽다보면 뭔 생각이 그리 몽글몽글 피어나는지
페이퍼 쓰고 싶어서 달려와 쓰다보면 그날의 독서 끝!^^

endo님, 저는 왜 사전 찾아볼 생각도 안했을까요?
약간의 감수성만 가지고 책을 읽으니 언제나 허덕입니다.ㅎㅎ
제가 '복도까지 낭자'라고 했잖아요.
그게 이런 연관성은 혹 없는지 몰라요.
'복도'를 '낭하'라고 불러보고 싶은데 그건 시인들이나 쓰는
멋진 단어라는 생각 때문에 두 개를 결합하여.ㅎㅎㅎ

속삭이신 님, 그럼 거기가 회사 주소인가요? 갸우뚱.
너무 빠른 재판 돌입 소식은 저도 의외였어요.^^

서연사랑님, 알라딘에만 오면 저는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이 됩니다. 하루종일 서재활동만 하고 싶어요.ㅎㅎ

2006-01-14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투정이라니!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무해한모리군 2006-01-1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글을 한번도 읽은적이 없는데 로드무비님 글을 보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문어체로 표현하다가 많이 혼납니다. 저에 비하면 얼마나 문학적이고 좋습니까.. ^^*

로드무비 2006-01-17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방동이님, 처음 뵙는 분이네요. 반갑습니다.
문어체로 말한다고 하시니 '경마장 가는 길'의 문성근이 떠오르는군요.
그리고 저 별로 문학적인 인간 아닙니다요.ㅎㅎ

로쟈 2006-01-2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구입한 책인데,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덕분에 생각이 났습니다. 어디에 두었는지(--;), 당장에 읽을 수 있는데...

로드무비 2006-01-25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까맣게 잊고 있던 읽을 만한 책 발견하면 무척 반갑죠?
공돈이 생긴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