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이 거의 없는 우리집.
시부모님이 시골로 내려가신 이후엔 정말 우리 식구들 외에는 거의 우리집을 들르는 사람이 없다. 가끔 놀러오던 옆집 언니네도 현준이와 그 집 아이가 다툰후 발길을 끊었고, 이제는 방문객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 벌써 여러해를 알고 지내는 언니가 놀러 온다고 했다. 매번 온다온다하면서 오지 않아서 오늘도 오려나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다른분과 함께 오신거다. 결국 그냥저냥 놀러 온것이 아니란 것이다. 평소 종교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이라 대충 짐작은 했는데 생각처럼 마음이 편하진 않다.
가끔 우리집 대문을 두드리는 종교단체분들, 그분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방문이 아닌가말이다.
처음엔 차를 대접했고, 점심때라 점심식사대접하고, 또 커피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같이 오신 분이 이런저런 성경말씀을 얘기하셨다. 뭐 이런저런 얘기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종교생활을 하지 말라고 권하지 않는것처럼 그들도 내게 종교생활을 하라고 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
기독교인들도 참 다양하다. 감리교, 장로교, 순복음교, 제칠일 안식일교 등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이단이라고 불리는 기타 여러개가 있다. 그들이 모두 자기들만 맞다고 말하면 난 왜 소름이 돋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정답을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성경처럼 어려운 책이 세상에 없을 거란 생각도 한다. 매우 비유적이고 어려운 말들도 뒤섞여 있는 걸 우리가 어찌 그리 해석을 잘 하겠는가 싶기 때문이다. 보통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성경말씀 내놓으며 이러니 저러니 말하는데 정말 이건 아니지 싶었지만 그놈의 정이 무언지 싫다는 거절의 표시를 제대로 하질 못했다.
다만, 영생이니 구원이니 하나님 나라니 하는 것들이 내겐 도통 먹히질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종교생활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 좋은 말씀따라 열심히 살아가며 선한 행동 보이고, 열심히 봉사하며 남을 도우며 산다는 건 참으로 좋은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선뜻 교회에 다녀야겠단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에 만족하고 현실에 기준을 두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의 사후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나의 영혼이 영원한 나라에 가야한다고 믿지도 않기 때문이다. 내가 죽고나서 어떻게 될지에 대한 관심이나 두려움보단 지금, 현재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내겐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종교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땐 또 나도 모르게 종교에 미쳐 열심히 종교활동하며 살지도 모르지란 생각도 한다. 그래도 그런건 자꾸 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언젠가 깨우침이 있으면 찾아가지 않겠는가 말이다.
오늘 온 언니 생각을 하면서 불현듯 생각난 분이 또 있다. 갑자기 우리 집에 놀러 온다던 또 다른 분, 그분은 물건을 팔려고 왔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나의 좁은 인간관계는 전도, 아니면 영업이구나. 참 우울하다. 날씨도 함께 우울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