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모임 명목으로 오전 10시에 만나 오후 3시40분쯤 헤어졌다.
말도 많이 하고 많은 이야기도 듣고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난 목요일 받아온 재미난 책들이 계속 나를 기다리고 그나마 가장 한가했던 화욜일을 이렇게 소비하고나니 허탈하다.
이기호의 <웬만해선~>은 11일 밤 늦은줄 모르고 한번 붙잡았다가 하도 재미있어 내리 읽고 잤다.
내가 요즘 애정하는 s, j, d님이 애정하는 필립 로스의 <죽어가는~>은 미모로운 j님이 선물해주셨고 워낙 칭찬이 자자하여 기대에 부풀어 뒤늦게 들어와 오후에 잠깐 집어들었는데 아이들 집에 오고 저녁 먹이고 이 일 저 일 하다보니 호흡이 끊겨 잠시 미뤄두었는데 이 야심한 밤에 읽기 딱 좋은 듯 하다.
그리고 s님의 책장개방으로 늘 좋은 책을 돌려보게 해주시는 덕분에 얻게 된 <당신이라는~>은 제목처럼 차분하고 조용하고 여유있을때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밤에 찬찬히 시 한편 읽고 자야겠다. 곱씹는 맛이 좋은 정영효시인의 <계속 열리는 믿음>... 이 시인이 쓰는 에세이는 어떤 느낌일까? 진중할까?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같은 톡 쏘는 탄산수같은 맛일까? 시인의 일상도 궁금하지만 시인의 생각이 쉽게 읽히는 에세이를 만나보고싶단 생각을 한다. 분명 기대해도 좋은 글이 나올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6-04-13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정하시는 d가 저라 믿으며....
제가 애정하는 필립 로스를 읽으시는 꿈섬님~
제가 애정합니다. ^^

꿈꾸는섬 2016-04-14 23:27   좋아요 0 | URL
ㅎㅎ단발머리님 눈치도 빠르셔라~~
필립 로스를 처음 읽는데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네요.
부지런하지 못해서 언제쯤 찾아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쉽진 않지만 매력있어요.^^
 

서촌 류가헌 갤러리에서 신현림시인과 함께하는 낭독의 밤에 다녀왔다.
4월, 어느새 따뜻해진 날씨에 류가헌 갤러리 마당에 모여 앉은 저녁 시간도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진한분홍 원피스에 연한분홍 양말을 신은 시인의 모습은 평소 알고 지내는 옆집 언니처럼 정겨웠다.
시를 읽기 전에 갤러리에 전시중인 사진들을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둘러 보았다. 작품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고 처음엔 시쿤둥한 모습이던 아이들은 어느새 사람들 틈을 헤집고 앞에 나가 있었다.
알라딘 문화초대석에서 1인 초대에 당첨되었는데 관계자분의 배려로 아이들도 함께 가게 되었고 정말 뜻깊고 의미있으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시인이 사진책도서관을 뒤로하고 우리를 향해 앉았고 시인을 향해 둘러 앉은 독자들은 시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시인의 면모에 다시한번 반하는 시간이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4-13 0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뜻깊은 봄밤 보내고 오셨네요.시도 류가헌도 섬님과 아이들도 넘 아름답습니다♡

꿈꾸는섬 2016-04-14 23:28   좋아요 0 | URL
ㅎㅎ뜻깊은 봄밤~^^
아름답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2016-04-13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인의 낭독을 듣고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고....
이런 특별한 경험을 어린 나이에 한 꿈섬님 두 자녀가 부러운데요~~

꿈꾸는섬 2016-04-14 23:29   좋아요 0 | URL
특별한 경험이 앞으로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hnine 2016-04-15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현림 시인의 시와 사진과 에세이를 예전부터 보고 읽어왔어요. 그녀의 어려웠던 지난 이야기가 기억나서 지금도 신현림 시인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봐도 마음이 짠 하네요.
꿈섬님 오랜만에 뵈오니 반가와요. 아이들도 많이 컸고요.
저 예쁜 꽃도 오래 눈길을 붙잡습니다.

꿈꾸는섬 2016-04-14 23:32   좋아요 0 | URL
나인님 정말 오랜만이죠.^^
아이들도 저도 많이 자랐어요.
신현림시인 정말 열심히 사시더라구요. 사진 작품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새책도 나온다고 하구요.
오랜만에 들러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감사해요.^^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문화초대석에서 신현림 시인과 함께하는 낭독의 밤, 이벤트에 당첨되어 류가헌갤러리에 다녀왔다. 서촌 류가헌갤러리는 사진전을 주로 하는 곳으로 한옥으로 되어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며 아이들 동반을 흔쾌히 허락해준 관계자 덕분에 아이 둘을 데리고 서울 나들이를 다녀오게 되었다.

4월, 어느새 따뜻해진 날씨에 류가헌갤러리 마당에 모여 앉은 저녁 시간도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진한분홍 원피스에 연한분홍 양말을 신은 시인의 모습은 평소 알고 지내는 옆집 언니의 모습처럼 정겨웠다.

시를 읽기 전에 갤러리에 전시중인 사진들을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둘러보았다. 그냥 무심히 볼 때와 다르게 작품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고 처음에는 시큰둥한 모습이던 아이들이 어느새 사람들 앞에 나가 설명과 그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마당을 향해 툇마루에 걸터앉거나 마당을 둘러싼 보조의자에 자리하고 앉았고 시인은 사진책 도서관을 뒤로하고 우리를 향해 앉았다. 시인을 향해 둘러앉은 독자들은 시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시인의 면모에 다시 반하는 시간이었다.

스무 명 남짓한 독자들과 시인의 만남은 오붓하게 느껴졌다. 봄밤에 어울리는 꽃도 한 송이씩 선물해주어서 기분이 한결 들뜨는 것 같았다.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에 실려 있는 시 중에서 네 편의 시를 낭독하였다. 처음엔 백석의 <선우사>를 가장 늦게 온 미모의 독자가 낭독하였다. 전기의 <매화초옥도> 그림을 함께 보며 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벗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소제목만으로 우리의 시낭독회를 여는 시로 맞춤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백석, <선우사>중) 눈처럼 피어난 매화꽃 풍경도 아름답지만 아직은 쌀쌀한 초봄, 하얗게 눈 덮인 산길을 헤치며 벗을 찾아가는 선비의 모습은 가슴 찡하도록 아름답다는 시인의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고형렬 시인의 <꽃의 통곡을 듣다>를 낭독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갔으니 눈에 쉽게 띄었고 시인은 아들에게 한번 읽어 보겠냐고 하셨지만 부끄러워하는 아들을 대신하여 엄마인 내가 낭독하기로 하였다. 대신 마당의 한가운데에 아들과 등을 지고 서서 낭독해달라고 부탁하셔서 그렇게 하였다. “꽃의 통곡을 듣다/ 밖에서 누가 부르니까 꽃이 피는 겁니까/ 누가 찾아왔다 간다 나를 찾아올 사람들은 죽었는데/ 주먹을 자기 얼굴 앞에 가만히 올리고/ 가운뎃손가락 마디로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한다/ 먼 곳이다 작년의 그루터기와 얼음을 밟고 오는/ 그 신의 증인들일까/ 나는 대답을 놓쳤다 안에 주인 분 아니 계십니까/ 혀는 있는데 언어가 없어 대답할 수 없었다/ 물은 고여 침묵한다/ 방문이 실례가 된 적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나는 오늘, 안에 있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었다/ 안에서 부름켜가 인간의 마음을 듣고 있었다/ 숨어 있는 것이 있다면 대답 않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꽃이 오는 길이 매우 춥고 그 시간은/ 우리가 태어나던 침묵의 흐름입니까/ 그럼 밖에서 누가 부르지 않아도 꽃은 피는 것입니까/ 하지만 가지에 저렇게 많은 꽃이 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 표시가 아니겠습니까/ 등 뒤에 그리고 뇌 속에/ 그들이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전문) 프랑스 초현실주의 화가 이브 탕기의 그림 <엄마, 아빠가 다쳤어요>와 함께 읽은 이 시는 “저렇게 많은 꽃이 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 표시”라는 구절에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세 번째로 낭독한 시는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현대의 기도>라는 시였다. 이 시의 거친 언어로 남성독자가 낭독하기로 하였는데 시인의 왜 혼자 왔냐는 질문에 남성독자는 시는 혼자일 때 더 감흥을 느낄 수 있다며 그 시간을 즐기러 왔다고 하였다. 뭉크의 <절규>와 함께 이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본주의 사회의 적나라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를 처음 접했던 스무 살 무렵의 충격이 지금은 많이 완화된 것을 느낀다는 시인의 말에 나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림이라 아이들도 아는 그림이라고 아는 척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신현림 시인의 <양말 한 마리> 시를 시인이 직접 낭독하였다. “당신이 선물 준 양말을 버릴 수가 없어/ 해진 곳을 기워 가니 비단길처럼 아름다워요/ 한 땀 한 땀 기울 때마다/ 돈황 가는 길목/ 명사산 모래소리가 흘러내려요/ (중략) / 가엾이 여기는 사랑 끝에서 날개가 자라고/ 우리는 서로 버리지 못할 양말이 되어/ 붉은 저녁 하늘을 맘껏 날으며 흘러내려요” 어긋나고 합쳐지는 사랑의 속성을 표현한 이 시는 시인이 정말 양말을 기우며 쓴 시라고 하였다. “서로를 가엾이 여기는 연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한 때”라고 말하는 시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를 읽는 밤은 깊어가고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우리는 어느 누구 하나 쉽게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낭독회가 끝나고 준비해간 책에 시인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시인과 포옹하고 사진까지 찍었다. 아이들은 처음 경험하는 광경이 낯설기도 하였겠지만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 그 흥분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혼자 즐기는 것도 좋았겠지만 엄마가 가는 곳을 구경하고 싶어 하던 아이들과의 동행은 더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아이들이 처음 가본 한옥갤러리, 사진전 그리고 시인과 함께하는 낭독회의 추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오롯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가에 나가 새순 돋은 나무
아래에서 커피를 마셨다.
오랜만에 여유,
내일부터는 또 바쁘겠지만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4-0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날을
돗자리 깔고 싶은 날이라면 되겠죠^^

꿈꾸는섬 2016-04-06 04:21   좋아요 0 | URL
ㅎㅎ돗자리~♡

수이 2016-04-0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돗자리는 부암동에~~~

꿈꾸는섬 2016-04-06 04:22   좋아요 0 | URL
부암동 최고!

순오기 2016-04-06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돋아나는 새순이 너무 예쁘죠? 부드럽기는 또 얼마나 보드라운지...만져보세요!♥

꿈꾸는섬 2016-04-06 04:24   좋아요 0 | URL
ㅎㅎ너무 예뻐서 살짝 만져봤어요. 어쩜 그리 보드랍고 예쁜지...요새 나오는 어린 잎싹들이 제일 예쁜것 같아요.

2016-04-06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4-0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2016-04-07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4-08 04:2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정신없이 한 주가 지나가고 있어요. 반짝이는 새순처럼 아름다운 날들 되세요.

서니데이 2016-04-08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오늘도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신현림 시인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낭독의 밤 문화초대석에 당첨되었다.
사진전을 주로한다는 류가헌갤러리 7시30분, 초행길이라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평소 좋아하던 시인을 만난다는 설레임 가득한 전날이다.
이벤트 당첨 소식을 전하자 남편은 또 나가냐며 싫은 내색을 했다. 그래도 꿋꿋이 다녀올 생각이다.
아들은 자기도 데려가면 안되냐고 묻는다. 엄마가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 무척 궁금하단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문의해보니 흔쾌히 데려와도 좋다고 했다. 그 덕에 아무 생각없던 딸까지 데려가게 되었다. 애들에겐 좋은 경험의 시간이 될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려고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올 1월에는 박완서 작가 추모 낭독회도 함께 다녀왔었고 작년에는 두근 두근 내 인생 낭독공연도 함께 다녀왔었다. 그때마다 아이들도 즐거워했고 만족해했었다. 그동안 엄마가 다니는 곳이 어떤 곳이 궁금했는데 그게 해소되었다고 했다.
아들은 요새 시인들은 어떻게 생겼을까를 궁금해 한다.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은 시인을 아들은 어떻게 느끼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장소 또한 류가헌갤러리라니 조금 일찍가서 둘러봐야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6-04-0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는 멋진 엄마~꿈섬님을 응원합니다!♥

꿈꾸는섬 2016-04-06 04:1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요새 숲이 참 예쁘겠어요. 연두빛 잎싹들이 반짝거려요.^^

2016-04-06 0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6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6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시간 보내시고, 후기 기대할게요~♥

꿈꾸는섬 2016-04-06 07:13   좋아요 0 | URL
ㅎㅎ굿모닝~쑥님~^^
좋은 시간은 보낼텐데 후기에 대한 기대는 ㅎㅎ 그저 웃지요.

2016-04-06 0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4-06 07:23   좋아요 0 | URL
ㅎㅎ네~^^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