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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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내가 일본소설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름만 들어보고 실제 책을 읽은 적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예가 바로 히라노게이치로가 아닐까 싶다. <일식>이라는 그 유명한 책과 <달과 게>등 그의 책 몇권을 사서 쟁여 놓고만 있으면서 제대로 그의 책을 읽은적이 없다. 이름만 듣고 그냥 무조건 사재끼기 신공을 발휘하는 사람이 나란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기회에 그의 단편을 먼저 읽게 됐다. 그리고 와~ 나는 왜 그가 이리도 유명한지 알게 된 느낌이랄까. 뒤늦게 만났지만 나랑 잘 맞아서 아주 오케이 오케이 였던 작가.



<후지산>을 타이틀로 한 총 5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소개글에서는 4편이라고 하는데 한편이 거의 네 다섯장 짜리 짧은 분량이라 그 부분의 단편은 안쳐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 소설도 아주 소소하면서도 뭔가 강한 메세지를 주는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일단 <후지산>이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은 만남의 앱에서 신랑감을 찾아 자신과 매칭시키고 무조건 이 남자랑 결혼하면 잘 살것인가 못 살것인가만을 생각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여러남자를 만났지만 결국 쓰야마 라는 남자와 그럭저럭 만남을 이어오고 있었고 코로나 기간이라 자주 보지 못하던 차에 소강상태인 코로나로 집합이 풀려 둘이 여행을 가기로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행중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자리는 이미 만석이지만 겨우 찾아 여행을 하게 된 그녀는 우연히 상대차로에 서 있던 기차에서 도움을 청하는 수 신호를 보내는 여자아이를 보게된다. 그리고 그녀는 앞뒤 생각치 않고 그 아이를 구하려 뛰어가고...... 과연 그 둘의 사이는 어찌 되는 것일까?

그녀가 만약 그 아이를 구하러 뛰어가지 않았다면??? 아니, 둘이 같이 내렸다면? 참 인생 일은 한치 앞을 모를 일이다.

그외에도 <이부키>는 우연히 아이 픽업을 너무 일찍 가는 바람에 시간이 남았고, 핑수집을 가려했으나 웨이팅이 어마어마해서 결국 찾게된 맥도날드. 거기서 과거 대학시절을 추억하기도 하다가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여자둘의 대화를 듣게 된다. 내시경으로 우연히 용종을 떼어냈다는 이야기, 얼른 검사를 해보라는 이야기, 그래서 이부키 또한 자신 역시 제대로 된 내시경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내시경을 예약하게 되고 위험할 뻔한 상황을 재빨리 찾아 떼어냈다. 근데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 일이 시작이었다. 만약 이부키가 빙수가게에서 웨이팅을 했더라면? 아니, 그전에 아이 픽업을 빨리 가지 않았었다면? 그리고 맥도날드에서 그녀들의 대화를 듣지 않았었더라면 이부키의 삶은 어찌 됐을까? 게다가 마지막 반전은 뭣이란 말인가. 크 ~ 대단하다.

그리고 나머지들 역시 사형을 받고 싶다고 하는 우울한 가정사를 가진 주인공. 스스로 거울 대화를 하며 무고한 시민을 죽이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고, 만약 이랬더라면 이라는 if를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 역시도 <스트레스 릴레이> 특이한 제목의 이야기였다. 가벼운 것 같지만 정말 생각거리 많은 이야기. 각자 가진 스트레스가 옮겨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과연 그 스트레스는 소멸 될 것인가? 아니면 점점 더 폭탄을 안고 바이러스로 퍼져 나갈것인가!



단편임에도 히라노 게이치로 만의 매력이 너무 한가득이라 책을 읽으면서도 너무 기뻤던 책이다. 아마 그의 글을 처음 만났는데 엄청 골치아픈 이야기만 쓰는 작가로 오해를 했었던 건 아닌가... 내가 편견을 가져 아무래도 어려운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때문에 이런 단편속에서 찾은 그의 매력에 더더욱 푹 빠진게 아닌가 싶다.

가벼운 이야기는 가벼운 이야기대로 생각거리를 주고, 깊이있고 진중한 이야기는 더 깊은 성찰과 고민을 던져준다. 그러고보면 우리의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인것을.... 사소한 점심 메뉴 하나 정하는 것마져 선택이 아니련가. 거기에서 파생되는 나의 인생의 쌓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여주므로 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힘을 던져주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가벼이 스치고 지나가는 무수한 사건과 무수한 행동들, 무수한 단어들 속에서 인생이 시시각각 색깔을 띄고 변해 가는 것이 다채롭고 재미있다. 그리고 또 역시나 나를 돌아보게도 한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매력은 일단 이 단편하나만으로도 벌써 느껴지는 구나. 집에 있는 그의 책들을 얼른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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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받아치는 기술 - 무례한 말로 선 넘는 상대에게 보내는 통쾌한 스톱 사인!, 개정판
이오타 다쓰나리 지음, 서수지 옮김, 주노 그림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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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째 말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문제는 말 잘하기도 그렇치만, 이상하게 싸울때 겁나 멋지게 말해서 상대를 한방에 K.O 시켜 버리고 싶은 이상한 쪽으로 관심이 가게 된다. 좀 고급진 어휘로 상대방이 반박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게 아니라 다다다다다 막힘없이 떠들어서 상대를 제압하고 싶은 희한한 마음. 파이터가 되겠다는 건가? 나 스스로도 요새 감을 좀 못 잡겠는데 이상하게 그런쪽으로 관심을 가지다 보니 "말하기", "말", "강의" 뭐 이런 단어들에 꽂혀서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의 나라면 이런 쪽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텐데, 그냥 뭔가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감정이 상했을지라도 이후에 '아, 나 그때 이 말 할껄.' 하는 정도의 후회정도였다. 근데 요즘은 그 후회가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이 나이들어가는 사람의 고약한 심보인건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겠다. 좋은말로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욱욱하는 스타일의 대화에 더 관심을 가지다니..... 결국 이 책도 읽으면서 스스로 다스리지는 못했지만 고나마 내가 가지지 못한 기술이나 익혀보자며 들었다.



늘 사람들은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대화를 이어나가지만 간혹은 상대방이 뱉어내는 말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지금의 나야 회사에서는 상사들에게 겁없이 덤벼대지만 집에서는 또 그렇치는 못한다. 그냥 대충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냥 가정의 평화 정도로 해두자.) 어쨌거나 이책은 여러종류의 사람들과의 대화에 대해 되받아 치는 기술을 전수(?) 하고 있지만 역시 주로 회사에서의 대화가 많았던 거 같다. 내가 잘 났어서 자신의 과거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상사가 하는 말을 곤혹스러워하며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줘야 하는 처지. 아, 나도 알지.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도 늘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으시며 혼자 허허허 하며 본인이 좋아하는 그런 경우. 정말 힘들다. 나는 더 듣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자꾸만 자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얘기를 늘어놓으시는 분들, 그리고 전혀 알고 싶지 않은 본인의 사생활을 얘기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상사분들. 진짜 괴롭다. 그런경우 되받아 치는 기술이랄지, 혹은 내가 또 그 반대가 되어 정곡으로 다다다다 거리는 사람일 경우가 있는데, 그런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등등, 내가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가해자(?)인 경우도 있는 예시들이 있어서 스스로 좀 돌아보면서 이 책을 읽었던 거 같다. 그리고 분명 어떤 부분에선 이 책에서 말하는 방법이 유효할 거 같긴 했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그리 쉽게 끝나지 않을 거 같은 느낌도 드는 부분들도 분명 존재했다.



이 책에서처럼 예상한 대로 다 그리 이야기가 끝나 피곤함을 덜 느끼게 되거나, 앞으로 괴롭힘을 받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대화라는 것이 또 우리가 예상하는 바 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치 않은 경우도 많기에 적절하게 참고만 하면서 사람에 따라 스스로 상대해 나가면 좋을 듯 하다. 물론 예시로써 좋은 방법들은 써 먹으면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말이지.

요즘 상사와의 대화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가져가니 상사의 말에 되받아치려는 기술을 익히려고 그러냐며 주위 사람들이 묻는다. 아니, 그건 아니란 말이오~~~ 그냥 인간관계의 평화를 바랄뿐.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도 서로간의 대화에서 피곤해 하지 말자는 그런거 아닐까나. 완전히 되받아치기는 어려워도 적당한 되받아치기로 사회생활에서 살아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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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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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일본이름 잘 안 안외워지는 거 실화? 하긴 요즘은 사람이름이 도통 기억이 안나서 책 읽고도 돌아서면 까먹는게 다반사이긴 한데 "가타기리"가 잘 안외워져서 "기타가리"로 막 혼자 헷갈려하고 그랬네.

제목보고, 띠지보니 아, 또 그 흔하디 흔한 힐링인겨?

막 이럼서 지겹지만(?) 웬 내용을 다뤘나, 힐링이래도 각자 내용이 있으니 심심풀이용으로 읽는건 괜찮겠지 싶어서 들었는데, 오~ 생각보다 진도 잘나가, 오~ 생각보다 글맛이 나쁘지 않아. 오~ 힐링인데 또 힐링? 하며 지겹지 않네.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니까 가타기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주류점 배달일을 하는데 어찌하다보니 아버지때부터 술 뿐만 아니라 다른 배달일도 하게 돼 있어서 사람들이 어찌어찌 알고 특이한 걸 맡기러 많이온다. 손자에게 거북이를 배달해 달라는 단골손님(다른곳에선 생물이라 안된다고 했단다.) 본인이 가도 되지만 며느리랑 사이가 그렇고 그래서 특히나 또 그런걸 괜히 보냈다고 투덜대는 며느리다 보니 가타기리에게 배달일을 부탁한다. 그리고 자기 최애 아이돌에게 케이크 배달을 해달라는 의뢰인. 이거 진짜 쉽지 않은데..ㅋㅋㅋ 아이돌 경호원들이 얼마나 철저한데, 매니저들도 마찬가지고... 근데 또 가타기리는 해낸다. 물론 그 일을 해낼때는 보름정도 알바를 한 마루카와가 고생 좀 했지만......

그외에도 신혼때 산 도자기를 그 신혼 여행지 바닷가에 가서 버려달라거나, 어린 아이가 주소도 모르는 엄마에게 우주선인지 전철인지 자신이 만든 이쁜 쓰레기(?!)를 배달해 달라고 하거나, 자신을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과장에게 "악의"를 배달해 달라는 사람들 까지..... 정말 각양각색이다.

근데 법에 저촉되지 않는선에서 가타기리는 해준다. 물론 의뢰비와 들어간 실비까지 꼭꼭 받아내면서....

제일 특이했던건 역시 "악의"를 배달해 달라는 의뢰가 아니었을까? 이걸 이렇게 들어준다고? 혼자 막 킥킥거리면서도 놀래기도 했었네.

그외에도 가장 마음아프다고 해야할지... 본인이 20살이 되면 배달해달라고 했던 7년전의 편지 사연도 나름 감동이 있었고... 각자 다들 사연이 있었다. 하긴 그런 사연들이 있으니 힐링소설로 나온것이겠다만..

내가 이 책이 요즘 흔하디 흔한 힐링인데도 좋아했던건 글맛도 글맛이지만 가타기리 본인 자체의 아픔이 같이 섞여있어서 괜찮게 봤던 거 같다. 보통 보면 늘 뭔가를 해결해 주는 사람들은 전지전응할정도로 능력이 하늘을 찔러서 뭐든 쉽게 쉽게 해결해 줬거든. 근데, 가타기리는 그런 사람은 아니고 그냥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었고, 본인의 아픔 돌보는 것도 힘겨운 사람이었다는 거다. 그럼에도 본인이 살기위해서 이 일을 시작했고, 그러므로 살아가는 그 자체가 좋아보였던 거 같다. 내 기준에서는.....



이 책 후속작은 안 나왔나? 나쁘지 않는데... 가타기리 본인 이야기가 어느정도 해결되는 듯한 느낌으로 끝맺어서 후속작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또다른 이야기들로 나와도 괜찮겠지 싶은 느낌도 든다. 요즘처럼 힐링소설이 범람하는데 이런 힐링소설이 자취를 감춰 되겠는가. 같이 동참하며 성공해 나가야지.ㅡ.ㅡ;;;

그나저나 장아찌를 너무 먹어대는 후지야 아주머니였던가... 그 분 너무 장아찌 드시는거 같은데 ㅋㅋ 특이한 캐릭터야. 간만에 힐링소설치고는 잼나게 읽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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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동기담 - 일본 화류소설의 정수
나가이 가후 지음, 박현석 옮김 / 문예춘추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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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참... 기담인데 괴담하고 헷갈렸나 보다. 계속 제목보면서도 나는 왜 괴담을 생각했던 걸까. 그래서 이 책을 들기전까지만해도 뭔가 으스스한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던 바보 같은 독자 같으니라고....

심지어 이 책 표지는 내 스타일도 아닌데 맘에 들었었나 보다. 이 책을 무려 두권이나 샀었던 걸 모르고 한권을 처분했더랬다. (근데 그 한권을 어딨다 처분했지? 기억이 안나네.)

어쨌거나 같은 책 두권 사기 신공을 이 책에도 발휘했는데 요즘 숙제책에 빠져서 내 책 읽기를 좀 게을리 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방서 자꾸만 이 책이 눈에 들어오네. 얇기도 얇고, 다음 숙제책 오기전까지 가벼이 읽겠다 싶어 들었는데 가벼이는 쥐뿔, 소뿔, 개뿔. 읽으면서 몇번을 졸았고, 읽으면서 나 지금 뭐 읽는거지? 를 몇번 생각했고, 다 읽고서도 나 뭐읽은 거임? 했다. 요즘 책에 대한 이해력이 딸리는 건지 이 책도 다 읽고 나서도 아.. 뭘 모르겠다. 이러고 있다.



일본 작가가 1800년대에서 1930년대까지 살았던.. 2세기를 살았던 사람이구만.. 그만큼 오래된 작가인지, 책인지 몰랐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활동사진이라는 오래오래 된 단어들도 나오고, 일본의 태평양 전쟁 시기가 나오고.. 암튼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시절의 사람이었다. (이 책에 그런 얘기는 안나오긴 한다만...)

부제가 '일본 화류문화의 정수' 다. 화류문화, 화류계 이야기였어. ㅠㅠ 내가 기담을 괴담으로 착각하긴 했어도 이런 극과 극이 있나.

우연히 비오는 날 마주치게 된 화류계 여인과 문학계에서 나름 이름 있는 작가와의 만남이 소소하게 그려져 있다.

그런 우연으로 그녀의 집에 수시로 드나들며 그녀의 삶을 보기도 하고 자신이 쓴 소설이 액자식 구성으로 이 책에 수록돼 있기도 하다. 그가 쓰는 글은 "실종"으로 자식과 아내만 계속 돌보던 가장이 어느날 퇴직금을 받고 사라지는 이야기를 쓰는 주인공. 하지만 아직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

경찰들의 단속에 이 골목을 지나기만 해도 간혹 검문에 걸리기도 하고, 그녀를 돌보는 주인과 마주치기도 하고, 그녀의 무료한 삶을 따라가기도 하는 이야기인데, 화류계 이야기임에도 뭔가 야하거나 암튼 직접적인 표현은 하나도 없다. 그저 그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과 그녀의 가벼운 대화를 담담히 적고 있기도 하다.



그 시절 돈을 위해 몸을 내 주었던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고, 시대상을 반영한 이야기 일 수도 있고...

하지만 읽는 내내 분위기는 약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잔잔한 풍이라, 화류계의 이야기라고는 딱히 인식되지 않는 그런 분위기다.

결국 그둘의 만남은 어느순간 그가 스스로 작별을 고하며 끝나는데, 이게 또 후반으로 갈수록 작가의 에세이 같은 느낌도 드는것이.......

일본에서는 문학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또 읽고나서 모호하고 재미가 딱히 없어서 그저그랬네. 아, 제발 기담, 괴담 제목 좀 헷갈려서 재밌을 줄 알았던 이야기로 오해나 하지말자. 사실 화류계 쪽 이야기라 뭐라 적기도 애매하다. 전체적으로 그저 잔잔해서 꽤 많이 졸았던 기억만 있었던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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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ANGST
김인숙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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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쌔끈하니 이쁘다. 개인적으로 표지족한테는 이런 표지면 그냥 반한다. 물론 내가 표지에 반하는 기준은 일률적이지 않다. 어떤건 이뻐서, 어떤건 귀여워서, 어떤건 와닿아서... 그러니 내가 표지에 반하거나 꽂히는 기준은 내 맘대로 인 거다. 여튼 이 책 표지는 나를 유혹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책 소개글도 맘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소설을 그리 즐겨읽지 않는 사람으로서 뭔가 신비스럽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자작나무 숲에서의 이야기 라는 기대감이 좀 있었던 거 같다. 호러를 기대하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미스테리하면서 스릴러가 기대되는 맛은 있었다. 그리고 처음 시작은 그러했다. 누군가 시체 두구를 차에 싣고 가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니 오오오오~ 하게 되는거다. 시작이 좋다 시작이.



어느날 곡교라는 시골의 쓰레기집인 산1번지에서 할머니가 깔려 숨졌다는 소식이 유튜브로 생방송 되고 경찰들이 출동하자 한때는 구청에서 이곳을 담당했던 정보하도 달려온다. 처음은 정보하의 시선이 좀 담겨있긴 했었다.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모으기만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할머니. 엄청난 대저택을 온통 쓰레기로 채우고 치워도 한순간 다시 채워버리고 그걸 또 묵인하는 곡교의 사람들. 왠지 할머니를 묵인해 주는 듯한, 인정해 주는 듯한 사람들.

그 산1번지에는 무수한 사연과 알 수 없는 실종들, 그리고 쓰레기더미에 깔린 할머니의 죽음까지 온갖 이상한 일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갑작스레 사라진 할머니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아들이 사고쳐서 15살에 아이를 낳은 며느리인듯 며느리 아닌 모유리의 엄마까지. 이 모든 사람들의 삶이 묘한 그 집안에서 풍기는 의문을 더 가중시키는 계기를 일으킨다. 원래 일본인 갑부가 살다가 급하게 도망가며 장애가 있는 딸만 두고 가서 그 딸의 원혼이 떠돈다는 "귀신들린 집"이라는 소문과 그들이 남기고 간 돈이 마당에 독으로 숨겨져 있어서 퍼 나른다는 소문등등. 해괴하면서도 부러움이 섞인 산 1번지.

그런 부자 며느리인 할머니는 왜 쓰레기를 모아 온 집안을 뒤덮을 수 밖에 없었을까? 과연 그 집안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넘쳐나오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런 집의 손녀 모유리는 어떤 비밀을 알고 살아가는 것일까.

특히나 재개발과 맞물리며 유일한 상속녀가 되는 모유리에 대한 시선은 처음엔 "그 이상한 애"에서 "로또 맞은 애"로 애칭이 바뀌기까지 한다. 할머니의 죽음속에서 신원불상의 사람이 발견되고, 사람의 뼈가 나무밑에서 발견되며 뭔가 미스테리한 일들이 터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 계속된다.



결국 마지막으로 치달아 갈 수록 하나씩 밝혀지는 산1번지의 대저택 이야기는 저장강박의 할머니의 삶과 모유리의 삶에서 이야기들이 좀 복잡하게 얽히는 기분이다. 뭔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게 아니라 뒷처리가 명확하지 않은 희미한 안개를 남기는 느낌?

초반의 미스테리를 기점으로 호기심을 치닫다가 마지막 안개를 이해 못한 나는 책을 다 덮고도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책에 대한 해설을 읽어도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도 내가 그냥 안개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듯한 기분. 개인적으로 이런 모호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더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속에서 뭔가를 파헤쳐내야 하는데 그 부분을 실패한 기분이다. 이 책 말미 형사가 사건인지 사고인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듯 나 역시도 확실함을 즐기는 터라 안개를 걷지 못하고 책읽기를 마치고 말았다. 어쩔수 없지. 안개가 걷히지 않으면 걷히지 않은 그 나름으로 두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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