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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비
아사다 지로 지음, 김미란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o 성야(聖夜)의 초상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여 남편은 치사코에게 오모테산도에 나가 사진을 찍자고 한다. 남편의 유일한 취미라고는 카메라였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어느 순간 사업을 물려 받아 건실하게 성장시켰고, 치사코와 아이들에게도 충실했다. 하지만 치사코는 그런 남편을 사랑할 수가 없었다.
치사코는 더 이상 남편을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오노 준이치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편은 다른 사람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는 치사코의 말을 듣고도 괜찮다고 했다. 치사코는 남편과 만난 시점이 그 사람의 아이를 지운 직후라고도 털어 놓는다. 한결같이 자기만을 쳐다보는 바보같은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나쁜 여자인지 폭로하고 싶은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남편은 상처받는 짐승처럼 낮게 신음하면서도 자신과 상의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건부로라도 자신을 사랑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말한다.
근엄 강직한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치사코는 이십 년 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오노 준이치로를 만났다. 둘은 서로 사랑했고 함께 살았다. 돈이나 미래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덜컥 아이가 생겼다. 아버지가 노발대발하며 파리에 쫓아와 오노 준이치로를 다그쳤다.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따져 묻는 아버지의 서슬에 오노 준이치로는 변변한 대답도 못하고 우물거렸고, 이에 실망한 아버지는 헤어지라고 명령한다. 다음 날 히사코는 오노 준이치로가 늘 이젤을 세워두던 자리에 그를 만나러 갔지만 그는 없었고, 그의 친구가 히사코의 초상화를 전해주며 준이치로의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돌아 온 히사코는 아이를 지우고 함부로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결혼한다. 하지만 그 후로도 히사코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오노 준이치로가 남아 있었다.
히사코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남편은 아내에게 초상화를 하나 새로 그리라고 말한다. 히사코는 노변에 이젤을 세워둔 화가들을 가늠해보다가 한 사람을 지목하여 초상화를 부탁한다. 화가는 히사코를 몇 번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나름대로 그림을 그려 나간다. 잠시 후 남편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돌아온다.
화가가 건낸 그림 속에는 이십대의 히사코가 그려져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날, 성야(聖夜). 남편은 화가에게 자신의 아내 히사코와 저녁을 함께 먹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한다. 화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지난 이십 년 동안 늘 그녀와 밤마다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한다. 이천엔을 건내며 히사코가 말했다. "메르시 보쿠, 무슈" 고마워요, "즈 부 장 프리, 마담" 천만에요.
준이치로가 "아듀, 사요나라" 라고 말하고 떠나자 히사코는 이제야 오노 준이치로와의 이야기가 끝났다고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 남편을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o 달빛 방울
콤비나트에서 짐꾼으로 하는 마흔 셋의 다츠오는 게딱지 같은 집에서 살았다. 어머니가 오래 앓아 병치레를 하느라 돈을 모으지 못했고, 돌아가셨을 때에는 빚을 갚고 나니 묘자리를 살 수가 없었다. 성실하게 일을 했지만 요령이 없어 여자를 꼬시지 못했고 그날 그날을 살아갈 뿐이었다.
어느 날 술에 취해 돌아오던 길에 우연히 남자와 여자가 다투는 것을 목격한다. 벤츠에서 내린 둘이 잠시 티격태격하더니 앗 하는 사이에 남자가 여자의 따귀를 때렸고, 남자는 열린 창문으로 돈 뭉치를 집어던지며 떠나버린다. 여자는 다츠오가 보기에 너무나 미인이었다. 돈이 차도에 휘날리자 다츠오는 돈을 집어들어 모은 후에 아가씨에게 건낸다. 여자는 필요 없다며 가지라고 말하지만 다츠오는 그럴 수 없다며 사양한다. 여자가 무언가를 밟아 다리를 다쳤고 택시도 다니지 않는 길이었기 때문에 다츠오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간다.
다음 날 다츠오는 동료들에게 여자 이야기를 한다. 동료들은 여자를 어떻게 했는지만 궁금해했으므로 다츠오는 그녀와 나눈 정사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그것은 동료들을 재미있게 해주기 위한 거짓말이었을 뿐, 다츠오는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재워주었을 뿐 몸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한편 리에는 다음 날 일어나 게딱지 같은 집을 신기해하며 둘러본다. 남자 혼자 사는 방은 온통 어질러져 있었다. 리에는 부자인 남자를 꼬드겨 결국 이혼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남자가 이혼한 후에는 실증이 나고 말았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는 남자의 습성도 싫었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남자가 불같이 화를 내며 따귀를 때리고 돈을 집어 던지며 머리가 식으면 다시 찾아오라고 말한 것이었다. 딱히 갈 곳도 없던 리에는 방을 치우고 꽃도 꺾어다 꽂아 놓는다.
술을 먹도 들어온 다츠오는 집에 불이 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리에는 집을 깨끗히 치워 놓고 다츠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리에는 다츠오에게 남자와의 일들을 언뜻 언뜻 들려준다. 그리고 지금 자기 뱃속에는 아이가 들어있고, 그 아이를 지우러 병원에 갈 때 다츠오가 보호자로 같이 가서 사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날 밤 리에는 다츠오에게 안아달라고 말하지만 다츠오는 그럴 수는 없다며 리에를 껴안기만 하고 잔다. 리에는 따뜻함을 느낀다.
다음 날 다츠오는 가불을 해서 백화점에 간다. 그 남자가 사주었다는 리에의 시계와 같은 걸 사주면 리에와 결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계는 다츠오가 가불해간 돈으로도 턱없이 모자랐다. 겨우 싸구려 시계를 사가지고 돌아온 다츠오는 리에에게 아이를 낳아달라고 말한다. 리에가 불같이 화를 내며 모욕적인 말을 내뱉고 시계를 내던진다. 다츠오가 일어나 어머니의 유골 상자를 집어들고 밖으로 나간다. 어머니와 바다를 보러 간다고 말했다. 한참을 울던 리에가 일어나 남자의 뒤를 따른다.
o 류리(琉璃)에 대한 추억
자수성가한 구레바야시가 사보의 화보에 '귀향'이라는 기획을 제안한다. 고향 북경을 찾아가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도 잘 몰랐다. 구레바야시와 함께 동행한 카메라맨 니시오카는 전쟁터를 누비며 사진을 찍어온 베테랑 사진작가였다.
원래는 비서 미즈노 야스코도 함께 동행하기로 한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 직전 미즈노가 더 이상 구레바야시와의 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내가 있는 구레바야시를 계속 사랑하는 것이 괴롭다면서 니시오카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니시오카와 미즈노는 둘 다 불행하게 자랐고, 그런 공통 분모가 둘을 친근하게 만들어준 모양이었다. 그런 이유로 니시오카만 데리고 여행을 온 것이다.
북경에 관한 기억은 거의 없었는데 고향 부근에서 노인 한 명이 구레바야시를 보고 홍따런이라고 했다. 구레바야시(紅林)는 중국말로 홍린이고, 홍따런은 紅大人 이었다. 하지만 구레바야시는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없었다. 얼마 후 또 다른 노인이 구레바야시를 보고 홍따런이라 외치며 중국말을 했다. 잘 돌아왔다는 말이었다. 구레바야시는 자신이 중국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나오면서 꼭 쥐고 나온 총탄 하나와 여동생 류리코에 대한 기억이 하나 하나 돌아오기 시작한다.
노인은 아마도 구레바야시를 그의 아버지와 착각한 것 같았다. 구레바야시는 샤오홍(小紅)이라 불렸다. 상인으로 기억하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조금씩 떠올랐다. 아버지는 상인이 아니라 군인이었던 것 같다. 전쟁이 나자 아버지는 말을 타고 구레바야시 앞에 나타나 전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좋냐는 구레바야시에게 아버지는 너도 남자니까 그런 것은 스스로 정하라며 총알을 하나 빗속에서 던진다. 동생 류리코를 업고 일본으로 향한다. 중도에 동생이 죽었지만 구레바야시는 동생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거라고 생각했다. 팔로군 병사가 구레바야시에게 다가와 죽은 사람은 잊어버리라며 만두를 먹고 살아남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야기 한다. "왕러, 왕러, 왕이치에러. 왕더이콩얼진" 전부 잊어버려라, 전부, 전부.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구레바야시는 살기 위해 중국에서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려 했고, 실제로 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그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해 낸다.
구레바야시는 니시오카에게 미즈노와의 일을 이야기하며 사과한다. 니시오카는 구레바야시가 미즈노를 사랑했었는지 묻는다. 사랑했었다고 구레바야시가 대답하자 그걸로 됐다고 말한다.
o 은빛 비
신문보급소에서 일하다가 수금한 돈이 틀리자 가즈야는 보급소를 뛰쳐 나온다. 아무도 가즈야가 횡령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또 틀리면 곤란하니까 잔소리를 한 정도였다. 하지만 가즈야는 자격지심에 뛰쳐나오고 만 것이다. 무작정 도쿄로 올라가려고 역에 갔다가 기쿠에를 만난다. 기쿠에는 엄마가 물장사를 하던 때에 알게 된 여급이었는데 가즈에보다 두어 살 위였다. 그날부터 기쿠에의 집에 들어간 가즈야는 그녀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기쿠에는 가즈야를 학교에 계속 다니게하고 싶었지만 기쿠에도 방법은 잘 몰랐다. 그래서 낮에는 학교에 나가게 하고 밤에는 야쿠자들이 운영하는 도박장에 심부름꾼으로 일하게 주선해주었다.
어느 날 마사 형님이 낯선 사내를 데려온다. 그 사내의 이름은 이와이, 야쿠자들끼리 전쟁이 일어나자 사람을 몇이나 죽였다고 했다. 그런데 경찰이 개입하여 전쟁이 끝나자 도주길에 오른 것이다. 마사 형님은 이와이에게 굽신굽신하며 기쿠에를 계집으로 삼아 그녀의 집에서 편히 지내라고 했다. 그리고 가즈야를 심부름꾼으로 쓰도록 권한다.
가즈야는 이와이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이와이를 끝까지 도피시켜줄 목적이었다면 자신과 같은 똘마니를 시중꾼으로 배치시켰을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와이와 외출하던 날, 그가 싸구려 지포 라이터를 산다. 까르띠에 라이터는 자신과 같은 촌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가즈야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기쿠에를 안고 난 후에 가즈야가 기쿠에의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그후로 이와이는 기쿠에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며칠 후 마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곧 경찰이 들이닥칠테니 기쿠에와 조용히 집밖으로 나가라는 전갈이었다. 가즈야는 이와이에게 피신하라고 말하지만 이와이는 조용히 권총을 집어들어 자살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한 알 뿐인 총알은 기쿠에가 빼두었기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
경찰 앞에서 가즈야와 기쿠에를 위해 하지 않은 일도 모두 했다고 시인한 이와이가 면회 가겠다는 가즈야에게 그저 재수없는 비를 맞았을 뿐이라 생각하라고 말한다.
가즈야는 신문 보급소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기쿠에에게 가끔 찾아가도 좋냐고 묻는다. 기쿠에 역시 재수없는 비를 맞았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한다. 가즈야는 전보다 기쿠짱이 더 좋아졌다고 말하려 했지만 소리가 되어 나오지는 않는다.
o 꽃과 밤
유부남과 오년 째 연애하고 있는 사와무라 마치코는 생일 날 남자가 아이가 열이 난다며 약속을 취소하자 비참한 심경이 되어 술을 마시고 전철을 탄다. 전철에서 흐느끼던 끝에 잠이 든 마치코는 내려야 할 역을 훨씬 지나 야마나시까지 가고 만다. 막차는 끊겼고, 택시는 다니지 않았다.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다카기 요시오, 별볼일 없는 영업사원이었지만 유미라는 이름의 사내 톱 디자이너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얼마 앞둔 어느 날, 유미가 부장과 불륜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는데 다카기와의 관계를 알고 질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출세에 지장이 생길 것 같으니 이만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말하며 떠난다.
둘은 자신의 비참한 처지가 부끄러웠기 때문에 애인이 있는 척 하거나 결혼한 여자인 척 했다. 마침 여관이 보였다. 둘은 방을 하나만 잡는다. 창을 열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상처 입은 두 사람은 상대방이 거짓말로 상처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에 취해 사랑에 빠질 것 같다는 예감을 느낀다.
o 후쿠짱의 잭나이프
후쿠모토 유키오가 본래 이름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후쿠짱이라 불렀다. 후쿠짱은 영화배우 유지로를 좋아해서 그를 흉내내며 남자답게 살고자 했다. 어느 날인가는 잭나이프를 사기도 했다.
후쿠짱은 아르헨티나로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거기 가서 출세하겠다고 했다. 여자친구 스미코와는 헤어지리라 했다. 기다리게 만들거나 데리고 가는 건 유지로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하지만 후쿠짱이 이민자 사기에 걸려 돈을 모두 날리고 스미코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스미코는 후쿠짱이 아르헨티나로 갈 수 있도록 몸을 팔아 돈을 번다. 사람들은 후쿠짱이 후안무치하다고 욕했다.
후쿠짱이 떠나던 날 전송나온 스미코가 신파조의 약솔을 큰소리로 외친다. 배가 떠나기 직전 후쿠짱은 배에서 내리고 스미코에게 돌아가자고 말한다.
o 피에타
도모코의 엄마는 여섯살 때 도모코를 버리고 떠나면서 착한 아이가 되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고 도모코는 자신이 착한 일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모코는 이를 악물고 착하게 살아가려고 애를 썼다.
이제 잘나가는 잡지의 부편집장이 된 도모코가 이탈리아에 엄마를 만나러 간다. 함께 간 미스터 리는 빈상의 중국인으로 자그마한 가게를 꾸려가고 있었다. 미스터 리 이전에 멋진 남자와 사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프로포즈하자 도모코는 도망치고 말았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에 행복해지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모습을 엄마가 알게 되어 가슴 아파하길 바랬다. 그래서 미스터 리에게 결혼하자고 했고, 엄마와 재회하는 자리에 데려간 것이다.
엄마는 이탈리아에서 바람둥이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가 죽어버렸고 남편도 떠나갔다고 했다. 그날 밤 도모코는 몸이 좋지 않았고 다음 날 깨어보니 미스터 리가 도모코가 감기에 들까 걱정되어 옷을 벗겨 침대에 뉘어 놓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스터 리는 도모코가 속옷만 입고 있는 것을 가급적 보지 않으려 했다며 우물 우물 말한다. 도모코는 미스터 리가 바보같다고 생각했고, 혹시 여자를 안을 수 없는 병이라도 있는 것 아니냐며 그를 상처주려 했다. 미스터 리는 도모코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좋지만 진심을 알아달라고 호소한다.
다음 날 다시 엄마를 찾아간 도모코는 엄마가 자기에게 보낸 한다발의 편지 묶음을 보게된다. 어쨌든 착하게 살아가려 노력한 결과 엄마 없이도 훌륭하게 성장한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하면서 엄마를 용서한다. 그리고 미스터 리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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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에는 체육행사가 있었는데 비가 내렸다. 작년에 포천에 갔을 때에도 비가 내렸고, 그 전해에도 그랬다고 하니 체육행사가 열릴 때마다 비님이 내리고 있는 셈이다.
가을비 치고는 꽤 거세게 쏟아졌는데 마니산 입구 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운 사람은 나 뿐이었고, 단풍으로 물든 산자락을 차안에서 호젓이 쳐다보며 책을 읽었다. 왠지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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