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김연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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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그린비의 상상>의 화자는 소설가다. 화자는 매우 현실적인 거리를 걷고 있다. 지나가는 거리의 상점 간판을 세밀하게 나열하는 수법 때문에 독자는 90년대 중반의 한 거리를 화자와 함께 걷고 있다는 착각을 할지도 모른다. 끊임 없이 비가 내리는 어두운 거리를 화자와 함께 걸으면서, 우리는 화자가 상상하는 소설 스토리 속으로 들어간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의 피아노 학원 원장, 이혼하고 소설을 쓰는 남자, 말을 더듬는 단신의 슬지라는 여자. 남자는 아름다운 피아노 학원 원장을 떠난 후 불구의 슬지와 관계를 맺는다. 불임의 아름다운 여성과 소설 쓰는 불구의 여성을 대비시킨 점은 낯간지럽다. 

<심판>은 주인공이 오손 웰스의 영화를 보다가 잠들어 꾼 꿈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서도 화자의 직업은 소설가로 유추될 수 있는데, 가나다 순으로 정렬되지 않은 국어사전이 소지품으로 나온다. 그녀는 세금을 자동이체 해두었기 때문에 고지서를 받을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날 한 통의 고지서를 받는다. 재판에 피고인으로 앉게 된 화자에게 T/F 식 질문을 끊임 없이 던져댄다. 

<미성년>은 '현선이라는 소설 쓰는 학생과 자세히 보면 한쪽 다리를 저는 교수 지훈에 관해' 소설을 쓰는 이야기이다. 역시 소설가를 화자로 상정하고, 그 소설가가 쓴 소설에 대한 자기 비평을 가하고 있다. 

<배반>은 '호랑이가 닭에게 잡아먹힌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하얀 공간 속에 호랑이와 닭이 평화롭게 공존하다가, 어느 순간 호랑이가 이계의 공간에서 욕망할 대상들을 새로이 알게 된 후 겪게 되는 기이한 이야기이다.

그 밖에 헤어진 연인을 자취방이라는 공간에서 기다리는 동안 느끼는 병적 정신상태를 불안한 필치로 그린 <기다림>,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추측되는 <은유희>, 있음과 없음의 경계에 대해 '낙태'라는 사건을 통해 이야기한 <아이, 이미지의 장례식>, 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여자를 스토킹하는 남자(혹은 사물, 또는 그 무엇도 아닌)에 대해 묘사하는 <세레모니>가 실려 있다.

 

김연경의 소설집 <미성년>에 수록된 작품들은 소설가의 자기 분열 양상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김연경은 에고이즘의 방패를 둘러치고 있다. 자신의 소설이 비평가들에게 난도질 당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소설이 타인에게 비평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두려워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소설의 화자는 소설을 쓴다. 그들이 소설을 쓰는 과정을 묘사하고, 이런 저런 이유를 붙이고, 화자가 스스로 소설을 비평한다. 완벽하다. 그러나 그 완벽성은 소설 속에서 완벽할 뿐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김연경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겪지 못한 것들에 대해 일체 함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에고이즘의 발로로 보인다. 소설은 지극히 제한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전개된다. 

낙태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어떤 가치판단이나 죄의식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여러차례 다루어진다는 점이 그렇다. <피아노, 그린비의 상상>, <심판>, <아이, 이미지의 장례식>에서 다루어지는데, 먼저 <심판>에서 판사는 피고인에게 낙태한 사실에 대해 죄를 물으며 T/F식 질문을 던져댄다. 피고인은 이를 부당하다고 느낀다. <아이, 이미지의 장례식>에서는 화자가 착상되었다가 칼에 난도질 당해 떨어져 나간 수정체이다. 그런데 수정체는 자신이 이미 죽어버렸다면서, 사실은 죽지 않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낙태라는 사건에 대한 혼란을 소설 쓰기를 통해 정리하려는 시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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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17
이시자카 요지로 지음, 현광식 옮김 / 소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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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도쿄에서 양재학원을 다니는 시로야마 유리코는 어느 날 B현 출신의 재경학생 임시총회에 갔다가 의대생인 가네코 다이스케를 알게 된다. 다이스케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자기 주장을 확실히 펼쳤고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솔직 담백하게 시인하는 사람이었다. 유리코는 시원시원한 다이스케에게 끌려 전부터 애매한 관계를 지속해오던 야부키와 결별한다.

그러나 유리코의 어머니는 다이스케에 관해 이야기를 듣더니 어쩐지 교제를 반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그 점은 다이스케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리코는 어머니가 간암으로 투병하다가 죽기 직전에 들려주는 이야기에 모든 것이 운명의 장난임을 깨닫는다. 유리코의 어머니는 젊었을 때 다이스케의 아버지 가네코 유사쿠와 깊은 관계를 맺어오다가 지금의 아버지가 청혼해오자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이끌려 유사쿠를 떠난다. 그리고 그때 내린 결정을 때로 후회하며 지내왔던 것이다.

유리코의 아버지는 그런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던지 관 속에 가네코 유사쿠와 아내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넣어준다. 유리코는 자신이 다이스케와 교제를 지속하면 아버지를 두 번 배신하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다이스케에게 결별의 편지를 보낸다.

 

1900년 아오모리현 히로사키 출생한 이시자카 요지로는 게이오 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중학교 교사가 된다. 재직 당시 발표한 <젊은 사람>으로 미타(三田)문학상을 수상하지만 1938년에 이 작품이 불경죄, 군인무고죄 등으로 고소를 당한다. 교원 생활을 청산한 이시자카 요지로는 도쿄로 가서 본격적인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보리 죽지않다(1936)>, <푸른 산맥(1947)>, <이시나카 선생 행장기(1954)> 등을 발표하며 통속 소설 작가로서 인기를 누린다. 1966년 기쿠치간상을 수상한다. 1971년 아내가 사별한 후에는 별다른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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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 찾기 1 - 1998년 제29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윤기 외 / 조선일보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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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숨은 그림 찾기1(직선과 곡선) - 이윤기

 

주인공 '나'에게는 은사가 한분 있는데 그분의 별호는 일모(一毛)선생이다. 중학교에서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던 스승인데 퇴직 후에도 사람 공부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제자들에게 덕망을 얻었다. 선생은 덕분에 처지가 곤란한 제자에게 도움을 줄 정도의 인맥을 갖고 있었다. 

미국에서 쓰기 시작한 책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있던 '나'는 호텔비며 매식비가 부담되던 차에 일모선생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일모선생은 경주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하사장을 소개해주어 숙박비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한편 선생이 설립한 장학금 운담 프로그램도 지원해준다. 일모선생은 하사장이 외눈박이라며 세상 공부를 해보라고 했는데 그 뜻이 아리송했다.

하사장은 겪어보니 자린고비에 자기 깜냥의 판단만 일삼는 사람이었다. 자기 기준에 비추어 납득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 도가 지나쳐 '나'는 하사장을 좋지 않게 보게 된다. 그 즈음 5천여 권의 장서를 갑자기 옮겨야 할 처지에 놓여 곤란해하던 '나'에게 하사장이 호텔의 공간을 제공한다. 

마침내 집필 작업을 마무리하고 출판기념회까지 벌인 후 '나'는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한국에서 장서에 관련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하사장이 장서를 호텔 방 하나에 온전히 보관해주기로 한 것 같은데 이제와서 보니 그런 방이 보이질 않는다며 장서가 모처로 처분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전화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장서들이 하사장 호텔 한켠의 재래식 화장실에 박스채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짐을 옮기는 인부 하나가 하사장을 출판기념회에 부르지 않아 화가 난 것 같다고 귀띔한다.

일모 선생은 '나'에게 하사장에 대한 판단을 묻고, '나'는 주저 없이 그가 천박한 수전노에 병적인 양생주의자, 대롱으로 세상을 보는 대롱눈이라고 폄하한다. 일모 선생은 그런 '나'의 대답을 듣고, '자네는 너무 고상한 일을 하느라고 발 밑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운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내'가 비싼 양주와 고기를 선물로 사가고 하사장을 째째하다고 하며 거하게 한 턱 내는 행동이 하사장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겠는지, 그런 여유가 있었다면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 옳지 않았는지 되묻는다. 직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과연 직선이겠는지, 혹시 대롱 시각으로 곡선의 한 부분을 보고 직선이라고 믿는 것은 아닌지 묻는 일모 선생 앞에서 '나'는 '잃어버린 물건이 내가 이미 뒷짐질해 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무서운 일' 이라고 생각한다.

 

o 타관 사람 - 공선옥


갑철은 공사판에서 함께 일했던 진갑으로부터 그가 살던 거처에서 겨울을 나도 된다는 말을 듣고 윗한배미로 간다. 가겟집 여자는 윗한배미를 묻는 갑철에게 싹싹하게 대해주었다. 거처에 도착하니 든든한 마음마저 들어 조카 홍기를 데려온다. 형은 객사했고 형수는 집을 나갔기 때문에 홍기는 고아원에 있었다. 

홍기를 입학시키고 돌아온 날, 집 담장이 무너져 집은 더 이상 구실을 할 수 없었다. 망연해하는 갑철에게 마을 사람들이 도움을 자청하고 나선다. 그들은 썩 일을 잘했고 붙임성 있게 굴었다.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 제공한 곁두리 값이 인부를 산 돈 만큼이나 들었지만 갑철은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감기에 걸린 홍기와 갑철을 위해 가겟집 여자 순임은 뜨뜻한 방을 내어주고 자신은 부엌에서 한뎃잠을 잔다. 갑철은 자신이 마을에 섞여 들어가는 느낌,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안온함을 느낀다.  

홍기가 교감에게 귀밑머리를 쥐여잡혀 울고 온 날 가겟집에서 술을 마신 갑철은 옆 방에서 술김에 떠들어대는 교감을 혼을 내줄까 어쩔까 한다. 하지만 취한 몸은 자꾸만 까라지고 가겟집 여자 순임이 그런 갑철의 머리를 가슴에 싸안고 추슬러준다. 

 

o 바람이 분다 - 김영하

 

프로그램과 게임을 시디에 불법으로 복제해서 판매하는 '나'는 컴퓨터 통신망의 구직란을 통해 그녀를 채용한다. 그녀의 이름은 송진영이었고, 일자리를 구한다고 했지만 자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고, 잘 웃고 가끔은 우울하며, 야간을 할 수는 있지만 토요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영화를 좋아하고 소설을 싫어하며, 바흐와 너바나를 좋아한다는 그녀를 나는 채용했다.

여자와 나는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가까와진다. 그렇다고 거창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불법 시디를 구워 파는 중간중간 함께 게임을 하거나 언젠가 여행을 가자고 약속을 하는 정도였다. 여자가 집에 돌아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 날 한 사내가 나타난다. 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는 그 사내는 자신이 송진영의 남편이라고 했고, 애엄마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말했다. 여자는 남자가 스토커라고 했다.

여자와 멀리 떠나기 위해 판매량을 늘린다. 조심성이 떨어지고, 어느 날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 체포된다. 돌아온 사무실에 여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여자와 남자의 말을 반씩 믿기로 한다. 사방이 꽉 막힌 지하실에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고, '나'는 한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바람이 분다.

 

o 빈 수레 끄는 언덕 - 김한수


'나'는 시장통에서 조그만 식당을 아내와 꾸려간다. 앞집의 보신탕집 보배네의 남편은 반 날건달에 가부장적인 인물로 보배네를 쥐잡듯 잡아대고,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은 보배네가 탄 곗돈까지 울궈먹으려는 뻔뻔스런 인물들이다. 그런 보배네가 동네에서 열리는 노래자랑에 나가기로 한다. '봄비'를 꾸밈없이 애절하게 부르는 보배네를 시장 사람들은 응원한다. 하지만 일년동안 밀린 가게세를 내기 위해 탄 곗돈을 시댁식구들이 빼앗아 가고 보배네는 노래자랑 무대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무대가 아닌 건물 옥상에서 위태롭게 '봄비'를 부른다.

 

o 소설 쓰는 인간 - 성석제

 

'나'는 세상에 잘못 알려진 우리 세계를 바로 알리고자 한다. 우리 세계는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졌는데 춤, 춤방, 남자, 여자가 바로 그것이다. 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동창을 통해서였는데, 동창은 고급 승용차에 기사까지 갖추고서 나를 만나러 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동창은 '제비'였고, 돈도 벌었지만 쇠고랑도 찬다. 하지만 '나'는 춤 자체에 매료되었기에 호주머니에 호두알을 넣은 채 사모님들 허벅지나 슬슬 문질러주는 따위 일에 섣불리 뛰어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국 '나'도 '왕제비' 쯤이 되어 돈을 갈취하지 않았다 뿐이지 사모님들 호주머니를 우려내긴 마찬가지였고, 그 바닥에 진력이 나서 변두리 춤방만 골라 다니며 춤을 즐기려할 때 즈음 해서는 초보 꽃뱀에게 도리어 당하기도 한다.

이제 일선에서 물러난 '나'는 소설을 쓰려 한다. 지금껏 여자들을 최선을 다해 상대해 왔듯 소설을 상대하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o 강 어귀에 섬 하나(처용 환상) - 이인성


화자인 '나'는 언젠가부터 해질녘이면 '그' 집으로 간다. 강 어귀에 있는 그 집으로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감각의 방향으로부터 기인하는 이유 때문이다. 그 집은 해마다 층수가 올라가는데 층 중간이 비어있기도 하다. 그집에는 한 여성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 가서 '나'가 '나'로 구분되지 않는 것을 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애당초 '나'는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느 날 '나'를 처용이라 칭하고, 자신은 만희(滿喜)라 칭한다. 그러면서 이는 천백 년 전의 일이므로 언젠가는 기억날 것이라 하며 '내'가 바다로부터 왔다고 했다. 그녀의 몸에는 뱀 무늬가 얽어두르고 있었는데 그 뱀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오기도 했다.

그녀가 종이로 만든 탈을 내 얼굴에 붙이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현관에 벗어놓은 신발이 없어지고, '나'는 신열에 들뜨게 된다. 이를 여자는 무병이라면서 열병 고쳐줄 무당을 찾아보라고 한다. 각종 탈을 쓴 자들과 춤판을 벌이는데, 춤판은 곧 짝짓기의 욕정적인 사위로 변해가고 그녀 역시 탈들과 엉겨 짝짓기를 해댄다. 그 집의 방은 아메바가 세포분열 하듯 계속 늘어만 간다.

그녀는 '내'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고, '나' 때문에 자신이 써오던 탈을 벗어던진 후 없어져버린 얼굴이 살아나길 기다린다고 했다. 그리고 이때까지 써오던 탈들을 위한 마지막 난장을 펼쳐 주는 것이라 했다.

이름이 없고 싶어 만났으나 거꾸로 이름을 붙여 놓고 그 이름의 탈을 만드는 행위, 어쩌면 그것이 이름을 지우는 길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름이 붙어 있지만 나중엔 그것이 이름이 붙여진 탈에 불과할 것이므로 탈을 벗으면 이름도 내던져지는 것이다.

이제 아무것도 없었고, 그 집에 다시 갈 수 없을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발 밑에 왠 새알 하나가 떨어져 있음을 '나'는 본다. 


o 가을빛 - 이혜경

 

매년 나름의 '앓이'를 하며 가을을 건너는 남편과 결혼한 선희는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 젖몸살 중이다. 북에서 내려와 믿을 건 몸뚱이밖에 없다고 생각해 몸에 좋은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으며 가족을 건사하던 아버지는 폐암에 걸려 임종을 남겨두고 있다. 선희는 나날이 쪼그라드는 얼굴로 잠에 빠져든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아버지가 죽음을 수락할 만큼만 시간을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티벳 사자의 서>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저승으로 향한 길에는 밝은 빌과 그 밝은 빛으로 가는 길을 헤뜨리기 위한 불순한 빛이 있다는 그 구절. 그리고 아버지가 밝은 빛을 따라가기를 바란다. 불어오는 바람은 아버지의 숨결을 몰아 이르는 곳은 어둡지만 따뜻한 자궁이며, 어쩌면 막 비워 버린 내 몸에 깃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o 밤의 나선형 계단 - 전경린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아파트, 아이를 살뜰히 돌볼 여력이 없는 이웃, 한때 참치캔을 먹였지만 이제는 다시 내다버려야 할 고양이 메메, IMF와 아빠의 실직, 그리고 늘어나는 빚.

남루한 삶에서 탈출할 것을 꿈꾸는 엄마는 어디엔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생년과 월을 비밀번호로 하는 트렁크를 이미 싸 두었다. 여자애는 어느 날 트랑크를 끌고 나가 죄다 강에다 버린 후 빈 트렁크 안에 고양이 메메를 넣고 자물쇠를 채운 후 강에 버린다. 그날 엄마가 집을 나갔고, 학교에 지각한 여자애는 선생님에게 늦은 이유에 대해 그럴싸한 이유를 댄다. 그리고 엄마가 없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마음 속으로 천천히 세어 보고, 무심한 척할 수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본다. 먼 훗날 여자애는 자라서 마술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연히 엄마의 집에 찾아가 마술을 보여주고 트렁크에서 메메를 꺼내 살려낼 것이다. 

 

o 태풍이 오는 계절 - 전성태

 

'나'의 어미는 당골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놀려대는 말은 '반정부 족쇡들' 이니, 박정희가 새마을운동 한다고 초가를 뒤엎을 때 당골인 어머니가 업구렁이 사는 지붕을 절대로 엎지 않겠다고 하자 공무원이 나와서 차마 당골 건드렸다가 해 입을까 저어되어 어쩌지는 못하고 '순 반정부 인사가 처박혔다'고 욕하고 간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나'는 고등학교 때야 남들보다 먼저 가출해서 서울 구경도 했지만 현재는 일정한 직업 없이 고향마을을 '지키면서'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돌아온 싱글 봉자와 로맨스를 키웠으나, 봉자 아버지가 '당골 아들한테 시집 가서 팔자 펴는 것'에 극구 반대하는 사이 봉자가 본 남편을 따라가버린 직후에 간통으로 걸려들어간 통에 현재는 한 가지 일에만 골몰해 있다. 그것은 바로 다가올 태풍에 집을 넘어뜨리는 일이다. 태풍에 집이 완파되면 정부에서 일금 천이백만원을 준다니 써금써금한 집 넘어갔다고 크게 의심받을 일도 없으리라 짐작되었던 것이다.

마침내 태풍이 몰아친 날, 어째 비바람이 시원찮았지만 어쨌든 '나'는 그날 함마로 집을 작살내 넘어뜨린다. 다음 날, 태풍이 일본으로 비껴가 그 위력이 애초 예상의 몇분지 일에 불과해 길바닥에 널린 개똥마저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전국에 넘어간 집은 우리 집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사뭇 낭패감에 사로잡힌다.

 

o 양파 - 하성란

 

유치원 교사인 여자는 병원 벤치에서 자신이 신생아를 깔고 앉아 사망에 이르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망친다. 도망치다 지쳐 문 닫기 직전의 횟집에 들어간다. 주방장이 회를 뜨고 난 생선 입에 혀가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여자는 손을 내젓다가 칼을 쳐 주방장의 얼굴과 발등에 상처를 입힌다. 주방장은 얼굴을 꿰메고 발에 석고 붕대를 한다. 손님이 들지 않은지 오래였기에 주방장은 가게를 관둔다. 사장은 말리지 않는다. 여자와 사내가 함께 동해 쪽으로 이동한다. 여자는 자신이 죽게 한 신생아가 어떻게 되었는지 병원에 전화를 건다. 병원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대답한다. 밤중에 입간판에 그려진 도로를 사내가 진짜 도로로 착각해 돌진한다. 둘이 사망한다. 

경찰은 트럭에서 나온 회칼, 여자가 자신을 쫓아오는 것으로 생각해 적어둔 차량 넘버, 깁스를 한 발에 맞는 유일한 신발인 욕실 실내화 등 기이한 물건들을 보고 사건의 냄새를 맡는다.

 

o 내 마음의 석양 - 함정임


남편이 죽고 나서 남편의 친구, 시어머니, 친언니, 그리고 오빠가 나를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한다. 

 

o 손님 - 이윤기 


누나가 만들어준 대님을 차고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대님 한짝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나머지 한짝을 바다에 내버린다. 하지만 누나는 대님 한짝을 어디선가 찾아온다. 아이는 바다에 버린 대님 한짝을 다시 찾아오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날은 아이들의 엄마 제삿날이었다.

그날 비단장수가 갓난 아이를 안고 아이들의 집에 묵어가길 청한다. 여자아이는 비단장수에게서 대님 만들 천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반긴다. 아버지는 비단장수 여자를 재우겠다고 했을 때 잘했다는 말뿐, 나와보지 않는다.

어두운 방 안에서 아버지는 옛 시절을 생각한다. 젊고 튼튼했을 때, 사내는 처녀의 집에 때로 찾아가 소주와 생선을 건내주었다. 처녀의 아버지가 어느 날인가, 바다에 갔다 오면 딸을 주겠다고 했다. 사내는 그 말을 믿고 바다에 갔다 온다. 선주와 선주 아들이 바다에서 돌아온 어부들을 맞아주었다. 사내는 그날따라 선주 아들의 악력이 심술궂게 느껴진다. 사내가 바다에 나간 사이 처녀의 아비가 약속을 깨고 처녀를 선주 아들의 첩으로 보냈음을 안 사내는 고향을 떠나 타관에 자리 잡고 장가도 간다. 아이 둘을 낳아준 아내는 곧 죽는다. 

그리고 아내의 제삿날, 선주의 첩이 된 처녀가 비단장수가 되어 자신의 집에 든다. 

그 날 그 집에 한 손님이 두 얼굴을 하고, 혹은 두 손님이 한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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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공선옥의 <타관 사람>과 전성태의 <태풍이 오는 계절>이다. 수상작인 <숨은 그림 찾기1 - 직선과 곡선>이 나쁘진 않지만 마음을 끌지는 않는다. 대신에 <타관 사람>의 순임은 마음에 남는다. 사내와 아이에게 밥을 해주고, 더운 방을 내주고, 커다란 젖가슴으로 머리를 안아주는 순임과 같은 여자들이 있다. 사내들은 그런 순임에게서 취할 것만 취하고 도망간다. 그녀는 점점 더 커지고, 사내들은 점점 더 옹졸해질 것이다. <태풍이 오는 계절>은 김유정과 이문구를 생각나게 한다. 태풍이 불면 집을 무너뜨려 눈먼 정부돈을 먹어보려 했는데 태풍이 형편없이 약해진 것을 모르고 집만 무너뜨렸다가 곤경에 처하게 된 이야기이다. 바둑에 진 분풀이로 풋배를 따내 주인공을 용의자로 만드는 대목도 재밌다. 

이혜경의 <가을빛>은 다분히 작위적이고, 하성란의 <양파>는 개연성이 부족한 에피소드에 그치고 있다. 함정임의 <내 마음의 석양>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소품을 대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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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전우치전.임진록 범우 사르비아 총서 214
허균 외 지음, 전규태 옮김 / 범우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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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홍길동전(洪吉童傳) - 허균

 

조선 세종 시절 재상 홍모(洪某)가 용몽(龍夢)을 꾼 후 부인 유씨와 친압(親狎)코자 하였으나 유씨가 거절하자 시비(侍婢) 춘섬과 친압하여 낳은 서자가 홍길동이다. 길동이 총명하나 서자로 태어난 까닭으로 호부호형하지 못하였으며 이로 인해 슬퍼하였다. 그러던 중 기생 출신 곡산모 초란(楚蘭)이 무녀와 자객 특재(特才)를 끼고 길동을 해하려 한다. 길동이 잠깐 팔괘를 벌여보고 운수 불길함을 알아차려 도리어 무녀와 특재를 죽인 후 아비에게 작별을 고한다. 아비가 슬퍼하며 호부호형을 허락한다.

부모를 이별하고 표박하다 의적에 들어 괴수(魁首)가 된다. 이후로 길동이 자호(自號)를 활빈당(活貧黨)이라 하여 조선 팔도를 돌며 각읍 수령의 불의한 재물이 있으면 탈취하여 가난한 백성을 도왔다. 이에 상(上)이 근심하며 길동을 잡고자 길동의 배다른 형 홍인형(洪仁衡)으로 하여금 길동을 달래는 방을 붙이도록 한다. 팔도에서 길동의 분신들이 잡혀 왔으나 진짜 길동은 잡히지 않았다. 상이 정 길동을 잡기를 다시 행관(行關)하여 팔도에 내리니 길동이 스스로 병조판서 교지(敎指)를 내리면 스스로 잡히리라는 방을 붙인다. 이에 상이 길동에게 병조판서 교지를 내리니 스스로 상 앞에 나와 병조판서가 되어 일시 조정에 거한다. 그러나 천비 소생으로 문(文)으로 옥당(玉堂)에 막히고 무(武)로 선전(宣傳)에 막힘을 한탄하며 무리를 이끌고 남경 땅 저도로 간다. 이 즈음 아버지 홍판서가 앓다가 사망하니 길동이 길지(吉地)를 택해 아비를 장사지낸다. 다시 저도로 돌아온 길동은 영웅을 모아 무예를 익히며 농업에 힘써 병정 양족한지라, 남해 중에 율도국(硉島國)을 침범하여 평정한 후 왕이 되어 대대로 계계승승하여 태평성대를 누린다. 

 

한글로 씌여진 최초의 소설로 작자(허균)와 시대(광해군)가 분명할 뿐 아니라 우리 나라를 무대로 삼고 있어 국문학사상 큰 의의를 지닌다. 

허균(1569~1618)은 조선조 선조·광해군 때 사람으로 호는 교산(蛟山)이다. 서경덕의 수제자였던 허엽(許曄)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26세에 문과 장원 급제한 후 삼척 부사, 형조 정랑, 형조 판서 등을 거쳐 좌참찬에 이른다. 서류(庶類)를 차별 대우하는 제도에 반발하여 서류 출신 문인들과 친교를 맺었으며 조정의 부패상과 광해군의 폭정에 대항한 혁명을 획책하다 발각되어 죽음을 당하게 된다.

 

o 전우치전(田禹治傳) - 작자미상

 

시대적 배경 설정은 명확하지 않고 작자 또한 미상이다. <홍길동전>과 흡사한 대목이 많고 일부는 본딴 흔적도 많다. 다만 <홍길동전>에 비해 스토리가 일관되지 못하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도 전해지는데 선조(宣祖)때 전라도 담양 사람으로 지방에서 대수롭지 않은 벼슬아치 노릇을 하다가 송도로 올라와 숨어 살았으며, 도술에 제법 능했다고 한다. 

갖은 조화를 부려 탐관오리를 벌하고 조정의 실정을 비웃던 전우치가 도술이 능한 화담 서경덕과 함께 태백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는다는 줄거리이다. 

 

o 임진록(壬辰錄) - 작자미상

 

임진왜란 이후 겨레의 자존감을 세우고 왜군에 대한 정신적 보복을 목적으로 지어진 거짓 문학으로 여러 가지 한계가 많은 작품이다. 순 한글로 적힌 소설로 작가는 알려져 있지 않고 겨레의 울분을 푸는 것이 목적이었던 탓에 실제 사실과는 전혀 맞지 않거나 허황된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례로 김응서가 일본의 항복을 받으러 갔다가 함께 간 장수 강홍엽의 배신으로 결국 사망하고 만다는 임진록의 내용은 날조에 가까운 내용으로 실제 김응서와 강홍엽은 일본에 간 적이 없고 명나라의 요청을 받고 후금군과 싸우다가 전세가 불리하자 후금에 투항한 인물들이다.

마찬가지로 사명당을 서산대사의 제자로 설정한 후 그가 일본으로 가 생불을 자처하며 뜨거운 구리방에 들어가 도술로 견디고 삼백육십간 병풍에 쓰인 글자를 천리마를 타고 지나가며 왼다든가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한편 명나라 장수 이여송을 제일 윗길로 치고, 삼국지의 장비가 환생하여 조선왕이 되었다는 등의 사대사상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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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만세발가락 - 마음으로 보는 그림 같은 이야기
리타 페르스휘르 지음, 유혜자 옮김 / 두레아이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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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초, 네델란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해방 후 2년 동안의 평화'를 주제로 하여 그림을 그리게 된다. 주인공 리타 페르스휘르는 도로에 사람들이 가득 찬 모습을 그리기로 마음 먹는다. 낡은 옷을 입고 있는 빼빼 마른 사람들, 무기를 손에 들고 있는 구인들, 자전거를 향해 총을 겨눈 독일병사 등을 그린 후에 리타는 아빠가 무거운 나뭇짐을 등에 지고 잔뜩 구부린 채 걸어가는 모습을 그려 넣는다. 아빠의 발가락을 리타는 '만세발가락' 이라고 불렀는데 아빠의 엄지발가락이 언제나 하늘로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리타는 그림을 제출한 후 미술대회 수상작이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는지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리타가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기준들이 있는 것 같고 그 기준들이 적당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진다. 예를 들어 새엄마는 피카소의 그림이 훌륭하다고 말했지만 리타가 보기에는 형편 없는 것 같았다. 칼라는 무엇을 그려야할지 몰랐기 때문에 리타의 말대로 그렸는데도 후보작에 뽑혔다. 그리는 과정에 대해서 심사위원들은 전혀 모르는데도 평가를 하는 것이다. 또 누군가가 유명화가를 흉내내서 그림을 그렸는데 처음에는 그 그림을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칭찬하다가 시간이 흘러 그 작품이 모방작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그림이 형편없다고 비난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림은 바뀐게 없는데 왜 평가가 달라지는지 궁금해한다. 

 

1935년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 태어난 리타 페르스휘르의 처녀작으로 1993년에 발표되었고, 1999년 황금부엉이상을 수상한다. 이 작품은 예술에 대한 다양한 평가 방법들이 어린아이의 눈에는 얼마나 이상하게 여겨지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술에 대한 어른들의 평가가 사실은 허위의식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질문한다. 

                                 

 

 

엄마의 책상 위에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의 그림(피카소가 1942년에 그린 '물고기 모자를 쓴 여인')이 걸려 있다.

그림 속의 여자는 양손을 포갠 채 앉아 있다. 그런데 손이 어찌나 커 보이는지 꼭 권투장갑을 끼고 있는 것 같다.

몸은 사방이 모가 나고 각이 져 있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얼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눈 한쪽은 앞을 쳐다보고, 다른 한쪽은 옆을 쳐다본다. 입은 앞에서 본 모양이고, 코는 옆에서 그린 모습이다. 단순한 모양이 아니라 얼굴의 왼쪽 부분에 갈퀴처럼 튀어나와 있다. 화가가 그림을 아주 쉽게 그린 것 같다. 코가 큰 사람을 앞에서 보고 그렸을 때 코를 어떻게 그리지? 그 방법을 모르던 화가는 코를 옆으로 불룩 튀어나오게 그렸고, 그것으로 작업을 끝냈다. 아기들이 발을 그리는 것과 똑같은 방법이다.

얼굴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자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쏠리게 하기 위해 화가는 여자의 머리 위에 물고기를 한 마리 그려 놓았다. 접시처럼 사용한 물고기 위에 포크와 나이프가 놓여 있고, 반으로 자른 레몬도 놓여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21023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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