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 it Rock 1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개정판 Paint it Rock 1
남무성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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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1』남무성 / 북폴리오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어떤 주제에, '만화로 보는-' 이 붙으면 훨씬 다가가기 쉬운 느낌이 들죠. 이전에 읽은 철학 만화도 그렇고, 아예 관심 없던 '미국사'나 '경제'같은 것들을 만화로 보면 몰입도도 배로 듭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PAINT IT ROCK』은 록의 역사를 총망라하고 있는데, 정말 흥미로워 보이는 책이었습니다.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취향이 갈리긴 하지만 록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만나지 못한 이전 세대에 유명했던 록의 역사를 더 자세히 알고 싶었죠.
 

 

  사실 모든 장르가 그러하듯이, 록이라는 장르도 블루스나 알앤비, 컨트리 같은 음악의 곁가지를 타고 흘러왔고, 그러한 록의 장르도 다양하게 나뉘어졌습니다.『PAINT IT ROCK』은 그런 음악의 흐름을, 당시에 가수나 음악의 장르 한 단어로 함축할 수 있는 시대별 주제를 맞춰서 이야기해줍니다. 아무래도 거의 전설적인 가수들은 한 시대를 지배했던 만큼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비틀즈나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 스톤즈, 3대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 제프 백, 지미 페이지) 같은 경우엔, 반복해서 등장하지요. 음악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포함해서, 가수들의 사생활이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을 재밌게 그려놓아서, 웃으면서 볼 수도 있습니다.

 

 

 

  만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록의 세부 장르나 가수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줄글로 나와있기도 해요. 이 부분은 조금 지루하지만 관심 있었던 가수들에 대해서 나오면 눈이 번쩍!  만화에 등장하는 가수들도 나오고, 아주 잠깐 등장한 가수들도 나오기도 하고요.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도, 이렇듯 꼼꼼하고 상세하게 정리된 글들과 만화에서 표현된 음악적 지식을 보면, 저자님이 정말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책의 초반에 나온 추천사들에서 왜 그렇게 극찬하고 놀라운 시선을 보내는지 이해가 갈 만도 합니다. (저자인 남무성 님은 원래 재즈 평론가이지만, 영화나 책, 만화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좋아하는 것에 온 힘을 다하는 진정한 매니아가 아닐까! 정말 멋져요.)

 

  

  일단은 1권만 읽어보았지만, 읽다 보니 2, 3권에 등장할 가수들과 그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저자가 유독 좋아하는 가수들과 앨범들은 이렇게 소개되어 있어서 (대놓고 티 내지는 않았지만, 요런 페이지에서 애정이 물씬 느껴집니다 ㅋㅋ) 꼭 한번 들어보고 싶은 음악들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책 에세이를 보면, 책 위시리스트를 가득 채우게 되는데, 이 책은 음악의 용량을 가득 채우게 된다는 단점이자(?) 장점이 생기게 되는군요. 지금의 음악도, 가수들도 역시나 풍부하고 그 음악을 듣는 편리함도 생기긴 했지만, 이렇게 멋진 록의 역사를 함께 하고, LP판을 수집했던 이전 세대가 부러워지기도 하네요. 그때의 열광, 다양한 음악의 충격, 시대의 아이콘으로 인해 전 세계가 흔들렸던 시대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이 시대를 함께 했던 분들은 이 책을 읽고 정말 즐거운 추억을 회상할 것 같아요.

 

 

- 그리고 은근 유머도 많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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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피운 돌
남지심 지음 / 얘기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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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피운 돌』 남지심 / 얘기꾼

 솔바람 물결소리를 이은 후속작

 

 

  35년 전의 작품 『솔바람 물결소리』는 그때 당시 43쇄나 찍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그 인기에 힘입어 몇 년 뒤 나온 후속작이 『연꽃을 피운 돌』이다. 이 작품 또한 39쇄를 찍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듯하다. 불교적 색채가 짙은데도 아무 상관이 없었던 듯하다. 그때 당시에도, 지금 재출간된 작품을 읽는 나에게도.

 

 

  이 작품은 전편 『솔바람 물결소리』에서 교사였던 주인공, 딸의 이야기다. 아니, 사실상 전편에서 실제 현실은 딸과 혜강스님이 어머니를 회상하며 그녀가 남긴 원고를 읽는 식으로 전개됐으니, 원래부터 딸인 '자운'이 주인공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분신이다. 어머니의 나이쯤 된 자운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 표현된 그녀의 이미지와 행동이 쏙 닮아서 마치 정말 같은 주인공처럼 여겨진달까. 단, 사랑에 관해서는 어머니 보다 약간은 더 적극적이게 보인다. 그래서 『연꽃을 피운 돌』에서는 사랑에 대한 것들이 조금 더 부각되고, 사랑에 관한 그녀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인공 '자운'은 다양한 사람들을 살피면서, 불교와 관련된 삶의 진리를 파악해나간다. 사람들의 속물근성과 속과 다른 겉치레의 말에 혐오감을 나타내고, 완벽하게 치유한 나환자의 자식에겐 평생 호적에 꼬리표가 달림에 슬퍼하고,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을 거란 운명에 통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 속 수많은 갈등들을 이겨내고 견뎌내며, 이제껏 살아왔던 것처럼 그렇게 다시 일어나는 모습에 "해탈의 과정을 지켜본 것처럼" 여운이 남게 된다.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은 그 분위기도, 주인공의 모습도 비슷하여 전편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후속편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 싶다. 중간 중간 인생의 이치를 전달하는 글들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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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도 스님은 스님이셨는가요?" 나는 나름대로 많은 의문을 이 말 속에 담으면서 물었다."

`스님은 지금도 스님이고자 하십니까?`

`독일에서 스님은 구도자로서의 삶에 회의는 느끼지 않았습니까?`

`혹시 그곳에서 여자와의 관계로 파계는 하지 않았습니까?`

어쩌면 내가 묻고 싶었던 가장 강한 질문은 마지막 물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혜강스님이 독일에 가 계신 4년 동안 이 세 가지 의문에서 풀려나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의문에서, 그 의문 안에는 혜강스님을 스님으로 지키고 싶은 나의 염원과, 그로해서 내 자신이 치러야 하는 희생이 동시에 담겨있었다. (13p)

나는 천방 위를 걸으며 먼 들판을 바라보았다. 푸른 논에는 여전히 하얀 황새가 날고, 찔레넝쿨도 긴 줄기를 휘감은 채 자라고 있었다. 옛날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고 보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들도 산도 강도 나무도 풀도 모두 그대로이다. 그런데 이 길을 오갔던 다솔스님과 어머니는 다시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에 있으며, 그들의 진실 또한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쯤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남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불교에서는 윤회를 설명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생은 일회적인 것이다. 같은 형태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157p)

나는 조금 전에 여기로 오면서 혜강스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생가갰다. 그래, 생명은 모두 같은 이치 속에서 살고 있다. 살고 싶다는 강력한 욕망으로 자연과 부단히 투쟁도 하고, 보호도 받고 정복도 당하면서, 아니 어쩌면 생명 그 자체가 자연인지도 모른다. 생명은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니까. 생성과 소멸의 원리가 바로 자연이다. 이 질서 속에서 굳이 머물러야 할 절대의 명제를 띤 생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머물러야 하듯이 개미도 머물러야 하고, 영웅이 머물러야 하듯이 나환자도 머물러야 한다. 모든 것은 존재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므로. (170p)

부인은 냅킨으로 입술 언저리를 가볍게 누르곤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제신들의 만찬, 이 만찬을 위해 인간들은 북대서양이나 남태평양에서 고기를 잡아오기도 하고, 첩첩산중에서 버섯이나 산채를 캐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들의 노력에 대해 지극히 인색한 제신들은 좀처럼 그들을 안중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신들은 포만감으로 반들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페라, 발레, 연극 이야기나 차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입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었다. (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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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물결소리
남지심 지음 / 얘기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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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물결소리』 남지심 / 얘기꾼

마음이 정화되는 소설, 오랫동안 이 기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래전 출간된 이 책이 다시 새로운 옷을 입고 나왔다 했지만, 제목과 작가마저 생소해서 인터넷에 조금 검색을 해보았다. 그때 당시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사람들도 보이고,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도 보였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선지, 아니면 종교적 특색 때문인지 많지는 않았지만, '남지심'이라는 작가의 책들은 눈에 많이도 띄었다. 그리고 이 책을 새롭게 접한 나는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이야기의 여운에 깊게 빠져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물과 삶,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여타 다른 소설과 비슷하지만, 『솔바람 물결소리』는 종교적인 색채를 깊게 지니고 있는 책이다. 이야기 속에서 삶과 선택, 생각에 불교적 사상이 연결된다. 한없이 청정한 마음의 다솔스님, 나병환자의 자식이지만 그에게 키워진 재능 많은 소년 혜강, 어머니에게서 핍박을 받고 자라는 소년 덕이,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교사 '기혜'가 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도와주고, 신뢰하며, 삶과 부처에 관한 끊임없는 대화를 나눈다. 다솔스님과 기혜의 사랑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있는 듯하지만, 사랑보다 이들은 더 큰 차원의 관계로도 보인다. 그들은 교리에만 치중하지 않고, 삶의 모든 것이 진리일 수 있다는 불교의 화엄사상을 바탕으로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실천해나간다.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랑의 실천, 이 세상에서 얼굴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나환자촌에 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허세와 경쟁의식을 비판하고, 누군가를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탐구하고, '윤회'를 통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주인공들의 특색이 강하여 각각의 성장을 지켜보는 소설로도 보이는데, 절에서 자란 소년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미움만을 받는 소년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순 없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들을 아끼던 주인공은 사랑을 실천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묻게 되면서 마지막에 여운을 남기게 된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불교의 사상이 드러나고 있지만, 사상보다도 이야기의 힘이 유독 강하여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불교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들의 관계에, 차분하고 순수한 대화들에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제자인 '혜강'이 선생인 '기혜'에게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저의 대지'라고 말했을 때, 그리고 수많은 곳곳,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정말 많이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기분을 잊지 않을 것만 같았다.

 

 

 

 - 이 책의 후속작, <연꽃을 피운 돌>도 받아보았는데, 곧 리뷰 올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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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느끼는 희 로 애 락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숱한 얼굴들, 어떤 사람은 나를 행복하게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나를 괴롭게 했다. 나를 괴롭게 했던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사람도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행복이나마 줄 수 있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괴로움을 준 적도 있었다.

서로 행복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은 좋은 인연이고 서로 고통스러운 마음을 나눠야 하는 만남은 악연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좋은 사람만 만나면서 살고 싶지만 살다보면 꼭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할 때도 많고 내 자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사람이 되어야 할 때도 많다. 이런 관계는 의식에서 선택되어지기보다는 거의 필연적으로 와 진다. 이 필연적인 관계가 바로 업연인지도 모르겠다. (76p)

나는 얼른 눈을 감았다. 내 가슴속에서 다솔스님의 잿빛 승복 위로 불어오던 깊은 산 솔바람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서였다. 이것은 무엇일까? 내 가슴 속에 와닿는 이 신선한 솔바람소리는 무엇일까? 다솔스님을 처음 만난 순간 느꼈던 그 경이로운 감정은 다시 한 번 내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내가 눈을 뜨고 혜강을 쳐다보자, 혜강이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혜강이한테 남아있던 꺼림칙한 생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내 가슴속에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혜강이를 위해 힘이 되어 주자. 혜강이를 위해 힘이 되어 주자.`(81p)


"다솔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법당 근처에서 풀을 뜯어먹던 염소가 매일 스님들의 염불소리를 들은 공덕으로 다음 생에서는 축생도를 벗어났다고요."

"그렇지만 너도 큰 공덕을 쌓고 있구나."

"그렇지요. 저는 염불소리를 들으면서 자라왔으니까요."

"염불소리를 들으면서 자랄 수 있었다는 건 분명 예사 공덕은 아닐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내 가슴은 착잡했다. 혜강은 자신의 생명을 긍정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음이 분명했다. 나는 발밑에 있는 지렁이를 바라보았다. 지렁이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혜강은 몸부림치는 지렁이를 보고 있더니 수돗가로 가서 플라스틱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은행나무 밑에 물을 부어서 흙을 적셔 놓고는 나뭇가지로 지렁이를 들어 그 젖은 흙 속에 묻어 주었다.

"선생님, 저 지렁이는 다음 생애에 조금 더 지혜 있는 축생으로 태어날 겁니다."

"왜?"

"염불소리를 듣고 자란 제 손으로 살려 주었으니까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혜강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206p)



나는 창문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쏘이며 자리에 누워서 새털처럼 흐르는 하얀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망중한이라고 할까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솔스님과 그 마을을 찾아갈 일을 생각했다. 지구의 끝이라고 해야 할지, 연옥의 끝이라고 해야 할지, 도무지 이 세상 같지 않은 그 마을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은 스님이 다시 와 주기를 원했다. 불교가 무엇인지 알리가 없는 그 사람들도 스님을 보는 순간 막연하게 부처님을 생각하고 내세의 구원을 생각했을 것이다. 종교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경전을 외우고 교리를 아는 것이 무슨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는가. 고통스럽고 절망에 빠진 약한 자신을 내려다보고 너그럽게 손을 뻗어 구원해 줄 것 같은 대상, 그 대상에게 자신을 던지고 겸허하게 매달리는 것이 종교의 본질일지도. (2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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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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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김기창 / 민음사

 삶의 종착점을 향해 간다는 것

 

 

  점점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그 생각이 막연했던 이전과 다르게 '어땠으면 좋겠다-'와 같은 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바라볼 날들보다 지나가버린 날들을 더욱 생각하게 된다는 것. 노인의 삶을 이 정도쯤으로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그보다 쓸쓸하고 고적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은 것 같다. 작년의 기록에 의하면 한 해의 고독사가 대략 천 건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 후에 발견되기까지 며칠, 혹은 몇 달, 그토록 오랜 시간 방치되어 죽음 이후에도 외로움을 떨쳐내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그들은 가족들이 없어 홀로 살아가는 것인가? 아니다. 이제는 가족이 어딘가에 살아있는 경우도 다행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시대다.

 

 현대사회에 허다한 '노인의 고독사'를 다룬 『모나코』는 예상과는 다른 주인공을 내세웠다. ' 가졌는데 살아야 할 이유만 없는' 노인, 그는 넓은 집에 살고, 음식의 풍미를 즐길 줄 알며 철저한 운동으로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 가끔은 신에게 냉소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담배를 찾는 청소년들에게 시가를 건네면서 "나처럼 오래 살지 말라고 주는 거야."라는 말을 건네는 별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살아야 할 이유만 없다는 그가 생기있게 바라보는 것은 사랑하는 어린 여자 '진'과 환상의 공간 '모나코'에 가고 싶은 꿈이다. 이런저런 것들을 가지고 있어 조금은 행운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설이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허울뿐인 그 배경들이 있어 노인은 더욱더 고독하게 여겨진다.

 

  소설 속에서 이름으로도 등장하지 않는 '노인'은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지독한 아픔이 있다. 풍족한 재산과 잘 경영된 기업을 물려준 자식들은 이용만 해먹는듯 자주 나타나지 않고, 시시각각으로 노인의 집을 노리는 도둑들의 묘한 시선을 느끼고, 사랑하는 여자 '진' 은 그저 형식적인 친절을 베푼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체한다. '진'의 진짜 애인은 노인과 함께 있는 그녀를 보면서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이제는 사랑조차 느낄 수 없는 '무성욕자'로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그 말에 '노인'은 슬퍼한다. 그에게도 사랑이 있고, 좀 더 멋진 것을 택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이해해주지 않는 사회의 시선에 '노인'은 체념한다.

 

  그리고 죽어간다. 블랙 유머로 가득 차있었던 초반의 소설은 '노인'의 인생처럼 스르르 죽어간다. 그렇듯 풍족한 삶을 살았고 좋아하는 이국 음식을 만들어 "나의 밤이 시작된다!"라고 외쳤던 그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저 곁에 살던 고양이들만 그의 곁을 조용히 맴돌 뿐. 사랑하는 여자도, 일을 도와주던 여자도 홀로 남겨진 그와 함께 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홀로 있어도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노인'의 캐릭터는 새로웠지만, 그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격한 반응을 일으킬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자신의 바람을 놓아버리고 조용히 무너져가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더욱 생생하고 슬프다. 너무나 조용히 순응했기 때문에 반대로 반항하는 듯 느껴진다. 소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반전될 때, 아니 그가 '미학적 죽음 - 죽음은 회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화려하고 마초 같은 노인의 죽음도, 그 마지막은 역시나 외롭게 간다는 것을.

 

 

-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입니다 :) 생각보다는 참 가볍게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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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조금 있다가 따귀라도 한 대씩 주고 받을 기세였다. 현실의 노인이 한 발 물러섰다. 피식 웃었다. 플라톤은 웃음에 의해 나라가 멸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고 그래서 웃음에 의해 조롱받을 수 있는 신과 영웅들을 기록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다. 노인의 생각엔 전자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웃음은 모든 것을 부수고 다시 재조립했다. 웃음으로써 노인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웃음으로 모든 것을 멸망시키겠다는 듯 노인은 또 웃었다. (39p)

노인이 사는 구역은 으리으리한 집, 부서진 집, 모던한 집, 부서지기 직전의 집, 조금 낡은 집, 많이 낡은 집, 다시 으리으리한 집들이 지그재그로 서 있었다. 관리인이 있는 집은 드물었다. 눈이 오면 쌓이기 바빴다. 간혹 할 일 없는 노인네들이 나와서 자신의 집 앞만 비질하곤 했다. 그 때 젊은 사람이 탄 외제 차가 비탈길을 오르기라도 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스쳐 가는 운전석 차창에 대고 중얼거렸다. 반응은 없었다. 그들은 눈을 치우지 않을 때도 고독했는데 눈을 치우면서 더 고독해졌다. 하루 눈을 치우고 며칠을 앓았다. 그런 노인들마저 점점 사라졌다. 죽은 것이다. 노인은 나이와 고독의 상관성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살 만큼 살고 할 만큼 하고도 죽지 않는 것에 대한 신의 분노가 둘의 고리였다. 노인은 신에게 반문했다. "당신도 너무 오래 사는 것 아닌가?" (51p)

동쪽 하늘 위로 구름이 엷게 퍼져 있었다. 노인은 자신이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에 대해서 생각했다. 자신이 얕잡아 본 감정들. 구질구질함은 경멸했다. 짜릿함은 회피했다. 무절제함은 비루하게 여겼다. 노인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고, 욕조에 앉아 연인들 사이에나 할 법한 몸짓을 주고 받았으며, 술과 담배를 끊임없이 찾았다. 이것은 일종의 신호가 아닐까 생각했다. 갈때가 되었다는,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지 않으면 제일 슬퍼할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더 오래 산다면 진은 삶이 징그럽게 생각될 것이고 덕은 삶이 고단해질 것이다. 오래 사는 게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서 반대로 일찍 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인은 그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144p)

밥그릇에서는 아직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노인은 식탁을 치우며 다행이라고 말하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노인은 그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좌표를 찍어 주었다. 남자가 티켓을 끊어 준 노인의 마지막 목적지는 죽을 날이 머지않은 마음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였다. 거기다가 무성욕자이기까지 한. 진이 남자에게 노인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짐작이 되었다. 추측일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직접 말하지만 않았지 남자는 노인에게 고맙다고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뭔가 많이 아는 남자거나 아니면 너무 모르는 남자였다. (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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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7
안치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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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안치우 / 황금가지

 파격적이고 용감한 작품, 추리소설로 종교를 논하다

 

 

 

  믿음이나 신앙을 강요하는 행위는 개인적으로 어떤 종교이든 안 좋게 보입니다. 간혹 이런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정당한 일이라는 양 행하는 사람들 때문에 순수한 종교인들까지 나쁜 시선을 받곤 합니다. 종교생활의 방식도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혼자서 기도를 하든 어떤 장소에 가든 나름대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 될 수 있고, 그 실천을 틀린 것이라고 매도할 순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서든 참 민감한 부분이기는 한데, 특히나 종교의 영역이 엄청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재림』은 정말로 파격적이고 용감한 (?)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딘가 안 좋은 방향으로 틀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신앙행위를 비판하면서, 놀랍게도 '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으니까요.

 소설의 처음, 단순하게 벌어진 실종 (살인)에 대한 증거물이 '베드로의 십자가'로 나왔을 때 소름이 끼쳤습니다. 예수님의 대표적인 충실한 제자로 알려진 '베드로'는 예수가 예언한 대로 새벽닭이 울기 전 세 번, 그를 부인하고 회개하면서 순교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책 속의 살인자는 이 '베드로의 십자가'를 남기고 끔찍하게 살인을 저지르는데, 그 살인의 명분은 참 치졸합니다. "놈은 자신을 신성한 응징자로 착각하고 있다."라는 말처럼, 그는 미치광이 같은 자신의 신념을, 신과 종교에 의한 것이라고 포장하지요. 『재림』은 추리 형식을 통해서, 이런 무겁고 민감한 '종교'라는 소재에 대하여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의 모순적인 종교 행위와 자신만의 신념을 강요하고 몰고 나가는 행위들을 말이죠. 보다 보면 정말로 통쾌하기도 하고,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어서 내용과 책 자체에 압도되는 것 같았습니다. 신성해 보이는 '종교'와 관계된 살인이어서 그런지 더욱 소름이 끼치기도 했고요. 어쨌든 사회적인 메시지도 묵직하며, 스릴 넘치는 소설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리고 반전, 이 작품은 『재림』이란 장편소설이 아닙니다. 중간 정도부터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또 다른 작품 『만남, 그리고 시작』이 등장하지요. 『재림』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프리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 작품도 참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졌던 여자 탐정 '권민'에 대하여 더 상세하게 볼 수 있고, 탐정 - 우리나라에서 민간 조사단 -으로 활동하는 삼인방이 어떻게 만났는지도 볼 수가 있죠. 앞의 작품과 뒤의 작품이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왜 더욱더 무거운 작품을 앞에 두었나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아무래도 뒤의 작품은 조금 가벼운 느낌이 있어서 맞는 선택인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다른 작품이 나오게 된다면 다른 식으로 조합해서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편 모두, 정말 만족스러워서 다른 작품을 기대할 만큼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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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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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자기 눈앞에 있는 악의 무리들을 어떻게든 처단하고 싶었을 거예요. 베드로가 과오를 참회했듯이 그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겠죠. 팀장님도 아시다시피, 원래 살인마들은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복종시킴으로써 강렬한 쾌감을 느끼는 이상심리를 갖고 있잖아요. 거기다 종교적 망상까지 겹치니까 쾌감이 더 컸을 걸요."

팀장이 이맛전을 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주가 마저 설명했다.

"이런 놈들은 감정기제 자체가 우리랑 달라요. 살인하는 순간에 도파민이 솟구칠 걸요. 살인이 곧 오르가즘이에요. 살인할 때마다 황홀경에서 멈춰버린다고나 할까. 얼마나 치명적인 쾌락이겠어요. 그러니 살인을 끊지 못 하는 거죠."

그동안 대면했던 연쇄살인범들, 그놈들이 지껄이던 살기어린 자백들이 팀장의 뇌리로 무섭게 스쳤다. (130p)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기적의 체험을 하고 있어요. 그들 중엔 사회지도층도 많고 전문직에 엘리트도 많죠. 그분들이 강철수씨만큼의 지식도 없을라고요. 지식 따위로는 설명이 안 되는 전능한 성령의 힘을 느꼈기 때문에 다들 숨죽이고 경배하는 거예요."

흔들림이 없기는 승주도 만만치 않았다.

"그게 종교의 속성이죠. `신과 나` 내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무려 유일신의 주목을 받는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생각!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근사한 일이겠어요. 이런 판타지에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같은 거라고나 할까. 엘리트건 아니건 이런 환상에 빠질 위험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신기루일 뿐이죠. 믿음이란 건 달콤한 자기기만이에요." (148p)

영혼이 이미 떠나버린 눈동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헤매는 듯 비통함으로 그렁거렸다. 마지막 순간에 애처롭게 스쳐갔을 한 인생의 추억과 희망이 먼지로 부서져 차디찬 육신 주위로 흩어졌다. 승주의 뇌신경은 먼지들 속에서 환영을 보았다. 없음의 환영. 아무것도 없었다. 무서우리만치 태연한 극사실의 세계만 보일 뿐이다.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이아몬드 빛깔 영혼이 빙그레 웃어주는 환영이나마 보고 싶었다. 충격받은 뇌신경이 진통용 환각으로 위로해주기를 바랐지만 인체 손상의 병리학적인 정물화만 눈앞에 또렷이 떠 있었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없었다. 너무나 태연히 벌어져 잇는 저 엄혹한 현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흔들리는 건 승주 뿐이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은 지독히도 차분했다. 암막커튼의 가느다란 틈새로 기어들어오는 빛줄기는 빈 공간을 스치고 지나갈때처럼 무심하게, 참혹히 널브러진 손바닥마저도 여전히 무심하게 뚫고 지나갔다. 승주는 그 태연함이 슬퍼다. 한 인간의 지독한 비극은 쉽사리 과거로 묻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그토록 태연히. (196p)



들쑥날쑥 변덜을 부리는 게 인생이라고 권민은 머릿속에서 중얼거렸다. 변덕스런 상황이 던져준 패에 굳이 도전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가치관 속에서 인생은 상황과 의지가 씨줄날줄로 교직된 옷감이었다. 눈앞에 닥친 상황을 어떤 의지로 반응할 것인가에 대해 인생이라는 피륙의 결이 결정된다는 걸 숱하게 목격해 왔다. 누군가는 교활하게 치고 빠지며 매끈한 비단으로 인생을 직조하고, 또 누군가는 미련하게 달려들다가 구멍 숭숭한 거친 무명 한 포 남기고 산화해 버린다는 걸 권민은 종종 되새겼다. 맞서느냐, 피하느냐, 이 두가지 선택 사이에 매달린 외줄을 타는 일이 연쇄살인마를 쫓는 탐정 일보다 훨씬 더 아슬아슬했다. (3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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