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1993년 3월
평점 :
절판


6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의 '소설에 관한 소설'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소설이 아닌
그야말로 소설의 모든 것에 대한 소설이다. 600페이지면 상당히 많은 분량인데(하드커버 양장본이 아니고 보통사이즈의 책에 보통보다 조금 작은 글씨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어 길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든다.

1부-작가 / 2부-편집인 / 3부-비평가 / 4부-독자로 나뉜다. 어떻게 작가가 책을 쓰고 그 책을 어떻게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비평가는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비평하며 독자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 궁금해했을 주제를 상당히 상세하게ㅡ 그러나 아주 감칠맛 있게 쓰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소설도 실제 존재해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무리고..

앤 패디먼의 독서 에세이 <서재 결혼시키기>처럼 읽다보면 영문학에 대해 살짝 들여다 보게 된다. <서재->가 우리나라의 보통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아마 한번도 듣도보도 못했을 작가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면, 이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작가들이 주로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특히 비평가 부분에서 영국작가 중 칭송할 4인과 과잉칭송되고 있는 4인을 뽑는 부분, 미국 작가 중에서 고르는 부분도 꽤 읽을 만하다.

미치너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 것인지, 실재하는 사람이 한 말을 인용한 것인지(아마도 직접 인용한 부분은 실재했을 것같고, 등장인물이 발표하는 부분은 작가의 생각인 듯 하지만) 모르겠지만 그저 무조건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관례를 깨려는 시도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삼아 공개한다면,

영국 칭송할 4인 :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어트, 헨리 제임스, 조셉 콘라드
영국 과잉칭송되고 있는 4인 : 윌리엄 새커리, 찰즈 디킨스, 토마스 하디, 존 골스워디

미국(동순) : 허먼 멜빌, 스티븐 크레인, 에디스 워튼, 윌리엄 포크너
미국 : 싱클레어 루이스, 펄 벅,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가끔 고유명사의 표기에 있어서 거슬리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주가 달려있고, 비문도 거의 없는 편. 읽을 만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수희 옮김 / 열림원 / 1997년 9월
평점 :
품절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가 미도리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 하지메가 부엌테이블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바다위에 내리는 비를 생각하는 장면이 하루키 작품 중 최고의 엔딩장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이 작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다시 읽고는 이 책의 엔딩이 최고라고 느꼈다. 차안에서 밥 딜런의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드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이만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그래서인지 이 책은 1권만 가지고 있었다.그러다 얼마 전에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2권을 샀다.), 다시 읽어보니 모든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만큼 처음 읽을 때와 두번째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른 책은 없었는데.

구성은 최신작 <해변의 카프카>처럼 한장 한장이 교차편집되어있다. 교차편집되어있는 책을 읽을 때면 항상 3분의 1지점 쯤에서 참지 못하고 짝수장을 먼저 모조리 그다음 홀수장 식으로 읽어버리고 만다. 하나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때쯤 해서 찾아오는 갑작스런 전환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서, 작가의 의도를 무시하고서라도 띄엄띄엄 읽게 된다. 나중에 한꺼번에 차례대로 다시 읽고나면 각장의 미묘한 연관성을 느낄수 있어서, 역시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나보다 잘 이해하고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 말을 했으니. 다만 세상사람들 모두에게 읽게하고 싶을 만큼 좋은 책이라는 말밖에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훌륭한 요리 앞에서는 사랑이 절로 생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온화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여자와 남자가 맺어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이겠지만, 시간이 흘러 서로가 익숙해지고 성적 매력이 줄었을 때, 남자를 붙잡아 놓을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요리 솜씨일지도 모르겠다. 음식 잘하는 부인을 얻는 것은 남자에게 있어 크나큰 복이라고도 하던데... 꼭 그런 말 때문은 아니지만, 어쨌든 하루에 한번은 반려와 함께 할 상을 차려야 하는 입장으로서는 이 책의 제목에 현혹되지 않을 수 없다. 훌륭한 요리 앞에서는 사랑이 절로 생긴다니.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총 9가지의 요리법 중 요리 초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훌륭한 요리' 라는 말에서 이미 알아챘어야 하는 것인데.. 그리고 설사 음식점을 차려도 될 만큼 요리를 잘 한다 하더라도, 그 완성품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이 책에 수록된 레시피를 보고 사랑이 절로 생기게 하는 요리를 만들려는 생각이라면, 후회할 것이다.

그 요리들을 실제로 만드는 것에는 애시당초 관심없었고 좀 더 인간적인 괴테를 만나고 싶고 멋진 사진들을 보고 싶었을 뿐이라면, 나쁘지 않다. 책 판형이 커서 그림 보기도 좋고 글도 재미있다. 흠.. 다른 심각한 글들을 쓰면서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싶어 빙긋 웃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노이에 별이 뜨다 - 소설가 방현석과 함께 떠나는 베트남 여행
방현석 지음 / 해냄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들이 너무 예뻐보여서 베트남에 가서 하나 사오리라 생각했다. 베트남은 내게 그저 예쁜 전통의상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가씨들이 있는 더운 나라 그뿐이었다. 베트남에 가보고 싶어 베트남 패키지 여행을 알아보기도 했었지만 아직 못가봤다. 잘된 일이지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베트남에 갔더라면 나는 베트남에서 한국인으로서 마땅히 느껴야 할 것들을 모조리 놓치고 오지 않았을까.

베트남 전이라고 하면 미국의 더러운 전쟁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민주주의의 수호자랍시고 하는 짓거리가 다 그렇지 뭐 라고. 베트남 전쟁 때의 비참한 기록을 봐도 남의 일이라 여겨졌다. 우리나라가 파병한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었고, 베트콩들에게 가장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이 한국군이라는 말도 들은 적 있었지만, 우리나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에 의한 참전이었다 해도 한국인이 그 곳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없지는 않을 것인데.. 작가는 여행 내내 이야기한다. 우리가 저지른 일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한 일을 비난하고 사과를 요구하려면 우리나라도 베트남에게 똑같이 해야 할 것이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과에 준하는 발언을 하였다 한다.) 베트남에 초등학교를 지어주는 사업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되겠지만 좋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에 언젠가 간다면 작가가 갔던 길들을 따라가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재스퍼 포드라는 작가의 소설로 아마 우리나라에 이 작품으로 처음 소개되는 작가일 거에요. 모든 장르소설의 혼합이라는 평을 받은 책입니다. 크림전쟁이 100년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영국이 무대입니다. 패럴렐 월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에서 SF적인 요소가 두드러지죠. 이 사회의 특징이라면 '예술과 문학에 대해 열광하는 인구가 줄어들지 않'은 것이죠. 작가가 꿈꾸는 사회일까요.

셰익스피어의 부인 앤 해서웨이의 별장과 브론테 자매가 살았던 하워즈 하우스, 찰스 디킨즈가 살았던 갓힐 플레이스가 3대 '문학순례지'로 꼽히는 사회. 야구카드를 교환하는 대신에 문학의 등장인물 카드를 교환하는 사회. 시대배경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이 책의 서두는 더욱 흥미를 돋굽니다.

'아버지의 얼굴은 시간을 멈출 수 있었다.'

주인공 서즈데이 넥스트의 애완동물은 멸종된 종을 복원한 애완동물이 대유행이었을 때
슈퍼마켓에서 가정용 복제세트를 사서 기른 도도새 픽윅이고 시간을 멈추고 이루어지는 아버지와의 대화 한 장

'최근에는 1978년에 있었단다. 이걸 가져왔어'

그는 내게 비틀스 싱글을 건네주었다. 내가 모르는 음반이었다.

'비틀스는 1970년대에 해산했잖아요?'
'모든 시간대가 다 그런 건 아니지.'

설명하기 힘든 악역 캐릭터 '아케론 하데스'에 의해 문학작품의 내용이 변하고.. 이 시대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제인에어에서 제인은 마지막에 로체스터에게로 돌아가지 않고 사촌 리브스를 따라 인도로 떠나지요.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내용은 이만큼만.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__) 역자의 세심한 각주도 책의 가치를 높여주지 않나 싶네요.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책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명성이 자자하던데 전부다 번역출간되기를 기다려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