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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킨트
배수아 지음 / 이가서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붉은 손 클럽>을 읽고 이제 배수아의 글은 읽지 않겠다고 다짐한 게 작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작가의 머릿속이 긍금하다, 어떻게 말짱한(어찌보면 조금은 귀엽기까지 한) 얼굴을 하고서 이런 글을 쓰는 거지? 이 사람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 걸까. 뭐 그런 생각들을 했었는데.
그 책도 몇달 전에 친구에게 줘 버렸고, 머릿속에서 영영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끔찍한 이미지들도 이제 흐릿해 졌고, 배수아의 다른 책을 읽을 용기도 생겼고 해서
거진 2년 동안 책장 위에 처박혀 있던 <동물원 킨트>를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동물원을 좋아하는 사람, 비바람이 칠 때 동물원을 찾는 사람, 자신만의 동물원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 동물원 킨트.
- 음? 이거 하루키 아냐? -
언제 나올지 몰라 잔뜩 긴장하며 읽었지만, 다행히도 기괴하고 섬뜩한 장면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양 동물원과, 쌍둥이와, 늑대의 두개골이 나왔다.
동물원, 양, 쌍둥이, 짐승의 두개골. 어떤 책에서든 나올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다니. 배수아가 쓴 글이란 것을 알고 읽으면서도 어딘지 일본 소설같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은 그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