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맨 리버 Old man River K-픽션 11
이장욱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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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맨 리버이장욱 / 아시아

 

 

내 팔에 있는 문신 ‘Old Man River'는 그저 노래가 아니라 몇 가지 뜻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 얘기해주겠다. 그 단어들은 영원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내 삶은 그 강을 따라 노를 저어 내려가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나는 내 길을 가고 있고 삶은 막 속도를 높이려 한다. 아마도 나는 속도를 늦추고 삶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삶이 마구 속력을 내고 싶어 할 때, 속도를 늦추고 삶에 감사하겠다는 부분이 차분하게 내게로 온다. 이 말은 히스 레저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히스 레저는 호주 서부의 작은 도시 퍼스에서 태어나 배우로 활동하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마약에 빠지지도 않았고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되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도 사랑을 했고, 아이를 낳았으며, 이혼을 했다. 그의 마스크는 태평양의 바닷바람을 머금은 듯 거칠면서도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여러 배역을 소화시키면서 수많은 인생들이 그의 내면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곧 인생의 풍요로움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생은 아주 복잡하고 난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배신감을 느낄 만큼 단순한 것이기도 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알렉스를 만나본다. 그는 지금 이태원 뒷골목에 앉아서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밤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는다. 이태원이라는 동네는 대한민국의 서울 한 쪽, 독특한 공간이다. 이질적인 분위기가 구석구석 배어 있는 곳이다. 알렉스는 이태원의 한 생맥줏집에서 스태프로 근무 중이다. 얼마 전에 스물네 살이 되었다. 미국 지방 소도시의 대학을 중퇴했다. 한 달 전에 이태원에 왔다. 알이 한국에 와서 처음 한 일은 텔레비전 방송국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일이었다. 머나먼 타국에 입양되었다가 성장한 뒤 부모를 찾아온 이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떠오른다. 한국에 대해선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나라라는 것 말고는 아는 바가 없다. 한국말도 서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은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배울 계획이 없었다.” 그는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어느 한 곳에도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이 입양된 곳은 북미 중부의 소도시 시더래피즈였다. 양부 니콜라는 항공사 승무원이다. 메릴이란 이름의 양모는 알이 입양된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알은 양부의 손에 큰 셈이다. 니콜라에겐 메릴이 전부였다. “내 삶에는 나 자신도 설명 할 수 없는 신비로운 사건이 세 가지나 있었지. 그 가운데 하나는 메릴을 사랑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메릴과 결혼한 것이며, 마지막은 메릴을 잃은 것이란다.”

 

 

 

 

 

소설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잠시 알의 여자 친구였던 베트남 여인 리엔이 집에 놀러왔을 때였다. 그 때 니콜라가 집에 있었다. 서로 말이 없었다. 어색함을 깨뜨리기 위해 알만 바쁘게 입을 놀렸다. 알은 뒤늦게 그 이유를 알았다. 리엔이 거실 벽에 걸린 사진을 봤던 것이다. 그 사진들은 니콜라가 전쟁에 나갔을 때 찍은 것이었다. 베트남이었다. 니콜라에겐 여전히 그 전장(戰場)이 상흔(傷痕)으로 남아있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니콜라는 말했다. 군인이 사람을 죽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지. 니콜라는 자신이 베트남에 투입된 미군 55만 명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며, 그 전쟁으로 죽은 사람은 300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요즘 베트남전을 돌아보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민주주의란 이름아래 무고하게 희생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원혼은 어찌 달래줄 것인가? 그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 그 상처는 누가 보듬어줄 것인가?

 

 

뿌리를 찾기 위해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한 알은 땀은 많이 흘렸다. 양복은 방송국에서 빌려 입었다. 사회자는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 한국에 온 입양아로서의 감회를 물었다. 알은 어머니를 만나고 싶기는 하지만, 만일 어머니가 자신을 만나는 걸 불편해한다면 만나지 않아도 좋다고 대답했다. “저는 한국에 있을지도 모를 혈육에게 아무런 유감이 없습니다. 단지 부모가 어떤 이유로 아이를 버렸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은 모든 입양아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언제나 향수를 느끼는 것은 아직 미숙한 사람이다. 세계의 모든 장소를 고향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내면의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12세기 스콜라 철학자의 말이다. 알을 통해 바라보는 이태원. 마치 작은 세계라는 느낌도 드는 동네. 인종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곳. 정체성이 흐려진 그곳에서 사라진 정체성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드는 그곳을 떠올려본다.

 

 

이 책은 아시아에서 펴낸 바이링궐 에디션 / K-픽션 시리즈중 한 권이다. 한국문학의 젊은 상상력과 우수한 작품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한 쪽 면은 영어로 번역되어 있다. 영어독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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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 - 미루는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한 일만 룰루랄라 제때 해내기 위한 조언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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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카르린 파시히 외 / 와이즈베리

 

 

계획을 세우다 날이 새는 경우가 있다. 물론 철저한 계획은 필요하다. 반면 일을 계속 미루다가 날이 새는 경우도 있다.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선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무대책이 대책이라고 조언한다. “습관적으로 일을 미루는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마치 자아비판서(?)같다. 책을 쓰는 일은 아주 힘들지만, 이런 책은 세상에 꼭 필요하다. 우리는 일중독에 빠진 일벌레와 아무것도 안 하려는 게으름뱅이 사이의 격렬한 전장에 내던져진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한다. 우리는 유익한 일을 하려한다. 우리 방식으로..” 시작이 좋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려한다.

 

 

 

기한 내에 일을 끝내주기를 주제로 하는 책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업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절망에 빠진 사람을 비난하고 당장 내일부터 열심히 따라하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룹이 있다.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다른 하나는 멈춤, 느림, 게으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은 해결책이 아니라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들 두 부류의 주장과 다른 해결책을 알려준다. 물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꼭 그 일을 해야 할까? 꼭 그래야 하는지 연구된 바가 없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경우(죽기보다 싫은 일 하기)가 적을수록 더 행복해진다.” 이야기인즉슨, 힘들게 자기 삶을 바꾸지 않고도 예전보다 더 기분 좋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저녁에 이불 속에서 남몰래 괴로워하며 뒤척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왜 안 그러겠는가? 수면위로 보이는 백조의 모습에만 시선을 두지 말라는 이야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자주 잊고 산다.

 

 

 

이 책의 키워드나 다름없는 단어가 하나 있다. LOBO라는 단어다   LOBO(Lifestyle Of Bad Organization, 조직화나 계획에 서툰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뜻한다. LOBO들은 어떤 과제에 부담을 느끼고 뒤로 미루는 것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그 때문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들의 능력에 비해 요구사항이 너무 과한 경우에도 그렇다.널리 만연해 있는 이런 자책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LOBO 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일은 하나뿐이다. LOBO들에겐 자기능력에 맞는 환경을 찾거나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도 일은 하긴 해야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나? 어떤 일을 먼저 할지 선택할 때는 내적 감탄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 서류 분류, 지하실 청소, 다림질, 양말 정리 등이 딴청거리로 사랑받는 까닭은 중요도나 만족감 때문이 아니라 단지 양심을 달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미룸의 대선배들이 있다. 노련하게 미루는 프로들은 종종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 리누스 토발즈는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를 개발하느라 전산학과를 졸업하는데 8년이나 걸렸다. 로베르트 슈만은 전공인 법학 공부는 하지 않고 피아노만 쳤다.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궁정 화가로서 맡은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했다. 기하학이 훨씬 더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저자들이 미룸예찬론자들만은 아니다. 단지 일을 빨리 끝내지 못한다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이야기다. 너무 자신을 학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독자의 게으름과 대책 없음에 대해 괜찮다~괜찮다~!!” 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그래도...” 하면서 이렇게 권유한다. 지연행동과 싸울 때는 게으름의 힘이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집중을 방해하는 충동적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환경적으로든 인위적으로든 장치를 마련해두면 충동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평소 한눈을 팔게 하던 게으름이 이 경우에는 오히려 한눈을 못 팔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예컨대 침대가 책상 바로 옆에 있으면 30분 만에 짧은 낮잠을 자게 된다. 그러나 침대가 없는 대학으로, 사무실로, 혹은 멀리 카페로 가면 낮잠을 자러 침대로 가는 것이 갑자기 귀찮고 힘든 일이 된다.”

 

 

 

페이스 북 내 비공개 그룹인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2015922일 현재 6,289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진짜 일을 못해서 일을 좀 더 잘 해볼 만한 팁을 얻어 보겠다는 생각인지? 일 못하는 것도 내 복이려니, 내 팔자려니하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벗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겠다는 뜻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든 일보다 소중한 것은 사람이다. 직장에서 비열한 방법으로 사람을 내쫒을 때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이나 부당한 일을 시키거나 일 같지도 않을 일을 시켜서 자존심을 뭉개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일이 더러운 흉기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일에 대해,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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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십팔사략 현대지성 인문서재 1
증선지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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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십팔사략(十八史略)증선지 / 현대지성

 

 

역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의 역사는 부득불 중국의 역사와 매우 인접해있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은 중국 고대시대부터 송나라가 멸망할 때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이다. 지은이는 송나라 말기 때의 사람 증선지이다. 그는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 범엽의 후한서, 진수의 삼국지, 방현령의 진서, 위수의 후위서, 이백약의 북제서, 영호덕분의 후주서, 위징의 수서, 이연수의 남사, 이연수의 북사, 구양수의 당서, 구양수의 오대사, 그리고 탁극탁이 지은 송사까지 당시 중국에 존재했던 정사(正史) 18가지 책을 요약해서 알기 쉽게 편찬했다. 그래서 십팔사략(十八史略)이란 책 제목은 18가지 역사책을 요약하였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증선지는 송나라 말기에서 원나라 초기에 살았던 학자다. 송나라 15대 도종 때 과거에 급제하여 지방관리를 비롯하여 법관을 역임했다. 그는 정무를 지극히 공평하게 집행하여 명성이 높았다. 특히 그는 송나라 충신 문천상의 후배로서 충절로 가득 찬 학자였는데, 불행하게도 그의 시대에 조국 송나라가 몽골에 의해 멸망당했다. 송나라가 멸망한 후 그는 벼슬에 나가지 않고 은둔하여 이 십팔사략(十八史略)을 집필했다.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은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쓰였던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황제로부터 시정잡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다양한 인간들의 삶의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35제의 전설시대

 

중국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인물은 바로 황제이다. 그는 황하 유역을 평정하여 한족 문화를 일으켜 마치 우리나라의 단군처럼 중국 문명의 개조(開祖)로 추앙받고 있다. 황제 이후 성군으로 칭송받는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가 된다. 나라의 부침(浮沈)은 왕이 어떤 자질을 갖고 있느냐에 달렸다. 나라가 멸망하는 세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 여자, 포악한 성격 등이다. 하나라, 은나라 등이 대표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나라에 걸이라는 왕이 있었다. 공갑의 3대손이다. 걸왕은 성질이 탐욕스럽고 잔학했다. 힘이 매우 좋아 굵은 쇠사슬을 손으로 휠 정도였다. 걸왕이 유시국을 공격했을 때 유시국은 항복 조건으로 매희라는 절세미인을 바쳤다. 걸왕은 매희에게 완전히 넋을 빼앗긴다. 그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었다. 궁중에는 산더미와 같은 날고기와 숲처럼 많은 마른 고기를 쌓아두었다. 커다란 연못을 파서 그 안에 술을 가득하게 부어 배를 띄우며 놀았다. 이 당시 사용한 술지게미 만해도 10리 에 이르는 제방을 쌓을 정도였다. 북소리가 울리면 3천 여 신하들이 일제히 소처럼 엎드려 연못의 술을 마셨다. 매희는 그런 광경을 보고 즐거워했다. 이 때 충신 관용봉이 걸왕에게 눈물을 흘리며 간하였다. “폐하, 너무 심하십니다. 폐하의 몸에 해가 미칠까 두렵습니다.” 그러자 걸왕은 관용봉을 당장 끌어내 죽이고 말았다. 갈수록 하나라의 국운은 기울어만 갔고, 백성들의 민심은 걸왕으로부터 멀어졌다. 이 무렵 인심을 크게 얻고 있던 은나라 탕왕이 군사를 일으켜 걸왕을 쳤다. 결국 걸왕은 명조라는 곳까지 달아나 그곳에서 죽었다. 그리하여 하나라는 우임금이 나라를 세운 기원전 21세기부터 17432년 만에 멸망당했다. 망하면 혼자만 망하고 말지 나라를 말아먹으니 문제다.

 

 

 

우환은 나라 밖에 있지 않고 나라 안에 있다

 

발해 이야기를 해본다. 한 때 발해군은 기근이 들어 도둑이 들끓고 인심이 흉흉했다. 선제는 공수라는 사람을 발해군 태수에 임명했다. 공수가 부임하기 전에 선제를 만난다. “공은 어떠한 방법으로 그 어지러운 고장을 다스릴 생각이오?” 이에 공수가 답한다. “발해는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서 아직 폐하의 은덕이 미치지 못해 백성들이 굶주리고, 추위에 떨어도 구제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도둑질을 하고 사람을 상하게 만듭니다. 이는 아이들이 칼을 가지고 늪에서 장난을 치는 것과 같습니다. 폐하께서는 신에게 무력으로 이들을 누르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덕으로 다스려 그들이 폐하의 은혜를 깨닫고 평안히 살 수 있도록 하기를 바라십니까?” “짐이 훌륭한 사람을 뽑아 태수로 임명하는 것은 물론 그 지방의 백성들을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오.” 공수는 매우 대담하고 지혜롭게 발해를 평정시켜 나갔다.

 

 

선제는 북방의 흉노가 약해진 틈을 타서 흉노 정벌에 나서려했다. 그러자 승상 위상이 말했다. “세상의 어지러움을 구원하고 포악한 군주를 토벌하는 군사를 의병이라고 합니다. 의로운 군사를 일으키는 사람은 천하의 왕이 될 수 있습니다. (....) 나라가 강한 것만 믿고 백성이 많음을 자랑하여 위력을 적에게 보이기 위해 싸우는 군사는 교병(驕兵)이라고 합니다. 교만한 군사는 결국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인도하고 맙니다. 흉노가 국경을 범하여 쳐들어오지 않는데도 출병하여 공격하는 군사는 신이 어리석어 무슨 군사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아들이나 아우로서 그 아버지나 형을 죽인 자, 아내로서 남편을 죽인 자가 220명이나 됩니다. 이는 결코 조그만 변고가 아닙니다. 폐하를 모시는 신하들은 우리 사회의 이러한 어려움은 전혀 염려하지 않고 오직 출병하여 멀리 있는 흉노에 대하여 극히 조그만 원한을 풀려하고 있습니다. 공자께서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계손자가 근심하는 전유가 아니라 바로 담 안에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바로 오늘의 사태와 똑같은 것입니다.”

 

 

 

510국 시대

 

당나라가 907년에 멸망한 뒤 약 50년 동안은 혼란의 시대였다. 이 시기에 중원에는 후량, 후진, 후한, 후주의 다섯 왕조가 계속 이어졌는데, 이를 ‘5(五代)라 한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짧게는 불과 4년에서 길어야 20여년으로서 모두 단명 정권이었고, 천하를 완전히 아우르지도 못한 채 중원지방만을 그 영토로 하고 있었다. 당나라는 그 영토가 360주에 이르고 있었는데, 그를 이어받은 후량은 고작 70여 주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리고 다섯 왕조의 주인은 최초의 후량과 최후의 후주만 한족일 뿐, 나머지는 모두 사타 돌궐족이었다. 혼란의 세월이었다. 결국 후주의 뒤를 이어받은 송나라 조광윤이 천하의 주인 자리에 오르게 된다.

 

 

부록으로는 중국 역사 연표가 실려 있다. 방대한 역사적 사료를 시대 순으로, 소설 형식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흥미롭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역사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독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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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리커버 한정판)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당신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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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노력하지 말아요고코로야 진노스케 / 샘터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열매가 안 열리니 이젠 지쳤다 라는 뜻과 정말 별 생각 없이 살았는데 그냥 계속 이대로 가겠다는 뜻도 담겨있지 않을까?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위로가 된다. 이 책의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대기업에서 19년간 관리자로 근무하다 가족에게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 치료를 공부했다. 성격을 고쳐 문제를 해결하는 성격 개선 전문 심리 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마음에 평화로움도 행복도 찾아오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한다. 그러던 중 단 하나의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노력이란 말은 사실 ‘No이라는 뜻이야. 너무 힘들이지 않아도 괜찮아.” 책의 서두는 저자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했을 때 이야기로 시작된다. ‘신출내기 카운슬러’. 손님을 모으기 위해 온갖 지략을 다 동원한다.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매일 블로그를 업데이트하고, 웹진을 만들어 독자를 모집하고, 여기저기 전단지를 돌리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꾸준히 알렸다. 수강료도 엄청 싸게 책정했다. 사은품도 준비했다. 그저 적자만 아니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달렸다. 그래도 손님이 없자, 자괴감에 빠진다. ‘노력 부족이야’.

 

 

 

그러던 중,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단식원에 들어가게 된다. 저자는 먹는 것을 워낙 좋아했다. 제대로 먹지 않으면 몸에서 에너지가 솟아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단식원에 들어간 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이미 내 몸 안에 다 있다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리고 단식과 노력을 결부시켰다.이미 나에게는 나만의 고유한 가치가 있는데,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데..” 그리고 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하는 강연은, 수강료가 비싸더라도, 사은품이 없다 해도 들을 가치가 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수강료를 두 배로 책정했다. 사은품과 이벤트도 전부 없앴다. 그런데 강연 당일, 이전 강연의 3배도 넘는, 놀랄 만큼 많은 청중이 몰려와 강연장이 눈 깜짝할 새에 다 차버렸다.

 

 

 

물론 단적인 예 일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조건 애쓰고 노력한다고 잘되리라는 법이 없다는 것과 물건 값을 싸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 지나친 겸손은 낮은 자존감과 동격이라는 것 등등을 떠오르게 하는 에피소드다.

 

 

 

나에 대한 인정과 평가는 내가 내리는 경우보다 타인의 시선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나를,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나의 가치는 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라는 마음이 들 때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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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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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10월호 / 샘터

 

 

10월은 고운 우리말로 온누리달이라고 한다. 가을 가득한 온누리에 달빛 고운 달이란 뜻이다. 10이달에 만난 사람SNS 공감 신인 하상욱이다. 하상욱 작가가 지난 2013년 출간한 2권의 시집 서울시는 무려 16만 부나 팔렸다고 한다.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시집 4위에 올랐다. 하상욱 작가가 마음에 담고 있는 화두는 공감이다. 그는 공감을 이렇게 정의한다.소소하지만 생각보다 소소하지 않은 것, 내 삶에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끔 하는 것, 남의 이야기 구경이 아닌 내 이야기 같은 것.”

 

 

 

독립출판 이야기도 흥미롭다. 종이책의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은 괜찮다. 책을 내고 싶은 사람,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해리 포터오두막의 첫 원고는 문전박대와 자비 출간이었다. 대박을 놓친 출판사는 그저 냉수만 들이마시고 있을지 모른다.일 년 동안 써온 에세이 원고를 고치고 고쳐서 여러 출판사로 메일을 보냈다.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바로 이런 원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장 계약 합시다라고 하지 않았다. 무심하게도 아무 응답이 없거나 거절 메일을 보내왔다.” 물론 대박을 예상하고 책을 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내가 쓴 글을 책으로 엮어보고 싶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어려운 작가군이나 작가 데뷔자들을 위해 출판을 해주고 판매, 유통까지 대행해주는 독립출판 책방들이 늘고 있다. 독립출판 서점, 오디너리 북샾 김정은 대표와의 인터뷰기사 내용이다. 독립출판 서점을 찾는 고객들은 30대 여성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책들을 보러 온다. 교보문고나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등에는 없는, 그리고 온라인 서점인 예스24나 인터파크 등에서도 찾을 수 없는 책들이 주종이다. 독립출판 서점은 서울 홍익대 근처와 대학로, 용산 등지에 주로 자리 잡고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흰구름 러브레터 일상에 스민 영성이야기도 좋다. ‘언제 한번 내가 진실로 겸손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자주 들만큼 겸손이란 끝없이 갈고 닦아도 어려운 덕목 중의 하나이다. 자기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꿈을 키우되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인정하되 남 앞에서 일부러 떠벌리거나 자랑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함부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떳떳하게 인정하는 온유함, 실수했을 적엔 즉시 용서를 청할 수 있는 용기 또한 겸손일 것이다.”

 

 

 

 

저자와의 대화코너엔 최근 행복을 인터뷰하다라는 책을 펴낸 정신과 의사 김진세 박사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Q : 인터뷰이들 모두 어떤 한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이들이었다. ‘뭔가를 성취한 자만이 행복할 수 있는것처럼 보일 수 있겠던데.. A : 고민을 많이 했다. 성취에는 양면성이 있다. 성취했을 때 만족감이 있다. 그러나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성취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행복할 것 같은가라는 설문 조사에서도 미래의 행복을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현재 행복한가에 달려있다고 나온다. 물론 사회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행복 유전자를 찾는 건 쉬운 일이다.

 

 

 

 

나희덕의 산책도 빼놓지 않고 보는 칼럼이다. 이달엔 카프카가 주인공이다. “카프카는 생전에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래서 프라하 도심에는 그가 글을 썼던 장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체코 프라하 황금소로 22번지이다.” 황금소로 22번지는 특히 규모가 작아서 방 하나 크기에 불과했다. 그는 낮에는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한 뒤에는 밤늦게까지 여기서 글을 썼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카프카는 끝내 자기만의 집을 갖지 못했다. 몇 번의 연애와 약혼 역시 번번이 파경에 이르고 말았다. 결혼에 대한 두려움 못지않게 카프카를 괴롭혔던 것은 유난히 자기 검열이 강한 성격이었다. 그는 폐병으로 숨을 거두기 전, 가까운 친구인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원고를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유언을 지키지 않은 친구 덕분에 카프카의 작품들을 오늘날 우리가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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