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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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픈 일이다. 하루살이가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열정 때문이 아니란다. 분산돼 떨어지는 빛의 각도가 자꾸만 몸을 바로 세우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하루살이는 보다 크고 안정된 빛을 향해서 목숨이 소멸될 때까지 빛에게로 다가간다." 어찌 하루살이만 탓하랴. 욕망의 용광로에 금이라도 녹여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온 몸을 담그고 싶은 인간의 욕심은 어쩌랴.

 

2. 나에겐 [조드]의 저자로 남아있는 김형수 작가의 산문집이다. 우선 책의 제목부터가 몽골스럽다.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은 '바람이 지나고 남은 것들'보다 더 황망하다. 이런 표현이 좋다.

 

3. 몇 해 전 몽골에 한 번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우물쭈물하다가 그 기회를 놓쳤다. 언제 또 다시 그런 기회가 다시 올지. 헬기를 타고 물경 여섯 시간 동안 대평원을 날고 있었다는 표현으로 '넓긴 넓은가보다' 하는 마음을 지닐 뿐이다. "초원은 인간을 의롭게 만드는 곳이었다. 바다에서 표류하는 조난자의 마음처럼 모든 것을 애태워 그립게 하는 곳. 그래서 다들 지독한 고독의 냄새를 풍기는지 모르겠다."  아울러 초원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초원이 주는 그림은 심플하다못해 비어있다. 그 빈 공간에서도 생명력은 유지된다. 내 주변에 잡다한 물건들이 과연 내가 살아감에 없어선 안 될 품목들인가 돌아보게 된다.

 

4. "초원에서 인간에게 충동을 유발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땅이 아니라 하늘일 것이다. 침묵하는 대지를 견딜 수 없어서 태양이 쏘아 보낸 그대로의 빛살이 내리꽂히는 자리마다 자연이 내뿜는 모든 원초성이 지상의 생명들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하늘을 닮아가고 싶어하던 남해안 바다가 생각난다.

 

5. "오늘날 지상의 모든 예술에서 드러나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인간의 시야에서 대지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무슨 소리인가. 잠시 생각하다 공감의 끄덕임으로 화답한다. 이미 자연이라는 존재는 살아 숨쉬는 대지는 인간의 욕심과 편의성에 의해 덮여져 가고 있다. 놀고 있는 땅의 꼴을 못 본다. 그 대지는 그냥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생명력을 뿜어내고 인수 인계 하고 있지만, 인간의 눈에는 그저 어떻게 저걸 활용할까 그 궁리다.

 

6. 저자는 현재까지 몽골을 11번 방문했다. 그래도 갈 때마다 새롭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몽골인들이 많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별로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임금 수준에 비하면 한없이 낮다. 아니 우리 임금이 좀 높은가? 한반도의 일곱 배에 이르는 거대한 대지가 더 큰 대지에 갇혀 있어 언제나 목이 마른 곳이 몽골이라고 한다. 물이 없으니 공장도 없고 공장 노동자도 없다. 노동력을 팔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아야 하는 것이 그들이 맞이하고 있는 현대의 풍경이다. 울란바트르 대학의 교수 한 사람이 한국을 다녀간 후 그랬단다. 그 무서운 곳. 삼면이 바다로 싸인 그곳에서 어떻게 사냐구. 그 교수는 오직 인천 앞바다만 보고 갔을 뿐이란다.

 

7. 후반부엔 소설 [조드]를 쓰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저자는 그의 역작 [조드]를 구상하기까지 상당히 멀고 복잡한 길을 걸었다. 저자가 처음 초원을 순례한 것은 1999년이다. 우연한 계기로 몽골 여행기를 신문에 기고하게 된다. 그 과정 중 '침략자의 나라'를 미화한다는 지적에 가슴이 미어진다. 그 답답한 편견을 어찌 깨뜨릴까 고민하다가 [조드]를 쓰기 시작했다.

 

8. "칭키스칸은 전쟁을 '정복 활동'이 아니라 '생존 활동'으로 이해했다. 그런데도 칭키스칸 시대 이후 지금까지 동과 서를 막론하고 모든 강국이 칭키스칸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이건 무언가 이상한 현상이 아닌가 말이다). 어쨌든 이런 사실들을 내가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게 됐다는 점이다." 작가의 말이다.

 

9. [조드]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어린 테무진과 자무카의 조우 장면이다. 그다음에 테무진이 자무카와 헤어질 때 밤중에 동물 떼를 데리고 떠나가는 장면이다. 말이 앞장서고 그 뒤에 낙타가 따른다. 이동 중 잠깐씩 쉬어가기도 하는데 말들은 사람하고 비슷하다. 소나 양이나 염소는 애들처럼 오줌을 못 가리고 질질 싸며 가는데 말은 사람처럼 쉴 때 일을 처리한다. 휴식시간만 되면 사람과 말이 일제히 오줌을 싼다. 참았다가 쏟아내는 그 소리는 마치 폭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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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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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러 해 전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유독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한 편 있다. 성질 급한 스티브는 언제나 건물 입구 제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파킹시키곤 했다. 직원 하나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차자 곁에 있던 다른 직원이 한 마디 한다. "냅둬. 장애인이잖아. 정신적 장애인."

 

2. 스티브가 살아 있을 때 출간된 책이었는데, 이를 본 그의 반응이 어땠을까 궁금하다. 그랬다. 그때 내게 남은 스티브의 이미지는 그것이 전부였다. 천재성에 포함되는 정신적 불안정이나 치기가 많았던 사람인가 했다.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은..

 

3.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생각을 고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있다. 100%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긴 그 100%의 기준도 모호하긴 하다. 기준점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이 책의 저자 제이 엘리엇이 처음으로 스티브를 만난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티브는 제이에게 애플의 인사 담당 부사장직을 제안하면서, 매킨토시 개발팀에도 들어와 주길 원한다. 잡스는 20대, 제이는 40대 때 이야기다. 제이는 스티브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호흡을 맞추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5. 저자도 그가 재기 넘치고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아주기 힘든 사람으로도 비난 받아왔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더러 부정적인 측면이 너무 강조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6. 저자가 애플에서 맡은 역할 중 하나는 제대로 정신 차린 '어른'으로서 스티브가 가끔씩 엉망으로 만든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체로 저자를 포함해 스티브 밑에서 일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했고 그 때의 경험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7. "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며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과연 오늘 하려던 일을 하고 싶을까?"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아니오"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때, 저는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스티브 잡스.

 

8. 스티브의 리더십 중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비전'이다. 사회를 바꿔놓을 정도로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제품 개발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은 비전에서 시작된다. "스티브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전하는 일이 신제품을 만드는 일만큼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9. "세계 최고의 부자로 무덤에 묻히는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오늘 멋진 일을 해냈어'라고 말하며 잠자리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  - 스티브 잡스.

 

10. 사람들은 다들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기사나 책을 읽어보면 그가 아주 사소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스티브는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 못지 않게 디자인에도 깊은 가치를 부여했다. 직원 면접 때 "내 시계 디자인이 어떻다고 생각하죠?" 흡족한 대답엔 약 2,000달러 상당의 시계(스티브가 차고 있는 것과 같은)를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11. 역시 스티브 다운 면모는 이런 질문에도 잘 표현된다. "회사에서 잘린 적이 있나요?" 그는 상대방이 어떤 단점을 갖고 있는지, 진짜로 잘렸는지엔 사실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단지 상대방의 태도에 집중한다고 한다. 당황하는지, 의표를 찔렸는지, 진실을 말할지 말지, 쩔쩔매는지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지원자가 실제로 한 말 보다는 그 반응을 보고 지원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냈다고 하는데, 어쨌든 고약한 질문이다.

 

12. 나에게 스티브는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다시 그려진다. 그가 신제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영상을 보면 참 멋있다. 제품이 아니고 살아있는 그의 분신을 소개하듯 열정적이면서도 자신만만한 모습에 감동한 적이 있다. 하긴 그의 작품들은 그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로 세계곳곳에 오랫동안 살아있을 것이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의 리뷰를 남기는 오늘이 바로 그의 기일이다. 그는 꼭 2년 전 2011년 10월 5일 영원한 휴식에 들어갔다.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스티브에게 친구의 마음으로 한 마디 보탠다.

우리 말의 '잘했어!', '수고했어!'의 영어식 표현인 "Steve Jobs, Good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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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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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과학소설 한 편을 소개합니다. 보통 부르는 SF소설이라고 하기엔 깊고 넓습니다. 작가 류츠신은 중국을 대표하는 과학소설가라고 합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8년 연속으로 중국 과학 소설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SF 은하상을 수상했습니다. 주로 중국 현대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근미래의 중국 사회를 묘사함으로 중국 과학 소설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 과학자 왕먀오에게 군인과 경찰들이 들이닥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찾아온 네 사람의 조합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인과 경찰이 같이 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입니다. 왕먀오는 나노 연구 센터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3. 그가 출두 요청을 받은 곳은 '작전 센터'입니다. 외국인도 참석해있군요. 나토 연락장교들도 있습니다. 작전 센터가 있는 곳은 전 세계 작전 지역 중 핵심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멋모르고 참석했던 왕먀오는 차츰 분위기 파악을 하게됩니다. 적은 보통 적이 아니라. 외계인입니다.

 

4. 그들(외계인)의 타깃은 과학계 고위층이군요. 물리학계에서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 두 달 간격을 두고 자살을 합니다. 자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군요. 자살 한 과학자들의 공통점을 찾다보니 '과학의 경계'라는 단체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5. 예상했던 대로 왕먀오가 그 단체와 접촉을 시도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왕먀오에게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군요. 취미 삼아 찍는 사진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오직 왕먀오의 눈에만 보입니다.  여기까진 거의 도입부분입니다.

 

6. 그 다음부터 템포가 좀 빨라지면서, 독자의 눈과 마음을 바쁘게 만들어줍니다. 게임도 등장합니다. 게임 마니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군요. 게임 쪽은 잘 모릅니다. 조금 해보다가 말았지요. 캐릭을 키우다보니 날 새겠더군요. 이 책에 나오는 게임은 좀 특이합니다. 실제로 있는 것 같진 않군요. V장비 센서 옷을 착용하고 게임에 들어갑니다. 360도가 다 보이는 헬멧과 센서가 부착되어있습니다. 이 옷을 착용하면 게임 속에서 실행되는 공격, 칼로 찌르기, 불타기 등의 감각을 똑같이 느낄 수 있고 폭염과 추위를 느낄 수 있으며 눈보라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다 합니다. 오래 살아야겠습니다. 이런 게임도 한 번 해봐야지요.

 

7. 왕먀오에게 닥친 심각한 시력장애(이젠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카운트다운 숫자가 보이는 것)는 그가 실행하고 있던 나노 프로젝트를 중단하자 사라집니다. 외계인들이 나노를 두려워했던 모양이군요.결국 왕먀오를 압박하기 위해서 카운트다운을 보여준 것입니다.

 

8. 책의 중심에는 중국의 1960년대 중반 문화혁명, 홍위병들이 기승을 부릴 시점이 자리잡습니다. 중국에서 '문혁'은 매우 불편한 진실입니다. 감추고 싶은 상처와 흔적이지요. 그러나 특히한 점은 제법 홍위병들의 맹렬한 활동상이 그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금이니 판금되었다느니 하는 말이 없군요. 오히려 작가는 중국내에서 영웅 취급을 받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9. 이 점은 같은 문화혁명을 다룬 옌렌커의 [물처럼 단단하게 / 자음과모음]과 비교됩니다. 옌렌커는중국내에서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꿈도 못꿨지요. [물처럼 단단하게]는 19금의 사랑이야기를 적당히 브렌딩해서 내놓은 작품인데도 말입니다. 혹시 [2012년] 영화 보셨나요? 중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는군요. 그 이유는 인류의 재앙에 맞선 구원의 중심이 중국이었다는것이지요. 아뭏든 이 책에서도 중국이 해결사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다보니 으쓱해진 어깨가 문화혁명이야기는 애교로 봐준듯 합니다.

 

10. 작가와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을 조금 더 적어드리고 리뷰를 마무리하렵니다. 광산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수리공정학을 전공후 발전소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합니다. 퇴근후에도 아무 곳 갈데없는 발전소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니 마작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느 날 하룻밤에 한 달 봉급을 다 날리고 정신을 차립니다. '계속 이렇게 살순 없다. 저녁에 돈을 벌지 못할 망정 잃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대단한 반전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소설가의 자질이 감춰져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이 책은 중국 과학 소설로는 사상 최초로 미국에서 정식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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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가 - 네가 살아간다면 피할 수 없는 질문들
한호택 지음 / 아이지엠세계경영연구원(IGMbook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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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는 쏟아지고 사람은 오지 않는다.' 첫 문장에 주목합니다. 커피숖입니다. 몇 달째 둘 밖에 되지 않는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있습니다. 제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 사채까지 얻어 썼군요. 이 사람에게 돈을 빌려 저 사람 돈을 갚고, 저 사람에게 돈을 빌려 또 다른 사람 돈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사채업자에겐 '신체포기각서'까지 써준 상태입니다. 아내와 이혼한 후 대화도 두절되고 얼굴보기도 힘든 사춘기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가한'이란 사내.

 

2. 막다른 골목에서 화재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사촌형이 자신이 작은 회사를 하나 인수했으니 맡아 운영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물론 그 사촌형은 가한의 처지를 알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도 있지요.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은 시퍼렇게 살아있는지라 동정심으로 그리하는 것이라면 거절하겠다는 생각을 굳힙니다.

 

3. 며칠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립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인생에서 성공을 맛보고 싶다.'는 마음 한가지 입니다. 회사는 콜센터로 운영하는 보험회사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업무분야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요.

 

4. 회사는 만성 적자상태입니다. 일년 동안 운영해봐서 흑자로 돌아서지 않으면 어쩔수 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영의 이력이라곤 결국 문을 닫고만 커피솦이 전부인 그에게 크나큰 도전의 시간이 닥친 것이지요.

 

5. 가한은 회사운영. 나아가선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일'에 대해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며 한 발 한 발 내딛어봅니다. 어려움이 많지요. 낙하산타고 내려온 사장을 곱게 봐줄리 없는 직원들의 시선이 따갑고 힘듭니다.

 

6. 자, 이쯤에서 우리도 한 번 생각해보고 지나가십시다. '일'은 왜 하십니까? 나에게 '일'은 무엇입니까? 내가 고용인이던 피고용이던 무엇이 나를 일하게 하고, 반대로 무엇이 내가 하던 일을 멈추게 하나요? 질문이 너무 많나요? 일은 왜 하는가? 사업은 왜하는가? 여러가지 멋진 대답도 나올 수 있지만, 가장 리얼한 대답은 '돈을 벌기 위해서'지요.

 

7. 그러나, 목적이 그저 '돈'이라면 너무 허망하지 않습니까? 아니, 목적을 그곳에 둔다고 꼭 돈이 모아지는 것도 아니겠지요. 혼자하는 1인 사업이라면 몰라도 여럿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엔 구심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동상이몽의 상태에선 그럭저럭 굴러가던가, 멈추던가 둘 중 하나겠지요.

 

8. 이 책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스토리 형식의 가치관 경영'입니다. 요즘 스토리가 대세입니다. 케이팝의 성공사례는 바로 '스토리'에 있습니다. 이젠 자기계발이나 경영, 경제 분야도 '스토리'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9. 좌충우돌 끝에 가한은 차츰 중심을 잡아나갑니다. 역시 사람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제적 도움이 아니라 '생각의 도움'입니다. 물론 그들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안하고 있지요. 받는 사람 입장에선 큰 도움이라는 것입니다. 성공이란 표현은 아끼겠습니다. 웬지 성공은 멈춤 상태라고 생각하기에 그렇습니다.

 

10. 꿈, 사랑, 신뢰, 행복, 자아실현, 베풂, 생각, 가치관, 희망등의 단어들이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책을 읽다가 중간 중간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역시 사람과 사람은 마음 문을 열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 그리고 주인공 가한이 힘들 때마다 힘을 얻는 것은 책입니다. 책은 내가 힘들 때 조용히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나의 손길이 닿기까지 그저 기다려줍니다. 내가 책을 읽어야 할 목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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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말을 걸다 - 외롭고 서툴고 고단한
신현림.신동환 지음 / MY(흐름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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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미 오래 전 고인이 되신 나의 아버지, 아버님을 생각한다. 나의 세대는 아마도 아빠라는 호칭보다 아버지, 아버님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빠라는 호칭이 더 정겹고 살갑게 느껴진다. 아버지, 아버님이라는 표현은 스스로 그 분 앞에서 몸가짐을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2. 그러나 호칭을 떠나 '아버지'라는 존재감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저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계속 갈 뿐이다. 물론 가는 길에 본의 아니게 쉬기도 하고, 한숨도 쉬고, 화도 내보면서 그저 발길을 옮길 뿐이다.


3. 요즘 가장들의 자리가 없다는 이야길 많이 한다. 나의 자리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그 자리라는 것이 누가 만들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제 위치를 찾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4.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는 일이다. 몸과 마음을 이리저리 부딪히며 보낸 일상이 가정이라는 공간에 들어가서 휴식과 안정이 되고 회복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 상황이다 보니, 자연적으로 귀가가 늦어지게 된다. 때론 스스로 구실을 만들어서 집에 늦게 들어가기도 한다. 악순환이 계속 된다. 집안 공기가 산뜻할리가 없다.


5. 이 책은 이 땅의 아버지들을 위한 연가이다. 저자 신현림 시인은 이미 [엄마, 살아 계실 때 함께 할 것들]이라는 책을 펴냈었다. 저자는 엄마가 앞서 가시는 모습을 본 후 3년 즈음, 길을 가다가도 문득 엄마가 그리워 명치끝이 아파왔던 그 마음을 담아 이 땅에 사는 동안 엄마에게 미루지 말아야 할 것들을 서른 가지로 압축해 담았다고 한다.


6. 이 책은 그 후속편이다. 엄마에 대한 책이 많은 이들의 손과 마음에 담겨지자, 가슴 한 구석에 이 땅의 아버지들에 대해 빚을 진 느낌이었다고 한다. '세상의 아빠들은 어떻게들 살아가실까?'안부를 묻고 싶었다고 한다. 이제사 알게 된 것이지만, 저자는 모녀가장이다. 딸을 위해 아빠 엄마 두 역할을 모두 하는 삶을 산다. 그러다보니 살림보다 더 힘든 것이 밥벌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그만큼 성실한 가장들의 고단함과 애환이 가슴깊이 와 닿고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글에 대한 신뢰가 가는 부분이다. 그저 서정화나 추상화 같은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7. 책은 4부로 편성되어 있다. '아빠는 괜찮아?',  '시간은 빠르고 아빠는 늘 늦다'. '더 늦기 전에, 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아빠도 실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등이다.


8.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진정 어른이 못 된다는 말이 있다. 아버지 뿐이랴,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어르신들이 이 땅을 떠나셔야만 철이 드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나 역시 얼마 전 어머니 가시는 길을 보면서 참 죄송했다. 부끄러웠다. 


9. 저자는 혼자 된 아빠와 그녀의 딸 그렇게 셋이서 가족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여행 가기 싫다고 거절하는 부모님은 보통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염려해서 그렇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어쨌든 여행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귀한 시간이 마련된다. 이 책은 자녀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이 땅에서 '아버지'란 역할을 맡고 있는 '아비'들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자녀들의 마음 속에 어떤 이미지로 남겨질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10. 저자가 인용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잔잔한 아픔으로 가슴에 남는다.

 "심한 화상으로 흉한 얼굴이 되어버린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끔찍한 모습으로 도저히 자식들을 돌볼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겼다. 이후 그는 시골의 외딴 집에 살았고, 자식들은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여 아버지를 원망하고 자랐다. 어느 날 그는 자식들이 보고 싶어 찾아갔다. 하지만 자식들은 흉한 모습의 아버지의 얼굴을 본 후 충격을 받고 그를 외면했다. 세월이 흘러 두 남매는 결혼을 했고, 아버지는 외딴 집에서 홀로 살다가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그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 남매는 차마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서 그 외딴 집을 찾는다. 문상 온 마을 노인 한 분이 남매를 맞으며 그 아비가 평소 버릇처럼 했던 말을 전했다. "내 죽으면 화장하지 말아줘요, 뒷산에 묻히고 싶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집안에 화재가 났다. 그의 아내는 남편에게 나보다 아이들을 먼저 대피시키라고 하는 말에 정신 없이 아이들을 밖으로 내어놓고 다시 아내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아내는 구하지도 못하고 그만 불길에 휩싸이고 만 것이다. 그래서 그 아빠는 불이 너무 두렵고 싫기에 화장을 원치 않았던 것인데, 자식들은 산소를 만들어놓으면 명절 때마다 찾기 귀찮다고 그냥 화장을 해버린다. 뒤늦게 아버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남매는 가슴을 치며 후회했지만 그 아버지는 삼십년 넘게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 뒤에도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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