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111展 : 히말라야의 꿈 - 달라이 라마, 사진으로 만나다
김경상 외 49명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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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와 폰카가 대세를 이루는 요즈음. 고집스럽게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짊어지고 오지를 찾아다니는 사진 작가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경상. 이 분야에선 거의 국보급 존재입니다. 이미 『한국의 얼 111전』을 비롯해 『카롤 보이티야』등 많은 저서가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달라이 라마 111전  히말라야의 꿈』입니다.

 

주변에서 달라이 라마 촬영을 "아예 꿈도 꾸지 마라"였지만 그 뜻을 꺾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라싸부터 에베레스트, 차마고도, 동티베트 샹그릴라, 남인도 문고드 티베트사원, 다람살라, 네팔까지 한없고 무심한 지구의 천정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고산병에 걸려 검은 코피를 한웅큼 쏟기도 했으며, 무거운 장비를 메고 돌아다닌 탓에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탈진 상태를 수도 없이 경험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달라이 라마를 단독 근접 촬영에 성공했습니다. 사진을 통해서 느끼는 것이지만, 달라이 라마 그 분이 사진 촬영에 협조를 해주신 느낌이 강하게 전달됩니다. 111장의 사진에는 40여명의 필진이 동참해서 감동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몇 커트의 사진과 글을 옮겨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비가 옵니다          

        

             유한나 

 

 

사랑하는 이여 비가 옵니다.

새벽엔 빗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그 부드러운 물방울이 지붕 위에

 

땅바닥에 부딪치며 깨어지며 내는

젖은 목소리가 머언 꿈길에서

나를 불러내었습니다.

빗물은 세상에 드리워졌던

슬픔과 기쁨의 그림자들을

살살 지우며 밀려삽니다.

 

사랑하는 이여 비가 옵니다.

맨몸을 숨기지 못하고

하늘 아래 서있는 모든 것들이

조르르 비를 맞고 서있습니다

누군가 가리워 주지 못한 서러운

마음 위로도 비가 내립니다.

아직 더 피어 있음직한

꽃들의 웃음짓는 얼굴도

가만히 부서뜨리며

넘실넘실 빗물은 여울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비가 옵니다.

오로지 비만 오고

비 아닌 것은 오지 않는 날

난 이 비를 맞으러

문 밖 길에 홀로 나섰습니다. 

 

 

동 행

 

변성래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으셨나요.

사실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지나온 길은 어렴풋이나마 그림이 그려지는데 

가야 할 길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당신이 가야 할 길은 잘 보이시나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행이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모릅니다.

굽어지는 길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살아가며 가던 길을 멈칫멈칫하게 하는 것은 

두려움입니다. 누구나 짐짓 겉으로 표현을 안 할 뿐이지요.

 

당신 가는 길에도 동행이 있길 바랍니다.

때로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도 좋습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함께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역시 동행이지요. 나눔이지요. 사랑이지요.

 

 

 

윤회

 

박찬현

 

12지간 찰나의 문 안에서

정도를 닦고 수양하니

육신 태우던 불 숲이

오리무중 포연을 낳고

기화된 구름 생명 잉태하여

대지에 그 인연을 심으니

자라난 초목은 신성한 양식

 

우마 길짐승 날짐승

그렇게 돌고 도느니

해질녘 길게 우는 뭇짐승

전생 인연이라 했던가.

 

아트만이 들어 찬 인간

요행히 환생함이라

왜, 돌아왔는고

그 업보 치성으로 빌어

피땀 눈물로 주야 속죄하느니

환생 수레바퀴 벗어나

브라만이 거하는 대우주

해탈을 소원하노니

 

매양 빌고 염원하는 인생

억겁의 수레바퀴 벗어나려 함이네.

 

..........................

 

이러한 사진집을 읽는 tip을 알려드릴까요.

우선 사진만 쭈~욱 보세요. 그리고 그 다음에 글과 사진을..

시간이 되시면 나중에 글만 따로 읽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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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나무 2012-11-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이 실렸네요 축하드려요~^^ㅎ

쎄인트saint 2012-11-13 22:22   좋아요 0 | URL
예..감사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십시요~~^^
 
로마제국 쇠망사 지만지 고전선집 662
에드워드 기번 지음, 이종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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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 1737~1794)은 로마의 역사를 대체로 다음 세 시기로 구분해 저술했습니다. 


제1기는 트라야누스(재위 98~117)황제와 안토니우스(138~161)황제 시대로부터 게르만족과 스키타이의 야만족 등(기본적으로 훈족을 의미)에 의해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시기까지입니다. 

제2기는 동로마 제국의 영광을 회복한 유스티나마누스 1세 (527~565)로부터 아랍인의 소아시아 및 아프리카 정복과 800년의 서로마제국 부활, 즉 샤를 마뉴(카를 대제, 768~814)의 등극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제3기는 서로마제국의 부활로부터 터키인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공략 그리고 로마 황제 계보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의 약 6세기 반의 기간을 포함합니다.


또한 이 책은 이 기간 동안 등장하는 십자군의 역사를 포함해 다루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100년에서 1500년에 이르는 서유럽의 역사와 서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동방의 역사를 총괄합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제시되는 로마 제국의 멸망 요인은 군사적인 현상이 아니라는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경제적 취약성과 여러 도시의 쇠퇴, 인구 감소, 식민지 문화나 야만인 문화에의 동화, 그리스도교의 채택, 그리고 콘스탄티노플로의 천도 등의 모든 것이 고대 로마의 종말을 재촉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의 제국이 노화할 때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며, 강력한 제국을 운영하던 국가들 모두에게서 이 같은 쇠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말합니다. 


이 책은 발간된 이후 시종일관 종교적 불경이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그는 신의 존재는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기독교가 전파됨에 따른 폐해에 대해 집중적으로 서술했던 것입니다. 특히 제1기의 제15장과 제16장, 마지막 부분인 제38장의 〈서로마제국 멸망의 개관〉에 기록한 종교, 즉 기독교에 대한 그의 시각이 우선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가 로마 제국의 쇠망사를 다루면서 시종일관 견지한 맥락은, 로마 멸망의 가장 큰 요인으로 야만족의 침입을 우선시 하면서도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나약한 로마인이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의 이러한 견해가 당대의 종교인과 지식인들을 설득하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그의 서술에 대한 종교계의 공격은 매우 혹독했는데, 토머스 보들러는 종교적인 요소를 모두 삭제한 《로마제국 쇠망사》의 특별판을 편찬하기도 했습니다. 세인트 폴 성당의 딘 밀먼은 다음과 같이 말할 정도였답니다.


“이 책은 기독교에 대한 뻔뻔스럽고 비정직한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발간 직후 역사학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폴레옹에게는 제국의 야망을 갖게 했고, 처칠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자신의 《회고록》을 집필 할 때 이 책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수상 클레멘트 애틀리가 1949년 아일랜드의 분리 독립문제와 같은 중요한 일이 산적해있던 와중에도 《로마제국 쇠망사》를 두 번이나 읽었다는 것은 이 책의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특히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한 이유의 하나로 이 책의 매우 커다란 영향력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로마사를 전공하는 일부 학자들은 현재의 시각으로 볼 때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완전히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기술과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번의 평가와 작업이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역사학자로서 갖추어야할 정확성과 엄밀성을 갖고 《로마제국 쇠망사》를 저술했음을 보여 줍니다. 이러한 점이 이 책을 현 시대의 세계인들도 선호하는 고전으로 꼽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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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 -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자연과학선집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음, 장헌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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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인슈타인의 일화 한 편을 소개 해드리고 싶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반, 미국에서 전비 충원 운동이 벌어지고 나서 몇몇 민간 위원들이 아인슈타인을 찾아왔습니다. 1905년에 처음 발표된 그의 상대성이론 논문의 원고 초본을 기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돈 많은 이에게 팔아 자금 조달에 보태겠다는 것인데, 다만 팔리더라도 이를 공개된 장소에 보관케 하여 역사적 기념물로 남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인슈타인의 육필 원고는 이미 분실되고 없었지요. 그래서 그(아인슈타인)는 한 가지 역제안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자기가 그 원고를 직접 손으로 써줄 테니 가져가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다소 실망스럽긴 했으나 그들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요. 아인슈타인은 비서에게 출간된 자기 논문을 읽으라고 하고 직접 받아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쓰기를) 중단하고는 자기 논문에 정말 그렇게 쓰여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비서가 그렇다고 확인해주니, “아, 지금이라면 내가 그렇게 안 썼을 텐데”하고 그가 몹시 안타까워했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 제레미 번스타인)

 

이 예화에서 느낀 점 두 가지는 노학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 끝없는 탐구력과 어떻게든 의로운 일에 보탬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참고로, 이렇게 만들어진 아인슈타인의 육필원고는 그 후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잘 보관이 되고 있겠지요.

 

아인슈타인 박사의 상대성 이론을 단 몇 줄의 리뷰로 소개할 능력이 제겐 없습니다. 대신에 장회익 교수님의 글을 옮겨보겠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새로운 자연법칙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기존의 법칙들을 서술할 기본 변수들인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해 간단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전부였다. 즉 기존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통해 자연법칙들을 서술하는데 무리가 있으니 수정된 새 개념, 즉 ‘4차원시간-공간’ 개념을 통해 자연법칙을 서술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만일 시간, 공간에 대한 이 새 개념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상대성 이론은 지극히 간단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이 되지만, 만일 이 새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는 영영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게 되는 것이다.”

- “과학과 메타과학” / 장회익 / 현암사 / 2012

 

사실 상대성 이론에 대한 책과 해설서가 퍽 많습니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대성 이론을 확립한 사람만큼 상대성 이론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이론이 심오하기 때문이고, 또 이 이론 바닥에 깔려있는 철학 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상대성 이론 자체에 대한 설명이나 수학적 복잡함을 설명하는 대신 상대성 이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논리적 사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상대성 이론이 가장 보편적인 자연법칙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특별히 생각이 머문 곳은 「상대성 이론과 공간의 문제」부분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공간 개념에 대한 심리적 기원 또는 이것에 대한 필요성의 심리적 기원은 일상적인 사고 습관에 근거했을 때처럼 분명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전의 기하학자들은 점, 직선, 표면 같은 개념적인 객체들을 다루었지요. 그렇지만 분석기하학자들이 후에 다루었던 공간 같은 개념은 다루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간이라는 개념은 기본적인 경험을 만든다고 합니다.

상자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상자 하나가 만들어졌다고 상상해보자. 상자가 가득 차도록 상자 안에 물건들을 배열할 수 있다. 이렇게 배치할 수 있는 것은 물질 객체인 ‘상자’의 특성이다. 이 특성은 상자에 부여된 것, 즉 상자에 의해 ‘둘러싸인 공간’이다. 이것은 상자에 따라 다른 어떤 것이다. 이것은 또한 그 상자 안에 물건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상자 안에 물체가 없을 때 이 공간은 ‘비어 있는’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공간이라는 개념은 상자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상자의 공간을 만드는 그 가능성은 상자 벽의 두께와 관계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이 없어지지 않게 하면서 이 두께를 0으로 줄일 수 없을까? 이런 극한 값을 취하는 과정은 분명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상자가 없는 공간을 상상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잊는다면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물질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어떤 존재로서 공간을 물질과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데카르트와 모순된다는 것을 누구든지 알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공간을 분석기하학에서 근본적인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데카르트 학파는 수은 기압계에 있는 진공을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기초적인 단계에서조차 공간 개념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독립적이고 실제적인 어떤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 개념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상대성 이론은 단순한 자연법칙이 아니고 사고(思考)의 체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17세기 갈릴레이가 오염되지 않은 감각으로 인지되는 것들만 자연과학으로 인정하던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에게 실험과 수학을 이용한 자연과학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철학을 증명한 이후, 상대성 이론은 인식에 대한 대변혁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론이 필요해서 상대성 이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대한 깊은 사색과 논리적 유추에 따라 결론적으로 이 이론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서문에서 언급한 부분을 소개해드리면 혹시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일어나시려나요?

“과학으로서뿐 아니라 철학적인 관점에서 상대성 이론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해 나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론물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학을 모르는 독자들이 상대성 이론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이 책은 의도되었다.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은 독자라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 두껍지는 않지만 내용을 이해하기위해 독자들은 인내심과 의지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상대성 이론의 주요 개념을 가장 수수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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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의 선택
짐 콜린스 & 모튼 한센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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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 피터 드러커 



두말 할 나위 없이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몸을 쪼개서 두 군데를 갈 수 없는 이상 우리 모두는 갈림길 앞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합니다.  한 개인의 선택이 그 사람의 일생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한 조직이나 기업의 리더들의 판단과 선택은 기업의 흥망은 물론 그 딸린 식구들의 생사여탈을 쥐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환경

지혜롭고 현명한 기업과 리더, 조직과 사회는 반드시 ‘혼돈과 불안을 발판 삼아’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혼돈 속에서’도 번창할 수 있습니다. 

저자(복수지만 단수화 함)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해 커다란 성과를 내고 통제 불가능하고 빠르고 불확실하며, 해를 입을 수 있는 거대한 힘으로 둘러싸인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성공을 일궈낸 기업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이들에게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밝혀내기 위해, 승자와 낙오자를 대조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즉 동일한 극단적 환경에서 큰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한 비교 기업과 대조했습니다. 저자는 큰 성과를 거둔 연구 대상 기업군에 ‘10X'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 이유는 이 기업들이 그럭저럭 성공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대단한 성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등장합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거나,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우선 이 책의 장점, 저자들의 강점은 PC 앞에서만 쓴 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10X의 기업들을 선별하기 위해 2만 400개의 기업을 11차례(약 10년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걸러냈다고 합니다. 



10X 리더


“승리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을 이를 행운이라 부른다.

패배는 미리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불행이라 부른다.”                   


                                          - 로얄 아문센



1911년 10월, 두 팀의 탐험대가 역사상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하고자 원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 한 팀은 경주를 마치고 안전하게 귀가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 팀의 앞에는 통렬한 패배를 인정 할 일과 더불어 목숨이 달린 경주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그 경주를 끝내 마치지 못하고 다가온 겨울에 휩쓸려버리고 말았습니다. 발견된 몇몇 대원의 마지막 일기와 가족들에게 쓴 편지에서 알 수 있듯, 두 번째 남극원정대는 5명의 대원 모두 기진한 상태에서 동상과 통증으로 쓰러져갔고, 눈 속에서 서서히 얼어 죽어갔습니다. 이 두 팀은 완벽한 비교 대상입니다. 각각의 리더는 바로 승자인 로알 아문센과 패자인 로버트 스콧입니다. 


리뷰에서 이 상황을 모두 언급하는 것은 무리지요.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문센은 20대 후반부터 준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항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3,200km를 자전거를 이용해 노르웨이에서 스페인까지 다녀왔습니다. 돌고래 고기가 비상식량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날것으로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에스키모들의 삶을 배우려고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에스키모들이 개로 썰매를 끄는 방법, 영하의 기온에서 몸을 얼리지 않는 방법 등등을 체득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눈 속에 파묻힌 채로 발견된 로버트 스콧은 어땠을까요? 아문센과 반대였다고 생각하면 빠른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문센은 모든 악조건을 예측하며 대비를 했습니다. 그것도 매우 철저하게 했습니다. 의욕만 앞서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스콧은 그의 일기의 대부분을 날씨 탓으로 돌렸습니다.  저자는 이 스토리의 결론을 이렇게 맺습니다.


“상황이 달랐던 것이 아니라 행동이 달랐다.”


아문센 뿐 만이 아닙니다.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한 리더들은 ‘수많은 위험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임’으로써 위험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대비한 것입니다. 


위험대비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올해도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비탄과 황량감만 남기고 갔습니다. 여름과 가을사이 거의 빠짐없이 매해 태풍이 지나갑니다. 그러나 진정 대비책은 있기나 한건지요?  지명은 기억을 못하나 일본의 어느 해안 소읍의 지도자가 생각이 납니다. 우리가 일본이 받는 태풍의 피해에 비하면 그래도 감사할 일이지요. 일본에겐 좀 미안하나 거대한 태풍이 올라올 때마다 일본이 방파제 역할을 해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본의 소읍. 매년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해일까지 동반되어 초토화되는 소읍입니다. 무너지면 다시 짓고 삶의 터전을 옮길 생각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새로 선출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방파제를 쌓는 일이었습니다. 이미 방파제는 있었지만, 그동안 지나간 태풍을 면밀히 검토해서 최고 높이의 파고보다 더 높게 쌓는 일입니다. 물론 반대여론이 심각합니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는데 거금을 들여 방파제를 쌓는 일이 결코 환영받을 일이 아니지요. 예산 낭비다, 자연 경관을 해친다 말도 많습니다. 날씨가 좋으니까요. 그러나 그해 태풍이 가장 강하게 지나갔습니다. 예전 같으면 마을은 형체를 찾아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형 태풍이 지나간 자리 그 마을은 그리 평온할 수 가 없습니다.  일 년에 한 두 차례 지나가는 태풍이지만 대비를 잘 한 덕분입니다. 낙관적으로 “뭐, 지나가면 그만이지”하고 그냥 있었으면 어찌 되었을까요?



일관성과 꾸준함

또한 10X 리더들의 공통점은 일관성과 꾸준함입니다. 회사 내에 룰이 있습니다. 보통 ‘내규’라고 부릅니다. 상벌 규정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회사 중역들과 말단이나 신입사원들에게 적용되는 잣대가 다르다면 회사 내에 쌓이는 불신과 반목은 감당하기 힘듭니다. 대부분 직급이 위로 올라갈수록 부서별 민심의 흐름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구리가 올챙잇적 생각을 못합니다. 한 기업이 성장하고 자리 잡는 것은 매우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나 무너지는 것은 그대로 두면 해결됩니다. 그냥 하루아침에 무너집니다.


역시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메인 주 끝까지 3,000마일에 이르는 거리를 도보 여행하려고 합니다. 한 사람은 매일 20마일을 걷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20마일을 걷습니다. 컨디션이 좋고 날씨도 좋다고 더 걷지 않습니다. 딱 20마일입니다. 피곤하다고 쉬지도 않습니다. 20마일입니다. 

나머지 한 사람은 마침 출발하던 날. 날씨가 넘 좋았습니다. 바람까지 살살 불어줘서 기분 좋다고 40마일이나 걸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뻗었습니다. 못 일어났습니다. 계속 이 상황이 반복 되었습니다. 완전 날씨에 좌우됩니다. 

20마일이 목적지에 도달 했을 때 그 때 그 때 다른 템포로 워킹을 하던 나머지 사내는 반도 못 간 상황에서 비척거리며 가고 있습니다. 목적지에 가기 전에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이 부분은 내가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적용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자주 쓰는 말입니다만, ‘꾸준함을 이길 장사는 없습니다.’



운(運)을 분석 한다

저자는 10X 기업과 비교 그룹을 대조해보는 과정에서 운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0X 기업과 비교 기업을 구분해 볼 수 있도록 230가지 중요한 운 관련 사건들을 식별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결론은 ‘운(運)'이라는 것이 미친 영향은 ‘없다’ 입니다. 


책에는 많은 기업, 기업가들이 등장합니다. 일어선 사람, 주저앉은 사람. 죽다 살아난 사람, 살아나는 듯 돌아가시는 분 등등 다양합니다. 나의 삶은 나의 경영입니다. 나의 기업입니다. 나의 자산입니다. 내 안의 나를 경영해보는 생각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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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철학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
게오르크 W. F. 헤겔 지음, 서정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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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철학’ 그리고 ‘철학적 세계사’. 이 둘은 같은 말이며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세계사에서 철학적 요소를 찾아보는 과정이고, 후자는 세계사를 철학적 관점에서 본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헤겔은 이 책에서 이 둘을 혼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헤겔은 우리가 역사를 바라볼 때 보편적 세계사 자체를 바라보기 원합니다. 세계사에 관한 보편적 반성이 아니라, 세계역사 자체의 내용이라고 합니다. 덧붙이면 “세계사는 오직 정신의 자유라는 개념으로부터 비롯되는 필연적 전개”이며 “보편 정신의 펼침과 실현”이라고 주장합니다. 


헤겔에게 「세계사」는 깊은 숙제였던 듯합니다. 그의 다른 저서 《법철학강요》에서 역시 세계사 전개의 네 가지 원리와 그에 상응하는 네 가지 단계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신이 최초로 직접 현현된 상태에서 실체적 정신과 일체화한 정신의 형태이며, 둘째는 실체적 정신이 앎의 단계로 들어서서 정신이 적극적이고 충실한 내용을 갖춤으로써 실체적 정신의 생동하는 형식으로서의 자각적 존재, 즉 아름다운 인륜적 개체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셋째는 지적인 활동을 하는 자각적 존재가 객관세계와 무한히 대립하는 모습을 띠는 것이며, 넷째는 이 대립이 반전해서 정신이 스스로의 내면으로 진리와 구체적인 본질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객관세계 속에서 편안히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동양세계, 그리스 세계, 로마 세계, 게르만 세계라는 역사적 발전 단계에 대응하는 것으로 서술된다고 합니다.


헤겔은 근원적 역사에서 전설, 민요, 전승되어 온 것들과 시가(詩歌)들은 제외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 같은 전설, 전승되어 온 것들은 아직도 흐릿한 방식들이며, 의식의 측면에서 아직도 흐릿한 표현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흐릿한 의식을 지닌 민족들이나 그들의 흐릿한 역사는 [근원적 역사의] 대상이 아니며, 적어도 철학적인 보편적 세계사의 대상이 결코 아니라고 합니다. 철학적인 보편적 세계사는 역사 속에서 이념의 인식을 목적으로 하며, 자신의 원리를 의식하면서 자신들이 어떠하며 무엇을 행하는 가를 알 수 있는 민족들의 정신들로 이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제대로 된 역사는 발생한 것에 대한 기억이 있어야하며, 명료한 의식으로서 기억은 구체적으로 ‘자유의 실현’ 으로서 국가라는 조건에서만 가능하고, 기억이 가능함으로써 비로소 역사 기술, 즉 역사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세계사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국가가 없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수많은 민족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싫건 좋건 세계사의 주역으로 기억되는 민족은 언제나 강성한 국가를 이루어 그 시대를 지배한 민족입니다. 헤겔은 이러한 민족을 세계정신의 구현으로서 ‘시대정신’이라 부릅니다. 흐릿한 역사의 예로 인도를 들고 있습니다. 인도는 매우 오랜 전통을 가진 민족이고, 언어 등에서 게르만 민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도 인정되지만, 그들이 역사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회의적입니다. 왜냐하면 인도에서는 카스트제도와 같이 자연적으로 확정된 질서의 항구성이 지닌 ‘부자유’로 인해, 어떤 진보나 발전의 궁극목적도 부재하며 ‘기억’의 대상도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헤이든 화이트에 의하면 헤겔이 《역사철학 강의》에서보다도 《백과전서》나 《미학강의》를 통해서 더 풍부하게 역사 서술과 역사 전반에 관한 문제를(역사철학과는 다른 의미에서)다루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거의 주목된바가 없다고 합니다. 《역사철학 강의》에서 정립하려고 했던 역사‘과학’은, 그의 개념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실제로 ‘반성적’ 역사가들이 형성한 업적 위에서 이루어진 후대의 역사의식이나 철학적 성찰의 산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헤겔은 《미학강의》에서 역사 서술 자체에 관한 이론을 정립했는데, 그는 역사 서술을 일종의 언어 예술로 보았으므로, 미의식에 예속된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헤겔은 이성이 세계를 지배하며 세계사도 이성적으로 진행되어왔고, 세계사는 좀 더 나은 상태, 완전한 상태를 향한 부단한 발전의 과정이며, 인간 속에는 ‘좀 더 좋고 완전한 것을 향한 변화 능력’이, 다시 말해 ‘완전성을 향한 추동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역사발전이 그냥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겹고도 고통스러운 투쟁과 노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맹점이 있습니다. 과연 사실에 입각해서 쓰인 역사인가?를 확인해봐야겠지요. 헤겔은 이런 경우 전문적인 역사가에게 현혹되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독일의 역사가들 중에도 역사에 선험적인 날조를 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즉, 최초에 가장 오래된 한 민족이 있었고, 이 민족은 직접 신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며, 완전한 통찰력과 지혜로 살았고, 모든 자연법칙과 정신적 진리를 꿰뚫어 아는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는 이런저런 성직자 무리들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좀 더 특별한 것을 언급하자면, 로마의 영웅서사시가 있었다는 것 등등[이 그러한 날조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헤겔의 역사관은 통상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단순한 숙명론이나 낙관적 역사관이 아니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헤겔의 역사관의 밑바탕에는 ‘냉철한 현실주의’가 깔려 있고, 헤겔은 인간이 역사에서 실현해야 할 자유라는 목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주체적인 인간의 노력과 투쟁을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헤겔(1770~1831)은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출생했습니다. 튀빙겐 신학교에서 수학했습니다. 주요 저서로 《정신현상학》, 《논리학》,《엔치클로페디》  《법철학 강요》, 《미학강의》, 《세계사의 철학 강의》, 《종교철학 강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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