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권하는 요즘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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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x5Nu6gkp 권여선 전쟁과 평화

http://naver.me/GZ5Bmlju 김연수 시대의 소음

http://naver.me/5cH6Um0c 김훈 실크로드 사전

http://naver.me/575fq5Ku 정유정 나와 세계

http://naver.me/5C94J7U2 조남주 걷기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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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0-06 08:09   좋아요 0 | URL
쑥님이 권하는 요즘 이 책^^ 짜잔~~~

2017-10-06 09:25   좋아요 0 | URL
굿모닝~~♡♡
 

<시대의 소음>을 읽느라 노벨문학상 소식을 늦게 접했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고 반해서 그의 책을 다 사두고 읽지는 못했는데 신간소식까지 들려 벼르다 오늘 잡은 김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하아, 반스는 시간에 매달리는 소설가 같다. 이번 책은 시간이 주제는 아니지만 곳곳에 시간의 화두가 눈에 띄었다. 뒤로 갈수록 예술가의 시대적 상황과 심리적 갈등이 어찌나 내밀하게 묘사되어 있는지 숨도 못쉬고 읽었다. 예술가의 내적 고통은 처절했지만 독자인 내가 내지른 탄성은 캬, 정말 아름답다!! 였다. 혹시 반스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거 아냐?하며 책장을 덮고 폰을 들었더니 친구들의 단톡방에 가즈오 이시구로 노벨 문학상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기쁘다. 나름 가즈오 이시구로의 팬이기에. <남아있는 나날>을 읽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좋은 느낌이 참 오래갔다. 최근에 읽은 <여름은 오래 그 곳에 남아>를 독서모임에 소개하면서도 가즈오 이시구로를 좋아한다면 < 여름은 오래...>도 좋아할거라고 했다.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듯해지는 소설들이다. 노벨문학상 기념으로 내일은 영화 남아있는 나날들이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하니 비슷한 느낌으로 봤던 영화 섀도우 랜드가 생각났다. 영국이라는 배경, 같은 주연배우 탓도 있겠지만 잔잔한 감동이라는 키워드가 일치하는 탓도 있겠다. 섀도우 랜드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작가C.S루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 보다보면 루이스의 절친 반지의 제왕 작가 톨킨도 등장하기에 문학팬들의 흥미를 끌만하다.

시대의 소음은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많은데 컴으로 따로 작성해야겠다. 지금은 침대에 엎드린 채 하는 눕북.아, 민음사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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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그렇다. 명절에 길을 나서면 갈 때는 온천, 올 때는 오대산 상원사나 자생식물원을 들렸다. 자생식물원이 문을 닫고, 운전자가 바로 집으로 오고 싶어 한 몇 해 전부터는 지나는 길에 잠깐 내리기만 하면 되는 테라로사에 들렀다. 아이들이 원하는 초코무스와 치즈케익 내가 원하는 산미가 산뜻한 커피로 연휴의 피곤함을 달래곤 했다.

보통은 추석날 아침을 먹고 귀경하는데 명절 당일 테라로사의 풍경은 늘 인산인해였다. 커피 주문부터 테이블 착석까지 분주하고 번거롭기가 이루 말 할 수가 없어도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의 심정으로 달콤한 커피 한 잔의 유혹에 탐닉했다.

이번에 테라로사는 정말 대박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는데, 3년에 걸쳐 지었다는 공장 느낌의 큰 실내공간이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개축과 증축을 덧입혀 아기자기했던 이전 건물 바로 옆에 카페라고 하기엔 큰 규모의 건물 두 동이 새로 지어져 있었고 손님이 건물 크기에 비례라도 하듯 그 안을 메우고 있었다.

‘안되겠다 그만 가자‘라는 말이 턱 밑까지 올라오는 와중에 아이들 둘이 알아서 커피줄 빵줄에 줄을 섰다. 실내자리가 없어 야외로 나가 예의 책사진을 찍느라 포토그래퍼 흉내를 내다가 자리로 가보니 남편 옆에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님이 앉아계셨다. 큰 잔에 커피가 한가득 들어있는 채로.

헛, 심쿵, 어쩔...

˝아내가 대표님 팬입니다˝
(이 사람이!! 내가 언제..)
˝아, 아니에요 지면으로 몇 번 뵐 기회가, 팬은 아닙니다˝
(아니, 팬이라고 하면 어때서 굳이 부인?)
그렇게 시작된 담소자리가 한 시간쯤 이어졌다.
두 아이를 의식하신 듯 청년멘토 같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지만 않았다면 더 긴 자리가 될 뻔했다.

수 년전 조국 민정수석님의 강연을 듣고 한 생각이 어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균형감과 티나지 않는 절제미가 저리도 완벽한 인간이란 말인가 였는데,
어제 만난 김용덕대표님도 그 줄에 세워드려야 하는 분이셨다. 품위와 대화를 이끌어가는 세련된 매너에 아 진짜 멋있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물론 속으로만)

어제의 소득은 테라로사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늘 누가 지었을까 궁금했는데 대표님이 직접 설계하고 도면까지 그리신단다. 디자인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파리를 자주 가시고 가서도 늘 거리를 오래 걸으신다고. 아마추어 작품이라 건물들이 늘 모자라고 빈 구석이 많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평소에 자연친화적인 느낌의 테라로사 건물이 마음에 들었다. 마리오 보타와 안도 다다오를 섞어 놓은 듯한 테라로사. 새로 지은 강릉 테라로사 건물이 특히 그런데 메인 공간의 느낌은 파리의 자연사 박물관 공간을 생각나게 했다.

이제 오픈한 곳의 담쟁이들이 흡사 몇 년전부터 자라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의 의문도 해결되었다. 건축 시작 단계에서 일단 건물이 자리 잡으면 식물 식재부터 하신다고. 예전 건물의 창 밖으로 보이던 밤밭이 너무 좋았다고 얘기했더니 하나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두셨단다. 밤밭 사이로 실개천도 흐르고 있으니 꼭 산책을 하고 가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얼마 전 노건축가 이야기인 <여름은 오래 그 곳에 남아>를 읽은 터라 건축에 관한 담소가 더 의미있게 다가왔고 광화문 테라로사에서 뵙고 한 두번 말을 건네볼까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터라 우연이 우연인 것 같지 않은 만남이었다.

(표류하는 흑발과 바다는 잘 있습니다는 들고만 다니다 연휴기간 동안 만나진 인연들에게 선물, 미처 읽지 못했다. 연휴가 끝나면 표류하는 흑발이 첫 책주문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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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10-05 12:45   좋아요 1 | URL
드디어 테라로사 건물이 지어졌군요.
와우~~ 마치 도서관 인산인해인듯한.ㅎ
사장님이랑 조국교수님이랑 비교 대상이란 말씀이죠^^
이병률시인 책ㅎ

2017-10-05 15:26   좋아요 1 | URL
네ㅎㅎ 한산 할 때가서 책 읽고 싶은 곳...

서니데이 2017-10-05 15:33   좋아요 1 | URL
쑥님, 추석 잘 보내셨나요.
남은 휴일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동해바다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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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10-05 14:37   좋아요 0 | URL
파워플한 아름다움이 있는 동해~
흐린 바다도 멋집니다!
 
어른의 맛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먹기 시작하면 늘 정신없이 먹게 된다. 육수를 머금고 있다고는 해도 토란대 자체에는 대단한 맛이라는 게 없다. 하지만 한 줄기, 또 한 줄기 계속해서 젓가락이 간다.

 쓸쓸한 맛, 고연한 맛이라고 정리하면 간단하겠지만 그것과는 좀 다르다. 베어 무는 순간 이 사이로 잘 익은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그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싶을 때 바로 아삭하기도 한데, 그 식감이 너무 좋다. 이를테면 입천장이 개운해지는 상쾌함이랄까. 씹는 동안은 희미한 맛의 편린이 드러나지만 잡으려고 하면 이내 사라져 버린다.

그런 허무함이야말로 토란대 맛이 아닐까. 이것과 비슷한 맛이 있었던가. 이것저것 떠올려 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아삭하고 씹는 맛이 좋다는 점은 머위와 같다. 하지만 사각사각 딱딱한 샐러리와는 전혀 다르다. 역시 토란대는 토란대다. 유일무이하다. 164

 

달력 넘기는 것을 깜박할 때가 있다. 매일매일 넘기는 달력이라서 하루 늦으면 두 장 연속으로 넘겨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러니까 이틀이 획획 몇 초 만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마치 여우에게 홀린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더 혼란스러울 때는 달을 넘길 때다. 9월 29일, 30일을 연속으로 찢어 넘기면 느닷없이 10월 1일이 나타난다. 이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여름의 끝을 붙들고 있었건만, 단숨에 가을 한복판에 내던져진 듯해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계절이 나를 내버려 두고 가 버리면 왠지 모를 외로움이 격화된다. 가을이 시작될 즈음이라면 유독 서운한 것이 바로 은어다. 그도 그럴 것이, 봄에는 치어, 초여름에는 치어보다 조금 큰 것, 한여름에는 성어를 맛보며 은어와 함께 계절을 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고 좋았던 게 뭐였어요?"

 누군가 이렇게 물으면 남몰래 헤아릴 만큼 소중한 것들이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 큰 소리로 답해야 한다면 단단히 마음먹고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은어 맛을 알게 된 것이요."

은어는 시시각각 맛을 바꾼다. 예를 들어 한여름 포동포동 살이 오른 은어 소금구이를 덥석 물었을 때의 맛, 푸르스름한 이끼의 향. 단단한 살의 맛, 쌉싸래한 맛, 뼈를 씹을 때의 식감. 맑은 물에서 물보라가 팔딱팔딱 추는 춤. 한편 늦여름부터 가을 사이, 알이 배어 살이 푸석해진 은어에게서 느껴지는 시골스러움 맛은 또 어떤가.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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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많은 음식 에세이들을 읽어 왔지만 필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은 처음이다. 내게 익숙한 먹거리들이 불러 일으키는 향수 탓만은 아니리라, 산골에서 멧돼지 전골을 먹는 부분도 필사하고 싶었으니까.

 

말린 토란대와 은어를 먹고 자란 것이 갑자기 자랑스러워지는 밤이다. 심지어 밤중에 사촌오빠들이 은어잡이를 나갈 때 따라간 적이 있었던 것 같은 희미한 기억(기억의 왜곡인지 알 수 없는).

 

올 해는 늦여름과 가을사이에 그 곳에 있었지만 은어를 맛보진 못했다.

언젠간 가을 바람 소슬한데 마당에 피운 숯불 위에서 구운 소금 뿌린 은어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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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10-05 11:13   좋아요 1 | URL
매일 넘기는 달력… 아, 그 때의 시간이 정겨워지는 느낌이에요. 지금은 벽걸이 달력조차 사용하지 않는 세태가 된 것 같습니다.
한반도 기상 조건이 바뀌면서 식물과 동물 등의 생태 역시 바뀌고 있다고 하니 은어를 구경하기 힘든 때가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섭니다.

2017-10-06 23:05   좋아요 1 | URL
네 옛날과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지요. 섬진강의 은어도 예전같지 않다는소식이 들려오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