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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봄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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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월욜 아침이다.

몸에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면서 음주를 자제하는 요즘. 그래도 금욜밤에 '한 잘 할래?'라고 불러내는 친구를 어찌 마다하겠는가. 중간에서 만나 초초초 자제력으로 각 1병하고 2차에서 간단하게 마무리 하고 들어 온 시간이 새벽 3시가 좀 넘었다. 늘 만나는 친구 강양이라는 걸 알고, 남편님께서는 무슨 대단한 모임인 줄 알았다며 비웃는다. 전화 안했으면 안 들어왔을 기세라며..그랬을 것 같다. 둘이만 만나는 것은 오랫만이길래..

 

친구 강양은 야외음주모임의 파트너이다. 새로운 술이 생기거나 하면 북한산 나무 아래 모여 술을 마신다. 안주는 그 날 술에 어울리는 것으로 각자 챙겨 온다. 하루는 보드카를 마시자며 모였는데, 물과 얼음까지 잔뜩 챙긴 채...내가 호기롭게 가져 간 것은 보드카가 아니라 차차 였다. 보드카가 있다고 생각 된 곳에서 그냥 한 병을 들고 간 나의 잘못. 어쩐지 병이 이상한 갈대잎 같은 것으로 싸여 있더라니..

 

늦가을엔 사케를 데워서 은행나무 아래서 마셨고, 해외 다녀온 친구가 가져 온 와인을 따기도 하는 이 모임은 겨울이 되어 잠시 멈췄었다. 강양과는 지난 가을 와우 북 페스티벌의 술이야기 라는 이벤트에서도 같이 있었는데, 먼저 간 내가 '여기 술 많아.'라고 문자를 보내자 금방 달려 나온 친구이다. 나무 아래서의 세계 술 모임이 결성 된 것은 <세계 술맛 기행>이 계기가 되었다. 중고책방에서 이 책을 보고 서슴 없이 뽑아 온 나는 심한 감명을 받고 친구에게 건넸고, 이 책을 읽은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양양아 우리 나이들어 간다고 너무 몸을 사린 것 같아, 앞으로 더 가열차게 술을 마시도록 하자'

 

그 후 해외여행 가이드를 하는 고교 동창 '황양'에게 출국시마다 그 지역의 술을 사오라고 요구를 했고, 우리 못지 않게 술을 좋아하는 황양은 딱 한 번 그 요구에 부응하고 잠적했다.(황양이 참석했던 날의 모임이 넘 달렸나 반성중).그리고 강양 때문에 술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술을 마실 때 마다 부르짖는 동네 후배 공양은 술과 안주를 착실히 준비해오며 꾸준히 참석을 하고 있다.

 

<내가 만난 술꾼>은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구입한 책이다. 이 날 '자음과 모음' 옥상에서 문단의 술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이 책에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죽음의 한 연구>의 박상륭 작가님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술에 대한 스케일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사놓고 수십년 째 못 읽고 있는 <죽음의 한 연구>를 떠 올리고, 잠깐 괴로웠다. 암튼 제목이 <내가 만난 술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막연히 술에 대한 정보를 기대하고 읽었던 듯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술꾼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사람과의 음주 분위기, 그 사람의 음주 태도, 술꾼의 주변에 있는 술꾼들...의 에피소드들이었다. 몇 달 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술꾼에 대해 감동 받은 느낌이 아직도 기분 좋게 남아 있다. 그 분의 삶을 나는 진심을 담아 오래 응원할 것이다. 간간히 아직도 배워야 할 음주 매너에 대한 작가의 철학도 인상적이었다. 술을 사랑하고 술을 오래 많이 마시려면, 어떤 순간에도 지켜야 하는 것이 음주 매너인 바. 그런 면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그리고 아직 내가 못 읽은 책, 후배가 '이벤트 당첨 됐는데, 언니 생각나서..'라며 택배로 보내온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석원 작가가 추천사를 써 준 책이니, 당연히 읽을 만한 책일 것이다 심지어 내가 고민하던 것이 제목이 아니던가.

 

에세이와 카툰으로 구성된 음주 공감 에세이. 사랑에 서툴러 술만 마신 남자 박기원, 술 마시느라 사랑할 시간이 없었던 여자 김은하의 공동 작업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뭔가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술자리 추억들을 때론 즐겁고 유쾌하게, 때론 마음이 짠해지는 장면들로 탈바꿈시켰다.

< 음주 사유>는 술에 대한 3가지 다른 '사유'를 함축한다. 思惟: 음주에 대해 두루 생각하다 - 이제까지 우리는 어떻게 마셔왔는가?, 事由: 술을 마시는 까닭 - 우리는 왜 매번 후회하면서도 계속 술을 마시는 걸까?, 私有: 술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다 - 그러면서도 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기발한 상상력과 해학적 문장을 잘 버무려 저자들만의 특유한 표현방식으로 이끌어냈다.

이를테면, 최고의 술꾼이라 할 만한 당대의 최고 시인, 두보와 이백을 불러내 가상으로 대담을 나누기도 하고, 나폴레옹이 조선에 표류되어 프랑스의 와인을 그리워하는 상상의 이야기도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가져와 한 편의 스토리로 창작해본다. 그런가하면 제철 음식에는 어떤 술이 어울리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지난 날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아 그동안 있었던 만행들을 고백하며 그때 못한 사과를 이제와 수줍게 건네기도 한다.

-알라딘 책소개

보기 드물게 잘 쓴 책 소개다. 요즘 책 소개들은 왠지 다시 고쳐 쓰고 싶은 소개들이 많은데, 이 소개글은 소개만으로 맘에 들었다. 이 책은 예쁘긴 하지만 두껍기도 해서, 요즘 같은 나날들에는 감히 손을 못 대고 있다. 쉴 수 있는 주말에 하루 날 잡아 읽어야지..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술'자를 보는 순간 저절로 손이 가서 그냥 빼 온 책이었다. 3주전에 빌려 놓고 반납일이 되어서 허겁지겁 읽고 갖다 주었다. 표지가 촌스러운데(도서관 책은 표지가 없기에 몰랐다. 표지만 보면 절대 안 읽고 싶은 책), 벗겨놓은 상태로 보았기 때문에 참하고 예뻤다 도저히 안 빌려 올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맘에 든 것은 두께가 얇다는 것이다. 안그랬으면 읽을 엄두를 못 냈을 듯.

 

여튼 이 책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읽을 만한 책이다. 가볍고 휴대가 편하다거나, 형식이 짜임새가 있다거나 하는 외부적인 요인도 맘에 들지만, 내용이 참 실하다. 내가 찾고 있던 딱 그런 스타일의 책이었다. 그러니까 술이 좋고 어떤 술이 있고 식의 소개나  감상이 아니라 정직하고 담백한 '술이 세계사와 문화사'이다. 시간관계상 그냥 훑어만 보고 갖다 주려고 했으나, 읽을 거리가 많아서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다. <술의 세계사>라는 제목에 '술'자가 크게 들어가 있긴 했지만, 나에겐 그냥 세계사 문화사로 읽혔다. 학자가 쓴 가벼운 논문의 느낌이다. <술의 세계사>가 재밌고 읽을 만한 책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다, 아침 시간이 길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피로를 풀어야 했기에. (글쓰기는 피로도 풀어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나는 월욜부터 또 한 명의 술꾼을 만난다.(월, 수 중에 고르라고 했는데...ㅜ) 밤을 새서 마셔도 취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친구. '넌 왜 술을 마시고도 안 취해?'(재수 없다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라는 질문에 '취했어, 취한거라니까. 어떻게 안 취해..'

 

보드카와 테킬라, 소주 등 전 세계의 모든 증류주는 9세기에 이슬람 세계에서, 연금술을 위해 발명한 증류기 아람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유럽으로 전해진 ‘액체로 된 빵’ 맥주, 페스트의 공포가 만들어 낸 위스키와 브랜디, 음료수를 대신했던 대항해 시대의 와인, 겨울의 추위가 낳은 기적의 술 샴페인 등, 세계를 떠도는 다양한 술이 가지고 있는 생각지도 못한 내력과 문화를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세계사.
좋은 술을 만들고 그것을 전 세계의 인류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술의 역사를 알아둘 필요가 있으며, 남의 나라에서 만든 전통주, 저장성 향상, 세계화 등에 대한 지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우선 발효 주를 소개하고, 증류주와 리큐어 주를 차례로 선보인다. 옛날이야기를 하듯이 흥미롭게 내용을 소개하면서 각종 술의 저장성, 풍미 및 맛에 관한 전문성 있는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술은 세계 문명의 발상지에서 우연히 생겨나거나 사람들이 지혜를 짜내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역사 속에 펼쳐진 술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술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이고, 어떠한 술이 어떤 경과를 거쳐 오늘날 전 세계인이 즐기는 국제적인 술로 발돋움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평소 우리 전통 술의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주에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려는 많은 학생, 연구자 및 전통주 제조업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 읽어 보기를 권한다. 또한 술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술에 대한 교양으로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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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비가 그치고 나면 완연한 봄이라는 예보가 떴다. 완연이란 말이 새삼 이뻐 사전을 찾아 본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아주 뚜렷하다. 봄이라는 실체는 공기와 같아서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 정체는 몹시 궁금하다.  정체없는 봄은 오래도록 나를 몹시도 괴롭혔다. 어제 강연에서 들었던 '자살하거나 미치거나 시인이 되거나'라는 문구는 나의 20대의 봄을 말하는 듯한 표현이어서 술생각이 절로 났다. 나는 자살하지도 미치지도(주관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닌 듯 하지만) 시인이 되지도 못한 채 노년을 맞느라 힘들었다. 힘든 줄도 모르고 힘드느라 더 힘들었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면 봄이라지만, 나는 개나리 진달래가 피면 봄이 가는구나 한다. 그 전에 봄꽃은 필대로 피어 지고, 더 이상 필 봄꽃이 다했구나 할 때쯤 개나리 진달래가 핀다. 피다라는 말이 이뻐 또 사전을 찾아 본다. 꽃봉오리 따위가 벌어지다. 연탄이나 숯 따위에 불이 일어나 스스로 타다. 사람이 살이 오르고 혈색이 좋아지다. 암튼 이러다 노루귀를 못 보고 봄을 맞이 할까봐 이번 주말엔 청계산을 가야지 한다. 엎드려야 겨우 보는 이른 봄꽃을 찾아 먼 산에 가는 일은 그만 둔지 오래지만, 여전히 솜털 보송한 노루귀 정도는 실물로 보고 넘어가야 봄이 봄같다.

 

 계절을 맞이하는 일은 보고 먹는 일로 온다. 제철 음식을 찾아 해먹으며 '친구들과 헛소리'를 늘어 놓는 일이야말로 무엇과 견줄 수 없는 즐거움이라 할 만하다. 꼬막을 핏물이 가시게만 데쳐서 봄마늘을 쫑쫑 다진 양념장을 끼얹어 먹는 것, 주꾸미를 살짝만 익혀 자근자근 다진 마늘과 들기름 소금을 넣은 마늘장에 찍어 먹는 것은 입으로 봄을 맞이 하는 일이다.

 

 꼬막은 구경도 못한 채, 어느 샌가 3월이 푹 익은 느낌이라 마음이 조급하다. 어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를 만났다. 늦은 시간이다. 서로 5분만 일찍 들어왔으면 완전범죄였을 텐데라며 웃었다. 밥통의 밥이 며칠이 지났는지..색이 바랬다. 저거 버리기 전에 먹어버리자며, 급하게 주꾸미를 데쳐 히히낙낙 밥그릇을 비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서로 문을 닫고 들어가도 상처 받지 않는 무언의 소통이 아이와 나를 편안하게 한다. 지난 주 생활 패턴의 변화가 있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그러느라 육체적으로 힘든 며칠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좀 정신이 차려?진다. 내일은 큰 시장에 가서 '봄것'들을 좀 푸심히 사야 겠다. 주말에 할 일이 너무 많다.( 책은 언제 읽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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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참 예쁘다

아직도 예쁘고 안 예쁘고에 맘이 이랬다 저랬다

예쁘지 않은 책은 읽기 싫으니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북디자인이 있는 거겠지.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는다.

이런 부분이 눈에 들어 온다.

 

 

 

 

 

 

47

불은 꺼졌다. 황금빛 숯덩이가

재로 살짝 덮여 가고,

보일 듯 말 듯 연기 오르는

벽난로엔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다. 담뱃대 연기는

굴뚝을 향하고,투명한 술잔은

여전히 식탁 위에 놓여 있다.

저녁 어둠이 깔리고.......

 (왠지

 '늑대와 개 사이'라

  일컫는 황혼 무렵에

  친구와 나누는 술 한잔과

  헛소리가 나는 좋더라.) 

친구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p142

 

들어오는 길에

맥주 한 캔 사와서

혼자 마시고

나는 왜 늘 저녁 무렵 같은 기분으로 살까

내겐 평생이 '늑대와 개의 시간' 이었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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