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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엄마들은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했을까?
웬디 삭스 지음, 한은숙 옮김 / 에코의서재 / 2006년 5월
평점 :
미국의 한 기자가 아이를 낳고 일과 육아사이에 고뇌를 하다가,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여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금 놀란점은.. 선진국이라 여겼던 미국도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세상 사는 건 다 똑같나 보다..
저자는 이 책은 계속해서 일을 하기로 결정한 여성들을 위한 책임을 강조한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처음 5~6페이지만 보면 된다.
나머지는 실존 인물의 실제 사례를 통해 같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며
관심없는 사람이 보면 직장맘의 하소연 쯤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직장맘이 봐도 마찬가지다..
어쩜 나랑 이리도 똑같을까 하며 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현실이 답답할 수도 있다.
굳이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정말 개인적 성취감이나 자아실현이 목표라 해도 마찬가지다.
책에서 사례가 나오듯.. 차라리 내가 번 돈이 고스란히 아이들 육아나, 교육비 정도로
고스란히 지출이라도 되면 일을 관두기 편할 텐데,
고액 연봉이라도 받게 되면 더 갈등이 될 만하다..
이 책은 어떤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다.
그저 여러 명의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는 여자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읽다 보면 일에 대해 욕심이 많은 여성일 수록..
아이가 태어나면 몇 배로 더 힘들어 보였는데
나무가 곧을 수록 꺽이는 법인지, 일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게 되나 보다.
문제는.. 직업의 성격상 그런 방법이 가능해야 선택을 할 수 있지,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일을 바꾸는 방법밖에는 없다.
내 생각은, 저자의 말처럼 [일을 하기로 결정한 여성들]보다
[내 딸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전업맘]과
[이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여성 사회 초년병]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과 육아를 병행한 다는 것이 직업에 따라 얼마나 힘든 것인지,
미리 충분히 생각해 보고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
전폭적인 지지자가 가족중에 있다면, 그래서 내 아이를 누군가가 전담해서
교육까지 확실히 맡아 준다면 모를까 겪어보지 않는 이상,
누가 말해 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 딸이 고생고생 공부해서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졌고,
결혼까지 흡족하게 해서 기특하게 바라보고 있는 데...
아이낳고 나서 버틸 때까지 버텨보다가 일을 관둔다면
당사자 보다 그 부모가 더 견디기 힘들 수 있다.
또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사회 초년병들은.. 앞으로 결혼, 임신, 육아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미리 배우자와 상의하고 내가 할 것과 도움을 요청할 것을 적절히 분배해야
긴 호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몇 번의 고비가 온다손 쳐도 다 견딜만 하다.
제일 큰 고비는 결국 내 욕심이 아닌가 싶다.
나도 임신한 동안 철야와 야근을 숱하게 했다. 오죽하면 입덧할 시간조차 없었다.
아이 낳고 화장실에서 젖을 짜가며 수유를 2년간 했다..
아이가 어릴때는 내 몸 아플 틈도 없었다.
조금 커서 숨돌릴 만 하니 오히려 엄마를 더 찾는다.
친구와 놀고 싶어 하나 만나게 해 줄 틈이 없다.
그 시간에 나는 일을 하고 있으니..
하지만, 또 한편으로 돌이켜 보면...
그 숱한 스트레스가 누구 말처럼 추억이기도 하다.
임신 했을 때 내 같이 업무적 회의를 숱하게 한 사람들보고
"애가 태어나면 아빠인 줄 알꺼에요.."라고 웃기도 했고..
화장실에서 짠 모유를 LG25시 또는 임원 비서에게 맡아 달라고 부탁하면서도
끝까지 아이 모유 먹인 걸 지켜보던 동료들도
아이 낳고 다들 모유 먹이기를 시도했다.
물론, 나의 비법을 수시로 와서 물어 봐서 본의아니게 모유수유 전도사가 되기도 했나 보다..
집에 늦게 가면 엄마는 몰라봐도 내 가슴은 알아보고..
함박웃음을 짓고 기어와서 가슴팍에 얼굴을 파뭍고 행복해 하는 아이 얼굴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유선염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의사는 젖을 끊어야 한다고 했지만
눈물까지 나며 괜한 오기까지 발동한 것도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거리다.
늦게 퇴근해서 집에 가서 아이랑 책 한 권 읽은 것도 버릴 것 없는 소중한 추억이고,
엄마가 보고 싶어 출근할 때마다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간 일도..
벌써 가물가물 거리는 일이 됐다.
몇 달 있으면 학교에 입학해서 그 전에 같이 실컷 시간보내며 뒹굴거려 봤으면 하는
소박한 꿈도.. 결국 입학 후로 연기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리 못해 봤기 때문에 무의미하게 보이는 일상의 소중함도 이젠 알 것 같다.
나는 계속 일을 하고 싶기도 하고, 이젠 그만 하고 싶기도 하다..
확실히 사회의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이젠 더 이상 면접을 볼 때 우리 때처럼
"결혼하고도 일을 계속 하실 껀가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결혼 할 때 배우자가 아이 낳으면 일 관두라는 주문을 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일하는 엄마들을 더 배려 해 주기도 한다.
내가 일을 계속 하면 계속 할 수록 후배들이 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쉬운 분위기가 될 것 같다.
누군가의 딸이자, 나의 며느리가 될 후배들 말이다.
만약, 일을 그만 둔다면, 아마도 예전을 그리워 할지 모른다.
지금껏 쉬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익숙치 않은 살림에 고생할 듯 싶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그동안 미뤄뒀던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할 것 같다.
모처럼 여유로운 (경제적이 아닌 시간적인) 생활에 푹 빠질 지도 모르겠다.
어떤 선택을 하건, 사람사는 건 다 똑같지 않을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서 뭘 선택하든 행복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