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사랑
패트리샤 콘웰 지음, 정한술 옮김 / 시공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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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패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를 보면 살인범들은 모두 잔인한 정신병자들로 묘사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스토리의 일정함이 없다. 이 작품을 보면 처음에는 베릴 매디슨이라는 소설가의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의 사라진 마지막 작품의 원고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 원고를 찾는 비열한 변호사와 그 책이 출판되지 않기를 바라는 퓰리쳐 상 수상 작가가 등장한다. 그래서 사건의 이야기가 대중 조작에 희생되는 소설가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때 범인은 변호사, 소설가, 그 소설가의 누이로 옮겨가는데 소설가는 살해당하고 누이는 자살한다. 그러다가 돌연 세차장에서 일하는 심리학 석사 출신의 알 헌트가 등장하고 그는 자신이 있던 정신 병원에서 만난 프랭키라는 남자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그가 범인일 지 모른다고. 그리고 알은 자살한다. 스카페타는 이제 프랭키를 찾아 나선다. 왜냐하면 프랭키가 다음 피해자로 자신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때는 사라진 베릴의 원고난 비열한 변호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에 원고를 찾았어도 결론은 단순한 정신병자에 의한 살인이 되고 만다. 나머지는 연막일 뿐이다.

패크리샤 콘웰의 작품은 그래서 맛있을 것 같은 음식을 먹었을 때 느끼는 뭐라고 할까, 맛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뭔가 약간 모자라는 것 같은 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이대로 먹어도 좋을 듯 싶지만 그러기에는 성에 차지 않는 그런 느낌을 준다. 더 괜찮을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 약간의 실망을 안겨 준다고 할까.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을 계속 읽고 있는 자신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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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 연속살인 - Q Mystery 14
윌리엄 데안드리아 지음 / 해문출판사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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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 여자가 탄 차가 불안한 구조물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두 여자는 죽고 한 여자는 살았다. 신문 기자 뷰얼이 목격을 하고 신고를 했다. 그런데 그에게 HOG라는 이물이 편지를 보낸다. 그것은 자신이 저지른 사고를 위장한 살인이라고. 그리고 이어 노인이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나고, 8살 짜리 사내아이가 집에서 나오다 지붕에서 떨어진 얼음에 맞아 죽는 사고와 동시엔 한 여자가 자신의 집에서 마약을 맞다가 죽는 일이 발생한다.

이 중 경찰은 마약 사건만 진짜 살인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호그는 편지를 뷰얼에게 보내 자신의 짓임을 알린다. 경찰은 호그를 추적한다. 마약 사건에서 여자의 남자 친구가 실종된 것을 알고 그가 호그라고 생각한다. 이때 탐정 론과 그의 스승이며 저명한 탐정인 베이네데이티 교수가 사건에 관계한다. 그 후에도 전직 보안관보가 자살을 위장한 타살로 발견되고 슈퍼마켙에 소년 둘이 불을 질러 미처 피하지 못한 한 여자가 질식사한다. 

HOG라는 정체 불명의 인물이 마을에서 무차별 살인을 벌인다. 피해자들에게 어떤 동질성도 찾을 수 없는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피의 복수다. 어찌 보면 살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살인들도 있다. 바람이 불어 간판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간판이 떨어져 그 사람이 죽는다고 그것을 누군가 조작한 살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HOG는 그것이 자신이 저지른 일임을 신문기자를 통해 밝히니 이상한 일이지만 믿을 수밖에.   

사고는 단순한 사고다. 그런데 그 사고가 누군가 조작한 사고를 위장한 살인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뷰얼은 신문에 칼럼을 쓰는 기자다. 그는 어느 날 불행한 사고를 목격한다. 그런데 그에게 HOG라는 살인자가 편지를 보낸다. 그 사고는 자신이 사고로 위장한 살인이라고. 경찰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호그는 아무도 모르는 피해자의 비밀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잇달아 사고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호그는 편지를 보내고 그 사고는 살인이 된다.  

심리학자 재닛은 호그의 심리를 파악해서 경찰에 보고하게 된다. 사립 탐정 론 젠틀리는 베이네데이티의 유일한 탐정 면허를 가지고 있는 조수다. 그는 어떤 공금 횡령 사건을 조사하다가 자신의 사건 범인이 호그에게 살해당하자 호그 사건에 연관이 된다. 베이네데이티가 도착하고 론과 재닛은 한 팀이 되어 호그를 추적한다.  

탐정 베이네데이티는 독특하다. 그는 철학자다. 그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의 수임료는 범인과의 면담 2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또 젊은이들을 자신의 조수로 조련시키기를 좋아한다. 그에게 선택된 론은 사실 경찰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고도 근시인 탓에 경찰이 되지 못하고 베이네데이티의 눈에 띄어 탐정이 되었다. 이렇게 두 명의 나이 든 탐정과 젊은 탐정이 조화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한다. 아주 재미있고 트릭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론은 사건에 연결된 모든 사람들이 호그(HOG)라는 돼지 또는 경찰을 나타내는 은어와 관련이 있음을 피력한다. 베이네데이티 교수는 마약 사건에서 사라진 테리 윌버가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찾는다. 마침내 론은 그를 찾지만 그는 이미 동사한 후였다. 그렇다면 과연 호그란 누구일까? 무엇 때문에 호그는 사건을 가장해서 그 많은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이 작품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을 교묘히 이용한 것과도 같다. 거짓말을 계속하면 진실도 거짓으로 느끼게 되는 법이다. 이상한 살인이 계속 발생하게 되면 모든 살인이 그 범주에서만 생각하게 되어지고 살인의 성격을 밝히기 힘들게 만든다. 독특한 작품이다. 주변의 모든 상황을 이용하는 살인자의 비상한 머리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작가에게도. 베이네데이티는 마지막에서 HOG의 뜻을 Hand Of God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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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게임 -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1
폴라 고슬링 / 서지원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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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결혼을 거절할 생각으로 혼자 바닷가를 산책하던 클레어는 한 남자가 서류를 떨어뜨린 것을 알려준다. 그 후 그녀는 누군가가 쏜 총을 맞는다. 거리에서 택시를 잡다가. 킬러를 전문으로 잡는 말첵은 그녀의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그녀의 아파트가 폭발하고 사망자가 발생하자 말첵은 클레어가 자신이 쫓고 있던 에디슨에 의해 살해당할 운명임을 감지한다.

말첵은 클레어를 보호할 임무를 맡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 때문에 그녀에게 더욱 냉담하게 대하고 그런 말첵에게 클레어는 상처를 입는다. 그렇게 에디슨과 대치하던 중 한 마을에서 에디슨을 잡았다는 연락이 온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고 말첵은 총에 맞는다. 그 순간 둘은 사랑을 확인하지만 에디슨의 추격은 집요하다.

존 그리샴의 <펠리컨 브리프>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킬러에게 쫓기는 여자, 그 여자를 보호하는 형사, 그리고 킬러... 다른 점이라면 <펠리컨 브리프>에서는 여주인공이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우연히 킬러를 목격한 것이 쫓기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약간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어쨌든 존 그리샴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마 이 작품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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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휴먼 SF 걸작선
홍인기 엮어옮김 / 도솔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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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열 세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이름을 아는 작가는 필립 K. 딕과 아이작 아시모프정도다. 이 중 눈에 띄는 작품은 그렉 카이저의 <나는 불타는 덤불이로소이다>와 에드거 팽본의 <황금 나팔>이었다.

<나는 불타는 덤불이로소이다>는 우주에서 바이러스에 전염된 승무원들이 죽어도 죽지 않는 영원의 몸이 되어 사람들 앞에서 자살을 공연하고 돈을 받는 내용이다.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사람과 그 앞에서 불사의 몸을 얻고자 자살을 행하는 많은 사람들. 그들 라이퍼(보통의 인간)들을 보면서 대드맨(죽어도 죽을 수 없는 자)은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낀다. 네덜란드에서 자살약을 시판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살을 열망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지 미래가 아니더라도 궁금하다.

<황금 나팔>은 다비라는 아이의 이야기다. 핵폭발 이후의 중세처럼 변해 버린 지구에서 아이들은 태어났을 때 뮤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면 고아원에 들어가고 9살이 되면 노예처럼 일을 해야 한다. 뮤는 보는 즉시 죽여야 한다. 어느 날 다비는 탈출을 결심하고 동굴에 숨어들다가 뮤를 발견한다. 그를 따라 갔다가 그가 가지고 있는 황금 나팔을 훔쳐 돌아온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돌려주러 갔을 때 뮤는 이미 늑대에게 죽어 있었다. 아마 이후로 다비는 계속 여행을 하는 모양이다. 이 작품에서는 14살의 다비가 나온다. 그냥 신밧드의 모험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SF는 재미있다. 그리고 심오하다. 인생을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든다. SF를 통해서 인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어서 SF 소설을 즐겨 읽는다. 이번 작품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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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의 초상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93
최승자 지음 / 미래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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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십 년 전 누군가 내게 슬쩍 보여줬던 시집 한 권에 나는 매료되었고, 더 이상 편지지에 쓰여 있는 사랑에 관한 시를 읽지 않게 되었다. 시를 좋아하고, 시인을 좋아하고, 어쩌면 내가 걸었던 길을 시인도 걸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행복하던 스물 몇 살의 나를 돌아보니 우스운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이 그때가 생각나는 것은 따뜻한 봄 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세계의 문법을 그는 매번 배우지만 / 매번 잊어버린다. / 세계가 마취된 것인가, / 자신의 두개골이 마취된 것인가, / 그는 매번 판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는 물질이 정신성으로, 정신이 물질성으로 / 이동해가는 통로를 너무나 잘 알고 / 때로는 너무나 까마득히 모른다.

시인의 시는 매력적이다. 가끔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쉬운 듯하면서도 통찰력을 보여주는, 미사여구를 전혀 쓰지 않고도 정곡을 찌르고, 슬프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시를. 하지만 그녀의 시는 외롭다. 고독하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에 매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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