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 Q Mystery 44
빌 밸린저 지음, 이기원 옮김 / 해문출판사 / 199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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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남자가 밤중에 목이 거의 잘린 채로 발견된다. 신발 안에 천 달러 짜리 지표를 지닌 채.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목소리를 잃고 기억을 잃은 상태다. 경찰은 그가 빅터 퍼시픽이라고 알려준다. 그는 자신을 발견하고 구해 준 비앙카라는 여성에게 감사를 전하러 찾아 간다. 그녀는 동정심이 많은 여자가 그의 사정을 듣고 자신의 일을 돕는 조수로 집에서 지내게 해 준다.

그녀의 집에는 로즈메리라는 모델이 함께 사는데 그녀는 빅터를 보자마자 싫은 내색을 한다. 빅터는 자신을 찾고자 노력한다. 누군가 비앙카의 집 앞에 목을 자른 채 그를 버렸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경고의 표시였을 것이다. 그 짐작은 맞았다. 그것은 로즈메리에 대한 경고였다. 하지만 로즈메리는 그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믿지 않고 그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단지 어느 은행의 대여금고 열쇠만을 주었을 뿐이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그는 호르스트만 대령을 기억하지만 그가 누군지 모른다. 그는 자신이 웨인라이트라는 남자와도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 그는 여러 이름이 필요했을 까?

거의 동시에 같은 모습으로 발견되는 두 사람.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죽는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이름이다. 산 사람은 기억을 잃지만 살았으므로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선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한번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려던 사람이다.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 그를 위협한다. 그는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는 그런 자신을 안다. 그는 한번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없는 남자다.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둘은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일까. 아니면 진짜 동명이인일까. 결말을 봐야만 알 수 있다.  

정말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노예 시장이 아직도, 아니 이 책이 쓰여진 1957년까지 있었을까? 아니면 작가가 만들어 낸 이야기일까? 어쨌든 놀라운 구성과 작가의 빛나는 아이디어의 승리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당연히 읽어야 할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독자를 긴장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한시도 책에서 눈을 띄지 않게 만든다. 너무 단순하면서 의표를 찌르는 이야기라 결말을 보고 나면 앗 하는 탄성을 지르게 한다. 그리고 허탈해진다. 어쩌면 인생이란, 범죄란 이렇게 허무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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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딕 프란시스 / 미래향문화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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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트레메인이라는 경마 조전기를 추위와 배고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게 된 존은 그의 집에서 그의 자식과 며느리, 경마 기수와 이웃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에게 한번의 살인 사건과 한번의 실종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존은 소설을 한 권 썼지만 그전에는 밀림, 황야, 사막, 빙원 등 여러 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누구보다도 생존을 위한 방식을 잘 알고 있어서 얼음 구덩이에 빠진 차에서 여러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고 누군가 일부러 한 남자를 덫으로 유인해 죽이려 할 때 그를 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자신이 화살에 맞아 숲 속에 있을 때도 그를 살린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살인자를 자살에 내모는 것도 그의 생존 방식을 적은 책이었다.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하지만 그는 노골적인 여자의 유혹을 뿌리칠 정도로 정신력이 강하지는 않다. 그 결과 여자가 임신을 하고 남자는 압박감에 여자를 살해한다. 어쩌면 그것은 그의 일생의 단 한번의 실수였는지 모른다. 우리는 한번의 실수가 우리에게 덫이 되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또 다른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경우 우리는 그 실수를 인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질 것인지, 아니면 실수를 회피하고 모면해서 더 큰 실수를 저지를 것인지 경정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실수는 언제나 있는 것이고 실수에 대한 마음가짐과 행동이 생존의 방식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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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딕 프랜시스 / 미래세대 / 199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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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나라에 번역된 딕 프랜시스의 작품 중에 가장 걸작에 꼽히는 작품이다. 전직 경마 기수이자 사고로 왼 팔을 다친 경마 전문 사립 탐정 시드가 등장하는 작품은 세 작품이다. 1965년 작품인 'Odds Against', 1979년 작품인 이 작품 'Whip Hand', 1995년 작품인 'Come to Grief'가 전부다.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이 작품 전부가 출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드는 전직 경마 기수로 낙마와 사고로 왼손을 잃고 의수를 단 채 경마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탐정으로 살아간다. 그는 세 가지 사건을 거의 동시에 의뢰 받는다. 첫 번째 의뢰는 자신의 마구간에서 우수한 말들이 이유 없이 레이스에서 꼴찌를 하는 이유를 밝혀 달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 의뢰는 전처가 사기꾼에게 말려들어 감옥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기꾼을 찾아 달라는 전 장인의 의뢰였다. 마지막 의뢰는 재키 클럽이라는 경마 협회의 보안 대장이 신디케이트에 부정이 있고 그 부정에 자신들 보안 요원이 협조하고 있는 것 같으니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시드는 전처의 사건만 빼고 두 사건에서 손을 대자마자 위협을 받는다. 한 남자는 시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며 성한 오른손마저 못쓰게 만들겠다고 협박하고 또 다른 남자는 깡패를 동원해서 위협한다. 시드는 그런 협박에 처음에는 굴복한다. 하지만 일은 그가 굴복하고 있도록 놔두지 않는다. 결국 시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얼마간의 자존심을 회복한다. 

전직 경마 선수, 왼쪽 팔이 의수인 장애인, 경마 전문 탐정, 이혼남. 그를 구성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그의 성격은 누구도 굴복시킬 수 없는 의지다.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이것을 두려워해서 그를 미리 협박하기도 한다. 그의 전처는 그의 그런 성격을 증오한다. 하지만 그는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한 팔로 살아가고 어느 정도 그것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성한 팔마저 못쓰게 하겠다는 위협은 잔인한 것이다. 인간은 한번의 시련은 어떻게든지 이겨낼 힘이 있다. 처음 당하는 것이고 한번의 포기는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또다시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것은 두려움이고 공포다. 차라리 삶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여기게 하니까. 하지만 그런 협박에 굴복해 일을 회피했다는 것은 탐정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것 또한 인간 자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 어떤 것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모두가 인간을 동시에 구성하는 것이므로.

딕 프랜시스는 탐정을 쓰는 작가가 아니다. 그래서 약간 아마추어적인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귀향>에서는 고급 공무원이 탐정으로 등장했고, <경마장의 비밀>에서는 건축가가 탐정으로 나왔다. 그래서 어딘가 불완전한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정말 진짜 대단한 탐정이 등장한다. 이 한편이 딕 프랜시스의 그 동안의 편견을 없애 주었다.  

세 사건을 거의 동시에 의뢰 받은 시드. 그리고 그를 위협하는 무리들. 오른 팔만으로 그는 도와주는 사람 없이 사건을 해결한다. 비정한 사회의 축소판인 경마를 둘러싼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하드보일드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출판된 딕 프랜시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후 다른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하지만 그 작품을 보기 전에 이 작품으로 딕 프랜시스의 색다른 추리 소설을 음미하시길. 또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탐정을 만난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 작품은 대쉴 해미트, 레이몬드 챈들러의 계보를 잇는 정통 하드보일드 작품이다. 대쉬 해미트가 하드보일드를 창시했을 때 미국인들은 영국에 빼앗긴 추리 소설의 자존심을 찾았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다시 딕 프랜시스의 이 작품으로 영국으로 돌아온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미국에는 그 후에 그리고 이 작품 이전에는 정통 하드보일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딕 프랜시스의 <Whip Hand>가 가장 좋은 정통 추리 소설의 묘미와 정통 하드보일드의 매력을 동시에 간직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좋은 작품이었다. 번역에 미흡한 면이 있었지만 작품이 워낙 좋아 그런 미비한 점은 넘어가도 좋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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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편지 - P
보브 랜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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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 대한 팬의 광적인 집착을 다룬 작품들은 많다.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영화 <The Fan>이 있다. 이 작품도 한 여배우를 향한 팬의 광적인 집착이 살인을 부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스타 50세의 샐리 로스는 여전히 활약하는 배우다. 어느 날부터 한 남자 팬이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다. 처음에는 팬으로 사진을 보내 달라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는 샐리의 비서 벨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녀가 자신과 샐리의 사이를 질투하고 있다는 생각과 나아가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다고 여기고 벨을 폭행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고 광분해서 샐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그는 형사에게도 총을 쏜다. 하지만 증오의 대상이던 샐리에게 자신이 오해한 것 같다고 쓰고 자살을 한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궁금하면 읽어보길 바란다.

이 작품은 재미있다. 쉽게 읽힌다. 한 여배우의 사생활을 엿보는 느낌도 주고, 특히 그녀가 전남편과 편지를 주고받는 내용은 노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여전히 전남편을 사랑하지만 그와 새로운 아내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들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헤어짐은 불행한 삶의 기억이 아니라 행복한 삶의 기억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우리는 흔히 헤어짐으로 원수가 되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면 설령 헤어지더라도 그것으로 상대방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스타에 대한 팬이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고 우리가 인간 관계에서 언제나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 살아가면서 늘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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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센 말로센 1
다니엘 페나크 지음, 진인혜 옮김 / 책세상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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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센 시리즈의 작가가 계획한 4부 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인 사실이 아님을 안다. 다섯 번째 말로센 시리즈 작품이 나왔으니까. 우리 나라에는 <정열의 열매들>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출판되었다. 

말로센은 희생자의 표상이다. 선한 보통의 우리들이 우리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고통받은 우리의 대표적인 얼굴이다. 그는 아버지가 다른 6명의 동생들을 돌보고 벨빌의 가난한 사람들과 살며 하찮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연인 쥘리가 임신을 결심하고 임신한다. 벨빌의 마지막 영화관이 벨빌을 사수하기 위해 제레미는 뱅자맹의 일생을 연극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그가 겪었던 사건의 실제 이물들을 연극에 참여시킨다.

쥘리의 후견인이 영화에 미친 노부부가 췰리를 그들이 평생을 걸려 만든 영화와 필름의 상속자로 지정을 하고 대신 그 영화를 단 12명만이 모인 자리에서 단 한번 상영하고 폐기하는 조건을 내건다. 쥘리는 노부부의 아들이자 그녀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아이를 중절해야 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그녀는 중절한다.

이것이 그 노부부와 의사 아들이 살해되는 이야기의 시작이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는 티앙의 딸인 수녀 제르베즈가 돌보는 회계한 창녀들이 토막 살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가 몸에 새겨 준 문신 때문에. 그런데 이 두 사건의 살인자로 가당찮게 또 뱅자맹이 몰리게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살인자의 존재가 아니라 제르베즈 수녀가 어떻게 뱅자맹의 유산된 아이를 다시 이식 받게 되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작 <산문 파는 소녀>에서 마지막에 뱅자맹이 극적으로 살아나게 되는 것처럼 허무맹랑한 감동을 주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작가는 그럴듯하게 만들어 보이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아마도 말로센 시리즈가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영화에 대한 부조리한 점을 이야기한다. 영화와 더 나아가서 매스컴 모두의 영향에 대해서. 또 그것은 논리적인 것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우리들에게 경고하는 메시지이기도 한다. 살인자가 말로센을 자신의 희생양으로 지목한 것은 그가 논리적으로 생각한 일을 증명할 대안이 말로센이기 때문이다.  

말로센을 읽고 있으면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하는 생각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왜 언제나 당하는 것은 선한 인간이고 그러면서 악한 인간을 잡아 그 선을 증명하는 것도 선한 인간이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그렇게 해도 세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데 말이다. 결국 말로센은 살아 남았다. 그래서 아들을 낳았다. 아들 이름이 무슈 말로센이 되었다. 제목의 <말로센 말로센>은 그의 아들 이름이다.

<산문 파는 소녀>를 출판했던 출판사에도 부탁한 일이지만 제발 책세상에서도 이 작품의 시리즈 1편 <식인귀의 행복을 위해서>와 2편 <기병총 요정>을 출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시리즈가 마치 조각난 느낌이다. 그래야 우리는 완전한 말로센을 완성할 수 있다. 이것은 말로센에 대한 모독이다. 제발 말로센을 조각난 채 내버려두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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