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 한방울 - Q MYSTERY 42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8
샬롯 암스트롱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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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선의의 서스펜스'라는 이이기를 듣는 작품이다. 젊은 여자와 결혼한 남자가 있다. 볼품없는 중년의 남자다.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여동생이 무심코 던지는 말에 상처를 입고 자살을 결심한다. 그래서 동료의 실험실에서 독약을 훔친다. 하지만 집에 와서 보니 독약병이 사라지고 말았다. 남자의 독약병 찾기가 이 작품의 줄거리다. 누군가 그 병 속의 독약으로 희생되면 안 되니까.  

55살의 시를 가르치는 교수인 케네스 깁슨은 같은 대학 교수였던 사람의 장례식에서 그의 32살 된 딸, 로즈메리를 보고 동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로즈메리를 보살펴 줄 생각으로 결혼을 한다. 결혼 한지 얼마 후 그들은 교통 사고를 당하고 케네스는 중상을 입는다. 케네스는 혼자 사는 여동생 에셀에게 로즈메리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고 에셀은 기꺼이 달려온다.

하지만 에셀이 온 후 에셀은 케네스와 로즈메리의 마음을 교묘하게 흔든다. 로즈메리가 교통사고를 낸 것은 잠재 의식 속에 그녀가 원한 일이라는 둥, 로즈메리는 젊기 때문에 젊은 남자를 원할 거라는 둥. 남자는 자신이 죽지 않으면 아내는 그와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옆집 남자는 카톨릭 신자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케네스는 절망으로 이웃에 사는 폴의 실험실에서 독약을 훔쳐 자살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올리브 병에 넣어 온 독약 병이 집에 와 보니 없어져 케네스는 다른 사람이 죽게 될까 봐 경찰에 신고를 하고 찾아 나선다.

이 작품은 '독약 병을 찾아라'의 제목이 더 어울릴 것이다. 시종 독약 병을 찾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대화, 그들이 케네스와 로즈메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이야기다. 어둡고 잔인한 추리 소설 속에 이런 보석 같은 따뜻한 작품이 숨겨 있다니 참 놀라울 뿐이다. 아름답고 읽으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작품이다. 끝으로 이 작품의 에셀은 악의적인 말로써 사람을 살인하는 사람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케네스와 로즈메리는 그런 에셀 때문에 불행이 시작되었는데도 그녀를 감싼다. 결국 사랑이 범죄를 예방하는 치료약이 아닐까. 

누군가는 이게 무슨 추리 소설이냐고 말을 하지만 추리 소설이 꼭 잔인한 살인 사건을 다루거나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짜여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처럼 시종일관 이야기가 해프닝으로 전개되고 아무런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독특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잔인한 엽기적 살인이라든가, 놀랄 만한 트릭을 구사하는 범죄를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런 아기자기한 소품 같은 작품을 읽는 것도 즐거움을 준다. 암스트롱의 장편을 더 읽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독특한 감각의 추리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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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얼굴
패트리샤 콘웰 지음, 이무열 옮김 / 시공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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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용하고 작은 마을. 누구나 믿고 살고,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 그래서 그곳은 대도시와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대도시에서 일어난 잔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어린 여자아이가 대도시의 연쇄 살인범이 그랬던 것처럼 살해된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FBI 수사관까지도 템플 굴트의 짓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어 일어난 경찰의 죽음, 그리고 그의 냉장고에서 발견된 인간의 살 조각... 케이 스카페타 박사는 점점 누군가에게 짙은 혐의를 두게 된다. 그가 자신의 목숨까지 노리는 상황이니..

범죄가 무서운 것은 그 수법이 잔인해서이기도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그 범죄자가 완전한 타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범죄자는 흔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친숙한 인물이 경우가 절대적이다. 부모라든가. 형제, 친구, 이웃 등등. 그래서 방심하다 당하기가 더욱 쉬운 것이다. 범죄는 세상을 무섭게 만든다.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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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확
대쉴 하메트 지음 / 한길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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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로 들끓는 도시에서 한 개인의 살인 사건을 그다지 중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전쟁에서도 그렇고, 갱들이 난무한 곳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포이즌빌에서 일어난 한 개인의 살인 사건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 다만 그 죽은 이가 포이즌빌의 실질적인 주인의 아들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이 포이즌빌을 지금의 독촌으로 만든 갱들 중 하나라면 하는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갱들과 싸움을 해야 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의 탐정은 그 독을 뿌리째 뽑아 내기로 한다. 그것은 모든 갱들의 말살을 뜻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한다. 포이즌빌은 이제 갱이 없는 다소 깨끗한 도시가 된다. 하지만 도시는 피기 뒤범벅이 된 뒤에야 그렇게 된다. 그래서 제목이 <붉은 수확>인 것이다. 하드보일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하드보일드의 창시자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대쉴 해미트의 첫 장편인 이 작품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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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상
페터 회 지음 / 까치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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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 대해 내가 아는 거라고는 햄릿이 덴마크 왕자였다는 것과 그 나라 국기가 흰 바탕에 빨간 십자가라는 것, 수도가 코펜하겐이고 북유럽의 어디쯤 있는 나라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가 덴마크령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느 날 스밀라는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아래층의 남자 아이 이자이아가 죽은 것을 목격한다. 경찰은 그 아이가 높은 곳에서 죽은 거하고 말하지만 스밀라는 믿을 수가 없다. 이자이아는 고소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밀라는 이자이가 왜 죽었는지를 알기 위해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이자이아의 몸 속에서 바늘이 발견됐다는 검시의의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자이아의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들이 덴마크 빙정석 회사에서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과 그 회사에서 그린란드로 까닭 모를 조사를 두 번 갔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연이어 알게 되는 사람들의 신원과 죽음과 그녀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을 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그린란드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책을 읽으면서 모두에게 냉정을 잃지 않는 스밀라가 아래층의 페터라는 수리공에게만은 관대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아니 페터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스밀라를 따라다니면서 스밀라를 보호한다. 그것이 진짜일까. 독특한 캐릭터 스밀라! 그린란드인 어머니와 덴마크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어머니가 6살에 사고를 당하자 그린란드를 떠나 아버지에게 맡겨진다. 그래서 스밀라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린란드를 떠나게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스밀라가 이자이아의 죽음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자이아가 그린란드 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그도 끊임없이 그린란드로 돌아가기를 원하던 길 잃은 영혼이었기 때문이다.  

과거는 현재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자이아의 죽음은 스밀라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자이아의 죽음은 그의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모든 일은 아귀가 맞아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자이아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스밀라의 행보는 이자이아의 죽음 뒤에 감춰진 음모에 다가가게 한다. 그것은 또 그린란드 인으로 태어난 스밀라가 문명과 언제나 비껴 서려고 하면서도 완전히 단절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보게 한다.

얼음의 나라, 빙산의 나라, 그린란드! 그곳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살인을 부른다. 그것이 살인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 살인을 부르는 것이다. 그것은 문명이다. 인간의 문명이 빙산에 다가가 그것을 녹이려 한다. 빙산은 스밀라처럼 저항하지만 언젠가는 빙산이 굴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스밀라가 절망하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다. 하지만 단순한 추리 소설은 아니다. 이 작품은 소외되고 소멸되어 가는 그린란드 인의 눈으로 본 문명의 비판서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모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같은 그린란드 출신의 어린 남자아이 이자이아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파헤치게 되는 스밀라라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스밀라는 덴마크인 아버지와 그린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를 따라 덴마크에 와서 살게 되지만 그녀는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 속에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성장한다.  

그녀는 37살이다. 그녀는 눈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 눈을 보고, 분류하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 그녀는 예리한 방향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바다를 무서워하지만 한번도 방향감각을 잃어 본 적이 없다. 그런 능력은 어쩌면 만화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작가 페터 회의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아주 색다르고 신선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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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디 2009-12-29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중 이런 표현이 나오지요? 어떻게 雪을...음악을 말로 설명할 수 있냐고요...
추리소설로 소개 받았는데, 철학서적이나 인문학서에 가깝더라구요.
참 심오하고 시적인 표현들이 인상적인 문구들을 좀 오래도록 기억해볼라고 페이지 마다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읽었습니다.
전 칸토르의 무한의 공리를 표현한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드라구요.
왜냐면, 일부 양반들 하시는 일들이 정말 다음 세대를 생각해서 그러는 건지 의심스러워서요..

물만두 2009-12-29 16:53   좋아요 1 | URL
이 책 참 좋죠. 전 그냥 모든 게 좋았고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세상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더라구요.
 
벌거벗은 태양 - P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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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래, 지구가 지구만으로 존재하지 않고 밖의 우주 공간에 많은 혹성에 사람이 살고 그들이 국가를 형성하게 되었을 때, 솔라리어라는 혹성에서 최초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덴마 박사가 살해되고 단 한 사람의 용의자는 그의 부인 글래디어 덴마다. 하지만 살인에 사용된 무기가 발견되자 않아 그녀를 체포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솔라리어인들은 그들이 무시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경험이 많은 지구에 수사 요청을 하고 이에 일라이저 베일리가 파견된다. 그는 우주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오로라 국의 R. 올리버 다니엘이라는 형사와 함께 일하게 된다. 다니엘은 로봇이지만 솔라리어인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그들의 숨겨지 목적은 저마다 자신의 혹성에 솔라리어에 대한 유리한 정보를 가져가는 것이다.

읽어보면 일겠지만 살인 사건보다 흥미진진한 것은 솔라리어라는 혹성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다. 그들은 사람들과 접촉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 낳는 것은 불결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입체 화상으로만 다른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며 평생을 산다. 하지만 그들은 최강의 로봇 생산 국가다. 로봇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정말 미래의 인간이 이렇게 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지구인 베일리의 행동도 독특하다. 그는 태양을 본 적이 없고, 밀폐된 공간에서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적인 요소가 많은 솔라리어에서는 불안해한다. 땅의 감촉도 불쾌하게 생각할 정도다. 이런 베일리의 행동은 어쩌면 미래의 우리 지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고 그렇게 되면 높은 빌딩을 세워야 하고 땅에서 점점 멀어지겠지. 그 빌딩이 태양의 빛을 가려 우리는 태양을 볼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이것 또한 끔찍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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