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스터리 특급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한민사(=동쪽나라) / 1996년 8월
평점 :
절판


리처드 데밍의 <뻐꾸기 시계>, <돌아온 공중 곡예>, 로알드 달의 <방문객>, <비치>, <하룻밤의 모험>, 케네스 J. 매카프리의 <은퇴>, 데이비드 A. 헬러의 <두 번째 도둑>, 헨리 슬레사의 <옥상 주택의 비명 소리>, <혼자 있는 밤은 외로워>, <도피>, 로렌스 블록의 <억세게 재수 없는 강도>, <핸드볼 코트에서 만난 이방인>, 로버트 L. 피시의 <도시의 이방인>, 조나단 크레이그의 <여섯 개의 앙상한 관>의 여덟 명의 작가의 열 네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중 단편 미스터리로 구성된 걸작 모음집이다.

이 중 눈에 띄는 작품은 첫 작품인 리처드 데밍의 <뻐꾸기 시계>다. 아내를 살해하고 싶은 치과의사는 그와 같이 일하는 여직원과 일을 꾸민다. 여직원이 밤마다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걸어 자살하고 싶다고 상담하는 것이다. 일은 성공해서 남편은 알리바이를 갖게 되고 여자와 결혼을 한다. 문제는 생명의 전화를 받은 할머니가 그의 치과에 진찰을 받으러 왔다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 때 들렸던 뻐꾸기 시계의 정체를 알아 버린 것이다.

단편의 제왕 헨리 슬레사의 작품도 있지만 <옥상 주택의 비명 소리>가 개중 마음에 들었다. 아주 추운 날씨에 베란다에 빚을 받으러 온 친구를 가둬 동사시키려던 남자가 역으로 당한다는 이야기다. 모두 나름대로 괜찮은 작품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정들의 미사
로렌스 블록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11월
평점 :
절판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는 무면허 탐정 매트 시리즈다. 이 작품은 사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다. 살인자, 알코올 중독자, 매춘부, 변태성욕자, 마약과 섹스와 돈에 미친 사람들...

이야기는 매트가 권투 경기장에서 한 남자와 어린 소년을 보는데서 시작된다. 그 남자는 어린 소년과 포르노를 찍고 마지막에 소년을 살해한 남자다. 하지만 매트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또 다른 남자도 있다. 그는 아내를 강도로 위장해 살해한 남자다. 그는 누군지 알지만 그를 기소할 수 없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매트의 노력으로 아내를 살해한 남자의 죄를 그의 입으로 듣고, 소년을 살해한 남자도 찾았지만 경찰은 손을 쓸 수가 없다. 증거가 없으니까... 그래서 매트는 그의 살인자 친구에게 일을 맡긴다. 그리고 피묻은 앞치마를 입은 채 성당의 미사에 참석한다. 백정들의 미사라고 부르는 미사에.

<시티 헌터>를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만화보다 유쾌하지는 않다. 이 작품의 배경은 뉴욕이지만 나는 뉴욕만의 일이라고 단언할 수 없어 슬프다. 우리가 사는 이곳도 똑같을 테니까. 그곳에서도 약한 자만 죽는다. 정의는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 느껴진다.

참 특이한 탐정이다. 벌을 받아야 하는 자가 벌을 받지않으면 자신이 총을 드는 남자다. 세상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해져서 인간의 모습을 한 타락 천사를 신이 내려보내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부분 공감 가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시간 - Q Mystery 44
빌 밸린저 지음, 이기원 옮김 / 해문출판사 / 1992년 8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밤중에 목이 거의 잘린 채로 발견된다. 신발 안에 천 달러 짜리 지표를 지닌 채.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목소리를 잃고 기억을 잃은 상태다. 경찰은 그가 빅터 퍼시픽이라고 알려준다. 그는 자신을 발견하고 구해 준 비앙카라는 여성에게 감사를 전하러 찾아 간다. 그녀는 동정심이 많은 여자가 그의 사정을 듣고 자신의 일을 돕는 조수로 집에서 지내게 해 준다.

그녀의 집에는 로즈메리라는 모델이 함께 사는데 그녀는 빅터를 보자마자 싫은 내색을 한다. 빅터는 자신을 찾고자 노력한다. 누군가 비앙카의 집 앞에 목을 자른 채 그를 버렸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경고의 표시였을 것이다. 그 짐작은 맞았다. 그것은 로즈메리에 대한 경고였다. 하지만 로즈메리는 그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믿지 않고 그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단지 어느 은행의 대여금고 열쇠만을 주었을 뿐이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그는 호르스트만 대령을 기억하지만 그가 누군지 모른다. 그는 자신이 웨인라이트라는 남자와도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 그는 여러 이름이 필요했을 까?

거의 동시에 같은 모습으로 발견되는 두 사람.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죽는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이름이다. 산 사람은 기억을 잃지만 살았으므로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선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한번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려던 사람이다.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 그를 위협한다. 그는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는 그런 자신을 안다. 그는 한번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없는 남자다.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둘은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일까. 아니면 진짜 동명이인일까. 결말을 봐야만 알 수 있다.  

정말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노예 시장이 아직도, 아니 이 책이 쓰여진 1957년까지 있었을까? 아니면 작가가 만들어 낸 이야기일까? 어쨌든 놀라운 구성과 작가의 빛나는 아이디어의 승리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당연히 읽어야 할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독자를 긴장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한시도 책에서 눈을 띄지 않게 만든다. 너무 단순하면서 의표를 찌르는 이야기라 결말을 보고 나면 앗 하는 탄성을 지르게 한다. 그리고 허탈해진다. 어쩌면 인생이란, 범죄란 이렇게 허무한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표적
딕 프란시스 / 미래향문화 / 1992년 7월
평점 :
절판


트레메인이라는 경마 조전기를 추위와 배고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게 된 존은 그의 집에서 그의 자식과 며느리, 경마 기수와 이웃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에게 한번의 살인 사건과 한번의 실종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존은 소설을 한 권 썼지만 그전에는 밀림, 황야, 사막, 빙원 등 여러 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누구보다도 생존을 위한 방식을 잘 알고 있어서 얼음 구덩이에 빠진 차에서 여러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고 누군가 일부러 한 남자를 덫으로 유인해 죽이려 할 때 그를 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자신이 화살에 맞아 숲 속에 있을 때도 그를 살린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살인자를 자살에 내모는 것도 그의 생존 방식을 적은 책이었다.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하지만 그는 노골적인 여자의 유혹을 뿌리칠 정도로 정신력이 강하지는 않다. 그 결과 여자가 임신을 하고 남자는 압박감에 여자를 살해한다. 어쩌면 그것은 그의 일생의 단 한번의 실수였는지 모른다. 우리는 한번의 실수가 우리에게 덫이 되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또 다른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경우 우리는 그 실수를 인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질 것인지, 아니면 실수를 회피하고 모면해서 더 큰 실수를 저지를 것인지 경정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실수는 언제나 있는 것이고 실수에 대한 마음가짐과 행동이 생존의 방식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른손
딕 프랜시스 / 미래세대 / 1993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 나라에 번역된 딕 프랜시스의 작품 중에 가장 걸작에 꼽히는 작품이다. 전직 경마 기수이자 사고로 왼 팔을 다친 경마 전문 사립 탐정 시드가 등장하는 작품은 세 작품이다. 1965년 작품인 'Odds Against', 1979년 작품인 이 작품 'Whip Hand', 1995년 작품인 'Come to Grief'가 전부다.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이 작품 전부가 출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드는 전직 경마 기수로 낙마와 사고로 왼손을 잃고 의수를 단 채 경마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탐정으로 살아간다. 그는 세 가지 사건을 거의 동시에 의뢰 받는다. 첫 번째 의뢰는 자신의 마구간에서 우수한 말들이 이유 없이 레이스에서 꼴찌를 하는 이유를 밝혀 달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 의뢰는 전처가 사기꾼에게 말려들어 감옥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기꾼을 찾아 달라는 전 장인의 의뢰였다. 마지막 의뢰는 재키 클럽이라는 경마 협회의 보안 대장이 신디케이트에 부정이 있고 그 부정에 자신들 보안 요원이 협조하고 있는 것 같으니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시드는 전처의 사건만 빼고 두 사건에서 손을 대자마자 위협을 받는다. 한 남자는 시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며 성한 오른손마저 못쓰게 만들겠다고 협박하고 또 다른 남자는 깡패를 동원해서 위협한다. 시드는 그런 협박에 처음에는 굴복한다. 하지만 일은 그가 굴복하고 있도록 놔두지 않는다. 결국 시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얼마간의 자존심을 회복한다. 

전직 경마 선수, 왼쪽 팔이 의수인 장애인, 경마 전문 탐정, 이혼남. 그를 구성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그의 성격은 누구도 굴복시킬 수 없는 의지다.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이것을 두려워해서 그를 미리 협박하기도 한다. 그의 전처는 그의 그런 성격을 증오한다. 하지만 그는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한 팔로 살아가고 어느 정도 그것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성한 팔마저 못쓰게 하겠다는 위협은 잔인한 것이다. 인간은 한번의 시련은 어떻게든지 이겨낼 힘이 있다. 처음 당하는 것이고 한번의 포기는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또다시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것은 두려움이고 공포다. 차라리 삶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여기게 하니까. 하지만 그런 협박에 굴복해 일을 회피했다는 것은 탐정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것 또한 인간 자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 어떤 것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모두가 인간을 동시에 구성하는 것이므로.

딕 프랜시스는 탐정을 쓰는 작가가 아니다. 그래서 약간 아마추어적인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귀향>에서는 고급 공무원이 탐정으로 등장했고, <경마장의 비밀>에서는 건축가가 탐정으로 나왔다. 그래서 어딘가 불완전한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정말 진짜 대단한 탐정이 등장한다. 이 한편이 딕 프랜시스의 그 동안의 편견을 없애 주었다.  

세 사건을 거의 동시에 의뢰 받은 시드. 그리고 그를 위협하는 무리들. 오른 팔만으로 그는 도와주는 사람 없이 사건을 해결한다. 비정한 사회의 축소판인 경마를 둘러싼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하드보일드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출판된 딕 프랜시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후 다른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하지만 그 작품을 보기 전에 이 작품으로 딕 프랜시스의 색다른 추리 소설을 음미하시길. 또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탐정을 만난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 작품은 대쉴 해미트, 레이몬드 챈들러의 계보를 잇는 정통 하드보일드 작품이다. 대쉬 해미트가 하드보일드를 창시했을 때 미국인들은 영국에 빼앗긴 추리 소설의 자존심을 찾았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다시 딕 프랜시스의 이 작품으로 영국으로 돌아온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미국에는 그 후에 그리고 이 작품 이전에는 정통 하드보일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딕 프랜시스의 <Whip Hand>가 가장 좋은 정통 추리 소설의 묘미와 정통 하드보일드의 매력을 동시에 간직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좋은 작품이었다. 번역에 미흡한 면이 있었지만 작품이 워낙 좋아 그런 미비한 점은 넘어가도 좋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