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았다”_ 영국 아마존 독자평 중에서
1959년, 캔자스 주 조용하고 작은 동네 홀컴에서 일가족 네 명이 샷건으로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강탈당한 적은 현금은 이 처참한 죽음을 설명해주지 못했고 사건은 미궁으로 빨려들었다. '뉴욕 타임스‘의 기사를 확인한 카포티는 그의 오랜 친구 하퍼 리(『앵무새 죽이기』의 저자)와 함께 작은 마을에 방문한다. 체류 중에 두 명의 범인이 체포됐고 카포티는 그들과 인터뷰를 시도한다. 6년 동안 그는 두 살인자의 삶과 작은 마을을 둘러싼 모든 것을 수천 매의 노트에 담았다. 그리고 1966년『인 콜드 블러드』가 출간된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과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준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인 콜드 블러드』는 카포티 최고의 걸작으로 또 당대 출간된 소설(혹은 비소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논픽션 노블‘ 혹은 ’세계 최초의 팩션‘이라고 불리는 『인 콜드 블러드』는 저널리즘의 방법론과 소설의 작법을 동시에 적용한 작품으로 소설이자 저널이며 또한 르포르타주의 영역에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미국대학의 저널리즘 강좌에서 주요 교재로 사용되기도 하는 『인 콜드 블러드』는 사실에 머무르기 보다는 주관적인 관찰과 상세한 묘사를 주로 하는 새로운 보도 형태 즉, 신 저널리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트루먼 카포티는 하나의 잔인한 범죄가 촉발하는 사회의 모든 파장을 하나하나 섬세히 재구성한다. 전 미국을 떠들썩케 한 선정적인 범죄는 선한 공동체를 조금씩 일그러뜨리고, 구성원은 조금씩 위선을 드러낸다. 사형을 기다리며 단식중인 범죄자에게 음식물을 떠먹여가면서까지 인터뷰한 카포티의 집요함은 평범한 시선으로는 닿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이렇듯, 『인 콜드 블러드』는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에 위치한 독특한 구성 외에도 세월을 초월하는 범죄 소설로서의 미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인 콜드 블러드』는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20세기 비소설 100선’ 중 96위에 선정된 바 있다. 칼 포퍼, 아놀드 토인비, 제임스 프레이저, 제임스 왓슨, 윈스턴 처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T.S 엘리어트 등이 장식하고 있는 이 리스트에 실제 범죄를 세심하게 재구성한 이 작품이 차지하는 자리는 무척이나 이채롭다. 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인 콜드 블러드』의 광채는 여전히 휘황하다. 뭔가 큰 건을 터뜨리려 했던 트루먼 카포티의 야심과 천재성은 진지한 문학적 실험을 넘어서 인간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거듭나게 됐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의 시선이 더해져도 더욱 빛을 발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고전이 가진 모습들이다.
뉴욕 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무려 36차례 진입한 바 있는『인 콜드 블러드』는 최근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 트루먼 카포티를 그린 전기 영화 ‘카포티’의 개봉에 힘입어 각종 논픽션 부문에서 또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영화 ‘카포티 Capote’는 2005년 전미비평가협회에서 선정한 최고의 작품을 차지했고 트루먼 카포티 역을 맡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전미비평가협회 및 2006년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올 해 오스카를 넘보고 있다. 또 『인 콜드 블러드』의 내용을 담은 '인페이머스 infamous'라는 작품이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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