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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주 옛 서울 사대문 안을 배회한다. 종묘와 창경궁을 거쳐 명륜동과 혜화동을 거닐기도 하고 북촌 일대인 안국동, 가회동, 화동 일대를 거닐면서 인왕산을 바라보며 겸재는 어디 즈음에서 인왕제색도를 그렸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 경복궁 근처  통의동, 육조거리도 교보문고 가는 김에 가끔 들러본다. 때로는 서울 역사박물관 특별 전시회를 보러 가면서 경희궁과 정동의 덕수궁 돌담 길을 걷는다.

허나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즐겨가는 곳은 볼 일도 있고 해서 자주 들르는 사직단이다. 주례에 동종묘서사직이라고 했다던가 하여 정궁인 경복궁 서쪽에 지어진 사직단.  조선조 때에는 이 곳 사직단에 노송들이 울창하여 인왕팔경 중의 하나였다지만  지금은 그 흔한 우리 소나무 한 그루 없다. 몇 해 전에 우연히 사직단을 찍은 구한말 사진 몇 장을 보았는데 우거진 송림은 가히 한 폭의 그림같았다. 이제라도 소나무를 좀 심으면 어떨런지.

요사이 사직단에서 길건너 남쪽으로  내자동에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사가 끝나면 이제 인왕산에서 목멱산을 보기가 힘들 거 같다. 꼭 사대문 안에 이런 고층건물들을 계속 지어야 하는건지. 저 공사 현장에서 터파기할 때 유물이 꽤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아는 분과 잠시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

비 온 뒤 인왕산에 올라 필운대에서 북악산, 낙산, 목멱산을 쳐다보며 그 아래 옛 서울 사대문 안을 쳐다보며 또 다시 지난날의 서울 한성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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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우연히 사정(射亭)에서 TV를 보다가 모 방송국에서 하는 '문화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우리 음악에 대한 강의였는데 여자 국악인이 나와서 판소리에 대해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 우리 옷을 입고 나와서 노래 부르던 전형적인 모습과 달리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해서인지 양복 정장을 입고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물론 대중화가 중요하지만 넓게 숲을 봐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탄식이 절로  나왔다.

국악을 전공하지만 그것은 단지 직업일 뿐 생활과 분리되어 우리것에 대한 이해과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것의 하나인 국악을 하지만  엉덩이를 힙이라고 강의하면서 우리 국어사랑의 얕음을 보였고, 로마인이야기는 알지만 동시대인 고조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매일 햄버거를 먹고 양복을 입으면서 아파트에서 잔다면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한식과 한옥, 한복을 자신은 전혀 그런 뜻이 없을런지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서서히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런 정신이 없는 분이 기교만 부려서 행한다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우리것이 나올 수 있는지가 사뭇 궁금하다. 이런 점 등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단지 국악 하나만 잘 된다고 해서 우리 전통 문화가 다시 사랑받고 성숙될 수는 없으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것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고 그것이 생활이 되어야 한다고 감히 내가 떠들고 있는 것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한 점이 없지 않지만 넓게 멀리 본다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조금이나마 공감하실 것이다. 천려일실이라......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행합일이라. 아는바를 실천해야 하고 그 실천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일상화 되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우리 전통문물을 몇가지 분야로 나누어서 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간혹 어느 한쪽에서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이 다른 쪽의 도움으로 풀리는 경우가 있어 날 기쁘게 하는데 아뭏든 내 사고와 생활을 조선식으로 바꾸어 살면서부터 훨씬 우리것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갑절이나 잘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땅에서 다시금 우리것이 대우받는 날을 기다리며 남의 나라 이야기하듯 한국이라고 말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라고 매스컴에서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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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을 뒤지다 아는 분의 추천으로 이 책을 받아 보았다. 오랫만에 보는 누런 종이에 국한문 혼용의 책으로 먼지가 많이 쌓인, 오자가 많아 조금은 보기 힘든 70년대 책이였다. 

 지은이 두분중에 한분은 친일파에 대한 저술과 한단고기로 유명한 임승국 선생님이셨는데 내가 80년대 중반에야 알기 시작한 이론들이 70년대에 벌써 논리정연하게 많은 출전을 대면서 시원스럽게 정리되어 있는게 놀라웠다.

 특히 활공부를 하는 나에게  숙신(=조선)의 활과 화살, 화살촉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보는게 제법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  출전을 받아적어 놓았다. 본문 중에 고려도경과 고려사에 나온 낭가(=재가화상)에 대한 부분은 궁금함을 자아냈다. 오늘날의 기독교회가 겉만 기독교지 속은 무당의 기운이 넘쳐 난다고 하는데 지난날, 절에 우리 식의 불교가  융성하게 꽃피웠으리라 생각하니 자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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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를 다시금 제대로 공부할려고 고대부터 훑어보던 중 우연히 민음사판의 조금 낡은 위앤커의 중국신화전설인가 하는 책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이참에 전부터 부분적으로 대충 보았던 산해경도 보고 신화에 대해서  공부할려고 손에 잡히는대로 신화에 대해 대여섯권을 사나흘동안 집중적으로 읽었다........

오행설에 의해 짜맞춘 오제와 그 밑에 신들. 동이의 명궁 인예,  단군신화의 풍백 우사 운사를 연상케 하는 바람의 신 비렴, 구름 신 풍륭, 비 신 평예, 운우지정, 정위전해 등.......

중국 신화에 우리 동이족으로 알려진 상(=은)족들의 신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았고 우리 신화에 대해서도 좀 깊이 있고 새로운 해석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되었다.

신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건 무엇일까? ..........................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쓴 '백두산 이야기'란 동화책의 서문에 나온 신화에 대한 글을 떠올리며 도올이란 호가 초사(楚史)를 기록한 사서의 이름인 줄로만 알았는데 산해경인가에 도올이란 괴물이 나와서 씩 웃어 보았다...........머릿속에서 신들과 괴물들이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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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5-02-2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광인님 서재를 훔쳐봅니다. 페이퍼보다는 깊이있는 리뷰로 서재를 알차게 채운 것에 경외심마저 듭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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