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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나무에 대한 향수가 있기에 파라다이스에 대한 기대가 컸다. 2003년 여름. 장염에 시달리면서 죽을 둥 살 둥 하고 나서 회복기에 나무를 읽으면서 상대적으로 책에 집중할 수 있었기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나무에 대한 충격이 꽤나 컸다. 기운도 없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기때문에 누워서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가 있었던 것도 한 몫했겠지만 나무는 당시 내게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등의 소설들을 읽었지만 개미 이후로 딱히 임팩트를 가지지 못했었지만 당시는 워낙 베르베르의 팬이고 해서 무슨 작품이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되었다. 하지만 나무는 베르베르라는 딱지를 떼고서도 완전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서 생각해보건데, 실제로도 나무는 베르베르의 생각의 신선함이 있었던 작품이었다고도 생각된다. 쉽게 예를 들어서 개미가 베르베르 v1.0 이었다면 왠지 타나토노트나 천사들의 제국 같은 것들은 개미의 연장선 같은 느낌의 v1.1 또는 v1.2같은 느낌을 지울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무는 정말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베르베르 v2.0의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2.0버전으로 생각되었다면 완전히 새로웠다는 것이 될 것이다. 개미에서 이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우선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너무도 새로운 상상의 나래였기때문에 정말 상상력의 충격으로 다가왔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마도 당시는 한창 상상력이 동틀때이고 세상의 무한 지식흡수 스펀지가 장착 되있던 시절이고 또 정신세계도 그리 넓지 못했기에 더욱 최강의 나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나무를 보는 세상에 대한 나의 평가는 딱 한마디로 요약되었다 <최고 아니면 최저> 나무를 읽은 사람들은 극단적인 평가들을 내렸다. 정말 최고의 책이라는 분류와 완전 쓰레기라는 부류였다. 왠만해서 중간계층을 보지 못하였던 듯 하다. 받아들이면 정말 최고고, 못받아들이면 정말 최저가 되었던 듯싶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최고의 책으로 등극시켰다.
7년........ 나무가 나온지 그렇게 7년이라는 세월이 간 것 같지도 않은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지금서 돌이켜 보면 확실히 나무가 유치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미 나의 생각의 공간이 그만큼 넓어졌기 때문에 나무를 떠올려보면 유치 하다고 하는 의견에 대한 이해가 지금은 이해를 할 수가 있게 되었다. 당시는 나에게 워낙 좋은 책이라 이책이 후졌다는 것에 정말이지 동의를할수가 없었기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7년이 흘러서 파라다이스가 나무버전으로 보자면 나무 v2.0 이 나온 셈이다. 독자들의 나무라는 책이 있었지만 관심도 없었기에, 파라다이스가 실질적으로 나무 2번째 판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나무랑은 확연히 차이가 나게 변했다. 우선 나무는 간결함과 단순하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파라다이스는 엄청 복잡해진 느낌이다. 우선 그림에서도 윈도 3.1에서 윈도 95로 바뀐 느낌이다. 굉장히 세련되어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무의 그림체에 대한 임팩트가 파라다이스에서는 안느껴진다. 당시 나무의 그림체는 내용도 충격이었지만 그림체역시 나를 다른세계에 데려다놓은 듯한 그런 붕~ 하는 느낌을 준 것에 대비되게 파라다이스는 오히려 시각적으로는 복잡해졌지만 나의 상상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너무나도 단조로워졌다. 내용에서도 파라다이스는 나무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복잡해져 간 듯 싶다. 아니면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일 것이다. 어떤 쪽이든 파라다이스는 나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였다. 오히려 지루함쪽에 가깝게 나에게서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그리고 너무 데자뷰현상이 심하다는 것이 베르베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라다이스 전에 신이라는 작품을 읽어봤는데 신에서 나온 소재를 그대로 가져다 쓴 유머를 추적하는 이야기같은 것들은 왠지 모를 데자뷰현상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비단 파라다이스 뿐 아니라 베르베르의 작품은 크건 작건 전 작품이 이렇게 공유되어지고 있다. 일관성이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작품이 방대해질 때마다 약간의 지루함을 앉겨주는 단점이 있다. 왠지 읽은 것을 또 읽는 느낌. 새롭지 않다는 느낌 등등 파라다이스는 나무 v2.0 이지만 베르베르버전으로는 새버전으로 나가지를 못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리저리 포장해보려고 하니까 힘들다. 그냥 내머리 속에 마음속의 둘의 딱 두가지 이미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무는 상상력의 원초... 뿌리를 흔드는 느낌 파라다이스는 표면.... 가지를 흔드는 느낌이다. 기초과학과 공학의 차이라고도 볼 수가 있을까? 생산과 가공의 차이? 영화로 보면 20세기 영화와 21세기 영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이 생각이지만 옛날의 영화들은 겉포장외의 먼가가 있었는데, 요즘 영화는 화려해진 반면 깊이가 낮아진 느낌이 있는 듯하다. 암튼 이런 비슷한 생각이다. 나무가 가장 원초적인 상상력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흥미를 주었다면 파라다이스는 가공의 상상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이것이 딱 나에게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7년전 나무를 읽으면서 싫었다는 사람들의 위치에 내가 서게 된 것일까.... 분명 파라다이스의 리뷰를 보다보면 정말 흥미롭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는 아닌데.... 과거 나무때의 반대자가 내가 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씁쓸해진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뇌가 늙었는지 상상의 나래가 늙었는지 아니면 베르베르가 늙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기대했던 작품에대한 기대치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씁쓸해지는 것은 정말 불행중의 불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판 1판1쇄를 구매했는데 별로 맘에 안든다는 것은 정말 아쉽다. 기대로 구매해서 실망에 중고매물로 내놓는 이 쓸쓸함 누가알까. 베르베르도 이제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작품을 하나의 세계화 하려는 의도라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