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숨 - 혼자하는 숨바꼭질
전건우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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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땡, 혼숨, 묘 뺏기, 비석 치기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에 공포가 숨어있다?!

오징어 게임으로 우리 전통 놀이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 시기에 K 놀이를 주제로 한 공포소설이 나왔다니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명의 작가님 4가지의 이야기 각각에서 어린 시절 한 번쯤은 해봤던 소재들로 이야기를 구성하셨는데, 익숙하면서도 굉장히 신선한 공포들이어서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인 혼숨이 가장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어릴 적 숨바꼭질에 트라우마가 있던 주인공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교의 힘 있는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었는데, 괴롭힘의 일종으로 주인공을 출입 금지된 학교 건물로 데려가 강제로 혼숨을 시키게 된다. 무당의 아들이자, 어느 날 귀문이 열려 귀신을 볼 수 있던 주인공. 하지 말라고 하는 금기사항을 잔뜩 가미해 시작된 혼숨. 여러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쓰였던 혼숨이었지만, 주인공의 조건들이나 가미된 금기들 덕분에 조금 더 실감 나고 공포스럽게 잘 쓰인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K 미스터리 소설의 강점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겪었던 일들, 그리고 소재들의 친근함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전통 놀이만큼 어릴 적 무의식 속 공포를 건드리는 소재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었고, 무서웠고, 전통 놀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어릴 적을 추억할 어른도, K 놀이를 잘 모르는 어린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감동과 재미를 줄 책인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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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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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조건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없어서 호기심이 생긴 여러 세계를 주저 없이 열었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닫아버린다는 작가님의 공부에 대한 신념이 내 맘에 쏙 들었다.
공부를 평생 놀이처럼 생각해서 시작의 무게에 억눌리지 않도록 편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라 작가님의 공부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피아노를 배우는 일은 어린이 바이엘 상권 중간쯤 배우다 두 달 만에 그만두거나, 스윙 댄스, 옷 만들기 위한 바느질을 배우기, 목공예 원데이 클래스에 참석해 보기, 바이올린 배워보기, 태극권, 수채화 배우기 등 금방 열정에 불타올랐다가 자신의 한계를 경험해 보거나 흥미가 식어 그만둔 이야기들이 사연 그대로 굉장히 흥미로웠다.

작가님은 책을 쓰거나 번역 일을 주로 하시는데, 그래서인지 여러 공부 이야기 중 언어에 대한 이야기들이 유독 돋보였다.
수많은 공부를 시도해 본 결과 외국어 공부는 다른 공부를 하면서도 할 수 있고 개인의 생활방식에 맞춰서 충분히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는데, 매번 실패로 끝나는 외국어 공부하기를 올해도 한번 시도해 볼까?라는 팔랑거리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끼며 작가님의 경험담을 열심히 읽어나갔다.
방송대를 이용하여 공부하는 노하우라든지, (작가님 전공이 국어국문학과다 보니) 언어나 출판에 관련된 분들이 많아서 지인 찬스를 이용한 외국어 수업이 계속 이어진 이야기라든지, 원서를 이용한 수업 방식들이 어렵지만 효과적이었다는 이야기들이 솔깃했다.

가랑비 옷 적시는 기분으로 스터디를 시작했다고 표현했지만 외국 영화들을 자막 없이 간단한 문장을 알아듣게 되었을 때 굉장히 뿌듯했다는 후기가 왠지 용기를 갖고 나도 뭐라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조금 더 바쁘게 살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2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수많은 공부들이 존재한다는 걸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직 많이 남은 인생의 긴 레이스의 출발선이 늦지 않았음을 공감하며 작가님처럼 나이 들어서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작가님도 응원하고 나 스스로도 응원하며 배우는 걸 쉬지 않아야겠다는 개인적 다짐을 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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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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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차카 특별 구역은 구글에서 찾을 수 없는 꽤 외진 곳에 위치한 지역이었다. 
과거 군사 구역이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곳으로 
전쟁이 끝나고 찾아온 평화 사이에 렘차카 공장과 연구소에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하였고,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유독성 화학물질이 바람을 타고 퍼져버려 농작지, 식수원 등이 광범위하게 초토화돼 버렸다. 오염된 수돗물을 먹다 이름 모를 질병에 죽어가는 사람이 차츰 발생됨에 따라 렘차카 특별 구역은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 이후 죽음의 땅, 인간이 밟을 수 없는 지역이 되어 버렸는데 온갖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차에 이곳에 다시 귀환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소문과 함께 첫 투어를 공개 모집했고 귀환자의 마을이라는 므레모사에 주인공 유안이 함께 하게 된다.
 
므레모사는 귀환자의 마을답게 소문이 무시무시했다. 
신체가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이 모여 좀비 마을일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있었는데, 투어자들 또한 이 소문에 대해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서 주인공 유안과 레오라는 남자가 가장 목적이 불분명해 보였다. 섞일 듯 섞이지 않는 둘은 레오가 유안의 캐리어 안에 나이프를 숨겨 반입하게 되고, 이 사건을 이후로 유안이 원하든 원치 않았던 두 사람은 여행 중 스스로를 낙오시켜버린 동지가 되어 므레모사의 진실을 파헤쳐 가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깊어져 갔다.

좀비 마을이라는 소문보다 내게 더 기대되던 건 므레모사에 도착하고 공기 중에 은은하게 나는 단내들과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제한 구역을 마음껏 상상해 내는 일이었다. 귀환자들이 돌아왔으나 뭔가 섬뜩하고 오싹한 느낌을 주는 풍경들과 제3의 언어인 이르슐어 작가님의 이전 작품들이 떠오르며 장르가 SF와 공포를 오가는 느낌이 새롭고 재밌었다.
 
주인공은 유명인이었고,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움직여 생명력을 얻는 무용수였으나 자신의 다리를 잃고 기계 다리가 대신하게 되며 춤추는 일이 기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움직임을 멈췄을 때, 가만히 있을 때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 후반부쯤 돼서야 왜 유안이 이 여행에 참여했고, 마지막 선택을 그렇게 했을까 이해할 수 있었다.
 
므레모사 마을은 눈앞의 진실, 그리고 진실 너머의 진실이 존재하는 미지의 구역으로 소설의 훌륭한 배경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론 종이 시트지를 순식간에 붉게 만들어버리는 커맨드라는 생화학 무기에 중독되어 있는 구역이지만 이것들 때문에 묘한 중독을 일으키고 알 수 없는 암시들이 므레모사를 구성하는 것들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으로 보였다.
귀환자들의 정체, 그리고 투어를 시작한 목적, 마을 사람들의 종교 의식 같은 반복되는 행동들은 재난 이후 그들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또 다른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난이란 소재가 굉장히 와닿는 요즘, SF스럽지만 어쩌면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어서 푹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유안의 행위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삶을 포기하기보다 살아가려는 행위 같아 보였고, 하나의 메시지 같다고 느껴졌다. 굉장히 작가님스러운 열린 결말 같아서 이번 소설도 꽤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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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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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에 관한 책을 읽는 취미가 있다.
글쓰기는 어렵고 무겁고 무섭기까지 하다는 것에 한껏 공감을 하는지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말하는 글쓰기는 어떤 필살기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이미 여러 책을 기웃대던 나였는데 이번에도 역시 제목부터가 취향 저격이라 손을 대버렸다.
 
글쓰기 책이었지만 글 잘 쓰는 노하우가 담긴 책은 아니었다.
어떤 과정들로 글쓰기에 집착했고, 어떤 이유로 글을 매일 쓰기 시작했으며 어떻게 소설, 에세이, 칼럼, 서평, 평론, 동화 등 거침없고 끊임없이 글을 썼는지 자신만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 책이었다.
 
우선 어느 작문 책에나 있는 말인 글쓰기를 습관화해야 한다는 말은 당연하게 있었다. 다만 다른 책과 달랐던 건 다양한 목적을 두고 쓰는 방법이라든지, 오감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글쓰기, (누군가에게 지지 받고 있는 느낌을 들기 위해) 혼자만의 글쓰기보단 글쓰기 모임이나 SNS의 글쓰기 활용법을 이용하여 글쓰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던 점이 실용적이라 기억에 남았다.
 
글쓰기 습관이 가져오는 장점들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설명했는데
자신을 매일 뒤돌아보게 한다든지, 글을 쓰며 나의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느꼈던 아웃풋의 경험담과 개인적인 인정욕망의 충족, 삶의 증명하는 글쓰기, 자신만의 언어의 털어냄 등 글쓰기로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긍정적인 효과들로 읽는 독자로 하여금 글쓰기를 하고 싶게끔 만들어 주고 있었다.
 
지식이 많고 사유가 깊고 많은 것을 익힌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계속 글을 쓴 사람이라고 했다. 이미 모두 무한한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좋은 것이 열리게 된다고 작가님은 독자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물론 작가님은 그것을 이미 경험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독자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뭔가 선임이 후임에서 털어놓는 경험 이야기 같아 감동적이고 뭉클한 부분이었다.

흰 백지를 채우는 일은 막연하다고만 생각했다. 한 번도 설레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적이 없었는데 설레며 정갈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일을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 꿈꾸게 되었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책 한 권 분량을 써서 강조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들었다.
작법 책을 취미로 읽고 끝내는 취미인을 기분 좋게 설득해버린 정말 재미난 글쓰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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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보상
신재용 지음 / 홍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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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정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는지, 어떤 의미의 공정을 눈여겨봐야 할지 이 책을 통해 중요함을 인식할 수 있었다.

출판계, 정치, 젠더 간의 갈등, 임금에 관해서든 공정이라는 단어의 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요즘을 공정이 범람하는 시대라고 표현하며 공정의 정의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특히 숨 쉬듯 목소리를 키워가는 세대라고 불리는 MZ 세대가 왜 공정이라는 단어에 목숨 거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과거 세대와 달리 수시 입학이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입시 토너먼트를 통해 스펙 쌓기를 계속 해온 MZ 세대의 암울하고도 우울한 현실을 말하며 공정이라는 단어의 집착의 이유에 대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대변해주셨는데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작가님의 설명때문인지 어느 세대보다 경쟁의 세월을 보내온 MZ 세대는 자신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올바르게 평가받기 위해 시스템의 공정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끼게 된 것이 당연해 보였다. 이런 예를 보여주는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보상실무인 연공제와 직무평가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현재 우리의 보상체계가 공정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능력과 성과에 관한 보상체계, 운이란 공정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까지 예외일 수 있을지, 우정사업부나 LG 휴대폰 사업부, 팀 쿡이나, 일론 머스크의 예를 들며 우리가 알기 쉽게 성과에 대한 평가 그리고 보상에 대해 해결해야할 숙제들과 함께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불만족스러운 보상에 대해 불만을 갖기만 했지 '왜 그럴까?'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는 내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 책이었다. '불공정한'과'공정한'에 대한 이야기는 가장 중요한 이슈이며 우리가 소통해야 할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단을 넘어 개인이 성과를 공정한 평가를 위해 관리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평가에 대한 투명한 공개, 다양한 보상에 관한 필요성과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에 관한 이야기도 요즘 시대에 맞는 보상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요즘, 가장 필요한 주제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여러 화두를 던져두고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까지 친절하게 제시해 준 부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이들어 새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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