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이는 여섯 살.. 생일날 케잌포장을 풀면 들어있던 초를 있는 데로 다 꽂고 싶어하는 아이랑 닮았네요. 개구쟁이 여섯 살 아이의 일상이 우리아이들의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거울 앞에서 온갖 것 찍어 바르며 단장하는 아이, 손목에 힘이 생기니 하루에도 몇 번씩 냉장고 문을 열고 간식거리도 꺼내 먹더군요. TV에서 아빠랑 같이 보던 조립로봇을 리모컨으로 조정하면서 게임하는 것을 보고 블록을 끼워 맞추어 조립로봇처럼 만들어 싸움시킵니다.. 손 닦는다고 화장실로 들어가 아무소리가 안나 들여다보면 비누하나 다 풀어놓고 씨익 웃습니다... 우산은 아직 없는데 볼 때마다 작은 우산 사달라고 합니다... 다섯 살 우리아이랑 많이 비슷하고 조금 다른 준영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은 다 똑같아 보이기도 하고 또 서로 조금씩 다르더군요. 우리 부모들은 가끔 버릇없는 아이는 다른 집 아이들이고 또 저 집 아이랑 같지 않다고 조바심 내며 따라해야 할 것처럼 생각하는 건 아닌지요... 책에서는 아이들의 심리를 엿 볼 수 있었다기보다 어른이 바라본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 아이가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진 않습니다.
아이가 그린 기차길이 책 속에 있습니다. 한동안 그림만 그리면 기차를 먼저 그리고 기찻길을 그리곤 했지요. 지금도 가끔 그리고 있구요. 이 책은 일찍 사서 아이가 한글을 익힐 때 다시 읽기용으로 활용하면 좋겠군요. 우리 아이는 세 돌 지나 보여주니 조금 늦은 감이 듭니다. 한 번 씨익 보고 넘어가네요. 가끔 가다 그림책을 보다보니 글을 깨치더라는 아이가 있던데 이런 책으로 어릴 때부터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한글에 관심갖게 되지는 않으려나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차에 반짝반짝 별, 달을 싣고 달리는 기차가 삐뚤삐뚤한 모습이라 친근함을 줍니다.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읽고나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군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살아나게 하는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그림은 마술같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기억 속의 그 책이 아니라고 생각 될 정도로 화려하고 현란한 그림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군요. 어렵게 그렸을 것 같진 않은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이는 처음 접하는 얘기이므로 그림으로 이야기 하는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책으로 보여주면 좋을 것같습니다. 우리들은 귀도 얇고 입도 너무 가벼운 건 아닌지.. 어렸을 땐 어떻게 느꼈었더라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는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었을까..이 순간에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만화처럼 되어있어 그다지 기대는 안 했는데 내용과 그림이 너무 재미있군요. 추운 겨울밤 여름에 바닷가에서 일광욕하던 꿈을 꾸는 산타할아버지.. 그러다 자명종 소리에 깨어나 얼른 누르고 다시 잠을 청하며 이번엔 좀 전에 꾸던 산산조각 난 꿈을 산타할아버지는 이어 붙이고 있네요.^^ 아빠의 아침 출근준비처럼 할아버지가 분주히 움직입니다. 화장실에 앉아있는 할아버지 엉덩이가 보인다고 굴러갑니다... 이제 썰매를 끌고 와서 선물상자를 가득 싣고 길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마침내 출발하여 변덕부리는 날씨 속을 썰매를 타고 헤쳐갑니다. 집집마다 선물을 전해 주시는데 할아버지를 위해 식사도 차려놓은 게 보입니다. 지붕으로 지붕 위로만 다니시는 산타할아버지가 지붕에서 간단히 요기도 하십니다. 그 다음부터는 곳곳에 시계가 시간의 흐름을 알려 줍니다. 착한 아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시는 산타할아버지라서 일까요.. 이글루, 등대에도 갑니다. 마침내 선물을 다 전해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꾸벅꾸벅 졸고 있네요... 얼마나 피곤하셨으면...집으로 돌아가서도 옷도 벗기 전에 동물친구들 먹이부터 챙깁니다. 음식 준비도 하고 샤워도 마친 산타할아버지는 귀여운 모자를 쓰고 혼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합니다. 또 이웃들이 보낸 선물을 풀러보고 있는 산타할아버지라니 아이는 책을 보며 생각이 많아지리라 짐작합니다. 하나님과 산타할아버지를 똑같이 선물 주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선물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엔 야옹이에겐 생선모양의 포장으로, 멍멍이에겐 뼈다귀포장의 선물을 주시는데 아이는 눈치챘다며 아주 좋아합니다. 포장을 풀러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다는 듯이 낄낄댑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유아교육전에서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배고픈 애벌레>와 <스노우맨>을 구입하고 마음 설레이며 아기가 태어날 예정일을 기다렸었답니다. 15개월된 조카가 스노우맨이 녹아 없어진 장면을 보고 눈이 빨갛게 되더니 눈물까지 뚝뚝 떨어트리는 걸 보고 더욱 구입하게 되었지요. 언제부터 보여줬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아이의 첫비디오중 하나입니다. 처음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발갛게 눈이 물들며 다가와 안기더군요. 좀 더 자라서는 눈물이 맺혀있다 주르르...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보여주면 얼굴이 밝아지곤 했지요. 마지막 장면이 다가오면 먼저 다가가 안아주기도 했답니다. 아이아빠도 괜찮다 싶었는지 자꾸 사들인다고 하던 사람이 저런 걸로 비디오 또 사주라고 하더군요. 스노우맨은 화면도 아름답지만 음악이 분위기를 더해 줍니다. 잔잔하고 때로는 흥겹고 그러면서도 애잔하고 따뜻한 그리움같은 음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