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세운 사람의 성공 여부는 부지런함에 달려있다. 참으로 고전적인 말이긴 하지만, 크고 작은 소망이 결실을 맺는 데는 근면·성실보다 나은 게 없다. 부지런한 뒤에 운과 재능을 빌려도 늦지 않다.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에 관한 책을 읽는데 눈시울이 절로 붉어진다. 이런 스승과 제자가 있을까. 깐깐한 스승과 우직한 제자는 찰떡궁합이다. 강진 유배 시절, 주막집 더부살이 신세이면서 서당을 연 일은 다산이 숨통을 틀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유배 18년 동안 다산을 거쳐 간 제자는 많았지만 끝까지 남은 단 한 사람이 황상이었다. 황상은 아전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다산의 제자가 되었다. 열다섯 더벅머리 황상은 외로운 다산에게 믿음직한 아들 같은 의지처가 되어주었다. 스승은 만난 지 이레째 되는 날 귀가하는 황상을 따로 불러 공부에 힘쓰라고 당부한다.

 

 

  황상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속내를 고백한다. 자신의 세 가지 문제점은 둔하고(鈍), 막혔고(滯), 어근버근하다(戛)고. 그래도 문사를 닦을 수 있겠냐고 여쭤본다. 스승은 제자의 수줍은 질문에 이런 요지의 답글을 내린다. 재빠르고(敏), 날카롭고(銳), 빠른(捷) 게 전부가 아니라고. 재바른 천재보다 미욱한 둔재의 노력이 훨씬 무섭다고 깨쳐준다. 뚫으려면 어째야 하는가? 부지런해야 한다. 틔우려면 어떻게 하는가? 부지런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나? 부지런해야 한다.

 

 

  황상은 늙어 죽을 때까지 스승의 이 면학문을 몸과 맘에 새겼다. 세 번씩이나 부지런하라고 써준 스승의 말씀을 ‘삼근계’라 부르면서 그 친필을 평생 어루만지며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다산이 죽은 뒤 다산의 아들 학연은 너덜너덜해진 황상의 삼근계를 보고 다시 써주었다. 그 글씨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 스승, 제자, 아들의 연결 고리 또한 애잔한 것 말고 달리 말할 길이 없다.

 

 

  어느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부지런한 게 좋은 거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이든 정보든 내게 부지런하라고 말할 스승은 도처에 넘친다. 다만 내게 황상 같은 우직함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둔하고, 막히고, 어근버근한 그 우직함을 황상에게서 빌려오고 싶다.  스승 사랑 담뿍 받고 그 사랑 실천한 황상이 부럽기만 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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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1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님, 이런 좋은 글로 아침을 열 수 있는 저는 참 행복해요*^^*
마음에 새겨봅니다. 새기면 저도 좀 부지런해질 수 있을까해서요.
둔하고, 막히고, 어근버근한 우직함으로 부지런하게...
평화로운 하루 보내세요^^

다크아이즈 2012-12-10 23:16   좋아요 0 | URL
황상 같은 제자가 있을까 싶어요.
누군가의 우직한 제자가 되기엔 너무 닳아버린 제 자신을 채칙하는 글입니다.
스승은 제자가 만드는데, 다산을 스승이게 한 황상의 순정함이 참으로 놀라울 뿐입니다.

프레님도 제 맘의 스승이자 도반^^*

라로 2012-12-1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읽고도 댓글을 못 달았었어요. 저도 저 책을 갖고 있는데 첫 부분만 읽고 아끼고 있는 책이지요. 님의 글을 읽고 새해가 되면 다시 잡으리,,,라고 결심했다는,,ㅋㅋ

다크아이즈 2012-12-16 04:24   좋아요 0 | URL
나비님 꼭 끝까지 읽어 보시어요. 이 책 한 권으로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순전히 정민 선생의 수고 덕이지요. 정민 선생 같은 학자 100명만 있으면 한문으로 된 모든 자료들을 우리는 손쉽게 얻을 수 있는데...
문체도 어쩜 그리 간결, 단정한지요...
 

 

 

 

 

 

  때론 시 자체보다 시인의 말이 더 시적일 때가 있다.

  원래 시부터 보는데, 어쩌다 시인의 말부터 읽은 시집이다.

  한창훈 소설가의 발문도 좋은데, 맨 뒷장 시인의 말을 보니

  왜 이정록 시인이 시인인지 알겠다.

 

 

  시인의 말, 이 말이 한 편의 시보다 더 좋아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낭송 잘 하는 이가 중저음 목소리로 읊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잘 들리지 않자 돌려  가며 다시 읽었다. 그 때 누군가 이 아까운 새책 - 책 험하게 보는  내가 왜 이 책은 조심스레 다뤘는지는 묻지 말아 달라 -의 뒷 표지 안쪽을 확, 꺾어 꺾은 선을 아래 위로 내는 것이었다. 눈에 불이 났다.  평소 말 실수가 잦은 이라 좀 짜증이 났다. 진중한 사람이 그랬다면 이해심이 넘쳤을 것이다. 지금 시집을 바라보는데 그 꺾인선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왜 남의 새 책 표지에다 맘대로 책 골을 만드나. 나는 표지에 꺾은선을 만들며 책을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심코 한 행동이니 시인의 말처럼 '손가락질은 하지 않'겠다. 손짓은 웃으며 타인에게 할 때 어울리고, 손가락질은 엄정하게 스스로를 향할 때 발전이 있는 법.  

 

 

   이정록 시인은 문장  털기에 능하다. 그래서 내 맘이 원하는 진짜 시인이다. <문장 털기, 혹은 흩뿌리기>란 내가 지은 말이다. 말들이 달린 나뭇가지를 흔든다. 마구 흔든다. 끝까지 살아 남은 것만 추린다. 다 털려 나목의 상태로 줄기만 남은 것, 그것이  알짜배기 문장이다. 나머지 잎새와 꽃잎일랑은 미련두지 말자. 그건 읽는 자의 몫이거나, 맘에나 쟁여둘 일이다.  형용사는 간혹, 부사마저 드물게 이렇게 써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 무심한듯, 털털한듯 서늘한 문장 그런 것이 제대로 된 문장이다. 웃음을 말하지 않는데도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물을 감추는데도 눈물이 흐르고, 가슴을 쥐어짜지 않는데도 심장이 따끔거리는 것, 탈탈 털어버린 문장 속에서 이런 걸 발견하는 기쁨이란!

 

  혹자는 이런 문장을 무미건조하다고 한다. 무색 무취 무맛인 문장이 발산하는 깊이와 재미에 빠졌다면 무조건 고! 맥진할 따름인뎌.  

 

   귀한 시집 주신 분도 시인의 말이 맘에 들었음에 틀림없다. 시인의 말을 옮겨 적는 내 손끝이 예민해진다. 문장 부호 하나라도 틀리게 받아 적을 까봐.

 

 

시인의 말                         이정록

 

쓰는 게 아니라

받아 모시는 거다.

시는, 온몸으로 줍는 거다.

 

그 마음 하나로

감나무 밑을 서성거렸다.

손가락질은 하지 않았다.

바닥을 친 땡감의 상처, 그 진물에 펜을 찍었다.

홍시 너머 푸른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사랑의 주소는 자주 바뀌었으나,

사랑의 본적은 늘 같은 자리였다.   

 

                          -정말, 이정록,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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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06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에요. 문장털기요!
그래서 올리브 키터리지도 좋아할 거라고 직감했구요.
표지 꺾는 거 저도 남편이 그렇게 해도 싫더라구요.
그래도 이 시집의 경우엔 용서ㅋ해 드리기로 해요, 우리.ㅎㅎㅎ
문장털기, 이거나 마음에 꼭 새길랍니다. ^^
근데 님, 늘 아주 늦게 잠자리 드시나 봐요. 건강 챙겨야 돼요.^^

2012-12-07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7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12-0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시 넘은 새벽에 이 시를 가지고 노셨군요. 팜 님 멋져요.
저도 모아 두었던 시집을 다시 꺼내 읽어 보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예요. ^^

다크아이즈 2012-12-07 10:43   좋아요 0 | URL
페크님, 누구나 다 시를 쓸 필요는 없지만, 읽고 쓰는 이라면 시집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좋은 시집을 만나면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올라요.
좋은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축복 중에 하나 맞지요?
시집 읽는 페크님의 생각 가지치기 기다려 볼게요^^*

이정록 2012-12-07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 쓰는 이정록입니다. 번개라도 하고픈 아름다운 칭찬이네요.고맙습니다.

다크아이즈 2012-12-07 10:57   좋아요 0 | URL
이정록 시인님 친히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인님을 지난 여름 바닷가 강연에서 뵌 적 있지요.
멀리 앉아 있었지만, 시인님이 왜 시인일 수밖에 없는지 그때 이미 눈치챘지요.
은근히 까다로운 저 같은 독자를 만족시키는 시인님이라니...

마음은 벌써 번개자리에 가있습니다.^^*

제 리뷰 중, <꽃은 까지려고 핀다>는 그때 강연회에서 누군가 <시인의 서랍>을 선물로 주셨는데, 시인님께서 한 줄 흔적 주셨지요. 그걸로 적은 단상이자 시인님에 대한 제 헌사입니다.

시인이 완벽한 문장으로 시를 말할 때 시쳇말로 저는 뿅~ 가버립니다.
저 지금 당연히 뿅뿅~~ 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주말 맞이하시길...


라로 2012-12-07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 역시 밤에 읽을래요!!!
이 혼잡한 순간에 어떻게 이 글을 읽을 수 있겠어요!!(누가 뭐래나??ㅎㅎ)

다크아이즈 2012-12-08 17:03   좋아요 0 | URL
나비님 안 읽어 주셔도 이렇게 찾아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격인걸요.
웬체 바쁘신 나비님이니...
따땃한 봄바람 불면 프레님과 이곳으로 놀러오세요.
제가 초대 한 번 할게요. 진심이어요.^^*

라로 2012-12-15 14:15   좋아요 0 | URL
"시인의 말을 옮겨 적는 내 손끝이 예민해진다. 문장 부호 하나라도 틀리게 받아 적을 까봐."라는 문장을 읽고 시인이 어땟을까요!!! 저도 떨리는걸요!!
글 잘 읽었어요. 시집은 안 산지 천년은 된 것 같은데 보관함에 담습니다.

다크아이즈 2012-12-16 04:28   좋아요 0 | URL
시인님은 아마 문장 털기에 능하다고 헌사를 바친 제 말에 고마워했을 듯.
실제로 할 말만 하는데도 서정성과 털털함이 다 보이니 이런 시를 어찌 좋아하지 않겠어요. 구질구질하게 뱉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시에 비하면 천상 시인이죠, 뭐.

나비님, 시집은 많이 읽을수록 좋긴 해요. 몸과 맘 정화되고, 문장도 배우고...

2012-12-07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8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9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9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김없이 겨울이다. 문밖의 밤은 차고, 눈발마저 흩날린다. 산다는 게 얼마간은 고통스럽고, 다소간은 눈물겹다. 무서운 줄 모르고 놀린 누군가의 세 치 혀는 죄 없는 영혼의 문풍지를 온밤 내 떨게 하고, 상처의 심연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몸과 마음엔 아수라들만 겹겹이 쌓인다. 하필이면 이런 날, 백석의「수라」같은 시가 눈에 띌 게 뭔가.

 

 

  차디찬 밤, 아무 생각 없었던 시인은 거미새끼 한 마리를 문밖으로 쓸어내 버린다. (얼마나 다행인가. 밟거나 쳐서 죽인 게 아니니!) 곧이어 큰거미를 같은 장소에서 발견한다. 고만 짠해진 시인은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큰거미를 밖으로 버린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알에서 갓 깬 새끼거미가 그 자리에 또 아물거린다. 끝내 가슴이 메고 서러운 시인은 어린 새끼를 고이 종이에 받아 내어준다. 가족이 있는 찬 문밖으로. 따뜻하고 외로울 바엔, 바람 차더라도 함께 하는 게 낫겠네. 거긴들 수라의 세계를 벗어날까만.

 

 

  수라(修羅)는 아수라의 준말로 인도신화에 나오는 여덟 신(神)중 하나이다. 원래 착한 신이었지만 하늘과 싸우면서 나쁜 신이 되었다. 얼굴 셋에 팔이 여섯인 흉측하고 거대한 신인데, 증오심이 가득해‘싸움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른 신에게 공격당해 아수라들의 시체가 즐비한 데서‘아수라장’이란 말이 나왔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흐트러진 현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인은 일제강점기 때 민초들의 삶을 수라에 빗대 노래했겠다. 찬바람 속, 거미가족의 상봉을 통해‘함께 하기’의 애상을 보여준다. 등 따뜻해도 서럽고 외로우니 수라이고, 어깨 기댈 수 있어도 발 시리고 손 차니 그 또한 수라로다. 하지만 바람 치운 밤거리로 내몰릴지라도, 이해받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두렵지 않다. 서러운 1930년대를 건너온 우리 민초가 그랬듯이, 시인의 눈물겨운 겨울이 그랬듯이, 상처 입은 누군가의 이 겨울도 함께 한다면 아수라쯤이야 거뜬히 걷어낼 수 있지 않겠나.

 

 

 

수라(修羅)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

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

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49쪽, 시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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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와 겐지 시인의 시집은 제목부터가 <봄과 수라>지요. 이분의 삶을 다룬 만화영화 <겐지의 봄>을 보면 엔딩에 흘러나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아마 이 시인의 싯구이겠죠.)

분노의 씁쓸함 그리고 푸르름
사월의 대기층의 빛, 저 아래를
침 뱉고 이를 갈며 오가는
나는 한 마리의 수라인 것이다

다크아이즈 2012-12-06 22:56   좋아요 0 | URL
섬님, 겐지의 봄, 도서관에 가서 디브이디 검색해봐야겠어요.
<분노의 씁쓸함, 침 뱉고 이를 갈며 오가는 나는 한 마리의 수라>
오늘 제 심정이 그래요. 분노의 수라에서 정화된 천사로 거듭 나고 싶사와요.
누구나 한 마리 수라인 순간이 있겠지요. 감사해요, 섬님...

프레이야 2012-12-0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찜해두고 나중에 다시 촘촘히 읽을래요.
이렇게나 좋은 페이퍼와 시를요.^^
내 몸과 마음에도 수라가 덤비지 않기를... 다독이며...
소중한 하루, 행복한 하루 보내요^^

다크아이즈 2012-12-06 22:59   좋아요 0 | URL
수라 역시 스스로가 만든 귀신이니,
수라장에 빠지더라도 어서 빨리 빠져 나오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오늘 저 무슨 일로 분노했지만 그 분노 역시 저를 향한 거였다는 걸 성찰하는 하루예요.
언제나 고마운 프레님...

페크pek0501 2012-12-0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해서 아수라장이란 말이 생겼군요.
저는 길에서 도둑고양이를 보면 가엾더라고요.
친정의 지하실에서 새끼를 낳은 고양이가 있었는데,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그 다음날에 새끼들을 데리고 이사했대요. 해칠까 봐 그랬나 봐요.
엄마와 나는, 이 추운 날에 새끼들을 데리고 어딜 갔나, 하고 걱정했지요.
백석 시인의 시를 오랜만에 읽으니 좋네요. ^^

다크아이즈 2012-12-06 23:04   좋아요 0 | URL
페크님, 그래요, 도둑고양이가 있지요.우리 아파트 쓰레기장 옆 자동차 밑에 숨어 있는 녀석들... 어린 새끼가 있음 한 번 키워볼까 싶은데 새끼는 뵈지 않고 살찐 녀석들만 어슬렁어슬렁. 엄두가 안 났어요.

백석은 천재 시인인 건 맞나봐요. 시대어 해석이 필요해서 귀찮아서 꼼꼼히 안 보게 되는데 이 시는 쉽고 짠하네요. 모 도서관 소식지 앞장에 백석 해설 지문을 써야 해서 살피게 됐다는..

라로 2012-12-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중에 읽을래요. 지금은 읽어도 잘 읽지 못할테고 댓글을 달고 싶어도 잘 달기 어려울것 같아서요,,
뭐 나중에 다시 읽어서도 좋은, 멋진 댓글을 달 거란 보장은 없지만요,,ㅋㅋㅋ

여긴 눈이 내려요,,거긴요??

다크아이즈 2012-12-08 17:17   좋아요 0 | URL
나비님 어제 여기도 눈이 내렸어요. 기숙사에 있는 아들 데리러 가는데
평소 두 배 시간이 걸렸어요. 남푠이 운전했는데 엉금엉금 기어가는데도 미끄러져서 한 번 가드레일을 스치더군요. ㅋ
그래도 첫눈이다, 하고 즐감했네요.
님의 <레 미제라블>은 언제 끝날까요? 몇 권짜린지도 궁금해지는...

뮤지컬(오페란가?)도 온다는데 볼 만 하겠지요?

라로 2012-12-15 14:17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제목만 보고 '아수라백작'이 생각났더래요,ㅎㅎㅎㅎ
어릴때 봤던 만화인물인데 혹시 팜님도 아시나요????
암튼 저는 이 글을 [레 미제라블]을 읽고 읽었는데 필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팜님. 그 얘긴 언제 우리가 인연이 되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해 드려도 될까요??^^

다크아이즈 2012-12-16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아수라와 레 미제라블, 어떤 필연일지 저도 기대가 되는데요.
나비님과의 인연이 그렇게 필연이 되는 건가요. ㅋ
봄바람 부는 날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보아요.
기다릴게요. ㅋ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학부모 모임도 잦다. 엄마들끼리 만나 밥 먹으면서 공감하는 시간도 무척 소중하기에 여건이 허락하는 한 참석하는 편이다. 아이가 어렸을 땐 적극성, 정보력, 경제력을 고루 갖춘 엄마들이 쏟아내는 각종 말씀들에 솔깃했다. 그들을 따라할 수도 없으면서 그때는 시샘서린 호기심으로 열심히 귀 기울였다. 아이들이 다 큰 지금은 그런 교육형 열혈 엄마들의 말씀은 숙지고, 생활의 지혜를 나눠주거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엄마들 얘기에 주목하게 된다.

 

 

  오늘 모임에서 한 어머니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초등학교 이학년 바른생활 문제를 풀어보란다. 이사 온 이웃집에서 떡을 돌렸다. 한 집에서 엄마 대신 아이가 떡을 받았다. 뭐라고 답례를 할까. 아이는 ‘뭐, 이런 걸 다…….’라고 답을 적었다나. 선생님은 당연히 틀린 답으로 처리했다. 정답은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란다. 단답형 똑 떨어지는 답에 익숙한 우리의 교육 현실을 풍자한 것이겠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하기만 하다.

 

 

  수학 문제를 풀어서 틀린 답이 나오면 그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에서,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답일 뿐 틀린 답은 아니질 않나.

 

 

  핀란드식 교육법이 새삼 떠오른다. 답의 옳고 그름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교육면에서 세계적으로 내로라하게 된 것은 열린 학습 방식 덕택이다. 학생들 저마다 가진 창의력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시험에서 정확한 답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으면 된다. 정답을 얻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답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깨치게 하는 게 우선이다.

 

 

  자발성이 수용되고, 자율성이 보장될 때 그 집단은 진일보할 수 있다. 핀란드의 열린 교육정책을 보면 그들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이것이 정답이다 정해 놓고 그 답을 찾으라고 다그치는 대신, 정답은 ‘네 안에 있다’고 선언할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도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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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05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작은아이 학교에서 부산고등학교 교장샘의 강의를 들었는데
역시 감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더군요. 감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자!! 그런..
공감능력과도 통하는 것이겠죠.^^


다크아이즈 2012-12-06 23: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님. 지식교육보다 감성교육이 훨씬 중요해요. 사물을 봐도 느낌이 없고, 대상을 봐도 사유 하나 건져내지 못하는 교육이라면 얼마나 기계적이고 삭막할까요. 공감하고 소통하는 교육보다 나은 건 없는 것 맞지요?

2012-12-05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6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12-0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첫 추천은 제가 했다는 것...ㅋ
공감 가는 글이라서요.

다크아이즈 2012-12-06 23:07   좋아요 0 | URL
귀여븐 페크님, 저도 페크님 글은 무조건 추천부터 하고 본다는...ㅋ
 

 

 

  사람의 진심은 말보다 표정으로 나타난다. 꾸준히 몸과 맘을 닦는다면 좋은 표정을 절로 짓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런가. 내 의지대로 말은 부릴 수 있지만 표정은 쉽게 그리할 수 없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지만 표정으로는 천만 번 살인도 저지를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대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야권 대선 경쟁자였던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두고 양보냐 포기냐의 의견도 분분하다. 아름다운 양보인지, 어쩔 수 없는 포기인지를 두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해석이 엇갈린다. 정치를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싶다. 하지만 앞날까지 내다봐야 하는 정치권 특성으로 볼 때 그 의미는 제법 중요한가 보다.

 

 

 

 

 

 

 

 

 

 

 

 

 

 

 

 

 

 

 

 

 

  아름다운 양보인지, 분노 서린 원망인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텔레비전에 나와 말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알려면 목소리가 아니라 표정을 보면 된다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정치인을 예로 들자. 일단 볼륨을 완전히 낮춘다. 그리고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표정으로만 읽는다. 그러면 그 사람이 기쁜지, 화가 나는지, 슬픔에 싸여 있는지, 분노하는지, 양보하는지 다 보인다.

 

 

   정말 그런가 싶어 호기심에 실험을 해봤다. 영화나 인터뷰 화면 아무거나 볼륨을 낮춰보았다. 표정만으로도 화면에 비친 사람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거의 알 수 있겠다. 확실히 사람은 말보다 표정으로 더 많은 진실을 얘기한다.

 

 

  이런 학습 탓인지 누군가 포커페이스를 하면 움찔하고 긴장부터 한다. 자신을 억제하고 침착하게 사물을 대면하는 사람들일수록 정치권에 몸담으면 유리할 것 같다. 하루에도 열두 번 변덕을 부려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되는 나 같은 다혈질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부터 배울 일이다.

 

 

  그나저나 볼륨을 낮추지 않아도 나 같은 하수의 눈에도 안철수의 표정이 읽히니 어쩔 것인가. 그가 완벽한 정치인으로 거듭 나려면 표정 관리부터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정치권은 절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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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3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3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12-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볼륨을 낮추고 표정을 봐야겠군요~ TV 키러 갑니다.ㅋㅋ

다크아이즈 2012-12-03 22:5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진짜로 그렇게 함 해보시어요. 재밌어요. 표정이 말 이상을 한다는 사실은 심리학자들이 일찍이 밝혀낸 바이기는 해요.

님, 여전히 바쁘게, 잘 계시지요?

페크pek0501 2012-12-0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런 피즈, 바바라 피즈 지음<당신은 이미 읽혔다>라는 신간을 신문에서 봤는데
이 책도 표정으로 알 수 있는 속마음에 대한 것이에요.
아, 표정 관리를 잘 해야겠군요. ^^
이것도 삶의 기술일까요?

다크아이즈 2012-12-05 03:16   좋아요 0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이미 읽혔다> 이런 류의 책 진짜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도 안 되는데, 맨워칭(피플워칭) 이후로 이런 행동 패턴 연구서 같은 게 흥미있더군요. 일단 접수합니다.

표정 관리할 수 있음 대박이지요.
하지만 저는 오늘도, 여전히 실패 중인 걸요. 호홋~

오늘 넘 추웠는데 무사히 지내셨는지 궁금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