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마카롱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독서 끈기가 없어서 그런지 책을 몇 시간씩 붙들지는 못한다. 집중력이 흐려져 꼭 한 번씩 딴짓을 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번 책은 스트레이트로 읽어버렸다.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으니 말 다 했다. ‘범죄 없는 마을‘의 타이틀을 수년째 유지 중인 깡촌 중천리에서 기어코 사건이 터진다. 하필이면 기록 경신 시상식을 앞두고 말이다. 죽은 신 씨는 나무와 트럭 사이에 끼여있었고, 시상식이 걸렸던 마을 사람들은 이 일을 은폐하기로 한다. 마침 이곳을 방문한 형사와 기자가 지역 물난리로 인해 발이 묶이면서 사건 수사 및 취재를 하게 된다. 근데 이상하게도 용의자마다 자신이 신 씨를 죽였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돼?


각자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생긴 사고를 실토하는데, 어떻게 신 씨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죽음을 당했냐는 말이다. 나 때문에 죽은 사람이 눈앞에 트럭 사고로 죽어있으니 다들 놀랄 만도 하겠다. 저자는 여기서 또 한 번 상황을 비튼다. 마을 외곽의 자살바위에서 자살한 외지인의 신원이 신 씨로 밝혀진 것이다. 이 황당무계한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기본적으로는 밀실 추리 형식이지만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보통은 용의자들이 알리바이를 꺼내며 결백을 주장하나, 이 책은 다들 본인이 죽였다고 하니까 멘붕이 오는 것이다. 웃기게도 자백은 하는데 정말 본인이 죽였는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황을 무마하고 조금이라도 더 약화시키려 저마다 뻔한 연출을 해댄다. 그래도 나름 추리소설인데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 싶다가 이 책은 사회소설이란 걸 눈치챘다. 형사가 얘기한 ‘악인과 의인은 백지 한 장 차이‘에서 말이다. 왜 그리 많은 서사를 다루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싹 풀렸다. 스포 방지를 위해 여기까지만.


아쉬웠던 몇 가지를 적자면, 좀 더 으스스한 분위기로 조성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만하면 스릴러 조건은 다 갖춘 셈인데 좀만 더 주물렀으면 정유정의 <7년의 밤> 같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마을의 충청권 사투리와, 때묻지 않은 순박함이 심각한 상황을 매번 평범한 일상으로 돌려놓는다. 이게 킬링 포인트라 하기에는 웃음 주려 한 것도 아닌 데다 전반적으로 무겁고 난감한 흐름이어서 참 애매모호했다. 게다가 사건의 내막을 알아감과, 개개인의 서사를 파악하는 과정이 말도 안 되게 순조롭다. 메인 사건뿐만 아니라 용의자 개개인의 서사를 풀고 매듭지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대도 아쉬운 건 맞다. 다만 이 많은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데도 어색함 없는 개연성을 보여준 데에 박수를 보낸다. 편집자 출신이란 말에 바로 납득이 가네. 여튼 너무 잘 읽었다. 영화보단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딱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5-11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었는데 왜 하나도 기억 안나죠? 찾아보니 감상 적어둔 것도 없네요. 아무것도 적을 말이 없었던 걸까요? 2019년 9월에 읽었다고 되어있는데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기억이 안날까요? 껄껄. 책을 대체 왜 읽는건지 ㅠㅠ 기록은 중요합니다! ㅠㅠ

물감 2023-05-11 15:15   좋아요 0 | URL
그렇게 임팩트는 없었던 게 아닐까요ㅋㅋㅋ 저는 무조건 한 권 읽고 리뷰하는 편이지만 여러 권 읽는 분들은 페이퍼로 쓰시니까 놓칠 수도 있겠네요. 기억 안나신다고 재독 하기에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으시죠?ㅋㅋㅋ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체코 문학이랑도 안맞는갑다. 체코의 3대 작가라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보후밀 흐라발까지 만나본 후 내린 결론이다. 어렵고 심오한 건 좋은데, 이야기의 문맥이 영 매끄럽지가 못하다. 그게 다 번역 때문인 줄로만 알았지. 알고 보니 체코 작가들이 꼭 이런 식이네. 철학, 사상, 교훈 다 좋지만 소설이라면 일단 재미가 1순위 아니냐. 그나마 읽는 맛이라도 있었던 카프카가 제일 낫다고 본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제목 때문에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안 사고 빌려읽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든다. 짧은 분량만큼 내용도 간단하다. 35년간 지하실에서 폐지압축공으로 일하는 아재가 버려지는 책들을 읽으며 책 수집가가 된다. 은퇴 후에도 압축기를 사서 쭉 일할 계획이었는데, 어느 날 들어온 신형 압축기한테 일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뼈대는 이게 다인데, 쥐와 바퀴벌레, 도심의 지하 구조, 과거 집시 여인 등등 이건 뭐 하러 넣었지 싶은 살덩이가 잔뜩 붙어있다. 아니, 내용 자체로는 문제가 없는데 자꾸 횡설수설하고 겉돌기만 하니까 집중이 안 된다. 솔직히 이런 정신 사나운 작품을 진지하게 임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들 좋다는데 나 혼자 까내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소련의 침공 이후 저자의 책들은 금서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출판이 불가한 자신의 책들은 폐기처분 대상이 되었고, 이렇게 점점 사라져가는 무수한 책들을 기리고자 이 작품을 썼지 싶다. 지하세계를 무대로 한 것은, 지독했던 당시 상황에서 현실도피하려던 게 아니었을까. 주인공은 시대에 뒤쳐진 것들을 갈아치우기 급급한 세상에 끝까지 저항하는 최후를 보여주었다. 그래, 아무리 달라질 게 없다해도 아니다 싶은건 아니라고 외쳐야 한다. 이 책은 드럽게 재미없다고 말하는 나처럼 말이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5-09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이 책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재미도 없어서 별 셋 줬나 둘 줬나 그런데 저만 외톨이가 아니었네요? 껄껄

물감 2023-05-09 12:12   좋아요 0 | URL
저항정신 투철한 다락방 님ㅋㅋㅋㅋㅋ
제가 있으니 이제 외톨이는 아닙니다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깐! 근데 차페크 <도롱뇽과의 전쟁>까지만 읽어봐요...

물감 2023-05-09 13:12   좋아요 2 | URL
차페크도 체코에요?! 집에 체코 소설이 왜이리 많이 있지....ㅋㅋㅋㅋ도롱뇽도 있어요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3:18   좋아요 3 | URL
아 도롱뇽 구비? 그럼 읽어보세요......
알고 보니 물감님 체코 작가 좋아하네....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3-05-09 13:22   좋아요 1 | URL
<평범한 인생>도 있네요. 그냥 체코인 거 몰랐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ㅋㅋㅋㅋ 차페크도 읽어볼게요ㅋㅋ

잠자냥 2023-05-09 13:31   좋아요 3 | URL
지금 분위기라면 <평범한 인생>은 싫어할 거 같......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롱뇽부터 읽읍시다.

coolcat329 2023-05-09 2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아 물감님 글도 재밌고 댓글들도 웃깁니다.
저 이 책 있고 도롱뇽, 평범한 인생도 있습니다. 다 안 읽었지요.
이 책 읽게 되면 물감님 글 생각나서 영향을 받을 듯 한데요 😅

물감 2023-05-10 00:21   좋아요 1 | URL
저보다는 체코랑 잘 맞으실거에요ㅋㅋㅋ 차페크는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겁나네요 😅😅😅

새파랑 2023-05-10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이 좋아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별로군요 ㅜㅜ 체코가 좀 그렇긴 한거 같아요 ㅋ 막 재미있게 읽히는 문학은 아니라는~!!

잠자냥 2023-05-10 08:56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은 좋아할 거 같은데…. 그리고 쿤데라 <농담> 안 읽어보셨다면 이것도 추천이요. 이건 재미있는데…!

새파랑 2023-05-10 11:08   좋아요 3 | URL
앗 맞춤형 추천인가요? ㅋ 읽어보겠습니다. 쿤데라 3종 (농담, 존재, 불멸)은 읽어봤습니다 ~!!

물감 2023-05-10 11:41   좋아요 2 | URL
어떤 스토리가 생각나서 책을 쓴다기보다 본인들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애써 스토리를 구상한 느낌이랄까... 암튼 그렇습니다ㅋㅋ

고양이라디오 2023-05-20 01:53   좋아요 1 | URL
물감님 말씀 동감! 저도 본인들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애써 스토리를 구상한 느낌 안 좋아합니다ㅎ

물감님 좋아하는 작가 궁금합니다ㅎ 알려주세용!ㅎㅎ

yamoo 2023-05-10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런 작품들 있어요. 유명하다는 작품들이 재미가 없어서뤼..ㅎㅎ 저도 보후밀의 이 작품을 오래 전에 읽었지만. 그냥 좋다라는 느낌밖에 없습니다. 책좋아하는 분들은 대체로 좋게 볼 듯한데...좀 지루한 면이 많지요. 저는 유진 오닐 작품이 별로 였습니다. 불행한 가정사...뭐 어쩌라고..라는 느낌..

뭐, 자기에게 맞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게 최고로 좋죠. 읽어야 할 책은 많고 나와 안 맞는 작가는 언제나 있으니까요..ㅎㅎ

물감 2023-05-10 13:58   좋아요 1 | URL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별로라고 느낀 독자들은 아예 기록조차 남기질 않기 때문에 호평만 넘친 것이 아닐까. 저는 읽었으면 무조건 기록을 남기자는 편이라서 매번 나만 이렇게 삐딱한가 싶었는데, 평을 남기면 동의한다는 댓글이 꽤 달리더라고요. 뭔가 씁쓸한 현실... ㅎㅎㅎ 어차피 읽을 책은 밀려있으니 말씀하신대로 각자한테 맞는 걸 찾아가야죠! ^^

자목련 2023-05-11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말씀처럼 물감 님 체코 작가 좋아하시네요. ㅎ
<평범한 인생>어떻게 읽으실까 궁금합니다^^

물감 2023-05-11 12:18   좋아요 1 | URL
윽 그렇게 되나요 ㅋㅋㅋㅋ
체코작가는 당분간 멀리하려 했는데 다들 차페크 얘기하셔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차페크는 다를 것인가

고양이라디오 2023-07-10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저도 이 책 재미없었습니다ㅠ 별점 2개 줬습니다. 저도 체코 작가랑 안 맞는가봐요.

물감 2023-07-10 18:09   좋아요 1 | URL
흑흑 동지 만나 정말 반갑습니다ㅜㅜ 저는 장르 불문하고 혼자만 별로인 경우가 많거든요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23-07-10 18:29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ㅎ? 저도 가끔 대세와 다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동지가 있으면 정말 반갑고 든든하죠ㅎ

저도 물감님이 동지라서 반갑고 든든합니다^^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다면. 퇴사하고 이제 한 달 좀 넘었는데 맨날 바람 불고, 꽃가루 날리고, 주말마다 비가 내리질 않나. 그래서 반강제로 방콕 중인데 아 글쎄, 내가 이렇게 집돌이가 적성에 맞을 줄 몰랐네. 그거 알아? 집돌이 집순이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대. 뭔가 사부작사부작 거리는 걸 즐기는 유형과, 침대에서 거의 안 내려오는 유형이라는데 나는 그 두 사이에 끼어있는 세 번째 유형인갑네. 돈 걱정만 아니면 1년 내내 방콕할수도 있겠던데. 맨날 비가 찔끔찔끔 오다가 오늘은 꽤 많이 쏟아지더라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혼자가 익숙해져 버린 지금을 깨뜨리고 싶어질 날이 올까. 혼자가 편하지만 평생 혼자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또 쓸쓸할 거 같은데. 연애하는 것도 이제 지겨워. 그냥 이대로 살다 독거노인 될 팔자인가.


이 울적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소설 한 권 읽었지. 사실 소설보다는 거의 일기라고 봐야겠던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시한부 판정받은 암 환자와, 그 곁을 지키는 절친의 무수한 감정 변화를 기록한 책이었어. 온통 우울한 내용뿐인데도 너무 좋더라. 두 사람 외에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이 든 여성들의 일상 속 감정들도 다루는데 아 역시나 좋았어. 왜 그런 거 있잖아. 강렬한 자극을 받았을 때에 새겨진 기억과 감정들. 절대 변치 않을, 영원하리라 했던 그 감정들이 어떻게 지워지고 왜 바뀌는지를 설명해 주는 그런 책이었어. 죽음 앞에서는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고, 반대로 무엇도 의미를 가질 수가 없게 되지. 과연 살면서 불필요한 감정이란 게 있긴 했을까. 나의 확신과 판단에는 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숨어있었을까.


암 환자인 친구는 온갖 생각과 감정들이 들쑥날쑥해. 취향과는 전부 멀어지고, 외면한 것들은 흥미로워지고, 소중했던 기억에는 결함이 발견되고, 멍청하거나 혐오스러운 것에도 마냥 너그러워지는 거야. 인간이란 참 이상하지. 그렇게 많은 시험과 경험에도 학습은커녕 오작동이 일어난다는 게.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사실은 명령 값부터 잘못 입력했던 거였어. 예/아니오로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인생이란 없고, 그래서 우리의 믿음과 정답들은 온통 오류투성이란 거야. 결국 확실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선을 긋는 데에 목숨을 걸고 있지. 열심히 살지 말라거나 헛수고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냐.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에 좀 더 관대해질 필요성을 느꼈을 뿐이야.


죽어져가는 친구 앞에서 주인공의 마인드 컨트롤은 끝내 무너지고 말았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될 친구의 죽음보다도, 친구의 고통이 곧 내 소유가 될 거라는 공포 때문에. 나 참. 죽음도 고통이고, 삶도 고통이라니. 뭐 이런 코미디가 다 있어, 그치? 작중에 이런 격언이 나와.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과연 맞는 말이야.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혼자가 좋다는 사람들도 뼛속까지 혼자이길 원하진 않을 거라 생각해. 내가 그렇거든. 아무튼 잠재된 고통까지 다 끄집어낼 최후의 날까지 죽어라 버텨보자고.



댓글(7)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3-05-07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집순이에요. 오늘은 외출할 일이 없네, 하는 날을 좋아해요.
죽어가는 친구를 지켜본다는 게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저는 뉴스를 통해 누군가가 사고로 죽었다고 하면 그의 부모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죽은 자의 세계는 알 수 없지만 남아 있는 부모의 심정은 짐작할 수 있거든요.

물감 2023-05-07 21:53   좋아요 1 | URL
집순이 페크님 환영합니다^^ 근데 독서가들은 어느 정도 방콕 기질이 있지 않을까요 ㅎㅎ 이 책은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던데요. 왜 불호인지도 이해는 되고요. 죽음은 당사자도, 남은 사람들한테도 참 잔인해요. 죽음에도 리허설이 있다면 좋겠네요.

coolcat329 2023-05-07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은 해두었지만 읽으면 제 마음도 무너질 것 같아서 안 읽어야지 했는데 물감님 리뷰보니 또 읽고 싶어집니다. 아픈 사람 곁에서 지켜보는 게 제 현실에도 있기에 책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소설 속 저 격언 적어놨네요.
버티는 삶을 위하여!

물감 2023-05-07 23:01   좋아요 2 | URL
좋은 책은 맞다고 생각되나 꼭 읽을 필요까진 없어보여요. 묵직한 주제에 비해 좀 가벼웠다고 할까요. 일부러 쉽게 접근하라고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저는 좀 아쉬웠네요^^ 버티는 삶 화이링!!!!!!

새파랑 2023-05-07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예/아니오로 간단히 답할수 없다라는 말 너무 좋습니다~!! 물감님 그래도 잘 지내시는거 같인 다행입니다. 저는 집에 있으면 너무 답답하던데 ㅋ

물감 2023-05-07 22:17   좋아요 2 | URL
NF인 새파랑 님은 공감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진짜루)ㅋㅋㅋㅋㅋㅋ 아직은 잘 지내고 이써요. 도서관도 자주 가고, 산책도 자주 하고요. 제가 찐 방콕러는 아닙니다 ㅋㅋㅋㅋ 이렇게 프리할 때 벽돌책이나 좀 깨놔야 할텐데 손이 안가네요. 새파랑님은 제 맘 아시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5-08 13:01   좋아요 1 | URL
제 MBTI를 기억해주시다니 놀랍습니다 ~!! 물감님이라면 벽돌책도 금방이실겁니다. 전 좀 부족해서 ㅎㅎ
 
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일랜드 쪽 문학이랑은 안 맞는가 보다. 아일랜드 작가들은 왜 그렇게 구간 생략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희곡을 쓰시지 그래. 그렇게 매번 장면마다 스킵 해버리면 상황 파악이 힘들어지잖아. 스토리보다 인물의 감정선을 더 중요시하는 것도 그래. 좀 적당히 해야지, 혼자 중얼거리는 독백도 지긋지긋한데 그 안에다 장면 설명을 넣으면 어쩌나. 식사하면서 볼일 보는 것도 아니고, 거참 집중 안 되게시리.


폭력적인 아빠와 자살한 엄마 사이에서 고통받는 소년. 흔한 동네 개구쟁이였던 꼬마는 그날 후로 정신줄이 하나하나씩 끊어지기 시작한다. 자기와 절친 사이에 끼어든 녀석과 가정을 괴롭히다 붙잡혀 수도원에 갇혔고, 어찌어찌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을 사람들은 소년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생계가 급한 소년은 푸줏간에 일하러 다니고 얼마 뒤에 아빠마저 세상을 떠난다. 갈수록 소년을 밀어낸 절친은 다른 친구와 어울렸고,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 주인공은 정신질환을 일으킨다. 나까지 그럴 뻔했고.


이 소년이 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태생이 제멋대로이고 까불거리는 캐릭터 때문이다. 한창 클 시기에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은 분명하지만, 어딘가 납득이 안 가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게 걸렸다. 부모의 죽음, 친구의 배신, 주민들의 홀대 등 이 같은 큰일들을 겪었으면 어떤 광기에 빠지거나 몸과 영혼이 고장 나는 쪽이 더 그럴싸하다. 근데 주인공은 적당한 증오와 적당한 사리분별을 계속 오가면서 절친과의 우정을 나누던 옛 시절만을 꿈꾼다. 모두가 현재를 살아가는데 혼자만 찬란했던 과거에 발목이 잡혀있었다. 망상에 사로잡힌 소년이 끝내 사고 친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그토록 절친과의 우정에 집착했던 건 아직도 모르겠다. 혼자였을 때 곁에 있어준 게 절친뿐이었으면 모를까, 소년은 마을 사람들과도 잘만 어울렸기에 유대관계에 막 목말라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인물보다는 스토리에 더 비중을 뒀으면 좋았겠다 싶었던.


후반부터 많아진 생략 구간에 짜증 나서 스킵 하면서 읽었다.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을 읽는 기분이었다. 설명이 없으니 이게 무슨 내용인지, 내가 잘 읽고는 있는 건지 몰라 얼떨떨했다니깐.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뭘까 다른 리뷰들을 읽어보니 다들 어리둥절해하더라. 별점 사기에 또 낚였구나. 뭐 됐다. 커피나 빨러가자.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3-05-03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도 사두긴 했는데
결국 읽지 못했네요...

물감 2023-05-03 18:38   좋아요 0 | URL
매냐 님은 무난하게 읽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근데 제 리뷰 보시고 더욱 미루시지 않으려나...

coolcat329 2023-05-04 0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인데 문제적 인물이 나오는 군요. 제목을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아 찾아보니 영화도 있네요. 뭔가 찝찝한 내용이 있을 거 같은데 재밌는 책으로 정화하시길요~

물감 2023-05-04 14:57   좋아요 1 | URL
저는 영화가 원작을 넘지 못한다고 보는 1인인데요, 이 책은 영화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물론 못봤지만요 ㅋㅋㅋ 요새 쉬는 동안 구매한 책보다 빌린 책 위주로 읽는 중인데, 확실히 복불복이 많네요 하하하

coolcat329 2023-05-04 15:05   좋아요 1 | URL
오 저도 동감이에요. 예외 작품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랑 <케빈을 위하여>입니다. 그러고 보니 모두 다 독보적인 문제 인물들이 주인공이네요. 물감님,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물감 2023-05-04 15: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쿨캣님도 연휴 잘 보내세요 ㅎㅎㅎ

새파랑 2023-05-04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가 좀 생략이 많군요. 윌리엄 트레버도 약간 그런 느낌이 있는데 ㅋ

저는 아일랜드 하면 윌리엄 트레버~!!

물감 2023-05-04 14: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게다가 감성도 비슷비슷해요
트레버 작품도 사둔 게 두 권이나 있는데 큰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루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3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얇은 책을 찾다가 킨케이드의 <루시>를 골랐다. 흑인문학의 절제된 감성과 저조한 텐션을 잘 못 견디는 편인데, 이 책은 워낙 짧아 지루해지기 전에 끝나서 다행이었다. 저자의 자전소설인 <루시>는, 카리브해의 섬에서 자란 소녀가 미국에서 보모로 지내던 시절의 내용이다. 일부러 집을 떠나온 루시는 낯선 사람들과 지내면서 고향의 기억을 하나하나 지워간다. 근데 이 편안한 생활에 적응할수록 제 처지와 계급과 인종을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그리하여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향해 현실의 속박을 벗어던지기로 한 루시. 거짓된 자유 속에서 자아실현의 욕구와 싸웠던 저자의 생생 목격담에 저절로 숙연해진다.


엄마에 대한 루시의 증오는 줄어들지를 않는다.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엄마의 기억들은 유령처럼 쫓아다닌다. 남동생들만 사랑하고 나를 차별 대우하던 엄마는 주기적으로 편지를 보내온다. 루시는 마음 약해질까 봐 아예 읽지도 않는다. 자신이 돌보는 네 명의 아이와 그 부모의 화목함에도 별별 감정이 다 든다. 저들이 베푸는 친절이 썩 달갑지 않았던 건, 유대관계는 너무 쉽게 무너진다는 걸 엄마한테 배워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바람으로 부부는 헤어지고, 애들 엄마는 일을 관두려는 루시를 냉대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상황에도 침묵했던 루시는 고향이나 미국이나 똑같다면서 더더욱 마음 문을 닫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들들은 애지중지하면서 딸에게는 여자 망신 시키지 않을 정도로만 가르친 루시의 부모. 남자는 원래 제멋대로인 동물이라지만 엄마는 같은 여자면서 왜 나를 그렇게 대했을까. 어째서 엄마는 나를 소유물 따위로 여기는 걸까. 모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자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는 루시. 남자들과 잠자리도 즐기고, 소문 나쁜 부류와 어울리며, 마리화나에도 손대는 등 엄마의 교육에 철저히 반항하는 그녀였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쾌락과 취향과 스타일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들은 지배받는 삶에선 결코 얻어낼 수 없단 사실도 깨닫는다. 한 가지 더.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루시를 프레임 씌운다. 그것은 자신이 더 높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이었다. 상하관계와 타인의 판단에 구속받지 않기 위해 그녀는 모든 관계에서 몇 발자국 물러나기로 한다. 그렇게 자의식 부수기에 성공한 루시는 마침내 자신이 생각했던 독립에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과 증오의 감정은 동일선상에 있다고 한다. 그 말처럼 엄마에 대한 증오에는 사랑의 감정도 담겨서 루시는 괴로웠다. 결코 평범치 않은 사고와 관점을 갖게 한 엄마의 존재는, 더 넓은 세상과 자유를 갈망하게끔 만들어준 셈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고마워해야 하는 게 맞을까.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는 건, 엄마랑 다르단 걸 평생 증명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루시의 진짜 독립은 엄마와의 공존을 받아들였을 때에 완성된다. 그러지 않는다면 아무리 저항해 본들 뒷맛이 개운치 않을 테니까. 아니 뭐 어쩌라고, 그냥 생긴 대로 살라는 말이냐 하실 분들은 네네, 지금처럼 쭉 사시면 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